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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342화

Author: 유애
냉정언은 좋은 뜻이었으나 원경릉이 살짝 한탄하며 말했다.

“돕고 싶었으면 일곱째 아가씨가 안 죽었다는 사실을 직접 탕양에게 알려주면 될 것을, 노마님께서 잔뜩 기대에 부풀어 계신데 어떻게 수습하려고.”

냉정언이 원경릉의 이 말을 듣고 자신이 좀 적당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얼굴에 식은땀을 흘리며 말했다.

“죄송해요. 최근 계략에 익숙해지는 바람에 매사에 머리를 쓰고 음모를 꾸며야 마음이 편해서요.”

부부가 같이 냉정언에게 눈을 흘기는데 냉정언이 둘을 지그시 보더니 이럴 땐 36계 줄행랑이 최고다.

생신잔치가 대충 끝나고 우문호는 집으로 돌아와 귀영위에게 탕양을 찾아오라며 탕양에게 무덤은 더 찾을 필요 없다고 전하게 했다. 하지만 귀영위에게 일곱째 아가씨가 탕양이 찾는 사람이라는 얘기는 하지 않고 그녀가 죽지 않았다는 소식이 있으니 탕양에게 돌아와서 다시 얘기하자고 했다.

냉씨 집안과 일곱째 아가씨의 혼사는 성사되지 않았는데 노마님 쪽의 태도가 어땠는지 모르지만 냉씨 집안 부인 쪽은 아주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직접 원경릉에게 찾아와 사죄했다.

심지어 분이 도통 가시질 않아 씩씩거리며 말했다.

“아니 그 망할 놈의 자식이 말한 일곱째 아가씨가 원씨 집안의 일곱째 아가씨가 아니라 원향루(原香樓)의 일곱째 아가씨라니 원. 아이고 분통 터져. 원래 그런 곳에 안 가는 아이인데 어떻게 그런 곳의 여자한테 홀려 가지고, 만약 주루의 아가씨를 데리고 오는 날엔 평생 홀아비를 만들지 언정 장가를 가든지 말든지 상관 안 할 겁니다. 저만 괜히 좋아서 태자비 마마 체면을 상하게 하고 말았습니다. 원씨 집안 쪽에는 제가 직접 사죄드리러 가서 태자비 마마께서 괜히 연루되시지 않게 할게요.”

원경릉이 다 듣더니 냉정언의 궤변 능력에 조용히 엄지를 내둘렀다. 그리고 우문호의 말을 빌려서 표현하면 냉정언은 지금 완벽한 쓰레기다.

원경릉은 냉 부인이 이토록 흥분한 것을 보고 입을 열었다.

“부인 화내지 마세요. 냉대인의 인연이 아직 인 듯하니 한두 해 더 기다려 보시죠. 어쩌면 냉대인 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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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ugnay na kabanata

  • 명의 왕비   제 2343화

    사흘 후 저녁, 탕양이 경성으로 돌아와 바로 소월각으로 갔다.탕양은 정신없이 달려왔는지 얼굴이 온통 먼지 구덩이로 깨끗이 씻을 겨를도 없이 눈이 벌개진 채 쉰 목소리로 우문호에게 물었다.“그녀는 어디 있습니까?”우문호가 탕양을 다독여서 앉히고 탕양에게 일일이 일곱째 아가씨의 신분과 냉정언의 얘기를 전해주었다.탕양이 다 듣고, 첫번째 반응은 고개를 흔드는 것이었다. “그게 어떻게 가능합니까? 그녀는 원씨 집안 사람일 가능성이 없어요.”“그건 모르지, 나도 네가 말하는 그 아가씨를 만나본 적이 없으니까.” 우문호가 말했다.“그녀를 찾아가 봐요. 아직 경성에 있으니까.” 원경릉이 말했다.탕양이 잠시 멍하게 있는데 이건 뭐 너무 터무니가 없는게 그녀가 어떻게 원씨 집안 사람일 수가 있어? 그는 강호를 노니는 영락한 집안의 자손으로 겨우겨우 생계를 꾸려 나간다고 했다.“찾아가 보죠.” 탕양이 말을 마치고 달려나가 말을 몰았다.지난 일이 머릿속에 하나 둘 떠올랐다. 그녀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 전혀 눈여겨보지 않았다. 17살의 여자애는 막 혼담이 오갈 때로 탕양은 그 아이의 혼사길을 막을 생각이 없었으나 그녀는 종일 탕양을 쫓아다니며 같이 수없이 웃고 떠들었다. 그녀는 그때 마치 떨어지지 않는 엿처럼 찰싹 달라붙어서 뜻을 펴지 못해 답답해하는 탕양과 미래를 꿈꾸는 바보였다.그렇게 3년이 지나고 한번 그녀가 한달간 없어졌는데 그제서야 탕양은 곁에 그녀가 있다는 사실에 익숙해졌다는 것을 깨닫고, 그녀와 함께 하기로 결정해 그녀를 아내로 맞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탕양이 그녀를 아내로 맞이하겠다는 그 순간 그녀는 마치 활짝 핀 복사꽃처럼 웃으며 탕양에게 폴짝 뛰어올라 큰 소리로 외쳤다. 미친 건가 싶을 정도였던 게 기억났다.하지만 그런 변고가 있고 탕양이 그녀에게 가서 ‘혼인할 수 없게 되었다, 다른 여자를 아내로 맞아야 한다’고 했을 때 웃음기가 싹 가시고 그녀의 눈에서 죽음 같은 절망을 보았다.그녀는 설명을 원했지만 탕양은 하지 않은 채 미안하

  • 명의 왕비   제 2344화

    “미안하다?” 그녀가 더욱 짙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당신은 저한테 미안하지 않아요. 그때 전 멋대로에 무지했으니까 반대로 지금은 안 그렇죠. 제가 오히려 당신의 3년을 엉망으로 만들었으니 제 쪽에서 미안하다고 하는게 맞죠.”그녀의 이 말은 쉼표 하나까지도 탕양의 가슴을 찌르며 뭔가가 짓밟고 지나가는 듯한 알 수 없는 고통이 느껴졌다. 탕양은 오래 말없이 그저 그녀를 바라보기만 했다.일곱째 아가씨는 차를 내오더니 천천히 마셨다. 장사 바닥을 누비는 동안 감정을 안으로 감추는 것에는 입신의 경지에 이르러 예의 바른 엷은 미소를 띤 것이 그 얼굴에서 조금의 상처나 고통도 찾을 수 없었다.“내가 미워?” 한참 있다가 겨우 목이 메인 채 물었다.일곱째 아가씨는 성심껏 답했다. “당신에게 감사해야 마땅하죠. 저에게 남녀 간의 정을 가르쳐 주셨으니까요. 하지만 이 세상은 허망한 꿈에 불과하니 꿈에서 깨야 비로소 착실하게 산다는 것도 말이죠. 전 지금 잘 지내요. 집 안에 갇혀 지내지 않고 세상을 마음껏 다니면서요.”탕양은 사랑의 눈빛을 거두고 마음에 없는 소리를 했다. “그래, 그거 잘 됐군.”“더 할 얘기 있나요?” 그녀가 고개를 들어 달빛을 보다가 말을 이어갔다. “시간이 늦었군요. 봐야할 장부가 남아있어서.”즉 이제는 가란 소리다.탕양은 가고 싶지 않지만 더 있어도 변할 게 없다. 하지만 탕양은 더 있고 싶었다.“두 마디만 더 물어봐도 돼?” 탕양이 그녀에게 물었다.일곱째 아가씨가 웃었다. “당연히 가능하죠. 서로 아는 사이에 당신과 제가 원한 맺힌 사이도 아니고, 만약 좀 일찍 명함첩을 보내셨으면 분명 사람을 시켜 주안상을 보게 해서 같이 몇 잔 하며 경박했던 지난 날을 추억했을 텐데 말이죠.”탕양이 어색하게 물었다. “그동안 경성에 돌아왔었어?”“매년 왔죠.” 그녀가 말했다.“계속 당신이 죽은 줄 알았는데 당신이 안 죽었으니 기뻐.”일곱째 아가씨는 탄식하며 약간 측은한 눈빛으로 말했다. “당신이 신경 쓰

  • 명의 왕비   제 2345화

    일곱째 아가씨가 정국부인을 부축해 앉게 해드리고 정국부인 뒤로 돌아가 어깨를 주물러주었다. “이렇게 늦게까지 안 주무시고 도둑처럼 몰래 숨어서 들으셔야 하다니, 너무 재미없는 거 아닌가요?”“그러니까 맞아 아니야?” 정국부인이 화를 내며 빠른 손놀림으로 뒤를 치며 말을 이어갔다. “주무를 필요 없어, 앉아, 어디 얼굴 좀 보자, 거짓말 하나 안 하나, 오늘 너 반드시 대답해야 하는 줄 알아.”일곱째 아가씨가 돌아와 앉아 정국부인을 바라보았다. “뭐 이리 급하세요? 말씀 안 해드릴 것도 아닌데. 막 얘기하려고 했어요.”“그럼 얘기해 봐, 뭐라고 한 게야?” 정국부인은 정말 딸에게 지팡이로 머리 한 대 팍 내리쳐서 딸자식 하나 없는 셈 칠까 싶었다.일곱째 아가씨가 웃으며 말했다. “전에 그 사람과 같이 있었냐고 엄마가 물으시는 거면 그건 맞아요. 하마터면 엄마 사위가 될 뻔 했죠.”정국부인이 발을 굴렀다. 아이고, 하마터면이라니 하마터면이 뭐야, 하마터면이 아니면 지금 외손자를 몇이나 안아볼 게 아냐?“하나부터 열까지 한 자도 감추지 말고 전부 말해.”일곱째 아가씨가 말했다. “네, 뭘 그리 재촉하세요? 말하려고 하잖아요. 노마님 성격이 이렇게 급하시면 안되죠. 그러다 풍 와요, 그럼 누가 엄마를 돌볼 건데요? 전 경성에 남아서 엄마 돌보기 싫어요.”정국부인은 이렇게 질질 끄는 말을 듣고 정말 피를 뿜을 듯이 그녀의 머리를 몇 대고 세게 때리는데 일곱째 아가씨가 용서해달라고 빌자 그제서야 멈췄다.일곱째 아가씨는 머리를 만지며 애원했다. “그때 그냥 그 사람을 좋아한 게 아니라 그 사람을 2~3년 따라다녔어요, 그런데 소꿉친구가 나타났죠. 그리고 전에 그 사람이 그 여자의 눈을 멀게 해서 시집도 못 가게 했다는 거예요. 그래서 절 아내로 맞지 못하고 그녀와 혼인했죠. 전 자존심이 상해 견딜 수가 없어서 부 선생에게 그 사람한테 가서 내가 자살했다고 하라고 했죠. 오래오래 죄책감에 시달리라는 작은 복수로. 이렇게 된 거예요.”정국부인

  • 명의 왕비   제 2346화

    정국부인이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투로 말했다. “왜냐면 너도 앞으로 나이가 들 거고 침대에 누워 움직이지 못하게 될 테니까. 그땐 누가 널 돌봐줘? 곁에 가족이 아무도 없으면 죄다 하인들 손에 맡길래? 언젠가 네 은자도 다 사라지는 그런 참담한 마지막은 두렵지 않아?”“만약 그런 문제면 간단한 거 아니에요? 제가 내일 아무나 데려다 아이를 한 무더기 낳은 뒤 나이가 들면 걔들이 절 봉양하게 하면 되잖아요?” 일곱째 아가씨가 웃으며 말했다.정국부인은 일곱째 아가씨의 머리를 몇 대 때리며 긴 한숨을 쉬었다. “난 늙어서 더는 너한테 간섭 못해. 탕양은 좋은 아이야. 너희들이 같이 할 수 있다면 같이 지내려무나. 아니면 네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난 계속 너에게 혼인을 제시할 거야. 가업이 너한테는 소중할지 몰라도 난 아니야. 많이 먹든 적게 먹든 여태까지 잘 지냈잖아? 하지만 여자는 평생 누군가의 지극한 사랑을 받아야 비로소 완성되는 거야, 네 아빠는 엄마에게 평생 잘 했어. 지금도 생각나, 그이에게 시집올 수 있어서 참으로 행복했지. 엄마는 네 아빠 같은 그런 남자가 널 아끼고 사랑하고 보호해 주길 바래. 그럼 엄마는 죽어도 눈을 감을 수 있을 거야.”일곱째 아가씨는 엄마 품에 엎드려 엄마 목을 끌어안고 코가 맹맹한 채로 말했다. “엄마, 우리 아빠는 둘도 없는 사람이에요, 이 세상에서 아빠 같은 사람은 다시 찾을 수 없어요. 아쉽다고 아무 하고 결혼하고 싶지 않아요. 좋은 남자를 찾으면 시집갈게요. 저와 탕양은 지금 원한도 없지만 시간을 되돌릴 필요도 없어요. 딸이 편하게 평생 살게 해주세요. 네? 다음 생에는 뭐든 엄마 말 다 들을게요.”정국부인이 이 말을 듣고 코가 시큰해졌다. 딸이 고집이 세서 말로 설득되지 않을 걸 알고는 있지만 시집가는 꽃가마에 묶어 둘 수는 정녕 없는 걸까?“됐다. 너 좋을 대로 해. 다그치지 않으마. 앞으로 날 피할 필요 없어. 시간 나면 자주 오너라, 엄마가 이제 늙어서 1년엔 한번씩만 오면 몇 번 못 볼 거 같아.

  • 명의 왕비   제 2347화

    탕양이 돌아간 뒤 일곱째 아가씨와의 일은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고 원경릉도 묻지 않았다. 하지만 탕양이 이전에 풍기던 무거운 기색이 없어진 것으로 볼 때 아마도 마음 속의 큰 짐을 내려놓은 것 같다.일곱째 아가씨가 죽지 않은 게 탕양의 인생 전체를 가볍게 만들었다.우문호는 오히려 탕양이 일곱째 아가씨와 다시 만날 기회가 있을지 살짝 물었고, 탕양은 다음 생에는 최대한 일찍 만나겠다고 했다.우문호는 좀 아쉬운 게 만약 자신과 원 선생이었으면 어떻게든 다시 되찾아와서 죽어도 손을 놓지 않을 텐데 말이다.하지만 탕양의 일이니 우문호도 어쩔 수 없는 게 다 큰 어른이 자기 감정은 자기한테 생각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원경릉의 경호 계산은 초보적 단계로 성과가 있었는데 만두가 외삼촌에게 얘기해 편차를 보는 게 주 목적으로 다시 실험을 시작하기로 했다.사식이가 지금 회임한 상태로 서일은 경호에 갈 수 없어서 귀영위를 몇 명 보내고 그 중 두 명이상황을 보고하는 책임을 맡았다.경호는 전에 물건을 보내고 받을 수 있었으나 나중에 어떤 이유에서 인지 보낸 물건을 받지 못하게 되었다. 지금 원경릉은 대략 추측해 보면 당시 비교적 길게 멈춰 있던 교점을 만났던 것으로 그때 소용돌이가 적어서 경호에 물건을 떨어뜨려도 소용돌이를 향해 떨어뜨리지 않았고 오빠가 보낸 물건도 임의로 서교산 호수에 안에 놨을 뿐이란 결론이다. 원경릉의 가설은 이렇다. 일종의 알 수 없는 중력장이 있어, 지구가 공전 궤도상에서 주기적 운행을 할 때 지구가 받는 중력장 작용으로 주기적으로 변화한다. 이 변화로 인해 경호 시공간의 문에 편차가 생기거나 변동이 일어난다는 것이다.그래서 원경릉이 지금 하고자 하는 것은 소용돌이가 안정적으로 어떤 일정한 시공간으로 통하는지 여부를 관찰하는 것으로, 중력장이 다시 주기적 변화를 일으킬 때에 맞춰 다음 단계 실험도 진행할 예정이다.원경릉은 지금 이 알 수 없는 중력장이 존재하는 이유를 모르는 데다 어쩌면 다른 천체 활동과 연관되었을 수도 있어 현재와 같

  • 명의 왕비   제 2348화

    냉정언이 홍엽에게 말했다. “오직 하나의 원인이 있을 뿐입니다. 그 무당들은 전부 당신 아버지가 보낸 사람들로 그들은 정통 무당이 아니라 남강 북쪽의 신앙을 따르지 않는 거죠.”이렇게 말하니 홍엽이 비로소 확 이해가 됐다. 그런 방식을 아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명원제는 냉정언을 평강후(平疆侯)로 봉하고 그를 남강으로 함께 보내, 뒤에서 계략을 짜서 최대한 빨리 남강 남북의 전쟁을 그치게 할 것을 명했다.냉정언은 홍엽, 못난이와 같이 출발했는데 3천 명의 북군영 군사를 전진장군이 통솔해 같이 가며 남강에서 순왕과 합류했다.만약 이런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으면 북당에게도 좋고 남강 남북에도 좋은 일로 최고의 해결 방식이다.내란은 군사를 쓸 필요 없다. 한 집안인데 무장 충돌없이 평화적으로 교섭하면 되기 때문이다.냉정언이 출발한 뒤 늑대파 어떤 사람이 이리떼를 몰고 수도권에서 남강 방향으로 갔는데 3천 마리의 늑대는 전부 회색 늑대로 경단이의 눈 늑대가 무리를 데리고 군대와 같이 질서정연하게 빠른 속도로 움직였다. 늑대 부대는 이틀이 못돼 냉정언을 따라잡아 냉정언과 사람들이 화들짝 놀랐다.냉정언의 안색이 변하는 것을 보고 홍엽이 악의적으로 웃는데 냉정언은 겁나는 게 아무것도 없을 줄 알았더니 이리떼를 보고 놀란 단 말이지?이리 나리는 늑대들 훈련을 마치고 만두 늑대와 찰떡이 늑대를 데리고 경성으로 돌아가 어린 아내 우문령을 맞으러 갔다. 우문령은 안색이 발그레하고 윤이 나는 데다 살도 좀 오른 것 같아 이리 나리는 기분이 좋아져서 원경릉에게 지폐 두 장을 식비로 내줬다.원경릉이 굉장히 좋아하며 배웅하는데 손을 흔들며 공주에게 자주오라고 했다.우문호는 원경릉과 이 지폐를 나누고 싶어서 지금 자신에게 작은 조정이 있지만 쓸 은자가 없어 참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원경릉이 생각해 보더니 우문호에게 비자금 금고를 만들어 주고 앞으로 은자를 쓸 때 비자금 금고에서 꺼내라고 했다.오랜 시간만에 드디어 자기 비자금 금고를 가진 우문호는 자신이 드디어 가

  • 명의 왕비   제 2349화

    황후의 침대에는 이미 두 명의 어의가 와 있고 황귀비와 호비는 회임한 상태라 적귀비가 문병을 왔다. 그 김에 어의의 진맥 결과를 듣고 폐하께 보고 하려고 기다리고 있었다.원경릉이 적귀비를 보고 일단 어의에게 물었다. “황후 마마 상태는 어떠십니까?”어의가 앞으로 나와 예를 취하며 대답했다. “태자비 마마께 아룁니다. 마마의 얼굴에 황달이 있고 몸에 부종이 있으며 간 쪽이 굳어서 붓고 아픈 게 짐작컨데 간기울혈로 기혈이 이어지지 않아 오장육부가 상한 것 같습니다.”원경릉이 이 말을 듣고 약 상자를 들고 갔다. 황후를 봤을 때 약간 놀란 것이 사람이 완전히 말랐고 눈두덩이가 온통 황달이고 이불로 몸을 덮고 있어도 배가 불러온 걸 알아챌 수 있었다. 황후의 의식은 또렷했지만 지쳐 있어 원경릉이 오는 걸 보고도 눈빛에 변화없이 쓱 한번 보더니 원경릉 뒤에 제왕을 바라봤다.방명전에 갇힌 뒤로 아들을 본 적이 거의 없는데 전에는 응어리가 있었지만 지금은 병석에 누워있는 마당이라 자신이 지난날 집착했던 게 한스러웠다. 절박하게 아들을 바라보며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제왕은 눈물을 머금고 황후의 손을 잡고 위로하며 원경릉에게 치료받도록 설득했다. 황후도 동의했다.원경릉이 우선 심장과 폐 소리를 듣고 다시 간 쪽을 누르며 물었다. “마마, 아프십니까?”황후가 미간을 찡그리며 가느다랗게 숨을 몰아쉬었다. “아파!”원경릉이 다시 부어오른 복부를 누르며 물었다. “여기는? 아프세요?”황후가 역시 방금 아파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아파!”원경릉이 황후의 두 다리를 검사하고 다리 부종이 비교적 심각한 것을 보고 눌러보니 탄력이 없어 다시 되돌아오지 않았다.복부에 물이 찼고 다리가 부었으며 간복부에 동통이 있고 얼굴색과 눈두덩이에 황달이 있는 것으로 볼 때 기본적 진단은 간에 복수가 찬 것이다.원경릉이 방명전에서 시중을 드는 하인들에게 물어보니 황후가 지난 한두 달 전부터 소화가 잘 안되고, 피를 토하거나 피가 섞인 변을 봤으며 설사도 비교적 심했다고 했다

  • 명의 왕비   제 2350화

    황제와 황후는 오랫동안 만난 적이 없고 황후는 명원제가 철저하게 자신을 냉대하고 미워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마음을 접었다. 그런데 오늘 모두가 찾아와도 진정으로 눈물 흘린 적이 없던 황후가 밖에서 황제의 가마가 도착했다는 말을 듣고 순간 눈물이 비 오듯 쏟아지며 소리 없이 통곡하는데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명원제는 도무지 오랜 시간 부부의 정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게 황후의 이런 모습을 보니 마음이 너무 괴로워 침대맡에 앉았다.황후가 점점 더 가슴 찢어지게 통곡했다. “폐하, 아직도 신첩을 기억하고 계십니까? 아직도 신첩이 미우십니까?”명원제가 손을 뻗어 황후의 눈물을 닦아주며 입을 열었다. “다 지난 일이니 당신은 몸조리해야지.”“신첩이 잘못했습니다. 신첩이 정말 잘못했습니다.” 황후의 손이 죽어라고 명원제의 팔목을 가져다 자신의 심장을 누르며 우느라 숨을 제대로 쉬지 못했다.모두가 이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려 왔다. 원경릉은 우문호 품에 안겨 제왕을 보니 제왕은 휘장 앞에 쪼그리고 앉아 눈물을 참지 못하고 곁에 있는 원용의의 눈시울도 붉어졌다.황후는 한바탕 운 데다 약을 복용해서 천천히 잠이 들었고, 적 귀비가 이미 보고했지만 명원제가 일어나 원경릉과 어의에게 황후의 상태를 다시 자세하게 다시 물었다.어의가 기본적인 상황이 이미 최악의 단계로 복수가 심하다고 얘기했기 때문에, 원경릉도 좋아질 거라고 보증할 수 없는지라 시간을 끌 수 있는 대로 최대한 끌뿐이라고 했다.명원제가 듣더니 아무 말 없이 손을 내젓고 모두 물러가게 했다.명원제는 황후 곁에서 반 시진 정도 얘기하고 자리를 떴다. 근래에 황후가 무슨 잘못했든 역시 목숨을 잃는 걸 원하지 않는 게 부부의 정이다.날이 어두워졌을 때 우문호 부부는 궁을 떠나 집으로 돌아왔다.종일 피곤한 상태로 집으로 오자 우문호가 자동으로 원경릉을 안마해 주며 속삭였다. “고생했어.”“고생은 무슨? 일곱째와 여덟째를 보니 마음이 너무 안 돼서 그렇지.” 원경릉이 한숨을 쉬었다

Pinakabagong kabanata

  • 명의 왕비   제3397화

    우문호 일행은 강북부로 향하는 내내 북방의 풍경과 풍속을 경험했다. 그로 인해 속도는 매우 느리긴 했지만 말이다.그날 밤, 우문호는 갑자기 악몽에서 깨어나 온몸에 땀을 흘리며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그의 얼굴에는 공포가 가득했다.그러자 원경릉이 벌떡 일어나 그를 껴안으며 물었다.“무슨 일이오? 악몽을 꾼 것이오?”우문호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아직 날씨가 덥지 않은 데다가 북방에 있어 오히려 날씨까지 쌀쌀했기에, 그는 아직도 악몽이 생각나는 듯, 창백한 표정을 지은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꿈에서 셋째 형님이 피투성이인 채 죽어가고 있었소…”원경릉은 그저 꿈이라 생각하고 위로해 주려 했지만, 이내 우문호의 강한 감응 능력을 떠올렸다. 갑자기 나타난 이 꿈이 형제간의 영적 감응일지도 몰랐기 때문이다.우문호도 점점 불안한 생각에 빠졌다.“강북부가 비록 평온해 보여도 사실 북당에서 가장 복잡한 곳이오. 온갖 사람들이 섞여 있고, 북막도 호시탐탐 노리고 있네. 게다가 셋째 형님도 무모한 사람이니, 진짜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닐지 걱정되오. 원 선생, 어서 빨리 가야겠소.”원경릉이 서둘러 옷을 입으며 말했다.“아니, 내가 먼저 가겠소. 정말 상처를 입었다면, 내가 가야지 도움이 되지 않겠소? 게다가 난 빨리 갈 수 있잖소.”“좋소. 그럼 먼저 가시오. 우리도 곧 출발하겠소.”우문호는 너무 생생한 꿈 탓에, 더 이상 천천히 갈 수 없었다.“사람을 불러야겠소.”원경릉은 재빨리 옷을 입은 후, 우문호에게 포옹하고 이마에 입을 맞췄다.“먼저 가겠소.”“조심하시오.”우문호가 말을 다 끝내기도 전, 원경릉은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원경릉이 사라지자마자 우문호는 방 문을 두드리며, 출발하자고 소리쳤다.우문호의 소리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 이 밤중에 출발이라니, 무슨 큰 일이 생긴 걸까?이때 수보가 겉옷을 걸치고 나오며, 우문호의 팔을 잡고 물었다.“무슨 일입니까?”우문호가 답했다.“나도 모르네. 하지만 셋째 형님에게 무슨 일

  • 명의 왕비   제3396화

    스무 명이 넘는 자 중 단 한 명만 생포하고 나머지는 전부 섬멸되었다.안왕은 재빨리 위왕의 혈을 눌러 지혈한 후, 중상을 입은 위왕을 데리고 저택으로 돌아왔다. 먼저 의원을 찾으러 간 사람이 있었기에, 의원은 이미 저택에 도착해 있었다. 이때 안왕이 피투성이가 된 채, 의원의 옷깃을 움켜잡았다.“살리시게, 살려야 하네. 꼭 살아야 하네.”의원이 바로 약상자를 내려놓으며 말했다.“진정하십시오.”의원이 위왕의 옷을 가위로 자르자마자, 상처가 바로 드러났다. 다행히도 먼저 지혈한 덕분에 저택까지 돌아올 수 있었다.하지만 심각한 부상 상태와, 깊은 복부의 자상 때문에 장기를 다친 것으로 판단한 의원은 간단한 처리를 마친 후, 안왕에게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소인의 의술이 부족한 탓에, 치료를 감당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경성에서 다치셨다면, 희망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강북부는 의료가 낙후된 지역이다. 비록 혜민서를 설립한 이후 의사를 집중적으로 양성하긴 했지만, 경성에 비하면 여전히 많이 부족했다.안왕이 숨을 헐떡이며 눈에 핏줄을 세우고 소리쳤다.“중상을 입었는데 어찌 도성으로 돌아가란 말인가? 긴 여정을 견딜 수 있을 것 같은가?”의원이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그것도 참 문제입니다. 황실 친왕이 자금단을 가지고 계신다고 들었는데, 혹시 저택에 있습니까?”“없네!”안왕은 위왕의 호흡이 점점 미약해지는 모습을 보며 절망감에 휩싸여 털썩 주저앉았다.“내가 갖고 있던 자금단은 이미 먹은 지 오래된 것이네.”“경성… 경성으로…”의식을 잃은 위왕은 그저 경성이라는 말만 중얼거렸다.안왕은 눈물을 닦으며 무릎을 꿇었다.“형님, 조금만 더 버티십시오. 의원이 약을 썼으니, 황후가 오실 때까지 며칠만 버티십시오.”심각한 상황이니, 경성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돌아가려면 최소 일주일 이상은 걸리지만, 황후는 아마 사흘 안에 도착할 수 있었다. “경성으로……”위왕은 의식을 잃기 전까지 계속해서 경성을 찾았다. 그곳은 그가 너무

  • 명의 왕비   제3395화

    위왕은 마음속에 또 하나의 걱정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다섯째가 곧 강북부에 오는 것이었다. 비록 이 일은 소문내지 않았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순행했으니, 소문이 새어나가게 마련이다.설령 그가 강북부에 온다고 밝히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의 최종 목적지가 강북부라는 것은 바로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북막인들이 다섯째에게 해를 가하려는 것은 아닐지 걱정되었다.아무래도 단 한 순간도 북막인의 야심은 멈춘 적 없었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는 방심하지 않고, 허점을 찾아내겠다는 결심을 다지며 이들을 감시했다. 확실한 증거가 없는 어디까지나 본인의 추측일 뿐이기에, 그는 이 일을 아직 넷째에게 말하지 않았다. 섣불리 말을 꺼냈다가, 그들이 진짜 금나라 상인이라는 것이 밝혀지기라도 한다면, 두 나라의 사이만 영향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비록 무장이지만, 외교적인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아주 작은 불씨라도, 마음먹은 자가 부추기면 걷잡을 수 없는 큰불이 될 수 있는 법이기에, 섣불리 행동해서는 안 되었다. 그리고 감시 끝에 마침내 이상한 점을 포착했다. 처음엔 열댓 명 정도였던 이들 무리는 이틀 사이 스무 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새로 온 자들은 앞선 사람들과는 다르게, 군인이라기보다는 강호 인사의 분위기를 풍겼으며, 무공 또한 약하지 않아 보였다.위왕은 경계심을 품고, 밤새 직접 사람들을 이끌어 조사에 나섰다.앞서 만났던 금나라 사람들은 여전히 질문에 순순히 응했지만, 새로 온 강호인들은 거만한 태도를 보였다. 위왕의 질문에도 그저 시큰둥한 태도만 보이며 북당인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위왕은 건방진 그들의 태도에, 몇 마디 호통을 쳤고, 그 모습에 강호인들은 참지 못하고 바로 위왕에게 손을 쓰려고 했다.위왕은 조사하기 위해 온 터라, 데리고 온 부하도 단 몇 명 뿐이었기에, 상대가 일반적인 조사에도 이렇게 쉽게 공격하려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앞서 온 금나라인들이 말리려 했지만, 그들이 손을 쓰자, 사태가 수습되지 않을 것을 알았다. 그리고

  • 명의 왕비   제3394화

    남강에 며칠 머무는 동안, 아홉째와 함께 남강의 풍경을 둘러보고, 북강에도 다녀왔다.지금 북강 백성들은 조정에 대한 소속감이 아주 강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남강을 다스린 정책이 정말 훌륭했기에, 백성들 모두 좋은 날을 보낼 수 있었기에, 자연스레 황제에 대한 존경심도 깊어진 것이었다.황제와 황후가 지나가는 곳마다 백성들은 길가에 모여서 열렬히 환영했다.그들은 이번 순행 내내 오계부에서 신분을 밝힌 것 외에는 항상 미복으로 다녔다. 하지만 남강에서 우문호는 황제의 신분을 드러냈다.우문호는 백성들의 신뢰와 경외심에서 큰 성취감을 느꼈고, 매우 기뻤다. 그는 줄곧 원경릉의 손을 잡고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과거 북강은 방어를 위해 무술 함정이 많았지만, 이제는 모두 제거되었다. 그리고 많은 백성이 산 아래 평원으로 이주하여, 새로운 마을을 이루었다. 정화를 구하러 왔을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기쁜 마음과 함께 우문호는 감사함도 느꼈다. 이것은 결코 그 혼자만의 공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남강을 떠나야 하는 날이 다가오자, 원경릉은 만아와 여덟째를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곧 변성으로 가야 했기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잠시였다. 남강을 벗어나자마자, 그녀는 아이들과 만날 생각에 들뜨기 시작했다."원 선생, 그들에게 말했소?"길에서 우문호가 물었다."아니, 몰래 가는 것이오."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교활하구먼. 그래도 만두가 이미 알려줬을 수도 있을 텐데."지금은 경단과 찰떡, 그리고 계란이 셋만 그곳에 있었다."셋이 다섯 개 성을 다스린다니, 분명히 힘들 것이오."원경릉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소.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졌네. 이제는 태평해 보이니."우문호도 아이들이 안쓰러웠다."이번에 가서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충분히 쉬게 해줘야 하오."사실 성하나를 다스리는 것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점 없이, 매우 힘든 일이었다.한편, 강북부에서는 최근 강북부 무구산 주변에 신비한 상단

  • 명의 왕비   제3393화

    그러자 홍엽이 그를 바라보며 멈칫했다."자네가 중매를 서겠다고?""안 되오?""말도 안 되는 소리 말게. 자기 혼사도 해결 못 하는데 중매는 무슨. 난 못 믿네!"냉정언이 어깨를 으쓱였다."못 믿으면 말고. 이래 봬도 내가 명문가 아가씨나 협녀를 많이 알고 있소."홍엽은 손으로 그의 목을 움켜잡으며 소리쳤다."알고 있는 아가씨가 있으면 진작 말했어야지! 경성으로 돌아가자마자, 당장 소개해 주시게!"냉정언은 웃으며 그의 손목을 옆으로 밀어냈다."중매 값이 워낙 비싸서. 십만 냥 아니면 쉽게 안 나서오.""돈이 대수요?"홍엽이 교활하게 웃으며 말했다."우린 지금 한집에 살고 있소. 그러니 자네가 돈을 어디에 숨겼는지, 다 알고 있네. 그동안 꽤 많이 챙겼으니, 돌아가서 돈은 두둑이 주겠네."그 말에 냉정언이 깜짝 놀랐다."내 돈을 노리고 있었소? 진짜 도둑을 집에 들였군! 늙어서 쓸 돈이네, 그 돈을 혼사에 쓸 생각은 하지 마시오!""명여가 우리를 챙길 테니, 그렇게 쩨쩨하게 굴지 마시오."홍엽이 새침하게 말했다."나도 돈이 많소. 다만 남의 돈을 쓰는 게 훨씬 재밌을 뿐이네."냉정언이 숨을 들이쉬었다."안 되겠네. 경성에 돌아가자마자 자네를 쫓아내야겠소."홍엽이 말했다."쫓아낼 수 있으면 쫓아내 보시게. 게다가 자네가 나를 청할 때, 뭐라고 했는가? 얼마든지 살아도 된다고 했잖소. 이제 와서 후회하는 것이오?""이야, 홍엽, 어찌 이리 뻔뻔스러워진 것이오?""뻔뻔하지 않으면, 어찌 당신 집에서 이렇게 공으로 먹고살 수 있겠나?"홍엽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수보, 신을 모시는 건 쉬워도 보내는 건 어렵다고 하잖소. 이미 집안에 들어갔으니, 쫓아내기는 힘드네. 후회해도 소용없소. 수보의 등골 빼먹다 죽을 것이오. 관에 수의까지 얻어 쓸 생각이라, 죽으면 자네가 장례식까지 마련해줘야 하네."수보는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애써 이를 악물며 말했다."진짜 뻔뻔하오!"홍엽은 박장대소했다.멀리 복도 끝에

  • 명의 왕비   제3392화

    “예, 그립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놀고 싶기도 합니다.”그는 말하다가, 갑자기 신이 난듯 몸을 들썩이며 말을 이어갔다.“여긴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홉째와 나가면 큰 산도 있고, 꽃도, 나무도 많습니다. 물고기도 많고, 사람도 많고, 뭐든지 엄청 많았습니다.”우문호는 웃으며, 못내 안쓰러움을 느꼈다. 예전에 그를 궁 안에 가두고, 거의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그를 데리고 나가는 것도 신경 쓰였다.“이곳이 마음에 들면, 좀 더 오래 있어도 된다.”우문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예, 정말 좋습니다. 다만, 형님과 형수님이 그리웠습니다. 이렇게 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여덟째는 흥이 오른 상태로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어서 들어가시지요! 아홉째가 형님이 내일 오신다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그는 뒤돌아 원경릉에게 외쳤다.“형수님, 빨리 따라오십시오. 맛있는 거 많습니다.”미색은 웃으며 꾸짖었다.“이 무심한 녀석, 다섯째 형수님만 챙기고, 여섯 형수가 배고픈지는 묻지도 않는 것이냐?” 여덟째는 그제야 미색을 본 듯,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여섯째 형수님도 오셨습니까? 여섯째 형님도 오신 것입니까? 와, 너무 좋습니다!”“질투하다니?”원경릉은 미색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미소를 지었다.“여덟째는 너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아유, 참!”미색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여덟째는 바로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항상 그림과 책자를 선물하는 여섯째 형수님도 좋아했기 때문이다.그는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그... 그럼 같이 드시지요. 음식 많습니다.”“장난이다. 난 질투 안 해.”미색은 기쁘게 말했다.여덟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고, 다들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원경릉이 만아에게 말했다.“정말 이곳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구나. 예전보다 훨씬 활발해졌고, 말도 많이 하네. 이 모든 게 아홉째 덕분이다.”만아는 웃으며 말했다.“예, 둘이 시간이 날 때마다 밖으로 나가, 더

  • 명의 왕비   제3391화

    원경릉은 발끝을 들어 그의 뺨에 입을 맞추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우문호는 그런 그녀를 와락 끌어안으며 말했다.“원 선생, 행복하오?”“행복하오.”“하하하. 지금이 아닌, 나와 함께했던 모든 날이 행복했냐고 물어보는 것이오.”“모든 순간이 당연히 행복하고, 기쁘오!”원경릉은 스스로를 자조하듯 웃었다.“나 같은 집순이가 이렇게 결혼생활이 행복할 줄 누가 알았겠소?”한때 그녀는 자신이 평생 결혼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고, 사랑 없는 삶도 부족함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녀는 사랑을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었지만, 사랑은 사실 정말로 중요했다.산꼭대기에 앉아,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었지만,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의 풍경을 눈에, 그리고 마음에 깊이 새기고 싶었다.그리고 함께 늙어간 후, 다시 천천히 되새기고 싶었다.영산에서 내려온 후, 그들은 다시 여정을 이어나갔다. 이번 목적지는 바로 남강이었다.명절이 지난 뒤, 아홉째는 여덟째를 데리고 먼저 남강으로 돌아갔다. 다들 그가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남강 땅은 오랜만이었다. 마지막으로 발을 디딘 건, 정화를 구하러 갔을 때였다.남강으로 가는 내내 홍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냉정언이 물었다.“남강에 가면, 못난이를 만날 것이오?”“만나야지.”홍엽이 답했다.“물론 만나야지!”못난이는 오랜 시간 그와 함께했던 사람이니, 만나야 했다. 못난이가 종종 편지를 보내오긴 했지만, 자기 상황은 거의 말하지 않았다.반면 아홉째는 편지에서 북강의 소식을 자주 전해주었다.지금의 남강은 어느 정도 통일되어 있었고, 북강과 남강도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그동안 이익 문제로 양측의 왕래가 더욱 빈번해졌다.아홉째는 편지에서 못난이가 북강의 민심을 얻었고, 성격도 예전보다 훨씬 밝아져,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하다고 전했다.홍엽의 마음엔 기대와 기쁨이 섞여 있었다. 그도 지금 잘 지내고 있으니, 못난이도 잘 지내길 바랐다.우문호는 남강에서 돌아온 후, 변방으로 갈

  • 명의 왕비   제3390화

    그 일을 떠올리자, 꿈에서 본 일이라 그런지 마치 얼마 전에 있었던 일처럼 느껴졌다.그때 그들은 죽을 만큼 힘든 소년들이었는데, 지금은 한없이 한가한 노인이 되었다.세월은 덧없이 흘러갔고, 그동안 그들은 많은 사람들을 잃었다.무상황은 자신의 황후였던 소봉을 떠올렸다.그들은 줄곧 전형적인 황제와 황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나라를 다스렸고, 그녀는 후궁을 다스렸다. 비록 그가 그녀를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많은 애정을 주지도 않았다.그렇게 평범하게 평생을 함께했지만, 그녀가 떠나는 날, 그는 마음속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듯한 슬픔을 느꼈다.평생 함께했던 사람이 자신보다 먼저 떠날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에 더욱 아팠다.세 사람은 한참 동안 넋을 잃고 있다, 다시 길을 나섰다.유아독존과 관련된 일이 생각보다 커졌지만, 모든 소란은 결국 가라앉게 될 것이다. 모든 소문도 점점 사그라들기 마련이니, 그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세 사람이 여행하는 영상이 점점 유명해지면서, 유아독존은 더 심하게 비난을 받았다.현실에서 함부로 욕설을 내뱉으면 얻어맞을 수도 있지만, 인터넷에서는 당당한 명분이 있었기에 악성 댓글을 다는 자들은 마음껏 욕을 퍼부었다.그리고 어느 날, 추 어르신이 오래도록 인터넷의 댓글을 훑어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는 이내 해가 지는 장면을 찍어 짧은 영상을 올렸다. 그리고 영상에 한마디만 덧붙였다.“분쟁 없이, 오직 평화만 있기를.”그는 모든 다툼이 끝나길 바랐고,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몰지 않기를 바랐다. 단지 말로만 승부를 겨루는 사람은 그들의 적이 아니기 때문이다.음... 무엇보다 적이 될 자격도 없었다!영상이 올라간 지 이틀 뒤, 유아독존은 마침내 사과 영상을 올렸다. 그는 질투와 시기로 무술을 모독한 것을 사죄했고,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직접 그들의 계정을 태그해 진심으로 사과했다.진심 어린 사과는 항상 용서를 가져오는 법이다. 그리고 악성 댓글을 달던 사람들도 마침내 욕설을 멈췄다.

  • 명의 왕비   제3389화

    삼대 거두는 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일어났고, 숙취에서 깨어나니, 이미 날이 밝아져 있었다. 그들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아, 눈앞의 모든 것이 몽롱해 오늘이 무슨 날인지조차 모를 정도였다.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며 하늘에 떠 있는 주황빛 구름은 점점 짙은 금빛으로 변했고, 금빛 가장자리에는 붉은색이 덧씌워져, 눈부시게 아름다웠다.소요공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꿈을 꿨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동시에 그를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물었다."무슨 꿈을 꿨는가?""꿈에서 숭이가 사내에게 속았는데, 우리가 직접 나서서 복수를 해줬다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놀라서 동시에 숨을 들이켜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귀신이 곡할 노릇이네."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깜짝 놀라 외쳤다."자네도 꾼 것인가?""그렇네!""그렇네!""설마 우리 셋이 똑같은 꿈을 꾼 것이오?"소요공도 깜짝 놀랐다.그 일은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었고, 어떻게 된 일인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할 정도였는데, 꿈에서는 그 장면 장면이 또렷하게 떠올랐다.그리고, 이 꿈은 당시 엄청난 부담을 받고 있던 그들에게 정말 훌륭한 감정 해소가 되었다. 그들은 모든 고통과 억울함, 스트레스를 주먹질로 시원하게 풀어냈다.한편, 무상황은 자신이 황후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때 무슨 상황이었는지 기억하는가?"추 어르신이 흥분한 듯 말했다."물론 기억은 나네. 당시엔 소봉이가 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적성루 사람들을 많이 그리워했네. 게다가 나도 자네들과 어울리느라 바빠서 황후를 소홀히 했네. 그래서 적성루 상궁과 숭이를 궁으로 불러, 이야기를 나누게 했지."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꿈속에서 다시 겪은 덕분에 자세히 생각났다.그때 어서방의 회의가 끝나고, 소복이 무심히 물었다."폐하, 황후 마마를 오랫동안 못 뵙지 않으셨습니까?"그는 소복의 말이 소봉을 보러 가자는 암시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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