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 336화

Author: 유애
손왕에 대한 손왕비와 원경릉의 생각

손왕은 목욕 하고 의관을 정제한 뒤 나타났다.

사실 손왕은 스스로가 좀 날씬하게 야윈 모습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아주 약간 빠져 보이긴 하다. 이만한 것도 대단하다.

“둘째 아주버님 의지가 아주 대단하신 데요.” 원경릉이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손왕는 바나나 같은 손을 휘휘 저으며, “신체를 단련하니 좋아, 좀 있다가 검술 연습도 해야 돼.”

원경릉이 의아해 하며, “검술을 연마하신다고요? 그럼 아주버님 오늘 운동량이 엄청 나신데요, 어쩐지 마르셨더라.”

“검술 연습은 필요해, 무공은 꾸준히 정진해야 하는 법이거든.” 손왕이 뻔뻔하게 허세를 부리며, “내가 검술 연습을 제법 하는 편이거든, 고수라고 칭할 만큼은 아니지만 다섯째랑 대련하면 별 차이 없을 게 틀림없어.”

손왕비는 차를 마시다가 뿜었다.

원경릉은 손왕비를 슬쩍 보고도 그녀가 손왕의 허세를 까발리는 타입이란 걸 알아챘다.

우문호의 무공이 어떤 수준인지 원경릉도 모른다. 그녀도 제대로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손왕비의 저 반응을 보니 다섯째의 무공이 뛰어난 게 틀림없다.

“왜 웃어? 설마 내가 다섯째에 못 미친다는 거야?” 손왕이 노발대발하며 손왕비에게 눈을 흘겼다.

“아니요, 어떻게 못 미칠 수가 있어요? 진짜 겨루면 다섯째도 당신의 적수가 못되죠. 당신 엉덩이 한쪽만으로도 다섯째를 깔려 죽게 할 수 있는 걸요.” 손왕비가 진지하게 말했다.

손왕은 씩씩거리며 나가버렸다.

원경릉이 손왕비에게, “형님은 왜 항상 아주버님을 그렇게 몰아붙이세요? 아주버님이 얼마나 어렵사리 투지를 가진 건데.”

손왕비가 가볍게 한숨을 쉬며, “어렵사리 투지를 가졌다고? 저이가 정말 투지가 있으면 나도 손왕 전하에게 그렇게 말하지 않죠, 그런데 저이는 투지가 없어요. 그저 외모만 살을 좀 빼고 싶을 뿐인데 바깥에 사람들은 저이를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죠.”

원경릉이 당황해서, “그 말은 어떻게 해석해야 될까요?”

손왕비가 한탄하듯, “이 많은 친왕들을, 친왕부에서의 일거수일투족을 누군가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명의 왕비   제 337화

    꽃 감상회의 목적며칠이 지나고 회왕이 입궁해 문안인사를 드릴 수 있게 되었다.명원제는 죽을 뻔했던 아들을 보고 감개무량한 나머지 노비 앞에서 원경릉에게 상을 내리도록 목여태감에게 명령했다.상금 천냥……짜리 약속어음 한 장.원경릉은 상금을 받는데, 주명취는 벌금이 만만치 않다.부상자의 약값과 의원비용, 간호비용 외에 조정의 명예를 훼손했기에 상당한 은자를 내야 했고, 성밖에 죽 배급소를 짓는 것 만도 족히 한달은 걸렸다.명원제 생각에 주명취가 저지른 모든 사건 중 가장 괘씸한 것이 바로 가짜 회임이다.비록 호되게 꾸짖었지만 후궁에 돌아가서 황후에게 한바탕 성질을 부렸다.황후도 당연히 주명취가 입궁해서 꾸중을 들었다는 말을 들었다. 주명취는 황후의 말에 억울했지만 감히 하소연 하지 못하고 그대로 다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주명취를 가장 힘들게 한 건 황후의 질책으로 제왕은 결국 주명취를 위해 한 마디 변명도 해주지 않고 나무토막처럼 서서 듣고 있었다.다시 이틀이 지나고 황후가 꽃감상 연회를 거행했다.귀족 집안의 부인들과 아가씨들이 입궁해 꽃을 감상하고 친왕비들도 당연히 체면을 위해서라도 출석해야 했다.원경릉도 옷을 갖춰 입고 출석했는데 원걸 일로 황제 폐하께 죄를 지었기 때문에 감히 경거망동하지 못하고 일반적인 황실의 연회가 그렇듯 원경릉은 착실하게 자리를 지키며 조용히 처신하고 있었다.초왕부를 나갈 때 우문호가 신신당부 하며, “만약 황후께서 너한테 ‘어떤 아가씨가 괜찮냐’거나 ‘어떤 아가씨가 마음에 드냐’고 여쭤 보시면 반드시 ‘전부 별로 마음에 안 든다’고 말해. 알았지?”원경릉이 의아해 하며, “나한테 그런 질문을 왜 해?”“하여간 그렇게 알고 있으면 됐어.” 우문호가 애매하게 얼버무렸다.원경릉이 가만히 곱씹어 보니 놀랍기 그지없는 게, “널 위해 후궁을 찾아줘야 한다는 말은 아니겠지?”우문호가: “일곱째한테만 찾아주며 좋은데, 네가 황후한테 밉보였으니 황후가 분명 나도 한 명 찾아주려고 할 거야.”“내가 언제 황후마마한

  • 명의 왕비   제 338화

    마차 전복 사건, 주재상과 희상궁의 만남서일이 머리를 감싸 쥐고 쫓겨나간 뒤 왕비의 마차를 몰아야 했다.원경릉이 마차에 앉아서, 서일이 뚱한 얼굴로 마차에 뛰어 오르는 것을 보고: “너도 따라 가?”“왕야께서 소인에게 마차를 몰아 마마 입궁하시는 거 모셔다 드리래요.” 서일이 웅얼웅얼 대답했다.원경릉이 웃으며, “왜 또 맞았어?”하지만 서일은 감히 원망하지 못하고, “소인이 입이 방정이라 걸핏하면 왕야 심기를 건드리네요.”원경릉이 가리개를 내리며 웃었다. 서일은 정말 매를 버는 존재다.서일이 몰래 가리개를 올리고 머리를 안으로 들이밀며, “왕비마마, 방금 물어보셨던 거기, 소인이 내일 모셔다 드리겠습니다.”왕야 모시기 어려운데 그래도 왕비마마 비위를 맞추면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기면 왕비마마께서 서일을 지켜 주실 것이다.희상궁이 혼을 내며, “네가 정말 살기가 싫은 모양이구나. 왕비마마께서 농담 좀 하셨기로 서니 네가 진심으로 받아들여? 밖에 가서 헛소리만 지껄여 봐라, 아주 혀를 잘라 버릴 테니. 왕야께서 걸핏하면 널 때리시는 게 다 이유가 있었네. 이 죽어 마땅한 놈아.”서일은 슬그머니 고개를 돌리는데 슬픔과 아픔이 고스란히 드러난다.요즘 자꾸 죄를 뒤집어 쓰는 게, 사고는 누가 치고, 심기는 누가 건드린 건데? 왜 맨날 내가 혼나는 거야!마차가 청조대로(青鳥大街)를 가는 도중 마차 바퀴에서 덜컹거리는 소리가 나는가 싶더니 ‘이랴’ 하는 목소리가 들리는데 원경릉이 뭔가 이상한 낌새를 채고: “서일……”갑자기 마차가 ‘꽈당’하는 거대한 소리를 내며 한쪽으로 쏠렸다.그나마 다행히 서일의 반응이 빨라서 바로 뛰어 내려와 한쪽을 받쳐 들고 다급한 목소리로: “왕비마마 빨리 내려오세요. 마차가 굴렀어요.”희상궁이 원경릉을 부축해 서둘러 마차에서 내리는데 예의를 차릴 게재가 아닌 게 서일이 받치고 있다가 그대로 넘어 지는게 아닌가 싶었다.두 사람이 모두 마차에서 내린 것을 보고, 서일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으나 괴로워하며 마차를 보

  • 명의 왕비   제 339화

    희상궁을 살려서 곁에 두는 이유“예, 오랜만에 뵙습니다. 재상 어르신은 안녕하시지요?” 희상궁이 말했다.“그래, 상궁은 지금 왕비의 시중을 들고 있다고?” 주재상이 인사말을 나누는 것 같지만 원경릉의 귀엔 상당히 화기애애하게 들렸다.“예!” 희상궁이 말했다. 희상궁은 내내 똑바로 주재상을 바라보지 않았다.반면 주재상은 계속 희상궁을 뚫어지게 쳐다본다.원경릉은 문득 자기가 곁다리란 생각이 들어 한걸음 물러났다.원경릉은 희상궁과 주재상 사이에 얽히고 설킨……과거가 있었음을 알고 있지만 구체적으론 잘 모른다.전에 원경릉은 두사람은 먼 옛날 관계라 여전히 서로가 마음에 있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특히 주재상은 지금 높고 막중한 권력을 가지고 있으므로, 젊었던 한 때 궁녀에게 설레고 두근거렸던 마음을 기억할 리가 없겠지?그러나 지금 주재상의 눈빛을 보니 그게 아닌 것 같다.마부와 서일이 마차를 한쪽으로 치우고 어찌어찌 길을 비킨 셈이 되었다.마부가 와서: “나으리, 가시지요.”주재상은 미소 띤 얼굴로 원경릉에게: “저는 먼저 가보겠습니다.”“재상 어르신 살펴 가세요!” 원경릉이 말했다.주재상은 바로 가지 않고 희상궁을 보는데 눈빛마저 온화하게, “희상궁 몸조심하게.”“재상 어르신 강녕하소서!” 주재상에 비해 희상궁은 딱딱하게 말하는 것이 냉담함이 도드라져 보였다.주재상은 또 그윽하게 희상궁을 쳐다보고 비로소 떠나갔다.마차에 올라 주재상의 가리개를 내리기 전에 희상궁을 한번 더 봤다.마차는 희상궁 곁을 지나는데 가리개는 다시 열리는 일 없이 서서히 사라졌다.희상궁은 고개를 숙이고 한쪽에 서 있는데 표정이 쓸쓸하다.서일이 마차를 고치고: “잠깐 궁까지는 모셔다 드릴 수 있겠습니다. 궁에 도착하면 소인이 다시 고치도록 하겠습니다.”원경릉과 희상궁은 다시 마차에 올랐다.희상궁은 가는 내내 말이 없고 원경릉도 묻지 않았다. 사적이고 은밀한 부분에 관한 일은 묻는 개 마땅치 않다.마침내 궁에 거의 다되어 갈 무렵 희상궁이 입을 열어: “

  • 명의 왕비   제 340화

    주재상에 대한 희상궁과 원경릉의 생각한참을 생각하더니 원경릉이: “그땐 감히 못 그랬죠.”“감히 못 하셨다고요? 이건 분명 제대로 된 이유는 아니군요.” 희상궁이 말했다.원경릉이 웃으며: “그래요, 확실히 제대로 된 이유는 아니네요.”하지만 이런 생각도 가능한 게 당시의 원경릉은 사면초가였거든.“그래서요?” 희상궁이 물었다.원경릉이 한숨을 쉬며, “모르겠 어요, 사람 인연이란 게 야릇해서 당시 내가 입궁할 때 전신이 상처투성이였는데 희상궁이 유일하게 나한테 잘해준 사람이었 거든요. 그거 영원히 기억할거예요.” 그런 희상궁의 배신을 겪었으니, 저 말은 확실히 앞 뒤가 맞는 말은 아니다.하지만 희상궁의 마음을 울렸는지 눈물 같은 것이 얼핏 비쳤다.“영원히.” 희상궁이 입술을 달싹거리며 쓸쓸하게 웃었다. “오래 전에 누군가 저에게 영원히 잘해주겠다고 했지요.”“그 사람 그러지 못했어요?” 원경릉이 물었다. 그 사람 혹시 주재상 아냐? 아니다, 주재상이 고작 궁녀 하나로 눈에 찰 리가 있겠어? “전 안 믿어요!” 희상궁이 실의에 찬 표정으로, “누가 믿겠어요? 그 사람은 어떤 분이며 제 신분은 또 어떤 데요? 안 믿어요. 쭉 사실여부를 모르는 게 좋아요.”슈뢰딩거의 고양이다.믿지 않고, 시도하지 않으면 답은 영원히 두 개로 남아 있다.원경릉은 탄식했다.“이번 생은, 이렇게 뭣도 모르고 지나갔습니다.” 희상궁이 조용히 말했다.“아름답고도 슬픈 옛날 이야기네요.” 원경릉이 말했다.희상궁이 웃으며, “그런 가요?” 아름답지 않다. 오직 당사자만 알 뿐이다. 조금도 아름답지 않다. 그 오랜 세월, 기나긴 고통을 희상궁은 하나하나 다 겪으며 지나왔기 때문이다.후회했지만 한없이 후회만 하고 있을 수 없었다.일단 끝없이 후회하기 시작하면, 수많은 헛된 마음이 들고 그러면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지금은 비록 뭣도 모르는 것처럼 이나마 한평생을 평안하게 아무 일없이 고인 물처럼 지냈다.원경릉이 분위기가 갑자기 애통해지는 것을 느끼고: “맞아

  • 명의 왕비   제 341화

    황후의 팔찌대낮도 아닌데 이렇게 촉박하게 연회를 거행하는 게 분명 황후에게 무슨 속셈이 있는 게 아닌가 의심이 들었다.원경릉이 왔을 때 손왕비는 이미 와있어서 원경릉에게 와서 인사를 했다. 원경릉이 보니 등불 아래 각양각색의 소녀들이 연지분을 바르고 그들의 노리개와 패옥에서 딸랑 거리는 소리가 난다. 저 멀리 주명취와 주명양 자매도 자리한 게 보인다.“오늘 밤은 정말 왁자지껄하네!” 원경릉이 말했다.손왕비가 웃으며: “당연히 왁자지껄하죠, 황후께서 친히 초대장을 보내셨는데 누가 감히 참석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대낮에 거행하면 좀 좋아요?” 원경릉이 말했다.손왕비가: “흠천감에서 앞으로 며칠간 계속 비가 오니 이 귀하신 아가씨들께서 젖으면 낭패고 황후마마도 성격이 급하셔서 자연스럽게 밤이라도 구애 받지 않으시는 거죠.”그렇게 된 거로 구나.손왕비와 원경릉이 앞으로 걸어가니 공주들이 거의 모두 출석해 있다.우문령은 원경릉이 즐거운 것을 보고 원경릉의 손목을 잡고, “가요, 우리 먼저 황후마마께 안부인사를 드리고 어마마마께 인사 드리러 가요.”“태후마마 오셨어요? 먼저 태후마마께 인사를 드려야 하지 않을까요?” 원경릉이 물었다.“태후마마는 안 오셨어요. 괜히 가서 나이 드신 분을 귀찮게 하지 말아요.” 우문령이 말했다.황후와 몇 명의 비빈은 화원 정자에 앉아 얘기를 나누고 있고, 우문령은 원경릉을 데리고 가서 문안인사를 드리고 손왕비는 아까 인사를 해서 따라가지 않았다.황후, 귀비, 현비, 덕비, 진비가 모두 있는 가운데 원경릉이 가서 일일이 인사를 드렸다.원경릉은 가장 최근에 혼인했고 초라한 후작 가문의 딸에서 일약 친왕비가 되었을 뿐 아니라, 황제 폐하와 태상황 폐하께서 소중히 여기시고, 소문에 부부 금슬도 좋다니 당연 주목의 대상이 되었다.현비를 제외하고 말이다.현비는 아무리 뜯어봐도 원경릉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출신이 문제인 게, 행동거지가 신분에 맞게 우아하지 못해서 망신스럽고 눈꼴사납다.예를 취하는 꼴도, 말본세도,

  • 명의 왕비   제 342화

    원용의와의 만남우문령이: “알아요. 다른 사람한테는 얘기 못하죠. 하지만 새 언니는 믿을 수 있으니까.”원경릉이 웃으며 이 아이는 정말 단순해서 둘이 그렇게 오래 만난 것도 아닌데, 이렇게 쉽게 사람을 믿다니 역시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하지만 한편으론 이 아이의 천진함에 감동했다.사람과 사람사이의 만남은 약간 단순해야 해야 하지만 황궁에서 자라고 있으니 단순한 건 치명적일 수 있다.“새언니, 어마마마가 언니를 완전 안 좋아해요. 다음엔 언니한테 도움이 될 말을 할까 봐요.”우문령이 말했다.원경릉이 웃으며 고개를 젓더니, “그럴 필요 없어요, 현비마마께서 나를 대하는 눈빛이 한순간에 바뀔 순 없어요. 어쩌면 평생 안 바뀔 수도 있죠.”“왜요?” 우문령은 의아하게 생각하며 물었다.원경릉이: “예로부터 고부간은 서로 눈에 거슬린다고 해요. 우리는 둘 다 같은 남자를 좋아하거든요.”우문령이 입을 가리고 키득키득 웃으며, “그럼 언니도 어마마마가 눈에 거슬려요?”그래요, 어디 눈에 거슬리기만 하겠어요? 아주 싫죠.“어떻게 하죠? 이제 와서 비위를 맞추긴 늦었네요.”우문령은 이 문제는 전혀 개의치 않고 원경릉의 손목을 끌고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만나는 사람마다 작은 목소리로 원경릉에게 소개 해주었다. 이건 누구의 천금 같은 딸이고, 이 분은 누구의 금지옥엽이고, 이분은 어느 집안 큰딸이라고 말이다.원경릉은 우문령의 기억력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우문령은 구중궁궐에 살아서 바깥 사람을 접촉할 기회가 매우 적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이렇게 명확하게 기억할 수가 있을까?“용의(詠意).” 우문령이 갑자기 고함을 지르며, 원경릉을 데리고 청색 해당화 자수가 놓인 하얀 치마를 입은 소녀에게 다가갔다.소녀는 둥글고 매끄러운 얼굴에 눈이 크고 짙은 눈썹에 양 갈래로 머리를 올리고 있어 특히 귀여웠다.소녀가 우문령을 발견하고 바로 그녀의 손을 잡고 씩 웃는데, 하얀 이빨이 가지런하게 빛났다.어떤 사람은 한번 보면 특히 좋아할 외모다.원경릉은 그녀가 좋

  • 명의 왕비   제 343화

    천진난만한 우문령과 원용의“맞아, 오늘밤 꽃감상 연회는 사실 우리 오빠들을 위해 후궁을 뽑으려는 목적이야. 용의야, 넌 우리 오빠들 중에 누가 좋아?” 우문령이 물었다.원용의는 하염없이 원경릉을 바라보며, “초왕 전하.”원경릉은 깜짝 놀라 이 귀엽고 순진한 아이를 쳐다봤다.원경릉은 이 아이가 너무 좋아서 어쩌질 못하겠다. 우문호 그 호색한에게 미쳤어, 가당 키나 해?우문령이 좋아라: “잘됐다. 네가 우리 다섯째 오빠 후궁으로 시집오면 다섯째 새언니랑 짝꿍 하면 되겠다.”“바로 그거야!” 원용의는 감격해서 고개를 끄덕이며 사슴 같은 눈망울로 원경릉을 쳐다본다. “새언니 어때요? 이따가 황후마마께서 언니더러 누가 좋으냐고 하면, 용의가 좋다고 말씀하세요.” 우문령이 신나서 말했다.원경릉은 미소를 머금고 우문령의 뇌를 꺼내 연구 표본으로 만들고 싶은 충동을 참으며, “왜? 오늘은 제왕 전하를 위해 후궁을 뽑은 날이잖아요, 모든 친왕은 그걸 돕는 구성원이죠.” “꽃감상 연회잖아요. 마음에 들면 맞아들이는 거죠.” 우문령이 말했다.꽃감상 연회는 어화원의 꽃을 감상하는 게 아니라 아직 피지 않은 혹은 앞으로 필 송이송이 소녀라는 꽃을 감상하는 연회다.원용의는 두 사람의 화제가 자신과는 상관 없다는 듯 원경릉만 주구장창 바라본다.원경릉은 백기를 들고 바로 손왕비를 찾아갔다. 손왕비는 지혜 주머니 같은 사람과 얘기할 필요가 있었다.“어때? 물색 끝났어?” 손왕비도 비꼬며 말했다.원경릉이 눈을 흘기며, “꽃감상 연회라는 게 고작 모든 친왕들 후궁 찾는 목적인가요?” “그래.” 손왕비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그건 너무……” 원경릉은 아무 힘도 없는 주제에 해도 되는 말일까?뭐라고 말해야 할지 이젠 모르겠다.손왕비가 해명하며: “후궁을 맞는 건 원래도 급한 일은 아니고 예전에도 이렇게 중요시된 적 없어. 하지만 지금 대를 잇는 것이 급한데 친왕비들에게 회임 소식이 없는데다 제왕비의 가짜 임신 사건으로 태후마마께서 자연히 마음이 급해 지셨어.

  • 명의 왕비   제 344화

    후궁에 대한 얘기를 나누는 원경릉과 우문호꽃감상 연회가 끝나기 전에 과연 황후가 원경릉과 손왕비를 오라고 부르더니 어느 가문의 영양이 특히 호감이 가는지 물었다.손왕비는 몇몇을 언급했고 원경릉은 고개를 흔들며: “없어요.”이 말은 황후와 마마님들의 이목을 끌기 충분했다.다들 속으로 말하길, 초왕비가 질투가 심하다더니 정말이네.하지만 현비가 앞에 있어서 누구도 말로 하진 않았다.황후도 억지로 웃으며, “마음에 맞는 사람이 없었 다니 그럼 할 수 없지.”원경릉은 현비의 매서운 눈총을 받았다.출궁할 때 희상궁이: “왕비마마 반드시 몇을 언급하셔야 합니다.”“몇이라고?” 원경릉은 가슴이 답답해서, “나는 하나도 언급하고 싶지 않은데, 몇 명이나 언급해야 한다고?”희상궁이: “적당히 얼버무리는 것 뿐이지요, 결국 후궁을 몇이나 둘 수도 없고, 꽃감상 연회는 황후마마께서 주관하시니 몇몇이 좋다고 말해서 황후의 체면도 세워 주는 것이지요. 왕비마마께서는 손왕비마마께서 정말 마음에 드는 아이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그저 체면 치레일 뿐입니다. 대충대충 황후마마의 체면을 구기지 않고 자신의 명예도 다치지 않게 할 뿐입니다. 하지만 왕비마마께서는 오늘밤 확실하게 질투심이 많은 여자라는 오명을 쓰셨습니다.”원경릉은 하늘이나 알지 누가 알까?초왕부로 돌아와서 우문호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원경릉의 주위를 맴돌았지만 한마디도 묻지 못했다. 괜히 잘못 물어봤다가 미움을 받을 까봐 서다.원경릉은 퉁명스럽게: “앉아, 정신 사납게 하지 말고.”우문호는 는적거리며 원경릉 곁에 앉아, 무심한 척: “오늘밤 꽃감상 연회는 어땠어?”“감상하느라 눈이 짓무르는 줄 알았네.” 원경릉은 우문호를 보니 화가 나면서, “모든 친왕이 다 후궁을 둬야 하는 거야?”“꼭 그렇지만은 않아.” 우문호가 원경릉의 배를 보며, “만약 네 배가 좀 분발해준다면, 아바마마께 후궁을 사양할 빌미가 될텐데 말이야.”원경릉이 매우 슬퍼하며, “어떤 게 분발하는 건데?”“10명은 안 되도 8명쯤

Latest chapter

  • 명의 왕비   제3397화

    우문호 일행은 강북부로 향하는 내내 북방의 풍경과 풍속을 경험했다. 그로 인해 속도는 매우 느리긴 했지만 말이다.그날 밤, 우문호는 갑자기 악몽에서 깨어나 온몸에 땀을 흘리며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그의 얼굴에는 공포가 가득했다.그러자 원경릉이 벌떡 일어나 그를 껴안으며 물었다.“무슨 일이오? 악몽을 꾼 것이오?”우문호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아직 날씨가 덥지 않은 데다가 북방에 있어 오히려 날씨까지 쌀쌀했기에, 그는 아직도 악몽이 생각나는 듯, 창백한 표정을 지은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꿈에서 셋째 형님이 피투성이인 채 죽어가고 있었소…”원경릉은 그저 꿈이라 생각하고 위로해 주려 했지만, 이내 우문호의 강한 감응 능력을 떠올렸다. 갑자기 나타난 이 꿈이 형제간의 영적 감응일지도 몰랐기 때문이다.우문호도 점점 불안한 생각에 빠졌다.“강북부가 비록 평온해 보여도 사실 북당에서 가장 복잡한 곳이오. 온갖 사람들이 섞여 있고, 북막도 호시탐탐 노리고 있네. 게다가 셋째 형님도 무모한 사람이니, 진짜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닐지 걱정되오. 원 선생, 어서 빨리 가야겠소.”원경릉이 서둘러 옷을 입으며 말했다.“아니, 내가 먼저 가겠소. 정말 상처를 입었다면, 내가 가야지 도움이 되지 않겠소? 게다가 난 빨리 갈 수 있잖소.”“좋소. 그럼 먼저 가시오. 우리도 곧 출발하겠소.”우문호는 너무 생생한 꿈 탓에, 더 이상 천천히 갈 수 없었다.“사람을 불러야겠소.”원경릉은 재빨리 옷을 입은 후, 우문호에게 포옹하고 이마에 입을 맞췄다.“먼저 가겠소.”“조심하시오.”우문호가 말을 다 끝내기도 전, 원경릉은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원경릉이 사라지자마자 우문호는 방 문을 두드리며, 출발하자고 소리쳤다.우문호의 소리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 이 밤중에 출발이라니, 무슨 큰 일이 생긴 걸까?이때 수보가 겉옷을 걸치고 나오며, 우문호의 팔을 잡고 물었다.“무슨 일입니까?”우문호가 답했다.“나도 모르네. 하지만 셋째 형님에게 무슨 일

  • 명의 왕비   제3396화

    스무 명이 넘는 자 중 단 한 명만 생포하고 나머지는 전부 섬멸되었다.안왕은 재빨리 위왕의 혈을 눌러 지혈한 후, 중상을 입은 위왕을 데리고 저택으로 돌아왔다. 먼저 의원을 찾으러 간 사람이 있었기에, 의원은 이미 저택에 도착해 있었다. 이때 안왕이 피투성이가 된 채, 의원의 옷깃을 움켜잡았다.“살리시게, 살려야 하네. 꼭 살아야 하네.”의원이 바로 약상자를 내려놓으며 말했다.“진정하십시오.”의원이 위왕의 옷을 가위로 자르자마자, 상처가 바로 드러났다. 다행히도 먼저 지혈한 덕분에 저택까지 돌아올 수 있었다.하지만 심각한 부상 상태와, 깊은 복부의 자상 때문에 장기를 다친 것으로 판단한 의원은 간단한 처리를 마친 후, 안왕에게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소인의 의술이 부족한 탓에, 치료를 감당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경성에서 다치셨다면, 희망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강북부는 의료가 낙후된 지역이다. 비록 혜민서를 설립한 이후 의사를 집중적으로 양성하긴 했지만, 경성에 비하면 여전히 많이 부족했다.안왕이 숨을 헐떡이며 눈에 핏줄을 세우고 소리쳤다.“중상을 입었는데 어찌 도성으로 돌아가란 말인가? 긴 여정을 견딜 수 있을 것 같은가?”의원이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그것도 참 문제입니다. 황실 친왕이 자금단을 가지고 계신다고 들었는데, 혹시 저택에 있습니까?”“없네!”안왕은 위왕의 호흡이 점점 미약해지는 모습을 보며 절망감에 휩싸여 털썩 주저앉았다.“내가 갖고 있던 자금단은 이미 먹은 지 오래된 것이네.”“경성… 경성으로…”의식을 잃은 위왕은 그저 경성이라는 말만 중얼거렸다.안왕은 눈물을 닦으며 무릎을 꿇었다.“형님, 조금만 더 버티십시오. 의원이 약을 썼으니, 황후가 오실 때까지 며칠만 버티십시오.”심각한 상황이니, 경성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돌아가려면 최소 일주일 이상은 걸리지만, 황후는 아마 사흘 안에 도착할 수 있었다. “경성으로……”위왕은 의식을 잃기 전까지 계속해서 경성을 찾았다. 그곳은 그가 너무

  • 명의 왕비   제3395화

    위왕은 마음속에 또 하나의 걱정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다섯째가 곧 강북부에 오는 것이었다. 비록 이 일은 소문내지 않았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순행했으니, 소문이 새어나가게 마련이다.설령 그가 강북부에 온다고 밝히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의 최종 목적지가 강북부라는 것은 바로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북막인들이 다섯째에게 해를 가하려는 것은 아닐지 걱정되었다.아무래도 단 한 순간도 북막인의 야심은 멈춘 적 없었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는 방심하지 않고, 허점을 찾아내겠다는 결심을 다지며 이들을 감시했다. 확실한 증거가 없는 어디까지나 본인의 추측일 뿐이기에, 그는 이 일을 아직 넷째에게 말하지 않았다. 섣불리 말을 꺼냈다가, 그들이 진짜 금나라 상인이라는 것이 밝혀지기라도 한다면, 두 나라의 사이만 영향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비록 무장이지만, 외교적인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아주 작은 불씨라도, 마음먹은 자가 부추기면 걷잡을 수 없는 큰불이 될 수 있는 법이기에, 섣불리 행동해서는 안 되었다. 그리고 감시 끝에 마침내 이상한 점을 포착했다. 처음엔 열댓 명 정도였던 이들 무리는 이틀 사이 스무 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새로 온 자들은 앞선 사람들과는 다르게, 군인이라기보다는 강호 인사의 분위기를 풍겼으며, 무공 또한 약하지 않아 보였다.위왕은 경계심을 품고, 밤새 직접 사람들을 이끌어 조사에 나섰다.앞서 만났던 금나라 사람들은 여전히 질문에 순순히 응했지만, 새로 온 강호인들은 거만한 태도를 보였다. 위왕의 질문에도 그저 시큰둥한 태도만 보이며 북당인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위왕은 건방진 그들의 태도에, 몇 마디 호통을 쳤고, 그 모습에 강호인들은 참지 못하고 바로 위왕에게 손을 쓰려고 했다.위왕은 조사하기 위해 온 터라, 데리고 온 부하도 단 몇 명 뿐이었기에, 상대가 일반적인 조사에도 이렇게 쉽게 공격하려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앞서 온 금나라인들이 말리려 했지만, 그들이 손을 쓰자, 사태가 수습되지 않을 것을 알았다. 그리고

  • 명의 왕비   제3394화

    남강에 며칠 머무는 동안, 아홉째와 함께 남강의 풍경을 둘러보고, 북강에도 다녀왔다.지금 북강 백성들은 조정에 대한 소속감이 아주 강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남강을 다스린 정책이 정말 훌륭했기에, 백성들 모두 좋은 날을 보낼 수 있었기에, 자연스레 황제에 대한 존경심도 깊어진 것이었다.황제와 황후가 지나가는 곳마다 백성들은 길가에 모여서 열렬히 환영했다.그들은 이번 순행 내내 오계부에서 신분을 밝힌 것 외에는 항상 미복으로 다녔다. 하지만 남강에서 우문호는 황제의 신분을 드러냈다.우문호는 백성들의 신뢰와 경외심에서 큰 성취감을 느꼈고, 매우 기뻤다. 그는 줄곧 원경릉의 손을 잡고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과거 북강은 방어를 위해 무술 함정이 많았지만, 이제는 모두 제거되었다. 그리고 많은 백성이 산 아래 평원으로 이주하여, 새로운 마을을 이루었다. 정화를 구하러 왔을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기쁜 마음과 함께 우문호는 감사함도 느꼈다. 이것은 결코 그 혼자만의 공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남강을 떠나야 하는 날이 다가오자, 원경릉은 만아와 여덟째를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곧 변성으로 가야 했기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잠시였다. 남강을 벗어나자마자, 그녀는 아이들과 만날 생각에 들뜨기 시작했다."원 선생, 그들에게 말했소?"길에서 우문호가 물었다."아니, 몰래 가는 것이오."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교활하구먼. 그래도 만두가 이미 알려줬을 수도 있을 텐데."지금은 경단과 찰떡, 그리고 계란이 셋만 그곳에 있었다."셋이 다섯 개 성을 다스린다니, 분명히 힘들 것이오."원경릉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소.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졌네. 이제는 태평해 보이니."우문호도 아이들이 안쓰러웠다."이번에 가서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충분히 쉬게 해줘야 하오."사실 성하나를 다스리는 것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점 없이, 매우 힘든 일이었다.한편, 강북부에서는 최근 강북부 무구산 주변에 신비한 상단

  • 명의 왕비   제3393화

    그러자 홍엽이 그를 바라보며 멈칫했다."자네가 중매를 서겠다고?""안 되오?""말도 안 되는 소리 말게. 자기 혼사도 해결 못 하는데 중매는 무슨. 난 못 믿네!"냉정언이 어깨를 으쓱였다."못 믿으면 말고. 이래 봬도 내가 명문가 아가씨나 협녀를 많이 알고 있소."홍엽은 손으로 그의 목을 움켜잡으며 소리쳤다."알고 있는 아가씨가 있으면 진작 말했어야지! 경성으로 돌아가자마자, 당장 소개해 주시게!"냉정언은 웃으며 그의 손목을 옆으로 밀어냈다."중매 값이 워낙 비싸서. 십만 냥 아니면 쉽게 안 나서오.""돈이 대수요?"홍엽이 교활하게 웃으며 말했다."우린 지금 한집에 살고 있소. 그러니 자네가 돈을 어디에 숨겼는지, 다 알고 있네. 그동안 꽤 많이 챙겼으니, 돌아가서 돈은 두둑이 주겠네."그 말에 냉정언이 깜짝 놀랐다."내 돈을 노리고 있었소? 진짜 도둑을 집에 들였군! 늙어서 쓸 돈이네, 그 돈을 혼사에 쓸 생각은 하지 마시오!""명여가 우리를 챙길 테니, 그렇게 쩨쩨하게 굴지 마시오."홍엽이 새침하게 말했다."나도 돈이 많소. 다만 남의 돈을 쓰는 게 훨씬 재밌을 뿐이네."냉정언이 숨을 들이쉬었다."안 되겠네. 경성에 돌아가자마자 자네를 쫓아내야겠소."홍엽이 말했다."쫓아낼 수 있으면 쫓아내 보시게. 게다가 자네가 나를 청할 때, 뭐라고 했는가? 얼마든지 살아도 된다고 했잖소. 이제 와서 후회하는 것이오?""이야, 홍엽, 어찌 이리 뻔뻔스러워진 것이오?""뻔뻔하지 않으면, 어찌 당신 집에서 이렇게 공으로 먹고살 수 있겠나?"홍엽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수보, 신을 모시는 건 쉬워도 보내는 건 어렵다고 하잖소. 이미 집안에 들어갔으니, 쫓아내기는 힘드네. 후회해도 소용없소. 수보의 등골 빼먹다 죽을 것이오. 관에 수의까지 얻어 쓸 생각이라, 죽으면 자네가 장례식까지 마련해줘야 하네."수보는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애써 이를 악물며 말했다."진짜 뻔뻔하오!"홍엽은 박장대소했다.멀리 복도 끝에

  • 명의 왕비   제3392화

    “예, 그립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놀고 싶기도 합니다.”그는 말하다가, 갑자기 신이 난듯 몸을 들썩이며 말을 이어갔다.“여긴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홉째와 나가면 큰 산도 있고, 꽃도, 나무도 많습니다. 물고기도 많고, 사람도 많고, 뭐든지 엄청 많았습니다.”우문호는 웃으며, 못내 안쓰러움을 느꼈다. 예전에 그를 궁 안에 가두고, 거의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그를 데리고 나가는 것도 신경 쓰였다.“이곳이 마음에 들면, 좀 더 오래 있어도 된다.”우문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예, 정말 좋습니다. 다만, 형님과 형수님이 그리웠습니다. 이렇게 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여덟째는 흥이 오른 상태로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어서 들어가시지요! 아홉째가 형님이 내일 오신다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그는 뒤돌아 원경릉에게 외쳤다.“형수님, 빨리 따라오십시오. 맛있는 거 많습니다.”미색은 웃으며 꾸짖었다.“이 무심한 녀석, 다섯째 형수님만 챙기고, 여섯 형수가 배고픈지는 묻지도 않는 것이냐?” 여덟째는 그제야 미색을 본 듯,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여섯째 형수님도 오셨습니까? 여섯째 형님도 오신 것입니까? 와, 너무 좋습니다!”“질투하다니?”원경릉은 미색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미소를 지었다.“여덟째는 너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아유, 참!”미색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여덟째는 바로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항상 그림과 책자를 선물하는 여섯째 형수님도 좋아했기 때문이다.그는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그... 그럼 같이 드시지요. 음식 많습니다.”“장난이다. 난 질투 안 해.”미색은 기쁘게 말했다.여덟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고, 다들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원경릉이 만아에게 말했다.“정말 이곳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구나. 예전보다 훨씬 활발해졌고, 말도 많이 하네. 이 모든 게 아홉째 덕분이다.”만아는 웃으며 말했다.“예, 둘이 시간이 날 때마다 밖으로 나가, 더

  • 명의 왕비   제3391화

    원경릉은 발끝을 들어 그의 뺨에 입을 맞추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우문호는 그런 그녀를 와락 끌어안으며 말했다.“원 선생, 행복하오?”“행복하오.”“하하하. 지금이 아닌, 나와 함께했던 모든 날이 행복했냐고 물어보는 것이오.”“모든 순간이 당연히 행복하고, 기쁘오!”원경릉은 스스로를 자조하듯 웃었다.“나 같은 집순이가 이렇게 결혼생활이 행복할 줄 누가 알았겠소?”한때 그녀는 자신이 평생 결혼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고, 사랑 없는 삶도 부족함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녀는 사랑을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었지만, 사랑은 사실 정말로 중요했다.산꼭대기에 앉아,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었지만,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의 풍경을 눈에, 그리고 마음에 깊이 새기고 싶었다.그리고 함께 늙어간 후, 다시 천천히 되새기고 싶었다.영산에서 내려온 후, 그들은 다시 여정을 이어나갔다. 이번 목적지는 바로 남강이었다.명절이 지난 뒤, 아홉째는 여덟째를 데리고 먼저 남강으로 돌아갔다. 다들 그가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남강 땅은 오랜만이었다. 마지막으로 발을 디딘 건, 정화를 구하러 갔을 때였다.남강으로 가는 내내 홍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냉정언이 물었다.“남강에 가면, 못난이를 만날 것이오?”“만나야지.”홍엽이 답했다.“물론 만나야지!”못난이는 오랜 시간 그와 함께했던 사람이니, 만나야 했다. 못난이가 종종 편지를 보내오긴 했지만, 자기 상황은 거의 말하지 않았다.반면 아홉째는 편지에서 북강의 소식을 자주 전해주었다.지금의 남강은 어느 정도 통일되어 있었고, 북강과 남강도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그동안 이익 문제로 양측의 왕래가 더욱 빈번해졌다.아홉째는 편지에서 못난이가 북강의 민심을 얻었고, 성격도 예전보다 훨씬 밝아져,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하다고 전했다.홍엽의 마음엔 기대와 기쁨이 섞여 있었다. 그도 지금 잘 지내고 있으니, 못난이도 잘 지내길 바랐다.우문호는 남강에서 돌아온 후, 변방으로 갈

  • 명의 왕비   제3390화

    그 일을 떠올리자, 꿈에서 본 일이라 그런지 마치 얼마 전에 있었던 일처럼 느껴졌다.그때 그들은 죽을 만큼 힘든 소년들이었는데, 지금은 한없이 한가한 노인이 되었다.세월은 덧없이 흘러갔고, 그동안 그들은 많은 사람들을 잃었다.무상황은 자신의 황후였던 소봉을 떠올렸다.그들은 줄곧 전형적인 황제와 황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나라를 다스렸고, 그녀는 후궁을 다스렸다. 비록 그가 그녀를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많은 애정을 주지도 않았다.그렇게 평범하게 평생을 함께했지만, 그녀가 떠나는 날, 그는 마음속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듯한 슬픔을 느꼈다.평생 함께했던 사람이 자신보다 먼저 떠날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에 더욱 아팠다.세 사람은 한참 동안 넋을 잃고 있다, 다시 길을 나섰다.유아독존과 관련된 일이 생각보다 커졌지만, 모든 소란은 결국 가라앉게 될 것이다. 모든 소문도 점점 사그라들기 마련이니, 그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세 사람이 여행하는 영상이 점점 유명해지면서, 유아독존은 더 심하게 비난을 받았다.현실에서 함부로 욕설을 내뱉으면 얻어맞을 수도 있지만, 인터넷에서는 당당한 명분이 있었기에 악성 댓글을 다는 자들은 마음껏 욕을 퍼부었다.그리고 어느 날, 추 어르신이 오래도록 인터넷의 댓글을 훑어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는 이내 해가 지는 장면을 찍어 짧은 영상을 올렸다. 그리고 영상에 한마디만 덧붙였다.“분쟁 없이, 오직 평화만 있기를.”그는 모든 다툼이 끝나길 바랐고,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몰지 않기를 바랐다. 단지 말로만 승부를 겨루는 사람은 그들의 적이 아니기 때문이다.음... 무엇보다 적이 될 자격도 없었다!영상이 올라간 지 이틀 뒤, 유아독존은 마침내 사과 영상을 올렸다. 그는 질투와 시기로 무술을 모독한 것을 사죄했고,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직접 그들의 계정을 태그해 진심으로 사과했다.진심 어린 사과는 항상 용서를 가져오는 법이다. 그리고 악성 댓글을 달던 사람들도 마침내 욕설을 멈췄다.

  • 명의 왕비   제3389화

    삼대 거두는 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일어났고, 숙취에서 깨어나니, 이미 날이 밝아져 있었다. 그들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아, 눈앞의 모든 것이 몽롱해 오늘이 무슨 날인지조차 모를 정도였다.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며 하늘에 떠 있는 주황빛 구름은 점점 짙은 금빛으로 변했고, 금빛 가장자리에는 붉은색이 덧씌워져, 눈부시게 아름다웠다.소요공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꿈을 꿨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동시에 그를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물었다."무슨 꿈을 꿨는가?""꿈에서 숭이가 사내에게 속았는데, 우리가 직접 나서서 복수를 해줬다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놀라서 동시에 숨을 들이켜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귀신이 곡할 노릇이네."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깜짝 놀라 외쳤다."자네도 꾼 것인가?""그렇네!""그렇네!""설마 우리 셋이 똑같은 꿈을 꾼 것이오?"소요공도 깜짝 놀랐다.그 일은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었고, 어떻게 된 일인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할 정도였는데, 꿈에서는 그 장면 장면이 또렷하게 떠올랐다.그리고, 이 꿈은 당시 엄청난 부담을 받고 있던 그들에게 정말 훌륭한 감정 해소가 되었다. 그들은 모든 고통과 억울함, 스트레스를 주먹질로 시원하게 풀어냈다.한편, 무상황은 자신이 황후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때 무슨 상황이었는지 기억하는가?"추 어르신이 흥분한 듯 말했다."물론 기억은 나네. 당시엔 소봉이가 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적성루 사람들을 많이 그리워했네. 게다가 나도 자네들과 어울리느라 바빠서 황후를 소홀히 했네. 그래서 적성루 상궁과 숭이를 궁으로 불러, 이야기를 나누게 했지."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꿈속에서 다시 겪은 덕분에 자세히 생각났다.그때 어서방의 회의가 끝나고, 소복이 무심히 물었다."폐하, 황후 마마를 오랫동안 못 뵙지 않으셨습니까?"그는 소복의 말이 소봉을 보러 가자는 암시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