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궁은 갓 태어난 아이를 데리고 초왕부로 향했다.“쇤네 지금까지 살면서 이렇게 잔인하고 매정한 어미는 본 적이 없습니다!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고지가 한 번 안아보겠다고 해서 주었더니, 바로 아이 목을 조르는 게 아니겠습니까? 정화군주가 들어와 고지를 쓰러뜨리지 않았더라면 아이는 죽은 목숨이었을 겁니다.” 기상궁은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 몸을 덜덜 떨었다. 원경릉은 포대기에 싸인 아이를 안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정화군주는 뭐라고 했습니까?” “군주께서는 명월암에는 젖을 줄 사람이 없으니 초왕부에 가서 부탁을 해보라고 했습니다.”마침 희상궁과 사식이가 들어왔다. 희상궁은 아이를 안고 있는 원경릉이 힘들까 봐 아이를 자신이 안아들었다.“세상에 아이가 매우 작아요.” 희상궁이 말했다.“기상궁, 왕부에는 예비 유모 상궁이 있으니 아이를 데리고 그쪽으로 가보세요.” 원경릉이 말했다.원경릉은 사식이를 보며 “사식아, 너는 후부에가서 후작을 모시고 오거라.” 라고 말했다.사식이는 고개를 끄덕이고 밖으로 나갔다. 기상궁이 우물쭈물하더니 원경릉을 보며 “근데 누가 이 아이의 이름을 지어주는 겁니까?” 라고 물었다. 원경릉이 가만히 아이를 보니, 아이가 쭈굴쭈굴하고 작아서 마치 송충이 같았다. “일단 충이라고 부르죠, 나중에 정식으로 이름을 지어주고요.” 원경릉이 말했다.전에 정화군주가 자신이 고지의 아이를 키울 가능성이 있다고 했고, 만약 정화군주가 아이를 도맡아 키우게 된다면 그녀가 아이의 이름을 지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로 이 아이가 원팔룡의 아이가 맞다면, 아이는 정화군주가 아닌 원팔룡이 키워야 한다. ‘미치겠네…… 이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사식이와 기상궁이 밖으로 나가자 희상궁이 원경릉에게 “아이가, 후작과 닮은 것 같습니까?” 라고 물었다. 원경릉은 아이가 너무 작아서 누굴 닮은지 정확히 판단할 수 없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의 얼굴에서 원팔룡이 조금 보였다. 그 이유는 원팔룡의 눈과 아이의 눈이 똑같았기 때문이다.원경릉
“죽이겠다고 해도 막상 자기 자식이 태어난 것을 보면 고지처럼 모질지는 못할 겁니다.” 희상궁이 말했다. “아버지라는 사람이 나와 내 동생에게 한 짓을 보세요. 출세를 위해서 내 동생을 혜정후에게 보내려고 했던 사람입니다. 자신의 앞날을 위해 딸을 죽음으로 내몰던 사람이라고요. 정후부의 여식에게도 이러는데, 혼외자에게서 온 딸이라면 어떻겠습니까? 저는 절대로 정후를 믿지 않습니다. 충이를 그런 아비에게 보내서는 안됩니다.” 원경릉은 차갑게 웃었다. 원경릉은 삼둥이를 낳은 후로 전하고 많이 달라졌는데, 특히 아이를 대하는 태도가 많이 바뀌었다. 아이는 백지장 같아서 부모가 죄를 지었다고 해도 아이는 무고하다. 만약 아이가 부모를 택할 수 있다면 죄를 지은 부모나 가난한 부모 밑에서 태어나려고 하겠는가?원경릉은 충이의 목에 찍힌 붉은 손자국이 눈앞에 아른거려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팠다.희상궁은 그런 원경릉을 보고 어떻게 위로의 말을 건네야 할지 몰랐다. 두 사람은 그저 정후가 왕부로 오기만을 기다렸다.만아가 이미 누가 왕부로 아이를 데리고 왔다고 말했기에 정후도 어찌 된 영문인지 알고 있었다. 원래는 왕부로 가지 않으려고 했지만, 만약 오지 않을 경우 태자비가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만아가 말했다. 그 말은 사실이 아니었지만 사식이가 미리 정후를 시험하기 위해 만아에게 그렇게 말하라고 했다. 정후가 아무리 머리를 써도 사식이는 예측 가능했다. 정후는 원경릉이 예전에 원경릉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정말 그가 원경릉의 부름에 가지 않는다면 그녀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그도 어쩔 수 없이 왕부로 향했다.정후가 초왕부로 들어오자 하인이 그를 데리고 소월각 사랑채로 향해 그곳에서 기다리라고 했다.그는 한참을 안절부절못했다. 그 순간 화가 잔뜩 난 원경릉이 안으로 들어왔다. 정후도 자신의 잘못을 알고 있으니 고개를 푹 숙이고 땅만 보고 있었다. 화가 치밀어 오르던 원경릉은 바닥만 보고 있는 정후를 보고 마음이 축 가라앉았다.
원경릉은 원팔룡의 머리를 두동강내고 싶었다. “왜 그런 눈빛으로 나를 보는 거야? 누가 애가 생길 줄 알았냐고? 내 잘못이라면 안왕이 친 덫에 걸려든 것 밖에 없어! 책임을 물을 거면 안왕에게 물어야지 왜 나한테 그래?” 원경릉의 분노에 찬 눈동자를 보고 정후는 구차한 변명을 했다.“당장 꺼져요!” 원경릉이 어찌나 악을 썼는지, 목에서 피 맛이 났다.정후는 문을 향해 나가면서도 원경릉 쪽을 보며 “네 말대로 조모께서 화병으로 쓰러지실 수 있으니, 이 일은 밖으로 퍼져서는 안 돼. 내 평판을 더럽힐 생각은 하지 마라.”라고 말했다.“뭐라고요? 당신에게 아직도 남은 평판이 있다고?”원경릉은 참다못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에게 삿대질을 했다.“바깥에서 사람들이 당신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알아? 부잣집 도련님으로 부귀영화를 위해 여자에게 몸을 파는 도덕성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파렴치한 인간이라고 여긴다고! 감히 내 앞에서 평판을 논해?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것 같은데! 제발 자기 객관화를 좀 하라고!”정후는 원경릉이 노발대발하는 모습을 보고 어깨를 으스대며 귓구멍을 후비며 밖으로 나왔다. 원경릉이 얼마나 화가 났는지 순간 장이 뒤틀리는 느낌을 받았다. “세상에 어떻게 저런 사람이 있어…… 저런 것도 사람이라고……”“태자비, 이러다 몸 상하시겠습니다. 저런 사람에게 화를 낼 가치도 없으니, 이제 그만 고정하세요.” 탕양은 옆에서 그녀를 위로했다.원경릉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고, 분노 때문에 온몸에 열이 올랐다.*저녁이 되자 우문호가 왕부로 돌아왔다. 탕양이 왕부에 처제가 왔다고 하길래 우문호는 원경병이 온 줄 알았다. 그러나 탕양이 말한 처제는 아기 포대기에 싸여있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작은 장인어른 아니냐?”우문호는 포대기에 싸인 아이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탕양은 헛기침을 하며 “가만 보면 눈만 닮았지, 다른 곳은 그다지 닮지 않았습니다.” 라고 말했다.“눈이 가장 중요한데, 눈이 닮으니 다른 곳도 다 똑같아 보여!”
“정화군주에게 이 아이를 맡기는 것도 좋은 생각은 아니야. 자신의 아이도 아닌 자신을 망가뜨린 고지와 정후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를 키우게 하라고? 군주도 언제까지 명월암에서 지낼 수 없잖아. 좋은 사람이 나타나면 짝을 맺고 살아야지.” 우문호가 말했다.우문호는 황실의 사람으로 정화군주와 그녀의 가족인 최씨 집안이 그렇게 된 것에 대한 미안함을 느꼈다. 그는 진심으로 정화군주가 행복하게 살길 바랐다.“네 말이 맞아. 군주가 고지의 딸을 보면서 매일 괴로워할까 봐 그게 가장 큰 걱정이야.” 원경릉이 말했다.“맞아. 난 정화군주가 좋은 짝을 만나서 혼인했으면 좋겠어. 근데 애가 있으면 어떤 사내가 정화군주를 데리고 살겠어? 비록 총이? 충이라고 했던가? 뭐가 됐든 고지의 아이는 불쌍하지만, 군주에게 보내지 않아도 애 하나 키울 방법은 있을 거야. 최근에 최대감님하고 얘기를 나눴는데, 최대감 댁 노부인께서 병으로 쓰러져서 힘드시다고 하더라고. 그 말을 듣는데 마음이 안 좋더라. 참, 위왕이 정말 큰 죄를 지었지……”“근데 우문호 너참 이상해. 왜 정화군주가 혼인을 해야만 행복하다고 생각해? 꼭 남자와 같이 산다고 여자가 행복한 건 아냐.” 우문호가 말했다.“내 말 뜻은 그게 아니라. 다들 혼인을 하니까……”“왜 다들 한다고 해야 하냐고! 왜 그렇게 가부장적이야? 혼인은 원래부터 여자가 손해인 장사라고.”우문호는 그녀를 안았다.“그래, 내 생각이 짧았어. 나는 너와 혼인한 후에 너무 행복하니까. 정화군주도 이렇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거지. 정화군주가 싫다면 혼인은 굳이 하지 않아도 돼.”“정말 행복해?” 원경릉이 고개를 들고 그를 쳐다보았다.“네가 있어 정말로 행복해.” 우문호가 웃으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열 달의 임신과 출산을 마친 후, 두 사람은 신혼 때보다 서로가 더 애틋했다. 원경릉은 그의 품 안으로 더 파고들어 그의 목에서 나는 향을 맡았다. “네 생각엔 정화군주가 고지를 죽일까?” 원경릉이 물었다.우문호는 그녀를 안고
원경릉은 우문호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만아를 불러서 물어봐야겠다.”“그래.”우문호가 밖으로 나가자 마침 서일이 마당으로 들어오고 있었다.“서일아. 가서 만아를 데리고 와.”“예!” 사실 서일은 일을 마치고 삼둥이를 보러 오는 길이었다. 우문호의 명령에 서일은 만아를 데리러 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만아가 우문호와 원경릉을 찾아왔다.“만아야, 흑마술에 대해 얘기해 보거라.” 원경릉이 물었다.“예? 태자비님 흑마술은 갑자기 왜 물어보십니까?” 만아가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네가 아는 대로 말해. 흑마술사는 도대체 뭘 하는 사람이냐?” 우문호가 물었다.“흑마술사는 남강의 성 대부(聖大夫)로 남강 최고 지위를 가진 사람입니다. 남강은 남과 북으로 나뉘지만 흑마술사는 남강 전체를 아우르는 사람이며, 흑마술사는 혼인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일단 흑마술사의 자리를 물려받으면 남강 내에 두 처녀를 물색해 양녀로 삼고 자신의 후계자로 선택합니다.” “그럼 남강의 흑마술사가 양녀로 삼은 처녀가 하나 죽었다는 걸 아느냐?”“태자비님, 쇤네는 잘 모릅니다. 남강을 떠나 산지 너무 오래됐습니다.” 만아가 답했다.“그럼 네가 말했듯, 남강의 흑마술사는 혼인을 할 수 없다는 건 변함없는 거지?”“예, 남강의 흑마술사는 신체를 온전하게 보존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상속 자리를 잃게 됩니다.”“그럼 수년 동안 흑마술사가 되고 싶지 않은 후계자도 있었느냐?” 원경릉이 물었다.“쇤네, 정말 모르겠습니다. 흑마술사 내부의 일은 비밀로 전해져서 일반 사람들은 전혀 모릅니다. 설령 상속 자리를 거부했다고 하더라도 그 일은 흑마술사가 사적으로 해결하기에 일반 사람에게 공개되지 않습니다.”“흠, 그렇구나. 알겠다. 가보거라” 우문호가 말했다.“예!” 만아가 인사를 하고 나갔다.원경릉은 만아의 말을 곱씹더니 무언가 생각이 난 듯 우문호를 보았다.“혹시 고지가 흑마술사 자리를 상속받기 싫어서 도망간 게 아닐까? 그 사실을 안 안왕이 협박한 거지.”
고지와 목숨을 협상하는 정화군주“당신…… 당신 왜 여기 있는 거야? 뭘 하려는 건데?” 고지는 출산 후 바로 정신을 잃었다가 깨니 전신이 거대한 바위에 깔린 것처럼 아픈데 피곤에 배까지 고프다.하지만 그건 정화군주를 보고 경악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당신 전에는 나한테 묻지 않았어? 널 죽일 거냐고. 지금 답해 줄 수 있는데, 듣고 싶어?” 정화군주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고지는 몸이 딱딱해 지며 천천히 고개를 돌려 정화군주에게 미세하게 떨리는 입술로, “당신은 나를 죽일 수 없어.”정화군주가: “고지, 그럼 어디 이유를 말해봐, 내가 널 죽일 수 없는 이유를.”고지가 쇳소리로 허둥거리며: “원경릉이 그렇게 말 했어, 날 지켜줄 거라고, 날 남강(신장 남부지역)까지 호송해 줄거라고. 그러니 넌 날 죽일 수 없어, 네 입으로 반드시 원경릉 말을 듣겠다고 했잖아. 원경릉은 네 생명의 은인이기도 하니까.”고지는 정화군주의 눈에 반짝이던 아득한 빛을 보지 못했다. 정화군주는 더할 나위 없이 평온한 얼굴로: “그래, 내가 전에 그렇게 말했지, 원경릉이 너를 구했고 내가 너를 죽이면 나는 그녀에게 목숨 하나를 빚진 셈이 되지.”“넌 날 못 죽여, 넌 날 죽일 수 없어!” 고지가 일어나 무거운 몸을 질질 끌고 옆으로 비키며, “아이 얼굴을 보아서라도 응? 내 아이를 원하지 않아? 아이를 가져가고 날 놔줘, 목숨만은 살려줘.”정화군주가 한숨을 쉬며, “난 정말 널 놔주고 싶지만, 널 용서해야 할 이유를 못 찾겠어. 생각해 봤어, 만약 아이가 태어난 후 네게 조금이라도 인간성이 남아 있으면 널 놔주자고. 하지만 아이가 태어나자 네가 제일 먼저 한 일이 아이 목을 졸라 죽이려는 거였어. 고지, 난 널 죽이면 안되는 이유가 도무지 떠오르지 않아, 나도 두 손을 피로 물들이고 싶지 않아, 생명을 가장 귀하게 여기고 있어, 누구의 목숨이든 전부 소중한데 말이야. 내가 미쳐서 죽을 지경이었지만 널 용서 했어. 그런데 너는 왜 이렇게 사람을 실망시키니?”정화군주는
고지의 죽음고지는 사신이 이런 것이구나 느꼈다. 마음이 갈수록 황망해 졌다. 안왕은 조심성 있는 사람이라 고지와 접촉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었고, 그러니 제아무리 머리를 쥐어 짜도 고지에게 별다른 정보가 나올 게 없다.고지는 한 사람이 떠올라서 얼른: “안왕과 선비족(鲜卑) 홍엽 공자(紅葉公子)가 빈번하게 내왕하는데 둘이 분명 은밀하게 모사를 꾸미고 있을 거야, 그리고 안왕이 선비족과 결탁해서 사람을 시켜 제왕을 죽이고 죄를 기왕에게 덮어 씌웠지. 기왕은 무고해. 기왕비를 찾아가서 선심을 사는게 어때, 기왕비가 너한테 잘해줄……”정화군주가 다 듣고 눈빛이 희미하게 빛나며, “고지, 네가 얘기한 거 난 하나도 관심 없어.”“그리고……” 고지는 겉으론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지만 속으론 울고 싶은 마음에 아무 말이나 주워섬기며, “위왕 일 듣고 싶지 안 그래? 위왕 마음 속엔 네가 있어, 정말, 그 사람 마음 속에…..”정화군주의 눈에 한줄기 증오가 스치며 살의가 떠올랐다. 그리고 비수의 싸늘한 날이 번뜩이는가 하더니 고자의 목을 긋고 지나갔다.정화군주는 애석하다는 듯: “고지, 넌 그 사람 얘기를 꺼내는 게 아니었어.”고지는 목이 차갑다는 생각에 무의식적으로 손을 목에 댔는데 아무것도 만져지지 않고 피가 사방으로 뿜어져 나오자 경악해서 절규했지만, 목구멍이 잘려 나갔는지 목소리에 가슴에서 막혀버렸다.정화군주는 쓰러진 고지를 보니 두 눈은 마치 산산이 부서진 검은 눈동자처럼 빈 구멍만 휑하니 있다.고지가 바로 죽는 바람에, 정화군주는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빨리 죽어버릴 수 있나 생각했다.뒤를 돌아 비틀거리며 갔다.정화군주는 명월암에서 더이상 버틸 수 없었다. 피로 불문의 정토를 더럽히고 싶지 않았다.제 아무리 수많은 변명으로 자신을 위장해 봐도 사실 산꼭대기에서 고지와 마주친 그 순간 정화군주의 마음은 확실히 정해졌었다. 고지를 죽이겠다고 말이다.단지 중간에 망설였던 적도 있다.사식이가 다음날 명월암에 와서 본 것은 마당에 앉아 있는 정화군
고지의 죽음을 대하는 자세산이 커서 대충 진흙이 듬성듬성한 곳을 찾아 고지를 묻었다.사식이는 구덩이에 진흙을 메우고 아무렇지도 않게: “고지, 인과응보인 거야, 죽어서 가는 황천길, 돌아와서 귀찮게 할 생각하지 말아라. 네가 살았을 때 그렇게 나쁜 짓을 많이 했으니 죽어서 지옥에 가겠지, 돌아오고 싶어도 못 돌아올 거다. 다음 생에는 좋은 사람이 되라, 좋은 사람은 손해를 보더라도 마음은 편하거든.”사식이는 구명을 다 메우고 흙을 다지고 기억을 위해 위에 돌덩이 두개를 두더니 좀 피곤했는지 바로 봉분 위에 앉아 숨을 돌리며: “정화군주처럼 좋은 사람한테 어떻게 그렇게 모질 게 할 수 있어? 정화군주는 너한테 부탁까지 했는데, 사람의 탈을 쓰고 은혜를 모르면 죽은 사람과 다를 바 없지. 됐네, 잘 갔어.”말을 마치고 사식이는 삽을 메고 돌아갔다.정화군주는 방에서 물건을 정리한 뒤 고지의 침대와 침구는 전부 태웠다. 공기 중에 피비린내가 섞여서 났다.사식이가 도우려고 들어가서 태울 건 다 태운 정화군주에게, “돌아가시겠어요?”정화군주가 생각해 보더니, “같이 가서 그 아이 보고 싶어요.”“”그럼 앞으론 다시 여기 올 거예요?”“올 거야!” 정화군주가 눈을 내리깔고, “여기 사는게 익숙해서 너무 좋아, 불문은 날 필요로 할리 없지만 난 여기 의지해서 마음에 평정을 얻을 수 있어.”사식이가 한숨을 쉬고, “군주, 마음에 두지 마세요.”정화군주가 고개를 들고 사식이를 보니, 눈에 담담하고 온화한 웃음이 퍼져 사람을 산뜻하고 굳세게 해준다, “사식아, 난 괜찮아, 아마 최근 잘 지내진 못했지만 인생이란 것도 언제나 좋은 일만 겪을 순 없는 거니까, 좋은 날을 지냈듯 나쁜 날도 지낼 수 있을 거야. 살아있으니 됐어.” 사식이가 감동한 얼굴로, “그래요, 군주가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다니 잘됐습니다. 나쁜 날도 분명 지나갈 겁니다.”“괜찮아,” 정화군주가 밖으로 나가, “인생은 원래 수행인 걸, 내가 좋지 않은 일을 만났지만 내가 제일 비참한 사람이
남강에 며칠 머무는 동안, 아홉째와 함께 남강의 풍경을 둘러보고, 북강에도 다녀왔다.지금 북강 백성들은 조정에 대한 소속감이 아주 강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남강을 다스린 정책이 정말 훌륭했기에, 백성들 모두 좋은 날을 보낼 수 있었기에, 자연스레 황제에 대한 존경심도 깊어진 것이었다.황제와 황후가 지나가는 곳마다 백성들은 길가에 모여서 열렬히 환영했다.그들은 이번 순행 내내 오계부에서 신분을 밝힌 것 외에는 항상 미복으로 다녔다. 하지만 남강에서 우문호는 황제의 신분을 드러냈다.우문호는 백성들의 신뢰와 경외심에서 큰 성취감을 느꼈고, 매우 기뻤다. 그는 줄곧 원경릉의 손을 잡고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과거 북강은 방어를 위해 무술 함정이 많았지만, 이제는 모두 제거되었다. 그리고 많은 백성이 산 아래 평원으로 이주하여, 새로운 마을을 이루었다. 정화를 구하러 왔을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기쁜 마음과 함께 우문호는 감사함도 느꼈다. 이것은 결코 그 혼자만의 공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남강을 떠나야 하는 날이 다가오자, 원경릉은 만아와 여덟째를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곧 변성으로 가야 했기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잠시였다. 남강을 벗어나자마자, 그녀는 아이들과 만날 생각에 들뜨기 시작했다."원 선생, 그들에게 말했소?"길에서 우문호가 물었다."아니, 몰래 가는 것이오."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교활하구먼. 그래도 만두가 이미 알려줬을 수도 있을 텐데."지금은 경단과 찰떡, 그리고 계란이 셋만 그곳에 있었다."셋이 다섯 개 성을 다스린다니, 분명히 힘들 것이오."원경릉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소.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졌네. 이제는 태평해 보이니."우문호도 아이들이 안쓰러웠다."이번에 가서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충분히 쉬게 해줘야 하오."사실 성하나를 다스리는 것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점 없이, 매우 힘든 일이었다.한편, 강북부에서는 최근 강북부 무구산 주변에 신비한 상단
그러자 홍엽이 그를 바라보며 멈칫했다."자네가 중매를 서겠다고?""안 되오?""말도 안 되는 소리 말게. 자기 혼사도 해결 못 하는데 중매는 무슨. 난 못 믿네!"냉정언이 어깨를 으쓱였다."못 믿으면 말고. 이래 봬도 내가 명문가 아가씨나 협녀를 많이 알고 있소."홍엽은 손으로 그의 목을 움켜잡으며 소리쳤다."알고 있는 아가씨가 있으면 진작 말했어야지! 경성으로 돌아가자마자, 당장 소개해 주시게!"냉정언은 웃으며 그의 손목을 옆으로 밀어냈다."중매 값이 워낙 비싸서. 십만 냥 아니면 쉽게 안 나서오.""돈이 대수요?"홍엽이 교활하게 웃으며 말했다."우린 지금 한집에 살고 있소. 그러니 자네가 돈을 어디에 숨겼는지, 다 알고 있네. 그동안 꽤 많이 챙겼으니, 돌아가서 돈은 두둑이 주겠네."그 말에 냉정언이 깜짝 놀랐다."내 돈을 노리고 있었소? 진짜 도둑을 집에 들였군! 늙어서 쓸 돈이네, 그 돈을 혼사에 쓸 생각은 하지 마시오!""명여가 우리를 챙길 테니, 그렇게 쩨쩨하게 굴지 마시오."홍엽이 새침하게 말했다."나도 돈이 많소. 다만 남의 돈을 쓰는 게 훨씬 재밌을 뿐이네."냉정언이 숨을 들이쉬었다."안 되겠네. 경성에 돌아가자마자 자네를 쫓아내야겠소."홍엽이 말했다."쫓아낼 수 있으면 쫓아내 보시게. 게다가 자네가 나를 청할 때, 뭐라고 했는가? 얼마든지 살아도 된다고 했잖소. 이제 와서 후회하는 것이오?""이야, 홍엽, 어찌 이리 뻔뻔스러워진 것이오?""뻔뻔하지 않으면, 어찌 당신 집에서 이렇게 공으로 먹고살 수 있겠나?"홍엽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수보, 신을 모시는 건 쉬워도 보내는 건 어렵다고 하잖소. 이미 집안에 들어갔으니, 쫓아내기는 힘드네. 후회해도 소용없소. 수보의 등골 빼먹다 죽을 것이오. 관에 수의까지 얻어 쓸 생각이라, 죽으면 자네가 장례식까지 마련해줘야 하네."수보는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애써 이를 악물며 말했다."진짜 뻔뻔하오!"홍엽은 박장대소했다.멀리 복도 끝에
“예, 그립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놀고 싶기도 합니다.”그는 말하다가, 갑자기 신이 난듯 몸을 들썩이며 말을 이어갔다.“여긴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홉째와 나가면 큰 산도 있고, 꽃도, 나무도 많습니다. 물고기도 많고, 사람도 많고, 뭐든지 엄청 많았습니다.”우문호는 웃으며, 못내 안쓰러움을 느꼈다. 예전에 그를 궁 안에 가두고, 거의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그를 데리고 나가는 것도 신경 쓰였다.“이곳이 마음에 들면, 좀 더 오래 있어도 된다.”우문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예, 정말 좋습니다. 다만, 형님과 형수님이 그리웠습니다. 이렇게 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여덟째는 흥이 오른 상태로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어서 들어가시지요! 아홉째가 형님이 내일 오신다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그는 뒤돌아 원경릉에게 외쳤다.“형수님, 빨리 따라오십시오. 맛있는 거 많습니다.”미색은 웃으며 꾸짖었다.“이 무심한 녀석, 다섯째 형수님만 챙기고, 여섯 형수가 배고픈지는 묻지도 않는 것이냐?” 여덟째는 그제야 미색을 본 듯,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여섯째 형수님도 오셨습니까? 여섯째 형님도 오신 것입니까? 와, 너무 좋습니다!”“질투하다니?”원경릉은 미색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미소를 지었다.“여덟째는 너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아유, 참!”미색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여덟째는 바로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항상 그림과 책자를 선물하는 여섯째 형수님도 좋아했기 때문이다.그는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그... 그럼 같이 드시지요. 음식 많습니다.”“장난이다. 난 질투 안 해.”미색은 기쁘게 말했다.여덟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고, 다들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원경릉이 만아에게 말했다.“정말 이곳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구나. 예전보다 훨씬 활발해졌고, 말도 많이 하네. 이 모든 게 아홉째 덕분이다.”만아는 웃으며 말했다.“예, 둘이 시간이 날 때마다 밖으로 나가, 더
원경릉은 발끝을 들어 그의 뺨에 입을 맞추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우문호는 그런 그녀를 와락 끌어안으며 말했다.“원 선생, 행복하오?”“행복하오.”“하하하. 지금이 아닌, 나와 함께했던 모든 날이 행복했냐고 물어보는 것이오.”“모든 순간이 당연히 행복하고, 기쁘오!”원경릉은 스스로를 자조하듯 웃었다.“나 같은 집순이가 이렇게 결혼생활이 행복할 줄 누가 알았겠소?”한때 그녀는 자신이 평생 결혼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고, 사랑 없는 삶도 부족함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녀는 사랑을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었지만, 사랑은 사실 정말로 중요했다.산꼭대기에 앉아,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었지만,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의 풍경을 눈에, 그리고 마음에 깊이 새기고 싶었다.그리고 함께 늙어간 후, 다시 천천히 되새기고 싶었다.영산에서 내려온 후, 그들은 다시 여정을 이어나갔다. 이번 목적지는 바로 남강이었다.명절이 지난 뒤, 아홉째는 여덟째를 데리고 먼저 남강으로 돌아갔다. 다들 그가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남강 땅은 오랜만이었다. 마지막으로 발을 디딘 건, 정화를 구하러 갔을 때였다.남강으로 가는 내내 홍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냉정언이 물었다.“남강에 가면, 못난이를 만날 것이오?”“만나야지.”홍엽이 답했다.“물론 만나야지!”못난이는 오랜 시간 그와 함께했던 사람이니, 만나야 했다. 못난이가 종종 편지를 보내오긴 했지만, 자기 상황은 거의 말하지 않았다.반면 아홉째는 편지에서 북강의 소식을 자주 전해주었다.지금의 남강은 어느 정도 통일되어 있었고, 북강과 남강도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그동안 이익 문제로 양측의 왕래가 더욱 빈번해졌다.아홉째는 편지에서 못난이가 북강의 민심을 얻었고, 성격도 예전보다 훨씬 밝아져,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하다고 전했다.홍엽의 마음엔 기대와 기쁨이 섞여 있었다. 그도 지금 잘 지내고 있으니, 못난이도 잘 지내길 바랐다.우문호는 남강에서 돌아온 후, 변방으로 갈
그 일을 떠올리자, 꿈에서 본 일이라 그런지 마치 얼마 전에 있었던 일처럼 느껴졌다.그때 그들은 죽을 만큼 힘든 소년들이었는데, 지금은 한없이 한가한 노인이 되었다.세월은 덧없이 흘러갔고, 그동안 그들은 많은 사람들을 잃었다.무상황은 자신의 황후였던 소봉을 떠올렸다.그들은 줄곧 전형적인 황제와 황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나라를 다스렸고, 그녀는 후궁을 다스렸다. 비록 그가 그녀를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많은 애정을 주지도 않았다.그렇게 평범하게 평생을 함께했지만, 그녀가 떠나는 날, 그는 마음속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듯한 슬픔을 느꼈다.평생 함께했던 사람이 자신보다 먼저 떠날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에 더욱 아팠다.세 사람은 한참 동안 넋을 잃고 있다, 다시 길을 나섰다.유아독존과 관련된 일이 생각보다 커졌지만, 모든 소란은 결국 가라앉게 될 것이다. 모든 소문도 점점 사그라들기 마련이니, 그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세 사람이 여행하는 영상이 점점 유명해지면서, 유아독존은 더 심하게 비난을 받았다.현실에서 함부로 욕설을 내뱉으면 얻어맞을 수도 있지만, 인터넷에서는 당당한 명분이 있었기에 악성 댓글을 다는 자들은 마음껏 욕을 퍼부었다.그리고 어느 날, 추 어르신이 오래도록 인터넷의 댓글을 훑어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는 이내 해가 지는 장면을 찍어 짧은 영상을 올렸다. 그리고 영상에 한마디만 덧붙였다.“분쟁 없이, 오직 평화만 있기를.”그는 모든 다툼이 끝나길 바랐고,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몰지 않기를 바랐다. 단지 말로만 승부를 겨루는 사람은 그들의 적이 아니기 때문이다.음... 무엇보다 적이 될 자격도 없었다!영상이 올라간 지 이틀 뒤, 유아독존은 마침내 사과 영상을 올렸다. 그는 질투와 시기로 무술을 모독한 것을 사죄했고,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직접 그들의 계정을 태그해 진심으로 사과했다.진심 어린 사과는 항상 용서를 가져오는 법이다. 그리고 악성 댓글을 달던 사람들도 마침내 욕설을 멈췄다.
삼대 거두는 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일어났고, 숙취에서 깨어나니, 이미 날이 밝아져 있었다. 그들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아, 눈앞의 모든 것이 몽롱해 오늘이 무슨 날인지조차 모를 정도였다.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며 하늘에 떠 있는 주황빛 구름은 점점 짙은 금빛으로 변했고, 금빛 가장자리에는 붉은색이 덧씌워져, 눈부시게 아름다웠다.소요공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꿈을 꿨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동시에 그를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물었다."무슨 꿈을 꿨는가?""꿈에서 숭이가 사내에게 속았는데, 우리가 직접 나서서 복수를 해줬다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놀라서 동시에 숨을 들이켜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귀신이 곡할 노릇이네."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깜짝 놀라 외쳤다."자네도 꾼 것인가?""그렇네!""그렇네!""설마 우리 셋이 똑같은 꿈을 꾼 것이오?"소요공도 깜짝 놀랐다.그 일은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었고, 어떻게 된 일인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할 정도였는데, 꿈에서는 그 장면 장면이 또렷하게 떠올랐다.그리고, 이 꿈은 당시 엄청난 부담을 받고 있던 그들에게 정말 훌륭한 감정 해소가 되었다. 그들은 모든 고통과 억울함, 스트레스를 주먹질로 시원하게 풀어냈다.한편, 무상황은 자신이 황후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때 무슨 상황이었는지 기억하는가?"추 어르신이 흥분한 듯 말했다."물론 기억은 나네. 당시엔 소봉이가 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적성루 사람들을 많이 그리워했네. 게다가 나도 자네들과 어울리느라 바빠서 황후를 소홀히 했네. 그래서 적성루 상궁과 숭이를 궁으로 불러, 이야기를 나누게 했지."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꿈속에서 다시 겪은 덕분에 자세히 생각났다.그때 어서방의 회의가 끝나고, 소복이 무심히 물었다."폐하, 황후 마마를 오랫동안 못 뵙지 않으셨습니까?"그는 소복의 말이 소봉을 보러 가자는 암시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개혁은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나라가 이미 망가진 뒤라, 보수파들은 북당이 더는 흔들림을 견딜 수 없다고 여겨, 더 이상 변화를 원하지 않았다. 그러자 소국공은 소복을 부상으로 임명했고, 소복은 부상이 된 후, 온갖 수단으로 보수파를 하나 하나씩 무너뜨렸다.그는 협박, 욕설, 생떼, 무례, 끈질긴 설득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보수파를 공략했고, 심지어 마지막에는 돗자리를 말아, 상대의 대문 앞에 깔고는, 저녁엔 문 앞에서 잠을 청하고, 낮에는 문 앞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북당의 발전을 가로막는 자라고 비난까지 했다.그렇게 보수파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나, 휘 형과 형수가 대주에서 돌아왔다. 그는 드디어 애써 노력한 끝에, 그들에게 기대에 부응할 만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성공의 길은 여전히 멀었다. 가난 때문에 발생한 난장판은 아직도 평정되지 않았다.휘 형과 형수는 사실 그의 혼례를 치르기 위해 돌아온 것이었다.그는 이제 황후를 책봉해야 할 시기였고, 황후 후보는 일찌감치 정해져 있었다. 바로 숙왕부에서 지낸 적 있는 소복의 딸이었다.소복의 딸이 원래 무슨 이름이었는지, 그는 이미 기억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소복이 부상 자리에 오른 뒤, 딸의 이름을 소봉으로 새로 지었기 때문이다.소복의 꿈은 언제나 직설적이었다. 소봉의 이름은 '소가에서 나온 봉황'이라는 단도직입적인 뜻을 담고 있었다.소봉은 아버지 소복과는 달리 성격이 반듯하고 강직했다. 당시 그는 온갖 일로 정신이 없어 남녀 간의 감정 따위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사모의 감정보다 그에게 나라가 더욱 중요했었다.하지만 황제로서, 그도 후사를 마련하는 것이 북당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그에게 사모의 정에 대해 조금 느낀 적 있는지 묻는다면, 아마도 소가의 셋째 딸, 소낙연의 이름을 들었을 때이다.다만 그도 그녀의 이름만 알고 있었을 뿐, 나중에야 소낙연이라고 자칭했던 여인이, 사실 그의 형수인 라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 시절
그렇게 그들은 만취해 하늘을 이불 삼고 땅을 침대 삼으며, 마치 처음 전장에 나섰던 그 시절로 돌아간 기뿐을 느꼈다.그 시절에는 전쟁이 치열해, 종종 땅바닥에 몸을 웅크린 채 잠을 청하곤 했다. 여섯째는 당시에 항상 설사를 했었다. 셋이 몰래 전장에 나가려 했기에, 선생과 형수를 속이기 위해, 스스로 배탈을 자초한 후, 돈을 조금 챙기고는 전장으로 향했었다. 전쟁터에서 정말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다들 마음속으로 두려움이 가득했었다. 가난을 제외하고, 죽음보다 무서운 것은 없었다.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시간이 지나, 그러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적군이 승전가를 부르며 전우를 죽이고, 나라를 침탈할 때, 그들은 한 번도 죽음을 생각해 본 적 없었다.죽음에 관해 생각한다고 해도, 죽더라도 이 땅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그들은 그렇게 잠에 들었고, 꿈속에서 막 즉위하던 시절로 시간여행을 떠났다.숙왕부도 여전히 그대로였고, 적성루는 인파로 붐볐으며, 전쟁으로 인해 찢어지게 가난했다. 휘 형과 형수는 대주로 빚을 갚으러 갔다. 북막과의 전쟁을 위해 대주의 30만 대군을 빌려왔지만, 갚을 돈이 없어 휘 형을 인질로 넘겼다.휘 형이 떠난 후, 조정은 서출의 어린 새 황제를 신경 쓰지 않았다.그들은 조정에서 대신들과 첨예하게 대립해야 했고, 매번 언쟁 후에는 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채, 어서방에 돌아가 주저앉곤 했다.즉위할 때 휘 형은 최선을 다하면 좋은 황제가 될 수 있다고 격려해 주었다.그래서 그도 그렇게 믿었지만, 막상 황위에 올라보니 전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때로는 있는 힘껏 버텨도 소용없었다.하지만 퇴로 또한 없었다. 휘 형이 말했듯이, 퇴로가 없는 것이 오히려 가장 좋은 길이었다. 두 눈 질끈 감고 힘껏 돌진하다 보면, 결국 승리하게 된다.다행히 조정에 그들을 도와주는 이들도 있었다. 장 대인과 소복이 큰 도움을
그들은 사생활을 모조리 보여주는 것 같아, 팬들이 따라오는 것을 막았다.하지만 팬들은 놀랄 만큼 열렬한 애정을 보이며 기어코 그들 뒤를 따랐다.그 모습에 다들 처음엔 못마땅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이해하기로 했다. 모두 예전에 많은 사람이 따르고, 시중을 받으며 전성기를 가졌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익숙하기도 했다.어쨌든, 그들은 지금 행복하게 차를 몰며 독고 도로를 달리며 아름다운 풍경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었다. 팬들도 그들의 모습을 기록했다. 다투기도 하고, 술을 마시며 농담을 주고받고, 무술을 연습하는 모습 등, 그들의 사소한 순간들 모두 영상으로 편집되어 올라갔다 .그리고 곧 사람들은 퇴직 여행 계정에 한 명이 아닌, 세 명이 함께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상에 등장한 사람은 '십팔매'라 불렸는데, 많은 네티즌이 그 이름을 듣자마자 웃음을 터뜨렸다.얼굴에 약간의 여드름 자국이 있고, 항상 무표정으로 자기를 과인이라고 부르는 노인은 '여섯째'라 불렸다. 비록 엄숙해 보이지만, 실은 장난기가 많아 두 사람을 몰래 놀리고는 입을 막고 웃기도 했다.항상 핸드폰으로 독서하는 노인은 '주대'라고 불렸다. 박학다식하며, 말할 때마다 고사성어를 인용해, 십팔매와 여섯째가 싸울 때 몇 마디로 갈등을 풀어낼 정도로 인품이 뛰어났다.팬들은 이들의 이름만 들어도 웃음이 터질 지경이었다.그리고 그들의 대화를 듣고, 어릴 때부터 함께해왔고,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함께 여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많은 사람들이 깊이 감동하였다.그렇게 어느 날 밤, 그들은 야외에서 술을 마시고 반쯤 취한 채, 바닥에 누운 채로 별이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이 장면 역시 팬들에게 촬영되었다.늘 털털한 십팔매는 두 손을 머리 뒤에 괴고 은하수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감탄하며 말했다."우리 정말 많이 늙었네. 앞으로 몇 년이나 더 살 수 있을까?"여섯째가 그의 머리를 한 대 가볍게 쳤다."길 위에서는 불길한 말 금지네."십팔매가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