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경릉의 말을 듣고 기 상궁과 기라는 비로소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느지막이 우문호가 돌아오자 기 상궁은 먼저 그에게 이 일을 보고했다. 우문호는 듣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걱정하지 말라고 달래며 소월각으로 돌아갔다.원경릉이 안에서 쌍둥이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그는 들어가자마자 쌍둥이를 안고 뽀뽀를 해준 다음에서야 유모에게 데리고 가라고 했다.그는 손을 뻗어 원경릉을 품으로 끌어안았다."혜평 고모가 다녀가셨어? 억울했지?"원경릉이 고개를 들었는데, 눈가에는 온화한 웃음기를 띠고 있었다."어떻게 나를 억울하게 할 수 있겠어? 기 상궁이 알려줬어?""응, 정말 너무해. 내일 고모에게 사람을 보내 말을 전할 거야, 만약 또 제멋대로 막아 나선다면 그때는 고모와 조카의 정을 생각하지 않을테니 탓하지 마시라고!"우문호는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원경릉도 동의했다. "조금 눈치를 주는 것도 좋지, 스스로 수렴할 줄 알기 바래야겠네.""앞으로 또 오면 바로 문 앞에서 막아. 들어와서 널 방해하게 하지 말고."우문호는 그녀의 손을 잡고 눈가에는 짙은 걱정이 가득했다.원경릉은 웃기 시작했다."나도 이렇게 분부를 내렸어, 건드리지 못하면 피하지도 못하겠어?"우문호가 거만하게 말했다."누가 건드릴 수 없대? 북당 전체를 봐도 네가 건드릴 수 없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어. 부황과 황조부께서도 모두 너를 지지하시는데."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아마 궁으로 가 황조부를 찾으시진 못할 거야.""기껏해야 진국대공주님한테 가서 울며불며 하소연을 할 거야." 우문호가 담담히 말했다.우문호의 예상대로 혜평 공주는 초왕부에서 나오자마자 바로 진국대공주댁으로 향했다.진국대공주는 요즘 두풍(頭風)이 발작하여, 그녀가 문안하러 온 줄로 알고 곁에 있는 상궁에게 조카딸이 그래도 효도를 한다고 말을 했다.진국대공주는 두통을 무릅쓰고 조카딸을 만나러 나왔지만 혜평 공주의 얼굴에 분노가 가득한 것을 보았다. 혜평 공주는 그녀는 보자마자 무릎을 꿇고 도
혜평 공주는 큰고모가 도와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원경릉을 도와 말을 꺼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녀는 화가 나 얼굴이 파랗게 질려 버렸지만 큰고모 앞에서 감히 너무 방자하게 굴지 못하고 애처롭게 몇 마디만 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큰고모도 절 업신여기나 봅니다. 그래요, 부마가 출세를 하지 못했고 아들들도 누구 한 명 조정에 들어가 관리가 되지 못했어요. 태자에게 부탁을 청해도 도와주지 않고. 사촌 오라버니와 조카들은 모두 태자가 안배를 해주었으니 큰고모께서도 자연스레 그들의 편을 들어 말씀하시겠죠."다시 말하면 그녀는 진국대공주가 원경릉을 돕는 이유가, 우문호가 사적으로 대공주의 자손들을 도와 관직을 안배해 주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진국대공주는 화로 인해 머리가 더욱 아파졌다. 하지만 그녀는 노하지 않고 오히려 웃으며 말했다."정말 온통 헛소리구나, 너의 그 아들들은 문(文)도 안되고 무(武)도 안되는데 감히 태자를 난처하게 하며 관직을 바라고 있다고? 네가 말해보거라, 그들이 무슨 관직을 할 수 있는지!"혜평 공주의 얼굴에는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다."말을 그렇게 하시면 안 되죠, 누구도 태어나자마자 벼슬을 하는 건 아니잖습니까. 모두 단련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에게 단련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면 평생 못하는 것이죠."태상황을 봐서라도 대공주는 여전히 그녀에게 속마음을 터놓는 말들을 했다."정말 단련을 시키고 싶은 게냐? 네가 원한다면 외딴 주부에서 관리를 하거라, 약간의 성과가 있으면 태자가 그들을 도와주지 않겠냐? 게다가 관원이 승진을 하는 것은 네 조카 태자가 관리하는 것도 아니고, 네 조카가 얼마나 고생하는지 고모가 돼서는 보이지도 않는 게냐? 왜 태자를 신경 써주진 않고 이 관건적인 시각에 방해를 하는 것이야, 그럼 안되는 게 아니냐?"혜평 공주는 속으로 이런 말들을 듣고 싶어 하지 않았다."이런 말들까지는 하실 필요가 없으십니다.""필요하다, 네가 날 아직도 고모라 생각한다면, 더 이상 태자에게 폐를 끼치지 말거라. 더 이
진국대장공주와 침술진국대장공주는 자수 솜씨가 아주 훌륭했다. 어렸을 때부터 이미 강산만리도를 수놓아 경성의 모든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원경릉이 말했다. "이제는 자수 놓지 마세요, 수를 놓더라도 쉬엄쉬엄 놓는 게 좋을 것 같아요."진국대장공주은 원경릉을 자애롭게 바라보며 말했다. "난 자수 밖에 할 줄 모르기에 다른 할 소일거리도 없습니다. 그대가 말한 노부인은 정말 재주가 뛰어나더군요. 존경스러워요, 자주 데리고 오세요."원경릉은 진국대장공주의 말에 마음이 조금 흔들렸다. "노부인은 몇 년 간 의학원에서 학생을 양성하셨습니다. 침술도 가르치지요, 공주님의 경추에 아주 좋습니다. 괜찮으시면 학생에게 맡겨보시겠습니까?"만약 진국대장공주가 원한다면 학생들이 돌팔이 의원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었다.원경릉의 말을 옆에서 듣고 있던 늙은 관사가 말했다. "태자비마마, 아니되옵니다. 공주님의 신체를 어찌 겨우 삼 년을 배운 의원따위 에게 맡길 수 있겠습니까?"원경릉도 자기의 말이 살짝 도를 넘었다고 여겼는지 겸연쩍게 말했다. "공주마마, 용서하십시오. 제가 그저 입에서 나오는 말을 했습니다, 결코 공주마마의 기분을 상하게 할 생각은 없었습니다."공주는 손을 살짝 누르며 원경릉을 바라보았다. "그 학생들은 전부 노부인이 직접 가르친 것입니까?""노부인, 조 어의, 그리고 다른 스승님이 계십니다. 전부 각 주부에서 초청한 명의들이지요." 원경릉이 답했다.진국대장공주가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 "이렇게 하시지요, 일부 수낭들의 목이 좋지 않는데 그 수낭들에게 침을 놓는 게 어떻습니까? 만약 효과가 있다면 내가 침을 맞겠습니다."원경릉이 크게 기뻐했다. "정말입니까? 좋습니다!"진국대장공주가 웃으며 말했다. "그대의 마음은 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밖에서 소란을 피우는 사람들은 모두 혜평이 부추기고 있는 겁니다. 일부러 의학원의 의원들 실력이 좋지 않다고 소문을 내는 바람에 백성도 혜민서에 반감이 있지요. 만약 그 학생들이 치료
침을 맞다원 할머니는 학생들이 침을 놓을 때 옆에서 직접 지켜보았다. 침을 놓은 지 일주일이 지나고서부터 수낭들의 목이 확실히 좋아졌다. 진국대장공주도 약속을 지켰다. 그리고 외부에 새 의원의 의술로 두풍지병을 치료하겠다고 선언했다.그녀의 행동으로 사람들은 많은 관심을 두기 시작했고, 모두 진국대장공주의 안위를 걱정했다. 궁중의 어의를 놔두고 어떻게 돌팔이 의원에게 치료를 맡긴다고 수군거렸다.두풍은 고질병이었다. 머리에 생긴 병으로 치료를 잘못하면 생명에 위협이 되었다.황실의 안식구들과 고명들은 이것이 원경릉의 제안으로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잇달아 원경릉을 비난하면서 진국대장공주를 말리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말하든, 진국대장공주는 이날 노부인의 외래 진료에 와서 진맥을 한 후에 침을 맞았다.진국대장공주를 데리러 온 식구들은 의원에게 끝없이 질문하거나 심지어는 진료를 방해하기도 했다.그러자 진국대장공주가 화를 내며 명령했다. "모두 물러나세요. 방해하지 말고 밖에서 기다리세요.""어마마마..." 진국대장공주의 며느리 최씨가 그녀를 말렸다. "조심하십시오, 어의가 침술에 훨씬 능한데, 어의를 불러 치료하는 것이 어떻습니까?""어찌 말이 그리도 많은 것이냐? 당장 나가라고 하지 않았더냐‘" 진국대장공주가 화를 내며 말하자 원경릉이 타일렀다. "걱정하지 마세요. 이 의원들은 새내기이긴 하지만 침술이 아주 뛰어나 의학원에 있을 때부터 매일 연습에 매진했습니다. 문제가 생기지 않을 테니 안심하세요."최씨 부인은 원경릉을 원망했다. "그러다가 정말 뜻밖의 사고라도 생긴다면 이건 누가 책임집니까? 태자비 마마께서 저들을 그렇게 믿으면 직접 시침이라도 해보지 그러십니까?""내가 알아서 한다!" 진국대장공주가 노여워하며 그들에게 나가라고 손짓했다.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밖으로 나가 기다렸다. 백성들은 밖에 모여서 의원들이 침술에 능통한지 지켜보려 했다.진국대장공주는 의자에 앉았다. 그러자 의원 한 명이 앞으
지하의 화약 무기첫째 날 침을 맞은 후 진국대장공주의 통증이 약간 완화되었다. 그녀는 이튿날이 기대되었다.진국대장공주가 떠난 뒤, 몇 명의 의원들이 나와 예전처럼 질서정연하게 백성들의 병을 진찰하기 시작했다.표정은 특별하지도, 교만하지도 않았다.원경릉은 원 할머니와 몇 마디를 나눈 뒤 돌아갔다. 우문호는 다른 일로 바빴다. 그리고 병부창고를 둘러보다가 전에 보지 못했던 무기를 그림으로 그려 원경릉에게 보여주었다.원경릉은 그림을 보더니 이상함을 느꼈다. 전부 화약으로 만든 무기였다. "예전부터 화약을 응용했었어?""아니?" 우문호는 무장이었기에 수십 년 전의 일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십 년 동안은 화약을 응용하지 않았다."하지만 이 화총과 수류탄을 봐. 전부 살상 무기야. 물론 대주가 개발한 전차와 비교할 수 없겠지만. 대주의 전차는 화약 무기를 휴대할 수 있거든." 원경릉이 말했다.우문호가 의아한 얼굴로 말했다. "이것들은 전부 병기보의 지하실에 있었어. 몇 년 동안 거기에 쌓여 있었지, 심지어 화약도 있었으니.. 하지만 지하실에 오랫동안 있었어. 습기가 가득해, 사용할 수 없는 무기다.""소요공이나 재상에게 예전에 화약으로 만든 무기가 있었는지 물어보는 게 어떠냐?" 원경릉이 우문호에게 물었다."예전부터 있었다면 우리는 지금 대주에 의존하지 않아도 돼. 거리가 멀어 운송하는 것도 불편했잖아." 비록 대주와 북당은 현재 우방국이지만, 나라와 나라 사이에는 영원한 평화가 없었다. 북당은 시종 자신의 군사력을 발전시키려 했다. 이건 우문호가 간절히 바라던 일이기도 했다.그는 진정정을 믿지 못하는 게 아니었다. 그러나 진정정이 대주를 대표할 수는 없었다. 설령 대표를 하더라도, 그는 언젠가 수명을 다할 것이고, 그때가 되어서도 두 나라 여전히 우방국일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다. 친구도 비슷해야 관계가 유지된다.우문호는 망설이지 않고 궁으로 들어가 3대 거두를 찾았다. 그는 병부 창고에 쌓여
기록되지 않은 역사우문호는 명원제를 찾아가 화약 무기에 대해 물었으나, 명원제는 아는 바가 없었다. 심지어 태상황도 그에게 이런 것을 말하지 않았기에 그는 이 얘기를 난생처음 듣는다고 했다.위태부에게 관련 기록이 있는지 물었으나, 역시나 화약 무기로 전쟁을 했다는 기록은 어디에도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하지만 눈치를 보며 우물쭈물 말하는 위태부의 모습으로 보아 일부 내막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었다."그러나 태상황께서 분명 나에게 전쟁에서 한 번 사용했다고 하셨습니다. 아바마마, 지금 이 무기가 대주의 전차와 비교할 수준은 아니겠지만 분명 큰 도움이 됩니다. 병부에서 무기 개발을 계속할 수 있게 유노하여주십시오, 소자 간청하옵니다." 우문호가 말하자 명원제는 약간 주저했다. "휘종신께서 이 병기를 금지한다는 엄령을 내렸으니 짐은 그것을 거역하지 않는 게 좋다고 여긴다."우문호가 다급히 말했다. "아바마마, 우리가 사들이는 대주의 전차도 살상력이 매우 큽니다. 이것또한 전쟁터에서 똑같이 쓰는 무기인데, 어째서 다른 사람에게 사는 것은 되고 스스로 개발할 수는 없다는 말이십니까? 휘종신 시절, 안풍친황이 변방을 지키고 있어 사방의 오랑캐들이 감히 침범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이 다릅니다.북막에서 호시탐탐 우리를 노리고 있습니다, 그들의 야심을 막아야 할 때입니다."명원제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이 일을 황조부도 알고 있는 것이냐?""예, 반대도 찬성도 하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명원제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짐도 이 일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구나."그 역시 휘종신의 유지를 거역하는 불효자가 되고 싶지 않았다.우문호가 한숨을 내쉬었다. "아바마마, 이 일을 굳이 천하에 알릴 필요는 없습니다. 병부에서 조용히 연구하면 되옵니다. 연구한 뒤, 그것을 쓸지 쓰지 않을지는 나중에 토론할 문제지요."명원제가 말했다. "휘종신이 금지한 것은 북당이 호전 호전 상황에 빠지는 것을 원치 않는 것일 것이다. 게다가 그의
유언비언정국 부인은 어두운 얼굴로 흥분해서 말했다. "더 있단 말입니까? 전부 소각하지 않았습니까?""지하실에 많지는 않지만, 어쨌든 소량은 있소이다." 우문호가 답하자 정국부인은 지팡이를 천천히 내려놓았다. 그리고 눈빛이 아득해지더니 흥분하며 말했다. "예전에 그 무기들은 확실히 전장에 사용되었습니다. 우리군 1만 명이 무려 적군 10만 명을 이겼지요. 쇤네도 운 좋게 그 전쟁에 참여하였습니다. 장관이었습니다, 아무도 상상하지 못할 광경이었지요. 만 명의 아군이 백만 군사의 진세를 펼쳤지요!""그럼 어째서 화약 무기가 금지되었던 것이오?" 원경릉이 물었다.정국 부인이 답했다. "그 전쟁으로 5만 명이나 죽고, 만 명이 포로로 되었지요. 전쟁터에는 피가 흐르고 시신이 산처럼 쌓였습니다. 승리하고 돌아온 우리를 문인들은 북당의 살인마 취급을 하며 비난을 받았습니다. 적군의 아녀자와 어린아이까지 가만두지 않았습니다. 마침 그해, 북당에는 수해가 심각했고 몇 개의 진들은 침수되는 재난이 찾아왔지요. 백성이 갈 곳을 잃고 떠돌아다녔고 문인들은 그것을 빌미로 무장들의 악랄한 살상으로 천재지변을 초래했다고 하더이다."원경릉이 의아한 듯 물었다. "그래, 황실에 회임한 분들이 여럿 있었지?"정국 부인이 놀라서 물었다. "태자비 마마께서 그걸 어찌 아십니까?"우문호와 원경릉이 서로 마주 보았다. 두 사람은 사실을 안 듯했다. 황실에 찾아온 회임 소식과 수해로 뿔뿔이 흩어진 백성들은 황실의 극악무도함을 암시하는 것이다. 지금처럼.누군가가 일부러 그때와 같은 소문을 퍼뜨리려고 하는 것이다.분명 부황께서도 이 일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다만 휘종신의 뜻으로 후세의 제왕들은 이 일에 관해 언급할 수 없었고 그래서 화약 무기 제조도 반대했던 것이다. 그해 찾아온 수해의 화살이 황실로 향하는 것이 두려웠던 것이다.위태부가 아무런 기록이 없다고 말했을 때부터 무언가 이상하다고 여겼다."그 후, 이 일을 어떻게 무마했소?" 우문호가 물었다.
우문호의 앞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 같았다. 비록 자신의 북당에 이런 무기가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현 상황에서 계속 연구할 수도 없다.그러나 그는 단념하지 않고 다음날 궁에 들어가 다시 부황을 만나 이 일을 상의했다.부자 두 사람은 단독으로 어서방에서 이 일을 의논했고 우문호가 말했다."부황, 소자는 부황이 민원이 다시 일어날까 봐 걱정하시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천외 비석의 일은 본디 누가 고의로 한 것입니다. 미색과 황귀비가 임신한 일을 빌어 크게 일을 만들었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이 일은 왜 늦지도 빠르지도 않게 하필 소자가 병부에 가서야 발생했겠습니까, 그들이 우리가 이 무기를 다시 만들려고 하는 것을 방비하고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북막인들은 손해를 보았으니 당연히 막을 테지만 우리도 그냥 이렇게 포기하는 겁니까? 왜 저희 북당의 군사력이 다른 나라에 얽매여야 합니까? 지금 손을 떼고 싸워봐도 저희가 질 지 모르는 일입니다, 만약 부황께서 걱정되신다면 소자가 명을 받들고 북막을 격퇴시키겠습니다."명원제가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넌 황태자다, 어찌 전장에 나가겠다고 쉽게 말할 수 있느냐? 지금 나라는 다사다난한 시국이다, 수해가 심하고 경중은 또 너의 의제 개혁으로 인해 난리가 났으니 백성들 마음속에는 모두 원한이 차 있을 것이다. 먼저 경성의 일을 가라앉히고 나서 다시 이야기하는 것이 좋겠다.""경중의 일들은 따지고 보면 혜평 고모께서 저지른 것입니다, 그들은 자신의 이익만 지키려 하고 시야가 좁아 대국적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부황께서 고모와 얘기를 해보시는 건 어떻겠습니까? 부황께서 나서주시면 소자도 많은 일을 줄일 수 있습니다."우문호가 말했다.명원제의 안색이 조금 불쾌해졌다."네 황고모를 어찌 그렇게 말하는 게냐? 짐은 원래 의서를 증설하는 것을 그다지 동의하지 않았다, 단지 네가 이 일에 몰두하니 너의 열정을 꺾고 싶지 않았지. 하지만 길게 보았을 때, 이건 나라와 백성을 이롭게 하는 좋은 일이 아니다
안왕은 깜짝 놀랐다.“그가 꿈을 꿨다고? 셋째 형님이 사고를 당하는 꿈을?”“예!”“언제 꾼 꿈이더냐?”원경릉은 많이 지친탓에 깊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말했다.“아마 저녁 해시쯤 인 것 같습니다.”안왕이 물었다.“저녁 해시? 강북부에 있던 것이냐? 해시에 꿈을 꿨는데, 어떻게 자시가 되어 도착한 것이냐?”원경릉은 멈칫하다가, 그제야 무심코 자신이 말을 잘못했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이제 와서 며칠 전에 꾼 꿈이라고 수습하려 해도 방법이 없었다. 다섯째와 함께 온 것이 아니라, 홀로 왔기 때문이다.안왕은 여전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사실 그는 황후에게 무슨 능력이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다만 황후에 관한 일은 늘 완전히 드러나지 않아, 무슨 상황인지 제대로 알 수 없었다.안왕은 셋째 형님의 일로 마음이 무거운 터라, 더 캐묻지도 않았다. 사실, 더 캐묻는다고 해도 소용이 없었다. 아무리 황후가 대단하다 해도, 그를 해치지 않기 때문이다. 정말 그를 해칠 사람이었다면, 진작 그를 죽였을 것이다.그는 다만 셋째가 위험에 빠진 것을 다섯째가 꿈에서 알았다는 것이 놀라왔다. 게다가 그 꿈 하나로 황후를 먼저 급히 보내왔다는 것도 놀라웠다.꿈을 꾸는 건 어쩌면 이상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형제끼리는 어느 정도 교감을 하니 말이다. 하지만 꿈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황후를 심야에 먼저 보낸다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그는 예전에도 다섯째를 대단하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이번에는 단순한 존경을 넘어, 그들의 형제애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원경릉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방으로 들어갔다.그리고 수술이 끝나자마자, 그에게 산소를 공급하고 주사를 놓았다.큰 상처들은 처리했지만, 얼굴과 손에 있는 작은 상처들은 아직 손도 못 댄 상태였다. 원경릉은 생리식염수를 꺼내 천천히 상처를 닦아주었다.얼굴에는 작은 상처들이 여러 군데 있었고, 손에 특히 많았다. 그녀는 예전에 그가 강북부에서 병사들과 함께 산을 오르고 밭을 일구며 텃
수술실은 즉시 가장 빠른 속도로 준비되었고, 원경릉은 직접 소독했다. 소독이 끝난 후에는 아무도 들어올 수 없었다.그 후 위왕을 이송했는데, 이송하는 사람들도 전부 소독을 마쳤다.문이 닫히는 순간, 본격적인 대수술이 시작되었다.원경릉은 마음이 몹시 아팠다.과거 사생활은 그렇다 해도, 그는 정말 훌륭한 신하였고, 뛰어난 장군이자 좋은 형제였다.수년간 그가 얼마나 고생했는지도 모두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다들 그가 속죄를 위해 스스로 고통을 택했다고 말하지만, 원경릉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양심의 가책이 없는 사람은 속죄조차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양심이 있는 사람이라도 속죄의 방법은 다양하다. 1년, 2년 정도 고생하면 본인과 타인에게도 속죄한 것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었다.하지만 그는 십여 년 동안 매일 이 춥고 황량한 변경에서 모진 세월을 견디며 고통 속에서 살아왔다. 속죄하려는 마음도 있긴 하겠지만, 원경릉은 북당의 변방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가장 컸다. 비록 예전엔 그에게 화가 난 적이 있긴 했지만, 지금은 오로지 존경과 가족으로서의 따뜻한 감정만이 남아 있었다.그래서 수술 중 그의 옛 상처와 새로운 상처를 볼 때마다 그녀의 마음은 찢어질 듯 아팠다.조금만 늦었더라도 그는 목숨을 잃었을지도 모른다.이 모든 것은 안왕의 도움도 컸다. 변경의 바람과 모래가 그들 형제가 진정한 화해를 할 수 있게 이끌었다.그때 태상황이 그를 변경으로 보낸 것은 그에게 새로운 삶을 주는 기회였고, 북당에도 십 수년의 안정을 가져다 준 일이었다.위왕의 복부 상처는 너무 깊었고, 어깨와 등에도 칼에 찔린 자국이 있었다. 부상 당시 출혈도 심각해 생명이 위태로웠다.수술이 끝났을 땐, 이미 날이 밝아 있었다.원경릉은 혼자 수술을 집도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 이미 익숙해지긴 했지만, 이번 수술은 유난히 위험했다. 그녀는 행여나 너무 늦게 도착한 것은 아닌지, 마음이 조마조마했다.위왕은 언제나 강한 사람이었기에, 그녀는 그가 이번에도 버텨내길 바
위왕의 병사들이 저택 문 앞에 모여 무릎을 꿇고 있었다.위왕은 오랜 세월 병사를 이끈 뛰어난 장군이었기에, 병사들의 모든 선망을 받고 있었다. 그가 사고를 당한 일만으로도 그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의원들이 하나둘 고개를 저으며 떠나는 모습과 안왕비가 하늘에 기도를 올리려 무릎을 꿇은 것을 보고 병사들도 애타는 마음에 함께 무릎을 꿇었다.주변의 백성들 역시 사정을 듣고 자발적으로 찾아와, 저택 밖에 몰려들었다. 위왕은 평소 허세를 부리지 않았으며, 이웃들과도 농담을 주고받는 친근하며, 모두에게 사랑받는 왕이었다. 사실은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일부러 몰락한 왕인 척했고, 그런 모습 덕에 백성들과 가까워질 수 있었다.한편, 저택 안에서는 안왕이 위왕에게 내공을 주입하며 심맥을 지키고 있었는데, 곧바로 의술이 뛰어난 의원을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모두 함께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원경릉은 도착하자마자 이 광경을 목격했고, 다섯째의 꿈이 사실인 것에 깜짝 놀랐다. 누군가가 큰일을 당한 것이 분명했다.그녀는 곧 사람들의 기도 속에서 위왕의 이름을 들었고, 사고를 당한 이가 정말 셋째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그리고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함께 기도하는 모습에 감격을 금치 못했다. 그녀는 위왕이 북당을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바쳤는지도 절실히 느꼈다.그녀는 워낙 빠르게 달려온 터라, 출발해서 도착까지 한 시진도 걸리지 않았다. 그녀는 길가에 말을 세우고, 서둘러 가려고 했지만 가득 찬 인파에 가로막힌 탓에, 어쩔 수 없이 큰 소리로 외쳤다.“의원입니다, 비켜주세요!”그 외침에 사람들은 바로 길을 내주었고, 원경릉은 재빨리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문 앞에 서 있던 집사는 안왕과 함께 경성에서 온 사람이라 원경릉을 알아보았다. 집사는 기쁨에 복받쳐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황후마마께서 오셨다니…! 위왕은 무탈할 것입니다.”병사들과 백성들은 그 말을 듣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황후가 직접 뛰어오셨다니? 그리고 다들 그제야 마음을
우문호 일행은 강북부로 향하는 내내 북방의 풍경과 풍속을 경험했다. 그로 인해 속도는 매우 느리긴 했지만 말이다.그날 밤, 우문호는 갑자기 악몽에서 깨어나 온몸에 땀을 흘리며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그의 얼굴에는 공포가 가득했다.그러자 원경릉이 벌떡 일어나 그를 껴안으며 물었다.“무슨 일이오? 악몽을 꾼 것이오?”우문호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아직 날씨가 덥지 않은 데다가 북방에 있어 오히려 날씨까지 쌀쌀했기에, 그는 아직도 악몽이 생각나는 듯, 창백한 표정을 지은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꿈에서 셋째 형님이 피투성이인 채 죽어가고 있었소…”원경릉은 그저 꿈이라 생각하고 위로해 주려 했지만, 이내 우문호의 강한 감응 능력을 떠올렸다. 갑자기 나타난 이 꿈이 형제간의 영적 감응일지도 몰랐기 때문이다.우문호도 점점 불안한 생각에 빠졌다.“강북부가 비록 평온해 보여도 사실 북당에서 가장 복잡한 곳이오. 온갖 사람들이 섞여 있고, 북막도 호시탐탐 노리고 있네. 게다가 셋째 형님도 무모한 사람이니, 진짜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닐지 걱정되오. 원 선생, 어서 빨리 가야겠소.”원경릉이 서둘러 옷을 입으며 말했다.“아니, 내가 먼저 가겠소. 정말 상처를 입었다면, 내가 가야지 도움이 되지 않겠소? 게다가 난 빨리 갈 수 있잖소.”“좋소. 그럼 먼저 가시오. 우리도 곧 출발하겠소.”우문호는 너무 생생한 꿈 탓에, 더 이상 천천히 갈 수 없었다.“사람을 불러야겠소.”원경릉은 재빨리 옷을 입은 후, 우문호에게 포옹하고 이마에 입을 맞췄다.“먼저 가겠소.”“조심하시오.”우문호가 말을 다 끝내기도 전, 원경릉은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원경릉이 사라지자마자 우문호는 방 문을 두드리며, 출발하자고 소리쳤다.우문호의 소리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 이 밤중에 출발이라니, 무슨 큰 일이 생긴 걸까?이때 수보가 겉옷을 걸치고 나오며, 우문호의 팔을 잡고 물었다.“무슨 일입니까?”우문호가 답했다.“나도 모르네. 하지만 셋째 형님에게 무슨 일
스무 명이 넘는 자 중 단 한 명만 생포하고 나머지는 전부 섬멸되었다.안왕은 재빨리 위왕의 혈을 눌러 지혈한 후, 중상을 입은 위왕을 데리고 저택으로 돌아왔다. 먼저 의원을 찾으러 간 사람이 있었기에, 의원은 이미 저택에 도착해 있었다. 이때 안왕이 피투성이가 된 채, 의원의 옷깃을 움켜잡았다.“살리시게, 살려야 하네. 꼭 살아야 하네.”의원이 바로 약상자를 내려놓으며 말했다.“진정하십시오.”의원이 위왕의 옷을 가위로 자르자마자, 상처가 바로 드러났다. 다행히도 먼저 지혈한 덕분에 저택까지 돌아올 수 있었다.하지만 심각한 부상 상태와, 깊은 복부의 자상 때문에 장기를 다친 것으로 판단한 의원은 간단한 처리를 마친 후, 안왕에게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소인의 의술이 부족한 탓에, 치료를 감당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경성에서 다치셨다면, 희망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강북부는 의료가 낙후된 지역이다. 비록 혜민서를 설립한 이후 의사를 집중적으로 양성하긴 했지만, 경성에 비하면 여전히 많이 부족했다.안왕이 숨을 헐떡이며 눈에 핏줄을 세우고 소리쳤다.“중상을 입었는데 어찌 도성으로 돌아가란 말인가? 긴 여정을 견딜 수 있을 것 같은가?”의원이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그것도 참 문제입니다. 황실 친왕이 자금단을 가지고 계신다고 들었는데, 혹시 저택에 있습니까?”“없네!”안왕은 위왕의 호흡이 점점 미약해지는 모습을 보며 절망감에 휩싸여 털썩 주저앉았다.“내가 갖고 있던 자금단은 이미 먹은 지 오래된 것이네.”“경성… 경성으로…”의식을 잃은 위왕은 그저 경성이라는 말만 중얼거렸다.안왕은 눈물을 닦으며 무릎을 꿇었다.“형님, 조금만 더 버티십시오. 의원이 약을 썼으니, 황후가 오실 때까지 며칠만 버티십시오.”심각한 상황이니, 경성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돌아가려면 최소 일주일 이상은 걸리지만, 황후는 아마 사흘 안에 도착할 수 있었다. “경성으로……”위왕은 의식을 잃기 전까지 계속해서 경성을 찾았다. 그곳은 그가 너무
위왕은 마음속에 또 하나의 걱정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다섯째가 곧 강북부에 오는 것이었다. 비록 이 일은 소문내지 않았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순행했으니, 소문이 새어나가게 마련이다.설령 그가 강북부에 온다고 밝히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의 최종 목적지가 강북부라는 것은 바로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북막인들이 다섯째에게 해를 가하려는 것은 아닐지 걱정되었다.아무래도 단 한 순간도 북막인의 야심은 멈춘 적 없었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는 방심하지 않고, 허점을 찾아내겠다는 결심을 다지며 이들을 감시했다. 확실한 증거가 없는 어디까지나 본인의 추측일 뿐이기에, 그는 이 일을 아직 넷째에게 말하지 않았다. 섣불리 말을 꺼냈다가, 그들이 진짜 금나라 상인이라는 것이 밝혀지기라도 한다면, 두 나라의 사이만 영향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비록 무장이지만, 외교적인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아주 작은 불씨라도, 마음먹은 자가 부추기면 걷잡을 수 없는 큰불이 될 수 있는 법이기에, 섣불리 행동해서는 안 되었다. 그리고 감시 끝에 마침내 이상한 점을 포착했다. 처음엔 열댓 명 정도였던 이들 무리는 이틀 사이 스무 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새로 온 자들은 앞선 사람들과는 다르게, 군인이라기보다는 강호 인사의 분위기를 풍겼으며, 무공 또한 약하지 않아 보였다.위왕은 경계심을 품고, 밤새 직접 사람들을 이끌어 조사에 나섰다.앞서 만났던 금나라 사람들은 여전히 질문에 순순히 응했지만, 새로 온 강호인들은 거만한 태도를 보였다. 위왕의 질문에도 그저 시큰둥한 태도만 보이며 북당인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위왕은 건방진 그들의 태도에, 몇 마디 호통을 쳤고, 그 모습에 강호인들은 참지 못하고 바로 위왕에게 손을 쓰려고 했다.위왕은 조사하기 위해 온 터라, 데리고 온 부하도 단 몇 명 뿐이었기에, 상대가 일반적인 조사에도 이렇게 쉽게 공격하려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앞서 온 금나라인들이 말리려 했지만, 그들이 손을 쓰자, 사태가 수습되지 않을 것을 알았다. 그리고
남강에 며칠 머무는 동안, 아홉째와 함께 남강의 풍경을 둘러보고, 북강에도 다녀왔다.지금 북강 백성들은 조정에 대한 소속감이 아주 강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남강을 다스린 정책이 정말 훌륭했기에, 백성들 모두 좋은 날을 보낼 수 있었기에, 자연스레 황제에 대한 존경심도 깊어진 것이었다.황제와 황후가 지나가는 곳마다 백성들은 길가에 모여서 열렬히 환영했다.그들은 이번 순행 내내 오계부에서 신분을 밝힌 것 외에는 항상 미복으로 다녔다. 하지만 남강에서 우문호는 황제의 신분을 드러냈다.우문호는 백성들의 신뢰와 경외심에서 큰 성취감을 느꼈고, 매우 기뻤다. 그는 줄곧 원경릉의 손을 잡고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과거 북강은 방어를 위해 무술 함정이 많았지만, 이제는 모두 제거되었다. 그리고 많은 백성이 산 아래 평원으로 이주하여, 새로운 마을을 이루었다. 정화를 구하러 왔을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기쁜 마음과 함께 우문호는 감사함도 느꼈다. 이것은 결코 그 혼자만의 공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남강을 떠나야 하는 날이 다가오자, 원경릉은 만아와 여덟째를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곧 변성으로 가야 했기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잠시였다. 남강을 벗어나자마자, 그녀는 아이들과 만날 생각에 들뜨기 시작했다."원 선생, 그들에게 말했소?"길에서 우문호가 물었다."아니, 몰래 가는 것이오."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교활하구먼. 그래도 만두가 이미 알려줬을 수도 있을 텐데."지금은 경단과 찰떡, 그리고 계란이 셋만 그곳에 있었다."셋이 다섯 개 성을 다스린다니, 분명히 힘들 것이오."원경릉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소.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졌네. 이제는 태평해 보이니."우문호도 아이들이 안쓰러웠다."이번에 가서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충분히 쉬게 해줘야 하오."사실 성하나를 다스리는 것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점 없이, 매우 힘든 일이었다.한편, 강북부에서는 최근 강북부 무구산 주변에 신비한 상단
그러자 홍엽이 그를 바라보며 멈칫했다."자네가 중매를 서겠다고?""안 되오?""말도 안 되는 소리 말게. 자기 혼사도 해결 못 하는데 중매는 무슨. 난 못 믿네!"냉정언이 어깨를 으쓱였다."못 믿으면 말고. 이래 봬도 내가 명문가 아가씨나 협녀를 많이 알고 있소."홍엽은 손으로 그의 목을 움켜잡으며 소리쳤다."알고 있는 아가씨가 있으면 진작 말했어야지! 경성으로 돌아가자마자, 당장 소개해 주시게!"냉정언은 웃으며 그의 손목을 옆으로 밀어냈다."중매 값이 워낙 비싸서. 십만 냥 아니면 쉽게 안 나서오.""돈이 대수요?"홍엽이 교활하게 웃으며 말했다."우린 지금 한집에 살고 있소. 그러니 자네가 돈을 어디에 숨겼는지, 다 알고 있네. 그동안 꽤 많이 챙겼으니, 돌아가서 돈은 두둑이 주겠네."그 말에 냉정언이 깜짝 놀랐다."내 돈을 노리고 있었소? 진짜 도둑을 집에 들였군! 늙어서 쓸 돈이네, 그 돈을 혼사에 쓸 생각은 하지 마시오!""명여가 우리를 챙길 테니, 그렇게 쩨쩨하게 굴지 마시오."홍엽이 새침하게 말했다."나도 돈이 많소. 다만 남의 돈을 쓰는 게 훨씬 재밌을 뿐이네."냉정언이 숨을 들이쉬었다."안 되겠네. 경성에 돌아가자마자 자네를 쫓아내야겠소."홍엽이 말했다."쫓아낼 수 있으면 쫓아내 보시게. 게다가 자네가 나를 청할 때, 뭐라고 했는가? 얼마든지 살아도 된다고 했잖소. 이제 와서 후회하는 것이오?""이야, 홍엽, 어찌 이리 뻔뻔스러워진 것이오?""뻔뻔하지 않으면, 어찌 당신 집에서 이렇게 공으로 먹고살 수 있겠나?"홍엽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수보, 신을 모시는 건 쉬워도 보내는 건 어렵다고 하잖소. 이미 집안에 들어갔으니, 쫓아내기는 힘드네. 후회해도 소용없소. 수보의 등골 빼먹다 죽을 것이오. 관에 수의까지 얻어 쓸 생각이라, 죽으면 자네가 장례식까지 마련해줘야 하네."수보는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애써 이를 악물며 말했다."진짜 뻔뻔하오!"홍엽은 박장대소했다.멀리 복도 끝에
“예, 그립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놀고 싶기도 합니다.”그는 말하다가, 갑자기 신이 난듯 몸을 들썩이며 말을 이어갔다.“여긴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홉째와 나가면 큰 산도 있고, 꽃도, 나무도 많습니다. 물고기도 많고, 사람도 많고, 뭐든지 엄청 많았습니다.”우문호는 웃으며, 못내 안쓰러움을 느꼈다. 예전에 그를 궁 안에 가두고, 거의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그를 데리고 나가는 것도 신경 쓰였다.“이곳이 마음에 들면, 좀 더 오래 있어도 된다.”우문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예, 정말 좋습니다. 다만, 형님과 형수님이 그리웠습니다. 이렇게 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여덟째는 흥이 오른 상태로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어서 들어가시지요! 아홉째가 형님이 내일 오신다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그는 뒤돌아 원경릉에게 외쳤다.“형수님, 빨리 따라오십시오. 맛있는 거 많습니다.”미색은 웃으며 꾸짖었다.“이 무심한 녀석, 다섯째 형수님만 챙기고, 여섯 형수가 배고픈지는 묻지도 않는 것이냐?” 여덟째는 그제야 미색을 본 듯,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여섯째 형수님도 오셨습니까? 여섯째 형님도 오신 것입니까? 와, 너무 좋습니다!”“질투하다니?”원경릉은 미색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미소를 지었다.“여덟째는 너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아유, 참!”미색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여덟째는 바로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항상 그림과 책자를 선물하는 여섯째 형수님도 좋아했기 때문이다.그는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그... 그럼 같이 드시지요. 음식 많습니다.”“장난이다. 난 질투 안 해.”미색은 기쁘게 말했다.여덟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고, 다들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원경릉이 만아에게 말했다.“정말 이곳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구나. 예전보다 훨씬 활발해졌고, 말도 많이 하네. 이 모든 게 아홉째 덕분이다.”만아는 웃으며 말했다.“예, 둘이 시간이 날 때마다 밖으로 나가,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