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평공주 대 원경릉원경릉의 마차가 다가오자 혜평 공주가 커튼을 걷어 올리면서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태자비께서는 궁에서 돌아오시는 길입니까?”이 말을 들은 원경릉이 몹시 노하며 말했다.“나를 미행하라고 사람까지 보낸 겁니까?”혜평 공주가 낄낄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본 공주가 왜 사람을 보내서 태자비를 미행하겠습니까? 당신이 궁에 들어와서 어디에 있었는지, 본 공주는 모르는 것이 없습니다.”원경릉이 무심코 차갑게 말했다.“공주님이 손을 그렇게 길게 뻗어서 뭐 합니까? 궁궐의 모든 일을 다 꿰뚫어 차고 있는 걸로 보아 공주님의 사업도 대단한 모양입니다.”“나쁘지는 않네요, 당신 부부가 엉뚱한 수작만 부리지 않았다면 장사가 더 커졌을 수 있을 텐데 말이죠.”원경릉 역시 공주의 얼굴을 역겹게 바라보며 냉정하게 말했다.“환자를 치료하는 것을 장사의 수단으로 여기는 게 공주님은 정말 옳다고 생각합니까?”혜평 공주는 턱을 치켜들고 차갑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원경릉을 바라보며 말했다.“환자를 치료하는 것을 자선 사업 취급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부적절합니다. 어제 회덕 의원에서 사람이 두 명이나 죽었다는 걸 태자비도 알고 계시겠죠? 만약 태자비께서 의도적으로 태자께 의서를 증설하고 약 값을 낮추라고 하지 않았다면 이 일은 절대 발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 두 사람, 모두 억울하게 죽었습니다. 그들은 태자비에 의해 죽게 된 것이고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만약 태자비가 늘 고집하는 자애로운 마음만 아니었다면 의원은 여전히 환자를 치료하는 데 전념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의원은 자선 단체가 아닙니다. 돈이 있으면 들어와서 치료받을 수 있고 돈이 없으면 스스로 약초를 캐서 치료합니다. 이런 상황이 수년 동안 이어져 왔는데 왜 태자비께서는 의원을 극악무도하다고 비난하는지 이해할 수 없네요. 정말로 극악무도하다면 경중에 그렇게 많은 백성이 우리 의원 의사를 우러러보지는 않았을 겁니다.”“정말 억지스러운 추론이군요. 제가 언제 의원을 차리는 것이 극악무도한
선전포고마부는 이미 혜평 공주의 기세에 눌려 무의식적으로 옆으로 기대고 싶었지만,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았고 이어 채찍을 내리자, 말은 성질이 난 듯 놀랍게도 꼼짝도 하지 않았다.그러나 혜평 공주의 마차는 이미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기 시작했다.혜평 공주의 마차는 말 네 필이 끄는 덜렁이 마차로 한편으로는 매우 쾌적하고 튼튼했다.그에 비해 초왕부의 마차는 두 필이 끌고 있었는데 약간 허름한 것이 자칫하다 뒤집힐 것 같은 작은 마차였다.“돌진해!”원경릉의 말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고 고의로 막고 있다는 생각에 혜평 공주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태자비, 얼른 내려요!”이를 본 마부는 겁에 질려 소리 지르기 바빴다.하지만 원경릉은 미동도 없이 말을 계속 재촉하며 외쳤다.“어서 발굽을 들어라!”반대편에서는 마차가 급박하게 돌진해 오고 있는데, 원경릉의 말 두 필이 갑자기 냅다 길게 이웃 소리를 내더니 앞발굽을 번쩍 세우며 기세가 일시에 폭발했다.그러자 혜평 공주의 말 네 필이 발굽이 갑자기 힘이 빠지면서 급기야 무릎까지 꿇었다.마차가 쓰러지면서 혜평 공주도 마차에서 굴러떨어졌고 원경릉의 마차 바로 앞에 머리를 부딪쳤다. 시종과 마부는 깜짝 놀라며 급히 다가가서 일으켜 세웠다.하지만 혜평 공주는 위엄을 잃고 머리칼이 헝클어져서는 놀란 얼굴로 화를 버럭버럭 내며 마부의 뺨을 냅다 갈겼다.“쓸모없는 것!”원경릉은 천천히 마차에서 내려 그녀 앞에 다가가 섰다.그녀는 혜평 공주보다 조금 큰 키에 눈매는 싸늘하면서도 차분한 분위기가 감돌았다.“공주님, 이제 드디어 천벌이 내리니 달게 받으시지요.”“당신…”혜평 공주는 얼른 손을 들어 그녀를 가리키려 했지만, 손 한쪽 전체가 다 까지고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흥분 상태에서는 그녀도 별로 아픔을 느끼지 못했지만 피를 본 지금, 그녀는 군데군데 온몸이 저절로 아프다고 느꼈다.원경릉은 차갑게 웃으며 그녀를 지나쳐 저택 입구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저택 문 앞에 있던 사람이 이
명령원경릉은 저택 입구에 꿋꿋이 서서 차가운 눈빛으로 혜평 공주를 응시하고 있었다.그녀의 본성은 언제나 차분한 성격으로 화를 내는 일이 거의 없었기에 오늘처럼 격노하고 화를 참지 못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혜평 공주의 눈빛도 똑같이 사악하고 냉혹한 게 날카로운 칼날 같은 눈빛은 원경령을 뼈도 못 추스르게 만들고 싶은 정도였다.수년간 의원과 약방을 운영하면서 그녀는 누구보다 이익을 중시했지만, 그 누구든 자기 사업에 해를 끼치려 한다면 결코 관대하지 않을 것이다.‘태자비, 그래서 뭐? 태자비도 결국 이방인일 뿐이고 유문 씨족의 혈통을 가진 것도 아니었다. 특히 최근 몇 년 동안은 황실 문제에 개입하지도 않았다. 겉으로는 예의 바르고 선의의 행동을 보이지만 실제는 한없이 연약하고 속이 허한 존재이면서, 참 웃겨! 만약 아버지와 오라버니가 그녀가 몇 명의 아들을 낳은 것을 고려해 보호하고 나서지 않았다면 이미 수천 번은 죽고 남았을 것이다. 대체 무기가 뭐냐고 묻는다면 굳이 뽑자면 아이를 잘 낫는다는 정도? 그뿐이다.’원경릉의 입가에 썩은 미소가 번지더니 차갑게 돌아서서 저택으로 들어갔다.태자비가 격노했다는 소식은 곧 바로 초왕 부 전체에 널리 퍼졌다.사식이가 곧장 찾아와 그녀를 동행했고 탕양은 상황 파악을 위해 문지기에게 갔다. 문지기도 정확히 잘 몰랐는데 단지 밖에서 혜평 공주가 소란을 피우며 태자비와 공존할 수 없다고 소리 지르는 것을 들었다고 했다.원경릉도 가만히 있지 않고 장방에 가서 계산을 시작하더니 100만 냥을 뽑아 우문호에게 건넸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은자가 많지는 않았지만, 그 은자면 일시적으로 당장 직면한 문제에 해결하는 데 충분했다.다행히 전국 대장공주가 그녀에게 큰 호의를 베풀었기 때문에 현재 경중에 있는 수많은 사람이 학생들의 침술을 보게 되었고 그들의 의술이 더 절묘하다는 것을 알았다.그녀는 장부를 계산한 뒤 탕양을 불러들여 몇 가지 명령을 내렸다. 의학원에서 일시적으로 원생의 모집을 중단하고 의학원을 병원으로
방 대인의 방문사식이는 단 한 번도 원경릉이 이렇게 단호하게 명령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기에 그저 멍하니 그녀의 말을 듣다가 마지막 명령이 떨어지자 의아해하며 물었다.“얼마나요?”원경릉의 눈빛은 싸늘했다.“혜민서 관료들이 오면 약 값을 꼼꼼히 살펴보고 원가로 먼저 맞출 거야. 단 한 푼도 벌지 못하더라도 반드시 혜평 그 여자를 무너뜨릴 것이야!”이에 회계사가 벌벌 떨며 말했다.“돈을 한 푼도 못 벌면 진료비가 더 낮아질 겁니다.”원경릉이 이내 노여움을 다스리며 말했다.“나도 방금 분을 참지 못하고 그냥 한 소리지. 당연히 가격을 너무 낮게 쳐서는 안 된다. 혜민서보다 약간 높이 돼 혜평 걔네들보다는 훨씬 저렴해야 해. 이윤이 없다면 다른 의원에도 피해가 가겠지. 물론 경중 대부분 의원이 혜평 소유가 아니더라도 이미 혜평이 장악하고 있을 것이고 혜평 말만 들을 거야. 나도 애초에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는데 혜평이가 사람을 너무 우습게 보잖아. 의료비가 계속해서 높아진 채로 방치하면 민심이 동요하다 분명 일이 잘못 뒤집힐 수도 있단 말이야.”탕양은 그제야 안심할 수 있었다. 그는 태자비가 이성을 잃은 것이 아닌지 걱정하면서 의원이 돈을 벌지 못한다면 정말 큰 혼란을 일으킬 것으로 생각했다.북당에는 이미 사립 의원이 많았고 백성들은 그들에게 의존하고 있었다.곧 혜민서의 관료인 방 대인이 와서 원경릉과 잠깐 분석에 나섰다.“경중 의원의 진료비는 대략 50~100전으로 이는 내진 진찰료이고 외진이라면 환자와 상의하여 은자 1~100냥, 때로는 100냥을 훨씬 넘을 때도 있습니다. 이는 고정된 가격이 아니고 의사가 어떤 진료를 하는가에 따라 다릅니다. 물론 가정의 사생활과 관련된 것은 말하기 좋지 않아요.”방 대인이 잠시 멈칫하다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그리고 약 값에 관해서는 대부분의 약 자체가 비싼 편은 아니지만 많은 의원에서 보통 환자에게 값비싼 약재를 처방하는데 사실 이 값비싼 약재는 많은 대체 약재들도 있습니다. 보통 10전에
살인 및 방화사건하지만 방 대인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쓴웃음을 지었다.“대부분 사람들이 다 그렇게 생각하지만, 언제나 투명한 마음으로 더러운 돈을 벌고 싶지 않은 사람들도 있어요. 어쨌든 이건 부도덕한 행위이므로 그들 자손에게 폐를 끼치고 싶어 하지 않죠. 즉 운명을 믿는 의사들은 자기 행동이나 행위에 대해 업보를 받을까 봐 두려워하는 경향이 좀 있어요.”방 대인이 말을 이어갔다.“예전에 직례에서 몇몇 약국과 제약 공장이 혜평 공주처럼 가격을 과장하는 걸 꺼렸죠. 그런데 한 달도 안 돼서 그 약국과 제약 공장에서 사람이 죽거나 점포에서 불이 나는 불상사가 발생했습니다. 혜평 공주가 했다는 증거는 없었지만, 이 바닥에서는 다들 속에 대충 숫자가 있었어요. 혜평 공주는 의료 전체 산업을 독식하려는 의도가 다분했고 그 누구든지 혜평 공주 계획에 맞지 않게 움직이면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는 결국 아무도 혜평 공주에게 반기를 들지 못했죠.”원경릉의 눈빛이 분노로 타오르며 고개를 들어 탕양을 올려다보며 물었다.“이 사실을 알고 있었어?”탕양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대답했다.“몰라요.”“그럼, 확인해 볼 수 있겠나?”탕양이 잠시 생각하더니 이내 대답했다.“그건 가능할 것 같아요. 제가 사람을 시켜 조사해 보겠습니다.”몇 년 전 일이 긴하지만 누군가가 사망하고 점포와 공장을 태우는 그런 큰 화재였다면 분명 기억할 사람이 있을 것이다.그것을 추적하기는 조금 어려울 수는 있겠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었다.어쨌든 피해자 가족은 아직 살아있기 때문에 그들은 확실히 내막을 알고 있을 수도 있었다.사식이가 말했다.“이 사건은 직례에서 발생했고 직례는 이리 나리의 소굴이니 이리 나리께 사람을 보내 조사하라고 하면 될 것 같네요.”원경릉이 답했다.“그럼, 탕양, 네가 직접 이리 나리 댁에 가서 이 사건을 말씀드리고 신속하게 처리해!”“알겠습니다!”탕양은 양손을 번쩍 치켜들고 자리를 떴다.원경릉은 회계사를 불러서 함께 약재 가격을 알아
예민해지다사식이는 완전히 꿰뚫을 수는 없지만, 마음으로 조금은 알 수 있었다.저녁에 우문호가 돌아오자, 탕양은 바로 이 일을 보고했다. 우문호는 원경릉이 화병으로 몸이 상할까 봐 서둘러 돌아가라고 설득했다.원경릉은 어느 때보다 냉정해졌지만, 그녀의 포석이 있는 이상 말을 꺼내야 했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을 우문호에게 알렸다. 우문호는 그녀를 칭찬했다. "이 계책 진짜 좋구나, 의관을 열었는데 환자가 없다니."원경릉이 말했다. "부황께서 의서를 증설하는 것을 동의하지 않았으니 우리가 스스로 하는 수밖에 없어. 혹시 노여워하실지도 모르니 네가 먼저 준비해.""호비 마마께 말하지 않았어? 내 계획대로라면 부황께서 백성의 고충을 알 수 있을 거야."원경릉이 웃으면서 말했다. "그 계책 좀 위험한 것 같은데.""벼락 맞을지도. 우리 의원님을 꼭 안고 있어야지, 네가 무수한 사람을 구했으니 공덕이 따를 거야." 그는 말을 하면서 원경릉을 덥석 끌어안고 그녀의 볼에 뽀뽀했다. "화내지 마, 알았지?"원경릉의 뇌리속을 스치는 생각에, 그녀의 눈이 갑자기 차가워졌다. "그녀를 넘어뜨리지 못하면 바로 죽여버릴 거야.""뭐?" 우문호가 넋을 잃고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원경릉도 얼떨떨하게 말했다. "내가 왜 이런 생각을... 세상에, 지금 당장 죽이고 싶어졌어."우문호가 손을 뻗어 그녀의 이마를 쓰다듬으며 다정하게 말했다. "어디 아파?""화가 치밀어 올라서 미치겠어." 원경릉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온몸에 화가 치밀어올랐다. 애써 화를 억누르며 말했다. "혜평 공주한테 화가 났는지 모르겠지만 오늘 어떻게 그녀를 죽이고, 복수할지 생각해. 칼로 그녀의 살을 발라내고 비녀로 그녀의 눈을 찔러 피를 흘리면서 죽게 하고 싶어."우문호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일어서서 그녀의 손을 잡았다. "정말 화가 났구나. 화내지 마. 그녀에게 화낼 필요 없어, 반드시 가산을 탕진할 거야.""아니, 지금은 장사가 안되지만, 이미 평생 먹고 놀 만큼의
이리 나리의 조언의학원을 의원으로 바꾸면 훨씬 편리할 것이다. 의학원의 대지 면적은 넓었으나 위치가 좋지 않았다. 그러나 다행히 바깥쪽에 큰 길이 있었기에 마차가 다닐 수는 있었다. 게다가 학생들의 생활관도 있었다. 그곳을 대기실로 쓴다면 아주 유용할 것이다.또한 의학원에는 약고도 있다. 몇 개 더 증설했기에 약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학생들은 밤낮없이 약초를 분류하고 표기했다. 게다가 약을 지을 사람을 10명 정도 모집해 전문적인 약 처방과 검사를 하게 했다.혜평 공주에게 타격을 주기 위해, 원경릉은 약재 공급원을 끊고 싶었다. 약을 구할 수 없으면약공장도 생산을 중단할 것이고 의관도 열 수 없을 것이다.이 일에 우문호가 직접 관여하는 것은 좋지 못했다. 원경릉은 때마침 홍령의 계책을 참고할 수 있었다.원경릉은 혜평이 미웠다. 고뿔이 기승을 부릴 때, 경중에는 약이 없었고 그녀는 약행의 행수였다. 그리고 그때, 누군가가 시장에서 마구 물건을 쓸어담고 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사태의 심각성을 눈치챘다, 자금도 충분했기에 홍렬과 약을 빼앗을 수 있었음에도 그녀는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다. 다만 비축한 약 일부의 가격을 올려 목돈을 벌었다.혜평은 우문이라는 성을 가질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모두 혜평 공주에게 반격을 서두르고 있을 때, 원경릉은 냉궁에 도착했다.이리 나리는 그녀를 보자마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전의 수많은 경험으로 보아 그녀는 아무 이유 없이 오지 않았다. 반드시 원하는 게 있어서 찾아온 것임이 분명하다. 원경릉이 그를 부르자, 그는 생각을 굳혔다. 그녀는 일이 없을 때는 그를 이리 나리라고 불렀고 일이 있을 때는 사부님이라고 불렀다."드릴 말이 있습니다." 원경릉은 자리에 앉자마자 바로 주제를 꺼냈다."혜평 공주와 기 싸움을 하는 일에 대해 말하는 것이냐?" 떠들썩하게 소란을 피운 탓에 그도 이 소식을 알고 있었다. 원경릉이 먼저 말을 꺼내기 전에 그가 먼저 물었다.원경릉이 말했다. "
어부지리"소용 있다, 적어도 오늘날의 의관 몰림 현상을 완화할 수 있다. 그러나 혜평도 곧 반격할 것이고, 너의 사람을 점점 한 명씩 빼갈 것이다. 세상에 금전에 현혹되지 않는 사람은 없다." "백 명 남짓한 의원 중, 그녀가 내놓은 몇십만 은자로 마음이 움직일 사람이 없을 것 같으냐? 어쩌면 모든 사람을 빼앗아 갈 수도 있다. 네가 의원들을 돕고 그들을 위해 명당을 만드는 것을 보고 혜평 공주는 뒤에서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올릴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지."원경릉이 말했다. "그건 알아요. 그래서 단기간에 혜평 공주를 쓰러뜨리고 다시는 일어설 수 없게 만들고 싶습니다. 저를 도와줄 수 있으십니까?"이리 나리의 눈빛이 번쩍였다. 거액의 장사를 할 때 보이는 눈빛이다. "네가 혜평 공주를 넘어뜨리려면 그녀의 화를 더 돋우는 것으로 혼란에 빠뜨리면 그녀는 널 무너뜨리기 위해 모든 것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재물이 많은 그녀는 돈을 이용하겠지. 만약 현재 모든 의관과 약공장이 도산하더라도 그녀가 가진 재물로 3대는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다. 그녀의 은자를 전부 빼앗아야 네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어떻게 하면 됩니까?" 원경릉은 이리 나리를 쳐다보며 눈 밑에 불길이 이글거렸다."그녀가 약을 살 수 없게 만들어."원경릉은 답답한 마음이 들어 눈을 뒤집으며 말했다. "제가 아까 한 말이랑 같잖아요!""아니, 다르다." 이리 나리가 신비롭게 웃으며 말했다. "넌 약을 빼앗거나, 약장수가 그녀에게 약을 팔지 못하는 쪽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너도 위험해지는 어리석은 일이다. 약 장수는 정해져 있고 그녀에게 약을 팔 것이다. 만약 약장수가 물건을 들여올 때 원가를 높이면 팔 때도 가격이 오르겠지.""가격 경쟁이 아닙니까?" 원경릉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말했다."가격 경쟁이지, 그러나 약장수를 상대로 하면 안 된다. 우리는 약농가를 상대로 싸워야 한다!""약농가요?""이 일은 신경을 쓰지 말거라, 내가 알아서 하겠다."
우문호 일행은 강북부로 향하는 내내 북방의 풍경과 풍속을 경험했다. 그로 인해 속도는 매우 느리긴 했지만 말이다.그날 밤, 우문호는 갑자기 악몽에서 깨어나 온몸에 땀을 흘리며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그의 얼굴에는 공포가 가득했다.그러자 원경릉이 벌떡 일어나 그를 껴안으며 물었다.“무슨 일이오? 악몽을 꾼 것이오?”우문호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아직 날씨가 덥지 않은 데다가 북방에 있어 오히려 날씨까지 쌀쌀했기에, 그는 아직도 악몽이 생각나는 듯, 창백한 표정을 지은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꿈에서 셋째 형님이 피투성이인 채 죽어가고 있었소…”원경릉은 그저 꿈이라 생각하고 위로해 주려 했지만, 이내 우문호의 강한 감응 능력을 떠올렸다. 갑자기 나타난 이 꿈이 형제간의 영적 감응일지도 몰랐기 때문이다.우문호도 점점 불안한 생각에 빠졌다.“강북부가 비록 평온해 보여도 사실 북당에서 가장 복잡한 곳이오. 온갖 사람들이 섞여 있고, 북막도 호시탐탐 노리고 있네. 게다가 셋째 형님도 무모한 사람이니, 진짜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닐지 걱정되오. 원 선생, 어서 빨리 가야겠소.”원경릉이 서둘러 옷을 입으며 말했다.“아니, 내가 먼저 가겠소. 정말 상처를 입었다면, 내가 가야지 도움이 되지 않겠소? 게다가 난 빨리 갈 수 있잖소.”“좋소. 그럼 먼저 가시오. 우리도 곧 출발하겠소.”우문호는 너무 생생한 꿈 탓에, 더 이상 천천히 갈 수 없었다.“사람을 불러야겠소.”원경릉은 재빨리 옷을 입은 후, 우문호에게 포옹하고 이마에 입을 맞췄다.“먼저 가겠소.”“조심하시오.”우문호가 말을 다 끝내기도 전, 원경릉은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원경릉이 사라지자마자 우문호는 방 문을 두드리며, 출발하자고 소리쳤다.우문호의 소리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 이 밤중에 출발이라니, 무슨 큰 일이 생긴 걸까?이때 수보가 겉옷을 걸치고 나오며, 우문호의 팔을 잡고 물었다.“무슨 일입니까?”우문호가 답했다.“나도 모르네. 하지만 셋째 형님에게 무슨 일
스무 명이 넘는 자 중 단 한 명만 생포하고 나머지는 전부 섬멸되었다.안왕은 재빨리 위왕의 혈을 눌러 지혈한 후, 중상을 입은 위왕을 데리고 저택으로 돌아왔다. 먼저 의원을 찾으러 간 사람이 있었기에, 의원은 이미 저택에 도착해 있었다. 이때 안왕이 피투성이가 된 채, 의원의 옷깃을 움켜잡았다.“살리시게, 살려야 하네. 꼭 살아야 하네.”의원이 바로 약상자를 내려놓으며 말했다.“진정하십시오.”의원이 위왕의 옷을 가위로 자르자마자, 상처가 바로 드러났다. 다행히도 먼저 지혈한 덕분에 저택까지 돌아올 수 있었다.하지만 심각한 부상 상태와, 깊은 복부의 자상 때문에 장기를 다친 것으로 판단한 의원은 간단한 처리를 마친 후, 안왕에게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소인의 의술이 부족한 탓에, 치료를 감당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경성에서 다치셨다면, 희망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강북부는 의료가 낙후된 지역이다. 비록 혜민서를 설립한 이후 의사를 집중적으로 양성하긴 했지만, 경성에 비하면 여전히 많이 부족했다.안왕이 숨을 헐떡이며 눈에 핏줄을 세우고 소리쳤다.“중상을 입었는데 어찌 도성으로 돌아가란 말인가? 긴 여정을 견딜 수 있을 것 같은가?”의원이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그것도 참 문제입니다. 황실 친왕이 자금단을 가지고 계신다고 들었는데, 혹시 저택에 있습니까?”“없네!”안왕은 위왕의 호흡이 점점 미약해지는 모습을 보며 절망감에 휩싸여 털썩 주저앉았다.“내가 갖고 있던 자금단은 이미 먹은 지 오래된 것이네.”“경성… 경성으로…”의식을 잃은 위왕은 그저 경성이라는 말만 중얼거렸다.안왕은 눈물을 닦으며 무릎을 꿇었다.“형님, 조금만 더 버티십시오. 의원이 약을 썼으니, 황후가 오실 때까지 며칠만 버티십시오.”심각한 상황이니, 경성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돌아가려면 최소 일주일 이상은 걸리지만, 황후는 아마 사흘 안에 도착할 수 있었다. “경성으로……”위왕은 의식을 잃기 전까지 계속해서 경성을 찾았다. 그곳은 그가 너무
위왕은 마음속에 또 하나의 걱정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다섯째가 곧 강북부에 오는 것이었다. 비록 이 일은 소문내지 않았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순행했으니, 소문이 새어나가게 마련이다.설령 그가 강북부에 온다고 밝히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의 최종 목적지가 강북부라는 것은 바로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북막인들이 다섯째에게 해를 가하려는 것은 아닐지 걱정되었다.아무래도 단 한 순간도 북막인의 야심은 멈춘 적 없었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는 방심하지 않고, 허점을 찾아내겠다는 결심을 다지며 이들을 감시했다. 확실한 증거가 없는 어디까지나 본인의 추측일 뿐이기에, 그는 이 일을 아직 넷째에게 말하지 않았다. 섣불리 말을 꺼냈다가, 그들이 진짜 금나라 상인이라는 것이 밝혀지기라도 한다면, 두 나라의 사이만 영향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비록 무장이지만, 외교적인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아주 작은 불씨라도, 마음먹은 자가 부추기면 걷잡을 수 없는 큰불이 될 수 있는 법이기에, 섣불리 행동해서는 안 되었다. 그리고 감시 끝에 마침내 이상한 점을 포착했다. 처음엔 열댓 명 정도였던 이들 무리는 이틀 사이 스무 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새로 온 자들은 앞선 사람들과는 다르게, 군인이라기보다는 강호 인사의 분위기를 풍겼으며, 무공 또한 약하지 않아 보였다.위왕은 경계심을 품고, 밤새 직접 사람들을 이끌어 조사에 나섰다.앞서 만났던 금나라 사람들은 여전히 질문에 순순히 응했지만, 새로 온 강호인들은 거만한 태도를 보였다. 위왕의 질문에도 그저 시큰둥한 태도만 보이며 북당인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위왕은 건방진 그들의 태도에, 몇 마디 호통을 쳤고, 그 모습에 강호인들은 참지 못하고 바로 위왕에게 손을 쓰려고 했다.위왕은 조사하기 위해 온 터라, 데리고 온 부하도 단 몇 명 뿐이었기에, 상대가 일반적인 조사에도 이렇게 쉽게 공격하려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앞서 온 금나라인들이 말리려 했지만, 그들이 손을 쓰자, 사태가 수습되지 않을 것을 알았다. 그리고
남강에 며칠 머무는 동안, 아홉째와 함께 남강의 풍경을 둘러보고, 북강에도 다녀왔다.지금 북강 백성들은 조정에 대한 소속감이 아주 강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남강을 다스린 정책이 정말 훌륭했기에, 백성들 모두 좋은 날을 보낼 수 있었기에, 자연스레 황제에 대한 존경심도 깊어진 것이었다.황제와 황후가 지나가는 곳마다 백성들은 길가에 모여서 열렬히 환영했다.그들은 이번 순행 내내 오계부에서 신분을 밝힌 것 외에는 항상 미복으로 다녔다. 하지만 남강에서 우문호는 황제의 신분을 드러냈다.우문호는 백성들의 신뢰와 경외심에서 큰 성취감을 느꼈고, 매우 기뻤다. 그는 줄곧 원경릉의 손을 잡고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과거 북강은 방어를 위해 무술 함정이 많았지만, 이제는 모두 제거되었다. 그리고 많은 백성이 산 아래 평원으로 이주하여, 새로운 마을을 이루었다. 정화를 구하러 왔을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기쁜 마음과 함께 우문호는 감사함도 느꼈다. 이것은 결코 그 혼자만의 공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남강을 떠나야 하는 날이 다가오자, 원경릉은 만아와 여덟째를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곧 변성으로 가야 했기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잠시였다. 남강을 벗어나자마자, 그녀는 아이들과 만날 생각에 들뜨기 시작했다."원 선생, 그들에게 말했소?"길에서 우문호가 물었다."아니, 몰래 가는 것이오."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교활하구먼. 그래도 만두가 이미 알려줬을 수도 있을 텐데."지금은 경단과 찰떡, 그리고 계란이 셋만 그곳에 있었다."셋이 다섯 개 성을 다스린다니, 분명히 힘들 것이오."원경릉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소.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졌네. 이제는 태평해 보이니."우문호도 아이들이 안쓰러웠다."이번에 가서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충분히 쉬게 해줘야 하오."사실 성하나를 다스리는 것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점 없이, 매우 힘든 일이었다.한편, 강북부에서는 최근 강북부 무구산 주변에 신비한 상단
그러자 홍엽이 그를 바라보며 멈칫했다."자네가 중매를 서겠다고?""안 되오?""말도 안 되는 소리 말게. 자기 혼사도 해결 못 하는데 중매는 무슨. 난 못 믿네!"냉정언이 어깨를 으쓱였다."못 믿으면 말고. 이래 봬도 내가 명문가 아가씨나 협녀를 많이 알고 있소."홍엽은 손으로 그의 목을 움켜잡으며 소리쳤다."알고 있는 아가씨가 있으면 진작 말했어야지! 경성으로 돌아가자마자, 당장 소개해 주시게!"냉정언은 웃으며 그의 손목을 옆으로 밀어냈다."중매 값이 워낙 비싸서. 십만 냥 아니면 쉽게 안 나서오.""돈이 대수요?"홍엽이 교활하게 웃으며 말했다."우린 지금 한집에 살고 있소. 그러니 자네가 돈을 어디에 숨겼는지, 다 알고 있네. 그동안 꽤 많이 챙겼으니, 돌아가서 돈은 두둑이 주겠네."그 말에 냉정언이 깜짝 놀랐다."내 돈을 노리고 있었소? 진짜 도둑을 집에 들였군! 늙어서 쓸 돈이네, 그 돈을 혼사에 쓸 생각은 하지 마시오!""명여가 우리를 챙길 테니, 그렇게 쩨쩨하게 굴지 마시오."홍엽이 새침하게 말했다."나도 돈이 많소. 다만 남의 돈을 쓰는 게 훨씬 재밌을 뿐이네."냉정언이 숨을 들이쉬었다."안 되겠네. 경성에 돌아가자마자 자네를 쫓아내야겠소."홍엽이 말했다."쫓아낼 수 있으면 쫓아내 보시게. 게다가 자네가 나를 청할 때, 뭐라고 했는가? 얼마든지 살아도 된다고 했잖소. 이제 와서 후회하는 것이오?""이야, 홍엽, 어찌 이리 뻔뻔스러워진 것이오?""뻔뻔하지 않으면, 어찌 당신 집에서 이렇게 공으로 먹고살 수 있겠나?"홍엽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수보, 신을 모시는 건 쉬워도 보내는 건 어렵다고 하잖소. 이미 집안에 들어갔으니, 쫓아내기는 힘드네. 후회해도 소용없소. 수보의 등골 빼먹다 죽을 것이오. 관에 수의까지 얻어 쓸 생각이라, 죽으면 자네가 장례식까지 마련해줘야 하네."수보는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애써 이를 악물며 말했다."진짜 뻔뻔하오!"홍엽은 박장대소했다.멀리 복도 끝에
“예, 그립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놀고 싶기도 합니다.”그는 말하다가, 갑자기 신이 난듯 몸을 들썩이며 말을 이어갔다.“여긴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홉째와 나가면 큰 산도 있고, 꽃도, 나무도 많습니다. 물고기도 많고, 사람도 많고, 뭐든지 엄청 많았습니다.”우문호는 웃으며, 못내 안쓰러움을 느꼈다. 예전에 그를 궁 안에 가두고, 거의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그를 데리고 나가는 것도 신경 쓰였다.“이곳이 마음에 들면, 좀 더 오래 있어도 된다.”우문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예, 정말 좋습니다. 다만, 형님과 형수님이 그리웠습니다. 이렇게 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여덟째는 흥이 오른 상태로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어서 들어가시지요! 아홉째가 형님이 내일 오신다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그는 뒤돌아 원경릉에게 외쳤다.“형수님, 빨리 따라오십시오. 맛있는 거 많습니다.”미색은 웃으며 꾸짖었다.“이 무심한 녀석, 다섯째 형수님만 챙기고, 여섯 형수가 배고픈지는 묻지도 않는 것이냐?” 여덟째는 그제야 미색을 본 듯,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여섯째 형수님도 오셨습니까? 여섯째 형님도 오신 것입니까? 와, 너무 좋습니다!”“질투하다니?”원경릉은 미색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미소를 지었다.“여덟째는 너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아유, 참!”미색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여덟째는 바로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항상 그림과 책자를 선물하는 여섯째 형수님도 좋아했기 때문이다.그는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그... 그럼 같이 드시지요. 음식 많습니다.”“장난이다. 난 질투 안 해.”미색은 기쁘게 말했다.여덟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고, 다들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원경릉이 만아에게 말했다.“정말 이곳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구나. 예전보다 훨씬 활발해졌고, 말도 많이 하네. 이 모든 게 아홉째 덕분이다.”만아는 웃으며 말했다.“예, 둘이 시간이 날 때마다 밖으로 나가, 더
원경릉은 발끝을 들어 그의 뺨에 입을 맞추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우문호는 그런 그녀를 와락 끌어안으며 말했다.“원 선생, 행복하오?”“행복하오.”“하하하. 지금이 아닌, 나와 함께했던 모든 날이 행복했냐고 물어보는 것이오.”“모든 순간이 당연히 행복하고, 기쁘오!”원경릉은 스스로를 자조하듯 웃었다.“나 같은 집순이가 이렇게 결혼생활이 행복할 줄 누가 알았겠소?”한때 그녀는 자신이 평생 결혼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고, 사랑 없는 삶도 부족함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녀는 사랑을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었지만, 사랑은 사실 정말로 중요했다.산꼭대기에 앉아,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었지만,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의 풍경을 눈에, 그리고 마음에 깊이 새기고 싶었다.그리고 함께 늙어간 후, 다시 천천히 되새기고 싶었다.영산에서 내려온 후, 그들은 다시 여정을 이어나갔다. 이번 목적지는 바로 남강이었다.명절이 지난 뒤, 아홉째는 여덟째를 데리고 먼저 남강으로 돌아갔다. 다들 그가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남강 땅은 오랜만이었다. 마지막으로 발을 디딘 건, 정화를 구하러 갔을 때였다.남강으로 가는 내내 홍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냉정언이 물었다.“남강에 가면, 못난이를 만날 것이오?”“만나야지.”홍엽이 답했다.“물론 만나야지!”못난이는 오랜 시간 그와 함께했던 사람이니, 만나야 했다. 못난이가 종종 편지를 보내오긴 했지만, 자기 상황은 거의 말하지 않았다.반면 아홉째는 편지에서 북강의 소식을 자주 전해주었다.지금의 남강은 어느 정도 통일되어 있었고, 북강과 남강도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그동안 이익 문제로 양측의 왕래가 더욱 빈번해졌다.아홉째는 편지에서 못난이가 북강의 민심을 얻었고, 성격도 예전보다 훨씬 밝아져,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하다고 전했다.홍엽의 마음엔 기대와 기쁨이 섞여 있었다. 그도 지금 잘 지내고 있으니, 못난이도 잘 지내길 바랐다.우문호는 남강에서 돌아온 후, 변방으로 갈
그 일을 떠올리자, 꿈에서 본 일이라 그런지 마치 얼마 전에 있었던 일처럼 느껴졌다.그때 그들은 죽을 만큼 힘든 소년들이었는데, 지금은 한없이 한가한 노인이 되었다.세월은 덧없이 흘러갔고, 그동안 그들은 많은 사람들을 잃었다.무상황은 자신의 황후였던 소봉을 떠올렸다.그들은 줄곧 전형적인 황제와 황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나라를 다스렸고, 그녀는 후궁을 다스렸다. 비록 그가 그녀를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많은 애정을 주지도 않았다.그렇게 평범하게 평생을 함께했지만, 그녀가 떠나는 날, 그는 마음속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듯한 슬픔을 느꼈다.평생 함께했던 사람이 자신보다 먼저 떠날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에 더욱 아팠다.세 사람은 한참 동안 넋을 잃고 있다, 다시 길을 나섰다.유아독존과 관련된 일이 생각보다 커졌지만, 모든 소란은 결국 가라앉게 될 것이다. 모든 소문도 점점 사그라들기 마련이니, 그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세 사람이 여행하는 영상이 점점 유명해지면서, 유아독존은 더 심하게 비난을 받았다.현실에서 함부로 욕설을 내뱉으면 얻어맞을 수도 있지만, 인터넷에서는 당당한 명분이 있었기에 악성 댓글을 다는 자들은 마음껏 욕을 퍼부었다.그리고 어느 날, 추 어르신이 오래도록 인터넷의 댓글을 훑어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는 이내 해가 지는 장면을 찍어 짧은 영상을 올렸다. 그리고 영상에 한마디만 덧붙였다.“분쟁 없이, 오직 평화만 있기를.”그는 모든 다툼이 끝나길 바랐고,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몰지 않기를 바랐다. 단지 말로만 승부를 겨루는 사람은 그들의 적이 아니기 때문이다.음... 무엇보다 적이 될 자격도 없었다!영상이 올라간 지 이틀 뒤, 유아독존은 마침내 사과 영상을 올렸다. 그는 질투와 시기로 무술을 모독한 것을 사죄했고,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직접 그들의 계정을 태그해 진심으로 사과했다.진심 어린 사과는 항상 용서를 가져오는 법이다. 그리고 악성 댓글을 달던 사람들도 마침내 욕설을 멈췄다.
삼대 거두는 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일어났고, 숙취에서 깨어나니, 이미 날이 밝아져 있었다. 그들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아, 눈앞의 모든 것이 몽롱해 오늘이 무슨 날인지조차 모를 정도였다.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며 하늘에 떠 있는 주황빛 구름은 점점 짙은 금빛으로 변했고, 금빛 가장자리에는 붉은색이 덧씌워져, 눈부시게 아름다웠다.소요공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꿈을 꿨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동시에 그를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물었다."무슨 꿈을 꿨는가?""꿈에서 숭이가 사내에게 속았는데, 우리가 직접 나서서 복수를 해줬다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놀라서 동시에 숨을 들이켜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귀신이 곡할 노릇이네."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깜짝 놀라 외쳤다."자네도 꾼 것인가?""그렇네!""그렇네!""설마 우리 셋이 똑같은 꿈을 꾼 것이오?"소요공도 깜짝 놀랐다.그 일은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었고, 어떻게 된 일인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할 정도였는데, 꿈에서는 그 장면 장면이 또렷하게 떠올랐다.그리고, 이 꿈은 당시 엄청난 부담을 받고 있던 그들에게 정말 훌륭한 감정 해소가 되었다. 그들은 모든 고통과 억울함, 스트레스를 주먹질로 시원하게 풀어냈다.한편, 무상황은 자신이 황후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때 무슨 상황이었는지 기억하는가?"추 어르신이 흥분한 듯 말했다."물론 기억은 나네. 당시엔 소봉이가 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적성루 사람들을 많이 그리워했네. 게다가 나도 자네들과 어울리느라 바빠서 황후를 소홀히 했네. 그래서 적성루 상궁과 숭이를 궁으로 불러, 이야기를 나누게 했지."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꿈속에서 다시 겪은 덕분에 자세히 생각났다.그때 어서방의 회의가 끝나고, 소복이 무심히 물었다."폐하, 황후 마마를 오랫동안 못 뵙지 않으셨습니까?"그는 소복의 말이 소봉을 보러 가자는 암시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