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득이하게 그녀는 경조부의 통판을 매수하여 이 약 공장의 정보를 대신 조사하게 하였다. 결국 배후가 수면 위로 떠올랐는데 뜻밖에도 안풍 친왕비 라만이었다.그녀는 정말 깜짝 놀랐고 라만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녀는 조사가 다 되면 사람을 시켜 소란을 피우고 망가뜨리려 했지만 약 공장이 안풍 친왕비의 것이라면 절대 움직여서는 안 되었다.그러나 그녀는 의혹스러웠다. 안풍 친왕비가 경중에 약 공장을 설립하다니? 라만은 일 년 내내 돌아오지 않는데 이 약 공장을 누구에게 맡겨 관리를 한단 말인가?그녀는 다시 사람을 명하여 조사를 했고 이 약 공장의 주사를 맡은 자가 신분과 내력을 전혀 알 수 없는 멸지라는 사람인 것을 발견했다. 이 약 공장은 경중에 사무소가 여러 군데 있고 약을 주문하려면 사무소에 가 절반의 돈을 내고 도장을 찍은 영수증을 내어준다. 그리고 물건이 도착하면 영수증을 가지고 남은 돈을 내어야 한다.그녀는 듣고서 하마터면 화가 치솟아 죽을 뻔하였다. 이것은 손도 대지 않고 코를 풀겠다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많은 주문의 반이 되는 돈을 가지고 제약을 하면 주인은 과연 얼마를 내겠는가! 미리 조제된 약들의 원가는 그녀가 가장 잘 알고 있고 이윤이 많은 것도 알고 있었다. 이 절반의 계약금으로도 이미 많은 돈을 벌 수 있는데, 나머지를 보충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녀는 매우 조급해졌다. 이럴 때일수록 그녀는 이전에 생각했던 것처럼 석 달간 공백을 가질 수 없고 반드시 약을 제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설령 몇 가지 약이 없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해야 한다.그녀는 다급히 약장수를 소집하여 그들에게 약재를 다량으로 공급하라고 했다. 이 약장수들은 이전에 많은 약들을 수중에 비축해 두었으니 당분간 팔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하여 그녀는 총무에게 얘기를 해보라 명했고 반드시 가격을 낮추어야 한다고 했다. 이 약들을 제련한 후 그녀는 가격을 인상하지 않고 오히려 내려 그들과 가격으로 다투어야 한다. 그러니 엄격히 원가를 통제해야 한다.백성들은 모두
약을 사들이는 것은 약 공장이 약을 써야 하기 때문일 뿐만 아니라 그녀가 많은 의관을 증설했기 때문이다. 환자는 언제나 부족하지 않고 지금은 특히 겨울에 들어섰으니 의관이 개설된 만큼 환자가 있다. 몇 년 동안 그녀는 이미 이 들을 모두 꿰뚫어 보았다.혜평 공주가 약재를 마구 사들인 일을 이리 나리는 당연히 알고 있었다. 이리 나리는 이날 직접 의원으로 찾아가 원경릉에게 혜평 공주가 비싼 값에 약재를 사고 있다고 알려주었다.원경릉이 물었다."그럼 그 몇 가지 부족한 약들은 살 수가 있습니까?""살 수 없다. 이전에 약장수에게서 사들인 약을 절반 내놓으려 한다. 이 약들은 내가 아주 낮은 가격에 사 왔으나 지금 혜평이 물건을 사들이는 가격은 아주 높다. 그녀에게 팔아 한몫 벌어들일 것이다."원경릉은 멍해졌다."어찌하여 그러시는 겁니까? 시장의 약들도 지금 그녀가 거의 모두 사들였는데, 저희의 약까지 팔고 나면 써야 할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하옵니까? 바로 살 수는 없지 않습니까."이리 나리는 한겨울에 부채질을 하며 침착하게 말했다."장사를 하는 것이니 벌 수 있는 돈은 당연히 벌어야지! 이 약들을 우리가 살 때에 혜평이 배상한 계약금을 써서 우리가 보탠 돈은 많지 않다. 지금 절반을 남기고 절반을 팔다 보면 십수만 냥을 손에 넣을 수 있다. 이 십수만 냥을 벌고도 절반의 약이 남았으니 이 시일 동안 지탱하기에는 충분하다.""그럼 이 시일이 지나고 나면 우리는 그때 어디에서 약을 사옵니까?"원경릉이 멍해져서 물었다.이리 나리는 이 둔한 돼지를 바라보며 말했다."내가 너에게 묻겠다. 경중에서 지금 약을 가장 많이 쓰는 사람이 누구더냐?""혜평 공주이옵니다.""혜평 공주가 지금 그렇게 많은 물건을 샀고, 게다가 끊임없이 물건을 사들이고 있으니 약상들이 외지에서 물건을 조달하여 들이지 않겠냐?""그건... 그렇겠지요?"이리 나리가 말했다."물건을 들여올 테지만 혜평 공주는 그렇게 많은 물건을 사들일 수 없다. 외지에서 경중으로 조달한 물건은
원경릉은 손뼉을 치며 감탄했다."이리 나리는 정말 대단하시옵니다, 소인 또 한몫 벌었습니다.""왜 나에게 혜평이 꼭 사진 않을 것이라 묻지 않는 게냐? 혜평이 지금 그렇게나 많은 물건을 비축하고 있으니 약전을 바꾸어 다른 약을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왜 부족한 그 몇 가지 약을 꼭 사야 하느냐?"원경릉은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그러합니다, 근데 왜 입니까?"이리 나리가 말했다."왜냐, 나는 사람을 시켜 소문을 퍼뜨릴 것이기 대문이다. 혜평 공주의 약 공장은 그 몇 가지 약을 살 수 없으니, 공주네에서 제련한 약은 약효가 많이 떨어질 것이라고. 약이 부족한 게 아니란 것을 증명하기 위해 그녀는 아주 이목을 끌면서 약을 살 것이고 나도 비싸게 약을 팔 것이다."원경릉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바라보았다."스승님, 사실은 저한테 존재감을 찾으려 온 것이옵니까?"이리 나리의 얼굴이 다시 차가워졌다. 확실히 그러했다.그는 최근에 이 일이 도전성이 없다고 느꼈다. 혜평은 좋은 적수가 아니었고 이러한 수들은 늑대파의 칭찬을 받지 못했다. 모두들 혜평 공주를 상대하는 것을 너무 쉽다고 생각했다.그러나 다행히도 원경릉은 아주 어렵다고 느꼈다. 그녀가 처음 그의 계책을 들었을 때, 숭배의 표정을 충분히 표현해냈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의 계책이 다음 단계에 이르렀을 때 원경릉이 와서 묻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나 그녀는 의원 일로 바삐 돌아치다 보니 그에게 오지도 않았고 어쩔 수 없이 그가 직접 왔다.이렇게 무자비하게 들키고 면전에서 말할 줄은 생각지도 못해 화가 났다. 알고 있더라도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도 체면을 차려야 하지 않는가?이리 나리는 만족스럽지 않아 떠났다.원경릉은 그의 뒷모습을 보고 어깨를 으쓱거렸다. 상업에 있어 이리 나리는 이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높이에 도달했고 무적은 가장 적막하다.아무래도 그에게는 아이를 낳아 아버지가 되는 것에 전념하는 것이 더 도전적일 듯싶었다.이리 나리의 연이은 수를 혜평은 알아보지 못했다. 심지
이리 나리의 본거지는 직예에 있었고, 각 업종을 차지할 정도로 훌륭했다. 그러나 그는 장사를 하면서 철저히 해치우지는 않았다. 장사에 있어서 적수인 사람들과 친구가 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가끔 앉아서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이리 나리는 이날 직예로 돌아가 현지에서 덕망이 높은 상인 몇 명을 청하여 차를 마시며 매화를 감상하게 했다. 물론 그가 봐준 적 있어 비교적 우호적인 몇 사람 이였다.이와 동시에 그는 화흥당의 주인을 청했다. 화흥당의 주인은 오동흥이라 한다. 그의 약 공장은 혜평 공주의 타격하에 이미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특히 이 2년 동안 지탱하기 어려웠고 이리 나리는 자금을 들여 그의 약 공장을 샀다. 그래서 그는 오랜 역사가 있는 상호도 함께 이리 나리에게 팔았다.모두들 점잖게 앉아서 한동안 차를 마셨다. 이리 나리가 갑자기 정색을 하고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했다."곧 있으면 나는 혜평 공주가 새로 개설한 의관을 얻으려 하네. 그러나 내가 나서진 않고, 누가 나 대신 이 일을 할 수 있겠는가?"오동흥은 멈칫했다."이리 나리, 혜평 공주가 새로 개설한 의관은 바로 운행에 들어갈 텐데 어찌 팔겠습니까?""더 이상 열 수 없으니 그만 팔아야지 않겠나!" 이리 나리가 말했다."열지 못할 가능성이 크지 않사옵니다. 지금 경중에 태자비께서 개설한 의관과 의원이 있다고 해도 그렇게 많은 환자를 실제로 감당할 수 없사옵니다. 그리고 보원당은 경중에서 여러 해 동안 있으며 어느 정도 뿌리가 있지요, 지금은 태자비가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 같지만 혜평 공주가 가격만 내리면 경쟁을 못할 것도 없습니다."오동흥이 분석했다.이리 나리는 그를 바라보았다."그것은 말하기 어렵네. 의관을 잘 열려면 여러 가지 원인이 필요하네. 그러나 더 이상 열 수 없는 데에는 치명적인 이유 하나만 있으면 되네!"모두들 이리 나리를 쳐다보았다. 혜평 공주는 몇 년 동안 횡포하고 날뛰었지만 조정은 그녀를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 이로부터 알 수 있듯이 그녀를 건드리
의관이 곧 문을 열어야 하는데 의원이 오지 않으면 어떻게 연단 말인가? 혜평 공주는 그만 조급해져 사람을 보내 조어의를 청해와 물었다.조어의가 말했다."공주, 유대인은 그저 소신에게 말만 전하라 하였습니다. 그들이 왜 오지 않는지 소신은 정말 모르옵니다. 그러나 이틀 전에 그들이 학원에 들어갈 때 태자비와 계약을 체결했다 들었습니다. 그들은 배움을 마치고 난 뒤 태자비의 말을 3년간 따라야 하옵니다. 태자비가 계약으로 그들을 억압하여 올 수 없는 것인지 모르겠사옵니다. 공주께서 그들을 데려오려면 다른 방도를 생각해야 할 것 같사옵니다."조어의의 말을 듣고 혜평 공주는 화가 치솟아 하마터면 선혈을 토할 뻔했다. 그녀의 얼굴은 그만 파랗게 질렸고 차가운 눈빛이 조어의의 얼굴을 스쳐 지났다. 조어의는 바로 고개를 숙였다."소신이 그만 실언했사옵니다!""그들이 계약을 맺고 있다는 것을 일찍이 알고 있었지요?"혜평 공주는 화가 나 눈이 붉게 물들었다.조어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난감한 듯 말했다."공주, 소신은 공주의 돈을 가졌는데 어찌 숨김이 있겠습니까? 만약 그들이 갈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면, 그날 소신은 유대인께 말씀드렸을 것이옵니다. 소신은 비록 어리석지만 그래도 이 일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사옵니다."혜평 공주는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싸늘하게 말했다."만약 조어의와 원경릉이 내통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결코 가만두지 않을 것 입니다."차가운 눈동자에 포악한 기운이 남김없이 드러났고, 조어의는 속으로 세게 놀라 고개를 숙여 말했다."소신은 절대 공주마마를 속일 리가 없사옵니다!"조어의를 보내고 혜평 공주는 곧장 유국수를 만나러 갔다.유국수는 이 말을 듣고 눈살을 찌푸리고 생각하더니 이내 긴 한숨을 내쉬며 얼굴에 의기소침한 기색을 띠었다."속았다!""속았다니요! 누구에게 속았습니까? 아버님께서 그 자들이 틀림없이 올 거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누가 이 조건을 거절할 수나 있겠습니까?"혜평 공주는 당황했다. 그녀는 이
혜평 공주는 너무 놀라워 한참이 지나서야 깨달았고 이내 이를 갈며 말했다."만약 이리율이라면 나는 절대로 그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옵니다!"유국수는 생각할수록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느꼈다. 이리율은 한 수만 내지 않을 것이다. 만약 그가 끼어들었다면 반드시 큰 이익을 얻으려 할 것이다. 더군다나 원경릉은 그의 제자인데 왜 그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을 못 했을까?그는 이십여 년간 이 시장의 흐름을 꿰뚫었지만 어떻게 이리율의 수작에 걸려들었을까?그는 냉랭하게 말했다."지금 의관을 사고 약을 산 상황에 그들이 제조한 약은 이미 빠르게 시장을 차지했다. 우리의 약은 만들어 낸다 해도 가격으로 싸우지 못할뿐더러 한동안 물건이 적체될 것이다. 그리고 네가 가게와 약을 사면서 많은 돈들을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지금 우리의 처지는 아주 피동적이고 수에 걸려들었다.""수에 걸려들지 않았습니다! 가격을 낮추어 싸워보시지요."혜평 공주가 악을 썼다."싸울 수 없다. 그들이 물건을 들인 값이 우리보다 그렇게 많이 낮은데, 그들은 한 병의 약을 제조하여 팔면 3문을 벌면 되지만 우리는 5문의 손해를 보아야 한다. 물건을 팔기만 하면 손해를 볼 것이고 물건을 팔지 않는다면 그들은 시장 전체를 삼킬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신세를 고칠 힘이 없다."혜평은 내키지 않아 주먹을 쥐고는 노발대발하며 물었다."그럼 저희는 이렇게 그들을 놓아주어야 한다는 말이옵니까?"유국수는 천천히 앉아 창백하고 무기력한 얼굴을 들어 올려 평생을 드세게 살아온 며느리를 바라보았다."이리율과 싸워서 이길 수 없다. 그는 북당의 갑부야, 그에게 돈이 얼마나 있는지 너는 전혀 모를 것이다. 우리의 가산은 아마 그의 한몫도 안될 것이다."혜평은 냉기를 한 모금 들이켰다."그게 어떻게 가능합니까?"유국수는 이것이 이미 전복된 싸움이라 깨달았고 그만 입술까지 떨고 말았다. "그는 서너 번 조정에 돈을 기부했다, 툭하면 백만 냥에 심지어 이삼백만 냥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내주었는데,
이것은 명원제의 역린을 건드렸다. 그는 혜평이 돈을 벌어들이는 것을 방임할 수 있지만 그녀가 겉으로는 복종하나 속으로 따르지 않고 공공연히 명을 어기는 것을 방임할 수가 없다!명원제는 여전히 직접 죄를 묻지 않고 어명을 내려 정월 열세 번째 날부터 민간에서 의관을 개설하려면 먼저 내의원 관할 하의 혜민서에서 의료 자격증을 받아야 한다고 규범 하였다.그리고 이미 개설된 의관은 현재 신청할 수 있고 신청 과정에도 계속 진료를 할 수 있다.이 어명은 혜평 공주의 새로운 의관을 직접적으로 겨냥한 것이기에 어명이 내려오자 바로 혜평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다행히도 그녀는 혜민서 오대인과 관계가 좋았고 이전에 돈을 보냈으니 처리하기도 쉬울 것이다.그녀는 잠시 이리 나리 쪽을 신경 쓸 새도 없이 먼저 서둘러 사람을 보내 혜민서에 가서 자격증을 처리하게 했다.그러나 총무는 가서 일일이 모두 심사가 필요하다는 말을 들었다. 대청의 의원의 자격마저도 심사를 해야 하는데, 지금 혜평은 의원도 찾지를 못했으니 어찌 의원을 심사한단 말인가?그리고 바로 그때, 혜민서도 약의 가격을 발표하였고, 조정은 책을 인쇄하여 직접 각 의관과 각 의약시장에 보냈다.혜평이 보니 이 가격들은 어디 그녀가 정한 가격이란 말인가? 소요환 한 병으로 보자면, 그녀가 요구한 정가는 35문이었지만 팔수 있는 최고가는 15문밖에 되지 않았다.그녀가 지금 들여온 물건들에 비추어 볼 때 15문으로 팔면 전혀 벌 수 있는 돈이 없었고 밑져야 본전 이였다.그녀는 화가 나 오대인을 찾아갔고 오대인은 어음을 꺼내 공주 앞에 건네주며 담담하게 말했다."하관은 최근 며칠 동안 줄곧 틈이 나지 않아 공주를 찾아뵙지 못했사옵니다. 그리하여 이 중요한 일을 미루었습니다. 약의 가격은 내의원 원판께서 제정하셨고 내각에서 통과되었으니 하관도 어찌할 방법이 없사옵니다. 공주께서는 돈을 도로 가져가시지요.""헌데 왜 일찍이 나에게 말을 하지 않았나?"혜평은 화가 나 어음을 쓸어내리고 봉안을 부릅뜨고 말했다."나
혜평은 화로 인해 피가 거꾸로 솟을 지경이었다. 몇 년 동안 그녀는 좌절을 겪지 않았고 그녀가 평정할 수 없는 경쟁은 없었다.그녀는 오대인을 차갑게 바라보며 노여워했다."좋네, 아주 좋네! 기다리시게, 나는 절대 자네와 쉽게 넘어가지 않을 걸세!"오대인은 엄숙한 표정으로 몸을 숙여 인사를 올렸다."안녕히 가십시오!"혜평은 소매를 뿌리치고 갔다.그녀의 의관과는 달리 원경릉의 안강당은 아주 바빴다. 이것은 원경릉이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이다. 처음 빈민가에서 호명을 보았을 때부터 그녀의 마음속에는 줄곧 의료 개혁이라는 큰일이 걸려 있었다. 사실 그녀는 오히려 혜평에게 감사해야 했다. 왜냐하면 혜평이 몰아세우지 않고 의서를 증설하는 일로 자신을 도발하지 않았다면 그녀도 모든 저축을 다 써서 의원과 의관들을 개설하려 마음을 먹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의 원래 계획은 의원들이 의서에서 일을 하며 의료를 할 사람이 부족한 상황을 완화시키는 것이었다.그러나 지금 이 상황은 오히려 가장 좋다. 그녀의 의원과 의관은 체제 내의 것이 아니니 많은 의료 조치를 스스로 제정할 수 있고 중간에 부패를 할 경우가 없다.그 의원들이 거짓으로 귀순을 한 것은 그녀가 안배한 것이다. 그녀는 혜평이 자신의 의원들을 데려가려 하는 것을 알고 있다. 기왕 이렇게 된 이상 물들어 올 때 노를 저으라고, 이리 나리가 혜평의 돈을 소모하는 수에 협조하여 그녀가 새로 연 의관이 계획만 요란하고 실행은 형편없게 만들었다.이 의원들은 그녀와 계약이 있는 것 외, 전례 없는 존중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녀가 개설한 의원과 의관에서 의원들은 이전처럼 겉으로 존경받고 뒤에서는 사람들의 꾸중을 듣지 않았다. 병을 오래 끄는 것은 이 시대에 너무 흔하고, 환자로서 어떻게 된 일인지 알면서도 전혀 방법이 없었다.의원으로서 처음에는 모두 인심이 있었지만 점차 업계에 오염되고 동화되었고, 마지막에는 이 모든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그녀의 의학원에서 나온 사람은 방금 이 업종을 접촉하였고 능력을
남강에 며칠 머무는 동안, 아홉째와 함께 남강의 풍경을 둘러보고, 북강에도 다녀왔다.지금 북강 백성들은 조정에 대한 소속감이 아주 강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남강을 다스린 정책이 정말 훌륭했기에, 백성들 모두 좋은 날을 보낼 수 있었기에, 자연스레 황제에 대한 존경심도 깊어진 것이었다.황제와 황후가 지나가는 곳마다 백성들은 길가에 모여서 열렬히 환영했다.그들은 이번 순행 내내 오계부에서 신분을 밝힌 것 외에는 항상 미복으로 다녔다. 하지만 남강에서 우문호는 황제의 신분을 드러냈다.우문호는 백성들의 신뢰와 경외심에서 큰 성취감을 느꼈고, 매우 기뻤다. 그는 줄곧 원경릉의 손을 잡고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과거 북강은 방어를 위해 무술 함정이 많았지만, 이제는 모두 제거되었다. 그리고 많은 백성이 산 아래 평원으로 이주하여, 새로운 마을을 이루었다. 정화를 구하러 왔을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기쁜 마음과 함께 우문호는 감사함도 느꼈다. 이것은 결코 그 혼자만의 공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남강을 떠나야 하는 날이 다가오자, 원경릉은 만아와 여덟째를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곧 변성으로 가야 했기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잠시였다. 남강을 벗어나자마자, 그녀는 아이들과 만날 생각에 들뜨기 시작했다."원 선생, 그들에게 말했소?"길에서 우문호가 물었다."아니, 몰래 가는 것이오."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교활하구먼. 그래도 만두가 이미 알려줬을 수도 있을 텐데."지금은 경단과 찰떡, 그리고 계란이 셋만 그곳에 있었다."셋이 다섯 개 성을 다스린다니, 분명히 힘들 것이오."원경릉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소.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졌네. 이제는 태평해 보이니."우문호도 아이들이 안쓰러웠다."이번에 가서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충분히 쉬게 해줘야 하오."사실 성하나를 다스리는 것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점 없이, 매우 힘든 일이었다.한편, 강북부에서는 최근 강북부 무구산 주변에 신비한 상단
그러자 홍엽이 그를 바라보며 멈칫했다."자네가 중매를 서겠다고?""안 되오?""말도 안 되는 소리 말게. 자기 혼사도 해결 못 하는데 중매는 무슨. 난 못 믿네!"냉정언이 어깨를 으쓱였다."못 믿으면 말고. 이래 봬도 내가 명문가 아가씨나 협녀를 많이 알고 있소."홍엽은 손으로 그의 목을 움켜잡으며 소리쳤다."알고 있는 아가씨가 있으면 진작 말했어야지! 경성으로 돌아가자마자, 당장 소개해 주시게!"냉정언은 웃으며 그의 손목을 옆으로 밀어냈다."중매 값이 워낙 비싸서. 십만 냥 아니면 쉽게 안 나서오.""돈이 대수요?"홍엽이 교활하게 웃으며 말했다."우린 지금 한집에 살고 있소. 그러니 자네가 돈을 어디에 숨겼는지, 다 알고 있네. 그동안 꽤 많이 챙겼으니, 돌아가서 돈은 두둑이 주겠네."그 말에 냉정언이 깜짝 놀랐다."내 돈을 노리고 있었소? 진짜 도둑을 집에 들였군! 늙어서 쓸 돈이네, 그 돈을 혼사에 쓸 생각은 하지 마시오!""명여가 우리를 챙길 테니, 그렇게 쩨쩨하게 굴지 마시오."홍엽이 새침하게 말했다."나도 돈이 많소. 다만 남의 돈을 쓰는 게 훨씬 재밌을 뿐이네."냉정언이 숨을 들이쉬었다."안 되겠네. 경성에 돌아가자마자 자네를 쫓아내야겠소."홍엽이 말했다."쫓아낼 수 있으면 쫓아내 보시게. 게다가 자네가 나를 청할 때, 뭐라고 했는가? 얼마든지 살아도 된다고 했잖소. 이제 와서 후회하는 것이오?""이야, 홍엽, 어찌 이리 뻔뻔스러워진 것이오?""뻔뻔하지 않으면, 어찌 당신 집에서 이렇게 공으로 먹고살 수 있겠나?"홍엽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수보, 신을 모시는 건 쉬워도 보내는 건 어렵다고 하잖소. 이미 집안에 들어갔으니, 쫓아내기는 힘드네. 후회해도 소용없소. 수보의 등골 빼먹다 죽을 것이오. 관에 수의까지 얻어 쓸 생각이라, 죽으면 자네가 장례식까지 마련해줘야 하네."수보는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애써 이를 악물며 말했다."진짜 뻔뻔하오!"홍엽은 박장대소했다.멀리 복도 끝에
“예, 그립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놀고 싶기도 합니다.”그는 말하다가, 갑자기 신이 난듯 몸을 들썩이며 말을 이어갔다.“여긴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홉째와 나가면 큰 산도 있고, 꽃도, 나무도 많습니다. 물고기도 많고, 사람도 많고, 뭐든지 엄청 많았습니다.”우문호는 웃으며, 못내 안쓰러움을 느꼈다. 예전에 그를 궁 안에 가두고, 거의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그를 데리고 나가는 것도 신경 쓰였다.“이곳이 마음에 들면, 좀 더 오래 있어도 된다.”우문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예, 정말 좋습니다. 다만, 형님과 형수님이 그리웠습니다. 이렇게 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여덟째는 흥이 오른 상태로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어서 들어가시지요! 아홉째가 형님이 내일 오신다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그는 뒤돌아 원경릉에게 외쳤다.“형수님, 빨리 따라오십시오. 맛있는 거 많습니다.”미색은 웃으며 꾸짖었다.“이 무심한 녀석, 다섯째 형수님만 챙기고, 여섯 형수가 배고픈지는 묻지도 않는 것이냐?” 여덟째는 그제야 미색을 본 듯,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여섯째 형수님도 오셨습니까? 여섯째 형님도 오신 것입니까? 와, 너무 좋습니다!”“질투하다니?”원경릉은 미색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미소를 지었다.“여덟째는 너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아유, 참!”미색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여덟째는 바로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항상 그림과 책자를 선물하는 여섯째 형수님도 좋아했기 때문이다.그는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그... 그럼 같이 드시지요. 음식 많습니다.”“장난이다. 난 질투 안 해.”미색은 기쁘게 말했다.여덟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고, 다들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원경릉이 만아에게 말했다.“정말 이곳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구나. 예전보다 훨씬 활발해졌고, 말도 많이 하네. 이 모든 게 아홉째 덕분이다.”만아는 웃으며 말했다.“예, 둘이 시간이 날 때마다 밖으로 나가, 더
원경릉은 발끝을 들어 그의 뺨에 입을 맞추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우문호는 그런 그녀를 와락 끌어안으며 말했다.“원 선생, 행복하오?”“행복하오.”“하하하. 지금이 아닌, 나와 함께했던 모든 날이 행복했냐고 물어보는 것이오.”“모든 순간이 당연히 행복하고, 기쁘오!”원경릉은 스스로를 자조하듯 웃었다.“나 같은 집순이가 이렇게 결혼생활이 행복할 줄 누가 알았겠소?”한때 그녀는 자신이 평생 결혼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고, 사랑 없는 삶도 부족함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녀는 사랑을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었지만, 사랑은 사실 정말로 중요했다.산꼭대기에 앉아,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었지만,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의 풍경을 눈에, 그리고 마음에 깊이 새기고 싶었다.그리고 함께 늙어간 후, 다시 천천히 되새기고 싶었다.영산에서 내려온 후, 그들은 다시 여정을 이어나갔다. 이번 목적지는 바로 남강이었다.명절이 지난 뒤, 아홉째는 여덟째를 데리고 먼저 남강으로 돌아갔다. 다들 그가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남강 땅은 오랜만이었다. 마지막으로 발을 디딘 건, 정화를 구하러 갔을 때였다.남강으로 가는 내내 홍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냉정언이 물었다.“남강에 가면, 못난이를 만날 것이오?”“만나야지.”홍엽이 답했다.“물론 만나야지!”못난이는 오랜 시간 그와 함께했던 사람이니, 만나야 했다. 못난이가 종종 편지를 보내오긴 했지만, 자기 상황은 거의 말하지 않았다.반면 아홉째는 편지에서 북강의 소식을 자주 전해주었다.지금의 남강은 어느 정도 통일되어 있었고, 북강과 남강도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그동안 이익 문제로 양측의 왕래가 더욱 빈번해졌다.아홉째는 편지에서 못난이가 북강의 민심을 얻었고, 성격도 예전보다 훨씬 밝아져,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하다고 전했다.홍엽의 마음엔 기대와 기쁨이 섞여 있었다. 그도 지금 잘 지내고 있으니, 못난이도 잘 지내길 바랐다.우문호는 남강에서 돌아온 후, 변방으로 갈
그 일을 떠올리자, 꿈에서 본 일이라 그런지 마치 얼마 전에 있었던 일처럼 느껴졌다.그때 그들은 죽을 만큼 힘든 소년들이었는데, 지금은 한없이 한가한 노인이 되었다.세월은 덧없이 흘러갔고, 그동안 그들은 많은 사람들을 잃었다.무상황은 자신의 황후였던 소봉을 떠올렸다.그들은 줄곧 전형적인 황제와 황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나라를 다스렸고, 그녀는 후궁을 다스렸다. 비록 그가 그녀를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많은 애정을 주지도 않았다.그렇게 평범하게 평생을 함께했지만, 그녀가 떠나는 날, 그는 마음속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듯한 슬픔을 느꼈다.평생 함께했던 사람이 자신보다 먼저 떠날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에 더욱 아팠다.세 사람은 한참 동안 넋을 잃고 있다, 다시 길을 나섰다.유아독존과 관련된 일이 생각보다 커졌지만, 모든 소란은 결국 가라앉게 될 것이다. 모든 소문도 점점 사그라들기 마련이니, 그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세 사람이 여행하는 영상이 점점 유명해지면서, 유아독존은 더 심하게 비난을 받았다.현실에서 함부로 욕설을 내뱉으면 얻어맞을 수도 있지만, 인터넷에서는 당당한 명분이 있었기에 악성 댓글을 다는 자들은 마음껏 욕을 퍼부었다.그리고 어느 날, 추 어르신이 오래도록 인터넷의 댓글을 훑어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는 이내 해가 지는 장면을 찍어 짧은 영상을 올렸다. 그리고 영상에 한마디만 덧붙였다.“분쟁 없이, 오직 평화만 있기를.”그는 모든 다툼이 끝나길 바랐고,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몰지 않기를 바랐다. 단지 말로만 승부를 겨루는 사람은 그들의 적이 아니기 때문이다.음... 무엇보다 적이 될 자격도 없었다!영상이 올라간 지 이틀 뒤, 유아독존은 마침내 사과 영상을 올렸다. 그는 질투와 시기로 무술을 모독한 것을 사죄했고,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직접 그들의 계정을 태그해 진심으로 사과했다.진심 어린 사과는 항상 용서를 가져오는 법이다. 그리고 악성 댓글을 달던 사람들도 마침내 욕설을 멈췄다.
삼대 거두는 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일어났고, 숙취에서 깨어나니, 이미 날이 밝아져 있었다. 그들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아, 눈앞의 모든 것이 몽롱해 오늘이 무슨 날인지조차 모를 정도였다.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며 하늘에 떠 있는 주황빛 구름은 점점 짙은 금빛으로 변했고, 금빛 가장자리에는 붉은색이 덧씌워져, 눈부시게 아름다웠다.소요공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꿈을 꿨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동시에 그를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물었다."무슨 꿈을 꿨는가?""꿈에서 숭이가 사내에게 속았는데, 우리가 직접 나서서 복수를 해줬다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놀라서 동시에 숨을 들이켜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귀신이 곡할 노릇이네."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깜짝 놀라 외쳤다."자네도 꾼 것인가?""그렇네!""그렇네!""설마 우리 셋이 똑같은 꿈을 꾼 것이오?"소요공도 깜짝 놀랐다.그 일은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었고, 어떻게 된 일인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할 정도였는데, 꿈에서는 그 장면 장면이 또렷하게 떠올랐다.그리고, 이 꿈은 당시 엄청난 부담을 받고 있던 그들에게 정말 훌륭한 감정 해소가 되었다. 그들은 모든 고통과 억울함, 스트레스를 주먹질로 시원하게 풀어냈다.한편, 무상황은 자신이 황후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때 무슨 상황이었는지 기억하는가?"추 어르신이 흥분한 듯 말했다."물론 기억은 나네. 당시엔 소봉이가 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적성루 사람들을 많이 그리워했네. 게다가 나도 자네들과 어울리느라 바빠서 황후를 소홀히 했네. 그래서 적성루 상궁과 숭이를 궁으로 불러, 이야기를 나누게 했지."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꿈속에서 다시 겪은 덕분에 자세히 생각났다.그때 어서방의 회의가 끝나고, 소복이 무심히 물었다."폐하, 황후 마마를 오랫동안 못 뵙지 않으셨습니까?"그는 소복의 말이 소봉을 보러 가자는 암시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개혁은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나라가 이미 망가진 뒤라, 보수파들은 북당이 더는 흔들림을 견딜 수 없다고 여겨, 더 이상 변화를 원하지 않았다. 그러자 소국공은 소복을 부상으로 임명했고, 소복은 부상이 된 후, 온갖 수단으로 보수파를 하나 하나씩 무너뜨렸다.그는 협박, 욕설, 생떼, 무례, 끈질긴 설득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보수파를 공략했고, 심지어 마지막에는 돗자리를 말아, 상대의 대문 앞에 깔고는, 저녁엔 문 앞에서 잠을 청하고, 낮에는 문 앞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북당의 발전을 가로막는 자라고 비난까지 했다.그렇게 보수파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나, 휘 형과 형수가 대주에서 돌아왔다. 그는 드디어 애써 노력한 끝에, 그들에게 기대에 부응할 만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성공의 길은 여전히 멀었다. 가난 때문에 발생한 난장판은 아직도 평정되지 않았다.휘 형과 형수는 사실 그의 혼례를 치르기 위해 돌아온 것이었다.그는 이제 황후를 책봉해야 할 시기였고, 황후 후보는 일찌감치 정해져 있었다. 바로 숙왕부에서 지낸 적 있는 소복의 딸이었다.소복의 딸이 원래 무슨 이름이었는지, 그는 이미 기억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소복이 부상 자리에 오른 뒤, 딸의 이름을 소봉으로 새로 지었기 때문이다.소복의 꿈은 언제나 직설적이었다. 소봉의 이름은 '소가에서 나온 봉황'이라는 단도직입적인 뜻을 담고 있었다.소봉은 아버지 소복과는 달리 성격이 반듯하고 강직했다. 당시 그는 온갖 일로 정신이 없어 남녀 간의 감정 따위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사모의 감정보다 그에게 나라가 더욱 중요했었다.하지만 황제로서, 그도 후사를 마련하는 것이 북당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그에게 사모의 정에 대해 조금 느낀 적 있는지 묻는다면, 아마도 소가의 셋째 딸, 소낙연의 이름을 들었을 때이다.다만 그도 그녀의 이름만 알고 있었을 뿐, 나중에야 소낙연이라고 자칭했던 여인이, 사실 그의 형수인 라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 시절
그렇게 그들은 만취해 하늘을 이불 삼고 땅을 침대 삼으며, 마치 처음 전장에 나섰던 그 시절로 돌아간 기뿐을 느꼈다.그 시절에는 전쟁이 치열해, 종종 땅바닥에 몸을 웅크린 채 잠을 청하곤 했다. 여섯째는 당시에 항상 설사를 했었다. 셋이 몰래 전장에 나가려 했기에, 선생과 형수를 속이기 위해, 스스로 배탈을 자초한 후, 돈을 조금 챙기고는 전장으로 향했었다. 전쟁터에서 정말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다들 마음속으로 두려움이 가득했었다. 가난을 제외하고, 죽음보다 무서운 것은 없었다.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시간이 지나, 그러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적군이 승전가를 부르며 전우를 죽이고, 나라를 침탈할 때, 그들은 한 번도 죽음을 생각해 본 적 없었다.죽음에 관해 생각한다고 해도, 죽더라도 이 땅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그들은 그렇게 잠에 들었고, 꿈속에서 막 즉위하던 시절로 시간여행을 떠났다.숙왕부도 여전히 그대로였고, 적성루는 인파로 붐볐으며, 전쟁으로 인해 찢어지게 가난했다. 휘 형과 형수는 대주로 빚을 갚으러 갔다. 북막과의 전쟁을 위해 대주의 30만 대군을 빌려왔지만, 갚을 돈이 없어 휘 형을 인질로 넘겼다.휘 형이 떠난 후, 조정은 서출의 어린 새 황제를 신경 쓰지 않았다.그들은 조정에서 대신들과 첨예하게 대립해야 했고, 매번 언쟁 후에는 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채, 어서방에 돌아가 주저앉곤 했다.즉위할 때 휘 형은 최선을 다하면 좋은 황제가 될 수 있다고 격려해 주었다.그래서 그도 그렇게 믿었지만, 막상 황위에 올라보니 전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때로는 있는 힘껏 버텨도 소용없었다.하지만 퇴로 또한 없었다. 휘 형이 말했듯이, 퇴로가 없는 것이 오히려 가장 좋은 길이었다. 두 눈 질끈 감고 힘껏 돌진하다 보면, 결국 승리하게 된다.다행히 조정에 그들을 도와주는 이들도 있었다. 장 대인과 소복이 큰 도움을
그들은 사생활을 모조리 보여주는 것 같아, 팬들이 따라오는 것을 막았다.하지만 팬들은 놀랄 만큼 열렬한 애정을 보이며 기어코 그들 뒤를 따랐다.그 모습에 다들 처음엔 못마땅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이해하기로 했다. 모두 예전에 많은 사람이 따르고, 시중을 받으며 전성기를 가졌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익숙하기도 했다.어쨌든, 그들은 지금 행복하게 차를 몰며 독고 도로를 달리며 아름다운 풍경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었다. 팬들도 그들의 모습을 기록했다. 다투기도 하고, 술을 마시며 농담을 주고받고, 무술을 연습하는 모습 등, 그들의 사소한 순간들 모두 영상으로 편집되어 올라갔다 .그리고 곧 사람들은 퇴직 여행 계정에 한 명이 아닌, 세 명이 함께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상에 등장한 사람은 '십팔매'라 불렸는데, 많은 네티즌이 그 이름을 듣자마자 웃음을 터뜨렸다.얼굴에 약간의 여드름 자국이 있고, 항상 무표정으로 자기를 과인이라고 부르는 노인은 '여섯째'라 불렸다. 비록 엄숙해 보이지만, 실은 장난기가 많아 두 사람을 몰래 놀리고는 입을 막고 웃기도 했다.항상 핸드폰으로 독서하는 노인은 '주대'라고 불렸다. 박학다식하며, 말할 때마다 고사성어를 인용해, 십팔매와 여섯째가 싸울 때 몇 마디로 갈등을 풀어낼 정도로 인품이 뛰어났다.팬들은 이들의 이름만 들어도 웃음이 터질 지경이었다.그리고 그들의 대화를 듣고, 어릴 때부터 함께해왔고,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함께 여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많은 사람들이 깊이 감동하였다.그렇게 어느 날 밤, 그들은 야외에서 술을 마시고 반쯤 취한 채, 바닥에 누운 채로 별이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이 장면 역시 팬들에게 촬영되었다.늘 털털한 십팔매는 두 손을 머리 뒤에 괴고 은하수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감탄하며 말했다."우리 정말 많이 늙었네. 앞으로 몇 년이나 더 살 수 있을까?"여섯째가 그의 머리를 한 대 가볍게 쳤다."길 위에서는 불길한 말 금지네."십팔매가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