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튿날, 약속대로 안풍 친왕은 변장한 휘종제를 모시고 매화장으로 향했다.전 명원제는 백부가 오신다는 연통을 받고 속으로 계속 중얼거렸다.그분이 오시면 분명 좋은 일이 없으니, 얼른 아랫것들에게 값비싼 물건들을 치우고 고기 음식들만 준비하라 일렀다.그를 만난 휘종제는 당연히 기쁘기 그지없었다.하지만 아들에게 약속한 이상 손자에게 신분을 드러낼 수 없으니 기쁜 심정을 삭일 수밖에 없었다.안풍 친왕은 휘종제가 자신의 벗이라 소개했지만 전 명원제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오로지 안풍 친왕이 매화장에서 마음에 드는 물건이라도 찾아서 가져갈까 봐 노심초사했다.보물을 발굴한 후부터 전 명원제는 항상 누군가에게 빼앗길까 봐 무서웠다.솔직히 은퇴할 때도 자신에게 많은 노후 자금을 남기지 않았다.물론 조정에서 보조금이 내려와 충분히 부양할 수 있었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들에게 보태 주었다.게다가 최근 2년 동안 북당의 생활이 차차 풍요로워지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물건을 사들였다.휘종제가 몰래 안풍 친왕에게 말했다.“내 손자의 얼굴은 아비를 닮지 않아서 참 다행이야. 아비 얼굴은 조금 쩨쩨하게 생겼거든.”그러자 안풍 친왕이 눈을 희번득거렸다.“여섯째는 쩨쩨하지 않아요. 행실이 조금 그럴 뿐이지 다 아버지한테서 배운 거잖아요.”휘종제는 여섯째가 두 손을 소매에 넣고 쪼그리고 앉아 있는 모습을 떠올렸다.그 모습이 자신과 너무 똑같아서 차마 원망하지 못했다.‘아무리 못나도 내 아들인 걸 어쩌겠어.’이제 열째도 꽤 ‘건장’하게 자랐다.안풍 친왕이 평가하는 건장함이란 솔직히 그의 둘째 형처럼 너무 뚱뚱하다는 소리였다.다행히 열째가 무술을 익혀서 ‘날쌘 뚱보’가 되었다.열째는 경단이 온다는 소리에 부랴부랴 짐을 싸고 그들과 하산하겠다고 말했다.2년 전에 우문호가 그에게 왕으로 책봉하려고 했는데 명원제가 반대했었다.그러면서 열째가 몇 년을 더 단련하고 조정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이룬 후에 책봉해도 늦지 않는다고 했었다.오늘 보니 그때 왕으로 책봉
”음… 그건 나도 잘 모르겠어. 투자 쪽은 서유가 담당하고 있어. 그 계집이 현대에 가서 투자에 대해 배웠는데 아주 성공적이야. 우리한테 투자 회자도 있는 거 알고 있지?”“네. 알고 있어요.”“전망이 좋은 회사에 투자했는데 몇 집은 벌써 상장했어. 시가도 20조를 넘었거든.”휘종제는 자랑을 아끼지 않았다.여기에 살면서 황제 자리만 올랐지만 현대에서는 부자가 되었다니, 안풍 친왕은 깜짝 놀라 눈을 휘둥그레 떴다.“정말요? 돈이 그렇게 많아요?”이렇게 빈부차이가 심하다니 갑자기 부자지간이 너무 어색하게 느껴졌다.“그럼 대략 계산해도 아버지 몸값이 몇 조는 되겠어요.”휘종제가 손을 휘저었다.“그 정도로 가난하지 않아.”그 한마디에 대화가 끊어져버렸다.한참 뒤, 안풍 친왕이 씩씩거리면서 말했다.“난 아버지가 골동품만 갖고 노는 줄 알았잖아요.”“그건 취미로 하는 거야. 그래서 내가 서유가 투자했다고 말했잖아.”“물어볼 때마다 작은 돈을 벌었다고 했거든요.”휘종제가 피식 웃었다.“작은 돈이 맞아. 20조, 30조 있는 게 무슨 부자야? 넌 정말… 에휴. 궁상맞게 살더니 바깥세상이 얼마나 큰지 모르지?”그 말에 화가 난 안풍 친왕은 홱 돌아서 먼저 가버렸다“돌아가면 너한테 좀 줄게. 얼마나 필요해?”휘종제는 아들이 화난 것 같아 재빨리 쫓아가며 달랬다.“싫어요!”솔직히 안풍 친왕은 현대의 화폐에 관심이 없었다.어차피 이곳으로 옮길 수도 없지 않은가.정말 현대로 돌아가서 정착한다면 그도 부자나 다름없었지만 현실은 이곳에서 가난뱅이라는 것이었다.“네가 번 돈은 자식들에게 썼으니 공헌을 한 거나 다름없어. 녀석들이 나중에 열심히 일하고 돈이 생기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잖아.”휘종제는 생각만 해도 가슴이 뿌듯하고 자랑스러웠다.하산 후, 안풍 친왕은 이 일로 왕비에게 궁에 들어가 원경릉과 상의하라고 일렀다.어차피 콜라와 칠성이 경성에 있으니, 원경릉이 동의한다면 최대한 빨리 현대로 가서 변호사에게 수속을 맡길 생각이었
원경릉은 얼떨떨한 표정을 짓다가 빙그레 웃었다.”칠성이 우리 가문 이야기를 찍겠다고 했어요?”“그래. 자기한테 위대한 어머니와 책임감이 있는 아버지가 있고 형제자매들도 우애가 깊어서 그동안 겪었던 일들 모두 영화로 찍고 싶댔어.”안풍 왕비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칠성이 정말 찍게 된다면 북당이 일어섰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미래까지 전부 영화에 담고 싶다고 했었다.원경릉은 드라마나 영화에 나올 가문의 이야기를 상상했었다.특히 칠성이 감독한 작품이라면 생각만 해도 신기할 것 같았다.“어때? 기쁘지?”왕비가 미소를 머금고 그녀에게 물었다.원경릉이 고개를 끄덕였다.“기뻐요. 당연히 기쁘죠. 항상 두 녀석이 걱정되었어요. 특히 어릴 때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고 했거든요. 버스를 운전하고 싶다, 요리사가 되고 싶다, 밀크티를 팔지 않으면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일을 하고 싶다, 지구본을 팔고 싶다, 하도 많아서 갈피를 잡을 수 없었어요.”지금 버스 운전사가 되고 싶다던 녀석은 비행기를 운전하고 싶어 하고, 지구본을 팔겠다던 녀석은 지구 밖으로 날아가고 싶어 했다.“너만 동의하면 애들하고 돌아가서 얼른 진행해. 아직 미성년자지만 업무 같은 건 맡기고 주식, 옵션 같은 건 네 명의로 돌리고 전문가한테 맡겨.”로양이 그쪽에 원경릉의 신분을 만들어 주었기에 큰 문제는 없었다.원경릉이 왕비를 쳐다보며 말했다.“실은 자주 가시는 왕비께서 받으셔야죠.”그런데 왕비가 큰 소리를 쳤다.“미안한데 그깟 돈은 별로 욕심나지 않아.”원경릉이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이렇게 큰 소리를 쳐도 위화감이 있는 사람도 있다니, 솔직히 이곳에서 부유하지는 못했다.하지만 이것은 다 옛날 일이고 지금은 북당이 부유해져서 그들의 삶도 많이 좋아졌다.한참 웃던 원경릉이 이내 진지하게 생각하더니 드디어 입을 열었다.“그럼 돌아가서 그이와 상의하고 아이들과 얘기해 볼게요. 전에 버스 운전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을 때처럼 충동적일까 봐 걱정이 돼요.”“그래. 물어보고 가능한
”내가 그랬잖아요. 애들은 스스로 보호할 능력이 있어서 누구도 해치지 못해요.”그녀의 말에 우문호는 조금 망설였다.“또 걱정거리 있어요?”원경릉이 계속 물었다.우문호는 차를 불고 두 모금 마시더니 그녀를 쳐다보았다.“녀석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한다면 상서방에 가야 하지 않나?”“그럼요. 학교에 다녀야죠.”“그렇다면 지금 한창 감정이 싹틀 때인에 혹시나 어떤 낭자와 눈이라도 맞아서 그곳에서 혼인하고 애를 낳고 산다면 어떡해?”“너무 멀리 생각하는 거 아니에요?”원경릉은 깜짝 놀랐다.이제 열 살밖에 안 되는데 다섯째는 혼인하고 아이를 낳는 것까지 생각하고 있었다.그러나 일찍 연애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본다.우문호도 자신이 너무 많이 걱정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솔직히 칠성과 콜라는 자기들만의 주장이 확실했다.그는 팔을 뻗어 아내를 감싸 안았다.“알았어. 저녁에 애들하고 얘기해 보자. 정 가고 싶다면 보내지 뭐. 이젠 국경도 안정되어서 찰떡과 경단한테 맡겨도 돼. 호 대장군도 있으니까 나이는 있어도 아직 중용해야지.”“맞아요.”다섯째가 동의하다니 원경릉은 오히려 당황했다.자식들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놓아줘야 하는 것은 부모로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단계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다섯째가 했던 말처럼 자식들이 꿈을 펼치고 싶다면 부모는 지지한다는 말 밖에 할 수 없었다.그날 저녁, 우문호 부부는 자식들을 불렀다.비록 칠성과 콜라에 대한 일이지만 다른 자식들도 알 권리가 있었기에 모두 부른 것이었다.원경릉이 다정하게 물었다.“칠성, 콜라야, 안풍 왕비께서 내게 그러셨어. 너희들 각자 하고 싶은 일이 있다고 하더라. 칠성은 감독이나 비행기 조종사가 되고 싶고 콜라는 항공 우주를 연구하고 싶다던데, 그게 다 사실이야?”두 녀석은 슬그머니 아버지의 눈치를 보더니 서로 눈을 마주치고는 대답하지 않았다.“칠성부터 말해.”원경릉은 그의 손을 잡으며 물었다.“너희 아버지와 상의했어. 정말 하고 싶다면 우리도 지지할게.”순간 칠성의
우문호와 원경릉이 서로 마주보면서 웃었다.확실히 지금 무상황 세 형제는 어린아이처럼 조정의 일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곁에서 말해도 듣기 싫어하고 심지어 화제를 돌리기에 바빴다.예전에 그들 마당에서 행성운동을 모방한 것도 본 적이 있었다.원경릉이 자식들을 보며 물었다.“괜찮아.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얼마든지 해도 좋아. 나쁜 일 외에 시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그때 칠성이 대답했다.“그렇게 급한 것도 아니에요. 100년 뒤에 해도 늦지 않아요.”그 말에 우문호가 빵 터졌다.“100년 뒤에? 100년 뒤에 어떻게 할 건데?”사람은 죽고 없는데 무엇을 한다는 소리인지 알 수 없었다.갑자기 모두가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우문호는 다들 함께 칠성을 비웃을 줄 알았는데 혼자만 웃고 다른 사람들은 이상한 눈길로 쳐다보고 있었다.마치 칠성의 말이 전혀 웃기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그는 멋쩍게 웃으면서 물었다.“웃기지 않아?”택란이 그의 목을 껴안으며 맞장구를 쳤다.“아버지, 좀 웃기긴 했어요. 하하하!”택란이 웃자 다른 녀석들도 덩달아 웃었다.한바탕 웃고 있을 때 원경릉의 세한 눈빛을 보고 다들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이상하게 느낀 우문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설마 이 농담이 시대에 떨어졌나?”“아니요. 그런 얘기가 아니라, 칠성이 감독이 되고 싶다면 시키자고요. 아니지, 비행기 조종사가 되고 싶다고 했지? 좋아. 우리 다 지지해.”원경릉이 바로 화제를 돌렸다.태도 변화가 너무 빨라서 우문호가 의심스럽게 쳐다보았다.그녀와 자식들의 몸을 ECG 모니터로 검사한 결과 세포가 끊임없이 재생한다고 판정되었다.이것은 늙지 않고 면역 체계도 아주 강하다는 것을 의미했다.심지어 다양한 바이러스로 시도해 봤지만 모두 침투시키는데 실패했었다.물론 죽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고수에게 살해당하거나 자살하지 않는 이상 의외의 사고에 대항할 능력이 있었다.다섯째가 지금도 연구하고 있지만 장기적인 모니터링해도 결과가 없어서 지금은 단정할 수
찰떡이 기죽어가는 소리로 말했다.“저는 조금만 주세요. 복지재단을 세워서 의약 연구에 지원하고 싶어요. 혹시 동의하지 않는다면…”“동의해. 동의하고 말고!”이렇게 좋은 일에 반대할 어른들이 아니었다.특히 원경릉은 자신의 본업을 언급해서 감동을 받았다.찰떡까지 앞으로 무엇을 할지 선택하다니 너무 기뻤다.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워낙 성격이 느려서 무엇이든 조급하지 않았다.지금 돌아와서 아버지를 돕고 있는데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언젠가 일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자신의 꿈을 실현하러 갈 것이다.다만 전에 한의학에만 관심이 있다고 여겨서 그런지 한의학을 연구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그래서 오늘 물어본 것이었다.“찰떡아, 네 고모부한테서 배우고 싶어?”“네. 저는 장사하고 싶어요.”그는 큰 포부가 없고 돈을 버는 데만 관심이 있었다.모두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더니 하나둘씩 만두를 쳐다보았다.만두는 선택권이 없으니 물어도 소용없었다.정작 본인은 대답할 준비가 되었는데 다들 자신을 보다가 갑자기 시선을 돌려서 마음이 씁쓸했다.큰아들은 언제나 손해만 보았다.솔직히 말하자면 만두는 다른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철이 들었을 때부터 나라를 다스리는 법을 잘 배워 훌륭한 황제가 되고 싶었다.그러니 인기 없는 전공을 배워서 졸업해도 공사장 외에는 아무런 선택권이 없었다.“왜 저한테는 묻지 않으세요?”갑자기 택란이 뾰로통해서 물었다.그녀를 보는 모두의 시선은 훨씬 부드러워졌다.무상황은 손을 뻗어 그녀를 곁으로 당기면서 물었다.“그래. 조상 할아버지한테 말해봐. 넌 뭘 하고 싶어?”택란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생각에 잠겼다.“아직은 모르겠지만 하고 싶은 게 많아요. 칠성 오라버니가 촬영한다면 게스트로 출연하고 싶어요.”그러자 칠성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안 돼. 촬영은 너무 힘들어.”택란이 또 생각에 잠겼다.“아니면 나도 한의학을 배울까?”솔직히 그녀는 의술에 소질이 있고 관심도 있었다.“안 돼! 너무 힘들어!”이
드디어 경천제의 부상이 완치되었다.다섯째의 피가 그의 몸에서 얼음 벌레를 제압하는 시간을 연장하기 위해 원경릉이 탕약을 지어주었다.그는 여전히 물을 얼음으로 조종할 수 있고 심지어 몰래 물을 통제하여 얼음 벌레의 단점을 억제할 수 있었다.그리고 장점을 남겨 그것으로 염력을 강화시켰다.“사 개월에서 반년 사이에 한 번은 더 오셔야 해요.”원경릉이 당부했다.경천은 원경릉에게 연신 감사를 표했다.왠지 숙왕부의 사람들을 보면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충동이 느껴졌다.하지만 책임이 있기에 반드시 돌아가야 했다.“이틀만 더 남아요. 할 얘기가 있어요.”다섯째의 말에 경천은 감동했다.“알겠습니다. 얼마든지 머물러도 상관없습니다.”“양국간에 여러 문제를 놓고 상의할 것들이 있어요.”다섯째의 마음은 여전히 국사에 있었다.그 말에 경천은 진지한 표정으로 공손히 말했다.“맞는 말씀입니다. 양국에서 마주앉아 앞으로의 일을 잘 개척해야죠.”지금 이 순간, 두 사람의 표정은 매우 비슷했다.사적인 감정은 잠시 뒤로 하고, 황제의 신분일 때는 태도를 단정히 취해야 했다.우문호는 넷째를 궁에 불러 경천제와 함께 상의했다.넷째는 연회에 참석할 생각으로 옷을 입고 기다렸는데 이제 불러서 조금은 기분이 언짢았다.아무리 불쾌해도 경천제를 보러 가는 것은 거절할 수 없었다.우문호는 벌써 이틀 동안의 일정을 완벽하게 안배했다.오늘은 국사에 대해 상의하고 내일은 연회를 열 예정이었다.내일의 연회는 경천제의 환영식이자 환송식이기도 했다.원래 경천제가 왔을 때 연회를 열어 대접하려고 했는데 그때는 치료하는 것이 시급하여 지금까지 지연되었다.풍부한 금나라의 광물 자원은 마침 북당에 필요한 것이었다.물론 지금 약도성이 있긴 하지만 대국의 발전에 턱없이 부족했다.그래서 우문호는 금나라의 광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금나라는 워낙 산지와 사막이 넓어서 경작지를 재배할 수 없었다.마침 북당에서 황무지를 개척하여 대량의 식량을 생산하였기에 각자 필요에 의해 식량과
지금 어화원에 아이들로 북적거렸다.조금 늦은 시간에 3대 조상은 숙왕부의 노인들까지 모시고 한 끼를 먹으러 왔다.원경릉은 그럴 줄 알고 어르신들 몫까지 다양한 음식들을 준비했다.또한 숙왕부의 적성루에는 고기가 없으면 안 되는 사람이라 불고기까지 준비했다.적성루의 노인들은 하나같이 이상했다.여러 명이나 왔지만 투명 인간처럼 전혀 존재감이 없다가 먹을 때만 모습을 드러냈다.적성루에서 안풍 친왕인 우문소 외에 누구도 장가를 가지 않았다.그러고 보니 그들의 집과 뿌리가 숙왕부에 있었다.연회에 또 노래와 춤, 연국, 불꽃놀이 등등 다양한 절목을 준비하여 마치 명절을 보내는 것 같았다.이런 절목은 아이들이 제일 좋아했다.경천도 불꽃놀이를 보고 싶었지만 황제의 신분이라 멋대로 자리를 비울 수 없었다.어쨌든 이곳에 우상과 북당의 신하들이 있으니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어야 했다.그때 원경릉이 눈치를 채고 만두에게 지시했다.“네가 경천제를 모시고 불꽃놀이를 보러 가.”만두가 자리를 떠나더니 경천제의 옆에 다가가 공수하며 청했다.경천제가 눈빛으로 원경릉에게 고마움을 전했다.두 사람은 나가서 택란 일행과 합류하여 불꽃놀이를 감상했다.황성의 가장 높은 누각에서 하늘로 치솟던 불꽃이 밤하늘에서 빛을 발산하는 것으로 한 왕조의 흥성을 충분히 보여주었다.경천은 시선을 돌려 택란의 옆모습을 쳐다보았다.불꽃이 하늘로 올라갈 때마다 그녀는 놀라운 탄성을 자아냈다.옆에서 경단 황자가 그녀의 손을 잡고 함께 불꽃놀이를 감상하고 있었다.그때 택란이 고개를 돌려 경천과 눈을 마주쳤는데 마침 그녀의 눈동자에서 불꽃이 피어올랐다.순간 가슴이 벅차오른 경천이 그녀에게 매료된 듯 쳐다보았다.마음속에 억눌렸던 희망이 조금씩 불타오르기 시작했다.한편, 궁에서 넷째가 우문호에게 바짝 다가가 소곤거렸다.“금나라 황제가 놀 때는 아이 같은데 중요한 얘기를 할 때면 진지하고 단호한 게 훌륭한 인재네요.”“그건 그래요.”우문호는 부인하지 않았다.“그래서 공주를 금나라 황제
남강에 며칠 머무는 동안, 아홉째와 함께 남강의 풍경을 둘러보고, 북강에도 다녀왔다.지금 북강 백성들은 조정에 대한 소속감이 아주 강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남강을 다스린 정책이 정말 훌륭했기에, 백성들 모두 좋은 날을 보낼 수 있었기에, 자연스레 황제에 대한 존경심도 깊어진 것이었다.황제와 황후가 지나가는 곳마다 백성들은 길가에 모여서 열렬히 환영했다.그들은 이번 순행 내내 오계부에서 신분을 밝힌 것 외에는 항상 미복으로 다녔다. 하지만 남강에서 우문호는 황제의 신분을 드러냈다.우문호는 백성들의 신뢰와 경외심에서 큰 성취감을 느꼈고, 매우 기뻤다. 그는 줄곧 원경릉의 손을 잡고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과거 북강은 방어를 위해 무술 함정이 많았지만, 이제는 모두 제거되었다. 그리고 많은 백성이 산 아래 평원으로 이주하여, 새로운 마을을 이루었다. 정화를 구하러 왔을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기쁜 마음과 함께 우문호는 감사함도 느꼈다. 이것은 결코 그 혼자만의 공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남강을 떠나야 하는 날이 다가오자, 원경릉은 만아와 여덟째를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곧 변성으로 가야 했기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잠시였다. 남강을 벗어나자마자, 그녀는 아이들과 만날 생각에 들뜨기 시작했다."원 선생, 그들에게 말했소?"길에서 우문호가 물었다."아니, 몰래 가는 것이오."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교활하구먼. 그래도 만두가 이미 알려줬을 수도 있을 텐데."지금은 경단과 찰떡, 그리고 계란이 셋만 그곳에 있었다."셋이 다섯 개 성을 다스린다니, 분명히 힘들 것이오."원경릉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소.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졌네. 이제는 태평해 보이니."우문호도 아이들이 안쓰러웠다."이번에 가서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충분히 쉬게 해줘야 하오."사실 성하나를 다스리는 것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점 없이, 매우 힘든 일이었다.한편, 강북부에서는 최근 강북부 무구산 주변에 신비한 상단
그러자 홍엽이 그를 바라보며 멈칫했다."자네가 중매를 서겠다고?""안 되오?""말도 안 되는 소리 말게. 자기 혼사도 해결 못 하는데 중매는 무슨. 난 못 믿네!"냉정언이 어깨를 으쓱였다."못 믿으면 말고. 이래 봬도 내가 명문가 아가씨나 협녀를 많이 알고 있소."홍엽은 손으로 그의 목을 움켜잡으며 소리쳤다."알고 있는 아가씨가 있으면 진작 말했어야지! 경성으로 돌아가자마자, 당장 소개해 주시게!"냉정언은 웃으며 그의 손목을 옆으로 밀어냈다."중매 값이 워낙 비싸서. 십만 냥 아니면 쉽게 안 나서오.""돈이 대수요?"홍엽이 교활하게 웃으며 말했다."우린 지금 한집에 살고 있소. 그러니 자네가 돈을 어디에 숨겼는지, 다 알고 있네. 그동안 꽤 많이 챙겼으니, 돌아가서 돈은 두둑이 주겠네."그 말에 냉정언이 깜짝 놀랐다."내 돈을 노리고 있었소? 진짜 도둑을 집에 들였군! 늙어서 쓸 돈이네, 그 돈을 혼사에 쓸 생각은 하지 마시오!""명여가 우리를 챙길 테니, 그렇게 쩨쩨하게 굴지 마시오."홍엽이 새침하게 말했다."나도 돈이 많소. 다만 남의 돈을 쓰는 게 훨씬 재밌을 뿐이네."냉정언이 숨을 들이쉬었다."안 되겠네. 경성에 돌아가자마자 자네를 쫓아내야겠소."홍엽이 말했다."쫓아낼 수 있으면 쫓아내 보시게. 게다가 자네가 나를 청할 때, 뭐라고 했는가? 얼마든지 살아도 된다고 했잖소. 이제 와서 후회하는 것이오?""이야, 홍엽, 어찌 이리 뻔뻔스러워진 것이오?""뻔뻔하지 않으면, 어찌 당신 집에서 이렇게 공으로 먹고살 수 있겠나?"홍엽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수보, 신을 모시는 건 쉬워도 보내는 건 어렵다고 하잖소. 이미 집안에 들어갔으니, 쫓아내기는 힘드네. 후회해도 소용없소. 수보의 등골 빼먹다 죽을 것이오. 관에 수의까지 얻어 쓸 생각이라, 죽으면 자네가 장례식까지 마련해줘야 하네."수보는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애써 이를 악물며 말했다."진짜 뻔뻔하오!"홍엽은 박장대소했다.멀리 복도 끝에
“예, 그립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놀고 싶기도 합니다.”그는 말하다가, 갑자기 신이 난듯 몸을 들썩이며 말을 이어갔다.“여긴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홉째와 나가면 큰 산도 있고, 꽃도, 나무도 많습니다. 물고기도 많고, 사람도 많고, 뭐든지 엄청 많았습니다.”우문호는 웃으며, 못내 안쓰러움을 느꼈다. 예전에 그를 궁 안에 가두고, 거의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그를 데리고 나가는 것도 신경 쓰였다.“이곳이 마음에 들면, 좀 더 오래 있어도 된다.”우문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예, 정말 좋습니다. 다만, 형님과 형수님이 그리웠습니다. 이렇게 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여덟째는 흥이 오른 상태로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어서 들어가시지요! 아홉째가 형님이 내일 오신다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그는 뒤돌아 원경릉에게 외쳤다.“형수님, 빨리 따라오십시오. 맛있는 거 많습니다.”미색은 웃으며 꾸짖었다.“이 무심한 녀석, 다섯째 형수님만 챙기고, 여섯 형수가 배고픈지는 묻지도 않는 것이냐?” 여덟째는 그제야 미색을 본 듯,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여섯째 형수님도 오셨습니까? 여섯째 형님도 오신 것입니까? 와, 너무 좋습니다!”“질투하다니?”원경릉은 미색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미소를 지었다.“여덟째는 너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아유, 참!”미색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여덟째는 바로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항상 그림과 책자를 선물하는 여섯째 형수님도 좋아했기 때문이다.그는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그... 그럼 같이 드시지요. 음식 많습니다.”“장난이다. 난 질투 안 해.”미색은 기쁘게 말했다.여덟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고, 다들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원경릉이 만아에게 말했다.“정말 이곳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구나. 예전보다 훨씬 활발해졌고, 말도 많이 하네. 이 모든 게 아홉째 덕분이다.”만아는 웃으며 말했다.“예, 둘이 시간이 날 때마다 밖으로 나가, 더
원경릉은 발끝을 들어 그의 뺨에 입을 맞추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우문호는 그런 그녀를 와락 끌어안으며 말했다.“원 선생, 행복하오?”“행복하오.”“하하하. 지금이 아닌, 나와 함께했던 모든 날이 행복했냐고 물어보는 것이오.”“모든 순간이 당연히 행복하고, 기쁘오!”원경릉은 스스로를 자조하듯 웃었다.“나 같은 집순이가 이렇게 결혼생활이 행복할 줄 누가 알았겠소?”한때 그녀는 자신이 평생 결혼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고, 사랑 없는 삶도 부족함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녀는 사랑을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었지만, 사랑은 사실 정말로 중요했다.산꼭대기에 앉아,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었지만,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의 풍경을 눈에, 그리고 마음에 깊이 새기고 싶었다.그리고 함께 늙어간 후, 다시 천천히 되새기고 싶었다.영산에서 내려온 후, 그들은 다시 여정을 이어나갔다. 이번 목적지는 바로 남강이었다.명절이 지난 뒤, 아홉째는 여덟째를 데리고 먼저 남강으로 돌아갔다. 다들 그가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남강 땅은 오랜만이었다. 마지막으로 발을 디딘 건, 정화를 구하러 갔을 때였다.남강으로 가는 내내 홍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냉정언이 물었다.“남강에 가면, 못난이를 만날 것이오?”“만나야지.”홍엽이 답했다.“물론 만나야지!”못난이는 오랜 시간 그와 함께했던 사람이니, 만나야 했다. 못난이가 종종 편지를 보내오긴 했지만, 자기 상황은 거의 말하지 않았다.반면 아홉째는 편지에서 북강의 소식을 자주 전해주었다.지금의 남강은 어느 정도 통일되어 있었고, 북강과 남강도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그동안 이익 문제로 양측의 왕래가 더욱 빈번해졌다.아홉째는 편지에서 못난이가 북강의 민심을 얻었고, 성격도 예전보다 훨씬 밝아져,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하다고 전했다.홍엽의 마음엔 기대와 기쁨이 섞여 있었다. 그도 지금 잘 지내고 있으니, 못난이도 잘 지내길 바랐다.우문호는 남강에서 돌아온 후, 변방으로 갈
그 일을 떠올리자, 꿈에서 본 일이라 그런지 마치 얼마 전에 있었던 일처럼 느껴졌다.그때 그들은 죽을 만큼 힘든 소년들이었는데, 지금은 한없이 한가한 노인이 되었다.세월은 덧없이 흘러갔고, 그동안 그들은 많은 사람들을 잃었다.무상황은 자신의 황후였던 소봉을 떠올렸다.그들은 줄곧 전형적인 황제와 황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나라를 다스렸고, 그녀는 후궁을 다스렸다. 비록 그가 그녀를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많은 애정을 주지도 않았다.그렇게 평범하게 평생을 함께했지만, 그녀가 떠나는 날, 그는 마음속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듯한 슬픔을 느꼈다.평생 함께했던 사람이 자신보다 먼저 떠날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에 더욱 아팠다.세 사람은 한참 동안 넋을 잃고 있다, 다시 길을 나섰다.유아독존과 관련된 일이 생각보다 커졌지만, 모든 소란은 결국 가라앉게 될 것이다. 모든 소문도 점점 사그라들기 마련이니, 그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세 사람이 여행하는 영상이 점점 유명해지면서, 유아독존은 더 심하게 비난을 받았다.현실에서 함부로 욕설을 내뱉으면 얻어맞을 수도 있지만, 인터넷에서는 당당한 명분이 있었기에 악성 댓글을 다는 자들은 마음껏 욕을 퍼부었다.그리고 어느 날, 추 어르신이 오래도록 인터넷의 댓글을 훑어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는 이내 해가 지는 장면을 찍어 짧은 영상을 올렸다. 그리고 영상에 한마디만 덧붙였다.“분쟁 없이, 오직 평화만 있기를.”그는 모든 다툼이 끝나길 바랐고,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몰지 않기를 바랐다. 단지 말로만 승부를 겨루는 사람은 그들의 적이 아니기 때문이다.음... 무엇보다 적이 될 자격도 없었다!영상이 올라간 지 이틀 뒤, 유아독존은 마침내 사과 영상을 올렸다. 그는 질투와 시기로 무술을 모독한 것을 사죄했고,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직접 그들의 계정을 태그해 진심으로 사과했다.진심 어린 사과는 항상 용서를 가져오는 법이다. 그리고 악성 댓글을 달던 사람들도 마침내 욕설을 멈췄다.
삼대 거두는 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일어났고, 숙취에서 깨어나니, 이미 날이 밝아져 있었다. 그들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아, 눈앞의 모든 것이 몽롱해 오늘이 무슨 날인지조차 모를 정도였다.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며 하늘에 떠 있는 주황빛 구름은 점점 짙은 금빛으로 변했고, 금빛 가장자리에는 붉은색이 덧씌워져, 눈부시게 아름다웠다.소요공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꿈을 꿨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동시에 그를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물었다."무슨 꿈을 꿨는가?""꿈에서 숭이가 사내에게 속았는데, 우리가 직접 나서서 복수를 해줬다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놀라서 동시에 숨을 들이켜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귀신이 곡할 노릇이네."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깜짝 놀라 외쳤다."자네도 꾼 것인가?""그렇네!""그렇네!""설마 우리 셋이 똑같은 꿈을 꾼 것이오?"소요공도 깜짝 놀랐다.그 일은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었고, 어떻게 된 일인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할 정도였는데, 꿈에서는 그 장면 장면이 또렷하게 떠올랐다.그리고, 이 꿈은 당시 엄청난 부담을 받고 있던 그들에게 정말 훌륭한 감정 해소가 되었다. 그들은 모든 고통과 억울함, 스트레스를 주먹질로 시원하게 풀어냈다.한편, 무상황은 자신이 황후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때 무슨 상황이었는지 기억하는가?"추 어르신이 흥분한 듯 말했다."물론 기억은 나네. 당시엔 소봉이가 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적성루 사람들을 많이 그리워했네. 게다가 나도 자네들과 어울리느라 바빠서 황후를 소홀히 했네. 그래서 적성루 상궁과 숭이를 궁으로 불러, 이야기를 나누게 했지."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꿈속에서 다시 겪은 덕분에 자세히 생각났다.그때 어서방의 회의가 끝나고, 소복이 무심히 물었다."폐하, 황후 마마를 오랫동안 못 뵙지 않으셨습니까?"그는 소복의 말이 소봉을 보러 가자는 암시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개혁은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나라가 이미 망가진 뒤라, 보수파들은 북당이 더는 흔들림을 견딜 수 없다고 여겨, 더 이상 변화를 원하지 않았다. 그러자 소국공은 소복을 부상으로 임명했고, 소복은 부상이 된 후, 온갖 수단으로 보수파를 하나 하나씩 무너뜨렸다.그는 협박, 욕설, 생떼, 무례, 끈질긴 설득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보수파를 공략했고, 심지어 마지막에는 돗자리를 말아, 상대의 대문 앞에 깔고는, 저녁엔 문 앞에서 잠을 청하고, 낮에는 문 앞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북당의 발전을 가로막는 자라고 비난까지 했다.그렇게 보수파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나, 휘 형과 형수가 대주에서 돌아왔다. 그는 드디어 애써 노력한 끝에, 그들에게 기대에 부응할 만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성공의 길은 여전히 멀었다. 가난 때문에 발생한 난장판은 아직도 평정되지 않았다.휘 형과 형수는 사실 그의 혼례를 치르기 위해 돌아온 것이었다.그는 이제 황후를 책봉해야 할 시기였고, 황후 후보는 일찌감치 정해져 있었다. 바로 숙왕부에서 지낸 적 있는 소복의 딸이었다.소복의 딸이 원래 무슨 이름이었는지, 그는 이미 기억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소복이 부상 자리에 오른 뒤, 딸의 이름을 소봉으로 새로 지었기 때문이다.소복의 꿈은 언제나 직설적이었다. 소봉의 이름은 '소가에서 나온 봉황'이라는 단도직입적인 뜻을 담고 있었다.소봉은 아버지 소복과는 달리 성격이 반듯하고 강직했다. 당시 그는 온갖 일로 정신이 없어 남녀 간의 감정 따위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사모의 감정보다 그에게 나라가 더욱 중요했었다.하지만 황제로서, 그도 후사를 마련하는 것이 북당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그에게 사모의 정에 대해 조금 느낀 적 있는지 묻는다면, 아마도 소가의 셋째 딸, 소낙연의 이름을 들었을 때이다.다만 그도 그녀의 이름만 알고 있었을 뿐, 나중에야 소낙연이라고 자칭했던 여인이, 사실 그의 형수인 라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 시절
그렇게 그들은 만취해 하늘을 이불 삼고 땅을 침대 삼으며, 마치 처음 전장에 나섰던 그 시절로 돌아간 기뿐을 느꼈다.그 시절에는 전쟁이 치열해, 종종 땅바닥에 몸을 웅크린 채 잠을 청하곤 했다. 여섯째는 당시에 항상 설사를 했었다. 셋이 몰래 전장에 나가려 했기에, 선생과 형수를 속이기 위해, 스스로 배탈을 자초한 후, 돈을 조금 챙기고는 전장으로 향했었다. 전쟁터에서 정말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다들 마음속으로 두려움이 가득했었다. 가난을 제외하고, 죽음보다 무서운 것은 없었다.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시간이 지나, 그러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적군이 승전가를 부르며 전우를 죽이고, 나라를 침탈할 때, 그들은 한 번도 죽음을 생각해 본 적 없었다.죽음에 관해 생각한다고 해도, 죽더라도 이 땅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그들은 그렇게 잠에 들었고, 꿈속에서 막 즉위하던 시절로 시간여행을 떠났다.숙왕부도 여전히 그대로였고, 적성루는 인파로 붐볐으며, 전쟁으로 인해 찢어지게 가난했다. 휘 형과 형수는 대주로 빚을 갚으러 갔다. 북막과의 전쟁을 위해 대주의 30만 대군을 빌려왔지만, 갚을 돈이 없어 휘 형을 인질로 넘겼다.휘 형이 떠난 후, 조정은 서출의 어린 새 황제를 신경 쓰지 않았다.그들은 조정에서 대신들과 첨예하게 대립해야 했고, 매번 언쟁 후에는 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채, 어서방에 돌아가 주저앉곤 했다.즉위할 때 휘 형은 최선을 다하면 좋은 황제가 될 수 있다고 격려해 주었다.그래서 그도 그렇게 믿었지만, 막상 황위에 올라보니 전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때로는 있는 힘껏 버텨도 소용없었다.하지만 퇴로 또한 없었다. 휘 형이 말했듯이, 퇴로가 없는 것이 오히려 가장 좋은 길이었다. 두 눈 질끈 감고 힘껏 돌진하다 보면, 결국 승리하게 된다.다행히 조정에 그들을 도와주는 이들도 있었다. 장 대인과 소복이 큰 도움을
그들은 사생활을 모조리 보여주는 것 같아, 팬들이 따라오는 것을 막았다.하지만 팬들은 놀랄 만큼 열렬한 애정을 보이며 기어코 그들 뒤를 따랐다.그 모습에 다들 처음엔 못마땅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이해하기로 했다. 모두 예전에 많은 사람이 따르고, 시중을 받으며 전성기를 가졌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익숙하기도 했다.어쨌든, 그들은 지금 행복하게 차를 몰며 독고 도로를 달리며 아름다운 풍경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었다. 팬들도 그들의 모습을 기록했다. 다투기도 하고, 술을 마시며 농담을 주고받고, 무술을 연습하는 모습 등, 그들의 사소한 순간들 모두 영상으로 편집되어 올라갔다 .그리고 곧 사람들은 퇴직 여행 계정에 한 명이 아닌, 세 명이 함께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상에 등장한 사람은 '십팔매'라 불렸는데, 많은 네티즌이 그 이름을 듣자마자 웃음을 터뜨렸다.얼굴에 약간의 여드름 자국이 있고, 항상 무표정으로 자기를 과인이라고 부르는 노인은 '여섯째'라 불렸다. 비록 엄숙해 보이지만, 실은 장난기가 많아 두 사람을 몰래 놀리고는 입을 막고 웃기도 했다.항상 핸드폰으로 독서하는 노인은 '주대'라고 불렸다. 박학다식하며, 말할 때마다 고사성어를 인용해, 십팔매와 여섯째가 싸울 때 몇 마디로 갈등을 풀어낼 정도로 인품이 뛰어났다.팬들은 이들의 이름만 들어도 웃음이 터질 지경이었다.그리고 그들의 대화를 듣고, 어릴 때부터 함께해왔고,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함께 여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많은 사람들이 깊이 감동하였다.그렇게 어느 날 밤, 그들은 야외에서 술을 마시고 반쯤 취한 채, 바닥에 누운 채로 별이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이 장면 역시 팬들에게 촬영되었다.늘 털털한 십팔매는 두 손을 머리 뒤에 괴고 은하수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감탄하며 말했다."우리 정말 많이 늙었네. 앞으로 몇 년이나 더 살 수 있을까?"여섯째가 그의 머리를 한 대 가볍게 쳤다."길 위에서는 불길한 말 금지네."십팔매가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