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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화 둘만의 시간이 아닌 시간

Author: 花柳響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03 05:01:44

“사실을 말하는 거야. 내 식단도 잘 챙겨 주지만, 내 고기를 저렇게 갈아서 숟가락으로 먹여 준 적은 없잖아.”

“이는 멀쩡하잖아. 직접 씹어 먹으면 되지!”

“씹는 문제가 아니라 나한테 쓰는 정성 얘기야.”

 나는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평소에는 누구도 쉽게 말을 붙이지 못하는 남자가 여섯 달 된 자기 아들과 당근 한 숟가락을 놓고 경쟁하고 있었다.

“알았어. 태윤 것도 줄게.”

 숟가락에 남은 당근을 그의 입 앞에 내밀었다.

 태윤은 황당하다는 듯 물러났지만, 내가 “아” 하고 기다리자 마지못해 받아먹었다.

 한참 진지하게 맛을 본 뒤 말했다.

“싱거워.”

“아기 음식인데 당연하지.”

 숟가락을 거두려는데 그의 손이 내 손 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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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몰락한 상속녀, 7년 만에 첫사랑의 전속 하우스키퍼가 되었다   제156화 처음 앓는 열

    “서른아홉 도야. 더 오르면 어떡해? 왜 진작 몰랐지?”“아이 열은 갑자기 올라. 먼저 침착해야 해.” 내 말을 듣지 못한 듯 태윤은 비서실에 전화를 걸었다.“박 실장. 세명의료원 원장에게 연결해. 소아과 병동을 비우고 전문의를 모아. 필요하면 헬기라도…….”“강태윤, 그만해!” 전화를 빼앗았다. 건너편에서 박현석이 헬기 허가 절차를 묻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통화를 끊었다. 우리 목소리에 놀란 해준이가 더 크게 울었다.“병원 한 층을 통째로 비울 생각이야? 아이가 무서워하잖아.”“해준이 목숨이 걸렸어.”“소아과에서 진찰받을 거야. 돌발진일 수도 있지만 지금 단정할 순 없으니까. 가까운 병원 문이 열면 바로 가자.”“그때까지 기다리라고?”“지금 해준이가 어떻게 숨 쉬고 물을 마시는지 보자. 이상하면 바로 진료받을 거고. 큰소리부터 멈춰.” 해준이는 우리의 얼굴을 번갈아 보며 울었다. 나는 태윤에게 휴대전화를 내려놓게 했다. 내 말이 당장 아이의 열을 내리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아이를 더 놀라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태윤의 빈손이 허공에서 움직였다. 큰돈을 결정하는 사람에게도 아이의 열 앞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보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나는 그에게 깨끗한 수건과 찬 팩, 실온의 보리차를 가져와 달라고 했다. 해야 할 일을 들은 태윤은 곧장 부엌으로 뛰어갔다. 그가 돌아오는 동안 나는 해준이의 땀에 젖은 옷을 느슨하게 풀고 목과 등을 닦았다. 예전에 하우스키퍼로 일하며 아픈 아이를 돌본 적이 있었다.

  • 몰락한 상속녀, 7년 만에 첫사랑의 전속 하우스키퍼가 되었다   제155화 넘어지고 일어나는 법

     그날 저녁 식탁에 두꺼운 서류가 놓여 있었다. 표지에는 ‘어린이 공원 안전 개선안’이라고 쓰여 있었다.“태윤.”“미리 말하는데, 공원을 사겠다는 건 아니야.”“생각은 했다는 거네?”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서류에는 낡은 놀이 기구부터 가로등의 사각지대, 건널목의 시야까지 전문가가 조사한 수치가 빼곡했다. 태윤은 시에 기부해 전면 보수하고 관리인도 두겠다고 했다. 낮에 공원 밖에 세워 둔 차를 돌려보낸 사람에게 이만한 자료가 몇 시간 만에 나왔다는 것도 놀랍지 않았다. 태윤에게 불안은 곧 조사하고 고쳐야 할 문제였다. 하지만 해준이에게 필요한 놀이터가 회사 시설처럼 관리되는 곳인지는 달랐다.“공원을 요새로 만들지 마.”“사고 난 다음에 고쳐 봐야 소용없어.”“위험한 곳은 고쳐야지. 그런데 넘어질 돌까지 전부 치워 버리면 해준이는 자기 발밑을 보지 않게 돼.” 나는 해준이가 흘린 밥알을 집었다. 아이는 숟가락으로 접시 끝의 당근을 쫓느라 바빴다. 태윤도 그 모습을 봤다.“넘어질 때 지켜보고, 넘어지면 도와주면 돼. 모든 걸 대신 없애 주는 건 다른 일이야.”“지키는 것과 가두는 건 다르다…….” 태윤의 입에서 그 말이 나와 조금 놀랐다. 그는 서류를 덮었다. 위험한 곳만 시에 제안하겠다고 했다. 관리인도 경호원도 늘리지 않기로 했다. 일주일 뒤 공원에는 검은 차도 경호팀도 없었다. 해준이를 잔디에 내려놓자 아이가 흙을 만지고 풀을 움켜쥐었다. 잔디 위를 기어가다 주저앉아 나를 올

  • 몰락한 상속녀, 7년 만에 첫사랑의 전속 하우스키퍼가 되었다   제154화 둘만의 시간이 아닌 시간

    “사실을 말하는 거야. 내 식단도 잘 챙겨 주지만, 내 고기를 저렇게 갈아서 숟가락으로 먹여 준 적은 없잖아.”“이는 멀쩡하잖아. 직접 씹어 먹으면 되지!”“씹는 문제가 아니라 나한테 쓰는 정성 얘기야.” 나는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평소에는 누구도 쉽게 말을 붙이지 못하는 남자가 여섯 달 된 자기 아들과 당근 한 숟가락을 놓고 경쟁하고 있었다.“알았어. 태윤 것도 줄게.” 숟가락에 남은 당근을 그의 입 앞에 내밀었다. 태윤은 황당하다는 듯 물러났지만, 내가 “아” 하고 기다리자 마지못해 받아먹었다. 한참 진지하게 맛을 본 뒤 말했다.“싱거워.”“아기 음식인데 당연하지.” 숟가락을 거두려는데 그의 손이 내 손 위에 포개졌다.“그래도 나쁘진 않아.” 태윤이 입가에 짧게 입을 맞췄다. 놀라서 뒤를 돌아보니 해준이는 턱받이에 당근을 묻힌 채 빈 그릇만 보고 있었다.“아이가 보고 있잖아.”“엄마 아빠가 사이좋다는 걸 알아도 되지.” 나는 얼굴을 붉히고 그를 노려봤다. 해준이는 아무것도 모른 채 새 숟가락을 달라는 듯 소리를 높였다. 태윤은 숟가락을 다시 내게 돌려주었다. 아까는 아이에게 질투한다더니 이제는 아이의 입가를 닦아 주고 있었다. 앞치마의 당근 얼룩을 보며 우리는 같이 웃었다. 상자 속 수입 채소는 그날 저녁 어른들의 식탁에 올랐다.◇ 겨울이 왔다. 여덟 달 된 해준이를 아기띠에 안고 동네 공원으로 갔다. 모래 놀이터 근처에 모인 엄마들에게 다가가는 일은 생각보

  • 몰락한 상속녀, 7년 만에 첫사랑의 전속 하우스키퍼가 되었다   제153화 첫 숟가락

     태윤은 커피잔을 내려놓고 해준이에게 갔다. 나는 부엌에서 작은 냄비와 체, 아이의 그릇을 꺼냈다. 평소 식사를 만들 때는 손에 익은 대로 움직였지만, 오늘은 첫 한 숟가락을 위한 준비라 도구부터 다시 확인했다. 냄비에는 쌀미음을 약한 불로 끓여 두었다. 싱크대에 찬물을 받아 당근의 흙을 씻어 내고 껍질을 얇게 벗겼다. 동그랗게 썰 때마다 도마에서 가벼운 소리가 났다. 손가락으로 눌러도 부서질 만큼 익힌 다음 나무 주걱으로 체를 밀었다. 뜨거운 김에서 단 냄새가 났다. 처음에는 작은 조각이던 것이 부드러운 주황색으로 바뀌었다. 겨우 한 숟가락이지만 해준이의 몸속으로 들어갈 음식이라 더 꼼꼼해졌다. 묽게 끓인 쌀미음과 당근을 작은 그릇에 따로 담았다. 손등에 한 방울 떨어뜨려 온도를 확인한 뒤 식탁으로 갔다. 해준이는 새 아기 의자에 앉아 파란 턱받이를 한 채 앞판을 두드리고 있었다. 태윤은 그 옆에서 팔짱을 끼고 입 주변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그렇게 쳐다보면 해준이가 긴장하겠어.”“혹시 목에 걸리면 바로 대처해야지.”“미음이랑 곱게 간 당근이야. 앉아 있어.” 나는 아이 앞에 앉아 작은 숟가락 끝에 쌀미음을 조금 올렸다. 태윤은 옆에서 숨까지 멈췄다.“뜨겁진 않지?”“확인했어.” 해준이가 처음 보는 숟가락을 빤히 보더니 입술을 벌렸다. 미음이 입안으로 들어갔다. 입가를 오물거리던 아이의 눈썹이 조그맣게 모였다. 우유와는 다른 맛을 천천히 살피는 듯했다. 우리 둘은 말도 못 하고 그 얼굴만 봤다. 입안에 들어간 것을 혀로 밀어내지 않을까 싶어 숟가락을 뺀 채 기다렸다.

  • 몰락한 상속녀, 7년 만에 첫사랑의 전속 하우스키퍼가 되었다   제152화 비행기로 온 당근

     해준이가 생후 여섯 달이 되던 가을이었다. 창밖에서 매미 소리가 사라지고 마른 낙엽 냄새가 들어왔다. 오늘은 처음으로 젖이 아닌 음식을 먹이는 날이었다. 부엌에서 준비를 시작하려는데 초인종이 울렸다. 요 며칠 나는 미음을 어떻게 끓일지 찾아보고 작은 그릇과 숟가락을 닦아 두었다. 무엇부터 먹여야 할지 생각하며 장도 봤다. 태윤이 준비하는 모습은 보지 못했는데, 그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리 없다는 걸 초인종이 알려 주었다. 화면 속 택배 기사는 손수레 옆에서 난처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문을 열자 커다란 나무 상자 세 개가 현관을 가득 채웠다. 냉장 항공편으로 온 신선 식품이라고 했다. 상자를 열자 축축한 흙 냄새가 올라왔다. 종이에 하나씩 싸인 당근과 감자, 시금치가 보석처럼 담겨 있었다. 첨부된 설명에는 알프스의 눈 녹은 물과 무농약 토양 이야기가 길게 적혀 있었다. 받는 사람 이름을 확인하고 서명하는 동안에도 기사는 이 양이 한 가정에 갈 줄 몰랐다는 눈치였다. 나는 무거운 뚜껑을 다시 덮었다. 현관을 채운 세 상자를 이대로 부엌으로 옮길 생각을 하니 한숨부터 나왔다.“강태윤!” 그가 커피 잔을 든 채 걸어 나왔다.“해준이 놀라. 아침부터 왜 그렇게 소리를 질러?”“이게 다 뭐야?”“제때 왔네. 통관이 조금 늦어졌다고 들었는데.”“채소를 비행기로 보냈다고?”“오늘 해준이가 처음으로 먹는 음식이잖아. 농약이나 비료가 걱정되는 걸 줄 순 없어. 스위스 농장의 토양부터 운송 온도까지 확인했어.”“온도도?”“항공 운송 중 변동이 생기면 바로 보

  • 몰락한 상속녀, 7년 만에 첫사랑의 전속 하우스키퍼가 되었다   제151화 야근 수당

     태윤은 소리 하나 내지 않고 무릎을 굽혔다. 잠든 해준이의 등과 머리를 받친 채 침대 매트리스에 내려놓고, 팔을 조금씩 빼냈다. 나는 숨을 죽여 지켜봤다. 여기서 아이가 깨면 방금 전의 긴 연설을 다시 들어야 할지도 몰랐다. 해준이는 잠결에 입술만 움직였다. 태윤이 한참 만에 숨을 내쉬고 내 옆으로 돌아왔다. 티셔츠에 닿은 그의 팔은 땀이 났고 체온도 높았다. 겨우 몇 분 안고 있었을 뿐인데 온몸을 쓰고 돌아온 사람 같았다.“수고했어. 훌륭한 발표였어.”“발표가 아니야. 진심으로 말한 거다.” 그는 내 허리에 팔을 둘렀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굳어 있던 몸이 이제는 풀려 있었다.“그래도 해준이가 정말 잠들었잖아.”“목소리가 일정하면 안정되나 보지. 결과가 중요해.” 뻣뻣한 대답에 웃음이 났다. 태윤의 코끝이 내 목 가까이에 닿았다. 땀과 익숙한 향수 냄새가 섞여 있었다.“좀 쉴 수 있겠어?”“응. 그 목소리 듣다가 나도 졸려졌어.”“그럼 내 수당은?”“수당?”“심야 특별 수당.” 손이 등에서 허리로 내려왔다. 얇은 잠옷 너머로 닿는 열기에 나는 몸을 움찔했다. 이 시간에, 이렇게 지쳤는데. 태윤은 내 반응을 보면서도 장난인지 진심인지 모를 얼굴을 했다.“해준이 깨. 내일 일도 해야 하고.”“깊이 잠들었어. 난 아직 버틸 만하고.” 그가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나는 잠시 그를 봤다가 몸을 돌려 엎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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