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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화 드레스를 입힌 저녁

Author: 花柳響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24 19:00:20

 저녁이 되자 방문이 열렸다.

 지후는 옷걸이에 걸린 드레스 하나를 들고 있었다.

 빛이 바랜 아이보리색 웨딩드레스였다.

 새것이 아니었다. 오래 보관한 레이스 특유의 냄새가 희미하게 났다.

“입어.”

“싫어요.”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않았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잖아.”

“나한테는 아니에요.”

 지후는 마치 어린아이를 달래듯 한숨을 쉬었다.

“한 번만 맞춰 줘. 옛날 유럽 드레스야. 너한테 정말 잘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어.”

“또 예전의 나한테요?”

 그가 미소 지었다.

“가장 아름다웠던 너에게.”

“지금의 나는 싫어요?”

 질문하자 웃음이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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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몰락한 상속녀, 7년 만에 첫사랑의 전속 하우스키퍼가 되었다   제99화 혼자 가지 않는 약속

     유라의 시선이 내 손의 봉투로 떨어졌다.“협박하러 왔어요?”“아니요. 사실을 분리하러 왔습니다.” 통지서 첫 장만 꺼내 그녀에게 보여 줬다. 현강홀딩스의 사명과 로고를 자본 제휴가 성립된 것처럼 외부 자료에 사용하지 말 것. 미체결 조건을 확정 사항처럼 거래처와 투자자에게 설명하지 말 것. 현강이 요구한 것은 그 두 가지였다.“여기 계신 분들도 투자와 거래 판단을 합니다. 확정되지 않은 정보를 확정된 것처럼 전달하면 양쪽 모두에게 불이익입니다.” 유라가 코웃음을 쳤다.“하우스키퍼 출신이 경영을 말하네요.” 예전 같았으면 그 한마디가 피부 안쪽으로 파고들었을 것이다. 나는 명함을 고쳐 잡았다.“네. 하우스키퍼였습니다.” 그리고 덧붙였다.“지금은 대표이사 비서실에서 회의자료와 계약 조건을 확인합니다.”“그 정도 가지고.”“지난달 유럽 파트너 계약서의 환율 기준일 오류를 잡은 것도 저였습니다.” 근처에 있던 협력사 임원이 나를 바라봤다.“그 건이 윤 비서였습니까?”“팀에서 같이 확인했습니다.” 나는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지금도 제 경력 이야기가 아니라 기록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유라의 입가가 굳었다. 그때 다른 협찬사 임원이 다가왔다.“서 이사님. 조금 전에는 현강 측 동의도 끝났다고 들었는데요.”“실질적으로는 같은 얘기예요.”“실질적이라는 말로는 곤란합니다. 우리도 공동사업 검토에 반영해야

  • 몰락한 상속녀, 7년 만에 첫사랑의 전속 하우스키퍼가 되었다   제98화 사실과 소문을 가르는 법

     다음 날 아침, 현강 법무팀 회의실 벽 한쪽이 시간표로 가득 찼다. 유라가 현강 로비에 나타난 날. 홍보대행사 계약 체결일. 동일 문구 계정들의 최초 게시 시각. 서진물산 계열사에서 대행사로 지급된 비용 집행일. 그리고 정미숙이 보관하고 있던 업무 일정 중, 유라와 대행사 임원이 만난 날짜. 각각 하나만 놓고 보면 우연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순서대로 놓으니 흐름이 보였다. 박현석이 말했다.“외부 변호사가 정미숙 씨 자료의 취득 경위와 원본성을 확인 중입니다. 대행사 내부 자료는 별도 법적 절차로 확보해야 하고요.”“그럼 아직 결론은 내리지 않는 게 맞네요.” 내가 말하자 법무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맞습니다. 다만 대응 방향은 잡을 수 있습니다. 허위 기사 정정, 광고성 콘텐츠 표시 누락 여부 확인, 거래처에 유통된 자료의 발신 주체 확인.” 태윤이 벽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유라 개인을 공격하는 자료는 만들지 마. 회사가 피해 본 부분만 정리해.” 회의실이 잠깐 조용해졌다. 나는 그를 봤다.“왜?”“이번엔 이겨도 남는 방식으로 끝내고 싶어.” 태윤이 내 시선을 받았다.“상대가 더럽게 싸웠다고 우리까지 더러워질 필요는 없잖아.” 가슴 한쪽이 묘하게 뜨거워졌다. 그 말을 예전의 강태윤에게 들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회의가 끝난 뒤 나는 혼자 벽의 메모를 정리했다. 불필요한 추측에는 회색 표시. 확인된 기록에는 파란 표시. 추가 확인이 필요한 것은 노란 표시. 박현석이 지나가다 멈췄다.&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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