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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

Author: 달빛 종소리
“끼익”

은화각 별채의 문은 정 왕자가 살짝만 밀어도 손쉽게 열렸다. 안을 빠르게 훑어보자, 아무도 없는 것이 단번에 눈에 들어왔다. 그저 구겨진 침대 시트만이 이곳에 누군가가 있었음을 말해줄 뿐이었다.

정 왕자와 일행들이 안을 조사하려고 한 발자국 들어서려던 순간, 현 왕자의 호위무사 효성이 별채 옆쪽에서 걸어 나와 문 앞에서 예를 올렸다.

“정 왕자님을 뵙습니다.”

“오, 효성이구나. 형님은 어디 계시지?”

정 왕자가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현 왕자께서는 여기 잠시 머무르시다가 기분이 한결 나아지셨다며 이미 돌아가셨습니다.”

효성은 임 후작에게도 고개를 숙이며 말을 이었다.

“왕자께서는 후작님께 별채를 빌려주신 데 대해 감사 인사를 전하시며, 다음에 직접 찾아뵙고 인사드리겠다고 하셨습니다.”

“아, 괜찮네, 별거 아니야. 이렇게 내 생일을 축하하러 와주신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쁘다네.”

임 후작이 환하게 웃으며 자리로 돌아가 술자리를 이어가자고 권했다.

“자, 정 왕자님, 함께 가시지요.”

정 왕자는 살짝 미소 지으며 말했다.

“먼저 가시지요, 후작님.”

그리고 다시 한 번 별채 안을 훑어보았다. 숨을 만한 구석이 없음을 확인한 뒤, 시선을 거두고 소매를 휙 털며 발걸음을 돌렸다.

모두가 돌아서서 앞마당으로 걸어가는 것을 보고서야 효성과 애나는 가슴에서 무거운 짐이 내려간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각자의 주인을 찾아 자리를 떴다.

......

“제 별채는 저쪽이에요.”

순백의 얇은 옷차림을 한 큰 키의 남자가 지윤이 가리킨 방향을 따라 나뭇가지 끝을 딛고 날듯이 움직였다. 흑과 백이 어우러진 옷자락이 바람을 타고 흩날렸다.

쾅!!

“문 여는 소리가 저 앞 홀까지 다 들리겠어요.”

지윤이 비꼬듯 말했다.

지금 그녀는 이현의 품에 안긴 채 자신의 별채, ‘매화정’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방 한가운데서 약을 달이고 있던 애춘이 깜짝 놀라 고개를 번쩍 들었다. 혹시 들킨 건 아닐까, 불안한 눈빛이 스쳤다.

“아가씨!!”

그녀가 부엌에서 피임약을 달이지 않은 이유는 누군가 그 비밀을 알아챌까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주인의 별채 안에서 몰래 약을 달이고 있었던 것이다.

“!!!”

두 사람이 함께 들어오는 것을 본 애춘의 눈이 커다랗게 뜨였다. 손에 들고 있던 부채가 바닥으로 떨어질 정도였다.

검은 망토로 몸을 꽁꽁 싸맨 자신의 아가씨. 그 사이로 드러난 살결은 더욱 하얗고 연약해 보였다. 그녀를 품에 안고 있는 이현은 날카로운 이목구비에 잘생긴 얼굴, 그리고 강인한 남성미를 풍기며 하얀 옷차림을 한 거대한 체구로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천신 같았다.

다만… 그가 입고 있는 흰옷이 조금 작고 얇아 보일 뿐이었다.

완벽한 조화였다.

그런데… 잠깐. 현 왕자가 입은 옷… 아가씨 옷이랑 비슷한 것 같은데?

“흠.”

지윤이 일부러 헛기침을 하며 그녀의 터무니없는 상상의 고삐를 잡아끌었다.

“그 약은 옆채로 가져가서 달이거라. 그리고 내가 부르기 전까지 아무도 들이지 마.”

애춘은 넋이 나간 듯 말이 없었다.

“…”

그녀 눈앞의 광경이 너무 충격적이라 아직도 현실로 돌아오지 못한 모양이었다.

결국 이현이 직접 도움을 요청했다.

“양성.”

“네, 왕자님.”

즉시 대답이 돌아오더니 또 한 명의 부하가 들어와 솥과 화로를 들고 나갔다가 다시 돌아와 멍하니 앉아 있는 애춘까지 들어 옮겨 나갔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문을 닫았다.

매화정은 다시 고요해졌다. 이현은 지윤을 품에 안은 채 바람막이 너머 안쪽의 넓은 침대로 곧장 향했다.

지윤은 그 사이 들고 있던 보자기를 바닥에 내던졌다.

이현은 품에 안은 작은 몸을 침대 위에 내려놓았다. 그녀의 매끄러운 등이 부드러운 매트리스에 닿자, 그녀의 가느다란 팔이 그의 날카로운 얼굴을 끌어내리며, 마치 도망치지 못하게 하겠다는 듯 단호하게 움직였다.

“이제 곧 15분이 다 되어가요.”

“15분?”

이현이 혼란스러운 듯 눈을 가늘게 뜨며 되물었다.

지윤이 미소를 지으며 차분히 설명했다.

“15분 안에 시작하지 않으면… 왕자님은 ‘남자의 도리’를 다시는 못 하게 될 거예요.”

그녀는 이현의 얼굴을 끌어내리며 다시 입을 맞췄다. 숨과 숨이 섞이며, 입술이 서로의 열기를 탐했다. 촉촉한 혀끝이 부드럽게 얽히고, 몸과 몸은 점점 더 밀착했다.

옷자락이 스르륵 미끄러지듯 흘러내리고, 따뜻한 살결이 서로를 스쳤다.

심장이 두근거리는 소리가 어둠 속에서 더욱 또렷하게 울려 퍼졌다.

이번만큼은 이현도 더 이상 저항하지 않았다.

그의 손길은 조심스레, 그러나 점점 대담하게 그녀를 더 깊은 곳으로 이끌었고, 두 사람의 숨결은 뜨겁게 뒤엉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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