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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장

Author: 달빛 종소리
얼마 지나지 않아, 마차 행렬은 초저녁 무렵 저택에 도착했다.

뒤따라오던 마차에서 애나가 재빨리 내려 앞쪽 마차의 아가씨를 맞으러 달려갔다.

지윤은 막 잠에서 깬 사람처럼 꾸벅꾸벅 졸며 내려왔다.

애나와 애춘은 양쪽에서 그녀를 부축했다.

“지윤을 방으로 데려가 쉬게 해 드려. 오늘 하루 종일 피곤했을 테니.”

뒤이어 서연이 채윤을 부축하며 마차에서 내렸다.

지윤은 졸린 눈을 반쯤 감은 채 채윤을 향해 인사했다.

“그럼 난 이만 들어가 쉴게, 언니.”

“그래. 오늘 어머니께 참배하러 같이 가줘서 고마워, 지윤.”

“응, 언니.”

지윤은 옅게 미소를 짓고는, 휘청거리며 매화정으로 향했다.

하지만 중앙 정원을 지나자, 조금 전까지 졸음에 겨워 있던 여우 같은 눈이 번뜩 빛났다.

두 시녀가 부축해야 할 만큼 비틀거리던 몸은 어느새 꼿꼿하게 서 있었고, 눈빛엔 완전한 정신이 깃들어 있었다.

“아가씨…!”

지윤이 그들의 손을 툭 털어내자 양옆에서 부축하던 애나와 애춘이 놀라며 소리쳤다.

애춘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가씨, 피곤하신 게 아니었나요?”

지윤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제 다 깼어.”

사실 마차가 출발한 순간부터 채윤은 계속 현 왕자와 자신에 관한 질문을 퍼부었다. 지윤은 어떻게 피해야 할지 몰라, 결국 하품을 하며 ‘자는 척’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애춘은 걱정스러운 듯 조심스레 물었다.

“큰아가씨가 혹시… 아가씨를 괴롭히신 건 아니죠?”

지윤은 허리에 손을 얹고 턱을 살짝 들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내가 누군데? 언니가 감히 나를 괴롭힐 수가 없지.”

애나와 애춘은 동시에 침묵했다.

‘…그럼 아까 큰아가씨가 마차에 타라고 부르자마자 얼굴이 하얗게 질리던 건 뭐였죠, 아가씨?’

지윤은 맑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린 그냥 얘기 좀 하다가 졸려서 눈을 감았을 뿐이야. 그게 다야.”

“그럼 큰아가씨가 괴롭히진 않으셨군요…”

애춘이 중얼거리다, 갑자기 눈을 크게 뜨며 옆의 애나를 바라봤다.

그제야 떠올랐다. 현 왕자에게 보낸 보고의 내용.

애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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