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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화. 덜 단, 다음 (2)

作者: 윤미주
last update 公開日: 2026-07-24 16:29:54
태준은 먼저 계산대 쪽으로 가지 않고 내 걸음에 맞춰 음료 냉장고 앞까지 함께 걸었다.

유리문 안에는 커피와 음료가 여러 줄로 놓여 있었다.

아메리카노.

바닐라 라떼.

돌체 라떼.

저당 라떼.

어제 마신 자판기 커피가 다시 생각났다.

나는 냉장고 문을 열었다.

차가운 공기가 손등을 스쳤다.

저당 라떼 하나를 꺼냈다가, 옆에 있는 같은 병을 하나 더 집었다.

이번에는 망설이지 않았다.

문을 닫고 돌아서자 태준이 내 손에 들린 라떼를 봤다.

“두 개네.”

“응.”

나는 그중 하나를 그의 장바구니 위에 올려놓았다.

“이건 네 거.”

태준이 라떼와 나를 번갈아 봤다.

“어제 네가 샀잖아.”

“기억하고 있었어?”

“내가 다음에는 산다고 했잖아.”

태준은 병을 손으로 감싸 쥐었다.

“고마워.”

“덜 단 걸로 골랐어.”

그가 라벨을 확인했다.

“어제보다 낫겠네.”

“아마도.”

우리는 각자 계산했다.

나는 우유와 달걀, 쓰레기봉투와 라떼 두 병을 한꺼번에 결제했다. 태준은 자기 물건을 계산한 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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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열주의   273화. 한 조각 먼저, 이름은 나중에 (3)

    “태준아.”내가 불렀다.“응?”나는 그를 보며 웃었다.“오늘 진짜 웃겼어.”태준도 웃었다.“나도.”곧 엘리베이터가 태준의 층에 멈췄다.문이 열리고태준이 밖으로 나갔다.“들어가.”내가 말했다.“응. 너도.”태준이 한 걸음 물러서다가웃으면서 덧붙였다.“다음엔 꼭 단 걸로.”“알았어.”문이 닫혔다.나는 혼자 남은 엘리베이터 안에서잠깐 웃음을 참았다.그러다가 결국또 조금 웃었다.아까 그 표정.한동안 잊기 힘들 것 같았다.⸻집에 들어와가방을 내려놓고 손을 씻었다.비누칠을 하고물을 한참 흘려보냈는데도귤 냄새가 조금 남아 있었다.나는 수건으로 손을 닦다가또 태준 얼굴을 떠올렸다.귤 한 조각을 먹고눈썹을 잔뜩 찌푸리던 얼굴.그걸 생각하니 다시 웃음이 났다.오늘은 참 많이 웃었다.저녁을 준비하면서도가끔 그 장면이 떠올랐다.냉장고에서 반찬을 꺼내다가,밥을 데우다가,숟가락을 놓다가.그럴 때마다 혼자 조금씩 웃었다.태준도 지금아까 일을 생각하고 있을까.혼자 떠올리다 웃고 있을지도 모르겠다.그 모습을 상상하니괜히 더 웃음이 났다.식탁에 앉아 저녁을 먹는데휴대폰이 울렸다.태준이었다.[아직도 입이 셔.]나는 메시지를 보자마자 웃었다.[나도.][물 마셔도 그대로야.][그렇게 심했어?][네가 먹어보랬잖아.]나는 웃으면서 답장을 썼다.[미안해.]잠시 뒤 답장이 왔다.[괜찮아. 웃겼어.]나는 그 문장을 조금 오래 봤다.웃겼어.아까 로비에서둘이 한참 웃던 순간이 다시 떠올랐다.태준도 좋았구나.그 생각에가슴 한쪽이 조금 따뜻해졌다.나는 답장을 썼다.[나도 많이 웃었어.][알아.][어떻게 알아?]답장은 금방 왔다.[내가 봤으니까.]나는 결국 소리 내어 웃었다.정말.이런 건 예전이나 지금이나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휴대폰을 내려놓고남은 밥을 마저 먹었다.설거지를 끝내고샤워를 한 뒤 침대에 누웠다.방 안이 조용해지자아까 로비에서 들었던 웃음소리가다시 생각났

  • 미열주의   272화. 한 조각 먼저, 이름은 나중에 (2)

    태준이 내 얼굴을 한번 봤다.“왜 그렇게 웃어?”“아니, 그냥.”“맛없는 거 아냐?”나는 웃음을 참으면서 고개를 저었다.“먹어봐.”“너 지금 되게 수상한데.”“진짜 한 조각만.”태준이 웃었다.“알았어. 줘 봐.”나는 귤 한 조각을 떼어그에게 내밀었다.태준이 나를 한번 바라봤다.나는 웃으며 손을 조금 더 내밀었다.태준도 웃더니귤 조각을 받아 갔다.그가 귤을 입에 넣었다.처음에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이었다.그런데 몇 번 씹지도 않았는데눈썹이 서서히 모였다.나는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시지?”태준이 입술을 꾹 다물었다.한참 뒤에야 겨우 삼켰다.“야, 한서윤.”그 목소리에 더 웃음이 났다.“왜.”“이걸 왜 먹으라고 했어.”“나만 먹기 억울해서.”“와, 진짜.”태준이 다시 입술을 오므렸다.“너무 신데?”“그치?”“응. 혀가 얼얼해.”나는 고개를 숙이고 웃었다.태준은 그런 나를 보다가어이없다는 듯 웃었다.“좋아?”“응.”“엄청 좋아하네.”나는 웃음을 참으려고입술을 꾹 눌렀다.그런데 태준 얼굴을 다시 보는 순간또 웃음이 터졌다.“너 표정이 너무 웃겨.”“너도 아까 그랬을 거 아냐.”“나는 못 봤잖아.”“나는 봤거든.”“많이 이상했어?”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엄청.”“진짜?”“응. 처음엔 어디 아픈 줄 알았어.”나는 결국 몸을 조금 숙였다.웃다가 눈가가 찡해졌다.“아, 진짜.”태준도 따라 웃었다.한동안 둘 다 말을 잇지 못했다.나는 손등으로 눈가를 한번 눌렀다.고개를 들었을 때태준이 여전히 웃고 있었다.눈꼬리가 조금 접히고,입가가 느슨하게 풀어진 얼굴.그 얼굴을 보니웃음이 가라앉다가도 다시 올라왔다.“왜 또 웃어?”태준이 물었다.“네가 웃으니까.”태준이 웃음을 참으려는 듯입술을 꾹 눌렀다.그 모습에 나도 다시 웃었다.어느 순간부터무엇 때문에 웃기 시작했는지도잊어버릴 만큼.그렇게 한참 웃고 나니입 안에 남아 있던 신맛도 조금 가셨다.나는 손

  • 미열주의   271화. 한 조각 먼저, 이름은 나중에 (1)

    오후에 물을 받으러 탕비실에 들어갔다.문을 열자 귤 냄새가 났다.옆자리 직원이 테이블에 앉아귤을 까고 있었다.“어, 귤이네요.”내 말에 직원이 고개를 들었다.“드실래요? 집에 너무 많아서 좀 가져왔어요.”테이블 한쪽에는 비닐봉지에 담긴 귤이제법 많이 놓여 있었다.“이걸 다 가져오셨어요?”“어머니가 한 박스를 보내주셨거든요.집에서 아무리 먹어도 안 줄어요.”나는 웃으면서 봉지 안을 들여다봤다.작은 것도 있고,제법 큰 것도 있었다.“그럼 하나만 먹을게요.”“두세 개 가져가셔도 되는데.”“하나 먹어보고요.”“그럼 맛있으면 또 오세요.”직원이 웃으며 봉지를 내 쪽으로 밀어줬다.나는 손바닥에 쏙 들어오는작은 귤 하나를 골랐다.“잘 먹을게요.”“네. 맛있게 드세요.”물을 받고 자리로 돌아왔다.컵을 내려놓고귤을 모니터 옆에 올려뒀다.아직 차가운 귤을 손끝으로 한번 굴려보다가다시 일하던 화면을 열었다.이것만 끝내고 먹어야지.그런데 생각보다 일이 길어졌다.수정한 자료를 보내고 나니다른 메일이 와 있었고,그걸 확인하는 사이 전화가 걸려왔다.전화를 끊고 시계를 봤을 때는벌써 네 시가 넘어 있었다.나는 의자에 등을 기대고잠깐 눈을 감았다.오후 내내 들여다본 숫자들이눈앞에 남아 있는 것 같았다.물을 한 모금 마시고 나니모니터 옆에 놓인 귤이 보였다.아직도 안 먹었네.손을 뻗어 집어 들었다.껍질이 매끈한 곳도 있었고작은 점들이 오돌토돌 올라온 곳도 있었다.꼭지를 만지작거리다가다시 내려놓았다.방금 받은 수정 사항부터 끝내야 했다.결국 귤은 퇴근할 때까지그 자리에 있었다.가방을 챙기다가모니터 옆에 남아 있는 귤을 발견했다.“아, 맞다.”나는 귤을 집어 들었다.옆자리 직원이 그걸 보고 웃었다.“그거 아직도 안 드셨어요?”“그러게요. 먹으려고 갖다 놨는데.”“하루 종일 거기 있었네요.”“저보다 더 얌전히 있었어요.”직원이 웃었다.“그럼 집에 가져가서 드세요.”“그래야겠어요. 내일은

  • 미열주의   270화. 부르지 않은 이름, 돌아본 목소리 (2)

    집에 들어와가방을 소파 위에 내려놓았다.옷을 갈아입고 냉장고를 열어봤다.계란이 있었고,며칠 전에 사둔 반찬도 조금 남아 있었다.간단하게 밥을 데우고계란 하나를 부쳤다.식탁에 앉아 몇 숟갈 먹다가문득 태준이 생각났다.뭐라도 챙겨 먹으라고는 했는데.태준도 지금쯤뭔가 먹고 있으려나.잠깐 그런 생각을 하다가나는 남은 밥을 마저 먹었다.밥을 다 먹고그릇을 싱크대에 가져다 놓았다.물을 틀고 접시를 씻고 있는데거실 쪽에서 휴대폰 진동이 울렸다.손에 묻은 물을 털고수건에 대충 닦은 뒤 화면을 봤다.태준이었다.[저녁 먹었어.]나는 메시지를 보고 웃었다.[편의점?]답장은 금방 왔다.[아니.][그럼 뭐 먹었어?]조금 있다가사진 한 장이 도착했다.뚝배기에 담긴 순두부찌개였다.밥그릇은 이미 반쯤 비어 있었다.사진을 한동안 보다가 답장을 썼다.[제대로 먹었네.][그러는 너는?]나는 싱크대 쪽을 한번 봤다.아직 씻지 않은 프라이팬이 남아 있었다.[나도 먹었어.][뭐 먹었는데?][계란.]잠시 뒤 답장이 왔다.[그게 다야?]나는 웃었다.[밥이랑 반찬도 먹었거든.][그럼 됐네.]아까 내가 했던 말이랑 비슷해서조금 웃음이 났다.[너 지금 내 말 따라 하지.][아닌데.][맞는데.]이번에는 답장이 조금 늦었다.[들켰네.]나는 화면을 보다가작게 웃었다.별것 아닌 이야기를 몇 마디 더 나누고휴대폰을 내려놓았다.남은 설거지를 마저 하고샤워를 했다.머리를 말린 뒤 침대에 누우니하루 종일 쌓였던 피로가 그제야 느껴졌다.알람을 맞추려고 휴대폰을 들었다.태준과 나눈 대화창이 그대로 열려 있었다.마지막 메시지는내가 보낸 웃는 이모티콘이었다.화면을 끄려다가아까 엘리베이터 앞이 다시 떠올랐다.“뭐라도 챙겨 먹어.”그 말을 듣고 돌아봤던 태준.오늘은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그런데도내 목소리를 듣자마자 돌아봤다.나는 잠깐 화면을 바라보다가휴대폰을 옆에 내려놓았다.불을 끄고 눈을 감았는데도조

  • 미열주의   269화. 부르지 않은 이름, 돌아본 목소리 (1)

    아침에 눈을 떴을 때어젯밤 일이 먼저 떠올랐다.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 전,태준을 불러 세웠던 순간.태준아.그리고 그 뒤에 어렵게 꺼낸 말.나는 베개 옆에 놓인 휴대폰을 집었다.새 메시지는 없었다.화면을 끄려다가한 번 더 봤다.없네.화면을 보다가어젯밤 태준 얼굴이 잠깐 떠올랐다.나도 좋았어.그 말을 듣고조금 늦게 웃던 얼굴.문이 닫히기 직전까지그 자리에 서 있던 태준의 모습도.어젯밤에는 내가 먼저 올라와 놓고도한동안 그 얼굴이 계속 떠올랐다.그 생각까지 하고 나니괜히 웃음이 났다.나는 휴대폰을 내려놓고이불을 걷었다.그리고 다시 한 번휴대폰을 바라보다가침대에서 일어났다.세수를 하고 나와건조대 위에 펼쳐 둔 검은 니트를 만져봤다.다 말라 있었다.나는 니트를 걷어옷걸이에 걸었다.어제부터 거실 한쪽에 있던 옷이다시 옷장으로 들어갔다.나는 잠깐 옷장 안을 바라보다가문을 닫았다.거울 앞에 서서 머리를 정리하고가방을 챙겼다.⸻오전에는 휴대폰을 볼 틈이 거의 없었다.회의가 하나 길어졌고,자리로 돌아오자 바로 수정 요청이 들어왔다.한동안 모니터만 보고 있다가점심시간이 가까워져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휴대폰을 챙기려고 화면을 켰다.메시지가 몇 개 와 있었다.회사 단체방 하나,광고 두 개.알림을 지우다가태준과의 대화창이 눈에 들어왔다.마지막 메시지는 어제 그대로였다.그런데 이상하게화면보다 먼저 떠오른 건어젯밤 내가 직접 했던 말이었다.나도 좋았어.그리고 그 말을 듣던 태준의 얼굴.나는 잠깐 화면을 보다가휴대폰을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밥 먹으러 안 가요?”옆자리에서 부르는 소리에고개를 들었다.“가요.”휴대폰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점심을 먹고 돌아온 뒤에는다시 일이 몰렸다.오후가 지나면서는아침부터 자꾸 눈에 들어오던 휴대폰도한동안 잊고 있었다.그러다 퇴근 직전,파일을 전송하고 의자에 등을 기대는 순간문득 생각났다.오늘은 연락이 없네.아침부터 몇 번이나

  • 미열주의   268화. 먼저 부른 이름, 늦게 삼킨 숨 (2)

    그 뒤로는잠깐 말이 없었다.어색하지는 않았다.조금 전까지 했던 얘기가그냥 우리 사이에 남아 있었다.엘리베이터가 멈췄다.태준이 먼저 내릴 층이었다.문이 열리자태준이 한 걸음 나갔다.“들어가.”“응.”태준이 돌아서려 했다.그 순간어젯밤부터 계속 남아 있던 말이 떠올랐다.생각할 틈도 없이입이 먼저 열렸다.“태준아.”태준이 멈췄다.뒤를 돌아봤다.“응?”막상 불러놓고 나니말이 바로 나오지 않았다.문이 닫히기 전까지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았다.나는 열림 버튼을 눌렀다.태준이 그걸 보고가만히 기다렸다.“그날.”“응.”“분리수거하고.”태준의 표정이 아주 조금 달라졌다.무슨 말인지 알아들은 것 같았다.나는 버튼을 누른 손에조금 힘을 줬다.“나도 좋았어.”말하고 나니생각보다 별것 아닌 문장처럼 들렸다.어젯밤에는몇 번이나 쓰고 지웠는데.태준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입술이 조금 벌어졌다가다시 닫혔다.짧게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가 났다.그리고 조금 늦게 말했다.“응.”나는 태준을 봤다.태준도 나를 보고 있었다.“그 말 하려고 불렀어?”“응.”이번에는 내가 먼저 대답했다.태준의 입가가아주 조금 올라갔다.“알았어.”나는 열림 버튼에서 손을 뗐다.“가.”“응.”문이 천천히 닫혔다.마지막까지태준은 그 자리에 서 있었다.⸻집에 들어오자마자거실에 있는 건조대부터 봤다.검은 니트는거의 다 말라 있었다.소매 끝을 만져봤다.아침의 축축한 느낌은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나는 니트를 조금 더 펴놓고손을 뗐다.씻고 나와 침대에 앉았다.휴대폰은 조용했다.나는 화면을 켜지 않았다.어젯밤에는입력창에 썼다가 지웠던 말이었다.[어제 나도 좋았어.]오늘은 문자로 보내지 않았다.그냥 말해버렸다.태준이 잠깐 숨을 삼키던 얼굴이뒤늦게 떠올랐다.나도 좋았어.입 밖으로 나온 말이생각보다 오래 남았다.⸻【태준의 속마음 43】문이 닫힌 뒤에도나는 한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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