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log in"진짜네.”
그가 물었다. “무엇이 말입니까.” 나는 시선을 한 번 더 마주쳤다. “안 바뀌는 거요.” 그는 잠깐 생각하듯 시선을 움직였다. 아주 미세하게. 그 다음에야 말했다. “굳이 바꿀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요.” 나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아주 조금 기울였다. “왜요.” 그는 잠깐 멈췄다. 그리고, 나를 봤다. 이번에는, 아주 조금 더 정확하게. “지금도 충분히 대화가 되고 있으니까요.” 나는 그 말을 그대로 들었다. 그리고, 그 의미를 천천히 따라갔다. 대화. 지금 이 상태가. 나는 시선을 아주 미세하게 떼었다가, 다시 맞췄다. 입꼬리는 올리지 않았다. 대신, 그대로 말했다. “그건.” 아주 짧게 멈췄다. “대화가 아니라, 그냥 있는 건데요.” 그는 그 말을 듣고도, 바로 반박하지 않았다. 대신, 아주 짧게 숨을 고른 뒤,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나는 시선을 그대로 두었다. 그 다음을 기다렸다. “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잠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몇 초. 조용했다. 손을 무릎 위에서 아주 미세하게 움직였다가 멈췄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이상한 사람이네요.” 그는 고개를 아주 조금 기울였다. “그런 이야기는, 자주 듣습니다.” 나는 그 말을 듣고서야, 아주 조금 웃었다. 이번에는, 의식하지 않고 나온 쪽에 가까웠다. 짧게. “…그럴 것 같아요.” 그 말이 끝난 뒤에도, 나는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그 상태로 몇 초. 아까보다, 조금 더 길게. 그리고. 이번에는 내가 먼저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그게. 조금 전과는 달랐다. 그 상태로 몇 초 더 흘렀다. 길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 길이가 그대로 유지되는 쪽이 자연스러웠다. 나는 먼저 눈을 깜빡였다. 아주 평범한 동작이었는데, 그걸 하고 나서야 시선의 온도가 아주 미세하게 바뀐 걸 느꼈다. 붙잡고 있던 걸, 일부러 풀지 않았는데도 느슨해지는 순간. 나는 그걸 그대로 두었다. “요시노리 씨.” 이름을 한 번 더 불렀다. 그는 바로 반응했다. “네.” 이번에도, 변하지 않았다. 나는 고개를 아주 조금만 기울였다. “아까.” 말을 꺼내 놓고, 잠깐 멈췄다. 이유는 없었다. 그냥, 그렇게 했다. “길 물으셨을 때.” 그는 기다렸다. 나는 시선을 테이블 위로 떨어뜨렸다가, 다시 올렸다. “조금 이상했어요.” 그는 눈을 아주 미세하게 움직였다. “어떤 점이 말입니까.” 나는 바로 답하지 않았다. 대신, 생각하는 척을 했다. 실제로는 이미 정리되어 있었지만, 그 몇 초가 필요했다. “보통은.”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 다음이 있거든요.” 그는 그대로 들었다. 나는 시선을 아주 조금만 움직였다. 그를 정확히 보지 않으면서, 동시에 놓치지 않는 위치. “말이 더 이어지거나, 질문을 하거나.” 나는 입꼬리를 아주 미세하게 올렸다. “아니면, 괜히 한 번 더 웃거나.” 그는 잠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공백이, 아까보다 덜 어색했다. 나는 그걸 확인하듯 한 번 더 말했다. “그런데, 없었어요.” 그는 그제야 입을 열었다.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그 말을 그대로 들었다. 그리고, 고개를 아주 조금만 기울였다. “왜요.” 그는 시선을 아주 미세하게 내렸다가, 다시 올렸다. 그 움직임이 아까보다 조금 더 분명했다. “길을 알려주셨으니까요.” 나는 입꼬리를 올리지 않았다. 그 대신, 아주 짧게 말했다. “그걸로 끝이에요?” 그는 바로 답하지 않았다. 몇 초. 그는 시선을 피하지 않은 채, 그대로 있었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짧게. 나는 그 대답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아주 잠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사이에, 생각이 한 번 더 스쳤다. …이 사람은. 나는 시선을 한 번 더 마주쳤다. 이번에는, 조금 더 직접적으로. “편하네요.” 내가 먼저 말했다. 그는 아주 미세하게 고개를 기울였다. “무엇이 말입니까.” 나는 시선을 그대로 두었다. “거절당할 일이 없어서요.” 그는 그 말을 듣고, 잠깐 멈췄다. 아주 짧게. 그 다음에야, 입을 열었다. “거절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나는 그 말을 듣고, 아주 짧게 웃었다. 이번에는, 소리가 거의 나지 않을 정도로. “그게 더 이상한 거예요.” 그는 반박하지 않았다. 대신, 나를 가만히 봤다. 나는 그 시선을 그대로 받았다. 아까와 다르게, 피할 필요가 없다고 느껴졌다. 그 상태로 몇 초. 나는 시선을 아주 조금만 떼었다가, 다시 맞췄다. 이번에는, 의식하지 않았다. “요시노리 씨.” 다시 이름을 불렀다. 그는 이번에도 바로 반응했다. “네.” 나는 고개를 아주 조금만 기울였다. “지금.” 짧게 멈췄다. “재미있어요?” 그는 바로 답하지 않았다. 대신, 생각하듯 시선을 아주 미세하게 움직였다. 그리고, 그대로 말했다. “네.” 나는 입꼬리를 아주 조금만 올렸다. “어떤 점이요.” 그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조금 더 분명하게 나를 보고 있었다. “아스카 씨가.” 짧게 멈췄다. 나는 그대로 기다렸다. “…계속 확인하려고 하셔서요.” 나는 그 말을 듣고, 잠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몇 초. 아주 짧은 시간. 그 사이에, 내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정확하게 짚힌 느낌이 들었다. 나는 시선을 아주 미세하게 떼었다가, 다시 맞췄다. 그리고, 아주 작게 말했다. “…그래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번에는, 조금 더 확실하게. 나는 그걸 그대로 들었다. 그리고 아주 짧게 숨을 내쉬었다. 이번에는, 웃지 않았다. 대신. “그럼.” 천천히 입을 열었다. “확인, 그만할까요.” 그는 잠깐 멈췄다. 아주 짧게. 그 다음에야 말했다. “아스카 씨가 원하신다면요.” 나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아주 조금만 기울였다. “그건.” 짧게 멈췄다. 그리고, 그대로 말했다. “제가 정하는 거니까요.” 그는 이번에도, 아무 반박도 하지 않았다. 대신, 아주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나는 그걸 보고, 아주 잠깐 시선을 내렸다가 다시 올렸다. 이번에는. 조금 전과 달랐다. 확인하려는 시선이 아니라. 그저 보는 쪽에 가까웠다. 나는 시선을 거두지 않은 채, 아주 잠깐 호흡을 고르듯 멈췄다. 그 사이에, 로비의 소리가 더 또렷해졌다. 멀리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닫히는 소리. 카운터 쪽에서 낮게 오가는 말소리. 전부 일정한 간격으로 흘렀다. 그리고 먼저 입을 열었다. “차, 드실래요?” 그는 바로 답하지 않았다. 대신, 테이블 위를 한 번 봤다. 아무것도 없다는 걸 확인하듯이. 그 다음에야,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습니다.” 나는 입꼬리를 아주 미세하게 올렸다. “거절하시네요.” 그는 나를 봤다. “별로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서요.” 나는 고개를 아주 조금만 기울였다. “편한 쪽으로만 선택하네요.” 그는 잠깐 멈췄다. 아주 짧게. 그 다음에야 말했다. “그게 익숙합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시선을 한 번 더 마주쳤다. 익숙함. 조금 전에도 들었던 단어였다. 나는 손을 무릎 위에서 아주 미세하게 움직였다가, 멈췄다. “익숙한 건.” 천천히 말을 꺼냈다. “바뀌기 어렵죠.” 그는 고개를 아주 미세하게 끄덕였다. "네.” 나는 그 대답을 듣고, 시선을 아주 잠깐 아래로 떨궜다가 다시 올렸다. “그래서.” 짧게 멈췄다. “재미없다고 했는데.” 그는 이번에도 바로 반응하지 않았다. 대신, 나를 가만히 봤다. 나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그 상태로 몇 초. 그는 아주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나는 그 다음을 기다렸다. “아스카 씨는, 바꾸는 쪽입니까.” 나는 그 질문을 그대로 받았다. 그리고,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몇 초. 나는 시선을 옆으로 아주 조금만 흘렸다가, 다시 그를 봤다. “상대에 따라요.” 짧게. 그는 고개를 아주 미세하게 기울였다. “지금은요.” 나는 그 말을 듣고, 입꼬리를 아주 조금만 올렸다. 이번에는, 의식하지 않고 나온 쪽에 가까웠다. “아직은.” 짧게 멈췄다. “필요 없는 것 같아서요.” 그는 그 말을 듣고도,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 대신, 아주 미세하게 숨을 고른 뒤 말했다. “그렇군요.” 나는 그 대답을 들으면서, 시선을 한 번 더 마주쳤다. 여전히. 변하지 않는다. 그걸 확인하는 순간, 이상하게도 더 이상 확인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등을 소파에 아주 조금 더 기대었다. 이번에는, 힘을 일부러 풀었다. 손끝이 자연스럽게 느슨해졌다. 그 상태로 몇 초. 나는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도 마찬가지였다. 조용했다. 그런데. 아까와는 달랐다. 말이 없어도, 끊어지지 않는 느낌. 나는 그걸 그대로 두었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요시노리 씨.” 그는 바로 반응했다. “네.” 나는 고개를 아주 조금만 기울였다. “내일도.” 짧게 멈췄다. “여기 오세요?” 그는 잠깐 생각하듯 시선을 움직였다. 그리고, 그대로 말했다. “아마도.” 나는 그 대답을 듣고, 입꼬리를 아주 미세하게 올렸다. “그럼.” 짧게. “또 보겠네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이번에는 조금 더 분명하게 웃었다. 짧게. “가능성이라.” 그 단어를 그대로 한 번 더 되새겼다. 그리고, 시선을 아주 천천히 거두었다. “좋네요.” 작게 말했다. 그는 그 말을 듣고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그걸 확인하지 않았다. 대신, 그대로 일어섰다. 부드러운 카펫 위에서, 하이힐 소리가 거의 나지 않았다. 나는 한 걸음 물러섰다. 그를 내려다보지 않도록, 시선을 자연스럽게 맞췄다. “먼저 갈게요.” 짧게.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조심히 가십시오.” 나는 그 말을 들었다. 그리고, 그대로 돌아섰다. 이번에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아까처럼 완전히 같은 리듬은 아니었다. 로비 문을 밀고 잠깐 밖으로 나왔다. 공기가 다시 한 번 바뀌었다. 안쪽의 정돈된 온도가 끊기고, 밤공기가 그대로 내려앉았다. 젖은 아스팔트 위에 가로등 빛이 얇게 번졌다. 발을 디딜 때마다,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 몇 걸음, 몇 걸음. 뒤에서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는지는 확인하지 않았다. 굳이 돌아볼 이유는 없었다. 오늘 있었던 일은, 여기서 끊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이름을 알고, 몇 마디를 나눴고, 그걸로 끝. 그 정도면 충분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발걸음이 아주 조금 느려졌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앞쪽에 이어진 길을 그대로 봤다. 아까와 같은 거리, 같은 시간, 같은 불빛.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어 보였다. 그런데. 완전히 같지는 않았다. 나는 시선을 잠깐 아래로 떨궜다가, 다시 올렸다. 하이힐 끝이 가로등 빛을 가르며 지나갔다. 그 경계가 흐트러졌다가, 다시 맞춰졌다. 조금 전, 로비에서의 공기. 말이 끊기지 않던 간격. 변하지 않던 표정. 나는 한 번 더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아주 짧게 생각했다. …내일. 그 단어가 스쳤다가, 그대로 남았다. 나는 멈추지 않았다. 그대로, 밤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저녁 식사가 시작된 뒤에도 방 안은 지나치게 시끄러워지지 않았다. 낮은 식탁 위에는 계절 생선과 맑은 국, 작은 그릇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은은한 조명 아래로 옻칠된 젓가락 끝이 조용히 움직이고 있었다.나는 등을 너무 세우지도, 그렇다고 흐트러뜨리지도 않은 채 조용히 자리에 앉아 있었다. 맞은편에는 마사노리가 낮은 목소리로 직원에게 짧게 무언가를 물었고, 옆자리의 사에코는 특별히 말을 많이 하지 않은 채 천천히 국그릇을 내려놓았다. 요시코는 자연스럽게 다음 반찬 접시를 정리하고 있었고, 노리코만이 가끔 분위기를 너무 무겁게 두지 않으려는 듯 짧은 말을 덧붙였다.그리고 그 사이 어딘가에, 요시노리는 평소처럼 조용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 누구보다 이 집 공기에 익숙한 사람처럼.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제는 그 조용함이 전처럼 낯설게만 느껴지지는 않았다.젓가락이 그릇 가장자리에 아주 작게 닿는 소리와, 멀리 복도 쪽에서 직원들이 오가는 기척만이 얇게 이어지고 있었다. 나는 시선을 아주 조금만 내린 채, 국그릇 위로 천천히 올라오는 김을 바라봤다. 도쿄에서 누군가와 식사를 할 때는 대부분 말이 훨씬 빨랐다. 분위기가 끊기지 않도록 웃음이 이어졌고, 누군가는 계속 다음 화제를 꺼냈다. 침묵이 길어지면 괜히 어색해지는 쪽에 가까웠다. 그런데 이 집에서는, 말이 잠깐 멈추는 순간에도 아무도 굳이 서둘러 그 공백을 메우려 하지 않았다.“…오늘 수업은 어떠셨습니까.”잠시 뒤, 마사노리가 낮고 안정된 목소리로 물었다. 나는 시선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그의 말투는 부드러운 쪽에 가까웠지만, 이상하게도 자연스럽게 자세를 바로잡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마사노리는 나의 예비 시아버지로, 평상시에는 말수가 적고 조용한 사람이었다. 그렇다고 존재감이 옅은 사람은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에 가까웠다. 그는 굳이 목소리를 높이거나 분위기를 주도하지 않아도, 식탁 끝에 조용히 앉아 있는 것만으로 자연스럽게 주변 공기를 정리하는 쪽에 가까웠다. 직원들도 그 앞에서는 괜히 움직임이
란코는 문이 닫힌 뒤에도 바로 말을 꺼내지 않았다. 방 안에는 방금 전까지 남아 있던 인기척이 아주 희미하게만 가라앉아 있었다. 나는 다다미 위에 조용히 앉은 채, 그녀가 소매 끝을 한 번 천천히 정리하는 모습을 바라봤다. 작은 체구인데도 이상하게 자세가 흐트러져 보이지 않는 사람. 란코는 언제나 그랬다. 굳이 시선을 강하게 두지 않아도, 방 안 공기를 자연스럽게 정리해버리는 쪽에 가까웠다. 잠시 뒤 그녀는 아주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오늘은 걷는 것부터 다시 보겠습니다.”나는 아주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인 뒤, 천천히 무릎 위에 손을 올렸다. 란코는 바로 설명을 이어가지 않았다. 대신 잠깐 시선을 내린 채, 내가 앉아 있는 자세와 발끝 방향을 조용히 바라봤다. 방 안은 여전히 조용했다. 복도 너머에서 직원들이 지나가는 기척이 아주 희미하게만 들렸고, 이른 햇빛은 다다미 위에 얇게 내려앉아 있었다. 몇 초 뒤, 란코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아스카 씨는.” 아주 잠깐 멈췄다. “생각보다 먼저 시선을 움직이는 편입니다.”나는 그 말을 듣고 눈을 한 번 천천히 깜빡였다. 란코는 나를 곧바로 나무라지 않았다. 다만 방 안 공기를 정리하듯, 조용한 속도로 말을 이었다.“걷는 자세 자체는 많이 자연스러워졌어요. 그런데.” 그녀는 아주 미세하게 시선을 들었다. “누군가를 의식하는 순간, 먼저 반응을 확인하려는 쪽으로 몸이 조금 빨라집니다.”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시선을 아주 조금만 내린 채, 손끝을 가볍게 모았다. 이상하게도, 그 말은 생각보다 부정하기 어려웠다.나는 시선을 내린 채 잠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다미 위로 아침 햇빛이 아주 얇게 번지고 있었다. 방 안은 조용했고, 란코 역시 굳이 다음 말을 재촉하지 않았다. 그 침묵 속에서, 조금 전 노리코가 했던 말이 아주 희미하게 다시 떠올랐다. 굳이 먼저 확인하지 않게 된 느낌. 나는 눈을 한 번 천천히 깜빡였다. 그런데 란코의 말은 그와는 조금 달랐다. 확인하지 않게 되었다기보다
수화기를 내려놓은 뒤에도, 손끝에는 아주 미세한 감각이 남아 있었다. 나는 테이블 위에 손을 올린 채, 그대로 몇 초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방 안은 조용했다. 창문 너머로는 불빛이 아주 희미하게만 들어오고 있었다. 아까까지 귀 가까이에 닿아 있던 숨소리는 이제 들리지 않았는데, 이상하게도 완전히 끝난 느낌은 아니었다.나는 시선을 천천히 내렸다. 반쯤 접힌 종이가 아직 그대로 놓여 있었다. 손가락 끝이 그 모서리를 아주 약하게 눌렀다가 멈췄다. 굳이 다시 펼칠 이유는 없었다. 그런데도, 치우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나는 등을 소파에 아주 천천히 기댔다. 방 안 공기는 아까와 달라진 게 없었다. 시계 초침 소리도 그대로였고, 창문 바깥의 불빛도 여전히 멀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조금 전까지 이어지던 침묵이 아직 어딘가에 남아 있는 것 같았다. 전화에서는 표정이 보이지 않았다. 그 대신, 말이 멈추는 간격이나 숨을 고르는 소리가 생각보다 오래 남는다. 나는 눈을 한 번 천천히 감았다가 떴다.“…아마도요.”낮고 조용한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아주 희미하게 다시 이어졌다. 나는 입꼬리를 아주 조금만 올렸다가, 다시 지웠다. 이상한 사람이네.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그 말이 전처럼 가볍게 정리되지는 않았다.나는 시선을 천천히 옆으로 흘렸다. 창문 유리에는 희미하게 어두운 실내만 비치고 있었다. 문득, 몇 달 전 도쿄의 밤공기가 아주 짧게 떠올랐다. 젖은 아스팔트 냄새와, 늦은 시간까지 열려 있던 가게 불빛. 사람들 웃음소리와 음악이 섞여도 이상하지 않던 거리. 그 안에서는 대부분의 말이 빠르게 지나갔고, 대부분의 관계도 오래 멈춰 있지 않았다. 나 역시 그 흐름 속에 있는 쪽이 더 자연스럽다고 생각했었다. 시선을 끌고, 분위기를 읽고, 어느 순간에는 먼저 자리를 떠나는 것까지 포함해서.나는 눈을 한 번 천천히 깜빡였다. 방 안은 여전히 조용했다. 멀리 어디선가 아주 희미하게 바람 소리가 들렸다가 사라졌다. 나는 천천히 시선을 내렸다. 다다미
그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아주 짧게, 숨을 고르는 쪽에 가까운 공백이 있었다. 나는 수화기를 쥔 손을 아주 미세하게 움직였다가 멈췄다. 전화선 너머는 조용했다. 그런데. 끊어진 느낌은 아니었다.“…네.” 그가 천천히 말했다. “괜찮습니다.”나는 그 말을 들으면서 시선을 아주 조금만 내렸다. 테이블 위에 놓인 종이가 보였다. 반쯤 접혀 있었다. 나는 그걸 몇 초 동안 그대로 바라봤다.“늦었는데도요?” 짧게 물었다. 그는 잠깐 멈췄다. “아직 안 자고 있었습니다.”나는 그 대답을 그대로 들었다. 몇 초. 굳이 바로 이어가지 않았다. 전화에서는, 공백이 조금 더 길게 느껴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불편하지는 않았다.“…교토는.” 나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원래 이렇게 조용해요?”그는 아주 미세하게 숨을 고르는 듯했다. “장소에 따라 다르겠지만.” 짧게. “지금은 그렇습니다.”나는 아주 미세하게 입꼬리를 올렸다가, 다시 지웠다. “…요시노리 씨 답네요.”그는 바로 반응하지 않았다. 아주 짧은 공백. 그리고. “그렇습니까.”나는 수화기를 귀에 댄 채, 시선을 천천히 옆으로 흘렸다. 창문 너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네.” 짧게 말했다. “급하지 않은 쪽.”그는 그 말을 듣고 잠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수화기 너머로 아주 미세한 숨소리만 이어졌다. 나는 시선을 그대로 두었다. 전화에서는 표정이 보이지 않았다. 그 대신, 말이 멈추는 간격이 조금 더 또렷하게 남았다.“…아스카 씨는.”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도쿄 쪽 같습니까.”나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아주 짧게 숨을 고르고, 수화기를 쥔 손을 조금만 고쳐 잡았다. 몇 초. 굳이 빨리 답할 필요는 없었다.“글쎄요.” 짧게 말했다. “원래는, 그런 쪽이 더 편했는데.” 그는 그 말을 끊지 않았다. 나는 시선을 아주 조금만 내렸다. 반쯤 접힌 종이가 그대로 보였다.“…요즘은 잘 모르겠네요.”말이 끝난 뒤, 짧은 공백이 이어졌다. 나는 그 상태를 그대로 두었다. 굳이 설명을
아무것도 이어지지 않은 채로 이어져 있었다. 그 사이를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상태는 이미 정리된 쪽에 가까웠다. 나는 그걸 따로 확인하지 않았다. 확인하는 순간, 그건 과정이 된다. 과정이 되면, 흐름이 생긴다. 그건 필요 없었다. 나는 그대로 앉아 있었다. 다다미 위에 무릎을 가지런히 두고, 허리를 세우고, 시선은 정면에 두고 있었다.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그 자세는 무너지지 않았다. 손끝의 위치도, 숨을 고르는 간격도, 이미 몸에 익은 범위 안에 있었다.익숙해졌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건 맞추려는 쪽에서 나오는 말에 가까웠다. 지금은, 그보다 조금 더 자연스러운 쪽이었다. 그렇게 되어 있었다. 나는 시선을 아주 조금만 아래로 내렸다. 무릎 위에 놓인 손이 보였다. 움직이지 않았다. 그 상태를 굳이 바꾸지 않았다.…문득, 떠오르는 건 있었다. 로비의 조명, 유리문 너머의 공기, 손에 들고 있던 얇은 종이의 감촉. 나는 눈을 한 번 깜빡였다. 그 정도의 기억은, 붙잡지 않으면 흐려진다. 굳이 남겨둘 필요는 없었다. 그래서 그대로 두었다. 사라지지 않는 쪽으로. 나는 시선을 다시 올렸다. 정면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 상태가, 더 또렷하게 느껴졌다.그는 더 말하지 않았다. 나도, 굳이 이어가지 않았다. 그 상태가 그대로 이어졌다. 말이 없는 쪽이 더 안정적이었다. 굳이 하나를 덧붙이지 않아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나는 시선을 그대로 두었다. 정면, 아무것도 없는 쪽. 그 상태를 유지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익숙하네. 짧게 생각이 스쳤다. 나는 그걸 바로 지우지 않았다. 굳이 지울 필요가 없다고 느껴졌으니까. 손을 무릎 위에서 아주 미세하게 움직였다가 멈췄다. 그 정도의 조정이면 충분했다. 자세는 흐트러지지 않았다. 조용했다. 바깥에서 들려오는 소리도 거의 없었다. 복도를 지나는 발소리, 문이 닫히는 소리. 그 사이를 채우는 건 별로 없었다. 그게 더 나았다. 나는 눈을 한 번 깜빡였다. 그 동작이 끝난 뒤에도, 공기는 그대로였다.…여기서는, 변하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상태가 생각보다 오래 이어졌다. 처음에는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굳이 바뀔 이유가 없었으니까. 말이 길어지지도 않았고, 시선이 늦어지지도 않았고, 거리도 그대로였다. 그 정도면 충분했다. 그렇게 두는 쪽이 더 편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그게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더 또렷하게 느껴졌다. 보통은 이쯤에서 하나쯤은 어긋난다. 이유 없이 말이 끊기거나, 타이밍이 조금 늦어지거나. 그런 종류의 변화가 자연스럽게 끼어든다.그런데 이번에는 그게 없었다. 나는 그걸 그대로 두고 있었다. 굳이 건드리지 않아도 되는 상태였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미세하게. 어딘가 하나가 비어 있는 느낌은 사라지지 않았다.나는 그 빈 자리를 굳이 확인하려 하지 않았다. 확인하는 순간, 거기에 이름이 붙는다. 이름이 붙으면, 그쪽으로 기울어진다. 그건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대로 두었다. 손을 무릎 위에서 아주 미세하게 움직였다가 멈췄다. 시선은 정면에 둔 채, 조금도 흔들리지 않은 것처럼. 그 상태를 유지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이미 익숙해진 범위 안에 있었으니까.그런데. 아주 짧게, 그가 떠올랐다. 말이 이어지지 않던 간격, 굳이 덧붙이지 않던 태도. 나는 눈을 한 번 깜빡였다. 그 정도의 기억은, 붙잡지 않으면 사라진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완전히 지워지지는 않았다. 그래서 더 건드리지 않았다. 그대로 두는 쪽이, 아직은 더 편했다.그 상태가 계속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보통은, 오래 가지 않는다. 나는 시선을 아주 조금만 옆으로 흘렸다. 거기에 이유가 있는 건 아니었다. 그냥, 그렇게 하는 쪽이 더 자연스러웠다. 몇 초. 그보다 조금 더 긴 시간.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오늘도, 갈까.나는 그 생각을 바로 붙잡지 않았다. 붙잡는 순간, 의미가 생긴다. 의미가 생기면, 선택이 된다. 선택이 되면, 이유가 따라온다. 그건 필요 없었다. 그래서 그대로 흘려보냈다. 손을 한 번 더 정리하듯 움직였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
아무것도 달라진 건 없었는데, 어제와 같은 속도로 움직이지는 않았다. 눈을 떴을 때, 몸이 먼저 반응하지 않았다. 잠이 덜 깬 것도 아니고, 피곤한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어나기까지 아주 짧은 공백이 생겼다. 그 몇 초를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었지만, 없던 것도 아니었다.나는 그대로 누워 있었다. 천장을 보고, 눈을 한 번 더 깜빡였다. 다시 감지는 않았다. 그럴 이유도 없었고, 의미도 없었다. 그런데도 바로 몸을 일으키지 않았다. 평소라면 이미 움직였을 타이밍이었다. 생각이 먼저 따라오지 않는 쪽이 더 편하다는
나는 그 감각을 확인하듯 한 번 더 숨을 고르고, 시선을 옆으로 흘렸다. 골목 끝에 작은 자판기가 하나 보였다. 희미한 불빛이 켜져 있었다. 주변은 어두운데, 그 부분만 또렷했다. 방향을 살짝 틀었다. 가까이 다가가서, 유리 너머를 바라봤다. 음료 캔들이 일정하게 줄을 맞추고 있었다. 손을 넣어 버튼을 누르면, 정해진 하나가 떨어진다. 선택은 있지만, 결과는 단순하다. 그런 구조였다. 동전을 꺼내지 않았다. 그냥, 그대로 서 있었다.유리창에 비친 얼굴이 또 한 번 겹쳐졌다. 아까보다 어둡고, 조금 더 흐릿했다. 표정을 만들 필요
하이힐 소리가 일정한 간격으로 이어졌다. 젖은 아스팔트 위에서 미끄러지듯 퍼졌다가, 다시 또렷해졌다. 발끝에 힘을 주는 정도만으로도 리듬이 달라졌다. 나는 일부러 속도를 바꾸지 않았다. 그대로 두는 편이 더 자연스러웠다. 조금 전까지 머릿속을 채우고 있던 것들이 하나씩 정리되고 있었다. 말투, 시선, 거리. 어느 순간에 무엇을 했는지, 순서대로 떠올랐다가 금방 사라졌다. 오래 붙잡아 둘 필요는 없었다. 이미 끝난 일이었으니까.네온이 점점 줄어들었다. 가게 간판 사이의 간격이 넓어지고, 빛의 색도 옅어졌다. 대신 가로등 불빛이 길
다리를 모으고 앉는 자세가 생각보다 오래 버티기 힘들다는 걸, 그날 처음 알았다.“허리를 조금 더 세워주세요.”조용한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몸은 이미 굳어 있었다. 무릎 아래로 감각이 희미해지고 있었다. 다다미의 감촉이 느껴졌다. 시선은 자연스럽게 아래로 떨어졌다. 정갈하게 접힌 자신의 손. 그리고 그 위에 얹힌, 낯선 옷감. 기모노였다.“…익숙해지실 거예요.”그 말이 위로인지 확인인지 잘 구분되지 않았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아주 잠깐 도쿄의 밤을 떠올렸다.***네온이 번진 유리창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