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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5#. 이어지지 않는 쪽

Auteur: 노블다크
last update Date de publication: 2026-05-29 11:09:22

아무것도 달라진 건 없었는데, 어제와 같은 속도로 움직이지는 않았다. 눈을 떴을 때, 몸이 먼저 반응하지 않았다. 잠이 덜 깬 것도 아니고, 피곤한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어나기까지 아주 짧은 공백이 생겼다. 그 몇 초를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었지만, 없던 것도 아니었다.

나는 그대로 누워 있었다. 천장을 보고, 눈을 한 번 더 깜빡였다. 다시 감지는 않았다. 그럴 이유도 없었고, 의미도 없었다. 그런데도 바로 몸을 일으키지 않았다. 평소라면 이미 움직였을 타이밍이었다. 생각이 먼저 따라오지 않는 쪽이 더 편하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그날은 순서가 조금 달랐다.

한 번 숨을 고르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발을 바닥에 내리자, 차가운 감촉이 올라왔다. 익숙한 온도였다.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그대로였다. 그걸 확인하듯 잠깐 멈췄다가, 그대로 일어섰다.

거울 앞에 서는 건 습관 같은 것이었다.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향했다. 조명이 밝지 않아도, 얼굴 윤곽은 충분히 보였다. 나는 거울을 보면서, 굳이 표정을 만들지 않았다. 그냥 그대로 두었다. 몇 초. 시선을 피하지 않은 채, 그대로 마주 봤다.

문제는 없었다. 어제와 다르지 않았다. 아니, 거의 같았다. 그게 더 확실했다.

나는 입꼬리를 아주 조금만 올려봤다. 그대로 몇 초. 익숙했다.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타이밍도, 각도도 문제없었다. 다시 지웠다. 이번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괜찮네.

라고 짧게 생각하며, 시선을 떼었다. 그걸로 충분했다. 더 확인할 필요는 없었다. 어제 있었던 일도, 굳이 이어서 생각할 이유는 없었다. 그 정도 대화는, 흔한 종류였다. 의미를 붙이지 않으면, 그냥 지나간다. 나는 이미 그렇게 정리하고 있었다.

세면대에서 물을 틀었다. 손바닥에 닿는 물이 조금 차가웠다. 얼굴을 한 번 씻고 나서야, 시야가 또렷해졌다. 물기를 대충 털어내고, 거울을 다시 봤다. 방금 전보다 조금 더 깔끔해진 얼굴. 그 이상은 없었다.

나는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면서,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게 더 빠르고, 더 편했다. 실제로도 대부분은 그렇게 끝났다.

그런데.

아주 짧게 어제의 장면이 겹쳤다. 말이 끊기지 않던 간격. 이어지지 않던 시선. 그 사이에 있던, 설명하기 어려운 공백. 나는 그걸 그대로 흘려보냈다. 잡지 않았다. 굳이 붙잡을 이유가 없었다.

나는 수건을 걸어두고 그대로 돌아섰다. 더 확인할 건 없었다. 확인하지 않는 쪽이 더 자연스러웠다. 어제의 일도, 굳이 다시 꺼낼 필요는 없었다. 그렇게 정리하면 끝나는 종류의 일이었다.

옷장을 열었다. 걸려 있는 옷들을 한 번 훑었다. 평소랑 다를 건 없었다. 색감도, 소재도, 선택지도 익숙한 범위 안에 있었다. 손을 뻗으면,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었다. 나는 잠깐 멈췄다가, 가장 가까운 걸 꺼냈다. 이유는 없었다. 그냥, 그게 먼저 손에 닿았으니까.

옷을 갈아입는 동안에도, 생각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단추를 채우고, 소매를 정리하고, 머리카락을 한 번 쓸어 넘기는 동작. 순서대로 진행되면, 그 사이에 끼어들 틈이 거의 없었다. 나는 그 리듬을 그대로 유지했다. 문을 나서기 전, 한 번 더 거울을 봤다. 아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굳이 표정을 만들지는 않았다. 그 상태로도 충분하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밖으로 나왔을 때, 공기가 바로 닿았다. 어제와 비슷한 온도였다. 크게 다르지 않은데, 아주 미세하게 건조한 느낌이 섞여 있었다. 나는 걸음을 옮겼다. 평소보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그게 가장 안정적인 속도였다. 길 위의 풍경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지나가는 사람들, 일정한 간격으로 바뀌는 신호등, 유리창에 비치는 흐릿한 모습들. 익숙한 것들이 이어지면, 특별히 신경 쓸 이유가 없어진다. 나는 그 흐름에 그대로 맞춰 걸었다.

횡단보도 앞에 멈췄을 때였다.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면서, 아무 생각 없이 서 있었다. 시선은 자연스럽게 앞쪽에 고정되어 있었고, 몸도 크게 움직이지 않았다. 그 상태에서, 아주 짧게. 어제의 로비가 떠올랐다. 나는 바로 시선을 옆으로 흘렸다. 이유 없이 떠오른 거라면, 붙잡지 않는 쪽이 더 낫다. 신호등이 바뀌었다. 나는 그대로 건너기 시작했다. 발걸음 소리가 일정하게 이어졌다. 몇 걸음. 몇 걸음. 그리고 나서야, 아주 늦게 생각이 따라왔다.

…내일. 어제 스쳐 지나간 그 단어가, 이번에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나는 고개를 아주 미세하게 저었다. 그 단어를 굳이 붙잡을 필요는 없었다. 오늘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사라질 종류였다. 그렇게 생각하는 쪽이 더 간단했다. 그렇지만 한 번 떠오른 건, 생각보다 빨리 사라지지 않았다. 나는 걸음을 조금 더 빠르게 옮겼다. 리듬을 바꾸면, 다른 생각이 따라붙지 않는다. 지금까지는 늘 그랬다.

몇 걸음. 그 이상. 발끝에 힘을 조금 더 주었다. 하이힐 소리가 또렷해졌다. 일정한 간격, 일정한 높이. 그 리듬에 맞추면, 불필요한 건 자연스럽게 밀려난다. 나는 시선을 조금 더 앞쪽으로 밀어냈다. 길의 끝, 불빛이 모이는 지점. 그쪽만 보고 있으면, 중간에 있는 것들은 흐려진다. 그렇게 정리되는 편이, 더 편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완전히 같지는 않았다. 속도를 올렸는데도, 생각이 완전히 끊기지 않았다. 아주 짧게 틈처럼 남았다. 나는 입술을 아주 조금 다물었다. 굳이 이유를 붙이지 않았다. 붙이면, 거기에 끌려간다. 그건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더 빠르게 걸었다.

그날 저녁, 특별히 갈 곳을 정해둔 건 아니었다. 평소처럼 움직이면 자연스럽게 시간이 채워진다. 약속을 잡지 않아도, 연락을 기다리지 않아도, 그 정도는 어렵지 않았다. 나는 그대로 집을 나섰다. 계단을 내려오면서도, 방향을 미리 정하지는 않았다. 바깥 공기가 낮보다 조금 더 식어 있었다. 낮게 깔린 온도가 발목부터 올라왔다. 나는 그대로 걸었다. 익숙한 길이었다.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몸이 먼저 아는 쪽으로 움직였다.

한 블록. 그 다음. 신호를 한 번 건넜을 때였다. 나는 아주 잠깐 멈췄다. 이유를 바로 설명할 수는 없었다. 발걸음이 끊긴 것도 아니고, 무언가를 본 것도 아니었다. 그냥, 그 정도의 타이밍이었다. 시선을 아주 조금 옆으로 틀었다. 그 방향이었다. 어제, 로비가 있던 건물. 나는 몇 초 그대로 서 있었다. 갈 이유는 없었다. 그렇다고, 피해야 할 이유도 없었다.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은 상태.

…그럼, 상관없네. 짧게 생각하고, 그대로 방향을 틀었다.

굳이 의미를 붙이지 않았다. 붙이면, 선택이 된다. 선택이 되면, 이유가 따라온다. 그건 필요 없었다. 그냥, 그쪽으로 걸었다. 거리는 멀지 않았다. 몇 분 정도. 어제와 같은 시간대라서인지, 주변의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불빛의 색, 사람의 밀도, 소리의 높이. 전부 비슷한 범위 안에 있었다. 나는 속도를 바꾸지 않았다.

건물이 보였을 때, 나는 멈추지 않았다. 어제처럼, 자연스럽게 문 앞까지 걸어갔다. 유리문 너머로 로비가 보였다. 조명, 소파, 카운터. 구조는 그대로였다. 안쪽에 있는 사람들이 조금 바뀌어 있을 뿐, 크게 다른 건 없었다. 나는 잠깐 시선을 멈췄다. 들어갈 이유를 따지지 않았다. 그대로, 문을 밀었다. 부드럽게 열렸다. 바깥 공기가 한 겹 잘려 나가고, 안쪽의 온도가 바로 닿았다. 발밑이 다시 카펫으로 바뀌었다. 하이힐 소리가 거의 사라졌다.

나는 걸음을 늦추지 않았다. 로비를 한 번 훑듯이 보고,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어제와 같은 자리. 그쪽을 향해, 그대로 걸었다.

어제와 같은 자리는 비어 있었다. 나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대로 한 번 지나쳤다. 시선만 아주 짧게 남겨두고, 몸은 멈추지 않는 쪽이 더 자연스러웠다. 비어 있는 건, 이상할 게 없었다. 시간이 다르면, 사람도 바뀐다. 그 정도는 흔한 일이었다. 그걸 확인하고도, 바로 돌아서지는 않았다.

나는 로비를 한 번 더 둘러봤다. 어제보다 사람이 조금 더 많았다. 소파에 앉아 있는 몇 명, 카운터 쪽에서 짧게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 소리는 낮았고, 간격은 일정했다. 그 안에 섞이면, 특별히 눈에 띄지 않는 정도였다. 나는 소파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어제와 완전히 같은 위치는 아니었지만, 크게 다르지 않은 자리였다. 앉을지 말지, 잠깐 고민하는 척을 했다. 실제로는 필요 없는 과정이었지만, 그 몇 초가 자연스러웠다.

나는 그대로 앉았다. 등을 기대지 않고, 허리를 세운 채로. 손은 무릎 위에 올려뒀다. 시선은 정면. 로비 전체를 한 번에 담을 수 있는 각도였다. 굳이 찾으려는 움직임은 하지 않았다. 찾는 순간, 의도가 생긴다. 그건 필요 없었다. 몇 초. 그 다음. 조명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리는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 흔들린 건 아니었고, 시선이 잠깐 움직인 탓이었다. 나는 눈을 한 번 깜빡였다. 다시 고정했다. 그때였다. 시야 한쪽이, 아주 짧게 멈췄다.

나는 바로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시선만 아주 미세하게 남겨둔 채, 그대로 두었다. 확인하려는 움직임은 만들지 않았다.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이미 들어와 있었다.

그가 서 있었다.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 코트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시선은 정면. 특별히 누군가를 찾는 기색도 없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나는 눈을 한 번 깜빡였다.

그 사이에, 그의 시선이 움직였다. 아주 자연스럽게. 로비를 한 번 훑듯이. 그 끝에 내가 걸렸다. 멈췄다. 이번에도, 먼저 피하지 않았다. 몇 초. 그는 아주 미세하게 표정을 바꿨다. 어제처럼, 놀람보다는 확인에 가까운 변화. 나는 그 모습을 그대로 보고 있었다. 그리고, 입꼬리를 아주 조금만 올렸다. 이번에는 의식하지 않았다. 그는 한 걸음 다가왔다. 거리 계산은 어제와 같았다. 필요 이상으로 가깝지도, 멀지도 않게.

“…또 뵙네요.”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시선을 한 번 더 마주쳤다. 아주 짧게. 그리고 고개를 아주 미세하게 기울였다.

“그러게요.” 짧게. 그걸로 충분했다.

그는 바로 옆자리에 앉지 않았다. 나는 시선을 거두지 않은 채 그대로 두었다. 선택은 항상 늦게 하는 쪽이 더 분명해진다. 그는 로비를 한 번 훑듯이 보고, 그제야 자리를 잡았다. 이번에도 어제와 같은 거리였다. 닿지 않지만, 비어 보이지도 않는 간격.

시선을 정면에 둔 채, 손을 무릎 위에서 아주 미세하게 움직였다가 멈췄다. 굳이 말을 먼저 꺼내지 않았다. 이어가려는 의도도, 끊으려는 의도도 없었다. 그냥 두면, 흐름은 알아서 정리된다.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오늘도.” 짧게 멈췄다. 나는 시선을 그쪽으로 옮겼다. “이 근처에 계셨습니까.”

나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시선을 한 번 떼었다가 다시 맞췄다. 그 사이에, 불필요한 설명은 자연스럽게 빠진다.

“그냥 지나가다가요.” 짧게.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렇습니다.”

그 말은 설명이 아니었다. 이유도 아니었다. 그냥, 같은 형태였다. 나는 그걸 듣고, 입꼬리를 아주 조금만 올렸다.

“…편하네요.”

그는 시선을 아주 미세하게 움직였다. “무엇이 말입니까.”

나는 시선을 그대로 두었다. “이런 식.”

그는 바로 반응하지 않았다. 대신, 아주 짧게 숨을 고른 뒤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 한 마디가, 이상하게도 길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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