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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2#. 수상한 남자

作者: 노블다크
last update 公開日: 2026-05-27 15:24:14

하이힐 소리가 일정한 간격으로 이어졌다. 젖은 아스팔트 위에서 미끄러지듯 퍼졌다가, 다시 또렷해졌다. 발끝에 힘을 주는 정도만으로도 리듬이 달라졌다. 나는 일부러 속도를 바꾸지 않았다. 그대로 두는 편이 더 자연스러웠다. 조금 전까지 머릿속을 채우고 있던 것들이 하나씩 정리되고 있었다. 말투, 시선, 거리. 어느 순간에 무엇을 했는지, 순서대로 떠올랐다가 금방 사라졌다. 오래 붙잡아 둘 필요는 없었다. 이미 끝난 일이었으니까.

네온이 점점 줄어들었다. 가게 간판 사이의 간격이 넓어지고, 빛의 색도 옅어졌다. 대신 가로등 불빛이 길게 늘어졌다. 물기가 남아 있는 도로 위에서, 노란빛이 얇게 번졌다. 사람도 거의 없었다. 방금 전까지의 소음이, 다른 도시의 이야기처럼 멀어져 있었다.

나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한 블록을 더 지나자, 공기가 확연히 달라졌다. 냄새부터 달랐다. 술과 향수 대신, 식은 밤공기와 젖은 콘크리트 냄새가 올라왔다. 그 차이를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몸이 먼저 알아챘다.

그때였다. 시선이 한 번, 멈췄다.

이유를 바로 설명할 수는 없었다. 특별히 눈에 띄는 행동을 한 것도 아니었다. 그냥, 거기에 있었다. 그게 전부였다. 가로등 아래에 서 있는 남자였다. 혼자였다. 뭔가를 보고 있는 것도 아니고, 담배를 피우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손은 코트 주머니에 넣은 채, 시선은 정면을 향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사람. 그런데도, 이상하게 눈에 걸렸다.

나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시선도 바로 거두지 않았다. 지나치는 동안, 한 번 더 확인하듯 바라봤다. 옷차림은 단정했다. 지나치게 눈에 띄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평범하게 흘려보낼 정도도 아니었다. 딱, 그 중간쯤.

…안 어울린다. 그 생각이 먼저 들었다. 방금 전까지의 거리와도, 지금 이 조용한 골목과도. 어느 쪽에도 완전히 속하지 않은 느낌. 그 어딘가에 잠깐 떨어져 있는 사람 같았다.

나는 그대로 지나쳤다. 굳이 말을 걸 이유는 없었다. 흥미는 있었지만, 그걸 행동으로 옮길 만큼은 아니었다. 적어도, 아직은. 몇 걸음 더 걸었을 때였다.

“저기.”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바로 돌아보지 않았다. 부르는 대상이 나인지 확인할 필요는 없었다. 이런 시간, 이런 거리에서, 저 정도 거리라면. 가능성은 많지 않았다. 두 걸음 더. 그제야, 멈췄다.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 남자였다.

가로등 아래에서 보던 것보다, 조금 더 가까웠다. 생각보다 키가 컸다. 시선이 자연스럽게 위로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왔다. 표정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당황한 기색도, 여유 있는 기색도 아니었다.

“…길을 좀 여쭤봐도 될까요.” 말투가 정중했다. 이상할 정도로.

나는 잠깐 그를 바라봤다. 질문의 내용보다, 말하는 방식이 먼저 귀에 들어왔다. 이 시간에, 이런 식으로 말을 거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적어도, 방금 전까지 내가 있던 곳에서는.

“어디요?” 짧게 물었다.

그는 주머니에서 종이를 꺼냈다. 접힌 자국이 여러 번 나 있었다. 펼치는 손동작이 익숙하지 않았다. 나는 그걸 가만히 봤다. 종이 위에 적힌 글자를 확인하기도 전에, 이미 대충 짐작이 갔다. 호텔 이름이었다. 아버지가 먼저 머무르고 있다고 했던 그 호텔. 나는 시선을 종이에서 들어 올렸다. 다시 그의 얼굴을 봤다.

“…이쪽 아니에요.”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반대 방향을 가리켰다. 그는 잠깐 멈췄다. 내가 가리킨 쪽과, 방금까지 서 있던 방향을 번갈아 보다가, 다시 나를 봤다.

“아… 그렇습니까.”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표정은 여전히 크게 변하지 않았다. 당황한 기색도, 웃는 기색도 없었다. 그냥 받아들이는 느낌. 그게 오히려 조금 어색했다. 보통은, 이쯤에서 한 마디쯤 더 나온다. “감사합니다” 다음에,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말. 날씨 얘기라든지, 혼자냐는 질문이라든지. 방금 전까지라면, 그 다음 흐름은 내가 만들었을 거다.

그런데. 그는 거기서 멈췄다. “감사합니다.”

정확히 거기까지였다. 나는 잠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도 마찬가지였다. 공백이 생겼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어딘가 미묘하게 길게 느껴졌다.

…이상하네. 나는 고개를 아주 조금 기울였다. “멀지 않아요.”

굳이 덧붙였다. 이유는 딱히 없었다. 그냥, 말을 이어야 할 것 같아서였다. 그는 그제야 한 번 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여전히, 거기까지였다. 나는 그를 가만히 봤다. 시선을 잠깐 아래로 떨궜다가 다시 올렸다. 반응을 보기 위한 움직임. 평소라면, 이 정도면 상대 쪽에서 먼저 말을 꺼낸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오거나, 질문을 던지거나. 하지만 그는 그대로였다. 거리도 유지했고, 시선도 필요 이상으로 붙잡지 않았다.

…따라오지 않았다. 그 생각이 아주 선명하게 들었다. 나는 입꼬리를 아주 조금만 올렸다. 이번에는 의식적으로. 반응을 확인하기 위해서.

“…처음 오신 거예요?”

그는 잠깐 생각하듯 눈을 움직였다. “네. 도쿄는 자주 오지 않아서.”

대답은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거기에도, 그 이상은 없었다. 질문을 돌려주지도 않았다. 관심을 이어가지도 않았다. 질문에 답하고 끝. 나는 그걸 가만히 받아들였다. 몇 초. 조용했다. 멀리서 차가 지나가는 소리만, 낮게 스쳤다. 나는 고개를 바로 세웠다.

“…그럼, 안녕히 가세요.” 이번에는 내가 먼저 끝냈다.

그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더 이상 가만히 서 있지 않았다. 돌아섰다. 발걸음을 다시 이어갔다. 아까보다 조금 더 또박또박한 소리가 났다. 몇 걸음. 그 이상. 나는 멈추지 않았다. 뒤를 돌아볼 이유는 없었다. 붙잡히지도 않았고 이어지지도 않았다. 그걸로 끝난 대화였다. 평소라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 종류의 만남.

그런데. 어째서인지 모르게, 조금 전의 공백이 계속 남아 있었다. 말이 이어지지 않던 그 순간. 내가 굳이 덧붙였던 한 마디. 그리고, 끝까지 따라오지 않던 시선. 나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완전히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건, 처음이었다.

나는 그 생각을 굳이 붙잡지 않았다. 붙잡는 순간, 의미가 생긴다. 의미가 생기면, 다음을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그건 대개, 필요 없는 방향으로 흐른다. 나는 이미 그런 흐름을 몇 번이나 겪어봤다. 그래서, 멈추지 않았다. 발걸음을 조금 더 빠르게 옮겼다. 하이힐 소리가 아까보다 또렷해졌다. 일정한 간격. 일정한 높이. 그 리듬에 맞추면, 생각이 따라붙지 않는다.

그런데도. 조금 전의 목소리가, 아주 짧게 다시 떠올랐다. 낯설지 않은 말인데, 이상하게도 어색했다. 말투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그 뒤에 아무것도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일까. 나는 고개를 아주 미세하게 저었다. 쓸데없는 생각이었다. 그 정도 대화는 하루에도 몇 번씩 스쳐 지나간다. 기억에 남을 이유가 없다. 없어야 했다.

코너를 돌아서자, 다시 불빛이 조금 늘어났다. 멀리서 사람들 목소리가 희미하게 섞여 들렸다. 아까 지나온 거리보다, 조금 더 생활감 있는 소리였다. 나는 자연스럽게 속도를 줄였다. 너무 빠르게 걷고 있었다는 걸 그제야 알아차렸다. 손을 들어 머리를 한 번 넘겼다. 귀 뒤로 정리되는 머리카락의 감촉이 익숙했다. 시선은 계속 앞을 향하고 있었다.

그때. 발걸음이, 아주 잠깐 멈췄다. 정확히는, 멈추려던 건 아니었다. 그냥, 시선이 먼저 멈췄다. 유리창이었다. 길가에 세워진 차의 창문. 어둠을 그대로 비추는 검은 표면 위에, 희미하게 얼굴이 겹쳐졌다. 네온이 거의 없는 구간이라, 윤곽이 또렷하게 드러났다. 나는 그 앞에 서 있었다. 아까처럼 일부러 표정을 만들지는 않았다. 그냥, 있는 그대로를 확인하듯 바라봤다. 입꼬리도, 시선도, 각도도.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은 상태.

조금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니, 거의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비어 있는 느낌이 들었다. 정확히 어디인지 짚어낼 수는 없었지만, 분명히 있었다. 나는 잠깐 눈을 가늘게 떴다. 입꼬리를 아주 미세하게 올려봤다. 아까처럼. 거울 앞에서 연습하던 방식 그대로. 몇 초. 익숙했다. 문제없이, 자연스러웠다.

그런데. 그걸 보는 순간, 방금 전 그 남자의 표정이 떠올랐다. 아무것도 하지 않던 얼굴. 아무것도 덧붙이지 않던 말투.

나는 손을 내렸다. 표정을 지웠다. 그 상태로 몇 초 더 서 있었다. 바람이 아주 약하게 불었다. 머리카락 끝이 살짝 흔들렸다. 차 유리 위의 얼굴도, 딱 그만큼만 흔들렸다.

...안 먹힌다. 무엇이, 라고 굳이 묻지는 않았다. 대답은 이미 알고 있는 쪽에 가까웠으니까. 나는 고개를 돌렸다. 그대로 다시 걸음을 옮겼다. 일부러 속도를 맞추지 않았다. 조금 느리게. 조금 더, 아무 생각 없이 걷는 쪽으로. 발걸음 소리가 조금 전보다 작아졌다. 그게 더 나았다. 뒤에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돌아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는 이미, 내가 가리켜준 방향으로 걸어갔을 거다. 그걸 확인할 필요는 없었다.

그럼에도. 아주 잠깐, 고개를 돌릴 뻔했다. 나는 그 움직임을 끝까지 이어가지 않았다. 그대로 멈췄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앞으로 향했다.

나는 숨을 한 번 고르고, 발걸음을 다시 맞췄다. 굳이 이유를 붙이지 않았다. 붙이면, 거기에 끌려간다. 그건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방금 전의 공백이, 이상하게도 형태를 바꾸고 있었다. 말이 끊긴 자리. 이어지지 않은 시선. 그 짧은 틈이, 생각보다 또렷하게 남아 있었다. 지우려 할수록 더 선명해지는 종류의 것. 익숙하지 않은 감각이었다.

나는 시선을 조금 더 앞쪽으로 밀어냈다. 길의 끝, 불빛이 모이는 지점. 그쪽을 보고 있으면, 중간에 있는 것들은 자연스럽게 흐려진다. 보지 않으면, 없는 것과 비슷해진다. 지금까지는 늘 그랬다. 그런데. 아까는, 보지 않아도 남았다. 나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대신 손을 들어 코트 깃을 조금 더 끌어올렸다. 목덜미에 닿는 천의 감촉이 선명했다. 그걸 의식하는 쪽이, 다른 생각보다 훨씬 간단했다.

…그 정도였나. 생각이 짧게 스쳤다. 누군가의 반응이 느리거나, 이어지지 않는 순간. 그건 가끔 있는 일이었다. 상황이 맞지 않거나, 타이밍이 어긋나거나. 그럴 때는, 조금만 방향을 바꾸면 됐다. 시선을 더 주거나, 말을 덧붙이거나, 아니면 아예 끊어버리거나.

그런데 이번에는. 어느 쪽도 선택되지 않았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그는 아무것도 이어가지 않았다. 그게 끝이었다.

…그게 끝이었는데. 나는 입술을 아주 조금 다물었다. 무의식적으로 올라가려던 입꼬리가, 중간에서 멈췄다. 그 상태가 몇 초쯤 유지됐다. 이상하게도, 불편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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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완성의 페르소나   004#. 가능성

    "진짜네.”그가 물었다. “무엇이 말입니까.”나는 시선을 한 번 더 마주쳤다. “안 바뀌는 거요.”그는 잠깐 생각하듯 시선을 움직였다. 아주 미세하게. 그 다음에야 말했다. “굳이 바꿀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요.”나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아주 조금 기울였다. “왜요.”그는 잠깐 멈췄다. 그리고, 나를 봤다. 이번에는, 아주 조금 더 정확하게. “지금도 충분히 대화가 되고 있으니까요.”나는 그 말을 그대로 들었다. 그리고, 그 의미를 천천히 따라갔다. 대화. 지금 이 상태가. 나는 시선을 아주 미세하게 떼었다가, 다시 맞췄다. 입꼬리는 올리지 않았다. 대신, 그대로 말했다.“그건.” 아주 짧게 멈췄다. “대화가 아니라, 그냥 있는 건데요.”그는 그 말을 듣고도, 바로 반박하지 않았다. 대신, 아주 짧게 숨을 고른 뒤,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나는 시선을 그대로 두었다. 그 다음을 기다렸다.“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나는 그 말을 듣고, 잠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몇 초. 조용했다. 손을 무릎 위에서 아주 미세하게 움직였다가 멈췄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이상한 사람이네요.”그는 고개를 아주 조금 기울였다. “그런 이야기는, 자주 듣습니다.”나는 그 말을 듣고서야, 아주 조금 웃었다. 이번에는, 의식하지 않고 나온 쪽에 가까웠다. 짧게.“…그럴 것 같아요.”그 말이 끝난 뒤에도, 나는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그 상태로 몇 초. 아까보다, 조금 더 길게. 그리고. 이번에는 내가 먼저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그게. 조금 전과는 달랐다.그 상태로 몇 초 더 흘렀다. 길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 길이가 그대로 유지되는 쪽이 자연스러웠다. 나는 먼저 눈을 깜빡였다. 아주 평범한 동작이었는데, 그걸 하고 나서야 시선의 온도가 아주 미세하게 바뀐 걸 느꼈다. 붙잡고 있던 걸, 일부러 풀지 않았는데도 느슨해지는 순간. 나는 그걸 그대로 두었다.“요시노리 씨.” 이름을 한 번 더 불렀다.그는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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