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손을 놓기 싫었지만, 방유정 아버지는 결국 방유정의 손을 임지훈에게 넘겨줬다.“앞으로 계속 사랑하며 살기를 바란다.”방유정도 아버지에게 말했다.“꼭 그렇게 할게요.”이어서 결혼식은 순서대로 일사천리로 피로연까지 모두 순리롭게 진행되었다.방유정 어머니는 결국 눈물을 참지 못했는데 딸이 그렇게도 바라던 결혼을 하니 너무 기뻤다. 그런데 결혼시키고 나니 또 잘 살 수 있을까, 행복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세상의 부모들은 다 그런가 보다.임지훈은 방유정을 데리고 강세헌이 있는 테이블로 가서는 비록 모두 알고 있지만 다시 한번 공식적으로 소개했다. 모두 방유정을 다시 한번 소개받았는데 이번에는 심재경 친구의 사촌 동생이 아닌 임주훈의 아내로 말이다.구애린이 웃으며 말했다.“정말 너무너무 축하해요.”방유정도 웃으며 대답했다.“고마워요.”윤이도 어른들 따라 한마디 했다.“축하해요.”방유정은 윤이를 보며 말했다.“너무 귀여워요.”그녀가 손을 뻗어 윤이의 얼굴을 만지자, 윤이가 손을 내밀었다.“안아줘요.”송연아가 미간을 찌푸렸다.“윤이야, 안 돼.”방유정이 말했다.“괜찮아요.”그녀는 윤이를 안으며 말했다.“무겁지 않아요.”윤이는 그녀의 머리에 있는 금색 비녀를 보고 만지려고 했다. 방유정이 한복을 입고 있었기에 머리에 비녀를 하고 있었다. 방유정은 아주 시원하게 바로 비녀를 빼서 윤이에게 주었는데 송연아는 윤이를 제지하지 못해서 미안해했다.“이러면 안 돼요. 오늘 얼마나 중요한 날인데...”“괜찮아요. 그냥 액세서리일 뿐이에요. 윤이가 좋아하니 놀게 해요.”방유정은 정말 성격이 좋았다. 역시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것만큼 성품이 좋았다. 가끔 조금 오만하긴 하지만 작은 일에 연연하지 않았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모두 그녀처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송연아는 윤이를 안고 달래려고 했다.“윤이 착하지. 이건...”송연아는 윤이가 방유정을 어떻게 부르면 될지 생각했는데 방유정이 웃으며 말했다.“호칭일 뿐이니까 편
결혼식을 마친 후 방유정 아버지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떠나기 전에 임지훈에게 회사를 완벽하게 인계하려고 회사에 들어오라고 제안했다.임지훈은 송연아와 강세헌 일행과 같이 먼저 프랑스로 돌아가서 그쪽 일을 마무리했다. 비록 임지훈이 회사에 있으면 강세헌은 보다 한가하게 일을 할 수 있었지만, 그가 떠난다고 해도 그냥 조금 더 바쁠 뿐이다. 어느 회사든 누가 떠나면 절대 안 되는 건 없다. 일주일의 시간 동안 임지훈은 프랑스에서의 일들을 모두 마치고 귀국해서 방씨 가문 회사에 들어갔다.임지훈도 국내에 집이 있었지만 방유정과 같이 방씨 가문에 들어갔다. 데릴사위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방유정 아버지의 병을 알고 방유정이 부모님과 많을 시간을 보내게 하기 위해서였다. 임지훈 역시 사위로서 그럴 의무가 있었다....반년 후, 방유정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방유정 어머니는 그 충격에 순식간에 많이 늙었다. 방유정 아버지가 돌아가신 다음 집안 분위기는 아주 저조했는데 방유정의 대부분 시간은 어머니와 함께 보냈다. 예전의 임 비서는 이제 임 대표가 되어 그의 능력으로 방씨 가문은 아주 관리가 잘 되었고 3개월 후 방유정 어머니의 상황도 많이 좋아졌다.방유정이 드디어 임신하게 되면서 방유정 아버지가 돌아간 일도 어느 정도 잊혀가고 있었다. 임지훈은 곧 아빠가 된다는 사실이 기뻤고 방유정도 곧 엄마가 된다는 사실이 행복했고 방유정 어머니 역시 곧 외할머니가 된다는 사실이 행복했다. 정말로 모두 행복해할 만한 일이었다.방유정이 임신 6개월 때 그들은 프랑스로 갔는데 구애린은 남자아이를 낳았고 심재경의 딸은 이제 걸을 수 있게 되었는데 샛별이가 유일한 여자아이여서 모두가 예뻐했다. 샛별이는 아직 작고 어렸지만 찬이를 쫓아다니는 것을 좋아했고 찬이는 샛별이 다리가 짧다고 계속 놀려줬으며 그게 재밌다고 샛별이는 키득키득 웃었다. 찬이가 오빠라고 부르라고 하면 샛별이는 오빠라고 불렀는데 너무 귀여웠다.방유정이 말했다.“저도 딸을 낳고 싶어요.”구애린이 말했다.“그게
송연아는 결혼했다. 그것도 듣도 보도 못한 신랑 없는 나 홀로 결혼 말이다.부모님의 취향대로 장식된 신혼 방은 이 어이없는 상황을 반복적으로 일깨워 주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제아무리 달갑지 않다고 해서 뭐 어쩌겠는가, 권력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게 그녀의 현실인 것을...송연아는 오로지 아버지 송태범의 욕심으로 인해 강씨 집안으로 시집오게 되었다. 강씨 집안의 운전기사로 일하던 할아버지는 우연한 사고로 회장 강의건의 목숨을 살리고 희생되었다.때마침 송태범의 회사가 어마어마한 부채를 끌어안고 파산을 직면하게 되었는데, 그는 돈을 빌리는 것으로 강씨 집안을 신세 갚게 하는 것이 아닌 송연아와 강의건의 손자 강세헌의 혼사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결혼은 돈과 인맥을 동시에 가져다줄 수 있는 좋은 거래이기 때문이다.강씨 집안에서는 갚아야 할 신세가 있어 결국 거절하지 못했다. 당사자인 강세헌은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불만을 표출했고, 송연아가 자신의 이름을 이용해 사모님 행세를 하지 말 것을 단호하게 경고했다.이 모든 일이 일어나는 과정에 송연아의 의견을 물어본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래도 그녀는 자신의 운명이 비참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애초에 그 정도로 나약한 사람도 아니었고 말이다.지루한 신혼 첫날밤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병원 동료에게서 문자 한 통이 왔다. 대신 당직을 서줄 수 있는지 묻는 문자였다.송연아는 빠르게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왔다. 순백의 드레스는 순백의 가운으로 바뀌었다. 그렇게 일에 집중하기 시작하려는 찰나, 예고 없이 벌컥 열린 문과 함께 당직실의 불이 전부 꺼져버렸다.송연아는 순간 소름이 돋아 떨리는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물었다.“누구세...?”송연아는 말을 채 끝나기도 전에 힘 있는 손에 눌려 책상 위로 넘어졌다. 책상 위에 있던 책들이 혼잡한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도 잠시, 곧 차가운 비수가 목에 닿았다.“조용히 있어.”먹구름에 가려진 어두운 달빛에 의해 남자의 피투성이가 된
병원장이 말했다.“이쪽이 어제 당직을 선 최지현 선생이에요.”임지훈은 성큼성큼 걸어가 최지현의 명패를 확인하더니 단호하게 말했다.“잠깐 같이 가주셔야겠습니다.”최지현은 넋이 나간 얼굴로 물었다.“어딜요...?”“아이고, 최 선생. 일단 빨리 따라와, 대표님이 기다리실라.”병원장은 최지현을 끌고 당직실에서 나왔다. 두 사람이 그녀를 데리고 간 곳은 다름 아닌 병원 원장실이었다.강세헌은 깔끔한 정장을 입고 원장실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의 창백한 안색은 자세히 관찰하지 않으면 그저 타고난 하얀 피부로 보였다. 병원 전체를 뒤덮은 소독수 냄새 덕분에 다행히 피비린내는 하나도 나지 않았다. 강세헌은 그렇게 차가운 아우라를 뿜어내며 소파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임지훈은 강세헌의 뒤로 가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병원의 CCTV는 어젯밤 범인들이 일부러 고장 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분은 어제 당직을 선 최지현 선생님입니다. 제가 직접 병원장님과 당직 기록을 확인했습니다.”강세헌은 머리를 들어 최지현을 바라봤다. 최지현은 몸을 흠칫 떨며 생각했다.‘이 사람은 천주그룹 대표잖아?!’“어젯밤 저를 도와준 사람이 당신이에요?”강세헌은 최지현을 훑어보며 물었다. 감히 그를 직시할 용기가 없었던 그녀는 시선을 피하며 답했다.“네... 맞아요.”어젯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모르겠지만, 강세헌과 아는 사이가 되면 많은 편리를 얻을 수 있었기에 그녀는 큰 고민 없이 머리를 끄덕였다.병원에서는 요즘 군병원으로 보낼 인턴을 선출하고 있었다. 인턴이라고 말하기는 하지만, 정작 가면 계속 남아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므로 경쟁력이 아주 높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권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군병원에 가는 것은 따 놓은 당상이었다.“원하는 게 있으면 말해요, 뭐든 다 들어줄 수 있으니까. 물론 결혼도 포함해서요.”최지현을 마주하니 어젯밤 일이 다시 떠올랐던지, 강세헌의 표정은 훨씬 부드러워졌다.“아... 그게...”갑작스레 찾아온 행운에 최지현은
전화를 건 사람은 송연아와 친하게 지내는 의대 선배 심재경이었다. 심재경은 그녀보다 두 학번 높았는데, 해외 연수를 다녀온 덕분에 꽤 높은 명성을 갖고 있었다. 두 사람은 대학 시절부터 좋은 관계를 유지해 지금껏 친구로 지내고 있었다.“그럼요. 무슨 일인데요?”“아주 중요한 환자가 갑자기 불러서 그러는데, 네가 대신 가줄 수 있을까? 내가 지금 도무지 시간을 낼 수 없어서 말이야.”송연아는 시계를 힐끗 봤다. 오늘은 외래 없이 오후 수술만 있었기 때문에, 오전에 잠깐 나갔다 오는 것은 충분히 가능했다.“네, 저 시간 돼요.”“주소는 로즈가든 A동 306호야. 가서 임지훈 씨를 만나러 왔다고 하면 돼, 그럼 경비가 문을 열어줄 거야.”“알겠어요.”“오늘 일은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 돼, 알겠지? 치료할 때도 최대한 말을 아끼는 게 좋을 거야.”“명심할게요.”전화를 끊은 송연아는 택시를 타고 로즈가든으로 향했다.로즈가든은 고급 주택구로 주민의 프라이버시가 완벽하게 보장되었다. 입구에 도착하자 역시 경비가 막아서서 방문목적을 물었다. 임지훈 씨를 만나러 왔다고 하니, 그는 짧은 통화로 확인을 하고 그녀를 들여보냈다.송연아는 306호 앞으로 와서 초인종을 눌렀다. 문을 열어주러 나온 임지훈은 심재경이 아닌 다른 사람이 온 것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누구...?”송연아는 심재경의 말을 통해 환자가 프라이버시를 중요시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녀도 자신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마스크를 꼈다.“심재경 선생님의 소개로 왔습니다.”임지훈은 송연아가 들고 있는 약품 상자를 바라보며 물었다.“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알고 있죠?”“그럼요. 심 선생님한테서 다 들었어요. 비밀 유지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임지훈은 심재경이 보낸 사람이면 실력은 보증할 거라고 생각하고 집안으로 들여보냈다. 그는 송연아를 데리고 2층에 있는 한 침실 안으로 들어섰다. 침실은 커튼이 굳게 닫혀 있는 데다가 불을 켜지 않아서 낮인데도 불구하고 밤처럼 어두컴컴했다.
송연아는 머리를 숙인 채로 약품 상자를 정리했다. 동시에 의사로서의 본분을 잊지 않고 당부를 남기기도 했다.“상처 부위에 당분간은 물이 닿으면 안 돼요. 소독은 하루에 한 번 하시고, 옷은 넓게 입으세요.”송연아는 또 약을 내려놓으며 이어서 말했다.“이건 먹는 약이고, 이건 바르는 약이에요.”“네.”강세헌은 머리도 돌리지 않고 짧게 답했다.송연아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밖으로 나섰다. 병원으로 돌아갔을 때는 이미 점심 11시가 되었다. 점심밥은 식당에서 대충 때우고 사무실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병원장의 호출을 받고 원장실에 먼저 가게 되었다.“군병원 인턴은 최지현 선생으로 결정됐어.”병원장은 약간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자 송연아는 귀를 의심하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그건 제가 가기로 한 거잖아요.”“송 선생도 알다시피 우리 병원의 대부분 시설이 다 천주그룹에서 기증한 거야. 천주그룹의 강세헌 대표가 최 선생을 잘 부탁한다고 말했는데, 나도 무언가 보여줘야 하지 않겠어?”강세헌의 이름을 들은 송연아는 몸을 흠칫 떨었다. 그녀는 얼마 전 강세헌의 법적 아내가 되었다. 비록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신문과 TV에서는 익히 본 적 있는 얼굴이다. 그런데 강세헌과 최지현은 도대체 무슨 사이란 말인가?송연아는 애써 마음속의 당황함을 참으며 차분하게 말했다.“그래요?”“너무 실망하지 마. 송 선생 실력 좋은 건 우리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니까.”병원장이 위로를 건넸다. 송연아는 젊은 의사 중에서 가장 실력이 좋았기 때문에, 그도 듣기 좋은 소리를 하는 것이 아닌 진심으로 하는 말이었다.송연아는 머리를 숙이며 답했다.“네, 알겠습니다.”강세헌은 다른 여자를 도와줄지언정, 갑자기 생긴 아내에게 관심이 없는 듯했다.“저는 수술이 있어서 이만 가보겠습니다.”송연아는 더 이상 만회할 수 없는 일이라고 판단하고 순순히 물러났다. 병원장도 한숨을 쉬며 그녀를 잡지 않았다.오후에 잡힌 수술 일정을 전부 끝낸 송연아는 기진맥진한 채로 의자에 앉아
심재경은 송연아를 만나러 오는 길에 우연히 강세헌의 차를 얻어 타게 되었다. 최지현이 다가온 것을 보고 그는 차 문을 열며 말했다.“난 먼저 갈게.”심재경이 떠난 후, 최지현은 그의 자리로 와서 앉았다. 강세헌이 사람을 잘못 봤다는 것을 눈치 챈 그녀는 속으로 약간 불안하기는 했지만 강세헌이 줄 수 있는 도움을 생각했을 때 도무지 그를 놓칠 수 없었다.병원장은 송연아의 능력을 오래전부터 인정해 왔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군병원의 인턴 기회를 그녀에게 넘겨준 건 당연히 강세헌 덕분일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최선을 다해 강세헌을 구워삶아 보기로 했다. 이렇게 좋은 기회를 그냥 날려 보낼 멍청이는 없을 것이다.“저 생각 정리 끝났어요.”최지현은 강세헌을 바라보며 말했다. 강세헌은 그녀가 이렇게 빨리 결정할 줄 모른 듯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답을 기다렸다.“저는 아무것도 필요 없어요.”강세헌이 결혼 얘기까지 꺼낸 걸 보면 어젯밤 큰일이 일어난 게 분명했다. 최지현이 가장 원하는 것이 결혼이기는 하지만, 그녀는 욕심쟁이로 보이지 않기 위해 약간의 밀당을 하기로 했다.“그저 대표님이랑 평범한 친구가 되고 싶어요.”강세헌은 입술을 깨물며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차분한 말투로 물었다.“확실해요?”최지현은 머리를 끄덕였다. 어젯밤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기에 아직은 소극적으로 움직여야 했다.“알겠어요. 지현 씨의 선택을 존중하죠.”...병원 안.송연아는 휴게실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그녀는 오늘따라 집으로 돌아가기 너무 싫었다. 왜냐하면 그곳은 강세헌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병원에서 시간을 때울 수밖에 없었다. 이참에 공부를 더 할 수 있어서 나름 좋기도 했다.똑똑.누군가가 노크하고 휴게실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다름 아닌 심재경이었다.심재경은 책을 읽고 있는 송연아를 바라보며 물었다.“여기 숨어서 뭐 해?”“안 숨었거든요.”손연아는 책을 덮어 책상 위에 내려놓고는 몸을 일으켰다.“선배는 휴게실에 무슨 일이에요
강세헌은 눈썹을 치켜들며 압도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뭐라고?”“됐어. 네 행복을 위해서라면 화를 참는 것쯤은 당연히 해줘야지.”강세헌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심재경을 바라보다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이만 가지.”임지훈이 차를 몰고 멀어져갔다.심재경은 송연아를 위해 무엇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그가 마침 휴게실로 돌아가 송연아를 찾으려고 할 때, 그녀가 병원 안에서 걸어 나왔다.“연아야.”“선배, 저 이제 돌아가려고요.”미소를 짓는 송연아의 모습에 심재경은 기분이 말이 아니었다.“네 어머니 심장 기증자 말이야, 내가 최선을 다해 찾아볼게.”어머니 얘기가 나오자 송연아는 몸이 흠칫 떨렸지만, 그래도 애써 차분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파르르 떨리는 목소리는 숨길 수 없었다.“정말요?”심장이식은 기증자를 찾기 어렵기로 유명했다. 어떤 환자는 사망할 때까지도 기증자를 찾지 못하기도 한다.“감사해요, 선배.”송연아는 감사의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 그래서 눈가가 점점 붉어졌다.“우리 사이에 감사는 무슨...”심재경은 약간 미안한 감이 들었다. 만약 강세헌이 없었더라면 그녀는 꿈과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내가 집까지 데려다줄게.”“아니에요.”송연아는 송씨 저택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었기에 어쩔 수 없이 거절했다. 심재경도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심재경과 헤어진 후, 송연아는 택시를 타고 별장으로 돌아왔다. 강세헌이 영원히 오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오은화는 처음보다 표정이 훨씬 풀린 송연아를 보고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으세요? 기분 좋아 보이네요.”“그냥 문득 아주머니랑 둘이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서요.”오은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때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럼 저는 뭐죠?”송연아는 신발을 갈아 신다가 말고 거실에 서 있는 남자를 바라봤다. 남자는 혐오 섞인 차가운 시선으로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