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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송연아는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큰 뱀 두 마리에 몸이 칭칭 감겨 숨 쉴 수 없는 상태였고 질식하기 직전 한 줄기의 빛이 보여 필사적으로 손을 뻗었다...

살았다는 안도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눈을 뜨자 웬 남자가 가운이 반쯤 벗겨진 채 앞에 서 있었고 기세등등한 모습은 금방이라도 그녀를 잡아먹을 듯 했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든 송연아는 소파 구석에 몸을 웅크렸고 놀라서 말을 잇지 못했다.

“지금 뭐 하는 짓이에요!”

막 잠에서 깬 그녀의 목소리는 허스키했고 약간의 떨림도 느껴졌다.

일부러 잡아당길 때는 언제고 놀란 척하는 그녀의 모습에 강세헌은 헛웃음이 나왔다.

“남자가 많이 고픈가봐요? 자는 척 연기까지 하고.”

송연아는 숨이 막혀왔으나 강력한 기세로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아니거든요!”

강세헌은 그녀의 말이 믿기지 않았다.

“정말요?”

그는 서서히 몸을 숙여 그녀에게 다가갔고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압박감은 금방이라도 그녀를 덮쳐버릴 것 같았다.

송연아는 본능적으로 두 손을 뻗어 막았다.

부드러운 손은 강세헌의 가슴에 닿았고 살이 맞닿는 느낌에 고개를 숙이자 그녀의 손이 눈에 들어왔다.

하얀 피부에 가늘고 굴곡이 선명한 손은 매우 예뻤다.

손바닥의 온도는 피부를 뚫고 혈액 속을 파고드는 것 같았다.

강세헌은 저도 모르게 흥분됐고 이 모든 게 송연아 때문이라며 그녀를 탓했다.

“남자 없이 못 사나봐요? 일부러 절 자극하는 거예요?”

송연아는 입술을 깨물었다.

“참 뻔뻔하네요!”

“뻔뻔하다고요? 당신이 먼저 절 만졌잖아요.”

꿈속 상황에 겁이 났던 그녀는 저도 모르게 팔을 뻗었고 마침 그 손이 가슴에 닿았다. 그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든 송연아는 그제서야 자신의 손이 그의 가슴에 있다는 걸 알아챘고 단단하고 뜨거운 느낌에 깜짝 놀라 손을 거뒀다.

손바닥에는 아직 그의 온기가 남아있었다.

그녀는 시선을 어디로 돌려야 할지 몰랐고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달콤하고 매혹적인 그녀의 향기는 사람을 유혹했고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충동을 일으켰다.

강세헌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이 세상 어떤 속세에도 흔들리지 않을법한 자제력과 냉정함으로 몸을 곧게 펴더니 천천히 가운을 묶었다.

“배고파요.”

송연아는 어리둥절해서 그의 말에 답하지 못했다.

강세헌을 그녀를 힐끗 쳐다봤고 아무 반응 없는 모습에 음식 챙겨주기 싫은 줄 알고 싸늘하게 말했다.

“아무리 싫어도 아직은 내 아내인데 시키는 대로 해야죠!”

비수처럼 날아든 그의 말에 상처받은 송연아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나 아무런 반박도 할 수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소파에서 내려와 주방으로 향했다.

저녁을 안 먹은 탓에 그녀도 배가 고팠고 마침 아주머니가 음식을 남겨두어 뚝딱 밥상을 차렸다.

“됐어요.”

송연아는 거실로 나가 강세헌을 불렀고 그는 식탁으로 다가오더니 음식을 힐끗 쳐다보고선 아무 표정 없이 자리에 앉았다. 만족스러운지 아닌지 도저히 알 수 없었으나 그녀는 그저 쥐 죽은 듯 존재감을 최소화했다.

다행히 강세헌이 시비를 걸지 않았지만 속이 메슥거렸던 송연아는 몇 입 먹지도 못한 채 자리를 피했다.

올라오는 헛구역질을 간신히 참으며 화장실로 향했고 들어가자마자 모든 걸 토해냈다.

순간 이번 달 생리를 안 했다는 게 생각난 그녀는 불안해져 급히 주기를 체크했다.

‘설마 임신은 아니겠지? 아닐 거야. 피임약 먹었잖아.’

송연아는 스스로 겁먹은 게 분명하다며 자신을 타일렀다.

식탁으로 돌아왔지만 불안한 마음에 입맛이 없어진 그녀는 간신히 국 한 숟가락 떠서 입에 넣었고 고개를 들자 자신을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는 강세헌을 발견했다.

그의 표정에 순간 긴장된 송연아는 자신이 실수한 건 없는지 재빨리 생각했다.

“음식이 입맛에 안 맞아요?”

겉으론 웃고 있었지만, 당장이라도 한 대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왜 시도 때도 없이 날 이렇게 난처하게 만드는 거지? 설마 죽을 때까지 괴롭히는 건 아니겠지?’

음식에 독이라도 타고 싶은 송연아였다.

강세헌은 브로콜리를 입에 넣더니 천천히 씹으며 맛을 음미했다.

송연아는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머리를 숙인 채 밥먹는 데 집중했고 순간 그릇 옆에 놓인 자신의 숟가락을 발견했다. 그럼, 손에 있는 건...

고개를 들어보니 강세헌한테 숟가락이 없었다.

쿵!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했다.

설마 손에 들린 건 강세헌 숟가락?

“송연아 씨, 설마 저 좋아해요?”

그는 기분이 좋은 듯 한껏 밝은 표정으로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왜 기분이 좋은지는 그 역시도 몰랐다.

“그게...”

송연아는 해명하려 했지만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 강세헌이 쓰던 숟가락이 맞았고, 그것도 입술이 닿았던 숟가락이었다...

간접 키스했다는 생각에 차라리 쥐구멍으로 숨고 싶었다!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키스하고 싶은 거면 빙빙 돌리지 말고 그냥 말해요.”

강세헌은 티슈를 들고 우아하게 입을 닦으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그녀를 힐끗 보고선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

“남자만 보면 덤벼들던데 저한테 아무 생각 없었다는 건 말도 안 되잖아요?”

“...”

송연아는 눈이 파르르 떨렸다.

‘자아도취가 너무 심하네! 세상 남자들이 다 죽어도 널 좋아하는 일은 없을 거야!’

“정말 실수니까 오해하지 마세요. 목숨 걸고 하느님한테 맹세하는데 절대 사심은 아니었습니다!”

송연아는 굳게 맹세하며 극구 부인했다.

독한 말을 내뱉으며 부인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참 강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세헌은 화내는 대신 웃으며 물었다.

“앞으로 다시는 의사 못한다면서요?”

그의 말에 손연아는 고개를 번쩍 들었고 분노를 숨기지 못했다!

화가 난 그녀의 모습에 강세헌은 기분이 좋아졌다.

“어떻게 하면 절 용서해 줄 건가요?”

어머니 치료비는 회장님이 지원하고 있지만 앞으로 먹고살려면 수입 있는 직장이 필요했고 더군다나 의사는 그녀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직업이었다.

기세등등하던 송연아가 풀이 죽자, 그는 기분이 좋아졌다.

“당신이 잘하면 내가 자비를 베풀지도?”

그는 가던 걸음을 멈췄고 그녀에게 기회를 주는 듯 입을 열었다.

“저녁에 블루브릿지에서 접대 자리가 하나 있는데 일자리 지키고 싶으면 그곳으로 찾아와요.”

쉽게 설득될 사람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답했다.

“알겠어요.”

강세헌은 위층으로 올라갔고 송연아는 남아서 식탁을 치운 뒤 거실에서 휴식을 취했다.

송연아는 해가 뜰 무렵에 잠들었고 점심이 되어서야 깨어났다. 밤새 씻지 못한 그녀는 강세헌이 없는 틈을 타 위층으로 올라갔고 샤워하려고 방문을 열어서야 발견했다...

Komen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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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LLA
속마음은 여자가 고픈거지 ㅋ ㅋ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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