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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강세헌은 어제 그녀의 방에서 잠을 잔 게 아니었다.

손댄 흔적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방안은 가지런했다.

송연아는 샤워를 한 뒤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병원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녀의 자리는 이미 다른 사람으로 대체되었고 그곳에 그녀가 설 위치는 없었다.

송연아는 실망한 채 몸을 돌렸고 병원에서 나온 뒤 한참 동안 생각에 빠진 그녀는 자신한테 더 이상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날 밤, 그녀는 블루브릿지에 도착했다.

입구에 서서 막 들어가려던 찰나 최지현을 발견했다.

왜 여기에 있는지 의문이 들었지만 강세헌과의 관계를 생각하면 이상한 건 아니었다.

송연아는 재빨리 안으로 들어가 그녀의 뒤를 따랐다.

최지현은 룸으로 들어갔고 상대는 강세헌이 아니라 대학 시절 최지현한테 구애했던 재벌 2세였다.

비록 돈은 많았지만 외모가 별로인 탓에 최지현은 줄곧 그를 거절했었다.

‘최지현이 왜 저 사람을 만나는 거지?’

호기심이 생긴 송연아는 둘이 어떤 사이인지 알아내고 싶었다.

그녀는 살금살금 다가가 열린 문틈 사이로 재벌 2세가 다정하게 최지현을 껴안고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 이상하게도 최지현은 거절하지 않았다.

송연아는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강세헌과 사귀는 사이 아니었나? 설마 바람피우는 건가? 강세헌이 발견하면 가만두지 않을 텐데.’

그때 안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주혁아, 우리 이제 헤어지자.”

그 말을 들은 주혁은 표정이 굳어졌다.

“왜 갑자기 헤어지자고 하는 거야? 너 설마 다른 남자 생겼어?”

최지현은 다급하게 설명했다.

“그런 거 아니야. 그냥 서로 잘 안 맞는 것 같아서.”

주혁은 어이가 없었다.

“내 돈은 펑펑 잘만 쓰더니만 갑자기 안 맞는 것 같다고?”

안 그래도 못생긴 얼굴은 더 옹졸해 보였고 주혁은 단호하게 말했다.

“난 절대 너랑 못 헤어져.”

최지현은 주혁의 얼굴을 볼 때마다 강세헌이 떠올랐다.

강세헌한테 들키기 전에 하루빨리 토 나올 정도로 못생긴 주혁과의 관계를 정리하고 싶었다!

최지현은 그가 이별에 쉽게 동의하지 않을 걸 이미 예상했다.

“그동안 내가 썼던 돈 전부 돌려줄게.”

돈 때문에 주혁과 사귄 건 사실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강세헌같은 사람과 엮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고 미리 알았더라면 주혁 같은 남자와 사귈 일은 절대 없었다.

“전부 돌려준다고?”

주혁은 그녀의 말에 헛웃음이 나왔다.

“그래, 그럼 100배로 돌려줘...”

평소 사치스럽고 허영심이 강했던 최지현은 모은 돈이라고는 한 푼도 없었고 그동안 주혁의 돈으로 명품을 사며 생활을 즐겼다.

이런 그녀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기에 주혁은 절대로 돈을 갚지 못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차라리 그냥 다 뺏어가!”

최지현은 분노했다.

“최지현, 잘 들어. 날 쉬운 상대로 생각했다면 그건 네 착각이야!”

그는 진심으로 최지현을 좋아했다. 말을 이어가던 주혁은 그녀를 강제로 소파에 눕혔고 최지현은 발버둥 쳤다.

“이거 놔!”

“어디서 순진한 척이야?”

“그만해. 이거 놓으란 말이야!”

강세헌과 잘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부터 주혁을 역겨워했다. 얼굴조차 보기 싫었고 스킨쉽은 더더욱 싫었다!

“난 너 없으면 안 돼!”

주혁은 강제로 그녀를 소파에 눕히고선 옷을 찢었고 최지현은 힘껏 그를 밀쳤다.

“이거 놔! 내 몸에 손대지 마!”

차마 그 장면을 지켜볼 수 없었던 송연아는 자리를 피하려다 ‘벽’에 부딪혔다. 안 그래도 조마조마하며 훔쳐보던 상황이었는데 갑자기 등 뒤에 사람이 나타나자 깜짝 놀라 소리 지를 뻔했다...

입을 열려던 그 찰나 누군가가 그녀의 입을 막았고 고개를 들어보니 강세헌이었다.

늘씬하고 훤칠한 몸은 조명에 반사되어 음침하고 섬뜩한 분위기를 내뿜었다.

송연아는 겁에 질려 침을 꿀꺽 삼켰다.

‘설마 다 들은 건가?’

입을 막은채 침을 삼키자 마치 그의 손바닥을 빨아들이는 것 같았고, 부드러운 입술이 그의 살결에 닿았다.

간질간질 느껴지는 부드럽고 따듯한 숨결에 모든 신경이 손바닥에 집중되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강세헌의 마음을 저격했고 그는 애써 침착한 척하며 눈빛으로 경고했다.

“...”

뜬금없이 자신을 노려보는 강세헌의 모습에 그녀는 할 말을 잃었다.

안에서 두 사람이 다투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 그런데 강세헌은 자리를 피할 생각이 없었고 그저 입을 막은 채 듣고만 있었다.

‘화가 나서 정신을 못 차리는 건가? 왜 가만히 있는 거지? 최지현이 잘못되는 게 걱정되지도 않나?’

잔뜩 긴장한 송연아는 몸이 굳은 채 움직일 엄두조차 못 냈다.

“헤어지고 싶다고? 꿈도 꾸지 마. 내 돈 다 갚는다고 해도 절대 안 돼!”

이렇게까지 하면서 잡고 싶은 걸 보니 진심으로 최지현을 많이 좋아하는 것 같다.

“난 너 안 좋아해.”

최지현은 다급해졌다.

“하도 매달리니까 불쌍해서 만나줬는데 사리 분별이 안 돼?”

그 말은 주혁의 마지막 인내심을 건드려버렸다.

“최지연, 넌 내가 만만해?”

“주혁아... 이거 놔... 제발 놓으라고...”

계속 소리가 들려왔으나...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자세하게 알지는 못했다.

강세헌은 표정이 굳은 채 송연아를 끌고 밖으로 나와 다른 룸으로 들어갔다.

“왜 그곳에 있었어요...”

송연아가 물었지만, 그는 묵묵부답이었다.

강세헌은 조금 늦게 도착했고 지나가다 그녀가 뭔가를 훔쳐보고 있는 모습에 다가갔었다...

그의 몸에서는 싸늘함이 뿜어져 나왔다.

그날 밤의 아름다운 추억은 산산조각났고 이제는 그 일이 역겨웠다.

최지현한테 남자가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고 그가 원했던 여자는 분명히 처녀였다!

그런 풋풋함마저 연기할 수 없다는 생각에 최지현이 아니라는 의심이 들었다.

“대표님...”

“닥쳐!”

송연아가 입을 열자, 강세헌은 그녀의 말을 잘랐고 핸드폰을 꺼내 임지훈한테 전화 걸었다.

“당장 병원 가서 확인해 봐. 그날 밤 도대체 누구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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