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ZER LOGIN그래서 이제는 나도 알 수 없었다.그때 그가 물었더라면 정말 붙잡혔을지.아니면 이미 너무 늦었다고 말했을지.분명한 건 하나뿐이었다.그는 묻지 않았고, 나는 끝내 대답할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도진은 말문이 막혔는지 눈을 내리깐 채 입을 열지 않았다.그래, 내가 원한 건 변명이나 해명이 아니었다.누가 옳고 그른지를 따지는 것도 아니었다.가장 가까운 사람이 끝내 내 마음을 들여다보지 않았다는 것.그것이 견디기 힘든 상처가 되었다는 걸, 이제 선명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그때 호텔 직원이 다가왔다.“대표님.”“네.”“
이렇게 직접적으로 물어올 줄은 몰랐는데.그러나 형으로서, 그리고 회사 임원으로서 묻지 않을 수 없었겠지.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쉽사리 말이 나오지 않았다.잠시 침묵이 흘렀다.센강 위를 지나가는 유람선이 잔잔한 물결을 남기고 멀어졌다.“그건...”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채근하지 않고 답을 기다리는 그에게 나는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아니라곤 할 수 없어요.”그래, 아니라고는 할 수 없지.하지만 정말 그 이유만이냐고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다.“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어요.”내 시선은 여전히 강 위를 향해 있었다.
식사가 끝날 무렵이었다.준우가 의자에서 몸을 비틀더니 나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채은 이모.”“응?”“근데 삼촌은 어딨어?”순간, 테이블 위 공기가 아주 잠깐 느려졌다.커피잔을 감싼 손가락이 그대로 굳었다.어떤 의도가 있어서 한 질문은 아니었다.아이에게는 그저 당연한 궁금증이었다.공식 행사든 가족모임이든 아이를 만날 때면 항상 같이 있었던 삼촌.오늘도 당연히 함께 있을 거라 생각했을 것이다.나는 그를 통해 가족이라는 관계로 연결된 것이니까.당황한 기색이 표정으로 드러났을까.노수정이 얼른 웃으며 말을 돌렸다.
“헤이즐넛 버터로 익힌 샤롤레 안심과 송로버섯 페리고르 소스입니다.” 웨이터가 메인 메뉴를 내려놓으며 음식에 대한 짧은 설명을 곁들였다. 채은은 살풋 시선을 돌려 차도진과 노수정을 살폈다. 다행히 입맛에 맞는지 표정이 좋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자연스럽게 옛이야기가 나왔다. “기억납니까?” 도진이 웃으며 물었다. “경영자 과정 마지막 발표.” 채은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졌다. “브랜드 가치랑 재무 구조 때문에 싸웠던 거요?” “싸운 게 아니라 토론이었죠.” “차 전무님 기준에서는 그렇겠죠.” “내 기준?” “차
초여름의 햇살이 센강 위로 부드럽게 내려앉고 있었다.그랑 팔레 인 파리스 호텔 로비는 언제나처럼 분주했다.체크인을 마친 투숙객들이 캐리어를 끌고 지나가고, 컨시어지 직원들은 유창한 프랑스어와 영어를 오가며 손님을 응대했다.채은은 로비를 가로질러 엘리베이터로 향하다가 걸음을 멈췄다.프런트 직원이 다급하게 다가왔다.“대표님.”프런트 직원의 목소리에 채은이 걸음을 멈췄다.직원은 평소보다 조심스러운 표정이었다.“VIP 고객께서 대표님을 잠시 뵙고 싶다고 하십니다.”채은은 잠시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한국도 아니고 프랑스까지
객실 문을 열자 불이 환하게 켜졌다.밝은 실내는 무척이나 고요했다.구두를 벗으려던 시선이 휴대폰으로 향했다.조금 전 도착한 메시지.차승구 회장.예상하지 못했던 건 아니지만, 예상보다 빨랐다.나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내 메시지를 열었다.짧은 한 줄이었다.나는 한동안 화면만 내려다보다가 휴대폰을 뒤집어 놓았다.답장은 보내지 않았다.지금은 누구와도 결혼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재킷을 벗어 옷장에 걸어두고 천천히 창가로 걸어갔다.파리의 야경이 유리창 너머로 끝없이 펼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