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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속에 비친 초라한 나

مؤلف: 안나
last update تاريخ النشر: 2026-06-30 20:48:37

의문의 남자가 태워다 준 덕분에 혜진과 민지는 무사히 예약해 둔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숙소는 치안이 좋은 편에 속하는 한인 타운 인근의 작은 콘도미니엄이었지만, 한국에서 살던 대형 아파트에 비하면 턱없이 좁고 허름했다. 남자는 혜진의 짐을 로비에 내려다 주고는,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는 혜진을 뒤로한 채 미련 없이 차를 돌려 떠나버렸다.

​방으로 들어와 민지를 씻기고 간신히 침대에 눕혔다. 낯선 환경 탓에 긴장했던 아이는 이내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조용해진 방 안, 혜진은 욕실로 들어가 거울 앞에 섰다.

​불을 켜자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너무나 선명하게 드러났다. 아까 택시 기사와 실랑이를 벌이느라 찢어진 정장 상의, 헝클어진 머리, 그리고 긁힌 뺨 위에 맺힌 핏자국. 하지만 그보다 더 혜진을 비참하게 만든 것은 그동안 남편 사업 뒷바라지와 육아라는 핑계로 철저히 방치해 온 자기 자신의 ‘몸’이었다.

​스트레스로 인해 부어오른 살집, 관리를 전혀 하지 않아 푸석푸석하고 기미가 가득한 피부, 목 늘어난 티셔츠 위로 겹쳐진 뱃살.

전남편 강태성이 이혼 서류를 던지며 했던 잔인한 폭언들이 환청처럼 귀를 때렸다.

​‘살은 뒤동뒤동 쪄가지고 아줌마 냄새 풀풀 풍기는 여자… 너 지금 네 꼴이 어떤지 알아?’

그리고 남편의 무릎 위에 앉아 자신을 벌레 보듯 비웃던 김세은의 젊고 탄력 있는 몸매가 떠올랐다.

​“내가… 왜 이렇게 됐지?”

혜진은 거울을 만지며 눈물을 흘렸다. 남편을 위해 아침마다 보양식을 차리고, 남편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정작 자신은 몇 년 전 옷을 입으면서도 아까워하지 않았다. 그 결과가 이 비참한 도망자 신세였다. 남을 위해 살았던 10년의 끝은 철저한 자기상실이었다.

​혜진은 세면대에 찬물을 가득 받아 얼굴을 파묻었다. 차가운 물이 피부에 닿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눈물을 닦아낸 혜진의 눈빛이 무섭게 돌변했다.

​“강태성, 김세은. 너희들이 원한 게 이거지? 내가 낯선 땅에서 무능하고 초라한 아줌마로 평생 비참하게 썩어가는 거.”

혜진은 욕실 바닥에 유행 지난 옷들을 전부 벗어던졌다.

​“절대 그렇게 안 살아. 나를 버린 너희들 가슴에 대못을 박아주겠어. 다시는 그 누구도 나를 무시하지 못하게 만들 거야.”

그날 밤, 혜진은 필리핀에서의 첫 다짐을 굳혔다. 복수의 시작은 전남편을 찾아가 소리를 지르는 것이 아니었다. 철저하게 무너진 나 자신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당당한 존재로 다시 세우는 것, 그것이 진정한 복수의 첫걸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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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신당한 내가 재벌의 아내가 되었다   51화. 세상이 다시 그녀를 바라보다

    결혼 소식이 공식 발표되자 가장 먼저 들썩인 곳은 마닐라가 아니었다.한국이었다.필리핀 금융그룹의 후계자이자 라온 그룹의 대표인 윤혜진이 결혼한다는 소식은 순식간에 경제지와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장식했다.한때 그녀를 '남편에게 버림받은 여자'라며 함부로 이야기하던 사람들은 이제 그녀의 이름 앞에 붙은 '글로벌 CEO'와 '필리핀 대표 재벌가의 예비 안주인'이라는 수식어를 믿지 못한 채 기사만 새로고침하고 있었다.어떤 이는 축하를 보냈고,어떤 이는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으며,여전히 악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사람도 있었다.하지만 혜진은 더 이상 그런 말들에 흔들리지 않았다.그녀는 이제 자신의 행복을 다른 사람의 평가로 증명해야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며칠 뒤.세계적인 라이프스타일 매거진과의 화보 촬영이 진행되었다.혜진은 깊은 레드 컬러의 수트를 입고 카메라 앞에 섰다.왼손 약지에는 에이든이 끼워 준 블루 다이아몬드 웨딩링이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대표님, 시선을 조금만 이쪽으로 부탁드립니다."카메라 셔터가 연이어 터졌다.촬영이 끝난 뒤 인터뷰가 이어졌다.기자가 조심스럽게 질문했다."힘들었던 시간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혜진은 잠시 생각한 뒤 미소를 지었다."그 시간을 후회하지 않습니다."기자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혜진은 차분히 말을 이었다."그 시간을 견뎌냈기에 지금의 제가 있으니까요.""그리고 이제는 과거를 증명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행복을 위해 살아가려고 합니다."

  • 배신당한 내가 재벌의 아내가 되었다   50화. 별빛 아래의 두 번째 약속

    리조트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에이든은 해변의 가장 외딴 곳에 혜진만을 위한 특별한 저녁 식사 자리를 준비해 두었다.백사장 위에는 수백 개의 작은 촛불이 은은한 길을 만들고 있었고, 잔잔한 파도 소리가 고요한 음악처럼 밤공기 속에 퍼졌다.혜진은 에이든이 준비해 둔 화이트 실크 드레스를 입고 촛불 사이를 천천히 걸어왔다.바닷바람에 부드럽게 흔들리는 드레스 자락과 달빛을 머금은 그녀의 모습은 눈부시게 아름다웠다.검은 수트를 입고 기다리던 에이든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녀만 바라보았다.“왜 그렇게 봐요?”혜진이 수줍게 묻자 에이든은 그녀의 손을 잡아 입을 맞추었다.“매일 보고 있는데도, 볼 때마다 처음 만난 사람처럼 설렙니다.”혜진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요즘은 정말 말을 너무 예쁘게 해요.”“당신이 제게 예쁜 말만 하고 싶게 만드니까요.”에이든은 그녀를 자리로 안내했다.두 사람은 촛불과 별빛 아래에서 천천히 저녁 식사를 나누었다.민지는 하루 종일 바다에서 놀다 먼저 잠이 들었고, 오랜만에 두 사람만의 조용한 시간이 찾아왔다.“휴가가 끝나는 게 아쉬워요.”혜진이 바다를 바라보며 말했다.“그럼 다시 오면 됩니다.”“그때도 이렇게 전부 준비할 거예요?”“당신이 좋아한다면 매번 더 잘 준비하겠습니다.”혜진은 웃으며 그의 손등 위에 자신의 손을 포갰다.“이 정도면 충분해요. 당신이 옆에 있잖아요.”그 말에 에이든의 눈빛이 깊어졌다.식사가 끝날 무렵, 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혜진 씨.”에이든은 그녀의 손을 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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