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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Author: 달빛
권아는 입술을 꽉 물었다.

‘무슨 집? 강승오가 이하니한테 집을 줬다고?’

“그리고 우리 혼전 계약서, 빨리 정리해서 줘. 나한테 지분 준다던 거, 잊은 건 아니겠지?”

권아는 그 순간, 완전히 무너졌다.

‘그건 내 아이의 권리야. 이하니 따위가 감히 손댈 수 없어.’

권아는 더는 못 참겠다는 듯, 씩씩거리며 갤러리를 나섰다.

하니는 그런 권아의 뒷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다,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이런 반응은 예상 못 했겠지? 강승오, 오늘 밤은 잠 좀 설칠 테지.’

권아는 임신 후 점점 더 제멋대로 변해갔다. 예전엔 승오에게 한없이 다정하고 순한 척했지만, 여자라는 건, 결국 욕심이 생기기 마련이다.

승오의 ‘아내' 자리는 하나뿐이고, 지금 그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은 하니였다.

특히나 승오가 하니에게 집과 지분을 넘겼다는 사실을 들은 후, 권아는 분노를 참지 못했다.

퇴근 후 겨우 집에 돌아온 승오.

기진맥진한 얼굴로 권아에게 다가가려던 순간, 권아는 눈가를 붉히며 쏘아붙였다.

“오빠 마음엔 이하니밖에 없어. 난 늘 뒷전이야.”

“이하니한텐 집도 주고 돈도 주면서, 결혼도 걔랑 하겠다는 거잖아. 오빠는... 나랑 우리 애 생각이나 해봤어?”

순간, 승오의 눈빛이 싸늘하게 식었다.

그러다 다시 미소를 가장하며 권아를 토닥였다.

“자기야, 내 진심 알잖아. 결혼은... 하니가 6년을 나랑 버텨줬으니까 책임을 지려는 것뿐이야.”

“근데 내가 진짜 사랑하는 사람은 너야. 조금만 더 참아줘. 내일 당장 블루스카이 집 네 명의로 바꿔줄게.”

권아는 입술을 삐죽였다.

더 몰아붙이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저 작게 말하며 재촉했다.

“꼭 해줘야 해.”

...

하니는 승오가 다시 돌아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남자의 눈 밑엔 다크서클이 짙게 내려앉았고, 몸엔 술 냄새가 진동했다.

얼마나 피곤했던 건지, 오늘은 연기할 힘조차 없는 듯했다.

그는 향수 냄새도 진하게 풍겼다.

거실 소파에 그대로 쓰러지듯 누운 승오.

하니는 말없이 그에게 물 한 잔을 건넸다.

그러자, 갑자기 승오가 일어나 하니를 품에 안았다.

“여보... 오늘 여보가 너무 보고 싶었어. 다들 나한테 얼마나 술을 권하던지... 왜 와서 안 도와줬어...”

하니는 아무 움직임도 없었다.

‘이젠... 아무 말도 마음에 닿지 않아.’

‘이렇게 더럽혀진 사랑, 난 다시는 원하지 않아.’

“물이나 마시고, 푹 자.”

차가운 말투.

하니조차 놀랄 만큼 건조한 대답이 나왔다.

‘혹시 이 사람, 내가 변했다는 걸 눈치챘을까?’

하지만 예상 외로, 승오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여보, 블루스카이 집 말인데... 친구 하나가 해외에서 들어왔는데 당장 머물 곳이 없대... 그 집, 잠깐만 빌려줘도 될까?”

“그래.”

하니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친구? 결혼용으로 마련한 신혼집에 친구를 들인다고?’

‘강씨 가문에 집이 그렇게 많은데, 하필 그 집을?’

하니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이젠 말해봤자 다 의미 없으니까.

승오는 금방 하니에게 바짝 다가와 입술에 키스하려 했다.

하지만 하니는 고개를 살짝 돌려 피했다.

“방금 뭐 먹어서... 입 안에서 냄새날지도 몰라.”

순간, 승오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멈칫했고, 눈썹을 찡그린 채 물었다.

“여보, 혹시 화났어? 마음에 안들면... 블루스카이 집은 안 줘도 돼.”

“됐어.”

하니는 고개를 숙이며 조용히 말했다.

“여보가 원하는 거라면, 난 언제나 거절 안 하잖아.”

그 말에 승오는 잠시 묘한 감정이 일렁였다.

하니는 늘 그렇게 자신에게 져주는 사람이었으니까.

그때, 승오의 주머니에서 진동 소리가 울렸다.

스마트폰 화면이 깜빡이자, 그는 본능적으로 하니의 눈치를 봤다.

하지만 하니는 이미 조용히 방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늦은 밤에 울리는 전화에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하... 다행이다.’

승오는 안도한 듯 숨을 내쉬고, 베란다로 나가 전화를 받았다.

“권아야, 내일 더 좋은 집으로 바꿔줄게.”

승오의 말은 명확했다.

블루스카이의 집은 더 이상 권아에게 줄 생각이 없다는 뜻.

권아의 목소리가 한순간 떨렸다.

[오빠... 그 여자가 싫다고 해? 괜찮아. 나 안 받아도 돼...]

울먹이는 소리에 승오는 다소 미안해졌는지, 말투가 부드러워졌다.

달래는 말 몇 마디를 덧붙이다가, 전화를 끊으려던 순간.

[우리 아기가... 아빠 보고 싶대. 오늘 밤, 오빠 기다릴게.]

그 한마디에, 승오의 가슴에 따뜻한 감정이 번졌다.

‘내가 필요하다고?’

그가 바로 겉옷을 집어 들고 나가려고 할 때, 테이블 위의 따뜻한 물 한 컵이 눈에 들어왔다.

문득 발걸음을 멈췄다.

거실 한가운데, 하니가 조용히 선 채, 말없이 승오를 바라보고 있었다.

“여보, 갑자기 회사에서 급한 일이 생겼어. 잠깐만 다녀올게.”

하니의 시선을 피하듯, 승오는 컵을 들고 물을 다 마신 뒤, 말없이 현관문을 나섰다.

문이 닫히고, 하니는 조용히 그 컵을 들었다.

그리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대로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

‘강승오가 입 댄 거라니... 더럽고 불쾌해.’

...

하니가 그린 그림이 권아의 집에 걸렸다.

가장 잘 보이는 벽, 마치 전리품처럼 걸린 모습이었다.

얼마 후, 승오가 그 집에 들어섰다.

눈길이 그 그림에 닿았을 때, 승오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권아는 자랑스럽다는 듯 승오의 옆에 기대앉았다.

승오가 눈길을 피하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오빠, 왜 그래?”

잠시 후, 승오는 권아의 손을 슬쩍 빼더니 무심하게 그녀를 무릎 위에 앉히고 나서 물었다.

“이 그림 어디서 났어?”

권아는 웃으며 대답했다.

“갤러리에서 샀어. 사랑을 기념하려고... 뜻이 참 좋다고 해서 바로 샀지.”

그녀는 승오의 손에 기대어 살며시 속삭였다.

“우리 사랑을 기억하려고.”

“...”

밤이 깊었지만, 승오는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고, 머릿속엔 그 그림이 떠나지 않았다.

승오는 조심히 일어나 핸드폰을 켜서 시간을 확인했다. 결혼식 날짜가 다가온 것을 보고 잠시 안도했다.

‘괜찮아, 이제 모든 게 완벽히 계획대로 될 테니까.’

승오는 문득 권아의 얼굴에 다가갔고, 정중히 입을 맞추고는 슬쩍 방을 나섰다.

...

B시에는 비가 내렸다.

하니는 창가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자신이 그리고 싶은 걸... 아무리 노력해도 그려낼 수 없었다.

‘6년 동안 그렸던 그 감정들을...’

‘이제는 다른 무엇으로 그려야 한다니... 너무 어려워.’

그 순간, 문이 열리는 소리에 하니는 얼어붙었다.

‘강승오가... 이렇게 돌아오다니?’

몸이 저절로 움찔했다.

문틈 사이로 승오가 나타났다.

남자의 목소리는 낮고 허스키했다.

“여보.”

반응할 틈도 없이 승오는 하니를 거칠게 끌어안고, 반복해서 물었다.

“여보, 우리... 꼭 결혼할 거지?”

하니는 조롱하듯 웃음을 흘렸다.

이런 순간에도 승오는 거짓으로 포장하려 했다.

‘내가 인제 와서 아픈 말 몇 마디에 눈물 흘리겠니?’

“그럼. 우린 정말 결혼할 거야. 난 절대... 거짓말 안 하는 사람이잖아.”

하니는 남을 속이는 걸 잘 못했다.

그럼에도 지금 승오와의 관계 안에서는 거짓말이 필요했다.

“자기야, 오늘 좀...”

승오의 눈에는 불꽃이 맺혀 있었다.

두 손은 하니의 허리를 단단히 감싸고 있었다.

하니는 승오의 마음이 이해되지 않았다.

‘조금 전까지는 백권아의 방이었을 거 아니야...’

‘그런데 또 이렇게 달콤한 말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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