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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화

작가: 보라돌이
무진은 당황했다.

그들의 병기가 독이 묻어 있다니? 왜 그는 몰랐을까?

하지만 백진아의 말에 자객은 상처가 날까 봐 두려워했다. 그 한순간의 주저가 그들의 우위를 깎아 먹었다.

곧 시위가 주도권을 쥐었고, 상대는 잇따라 쓰러졌다. 승세가 기울어졌다.

“그만!”

갑자기 작은 안뜰 쪽 문안에서 날카로운 외침이 울렸다. 안뜰 문이 열리자 한 자객이 여자를 끌고 나왔다.

“그만, 안 그러면 이 여자를 죽이겠다!”

여자? 백진아는 곧장 숨겨둔 첩이 있다는 장면을 상상했다.

연천능이 손을 들자, 시위들은 공격을 멈추고 모두 그의 앞에 서서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그는 냉정하게 말했다.

“그녀를 놓아주거라. 그럼, 목숨을 살려주겠다.”

백진아가 연천능의 뒤에서 얼굴을 내밀어 보니,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한 할머니였다.

할머니는 놀란 듯 ‘어버버’ 소리를 냈다. 벙어린 듯한 할머니는 두 손이 모두 잘려져 있었다.

백진아는 입막음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이 노파는 분명 대단한 사실을 알고 있고, 그래서 말 못 하게 손도 잘리고 글도 못 쓰게 되었을 것이다.

상대는 연천능의 위협을 두려워하지 않고 냉정히 말했다.

“우리가 어리석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백진아를 남기고, 다들 물러가거라. 그렇지 않으면 이 노파를 죽이겠다!”

백진아는 움찔했다. 그녀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녀는 주먹을 꽉 쥐었다. 이 노파가 중요한 존재라는 건 분명하다. 연천능은 어떻게 선택할까?

연천능은 차갑게 말했다.

“백진아는 나의 왕비다. 왕비를 내놓으란 것이냐?”

자객은 비웃으며 말했다.

“왕비는 의술을 알고 있지. 그래서 이 노파를 치료하려고 데리고 온 것 아니냐? 난 왕비에게 관심 없다. 백진아를 남기거라. 노파가 말할 수 있게 치료하면, 바로 돌려보내마!”

백진아는 연천능의 곧게 선 등 뒤를 보며, 예전에 납치되었던 일을 떠올렸다. 그래도 그녀는 능왕비가 아니던가? 체면 때문에라도 쉽게 그녀를 내어주지 않을 것이다.

백진아는 못내 마음이 놓였다. 그리고 연천능 뒤에서 머리를 내밀며 당당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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