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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화

Penulis: 임서아
허아연이 말하며 재빨리 주현우에게 길을 내주고 의자를 빼주었다.

"앉아요."

주현우를 대할 때 허아연은 전서진을 비롯한 다른 누구보다 예의 바르고 확실히 거리감이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전서진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이 주현우를 약간 동정어린 눈빛으로 바라봤다.

어쨌든 주현우는 허아연의 남편이었다.

주현우는 그저 전서진만 차갑게 쏘아봤다. 아까 허아연을 안으려 한 것에 앙심 품은 것 같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웨이터가 요리를 내오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허아연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고 허아연이 웃는 얼굴로 일일이 화답했다.

오늘 밤 허아연은 술을 꽤 많이 마셨다.

그래서 모임이 마무리될 때쯤엔 두 다리에 힘이 풀려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

계속 억지로 버티긴 했지만 결국은 술이 약한 체질이었다.

호텔 문 앞에서 허아연이 애써 눈을 뜨고 똑바로 걸어가려 했다.

주민경은 허아연을 주현우 품에 냉큼 밀어 넣고 허아연의 두 손으로 주현우 허리를 감싸게 하며 말했다.

"이런 때 우리 오빠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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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201화

    허아연은 유건희가 건넨 메모지를 받아들며 말했다."네, 대표님. 이따 민규 선배랑 한번 상의해 볼게요."그렇게 유건희는 몇 가지 사항을 더 전달했고 허아연은 바로 아래층으로 한민규를 찾으러 내려갔다. 함께 팔로업 명단을 상의하던 한민규는 주현우, 권승준, 그리고 일흔 살의 할머니인 나문희를 허아연에게 맡기고 본인은 나머지 사용자 세 명을 맡았다. 나머지 두 명은 팀 내 다른 담당자에게 배정했다.담당 사용자 자료를 들고 사무실로 돌아온 허아연은 먼저 나문희에게 연락했다. 제품은 어제 이미 받았고 손자가 어젯밤 내내 도와서 설명했지만 아침에 일어나보니 몇 가지 기능은 결국 헷갈린다고 했다. 연세가 있는 분이기도 하고 가정용 로봇이 워낙 생소한 기술이다 보니 허아연은 오후에 시간을 내어 직접 찾아뵙고 사용법을 설명하기로 했다.나문희는 연신 좋다며 허아연이 참 다정하다고 칭찬을 쏟아냈다. 책상 앞에서 웃으며 전화를 끊은 허아연은 곧바로 AI로 어르신들도 쉽게 볼 수 있는 제품 사용 설명서를 만들었다.작업을 마친 뒤에는 권승준에게 전화를 걸었다.잠시 후 통화가 연결되며 권승준의 목소리가 들렸다."여보세요."허아연은 서둘러 자기소개를 했다."권 비서실장님, 안녕하세요. 저는 스타라이트 테크의 허아연이라고 합니다."전화 너머에서 허아연의 소개를 들은 권승준의 말투가 한결 부드러워졌다."허 선생님."허아연은 정중하게 대답했다."비서실장님, 스타라이트 홈 로봇 체험 사용과 관련해서 얘기 좀 나누려고 연락드렸어요. 사용하시는 중에 궁금한 점이 생기거나 제품에 건의 사항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지금 연락드린 번호가 제 번호예요."허아연은 차분하고 부드럽게 연락한 용건을 전달했다.전화기 너머 권승준의 목소리가 더 부드러워졌다."허 선생님, 스타라이트 테크에서 보내주신 체험 제품은 아직 사용해 보지 못했어요. 사용해 보고 나서 궁금한 점이나 좋은 건의 사항이 있으면 그때 연락드릴게요. 괜찮겠어요?""그럼요, 비서실장님. 실례했습니다.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200화

    주건영이 말했다."이혼 생각이 없었다고? 그러면 왜 잘살아 보지 않고 오지은이랑 그렇게 붙어먹어?"주건영의 말에 주현우는 길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지금 잘 달래고 있어요."어릴 때부터 주현우가 고개를 숙이는 일은 거의 없었다. 오늘따라 풀이 죽은 듯한 주현우의 모습에 주건영도 더 이상 잔소리하지 않고 그저 명령하듯 말했다."그럼 빨리 달래서 앞으로는 똑바로 잘 살아."말을 마친 주건영이 한마디 덧붙였다."단 아연이가 정말 싫다고 하면 억지로 잡지는 마. 괜히 그 애 힘들게 하지 말고.""삼 년 동안 네가 아연이한테 잘못한 거니까 나중에 줘야 할 건 한 푼도 빠짐없이 줘. 혹시라도 얄팍한 수 쓰면 내가 가만 안 둘 거야."주건영이 덧붙이는 말을 들은 주현우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알아요."이제는 주현우와 허아연과의 관계를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허아연의 사직서에는 주현우의 아버지가 사인했고 이제는 할아버지까지 이혼을 권하고 있었다.바지 주머니를 더듬어 담배와 라이터를 꺼내려던 주현우는 병원이라는 게 생각나 다시 집어넣었다.어쩌면 처음부터 주현우의 방법이 잘못됐던 걸지도 몰랐다.……그 시각, 병원을 나온 주민경은 곧장 차를 몰아 허아연을 새집으로 데려갔다.주민경이 주문한 홈시어터가 오늘 도착하는 날이었다. 점점 살림살이가 갖춰져 가는 집을 보니 허아연은 마음이 뭉클해졌다. 혼자만의 생활이 벌써부터 기대가 되었다.주민경이 허아연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허 대표, 어때? 괜찮지?"허아연이 웃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주 대표 안목이 최고지.""당연하지, 내가 너랑 같은 줄 알아?"허아연이 허리를 씰룩여 주민경과 엉덩이를 살짝 부딪치며 말했다."지금 나 비꼬는 거야?"말이 끝나자마자 초인종이 울렸다. 주문한 배달 음식이 도착한 것이었다.이번에도 에어컨을 쐬며 바닥에 앉아 밥을 먹었다. 다만 이번엔 볼 수 있는 TV가 생겼다.밥을 먹던 주민경이 가구는 수요일에 들어오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199화

    그때 허아연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주현우를 슬쩍 보고는 부드럽게 말했다."엘리베이터 왔어요."그제야 정신을 차린 주현우는 허공에 뻗어 있던 오른손을 가볍게 움켜쥐고 바지 주머니에 집어넣었다.두 사람이 차례로 엘리베이터에 올라타자 허아연이 주현우에게 물었다."할아버지 몇 층이에요?""23층."허아연은 군말 없이 23층 버튼을 눌렀다. 주현우의 기분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요즘은 그럴 의지도 없었다.잠시 후 엘리베이터가 23층에 멈췄다. 두 사람이 주건영 병실 문을 두드리자 안에 주민경도 와 있었다.허아연이 온 걸 본 주민경이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며 인사했다. "아연아, 왔어?""민경아."주민경에게 인사를 건넨 허아연은 병상 쪽으로 다가가 주건영의 손을 살며시 잡고 몸을 숙이며 다정하게 물었다."할아버지, 좀 어떠세요?""별거 아닌데 의사가 심하게 말한 거야."옆에서 주민경이 고자질을 했다."술 마시면 안 된다는데 몰래 마시더니, 잘됐죠? 병원까지 오고 말이에요.""사람이 먹고 마시기 위해 평생 사는 거 아니겠어?"허아연이 피식 웃으며 뒤에 있던 의자를 당겨 옆에 앉았다. 주건영의 손은 여전히 꼭 잡고 있었다. 주건영이 계속 손을 놓지 않고 꼭 잡은 채 이야기를 이어갔기 때문이다.처음엔 주건영의 몸 상태 얘기를 했다. 그러다 자연스레 허아연 할아버지와 함께 전쟁터를 누볐던 옛 시절 이야기로 넘어갔다. 허아연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진지하게 귀를 기울였다.이미 여러 번 들은 이야기였지만 말이다. 옆에 있던 주민경이 할아버지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써드리겠다고 하자 주건영은 그제야 허아연의 손을 놓으며 손사래를 쳤다. "당연히 할 일을 한 것뿐인데 무슨 책을 써."사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책도, 영화도 이미 나와 있었다.주현우는 소파에 반쯤 기대어 손에 든 책을 무심히 넘기며 이따금씩 세 사람 쪽으로 시선을 향했다. 허아연이 아무 걱정 없이 웃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그 모습을 본 주현우는 한참이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198화

    허아연의 주 대표님이라는 호칭에 주현우가 바로 고개를 들었다.하지만…… 지금 주현우는 오지은과 함께 있었고 허아연이 주 대표라고 부르는 것 외에는 딱히 다른 호칭도 없었다.허아연이 가려는 걸 본 권승준이 계단까지 배웅했다.유건희 차 앞에 다다르자 허아연은 몸을 돌려 권승준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오늘 밤 접대해 준 것에 대한 고마움이었다.권승준은 허아연과 가볍게 악수하며 작별 인사를 나눈 뒤, 아주 정중하게 차 문을 열어주었다.허아연이 몸을 숙여 차에 오를 때는 또 조심스럽게 허아연의 머리 위를 보호해 주었다. 권승준은 줄곧 권유성과 함께 손님들을 배웅했지만 허아연만 계단 아래까지 배웅하고 차 문을 열어주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문 앞에서 악수하며 작별 인사를 나눴다. 허아연을 배웅하고 돌아왔을 때 주현우의 차도 왔다.권승준은 대범하게 악수하며 다른 손으로는 주현우의 팔을 툭 치며 말했다."현우야, 이제 또 보자. 다음번엔 제수씨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네."이어서 오지은과도 가볍게 악수했다. "오 선생님, 안녕히 가세요.""권 비서실장님, 안녕히 계세요."주현우와 오지은이 차에 오르는 걸 지켜본 권승준은 계속해서 권유성을 도와 다른 손님들을 배웅했다.……11시가 넘어 집에 돌아온 허아연이 막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주현우가 침실에서 나왔다.주현우가 집에 있는 걸 본 허아연은 아무 일도 없는 듯 인사했다."돌아왔네요."허아연을 담담하게 지켜보던 주현우가 물었다."너도 권 어르신을 알아?""권 어르신은 스타라이트의 기술 고문이세요. 유 대표님이 얼마 전에 나를 데리고 인사드리러 갔었거든요."허아연이 이렇게 말하자 주현우는 이해했다.고개를 숙여 허아연을 보던 주현우가 다시 말했다."할아버지 다리 지병이 또 도지셨어, 내일 같이 뵈러 가자."허아연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두 사람의 서류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이상, 이런 상황에는 당연히 찾아봬야 했다. 게다가 두 집안 어르신들의 관계도 돈독했다.허아연의 예의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197화

    며칠 전, 주현우가 오늘 시간이 있는지 허아연에게 물었을 때 이미 일정이 있다고 했었다.알고 보니 허아연도 권유성 생신을 축하하러 온 거였다.꼼짝도 않고 허아연을 바라보던 주현우는 한참 동안 시선을 거두지 못했다."현우야."권유성이 부르는 소리에 화들짝 정신을 차린 주현우는 황급히 고개를 돌리고 미소를 지었다.그 모습을 본 권유성은 자연스럽게 작은 응접실을 보며 물었다."아는 사람 봤어?"주현우는 웃기만 할 뿐 아무 말 없이 허아연을 곁눈질했다. 웅성거리는 곳을 보던 권유성이 웃으며 소개했다."승준이와 장기 두는 아가씨는 허아연이라고 하는데 스타라이트 테크 기술 인력이야. 건희가 아주 눈여겨보고 있지. 아가씨가 똑똑하고 아주 영특해."주현우는 여전히 웃기만 할 뿐 말이 없었고 오지은은 다시 고개를 돌려 허아연을 봤다.허아연이 권승준과 장기를 두는 걸 보던 오지은의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다.다만, 허아연이 머지않아 이혼녀가 될 거라는 생각을 하자 다시 마음이 풀렸다.이혼녀라는 꼬리표가 달린 이상 이런 명문가와는 거의 연이 닿을 수 없었다. ……작은 응접실에서 허아연과 권승준이 연달아 몇 판을 뒀지만 승부는 여전히 막상막하였다.마지막에 권승준이 살짝 양보한 덕분에 허아연이 근소하게 이겼다."이 아가씨 정말 대단하네, 나도 상대가 안 되겠어.""승준아, 너 이번에 제대로 상대를 만난 거야."사람들의 말에 권승준이 허아연을 보고 미소 지으며 말했다."허 선생님이 이겼네요."장기판을 정리하던 허아연이 말했다."권 비서실장님이 봐주신 거죠."구경하던 사람들은 알아채지 못했지만 허아연은 권승준이 양보해 줬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사실 두 사람은 몇 판 무승부였고 먼저 양보한 건 허아연이었다.하지만 권승준이 허아연의 양보를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반대로 한 수 양보했다. 주변 어른들이 계속 승부를 기다리는 걸 본 허아연이 권승준의 호의를 받아들여 이기기로 한 것이다.장기판을 어른들에게 양보한 권승준은 다시 허아연과 함께 서재로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196화

    두 사람이 마주 앉아 각자 장기를 잡았다. 허아연이 첫수로 마를 띄우자 권승준도 마를 띄웠다.몇 수 주고받자 주변에 구경꾼들이 모여들었다.조금 전 장기를 두던 노인들은 두 사람이 장기 두는 걸 보며 젊은이들 머리 회전이 빠르다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고 특히 허아연을 더욱 눈여겨봤다.조용하고 차분해 보이는 아가씨가 어느 가문 출신인지는 몰라도 장기 실력만큼은 제법 수준급이라 자신들도 상대가 안 될 것 같았다.몇 수 주고받는 동안 권승준의 수는 변화무쌍했고 허아연도 물러서지 않았다.이때 옆에서 노인들이 말했다."이건 무승부네. 승부가 안 나겠어.""이 아가씨 누구야? 꽤 대단한데. 승준이 네 여자 친구야?""승준아, 이 아가씨 누구냐?"모두가 허아연의 정체를 물어보자 권승준이 웃으며 설명했다."스타라이트 테크 기술 인력입니다. 어르신들, 허 선생님 놀라게 하지 마세요.""그렇구나. 승준이 네 여자 친구인 줄 알았어.""두 사람 보니까 한 쌍처럼 잘 어울리네."권승준은 웃으며 더 이상 해명하지 않았고 허아연은 더더욱 신경 쓰지 않았다.솔직히 말하면 허아연은 장기판에만 정신이 쏠려 있어 옆 사람들의 대화를 아예 듣지 못했다. 허아연은 무승부가 아니라 이기고 싶었다.권승준은 여유롭게 허아연을 바라보았다. 진지하게 장기판을 응시하는 허아연을 보며 환히 웃더니 다시 부드럽게 말을 건넸다."허 선생님, 무승부로 하고 한 판 더 둘까요?"허아연과 대화할 때면 권승준은 다른 사람들을 대할 때보다 확연히 덜 날카롭고 부드러웠다. "좋아요."허아연도 시원스레 답했다. 권승준이 웃으며 말했다."허 선생님, 정말 진지하시네요."허아연이 미소 지으며 다시 장기판을 정리했다.멀지 않은 곳에서 주현우가 권유성과 대화를 나누는 동안 오지은은 얌전히 주현우 옆을 지켰다. 오늘 주현우를 따라 온 덕분에 많은 사람을 알게 됐고 인맥도 많이 쌓을 수 있었다. 사업하는 사람에게 이런 건 모두 중요한 자원이었다.작은 응접실 쪽이 웅성거리자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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