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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7화

Auteur: 임서아
막 결혼했을 때 허아연은 거의 매일 이렇게 주현우가 돌아오길 기다렸다.

하지만…… 한 번도 주현우가 돌아온 적 없었다.

그래서 나중에는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은 것이다.

주방으로 가서 젓가락과 숟가락을 챙겨 주현우에게 건네던 허아연은 주현우가 이마의 거즈를 떼는 걸 보게 되었다.

상처가 꽤 크고 눈에 띄었다.

주현우가 허아연이 건넨 젓가락을 받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앉아."

주현우의 말에 맞은편에 앉은 허아연은 상처를 다시 보며 말했다.

"어제 일부러 그런 거 아니에요."

"병원 갔어요? 파상풍 주사 맞았어요?"

주현우가 답했다.

"괜찮아. 이따 약 바르면 돼."

이어서 또 허아연에게 말했다.

"법무팀이 이미 자산 정산 끝냈어. 이따 리스트 줄 테니까 특별히 원하는 거 있나 봐."

주현우가 갑자기 그 얘기를 꺼내자 허아연이 고개를 들었다.

원래 어제 주현우가 하자던 얘기가 이 얘기였구나.

허아연이 주현우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없어요. 합의서는 주현우 씨가 알아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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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444화

    안서준은 원래도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 되는 상대였다. ……저녁 8시, 허아연이 한민규 일행과 함께 실험실에서 돌아오자 휴대폰에는 주민경이 만나자는 내용이 담긴 메시지 폭탄이 쌓여 있었다.주민경의 열정에 허아연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하지만 이런 기분이 참 좋았다. 어릴 때 함께 붙어 다니던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차 뒷좌석에 앉아 주민경이 보낸 메시지를 다 읽은 허아연은 얼른 전화를 걸었다."민경 씨, 미안해요. 오늘 오후에 스타라이트 테크 실험실에 가면서 휴대폰을 사무실에 두고 갔어요."허아연의 해명에 주민경이 곧장 본론을 얘기했다. "시연 씨, 지금 어디예요? 만나고 싶어요."허아연을 만나고 싶었다.지금 이 순간 주민경은 한시라도 빨리 허아연을 만나고 싶었다.조급해하는 주민경에게 허아연이 상냥하게 말했다."민경 씨, 나 지금 막 실험실에서 나와서 시내로 돌아가면 10시가 넘을 것 같고 좀 피곤하기도 해요. 내일 오전에 만나는 거 어때요?"주민경을 대할 때면 허아연은 마치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란 어린 동생을 대하듯 유난히 다정하고 참을성 있었다. 전화기 너머 주민경도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좋아요, 그럼 내일 오전 10시에 호텔로 찾아갈게요. 시연 씨 일단 잠부터 자고 푹 쉬어요.""네."허아연도 고개를 끄덕였다.사실 허아연도 요즘 들어 주민경이 훨씬 얌전해지고 말도 잘 듣는 성격으로 변했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이 느낌이 틀리지 않다면 주민경은 허아연과 주현우의 교통사고가 났던 그 무렵 갑자기 훌쩍 철이 든 것 같았다.뭔가 많은 걸 느낀 사람처럼 보였다.전화를 끊고 휴대폰을 가방에 넣는데 한민규가 백미러로 허아연을 힐끗 보며 말했다."주씨 가문 막내딸 성격 참 좋더라요, 시원시원하고 사람도 진솔하고."경주 그룹과 스타라이트 테크가 협력 중인지라 한민규 일행도 주민경과 몇 번 마주친 적이 있었는데 부잣집 아가씨답게 철없는 구석이 있긴 해도 시원시원하고 순수한 사람 같았다. 오지은과 비교하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443화

    "주현우 씨도 그냥 마음의 짐을 좀 덜려는 거예요. 내가 아무 일 없다는 걸 알면 서서히 내려놓을 거고요."주현우가 자신에게 감정이 남아있다는 건 허아연도 선뜻 동의할 수 없었다. 조금이라도 감정이 있었다면 두 사람이 오늘 이 지경까지 오지도 않았을 거니까. 허아연의 담담한 태도에 안서준이 말했다."곤란하게 해서 미안해. 나중에 불편한 일 있으면 바로 얘기해."허아연이 고개를 끄덕였다."네."두 사람이 얘기를 마쳤을 때쯤 차는 시내 중심가에 거의 다다랐다.그때 안서준의 휴대폰이 울렸다. 경찰서에서 걸려온 전화였다.안서준이 전화를 받자 담당 수사관이 급하게 말했다."안 대표님, 지난번 여동생분 교통사고 용의자를 잡았습니다. 지금 시간 되시면 한번 와주실 수 있을까요?""30분 안에 도착할게요."말을 마친 안서준은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그 모습을 본 허아연이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무슨 일이에요?"안서준이 휴대폰을 내려놓으며 말했다."경찰이 교통사고 용의자를 잡았다고 나한테 와달라고 하네.""아."허아연은 짧게 대꾸하고 곧바로 새로운 의문이 들었다. 경찰이 왜 사건 피해자인 자신이 아니라 안서준에게 전화를 걸었을까.혹시 이번 일이 오지은이 벌인 게 아니라 오지은과는 무관한 걸까.그럼 안씨 가문과 관련이 있는 걸까.안서준이 아직 경찰서에 가본 것도 아니었기에 허아연은 더 캐묻지 않고 계속 업무 얘기를 이어갔다.안서준이 경찰서로 간 뒤 허아연은 기사에게 스타라이트 테크로 데려다 달라고 했다.뜻밖에도 오늘 유지원이 회사에 놀러 와 있었다.2년 전보다 키가 훌쩍 자란 데다 예전에 불편했던 다리도 수술을 해서 지금은 완전히 정상적으로 회복을 마친 상태였다. 2년 넘게 못 봤는데도 유지원은 허아연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었고 대화가 잘 통했다.아래층에서 유지원과 잠시 놀아준 뒤 허아연은 위층으로 유건희를 찾아갔다. 경주 그룹과의 협력에 합류할 생각이 있는지 물으며 자신이 차세대 원격 제어 기술에서 이미 성과를 냈다는 얘기도 전했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442화

    권승준이 부정하지 않자 권유성의 표정은 점점 더 무거워졌다.한참을 생각에 잠겨 있던 권유성이 마침내 권승준을 보며 아주 진지하게 말했다."너와 허아연 관계, 신중하게 생각해."권승준이 말을 하기도 전에 권유성이 다시 말했다."앞으로 네가 나아갈 한 걸음 한 걸음이 다 중요하다. 감정 문제로 실수하는 건 원치 않아."어려서부터 권승준은 늘 믿음직스러워서 어떤 일이든 굳이 이래라저래라 할 필요가 없었다. 권유성도 조언을 건넨 건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이유까지 함께 밝힌 것이었다.권유성이 탐탁지 않아 하자 권승준이 여유롭게 웃으며 말했다."할아버지, 그렇게 심각한 일 아니에요. 허 선생님은 신분을 바꿔서 돌아온 거예요. 이제 주현우의 아내도 아니고 주현우랑은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권유성은 그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얼굴을 찡그린 채 권승준을 보며 말했다."아무리 신분을 바꿔서 돌아왔다지만 신분이 바뀌어도 여전히 허아연인데 주현우가 순순히 놓아줄까? 너희 둘이 잘되도록 물러설까?"주현우가 허아연에게 품은 정이 진심이든 아니든, 지난 2년 동안 한결같이 애틋한 좋은 남편의 이미지를 굳건히 지켜왔다.새하얗게 센 머리가 바로 허아연을 사랑한다는 가장 뚜렷한 증거였다.때문에 권유성은 권승준과 허아연이 잘되는 걸 원치 않았다. 훗날 일이 커져서 모두에게 영향을 줄까 봐 걱정됐다.특히 권승준은 신분이 더욱 특별했다.권유성의 걱정에도 권승준은 전혀 흔들림 없이 느긋하게 말했다."허 선생님이 어떤 신분이든 주현우한테 돌아갈 리는 없어요. 그리고 저랑 허 선생님, 주현우의 허락 같은 것도 필요 없고요."말을 마치고 더 이상 권유성과 시비를 따지고 싶지 않았던 권승준은 말을 돌렸다."할아버지, 처리할 서류가 좀 있어서 먼저 방에 들어갈게요."그리고 한마디 덧붙였다."허 선생님과의 관계, 충분히 신중하게 생각한 거예요."권승준의 말이 끝나자 권유성이 곧바로 쏘아붙였다."내가 보기엔 넌 전혀 신중하지 않아."평소 신중한 권승준이었기에 권유성은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44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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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440화

    전서진의 위로에도 주현우는 여전히 아무 말이 없었다.한참 뒤에야 고개를 들어 전서진을 보며 물었다."서진아, 나랑 아연이 아직 가능성 있을까?"허아연이 사라진 지난 2년 동안 얼마나 후회하면서 다시 시작하기만을 빌었는지 하늘은 알 것이다.주현우는 허아연과 함께한 3년의 결혼 생활을 자신이 본분을 다하지 못했다고 생각했다.다시 잘해보고 다시 아껴주고 싶었다.주현우의 물음에 전서진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술잔을 손에 든 채 한참 주현우를 바라보던 전서진이 입을 열었다."현우야, 너무 억지로 밀어붙이지 말고 자연스럽게 놔둬 봐."가능성이라니?이미 죽는 척도 마다하지 않고 교진시를 떠났던 허아연인데 돌아와서도 끝끝내 주현우와 아는 척하지 않으려 했다.게다가 지금은 누가 봐도 권승준과 가까이 지내며 잘해보려는 게 분명했다.그런데 두 사람 사이에 무슨 가능성이 있다는 걸까?다만 주현우의 기분이 안 좋아 보였기에 전서진도 너무 매정하게 말하지는 못하고 자연스럽게 두라고만 얼버무렸다.자연스럽게 두라는 말에 주현우는 그저 전서진을 바라보기만 했다.그건 곧 가능성이 없다는 뜻이었다.잠시 전서진을 바라보던 주현우가 다시 술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마음이 무거워 보이는 주현우를 바라보던 전서진이 오른손을 뻗어 술잔을 가져가며 말했다."몸도 아직 다 안 나았는데 좀 주의해."시끌벅적한 술집 한가운데 있는데도 주현우는 마음이 너무 무겁고 전혀 즐겁지 않았다. 마치 마음 한구석이 텅 빈 것 같았다.전서진이 술잔을 가져가자 주현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겉옷을 챙겨 들고 그대로 나가버렸다.전서진도 급하게 따라 일어나 뒤쫓아 나갔다.강가로 간 두 사람은 강바람을 맞으며 학창 시절 얘기와 예전 얘기를 아주 많이 나눴다.그런데 과거를 추억하며 전에 허아연이 자신에게 얼마나 의지했는지를 떠올릴수록 주현우는 점점 더 미련이 생겼고 다시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더 간절해졌다.사람이란 원래 그런 법이었다.자신이 최선을 다하지 못했던 일일수록 더 매달리고 싶은 법이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439화

    분을 못 이겨 쏟아내던 허아연이 다시 감정을 추스르며 말했다."전에 교진시를 떠난 건 당신과 더는 엮이고 싶지 않아서였어요. 이제 겨우 당신한테서 벗어나서 깨끗하게 정리했는데 내가 다시 되돌아갈 것 같아요?""돌아갈 수 없어요, 우리 사이는 진작에 돌아갈 수 없게 됐어요.""나도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그리고 당신과 함께했던 그 시간들은 다시 떠올리기도 싫어요."말을 마친 허아연은 주현우의 손을 뿌리치며 차갑게 말했다."알아서 잘 처신해요, 내 삶에 더 이상 영향 주지 말고요."매정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주현우가 알아듣지 못하고 손을 놓지 않을 것 같았다.하지만 허아연은 더는 엮이고 싶지 않았다.돌아서서 떠나는 허아연의 뒷모습을 보던 주현우의 눈시울이 순식간에 붉어졌다.그리고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몸을 돌려 앞쪽 화단을 바라봤다.순간 마음이 착잡해지고 가슴이 답답해져서 한참을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주현우를 피하려고 죽은 척까지 했던 허아연이었다.그 생각이 든 주현우는 자조적인 웃음을 흘렸다.두 사람이 대체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된 걸까? 어쩌다 이렇게 사이가 틀어진 걸까?……호텔 안.방으로 돌아온 허아연은 가방을 침대에 내려놓고 침대 끝에 걸터앉아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옷을 챙겨 욕실로 갔다.샤워기 아래 서서 눈을 감고 고개를 젖힌 채 따뜻한 물이 얼굴을 타고 흐르도록 내버려두었다.오늘 밤 한 말을 주현우가 새겨듣고 더 이상 자신의 삶을 방해하지 않기를 바랐다.정말로 더 이상 어떠한 관계로도 얽히고 싶지 않았다.3년의 결혼 생활 동안 평생 겪을 억울함은 다 겪은 것 같았다.그런 일들을 다시 겪고 싶지 않았다.……같은 시각, 호텔 아래층.차를 몰고 호텔을 떠난 주현우는 곧바로 전서진에게 전화를 걸어 술 마시러 나오라고 불렀다.바에 도착한 전서진은 주현우가 이미 주문한 술을 보고 대뜸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현우야, 너 미쳤어? 몸도 안 나았는데 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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