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서지안은 휴대전화를 쥔 채 형사를 봤다."형사님. 연결은 여기서 붙잡고 계세요. 저 내려가요.""회장님, 지금 내려가시면…""제가 없어도 이 화면은 안 끊겨요. 오히려 제가 어디 가는지 보려고 더 붙어 있을 거예요."형사가 입을 다물었다. 반박할 말이 없는 얼굴이었다."한무현 씨. 같이 가요."한무현은 이미 문간에 서 있었다.복도 끝에서 한 실장이 비상계단 문을 잡아 주었다. 조금 전 강도현에게 해 준 그대로였다.서지안이 그 문 안으로 들어섰다. 한 층도 채 못 내려가서 형사에게 메세지가 왔다.『화면에 새 줄 뜸. 회장님 나가시네요, 지하는 춥습니다.』비서실 앞 카메라는 조금 전에 다시 켜졌다. 서지안이 복도를 지나는 것도 거기 찍혔다.화면 너머는 서지안이 어디로 가는지 벌써 알았다.서지안은 계단을 두 칸씩 내려갔다.굽 소리가 계단 통에 울렸다. 숨기지 않았다. 지금은 빨리 닿는 것이 먼저였다.1층을 지나 지하로 내려서자 지하 1층 계단 중간에서 강도현의 문자가 한꺼번에 두 줄 들어왔다.『여자야. 아기 안고 있어.』『차 창문 두드리면서 서아 이름 불러. 서아는 안 깼어. 내 겉옷 덮었어.』아기를 안은 여자.아기를 안고 다녀도 아무도 이상하게 보지 않는 사람을 서지안은 한 명 알았다.지하 2층 문을 열자 빛이 쏟아졌다.주차장은 어두운데 나가는 길만 대낮처럼 밝았다. 천장 조명이 한 줄로 켜져 있었고, 그 끝에 출구 차단기가 있었다.차단기 너머, 바깥으로 올라가는 오르막 입구를 은색 승용차 한 대가 가로로 막고 있었다. 차 유리는 짙게 어두웠다.경찰차는 그 앞 10미터쯤에 멈춰 있었다.여자 하나가 차단기 밑으로 걸어 들어와 있었다.여자는 한쪽 팔로 아기를 안고, 다른 손으로 휴대전화를 들어 경찰차 뒷유리에 대고 있었다.경찰관이 경찰차와 그 여자 사이에 서 있었다."서아야. 서아야. 소이 왔어."윤세희였다.서아는 교문에서 핀 두 개를 준 사람을 아줌마라고 했다. 처음 보는 사람이라고도 했다.그 아줌마가 지금 잠든
서지안의 몸이 비서실 쪽으로 반걸음 돌았다가 멈췄다.발소리 하나도 저 마이크로 간다.회장실 컴퓨터는 사내망에 붙어 있다. 사내망에서 이 층 카메라 두 대가 보인다는 것은 아까 당직 과장에게 들었다. 엘리베이터 앞 한 대, 비서실 앞 한 대.조금 전 형사가 전화로 부른 경찰관이 지금 비서실 문 앞에 서 있었다. 화면 너머는 소리만 들은 게 아니었다. 카메라로 그 경찰관도 봤다.그리고 비서실 안에도 컴퓨터가 한 대 있었다. 정혜린이 앉던 자리 옆 공용 컴퓨터였다.서지안은 휴대전화 화면 빛을 손바닥으로 가리고 강도현에게 문자를 보냈다.『비서실 공용 컴퓨터 모니터 위 봐 줘요. 초록 불 켜져 있어요?』화면에 글자가 한 줄 더 찍혔다.『조용해지셨네요. 대답하세요, 회장님.』연결을 붙잡아 두려면 말을 이어 가야 했다.서지안은 모니터 불빛 밖에 선 채로 입을 열었다."조성달 씨가 어디 있는지 저는 몰라요."거짓말이 아니었다. 모르기로 한 것은 서지안 자신이었다."그러니까 수요일을 제가 막을 수도 없어요."『막을 수 있는 분께 전화하시면 됩니다. 번호는 저희도 압니다.』부회장실 프린터에서 나온 종이였다. 조성달을 태우고 간 경찰 팀장의 번호에 볼펜 동그라미가 쳐져 있었다.그 번호는 이미 화면 너머에 가 있었다."아시면 직접 거세요. 왜 저를 거쳐요."『회장님이 거셔야 들어 주니까요.』『진짜 출발 시간은 그 팀장이 쥐고 있잖습니까.』서지안의 턱에 힘이 들어갔다.저녁에 서지안은 이 키보드로 미끼 한 줄을 쳤다. 그리고 곧바로 정혜린 이름을 쳤다.그 순서를 본 누군가가 그때 정혜린 휴대전화로 문자를 보냈다. 진짜 출발 시간은 경찰이 알겠다고.화면 너머가 지금 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그 팀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라고.이 방에는 마이크가 켜져 있다. 여기서 전화를 걸면 서지안이 하는 말이 전부 화면 너머로 간다."조성달 씨 괜찮아요?" 한마디만 해도, 팀장이 지금 조성달 옆에 있다는 게 새 나간다.서지안은 휴대전화를 꺼내지 않
형사의 휴대전화에서 셔터 소리가 두 번 났다.서지안은 책상에서 한 걸음 물러섰다. 손을 등 뒤로 돌려 맞잡았다.회장실 책상 위 컴퓨터였다. 서지안이 날마다 쓰는 컴퓨터였다.그런데 『서아』라는 폴더는 서지안이 만든 적이 없었다.당직 과장이 들어왔다.한무현이 뒤따라 들어와 문 옆 벽에 붙어 섰다."과장님. 이 폴더 언제 생긴 거예요?""어젯밤입니다."당직 과장이 화면 속 목록의 날짜 칸을 가리켰다. 파일마다 올라온 시각이 어젯밤 11시 몇 분으로 다 같았다."한꺼번에 올라온 겁니다. 그 시간에 회장님은 회사에 안 계셨죠.""…네.""그 시각에 이 층 문을 연 기록도 없습니다. 그럼 지금 붙어 있는 그 연결로 들어온 겁니다."남이 서지안의 컴퓨터 안에 서아 사진을 넣어 둔 것이었다.넣어 두고, 오늘 밤 서지안이 보는 앞에서 열고 있었다."과장님. 이 화면 처음부터 끝까지 찍어 두세요.""휴대전화로 동영상을 찍겠습니다. 회장님 컴퓨터는 아무도 안 만집니다."당직 과장이 휴대전화를 모니터 쪽으로 세웠다.포인터가 목록 맨 위로 올라갔다. 파일 하나가 두 번 눌렸다.사진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학교 정문이었다. 서아가 가방을 메고 걸어 나오고 있었다. 분홍색 우산을 들고 있었다.사진 오른쪽 아래에 흰 글씨로 날짜와 시각이 박혀 있었다."형사님. 저 날짜요.""지난달입니다."포인터가 다음 파일로 갔다. 문구점 앞이었다.그다음은 횡단보도였다. 아이가 손을 들고 건너는 중이었다.찍은 사람은 한 번도 가까이 가지 않았다. 전부 길 건너에서 찍은 사진이었다."…따라다닌 겁니다."형사의 목소리가 낮아졌다."한 번이 아닙니다. 날짜를 전부 적겠습니다. 그 날짜에 그 자리 카메라에 누가 서 있었는지 맞춰 보겠습니다."형사가 수첩에 날짜를 옮겨 적었다. 열한 개였다.포인터가 목록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어제 날짜 파일이 열렸다.아파트 놀이터였다. 서아가 미끄럼틀 위에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사진 가장자리에 벤치 끝이 걸려 있었다.서지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사람은 한 실장이었다."실장님. 거기 계시라고 했잖아요.""정문에서 정혜린 대리가 경찰 차에 타는 걸 봤습니다. 회장님 전화가 안 와서 올라왔습니다."한 실장이 복도를 봤다. 비서실 문 앞에 선 감사팀장이 눈에 들어왔다.감사팀장의 입이 닫혔다.조금 전까지 이름을 말하려던 입이었다. 서지안은 그 얼굴을 봤다.무서운 사람을 본 얼굴인지, 미안한 사람을 본 얼굴인지는 알 수 없었다."팀장님. 아까 하려던 말 계속하세요."감사팀장은 바닥만 봤다.형사가 서지안 쪽으로 반걸음 왔다."회장님. 여기서 더 물으면 나중에 조서에서 다툽니다. 이제부터는 저희가 받겠습니다."서지안은 한 발 물러섰다. 오늘 하루 종일 참은 것이 하나 더 늘었다."형사님. 두 분 떨어뜨려 주세요. 같은 자리에 두지 말고요."형사가 한 실장에게 복도 끝을 가리켰다. 한 실장은 순순히 걸어갔다."회장님. 제 계정으로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오늘 저녁에 실장님 계정으로 회사 기록이 지워졌어요. 실장님은 회사 밖에 있었죠.""…예.""그러니까 실장님을 회사 안에 세워 두려고 문자를 보낸 거예요. 저는 그 문자 안 보냈어요."한 실장이 벽을 한 번 짚었다."실장님. 낮부터 어디 계셨는지 확인할 데를 대 주세요.""남부지사에 있었습니다. 출입 기록이 남아 있을 겁니다. 저녁에는 지사 주차장 차 안이었고, 조금 전까지 정문 앞 편의점에 서 있었습니다.""형사님. 지사 출입 기록하고 편의점 카메라, 둘 다 봐 주세요.""예. 확인하겠습니다."한 실장은 그 말에 고맙다고 하지 않았다. 확인해 달라는 말이 의심한다는 말이기도 해서였다."실장님을 밖에 둔 건 제 지시였어요. 김선호가 실장님 이름을 안다고 해서요.""압니다.""그런데 오늘은 실장님 이름이 회사 안에서 쓰였어요. 밖에 둔 게 실장님을 지킨 게 아니었어요."한 실장이 처음으로 서지안을 똑바로 봤다."…그건 회장님 잘못이 아닙니다."서지안은 회장실 쪽으로 돌아섰다."과장님. 아까 제
서지안은 계단 중간에 멈춰 서서 문자를 보냈다.『문 열지 마요. 서아 안고 안쪽 탕비실로 들어가서 잠가요.』『들어갔어. 너는?』『다 왔어요.』서지안은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고 마지막 계단을 올라갔다."형사님이 먼저 나가세요. 저는 두 걸음 뒤에 있을게요.""예. 회장님은 아무것도 만지지 마십시오."형사가 먼저 층 문을 열었다.복도 조명은 한 줄만 켜져 있었다. 회장실 문은 열려 있었다.당직 과장이 벽에 붙어 서 있었다. 바닥에 그의 휴대전화가 떨어져 있었다.서지안은 입술에 손가락을 댔다. 당직 과장이 고개를 끄덕이고, 소리 없이 입만 움직였다.복도로 나오다 사람과 마주쳐서 휴대전화를 놓쳤다는 이야기였다.비서실 문 앞에 두 사람이 있었다.한무현이 문과 사람 사이에 서 있었다. 팔을 벌리지도 않고, 그냥 서 있었다.그 앞에 선 사람은 회사 감사팀장이었다.아침에 파쇄기 전원선을 뽑고 마주 앉았던 사람이었다.한무현이 서지안을 보고 낮게 말했다."과장님이 이 방 컴퓨터로 누가 들어와 있다고 해서, 화면을 보려고 회장님 자리에 앉았습니다.그때 복도에서 문 손잡이 돌리는 소리가 났습니다.""비서실 문이요?""예. 잠겨 있었습니다."문 안쪽에 서아가 있었다.서지안은 문을 보지 않았다. 보면 목소리가 달라진다."팀장님."감사팀장이 돌아섰다. 저녁 8시가 넘었는데 넥타이 매듭이 아침에 본 그대로 반듯했다."…회장님.""이 층까지 어떻게 올라오셨어요.""1층은 제 사원증으로… 들어왔습니다만…"임원 카드 입장은 배창현 하나였다. 팀장 카드는 그 숫자에 들어가지 않았다.그런데 회장실 층은 사원증으로 열리지 않는다. 엘리베이터도, 비상계단 문도 이 층에서는 카드를 따로 찍어야 한다.찍었으면 기록에 한 줄이 남는다. 그런데 조금 전부터 그 기록에서 줄이 하나씩 지워지고 있었다."비서실 문 앞에서 뭘 하고 계세요.""두드렸습니다. 회장님을 뵈려고요.""손잡이를 돌리셨다는데요."감사팀장이 한무현을 한 번 봤다. 그리고 대답하지
배창현이었다.부회장실 컴퓨터에서 조회가 들어온 지 10분쯤 지나 있었다. 그 방 주인이 지하 경비실 의자에 앉아 있었다.서지안은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왜 여기 있느냐고도 묻지 않았다."손, 책상 위로 올려 주세요."배창현의 손이 올라왔다.손가락 사이에 엄지손톱만 한 저장 장치가 하나 끼워져 있었다.경비실은 두 걸음이면 끝나는 방이었다. 모니터가 두 대였다. 하나에는 출입 기록이, 하나에는 복도 화면 넷이 떠 있었다.형사가 한 걸음 들어가 섰다."그대로 책상에 놓으시죠."배창현이 그것을 책상에 내려놓았다. 소리가 작게 났다."…회장님. 제가 설명을 드리겠습니다.""하세요.""8시 10분쯤에 문자를 받았습니다. 지하 1층 경비실로 내려오시라고요. 보낸 사람이 회장님으로 돼 있었습니다."서지안은 손을 내밀었다."화면 보여 주세요."배창현이 휴대전화를 열어 내밀었다. 형사가 먼저 받아서 화면을 위로 들었다.『지하 1층 경비실로 내려오세요. 회장실입니다.』보낸 번호가 회사 대표번호였다. 한 실장이 받은 것과 같은 번호, 같은 말투였다.한 실장은 정문 밖에, 배창현은 지하에.같은 저녁에 두 사람이 같은 방식으로 불려 나왔다.낮에는 이름만 가져다 썼다. 열쇠 대장, 학교 방문자 칸, 계정 하나였다.저녁에는 사람을 직접 불러냈다. 한 실장은 정문으로, 배창현은 지하로.이름만 적힌 것은 나중에 아니라고 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그 시각에 그 자리에 서 있었으면 아니라고 하기 어렵다."내려와 보니 이 방이 비어 있었습니다. 컴퓨터가 켜져 있길래 화면을 봤습니다.""무슨 화면이요.""오늘 출입 기록입니다."서지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