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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먹어야 그렇게 커?”
소녀의 방으로 가는지 감시하러 온 줄 알았던 소년은, 대뜸 물었다.
그 모습에 담뱃불을 꺼야 할지 조금 고민했다.
“그렇게 묻기에는 너도 큰 편이야.”
실제로 문짝만 한 내 옆에서도 머리 반 정도밖에 차이 나지 않나, 막 성인이 되었다는 것을 고려해도 큰 편이다. 게다가 앞으로는 더 성장할지도 모르는데.
“당신만큼 크고 싶다고!”“어째서?”
“그, 그래야! 악마를 더 쉽게 제압할 수 있을 테니까! 난 지금보다 훨씬 더 커야 해!”
소년의 이상한 논리에 대답 없이 눈만 깜빡였다.하지만 살짝 상기된 얼굴을 보아하니, 괜히 묻는 건 아닌 듯했다.
이곳의 소녀와 소년은 비슷한 듯 다르게 이상했다.
“넌 어째 “너, 내가 헛소리 그만하라고 했지?”소년은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말을 했지만, 표정은 핏기 없이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그 때문인지, 소년의 붉은 눈동자가 유난히 선명하게 보였다. 그리고 그 붉게 타오르는 빛은 자신의 앞에 있는 금빛을 모조리 태울 것만 같았다.“나는 네가 밖의 세상에서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평범하게 살아갔으면 좋겠어.” “뭐? 너… 지금 나를 내쫓겠다는 의미냐?”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말했지만, 표정과 행동은 그렇지 않았다.“내가 있으면 그럴 수가 없잖아.” “웃기지 마! 그게 무슨 헛소린데!? 둘이서 여태 잘 지냈잖아! 너야말로 지금 내가 필요 없다고 말하고 있는 거나 다름없잖아!”소녀는 힘없이 미소 지으며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소년을 안쓰럽게 바라봤다.“애썼어. 누구보다도 나를 위해 애썼어. 그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야. 하지만… 그런 너를 내가 묶고 있다는 것도 틀림없는 사실이고.” “시끄러워! 헛바람이 들렸네! 또 이상한 책 보고 잔 거지? 돌아가. 일단은 집으로 돌아가서….” “나는 분명히 기억해.”소녀는 잠깐 시선을 주며 곤란한 표정을 하면서도 말했다.“처음 나를 봤을 때, 나를 구해주겠다고 했지?” “뭐…?” “카인, 너와 내가 어떻게 만나게 된 것 같아?” “기억이 흐릿하지? 그럴 거야. 내가 아직 어렸을 적, 제단에 쓰러져 있는 널 발견한 거야. 왜 이곳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넌, 그렇게 내게 왔어.”머릿속이 쪼개질 듯 아파졌다. 지금 나는 외부인이다. 저 두 사람의 세
“느낌이 좋지 않아. 빨리 베가를 찾아야 된다고!”그저 하는 말은 아닌 듯했다. 소녀의 방으로 향하던 발걸음은 서둘러 소년의 뒤를 따랐다.“베가! 베가!! 대답하라고!!”초조한 소년을 보니 얼마 전 일도 있고 하니, 갑자기 어디선가 쓰러진 건가 싶은 생각에 마음이 달았다. 하지만 이미 저택 주위를 다 돌아본 소년이 발견하지 못했다면 이곳이 아닌 다른 곳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건데…. 문득 등골을 타고 내려가는 감각과 함께 머릿속에서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던 낡은 제단이 떠올랐다.“제단! 제단으로 가!” “제단?”소년은 금시초문인 얼굴을 했다. 그 모습에 마른세수하며 헛웃음을 쳤다. 이 와중에 소녀는 소년에게 제단을 알려주지도 않았다니. 정말이지 눈물겨운 애정이다.***소년은 입술을 깨물면서도 자신이 모르는 곳을 내가 알고 있다는 사실이 여간 수상한지 나를 힐끔힐끔 바라보면서도 발걸음은 거침없이 앞으로 향하고 있었다. 나 역시 서둘러 거친 줄기를 가르며 제단에 도착하자, 우거진 이끼들이 지독한 냄새를 뿜고 있었다. 안으로 다급하게 들어오자, 역시나 소녀는 이곳에 있었다. 제단 한 가운데 낡아서 부서지기 일보 직전인 동상을 멍하니 바라보며.“베가! 너 여기서 뭐 하는 거야!?”소년이 거칠게 소녀의 어깨를 잡아당기자, 소녀는 속절없이 소년의 의도대로 움직였다.“… 카인, 이곳이 뭐 하는 곳인지 알아?” “뭐? 그딴 거 알 바냐! 얼른 돌아가,
“아가씨?”대낮에 소녀의 문을 거칠게 툭툭 치자, 소녀는 역시 잠들지 않았는지, 조금은 지쳐 보이는 얼굴로 문을 열었다.“이야기 좀 하지?” “싫다면요?”대답 대신 어깨를 으쓱이자, 소녀는 대화를 피할 생각은 없는지 안으로 들어오라 손짓했다.넓은 공간에 단 하나밖에 없는 침대, 그리고 침대 위에 엉망으로 쌓여 있는 책더미.“어제 일은 정말 드문 일이에요. 애초에 신부님이 카인에게 뭐라고 했는지 모르겠지만….” “억울한데, 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그 애가 갑자기 들이닥친 거라고.” “카인이요?” “너희의 세상에서 빠져 달라는군. 조용히 살겠다고.”소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리고 곧 사랑스럽게 미소 지었다.소년의 그 말이 퍽 기쁜가 보다.“평범한 인간은 악마를 죽인다고 표현하지 않아.” “네?” “악마를 죽인다는 표현은… 소년이 처음 썼지.”창밖을 바라보며 잠시 숨을 멈추고 침묵을 유지했다.“아가씨, 진짜 악마 맞아?”소녀는 말뜻을 이해한 건지, 못한 건지 표정이 오묘하게 구겨졌다.“아니, 매개체는 맞겠지. 내가 묻고 싶은 건… 네 속에 그 악마가 봉인되어 있냐는 거야.” “… 있겠죠.” “어릴 때 폭주한 것도, 아가씨 맞아?”소녀는 그 말에 이마를 짚으며 깊게 한숨을 쉬었다. 아무래도 소년의 중얼거리는 말이 신경 쓰였다. 마치 그 중얼거림은 소녀가 아닌 자신이 모두를 죽였다고 말하고 있었다.
잠을 들 수 없었다. 들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소녀는 어느새 다가온 소년과 아무렇지 않게 까르르 웃으며 장난을 쳤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소년은 분명 우리 사이의 기묘한 분위기를 분명 눈치챘지만, 역시 아는 척하지 않았다. 낡은 리볼버를 만지며 어느새 새벽이 된 정원을 바라보다 손에 쥔 담배도 두 동강을 냈다.똑똑이 시간에 내 방문을 두드리는 사람은 단 한 사람이다. 들어오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소년은 벌컥 문을 열고 들어와서는 조심스레 문을 닫고 한참을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땅에 처박고 있었다.“이 시간에 무슨 일이지?” “돌아가.” “뭐?” “당신의 세상으로 돌아가, 돌아가요. 신부님.”고개를 겨우 든 소년의 두 눈은 부릅뜨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눈시울이 붉어져 붉은 눈동자가 더욱 핏빛을 돌며 빛이 났다.“나랑, 베가는… 여기서… 원래대로 없던 사람들처럼 살 테니까…. 그냥, 그냥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돌아가. 돌아가요.”소녀는 참 잔인했다. 이런 소년을 두고 그런 악랄한 계획을 꾸미고 있다니.“우리 쥐 죽은 듯이 살게. 내가 베가를 잘 감시할 테니까. 혹여나 악마가 폭주한다고 해도 내가 죽일 테니까…!!” “죽일 수는 있고?” “있어. 죽일 수 있어.”소년의 눈은 강렬하게 불타고 있었다. 제 나름대로 생각하고 고민한 끝에 내린 결정인 듯했다. 소녀의 곁을 떠나지 못하는 소년은 결국 둘만의 세상에 들어온 나를 내보내는 결심을 했다. 하지만 나는 악마를 퇴치하는 신부. 악마를 보고 그냥 돌아갈 수 없었다. 소녀가 악마의 매개체인 이상 나는 분명 확실
멱살을 움켜쥔 소년의 손아귀에서 힘이 점점 빠져나갔다.“그리고 이건 내 예감인데, 자신이 죽고 난 이후… 너를 내게 맡기려고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야.” “뭐라고…?” “아가씨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했나?”소년은 대답이 없었다.“모르는 척한 거지?”일부로 자극했다. 소녀와 달리 소년은 자극하는 대로 반응이 오니까.“그, 그럴 리…!!” “충분해. 애초에 하나뿐인 가족이 늘 자신을 죽일 준비를 하고 있다면, 아가씨의 처지도 이해는 돼.” “그런 게…! 그딴 게 아니라고!!”소년은 분노했다.이번에는 내게 한 방 먹일 기세로 주먹을 뻗었다.물론 그 주먹은 막판에 힘이 빠져 내 손바닥으로 향했지만 말이다.고개를 푹 숙인 소년은 말도 안 된다고 중얼거리면서도 그 눈은 어느 정도 외면했던 사실을 마주한 것 같이 흔들렸다.“그래서 나는 이 일에 대해 너와 아가씨와 함께 이야기하고 싶다.” “그딴 걸 왜…!? 당신은 정말로 베가를 죽일 생각이야!?” “아가씨 안에 악마가 있다고 한 건, 처음 만난 순간 총을 겨눴던 건 너야.” “그건…!!” “그러면 묻지, 넌 아가씨 속에서 악마가 나온다면 아가씨를 망설임 없이 죽일 수 있나?”그 말에 소년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그래, 이 행동에 확신했다. 죽일 수 있도록 노력은 했다. 하지만 소년은 소녀를 죽일 수 없다.“그럼, 당신은!! 베가는 당신을 잘 따랐는데, 그렇게 쉽게
식사가 달라졌다. 언제나 영양식인 소녀와 풀떼기만 찔끔 주던 식사였는데….“뭐야 뭐? 카인, 오랜만에 솜씨를 발휘한 거야?”소녀가 들떠 물어보자, 소년은 이 정도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으스대며 슬쩍 나를 흘겨봤다. 그 행동에 가슴속 깊은 곳에서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애써 참으며 스테이크를 크게 베어 물었다.“맛있군.” “당연하지. 누가 만든 건데.” “그렇죠, 그렇죠? 카인의 요리는 정말로 맛있다니까요?”소년을 칭찬하는 말에 소녀가 환하게 웃었다. 중천에 뜬 햇살이 소녀의 눈에 비쳐 금빛이 더 일렁였다. 아무리 봐도 소녀는 소년을 아끼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든 소년에 관련된 것이면 항상 저런 식으로 환하게 웃는다. 그렇다면 소년은? 소녀의 속에 있는 악마가 폭주하여 가족을 모조리 잃었다고 상시 총을 들고 다닐 정도로 증오하면서, 저렇게 다정한 눈으로 소녀를 바라보는 소년은 도대체 무슨 감정을 품고 있는 건가?“원하는 음식이 있다면 말해요. … 신부… 님.”소년의 입에서 처음 나온 ‘신부님’이란 말에 소녀가 샐러드를 입에 넣다 말고, 놀란 듯 입을 떠억 벌리며 소년을 바라봤고, 소년은 얼굴이 새빨개진 채로 대신 소녀의 입에 샐러드를 넣어주며 입을 막았다. 결국 식탁에 앉은 순간부터 참아온 웃음이 터져 그대로 식사 시간은 정신없이 끝나버렸다.“놀랐어요. 카인이 그렇게 예의 있게 말하는 건 처음 봤어요. 철 든 건가!?”소녀는 정말 놀란 듯이 중얼거리며 말하는 것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그게 그렇게 기쁜 일인가?” “당연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