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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6화

作者: 김하이
말을 마친 시아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오랫동안 가슴속에 묻어 두었던 비밀이었다. 지금껏 누구에게도 털어놓은 적이 없었다.

그런데 오늘 이렇게 입 밖으로 꺼내고 나니 가슴을 짓누르던 무거운 돌덩이를 내려놓은 듯 한결 홀가분해졌다.

이야기를 끝까지 들은 송하나는 마음이 아팠다.

남들이 보는 시아는 태어날 때부터 모든 것을 가진 시씨 가문의 아가씨였다. 화려하고 눈부신 데다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것들을 누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화려한 겉모습 뒤에 이토록 많은 억울함과 말 못 할 사정이 숨어 있다는 것은 아무도 몰랐다.

시아는 고개를 숙였다. 긴 속눈썹이 가늘게 떨리고, 입가에는 자조적인 미소가 걸렸다.

“송하나, 내 얘기를 듣고 나니까 사실 내가 꽤 형편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

남의 집에 얹혀사는 처지에 신분도 애매했고, 속박에서 벗어나려고 몰래 나가 돈을 벌다가 오늘 밤처럼 끔찍한 일까지 겪었으니 말이다.

송하나는 시아의 손을 살며시 잡고 진심이 담긴 목소리로 단호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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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이 되어 빛나리   제1161화

    몇 나라만 더 돌다 보면 시준이 아무리 발이 넓다 한들 다른 나라에서까지 제멋대로 모든 일을 좌지우지할 수는 없을 터였다.송하나는 가슴이 철렁했다.“그럼 제가 뭘 도와드리면 될까요?”시아는 가볍게 고개를 젓고 눈가에 걱정이 서렸다.“아니야. 괜찮아, 하나야.”“앞으로 당분간은 너랑 나랑 거리를 좀 둬야겠어. 일단 내가 떠나면 시준이 격노할 게 뻔한데 그때 널 끌어들이고 싶지 않아.”송하나는 그녀를 바라보다가 잠시 침묵하더니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선배 말대로 할게요.”“하지만 나중에라도 무슨 어려운 일 생기면 꼭 바로 말해야 해요. 혼자 끙끙 앓지 말고요.”시아는 그녀를 바라보며 눈가에 미소가 피어올랐다.“응.”그녀는 앞으로 다가가 송하나를 가볍게 안아주었다가 이내 떨어졌다.“고마워, 하나야.”“널 알게 된 건 암울한 내 삶에 몇 안 되는 행운이었어.”“됐어, 얼른 돌아가 봐. 너희 심 대표님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말고.”두 사람은 작별 인사를 나눈 뒤 각자 방으로 돌아갔다.송하나가 문을 열고 들어서자 심성빈이 조용히 소파에 앉아 있었다. 긴 다리를 쭉 뻗고 휴대폰 화면을 빠르게 터치하며 업무 메시지를 처리하다가 인기척 소리에 휴대폰을 내려놓고 고개를 들었다.“얘기 다 끝났어?”“네.”송하나는 등 뒤로 문을 닫으며 대충 둘러댔다.“시아 선배가 콩쿠르 경험이 많다 보니 무대 위에서 주의할 점 같은 걸 여쭤봤어요.”도피 계획은 시아가 그녀에게만 털어놓은 비밀이다.그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니 심성빈조차 이 일에 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하지만 심성빈은 이미 모든 것을 꿰뚫었다.그는 시아가 먼 이국땅에 온 것이 단순히 대회 참가 때문만은 아닐 것이라고 짐작했다.다만 알아도 모르는 것처럼 행동하기로 했다.“프런트에 뜨거운 우유 좀 가져다 달라고 했어. 테이블 위에 놓아뒀어.”심성빈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오늘 종일 피곤했을 텐데 우유 마시고 일찍 쉬어.”송하나는 아직 그에게 온전히

  • 별이 되어 빛나리   제1160화

    시준은 깊은 눈빛으로 시아를 바라보며 추호도 물러설 수 없는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도착하면 매일 밤 영통 걸어. 대충 넘어가려 들지 말고.”“알았어.”시아는 나지막이 대답했다.시준은 운전 기사에게 그녀를 공항까지 바래다주라고 지시하곤 다른 차에 올라 급작스럽게 발생한 사업 위기를 처리하러 떠났다.공항 대기실.시아는 캐리어를 끌고 집합 장소로 향했다. 송하나가 그녀를 발견하고 손을 흔들었다.“시아 선배, 이쪽이에요.”그제야 시아도 캐리어을 끌고 그녀에게 다가갔다.“하나야.”송하나는 그녀의 눈가에 드리운 희미한 다크서클을 알아차리고 조심스럽게 물었다.“어젯밤에 잘 못 잤어요?”시아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시준이 함께 출국하려 했다가 다행히 출발 직전에 회사에 급한 일이 생겨서 발목 잡혔어.”송하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정말 다행이네요.”시아는 주위를 쭉 훑어봤지만 심성빈이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궁금해하며 나지막이 물었다.“너희 심 대표님은 같이 안 왔어?”“VIP 라운지에서 이메일 처리 중이에요.”이번 대회는 마리아 교수님이 인솔하고 학교에서 학생들의 참가 비용을 부담하는 터라 예산이 한정되어 있었다.모든 참가 학생들은 이코노미 클래스로 통일되었고 송하나는 특별 대우를 원치 않아 심성빈이 비즈니스 클래스로 업그레이드해주려는 제안을 거절했다.잠시 후, 모든 참가자가 한곳에 모였고 마리아가 탑승권을 들고 웃으며 다가왔다.“여러분께 좋은 소식 하나 알려드릴게요! 심성빈 씨가 모든 분의 좌석을 비즈니스 클래스로 업그레이드해주셨답니다! 더 이상 이코노미석에 껴 가지 않아도 되니까 얼른 짐 챙겨서 앞으로 가세요!”학생들 사이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모두들 심성빈이 송하나의 남자친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는 순전히 여자친구가 고생하는 것을 볼 수 없어서 모두의 좌석을 업그레이드해주었다.이런 특별 대우는 전적으로 송하나 덕분이었다.비행기에 탑승한 후에야 그녀는 자신의 좌석이 심성빈과 나란히 붙

  • 별이 되어 빛나리   제1159화

    방문이 닫히는 순간, 시아는 온몸에서 힘이 쭉 빠져나갔다.그녀는 침대에 뻣뻣하게 앉아 손바닥을 쥐었다 펴기를 반복했다.손톱이 손바닥에 희미한 초승달 모양의 자국을 남겼고 마음속은 뼛속까지 시리도록 차가웠다.시준은 점점 더 미쳐가고 있었다.전에는 명목상의 남매 관계라는 벽 때문에 어느 정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지금은...그녀를 향한 시선이 강렬하고 집착적이라 뼈가 으스러지도록 제 품에 끌어안고 집어삼킬 기세였다.가능한 한 빨리 떠날 계획을 실행에 옮겨야 했다.곧 해외 콩쿠르 출국 전날이 다가왔다.심성빈은 미리 일정을 정리해두고 송하나와 같은 국제선 항공편을 예약해 함께 떠나기로 했다.시씨 저택.시아는 방에서 몸을 숙이고 캐리어에 필요한 짐을 하나둘씩 챙겨 넣기 시작했다.바로 그때 방문이 열리고 시준이 느릿한 걸음으로 들어왔다.그는 시아의 뒤에 멈춰 서서 펼쳐진 캐리어에 시선을 고정하곤 덤덤하게 말했다.“내일 몇 시 비행기야? 나도 같이 가.”시아는 옷을 접다 말고 손길이 멈칫하며 등줄기가 미세하게 굳어버렸다.그녀는 뒤돌아보지 않고 필사적으로 침착함을 유지하며 최대한 태연하게 말했다.“괜찮아. 뭘 굳이... 학교에서 선생님이 인솔해 주시니까 나 혼자 가면 돼.”“왜?”시준은 그녀 앞으로 다가와 거만하게 내려다보며 언짢은 기색을 드러냈다.“내가 가주는 게 싫어?”시아는 심장이 쿵쾅거렸지만, 얼른 그럴싸한 변명을 찾아 둘러댔다.“아니야, 그런 거. 오빠가 이제 막 시우 그룹을 맡아서 회사 일이 산더미일 텐데 어떻게 일주일씩이나 자리를 비워?”“상관없어.”시준의 목소리는 담담했고 별다른 감정이 실려 있지 않았다.“마침 그쪽에 줄곧 관심을 가졌던 프로젝트가 있어서 가는 길에 겸사겸사 시찰한다 생각하면 돼.”시아의 마음은 순식간에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시준이 동행한다면 그녀가 오랫동안 계획했던 탈출 계획은 완전히 물거품이 될 터였다.하지만 억지로 막아서려 한다면 오히려 그의 의심만 키울 뿐이니 득보다 실이 많았다.시아

  • 별이 되어 빛나리   제1158화

    다음 날 오전, 송하나는 작성한 신청서를 들고 교무실로 향했다.복도 모퉁이를 막 돌아서는데 마침 시아와 마주쳤고 그녀도 똑같은 신청서를 들고 있었다.“시아 선배.”송하나는 눈을 반짝이며 나직이 물었다.“선배도 신청했어요?”“응.”“그럼 우리 같이 갈 수 있겠네요!”시아의 얼굴에는 기쁨의 기색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그저 입꼬리를 끌어올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 대회는 내가 떠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야.”해외 대회 참가를 명목으로 이 나라를 떠나 시준의 세력권에서 벗어나야만 도망칠 가능성이 더 커질 터였다.이 말을 듣자 송하나는 마음 한편이 저릿했다.그녀는 조심스럽게 시아의 손을 잡았다.“꼭 잘 풀릴 거예요.”시아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러길 바라야지.”며칠 후, 교내 선발 명단이 공지되었다.전교생 중 총 여섯 명이 선발되었는데 송하나와 시아가 나란히 명단에 올랐다.학교 행정실에서 모든 서류를 일괄적으로 수집하여 단체 비자 절차를 밟았다.밤이 깊어지고 시준이 접대를 마친 후 시씨 저택으로 돌아왔다.그는 곧장 2층으로 올라가 시아의 방으로 향했다.시아는 매일 밤 방문을 잠그지만, 이 남자가 마음만 먹으면 잠금장치 따위 장애가 되진 않았다.시아는 이미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시준은 소리 없이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테이블 위에 놓인 여권과 비자를 발견했다.불안한 잠을 자고 있던 그녀는 갑자기 옆에서 느껴지는 온기에 화들짝 놀라 잠에서 깼다.눈을 뜨자 시준이 옆에 누워 뜨거운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시아는 놀라서 심장이 옥죄어들었고 비명을 지를 뻔했다.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나며 침대 가장자리에 반쯤 걸쳐졌고 이제 곧 떨어질 지경이었다.그때 시준이 긴 팔을 뻗어 그녀의 잘록한 허리를 감싸 안으며 품에 단단히 가두었다. 결국 시아는 꼼짝달싹하지 못했다.“이거 놔!”시아는 그의 품에서 격렬하게 몸부림치며 어깨를 계속 비틀었다.이에 시준이 서서히 속박을 풀고 무심코 여권과 비자를 집어 들었다. 손끝으로 종이

  • 별이 되어 빛나리   제1157화

    가장 괴로운 건 단연 윌리엄 본인이었다.겨우 첫눈에 반한 사람을 만나 결혼을 앞두고 품에 안을 준비를 하는데 하룻밤 사이에 모든 꿈이 산산조각이 났다.그는 포기할 수 없어 아버지를 찾아가 매달렸다. 어떻게든 시씨 가문 사람들의 마음을 되돌려서 이 혼사를 성사시켜 달라고 애원했다.“아버지, 시아만 얻을 수 있다면 무슨 대가라도 치를게요!”윌리엄 어르신은 요즘 매일 시씨 가문에 찾아가 사과하고 문전박대만 당하던 터라 마음속에 쌓여 있던 화가 완전히 폭발해버렸다.탁자를 쾅 내리치자 찻잔들이 요란하게 흔들렸다.“아직도 정신 못 차렸어? 사진에 영상까지 쫙 깔렸는데, 약혼식 전날 밤에 클럽 가서 여자나 끼고 놀았다는 걸 온 동네 사람들이 다 아는데 대체 무슨 면목으로 시씨 가문에 다시 찾아가란 거냐?”“시준이 그나마 협력할 여지를 남겨둔 건 다 내 체면을 봐서야. 넌 그냥 쥐죽은 듯이 있어! 여기서 더 소란 피우면 협력 관계마저도 유지 못 할 줄 알아!”윌리엄은 처참하게 욕사발을 먹고 목을 길게 빼며 반박하려 했으나 결국 아버지의 격노에 눌려 단 한마디도 내뱉지 못했다.한편 시씨 저택.식탁에 둘러앉은 가족들은 저녁 식사가 한창이었다.시경운은 나이프와 포크를 내려놓으며 옅은 한숨을 내쉬고 목소리에도 아쉬움이 묻어났다.“윌리엄 가문과 혼사를 맺을 줄 알았는데 결국 이렇게 됐네.”사실 시준은 윌리엄 가문과의 파혼을 마친 후에야 비로소 모든 일을 시경운에게 알렸다.“그래도 이번 일은 시준이 네가 잘했어.”“지만, 자네가 잘못한 건 없어.”“어영부영 시아를 시집보냈더라면 사람들은 우리 가문이 밑바닥 없는 집안이라 누구든 함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거야.”시경운이 고려하는 것은 시아가 결혼 후 행복할지 여부 따위가 아니었다. 그녀가 품행이 경박한 남자에게 시집가서 어떤 고통을 받을지에도 관심 없었다.오직 시씨 가문의 체면과 이익만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시경운은 시준을 올려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이 혼사가 틀어졌으니 앞으로 네가 좀 더 신경

  • 별이 되어 빛나리   제1156화

    다음 날 이른 아침.윌리엄은 숙취로 머리가 깨질 듯 아팠다. 소파에서 번쩍 정신을 차렸지만, 머릿속은 여전히 혼란스러웠다.밤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제대로 파악하기도 전에 아버지가 불같이 화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다. 당장 집으로 돌아오라는 명령이었다.윌리엄은 가슴이 철렁하며 큰일이 생겼음을 직감하고 급히 저택으로 돌아왔다.거실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윌리엄 어르신이 던져버린 신문들이 바닥에 흩뿌려졌다. 헤드라인은 온통 어젯밤 나이트클럽에서 몰래 찍힌 사진들로 가득했다.사진 속 윌리엄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양옆으로 유흥업소 여자들에게 기대어 있었다. 그야말로 꼴사나운 모습이었다.온라인에는 이미 관련 기사가 걷잡을 수 없이 퍼지고 있었다.시우 그룹과 윌리엄 가문의 약혼 소식이 얼마 전 막 발표되었는데 곧바로 예비 신랑의 이런 스캔들이 터진 것이다.여론은 순식간에 들끓었고 온갖 매체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어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뽑아내며 소식을 막을 수 없었다.윌리엄 어르신은 분통이 터져 온몸을 덜덜 떨며 윌리엄을 손가락질했다. 목소리는 통제할 수 없는 포효처럼 터져 나왔다.“네가 한 짓 좀 봐! 약혼식 하루 앞두고 나이트클럽에서 이런 스캔들이 나? 가문의 평판을 이딴 식으로 구길 거야? 망할 자식!”윌리엄은 신문 사진들을 보며 완전히 얼어붙은 채 넋 놓고 중얼거렸다.“아니... 어젯밤에 본 건 분명 시아인데 어떻게 다른 사람이...”“또 헛소리를 지껄여?”윌리엄 어르신은 버럭 화를 냈다.“시아가 시씨 저택에 안 있고 왜 한밤중에 나이트클럽에 가서 너를 찾아? 술에 취해 정신 못 차리고 사고를 쳐놓고 이제 와서 이런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늘려놓는 거니?”윌리엄은 꾸짖음을 듣고 고개를 숙였다. 억울한 심정을 말할 길이 없었다.정말 너무 많이 마셔서 많은 세부 사항이 기억나지 않았다. 억울함만 가득할 뿐 어떠한 반박도 내놓지 못했다.윌리엄 어르신이 한창 아들 녀석을 나무라고 있을 때, 집사가 황급히 들어와 보고했다.“어르신, 시우 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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