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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0화

Author: 김하이
그녀는 선뜻 한 걸음 나아가 뒤에서 송하나를 불렀다.

“송하나! 너 도망갈 생각 마!”

“하나야, 쟤 신경 쓰지 말고 차에 타, 얼른.”

할머니는 송하나가 손해 볼까 걱정하며 그녀의 손을 잡고 차 안으로 밀어 넣으려 했다.

이에 송하나가 할머니의 손등을 부드럽게 토닥이며 안심시켰다.

“할머니, 괜찮아요. 먼저 타고 계세요. 저 잠깐 얘기 좀 하고 올게요.”

그녀는 이 가족들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꼭 듣고 싶었다.

홍경자를 차에 모신 후, 송하나는 드디어 송태리를 향해 덤덤한 어투로 물었다.

“용건이 뭐야?”

송태리는 그녀의 태연한 모습을 보며 분노가 순식간에 불타올랐다.

방금 겪었던 억울함과 모욕감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송하나, 너 진짜 대단하다! 강우 씨가 나한테 별장 사줄 걸 알고 일부러 할머니를 모시고 와서 가로챈 거잖아! 어른 등쌀에 남의 것을 빼앗기나 하고 양심이 찔리진 않니?”

이때 김지영도 다가와 앙칼진 목소리로 한마디 거들었다.

“하나 네가 이렇게 심보 나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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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정원은 지사로 향하는 대신 송하나와 함께 살았던 펜트하우스로 돌아갔다.현관문을 여는 순간, 낯익은 기운이 물밀듯 밀려왔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 그대로였다.소파 위에는 그녀가 좋아하던 쿠션이 놓여 있었고 식탁에는 함께 골랐던 식기 세트가 정갈하게 놓여 있었다. 안방 옷장에는 그녀가 미처 챙겨가지 못한 옷가지들이 걸려 있었고 공기 중에 그녀의 은은한 향기가 감도는 것만 같았다.차정원은 추억이 깃든 모든 걸 손끝으로 가볍게 쓸었다. 머릿속에는 함께했던 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부엌에서 함께 요리하던 모습, 소파에 나란히 앉아 영화를 보던 모습, 환하게 웃으며 그의 품에 안겨 미래를 이야기하던 사랑스러운 그녀의 모습까지...애틋하던 모든 풍경이 이제는 차정원의 심장을 찌르는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떠올릴 때마다 숨 막히는 고통을 안겨주었다. 그건 마치 질식할 것 같은 고통이었다.이틀 밤낮을 집에서 칩거하던 차정원은 셋째 날 문득 밖으로 나섰다.로펌을 파트너들에게 맡겼지만, 서재에는 아직 처리해야 할 몇 가지 업무 자료가 남아 있었다. 겸사겸사 그것들을 챙겨서 로펌으로 가는 길이었다.볼일을 다 보고 집에 돌아와 엘리베이터에 막 들어섰을 때 익숙한 실루엣이 눈에 들어왔는데 다름 아닌 최시훈이었다.그 역시 차정원을 보자 약간 놀란 표정이었다.송하나가 해외로 나간 후, 차정원은 다시 강현으로 돌아가 일에 전념한 터라 이쪽 집은 반년 넘게 비어 있었다.최시훈이 먼저 입을 열었다.“오랜만이네요, 차 변호사님.”이에 차정원은 고개를 살짝 끄덕일 뿐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그의 태도는 어딘가 차갑게 느껴졌다.최시훈은 아마도 자신이 과거 송하나에게 호감을 느낀 일이 계속 마음에 걸려서 이러는 줄 알았다.솔직히 그때 최시훈도 확실히 그녀에게 호감을 느끼고 대시할까 고민도 했었다.하지만 송하나가 망설임 없이 차정원을 선택한 것을 보고 스스로 다른 도시로 발령을 신청하며 미련을 잘라냈다.지난 1년간 그는 오롯이 일에만 전념했다. 국장에서 또

  • 별이 되어 빛나리   제86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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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이 되어 빛나리   제85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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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이 되어 빛나리   제858화

    곧이어 개인 의사가 도착했다.송하나는 심성빈의 곁을 지켜주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선생님, 성빈 씨 좀 어때요? 괜찮은 건가요?”의사는 수액 상황을 점검하며 나지막이 위로의 말을 건넸다.“큰 병 아니니까 걱정 말아요. 과식으로 위가 좀 상했을 뿐이니 앞으로 음식을 담백한 위주로 드시고 천천히 회복하면 됩니다. 너무 염려 마세요.”이 말을 듣자 팽팽하게 당겨졌던 송하나의 어깨가 마침내 느슨해지고 가슴을 졸였던 걱정도 비로소 내려놓을 수 있었다.그녀는 친히 주방에 들어가 정성껏 죽을 끓여 심성빈에게 가져다주었다.김이 모락모락 나는 죽을 바라보며 심성빈의 마음속에는 따뜻한 온기가 차올랐다. 동시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씁쓸함마저 뒤섞였다.예전에는 그가 온갖 수고를 들여 다가서고 갖은 방법으로 호감을 표현해도 송하나는 늘 거리를 두었고 일말의 희망도 안겨주지 않았다.그런데 지금은 아프다는 이유만으로 눈물을 글썽이며 이토록 다정하게 죽까지 끓여주다니.그녀에게 관심받는 느낌은 마치 이 사랑이 쌍방 통행이 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고 그 감정을 자꾸만 더 탐하고 싶어졌다.지금 이 순간만큼은 모든 죄책감과 이성을 훌훌 떨쳐버리고 싶었다. 한 번만이라도 이기적으로 그녀를 단단히 곁에 붙잡아두고 다시는 놓치고 싶지 않았다.심성빈은 이틀 동안 수액을 맞으며 몸이 서서히 회복되었다.의사는 여전히 정기적으로 송하나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검진하고 있었다.검진이 끝난 후, 심성빈은 단독으로 의사를 찾아가 그녀의 상태를 물었다.이에 의사가 검진 보고서를 훑어보며 나지막이 답했다.“하나 씨의 컨디션과 정신 상태 모두 매우 좋게 회복되었습니다. 모든 수치가 정상으로 나왔고요. 대표님께서 만약 하나 씨를 화인국으로 보내고 싶으시다면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일주일 후에 과거의 일을 알려주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갑작스러운 자극은 피해야 하니까요.”심성빈의 목울대가 살짝 움직였다. 그는 목소리를 한껏 내리깔았다.“알았어요.”일주일, 남은 시간은 일주일뿐이

  • 별이 되어 빛나리   제857화

    심성빈의 목소리가 너무 작아서 공기 속에 묻혀버렸다.송하나는 제대로 듣지 못해서 무심코 더 가까이 다가서며 미간을 찌푸렸다.“뭐라고요? 잘 안 들려요.”순간 심성빈은 정신을 번쩍 차리고 마음속에서 소용돌이치는 슬픔을 억누르며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그의 목소리가 한결 부드러워졌다.“아니 그러니까 앞으론 단 거 좀 덜 먹겠다고.”송하나는 그의 옆에 앉아서 가볍게 손목을 건드리며 관심 조로 물었다.“속은 좀 어때요? 아직도 많이 아파요?”그녀의 눈가에 당혹감과 걱정이 가감 없이 드러났다. 이를 본 심성빈은 가슴이 따뜻해져서 고개를 들고 나지막이 물었다.“지금 날 걱정하는 거야?”송하나는 잠시 멈칫하더니 당당하게 말했다.“당연하죠! 성빈 씨 아프단 소리 듣고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요?”심성빈은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입가에 온화한 미소가 번졌다.마음에도 따뜻한 전류가 흐르고 지금 이 순간만큼은 모든 고통과 인내, 그리고 고뇌까지 말끔히 사라지는 기분이었다.설령 앞날이 고통으로 가득하고 이 온기가 순식간에 사라질지라도 그는 기꺼이 감내할 수 있었다.송하나는 병색이 완연한 와중에도 변함없이 다정한 미소를 짓는 이 남자를 보더니 잠시 멍해졌다가 낮은 목소리로 투덜거렸다.“아플 땐 다들 시무룩하던데 성빈 씨는 왜 이렇게 싱글벙글이에요?”말을 잇던 그녀는 문득 머릿속이 환해졌다.지난날들을 되짚어보니 이 남자는 늘 이유 없이 자신을 멍하니 바라보았고 무슨 일이든 자신에게 맞춰주고 포용해주었다. 맛도 없는 그 케이크까지 남김없이 다 먹어 치우다니.기억을 잃은 후 송하나의 마음은 더없이 순수하고 솔직해졌다.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도, 빙빙 돌려 말하며 떠보지도 않았다.송하나는 마른기침을 하더니 살짝 빨개진 얼굴을 돌리고 귓불까지 뜨겁게 달아올랐다.“성빈 씨 혹시... 나 좋아해요?”갑작스럽고도 직설적인 질문에 심성빈은 잠시 멈칫했고 눈가에 놀라움이 스쳐 지나갔다.그는 한참 침묵하다가 이내 모든 인내와 가면을 벗어던진 듯 태연하게 고

  • 별이 되어 빛나리   제856화

    심성빈의 눈빛은 더없이 진지했다. 눈가에 어린 희열도 꾸며낸 것이라곤 느껴지지 않았다.케이크가 맛이 있고 없고는 중요치 않았다.이 케이크 안에는 송하나가 오롯이 그만을 위해 오후 내내 쏟아부은 정성이 담겨 있었다. 그것이야말로 심성빈이 간절히 바라왔던 것이고 오래도록 탐해왔던 다정함이었다.그가 너무 대놓고 쳐다보니 송하나는 내심 불편했던지 작게 투덜거렸다.“성빈 씨 진짜 이상한 사람이네요. 입맛에 문제 있는 거 아니에요?”케이크 양은 둘이서 다 먹기엔 너무 많았고 송하나는 조금만 먹었는데도 금세 질렸다.남은 케이크를 보며 그녀가 제안했다.“남은 건 다른 사람들한테 나눠줘요, 우리. 그냥 두면 아깝잖아요.”하지만 심성빈이 곧장 거절했다.그녀가 오직 자신만을 위해 만든 케이크인데 어떻게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을까. 단 한 조각이라도 송하나가 공들인 시간과 노력이 깃들어 있으니 그에겐 더할 나위 없이 소중했다.한편 송하나도 생각이 바뀌었다. 케이크의 지나친 단맛과 어설픈 모양새까지 더하니 선뜻 누군가에게 내밀 수가 없었다. 그녀는 더 이상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오후 내내 바삐 돌아치느라 낮잠을 못 잔 탓인지 송하나는 일찍부터 졸음이 쏟아졌다.방에 들어가 씻은 후, 그녀는 곧바로 침대에 누웠다.심성빈이 침대 맡에 앉아 이야기책을 펼쳤다. 이제 막 읽기 시작했는데 그녀의 고른 숨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이 여자가 어느덧 깊게 잠든 모양이다.심성빈은 몸을 숙여 조용히 잠든 그녀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녹아내릴 듯이 다정한 눈빛으로 애써 이 마음을 절제하며 묵묵히 내려다보았다.한참 후, 그는 송하나의 이불을 여미고 천천히 침실을 나섰다.거실의 조명은 부드럽게 내려앉았지만, 어딘가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식탁 위에는 먹다 남은 케이크 반 조각이 조용히 놓여 있었다.심성빈은 자리에 앉아 포크를 들었다. 그리고 천천히 한 조각씩 남은 케이크를 전부 다 먹어치웠다.이미 배가 불렀고 크림의 단맛에 약간 물렸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단 한 조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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