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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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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되어 빛나리 제30화
호텔 밖송하나는 장현서에게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감히 그의 앞으로 다가가지도 못했다.“선배, 오후 활동은 참석하지 못할 것 같아요. 교수님께는 제가 갑자기 집에 일이 생겼다고 전해주세요.”송하나는 서둘러 택시를 잡으려 했다.그때 서유준이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잠깐만 기다려. 금방 올게.”그는 성큼성큼 장현서에게 다가갔다.무슨 말을 주고받았는지 장현서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른 제자들과 함께 차에 올랐다.곧이어 서유준이 다시 그녀에게 돌아왔다.“가자. 내가 데려다줄게.”송하나는 그의 차에 올라탔다.“교수님, 화 안 내셨어요?”“네가 생리통 때문에 배가 아프다고 말씀드렸어. 교수님도 이해하신다면서 집에 데려다주라고 하던데?”송하나의 얼굴에 미묘한 기색이 스쳤다.다만 서유준의 핑계도 완벽 그 자체라 흠잡을 데가 없었다.편의점 앞을 지나던 서유준은 차를 세우고 수건과 얼음주머니를 사 왔다.그는 얼음주머니를 수건에 감싸 송하나의 붉게 부어오른 뺨에 가져다 댔다.송하나의 결혼 생활이 순탄치 않고 남편과의 관계가 좋지 않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 남편이 얼마나 형편없는 인간인지 오늘에야 똑똑히 알게 되었다.본인에겐 가슴속 깊이 사랑하지만 가질 수 없는 여자인데 이강우 그 개자식은 이렇게까지 짓밟고 있다니.송하나는 과연 지난 4년 동안 얼마나 많은 설움과 고통을 삼켰을까.방금 그녀의 얼굴에 난 상처를 본 순간, 서유준은 개자식 이강우를 죽이고픈 충동까지 일었다.그의 시선이 너무 뜨거웠던 탓일까. 송하나는 괜스레 불편함을 느꼈다.그녀는 서유준의 손에 쥔 얼음주머니를 받아들었다.“고마워요, 선배. 제가 할게요.”차는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멈춰 섰다.송하나는 그에게 인사한 후 차 문을 열고 내렸다.한편 서유준은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차 한잔하러 따라 들어가고 싶었지만, 너무 성급한 행동일까 봐 망설여졌다.결국 송하나가 사라지는 뒷모습을 멀리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그 시각.이강우도 이제 막 송태리와 그녀의
별이 되어 빛나리 제29화
“사랑받지 못하는 자가 세컨드야. 너야말로 태리랑 강우 사이 가로막는 새컨드라고. 알아들어?”송하나는 탄성을 지르며 그녀를 위해 박수를 쳐주었다.“제 기억이 맞는다면 삼촌이 몇 년 전에 바람피우다가 숙모한테 딱 걸렸죠? 그때 숙모가 현장까지 찾아가서 난리를 피웠잖아요. 그럼 우리 숙모도 수년간 세컨드로 살아오셨네요.”그녀는 김지영의 정곡을 쿡 찔렀다.울화가 치솟은 김지영이 맹렬하게 달려들며 그녀에게 손찌검을 날리려 했다.“이런 빌어먹을...”송하나는 그녀가 이런 식으로 나올 줄 진작 예상하고 손목을 잡아서 거칠게 밀쳐냈다.“잘 들어요, 김지영 씨! 난 이제 당신이 함부로 때리고 욕할 수 있는 여린 소녀가 아니에요.”이 광경을 지켜보던 송종현이 격분해서 다짜고짜 그녀의 뺨을 때렸다.“교양 없는 년! 자그마치 네 숙모야. 오늘 네 부모님을 대신해서라도 따끔하게 가르쳐야겠어.”찰싹.찰진 귀싸대기 소리가 복도를 가득 메웠다.송하나는 고개를 기울였고 입가에 피가 배어 나왔다.그녀는 천천히 얼굴을 돌려 송종현을 노려봤는데 눈가에 살벌한 기운이 가득 찼다.“당신은 우리 부모님을 함부로 입에 담을 자격 없어.”곧이어 그녀가 반격하듯 뺨을 후려쳤다.송종현은 휘청거리며 뒷걸음질 치다가 비참하게 벽에 부딪혔다.그는 충격에 얼이 빠졌다. 송하나가 감히 손을 댈 줄은 몰랐으니까. 옆에 있던 김지영도 입이 쩍 벌어졌다.“아빠!”송태리는 이강우와 계산을 마치고 룸으로 돌아오다가 멀리서부터 송하나가 사람을 때리는 장면을 목격했다.그녀는 서둘러 이쪽으로 달려왔다.“아빠, 괜찮으세요?”이강우도 그녀를 따라오더니 미간을 확 찌푸렸다.“어떻게 된 거죠?”김지영이 눈물로 호소했다.“강우야, 얘 좀 봐. 부모님 여의고 나서 우리가 몇 년은 길러줬는데 이렇게 불효막심하게 굴다니. 욕설도 모자라 이제 손찌검까지 하는구나.”송태리는 속상한 표정으로 송하나를 바라보았다.“하나야, 아무리 그래도 우리 아빠는 네 삼촌이잖아. 마음속에 앙심을 품고 있더라도 나한테
별이 되어 빛나리 제28화
레이크 호텔을 나오자, 송하나는 휴대폰을 별실에 두고 온 걸 발견했다.서유준이 함께 찾으러 들어가려 했는데 그녀가 담담하게 말했다.“선배님은 교수님 모시고 계세요. 저 혼자 다녀올게요.”송하나가 별실에 돌아왔을 때 종업원이 한창 잔반을 정리하고 있었다.“이거 혹시 손님께서 떨어뜨리신 휴대폰인가요? 프런트에 가져가서 직접 연락드리려 했거든요.”“네, 제 거예요. 감사합니다.”송하나는 휴대폰을 들고 별실을 나왔다.문밖으로 나서자마자 익숙한 두 사람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송태리가 이강우의 팔짱을 끼고 프런트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들은 매우 다정한 모습이었다.송하나가 잠시 넋 놓고 있을 때 옆에서 야유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뭘 그렇게 뚫어지라 쳐다봐? 눈 빠지겠네!”“하긴, 강우랑 4년이나 함께 지내면서 손끝 한번 닿아보지 못했겠지.”송태리는 고개를 돌리고 룸에서 나오는 부모님을 바라봤다.이강우는 방금 송태리 가족과 함께 식사한 모양이다.송종현 가족을 본 송하나는 가슴에 분노와 증오심이 불타올랐다.만약 조사 결과 부모님이 정말 저들에게 해를 입은 것으로 밝혀진다면 송하나는 절대 저들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교수님이 밖에서 기다리고 계시니 송하나는 굳이 저들과 언쟁을 벌이고 싶지 않았다.이제 막 자리를 떠나려는데 김지영이 덥석 앞을 가로막았다.“얘, 너는 어른을 보고도 인사할 줄 모르니? 하여튼 예의가 없다니까.”송하나는 차갑게 입을 열었다.“어른이요? 당신 따위가 어른이 될 자격이 있나요?”김지영은 전혀 화내지 않고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우리한테 불만 있는 거 알아. 태리가 곧 네 자리를 대체해서 미래 이씨 가문 며느리가 될 테니 이러는 거잖아.”“그렇지만 하나야, 너무 주제넘게 굴지 마. 강우는 널 전혀 사랑하지 않아. 그렇게 뻔뻔스럽게 곁에 달라붙어 있는다고 뭐가 달라지겠어?”“이씨 가문의 5% 주식도 이미 손에 넣었잖아? 얼른 강우 곁에서 떠나고 우리 태리한테 자리 양보해!”“오지랖도 병이에요.”“뭐라
별이 되어 빛나리 제27화
나중에 그는 슬슬 깨닫게 되었다.서유준은 해외 연수를 가 있는 동안, 학술적인 문제를 논할 때마다 송하나의 근황에 유난히 관심을 보였었다.송하나를 현진으로 추천한 것은 어쩌면 서유준의 마음과 일치했을지도 모른다.한편 서유준 또한 장현서가 가장 만족하는 제자 중 한 명이다.능력이나 인품이나 어느 것 하나 흠잡을 데가 없는 아이였다.그런 두 사람이 결실을 맺게 된다면 장현서 역시 기꺼이 축복해주고 싶었다.같은 시각, 옆방.김지영이 우아한 드레스 차림에 액세서리를 온몸에 휘감고 거울 앞에서 머리를 매만지고 있었다.송종현도 자꾸만 양복과 넥타이를 더듬었다.“엄마, 아빠, 너무 긴장하지 마세요. 강우 씨 진짜 좋은 사람이에요.”방문이 열리고 이강우가 압도적인 기세로 걸어 들어왔다.그는 평소 즐겨 입던 비즈니스 수트 대신 애쉬 그레이 색상의 명품 셔츠를 입고 나왔는데 넓은 어깨와 좁은 허리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강우 씨.”송태리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팔짱을 꼈다.“인사해요. 저희 부모님이에요.”김지영과 송종현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들은 쩔쩔매는 표정으로 이강우를 바라보았다.송태리가 곁눈질하지 않았다면 두 사람 모두 ‘대표님’이라고 불렀을지도 모른다.평소 TV나 잡지에서만 보던 남자가 이렇게 생생하게 눈앞에 나타나다니.“죄송합니다. 길에 차가 좀 막혔어요.”이강우는 손에 든 예물 상자를 건넸다.“아버님께서 보이차를 좋아하신다고 들어서 소소하게 준비해봤습니다.”“이 가방은 어머님이 입고 계신 드레스 색상과 잘 어울릴 것 같네요.”김지영은 에르메스 오렌지색 선물 상자를 받으며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이 한정판 가방은 매장 내에서 1억 원 상당의 구매 실적을 쌓아야만 구매 자격이 주어지는데 이강우가 첫 만남에서 이렇게 귀한 선물을 준비하다니.“강우 씨, 우리 부모님을 위해 마음 써주셔서 정말 고마워요.”송태리 역시 그가 준비한 선물에 만족했다.밤낮없이 바쁜 재벌 총수가 그녀의 가족을 위해 선물을 고를 시간을 냈다는 것은
별이 되어 빛나리 제26화
송씨 저택.송태리의 엄마 김지영이 짤그락하고 수중의 찻잔을 받침대에 내려놓았다. 순간 찻물이 몇 방울 밖으로 튀었다.“뭐라고? 어르신이 송하나에게 주식을 줬다고?”“그것도 5%나? 그건 무려 이원 그룹의 주식이잖아!”“태리야, 이강우 하나 안 좋아한다며?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니? 어르신이 왜 하나한테 주식을 줘? 강우도 허락했대?”“당연히 안 좋아하죠! 애초에 두 사람 결혼한 것도 다 어르신이 강요한 거예요. 강우 씨는 4년 동안 송하나 냉대했어요. 이 주식은 그저 송하나에게 주는 보상일 뿐이에요.”“보상치고 대가가 너무 크잖아!”김지영은 꼭 마치 제집 재산이라도 뜯긴 것처럼 배 아파 죽을 지경이었다.“태리 네가 몇 년만 더 일찍 귀국했어도 송하나 따위가 어디 끼어들 틈이 있었겠니? 이씨 가문 사모님 자리도 진작 네가 차지하고 그 주식들도 다 네 건데...”“엄마, 하나는 무늬만 이씨 가문 며느리예요. 강우 씨 이미 이혼 소송 걸기로 했어요.”“정말? 너무 잘 됐다!”김지영은 흥분하여 송태리의 손을 잡았다.“역시 우리 딸 해낼 줄 알았다니까. 강우는 조만간 우리 집안의 사위가 되겠지.”“그런데...”김지영은 또 무언가 생각난 듯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뀌었다.“우리 회사가 몇 년간 경영난이라 매년 손실을 보고 있잖니. 최근 자금 회전도 좀 어렵고, 네 아빠는 거의 밤낮으로 걱정하고 계셔.”“송하나가 이씨 가문의 5% 주식을 받았다고 하니 너도 한번 강우한테 얘기해볼래? 걔가 우릴 좀 도와주면 안 될까?”송태리는 살짝 난감했다.“내가 직접 강우 씨한테 돈을 달라고 하는 건 좀...”“마침 강우 씨가 내일 점심에 우리 가족이랑 식사하기로 했잖아요. 그때 가서 아빠가 슬쩍 얘기해보는 건 어때요?”“그래, 그게 좋겠다!”김지영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강우 같은 대기업 총수가 우리랑 함께 밥 먹는다는 건 널 진정 아낀다는 뜻이야. 그러니 이 부탁도 분명 들어줄 거야.”다음 날은 마침 스승의 날이었다.송하나와 서유준은 다른
별이 되어 빛나리 제25화
구석에 서 있던 가정부 안정인이 즉시 앞으로 나섰다.“네, 어르신, 말씀하세요.”“당장 저년 내쫓아!”홍경자의 목소리가 차갑게 식었다.“물건들도 싹 다 버려!”송태리는 순간 사색이 되었다.“할머니, 뭔가 오해가 있으신 것 같은데 저는 그냥...”“오해?”홍경자가 냉소를 터트렸다.“우리 강우 결혼 생활을 망쳐놓은 내연녀 따위가 어딜 감히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놀려? 뻔뻔한 것, 낯부끄럽지도 않아?”안정인이 다가와 무표정한 얼굴로 손을 내밀었다.“송태리 씨, 이만 나가시죠.”송태리는 옷자락을 꽉 움켜쥐어서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렸다. 결국 그녀는 이를 악물고 돌아섰다.쾅!병실 문이 굳게 닫히고, 그녀가 들고 왔던 과일 바구니와 영양제는 복도의 쓰레기통에 버려졌다.바로 그때.송하나가 보온병을 들고 병실 문 앞에 이르렀다.송태리는 자신이 문전박대당하는 모습을 다른 사람이 볼까 봐 매우 걱정했는데 하필이면 송하나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오셨어요, 사모님!”아까 무표정했던 안정인은 송하나를 보더니 매우 반갑게 맞아주었다.“어서 들어와요. 어르신께서도 정말 기뻐하실 거예요.”안정인이 이토록 열성적으로 송하나를 맞이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송태리는 기분이 확 잡쳤다.‘송하나, 수단 좋네 아주! 강우 씨 마음을 못 얻으니까 할머니라도 단단히 붙들어 매려는 거야? 대체 무슨 수를 썼길래 할머니가 저렇게까지 콩깍지가 쓰였어?’“어르신, 사모님 오셨어요.”병상에 누워 있던 홍경자는 송하나를 보자마자 눈빛이 한없이 부드러워졌다.“하나 왔니? 이리 와서 앉으렴.”송하나는 침대 옆 의자에 앉았다.“할머니, 제가 국을 좀 끓여왔는데, 맛 좀 보시겠어요?”“그래. 마침 배가 고팠는데 잘됐다.”송하나는 국을 그릇에 담아 손수 홍경자에게 떠먹여 주었다.한 입 마시자마자 홍경자는 참지 못하고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그녀는 야윈 손으로 송하나의 손을 꽉 잡았다.“하나야, 이 할미가 미안해. 정말 미안해...”송하나는 깜짝 놀랐다.“할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