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태원 호텔 스위트룸.
결혼식과 피로연까지 끝낸 도혁과 세나가 신혼 여행 대신으로 선택한 곳. 갑작스런 결혼으로 도혁이 신혼 여행 일정을 조정할 수 없었다. 금요일 오후 예식을 올리고 스위트룸에서 보내는 주말이 신혼 여행인 셈이었다. 욕실에서 가운 차림으로 거울을 보는 세나는 이제 막 현실에 발을 딛은 기분이었다. 도혁을 알게 된 지 겨우 한 달여. 어떤 사람인지 알기도 전에 그의 아내가 되는 과정은 허공을 나는 꿈을 꾸는 것 같았다. 도혁이 약속을 지켰으니 그가 아빠의 회사를 살리는 데 투자한 돈만큼의 값어치를 해야 했다. 거울 속의 자신이 낯설어 보였다. 우리 나라에서 손꼽히는 전문가들이 만들어준 아름다운 신부의 모습. 다른 사람같았다. 오히려 잘 됐다. 세나는 거울을 보고 심호흡을 했다. 도혁의 개인 비서 역할을 할 때가 왔다. 실망시키지 않게 최선을 다 하자. 여러 번 다짐하며 그가 기다리고 있는 침실을 향해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도혁이 태블릿 피씨의 전원을 껐다. 그렇게 다짐을 하고 문을 열었지만 막상 도혁의 얼굴을 보자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 자리에 그대로 멈췄다. 도혁과 눈이 마주쳤다. 그가 웃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어 눈을 피했다. 아, 이제 자야 하니까 침대로. 쭈뼛거리며 침대에 엉덩이를 걸쳤다. 한 밤중. 남자와 단 둘이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이 처음인 세나는 긴장되고 어색했다. 조용히 이불 아래로 몸을 숨겼다. 세나가 눕자 도혁이 침실의 조명을 낮추고 가운을 벗었다. 처음 보는 남자의 나신. 가운을 벗은 도혁의 뒷모습에 못 볼거라도 본 것처럼 눈을 감고 고개를 돌렸다. 드디어 두 사람이 나란히 누웠다. 정적만 있는 침실에 세나의 숨소리만 유독 크게 들렸다. “자, 잠깐만요.” 가운의 허리끈을 잡은 도혁의 손에 세나가 손을 올렸다. “어차피 벗어야 할 거 잖아요.” 첫날밤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세나도 잘 안다.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도혁의 손이 닿자 몸이 뻣뻣해 졌다. 도혁의 손을 덮고 힘을 주어 막을 수도 없었다. 거절의 뜻은 아니니까. 다만 당황했을 뿐이니까. 결국 세나의 가운도 벗어 던져졌다. 아내의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벗은 몸을 보여 준다는 수치심에 그만 손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 도혁의 팔이 세나의 머리 아래로 쑥 들어 왔다. 얼굴을 가린 손을 도혁이 떼어 내자 뜨거운 숨결이 훅 끼치는가 싶더니 입술이 닿았다. 가볍게. 우는 아이를 달래듯. 커다란 손이 연신 뺨을 간지럽히자 긴장이 조금씩 풀어 졌다. 잔뜩 힘을 줘서 올라가 있던 어깨가 스르륵 내려 오자 도혁이 더 바짝 끌어 당겨 안았다. 두 사람의 몸이 틈없이 바짝 붙었다. 단단하고 뜨거운 것이 세나의 배꼽을 꾹 눌렀다. 흉측한 느낌에 몸을 틀어 보지만 속수 무책이었다. 오히려 도혁은 세나의 엉덩이를 움직이지 못 하도록 꽉 잡으며 거칠게 입술을 열었다. 숨을 곳도 없는 곳에서 숨을 곳을 찾아 이리저리 도망쳐 보지만 소용없었다. 헤매는 혀를 단번에 낚아채 비벼 댔다. 두 사람의 숨소리가 빨라 졌다. 세나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가슴앞으로 주먹만 움켜 쥐는 것 뿐이었다. 숨소리만 있던 침실을 젖은 입술과 혀가 뒤얽히는 소리가 점점 채워 갔다. 입술을 그대로 빨아 먹으며 도혁이 세나의 몸 위로 올라 탔다. 저도 모르게 앓는 소리가 났다. 무게를 다 싣지 않았는데도 묵직하게 누르는 도혁의 무게에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세나가 숨을 헐떡이자 도혁이 잠시 입술을 떼었다. “자, 잠깐만…요.” 하얗고 동그란 가슴이 빠르게 오르내렸다. 숨을 헐떡이며 눈을 떴다. 흐릿한 눈에 들어 온 건 도혁의 얼굴이었다. “힘들어요? 아니면 처음인가?” 입은 다정하게 배려하면서 손은 쇄골을 스쳐 가슴을 세게 움켜 쥐었다. 흡!하고 놀라기도 전에 뜨거운 입술이 반대편 가슴을 삼켰다. 세나의 코를 통해 야릇한 비음이 흘러 나왔다. 그 신음이 부끄러워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려 버렸다. 봉긋한 두 개의 가슴이 도혁의 손과 입술에 일그러졌다. 도혁의 입술이 세나의 몸에 자국을 남길때마다 세나의 입술에서 생소한 소리가 새어 나왔다. 소리를 내지 않으려 입술을 안으로 말았다. 가슴을 주무르던 손이 점점 뜨거워 졌다. 그 뜨거움이 배꼽 아래로 내려가 허벅지를 벌리자 저도 모르게 긴장이 됐다. 다음은…이 다음은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상할 수 있으니까. 길고 가느다란 허벅지가 벌어졌다. 세나조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중요하고 은밀한 부분이 활짝 열렸다. 도혁이 허리를 세우는가 싶더니 아래에서 뜨거운 숨이 느껴졌다. “아…싫어, 거긴 안…돼,요.” 거부해도 소용없었다. 뜨거운 아이스크림이 그 은밀한 부분에서 흘러 내리는 것 같았다. 정신이 몽롱해지고 몸은 무력하게 늘어졌다. 세나의 앓는 소리와 젖은 살을 빨아 들이는 소리만 점점 커졌다. “그만, 그만해요. 이..상해요.” 세나는 이 순간이 빨리 지나갔으면 하고 바랐다. 낯설고 어색하고 부끄러운 이 순간이. 뜨거운 입술로 한참이나 아래를 빨던 도혁이 허리를 세우고 앉았다. 도저히 그의 얼굴을 볼 자신이 없어 세나는 눈을 감고 고개를 돌렸다. 도혁이 몸을 겹쳐 왔다. 그의 전신이 불덩이 같았다. “천천히…할게.” 도혁이 상체를 세우고 제 전부를 묻을 곳을 찾았다. 천천히. 조금씩. 놀란 세나의 몸이 굳었다. “힘을 빼. 이러면 더 아파.” 이미 세나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상상만으로도 고통이었다. 보지는 않았지만 제 배꼽을 찔러 대던 뜨거운 것이 어떻게 안으로 들어 온단 말인가. 불가능해 보였다. “못 해요…못 하겠어요.”일주일을 쉬고 나가는 외출은 굉장히 반가웠다.공식적으로는 쉰다고 했지만 쉬는게 결코 편하게 쉬지는 못 했다.도혁이 세나를 가만히 두지 않았으니까.그 동안은 어떻게 참아 왔나 싶을 정도로 새벽이고 저녁이고 상관하지 않았다.어떤 날은 퇴근한 도혁이 저녀을 차려 세나에게 갖다 바치기도 했다.일주일 넘게 꺼내지 않았던 바이올린을 레슨 당일 아침 부랴부랴 한 번 연습하고 레슨을 받으러 갔다."세나씨. 많이 아팠나 보네. 연주에 기운이 없어요.""네? 그 정도인가요?'"그럼요. 내 컨디션과 감정 상태가 그대로 연주에 나와요. 몸도 잘 챙겨야 해요.""네.""조금 쉬었다 할까요?"세나가 활을 내려 놓고 목을 돌리며 풀었다."아까 보니까 누가 같이 오던데..."레슨 스튜디오는 2층이고, 선생님은 창가에 서서 바깥 경치 구경을 자주 했다.아마 세나가 레슨 받으러 오는 것을 본 모양이었다.레슨과 요리 수업이 있는 날이면 도혁이 경호원을 태운 차를 보낸다.경호원이 차에서 스튜디오까지 데려다 준 뒤 기사와 차에서 대기를 한다.마치면 역으로, 스튜디오에서 차까지 경호원이 동행한다.굳이 경호원까지는 필요없는데 진영을 우연히 만나고 유산까지 하면서 기사와 경호원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아,네..."아마 선생님은 경호원을 남편이라고 생각하는 듯 했다.레슨 선생님이 의아한 눈으로 세나를 보다가 이해한 듯한 눈빛으로 바뀌었다.제자 세준이 친구라고 소개해줘 그렇구나했는데 평범하지는 않은 모양이었다."결혼했다고 했죠?""네.""어린 나이에 일찍 결혼을 했군요. 남편의 마음이 놓이지 않나 봐요."뭐라 할 말이 없었다.새로운 모습에 반하는 중이긴 하지만 죽도록 사랑해서라는 말은 나오지가 않았다.시작부터가 평범하지 않았으니까.한 집에서 같이 살아가는 지금도.이제 막 연애를 하기 시작했으니까."과보호하는 타입이라서 그래요."틀린 말은 아니었다. 선생님이 하고 있는 오해를 굳이 정정하지는 않았다."그래도 세나씨가 하고 싶은 일에 반대는
일주일에 한 번씩 가는 수업이지만 여행에서 돌아온 주는 집에서 쉬기로 했다.몸살이 났다고 핑계를 댔지만 사실은 온 몸에 그림처럼 울긋불긋한 도혁의 흔적들때문이었다.집에서도 목끝까지 올라오는 옷들을 입어야 해 불편한 점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여행에서 돌아오는 내내 세나는 잠을 잤다.집에 돌아왔을 때 도혁이 제일 먼저 한 일은 세나를 침실로 데리고 가 강제로 눕힌 일이었다.차에 가득한 여행짐을 가지고 올라 와서 정리할 일이 남아 있지만 도혁이 알아서 할테니 쉬라고 했다.여기서 나오면 화 낼거야. 오빠는 너한테 화내고 싶지 않으니까 쉬고 있어.문이 열고 닫히는 소리를 들으며 세나는 침대에 누워 있었다.혼자 그 많은 짐들을 올리고 정리하려면 힘들텐데.하지만 온 몸이 뻐근했다.몸이 힘든 이유를 떠올리며 세나는 혼자임에도 민망했다.여러 번을 힘드냐고 물었지만 몸을 멈추지는 않았다.다리가 도혁의 어깨위에서 흔들리고, 고개가 바닥에 묻힌 채로 쿵쿵 박혔다.눈 앞에 폭죽처럼 터지던 별이 사라지고 난 후에야 몸 위에서 내려오는 도혁을 보며 끝이구나 싶었지만 옆으로 몸을 돌려 다시 시작이었다.끝은 또 다른 시작이었다.처음의 고통은 이제 기억이 나지 않았다.도혁의 숨과 손길에 발가락이 곱아 드는 것 같이 저릿한 느낌은 생생하게 기억이 났다.미쳤어, 미쳤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세나가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 썼다.“일어나 봐.”짐을 모두 정리한 도혁이 침실로 들어 왔다.이불밖으로 얼굴을 내밀자 도혁의 손에 들린 수건이 보였다.세나의 등을 받치고 몸을 일으킨 후 목에 수건을 대 주었다.“뭐예요?”“핫타월. 멍이 빨리 빠지라고.”핫이라고 하지만 따뜻하게 데운 수건을 세나의 목주위로 찜질을 했다.“옷 좀 벗어봐.”“왜요?”“가슴에도 해야 할 거 아니야.”“가슴은 가려지니까 안 해도 괜찮아요.”필사적으로 방어하는 모습에 한 발 뒤로 물러났다.“이왕 이렇게 된 거 이번 주는 푹 쉬어. 재충전하러 갔다가 몸만 상해 왔네. 충전은
변호사를 선임하는 이유는 소송에서 이기기 위함이다.수임료로 거액을 지불하면 개미도 코끼리로 둔갑시켜 소송에서 유리하게 판을 뒤집어 줘야 하는 법인데."그건 불가능합니다, 신진영씨.""왜요? 수임료가 이렇게나 비싼데 불가능이라는 말이 왜 나와요?"진영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수임료가 한 두푼이 아니었다.소송에서 지면 다시 하지, 뭐 라고 할 수준의 돈이 아니란 말이었다."상대는 태원그룹 법무팀입니다. 거기다 우리 나라를 쥐락펴락하는 정재계 인물들이라구요. 그런 사람들을 상대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겁니까.""아니, 그러니까 변호사를 쓰는 거잖아요. 이길려고.""변호사가 있다고 해서 저지른 잘못이 없어지는 건 아닙니다.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것은 형량을 줄이거나 집행 유예를 노리는 겁니다. 무죄가 아니라. 그것도 상대가 합의해 준다는 전제가 있어야 하고요.""뭐라구요?"형을 줄이겠다니. 이기겠다는 것도 아니고.그 말을 뒤집어 보면 형이 나온다는 말이었다.그럴 수는 없다.징역을 피하려고 변호사를 찾아 온 건데.국선 변호인을 쓸걸 그랬나.덜컥 계약부터 하는게 아니었다.하지만 변호사와 쓴 계약서는 무를수 없었다.원룸으로 돌아가는 길이 지옥불에 뛰어드는 것 같았다.방을 꽉 채우는 침대에 누워 진영은 눈물을 흘렸다.남은 돈은 점점 떨어져 갈테고 소송이 끝날 때까지 시한부 삶을 사는 셈이었다.진영은 휴대 전화에 구직앱을 다운로드 했다.*****전략 기획 실장이 보고서를 들고 도혁의 집무실을 찾았다.호텔 인수전에 끼어든 경쟁사가 누구인지도 알았고 경쟁사 분석도 마쳤다.이제 필요한 건 매력적인 조건이었다.“가격은 그리 크게 차이나지 않습니다. 우리가 제시한 금액이 높긴 한데 그 정도는 아르떼도 충분히 고려할 만하다 생각합니다. 그런데 문제는.”전략 기획실장이 말끝을 흐렸다.도혁이 받아들일 수 있는지가 문제였다.“문제는?”기획실장이 보고서를 넘겨 한 부분을 짚어 보여 주었다.“현 오너에게 경영권을 보장한다는 조건입니다.”
눈을 뜨니 사방은 깜깜했다.분명히 샴페인을 마시다 도혁에게 안겨 침대로 갔다.폭발하듯 제게 돌진한 도혁도 기억났다.몇 시나 되었을까.몸을 뒤척이자 머리 위에서 도혁의 목소리가 들렸다.“일어 났어?”도혁이 세나의 긴 머리를 손가락으로 빗질해 귀뒤로 꽂아 주었다.그리고는 콧등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몇 시나 됐어요?”“글쎄.”“우리 저녁도 안 먹었잖아요.”“배고파?”어떻게 잠이 든 건지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눈이 떠진것은 배가 고파서였나보다.세나가 도혁을 올려다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컵라면 먹을까?”“좋아요.”도혁의 품을 벗어 나려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온 몸이 나른한 것 같기도 하고 무거운 것 같기도 하고.끙 하고 앓는 소리에 도혁이 팔을 풀고 일어 났다.“누워 있어. 내가 해 올게.”“죄송해요. 몸이 움직이지 않아요.”도혁이 이해한다는 듯 웃었다.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붓고 테이블에 올려 둔 뒤 세나를 데리러 왔다.“일어날 수 있겠어?”“노력해 볼게요.”도혁에게 의지해 몸을 일으켜 보지만 다리가 풀려 도혁의 허리를 안았다.“안 되겠네.”도혁이 세나를 번쩍 안아 들고 테이블로 갔다.컵라면이 퍼지는 동안 도혁이 세나의 다리를 제 무릎위로 올렸다.그리고는 살살 종아리를 주물러 주었다.종아리를 주무르던 손이 점점 위로 올라 갔다. 세나가 그 손목을 잡으며 힘을 주었다.“왜,요?”“뭘 그걸 가지고 픽픽 쓰러 지고 그러나.”도혁의 말뜻을 이해한 세나가 민망함에 도혁의 입을 두 손으로 가렸다.“그만. 그만해요.”“젓가락질은 할 수 있겠어?”“아! 그마안!”세나는 가만히 누워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도 이렇게 몸이 아픈데.따지고 보면 움직인 것도, 세나를 들어 올려 위치를 바꿔 준것도 도혁인데 그는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세나는 그저 도혁이 하는 대로 자세만 바꿨을 뿐인데.제 입을 막은 세나의 손을 떼어내 장난스레 손가락 끝을 깨물었다.“어서 먹자.”라면을 접시에 덜어 식힌 뒤 세나의 입에 한
“오빠.”같은 단어라도 누가 부르냐에 따라서 마음이 달라지는 건가.오빠라는 두 글자가 싫을 때가 있었다.진영이 오빠라고 부를 때, 대답않고 입을 다물고 있으면 연달아 부를 때.그 단어를 세상에서 없애 버리고 싶었다.처음부터 그렇지는 않았다.재영이 죽은 후 진영을 돌봐 주며 알게 된 그녀의 실체때문에 그랬다.그래서 다른 남자들처럼 그 단어에 큰 감흥이 없었다.세나가 ‘오빠’라고 부르자 도혁의 가슴 저 아래에서 아지랑이가 피어 오르는 기분이었다.도혁의 호칭인 ‘여보’라든가 ‘당신’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연기처럼 피어 오른 아지랑이는 도혁의 가슴 전체로 퍼져 그 한 마디에 중독된 것처럼 자꾸 듣고 싶었다.“한 번 더 해 봐.”“오빠.”더 이상 참을 수 없을 지경이 되었다.도혁이 몸을 돌리자 세나가 기대고 있던 머리를 떼어 냈다. 무슨 일인가 어리둥절할 틈도 없이 거칠게 입술이 붙어 왔다.“흡!”더 바짝 몸이 붙으며 도혁의 숨이 세나에게 넘어 갔다.무방비 상태로 마구 휘저어 졌다.도톰한 세나의 입술을 깨물고 연하디 연한 혀를 뽑을 듯이 빨아 당겼다.세나의 목이 저절로 꺾어 지고 고개가 젖혀졌다.도혁의 거친 숨이 세나에게로 달려 갔다. 세나는 그대로 얼어 붙은 채 도혁이 하는 대로 마구마구 삼켜질 뿐이었다.금세 두 사람의 숨이 뜨거워 졌다.서로의 혀가 강하게 휘감길 때마다 아릿하고 아찔한 감각이 전신으로 퍼져 나갔다.도혁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을 때, 세나가 도혁의 어깨를 작게 두드렸다. 고개를 틀어 입술을 떼어 냈다.“자, 잠깐만,요. 숨이…”세나가 밭은 숨을 쉬었다. 숨을 쉴 때마다 향긋한 복숭아 냄새가 맡아 졌다.눈꺼풀 안에서 불이 활활 타오르다가 서서히 잦아 들었다.번들거리는 세나의 입술을 도혁이 엄지 손가락으로 쓱 닦아 냈다."오빠라는 말이 이렇게나 위험할 지 몰랐어요.숨을 진정시킨 세나가 놀란 얼굴로 도혁의 눈을 피했다.도혁도 인정했다.그 한 마디가 뭐라고. 사람을 이렇게나 흥분시키나."자러 갈까
여름의 끝자락이지만 산 속은 그리 덥지 않았다.그 덕에 숯불에서 고기를 굽는 것도 할 만했다.원목사이트에 그늘막을 치고 그 아래로 테이블과 의자를 옮겼다.“접시.”도혁이 말에 세나가 접시를 얼른 그 앞으로 가지고 갔다.접시 위로 먹기 좋게 자른 고기가 올려 졌다.“앉아서 먼저 먹어요. 고기 좀 올려 놓고.”세나가 테이블에 앉아 뜨거운 고기를 후후 하고 부는 모습을 도혁이 흐뭇하게 바라 보았다.여러 장 겹친 채소 위에 고기를 올려 야무지게 싼 쌈을 들고 세나가 일어 났다.“아, 하세요.”세나의 작은 손이 도혁의 입 근처로 왔다.“먼저 먹으라니까.”나오는 말과는 다르게 고기쌈을 쏙 받아 먹었다.한 덩어리의 고기를 더 익힌 후 도혁도 목장갑을 벗고 세나 옆에 앉았다.고기에 곁들여 먹는 음식들은 바로 먹을 수 있게 집에서 손질을 해서 왔다.“많이 먹어요. 고기 먹고 싶어했잖아.”“너무 맛있어요. 밤새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요.”의지는 넘쳤지만 세나는 그리 많이 먹지 못 했다.세나가 먹고 싶다고 했던 만두도, 쫄면도 냉장고에 그대로 두고 바베큐는 정리했다.소화를 시킬 겸 관리자가 알려 준대로 비탈길 아래 계곡으로 산책을 나갔다.캠핑 사이트와 멀지 않아 쉬엄쉬엄 내려 가기 딱 좋았다.계곡으로 내려 오니 물 흐르는 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물에 발을 담그지 않아도 온 몸이 시원해지는 것 같았다.“조심.”손을 잡은 채로 도혁이 앞장 서고 세나가 뒤를 따르며 널찍한 바위를 찾아 앉았다.적당한 그늘과 바람, 물 소리.도시에서는 느껴 보지 못 하는 것들 투성이였다.“물이 어쩜 이렇게 깨끗할 수가 있죠? 너무 투명해요.”처음 경험하는 것들이라 세나는 모든 것들이 신기했다.“여름 방학 때 바다는 가 봤는데 계곡은 처음이에요. 조용하고 시원하고. 공기마저 깨끗하고.”매미 우는 소리에 세나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섞여 들었다.“바다도 좋지만 산도 그 나름의 매력이 있어요. 생각을 정리하기도 좋고. 마음을 가라 앉히기도 좋고.”아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