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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정체불명의 남자에게 아버지를 잃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가족처럼 믿었던 이모의 손에 어머니가 죽었다.
그 둘은 같은 편이었다.
…그 사실을, 나는 너무 늦게 알았다.
지금 나는 떨어지고 있다.
발밑이 사라진 순간,
세계가 뒤집혔다.
바람이 귀를 찢듯 스치고,
숨이 가슴에서 빠져나간다.
손을 뻗어도 잡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절벽 끝.
그 위에, 한 사람이 서 있다.
이모.
아니—
‘불화의 여신’, 에리스.
나는 도망치려 했다.
끝까지, 살아보려고 발버둥 쳤다.
하지만 결과는 이거다.
낙하.
죽음 직전.
웃기지 마.
이렇게 끝낼 생각은 없다.
죽는다고 해도,
저승까지 쫓아가서라도,
너희를—
절대, 용서하지 않는다.
…그리고.
살아난다면.
나는 반드시 돌아온다.
너희를 향해.
끝까지.
부서질 때까지.
파도 소리가 커진다.
어둠이 아래에서 입을 벌린다. 나는, 떨어졌다.
바다로.
시간은 거슬러, 애드가 태어나기 전의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엘쉬온왕국 검은 숲속 오두막에는 외로이 살아가는 마녀, 로테가 살고 있었다. 숲은 늘 고요했다. 바람조차 그녀를 스쳐 지나갈 뿐, 머물지 않았다. 오랜 시간 홀로 살아온 로테는 끝내 그 고요함을 견디지 못하고,2층 다락방에 올라가 먼지 쌓인 책장 깊숙한 곳에서 한 권의 마도서를 꺼내 들었다.
책의 표지는 낡아 있었지만, 그 위에 적힌 문장은 유난히 또렷했다. [소환 마법으로 친구를 만들어보세요.] “…그래, 소환.” 로테는 중얼거리듯 말했다. “…소환마법으로 친구를 만들자. 혼자는… 너무 외로워.” 고요한 숲속에서 바스락거리는 책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그리고, 한 장의 페이지에서 손이 멈췄다. [이쁜 친구 소환방법] 1. 물을 구한다. 2. 살아있는 동물의 피…는 잔인하니 토마토로 대체한다. 3. 소환 마법진은 본인이 자신 있는 걸로 그려보자. 4. 소환 성공! “……….” 깊은 정적이 흐르고, 로테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오, 이거 좀 멋진데?” 로테의 눈이 반짝이기 시작했고 그녀는 곧장 그것을 실행에 옮겼다. “우선 물 ! 물이 필요해!” 로테는 재빨리 접시에 물을 떠온 다음 집 앞 작은 텃밭에서 잘 익은 토마토 하나를 따왔다. “미안하다 토마토야. 날 위해 희생 되 줘야겠다. ” 짧은 사과와 함께— 쭈욱-! 로테의 손에서 토마토는 순식간에 붉은 즙으로 변했다. 뚝. 뚝. 접시 위로 떨어지는 붉은 액체는, 어쩐지 진짜 피처럼 보였다. 로테는 그 안에 검지손가락을 적셨다. 그리고 오래된 나무 바닥 위에 조심스럽게 손을 가져다 댔다. “동그란 원을 그리고…” 슥, 슥— 손끝이 천천히 움직였다. “좀 있어 보이게… 그리폰.” 그녀의 목소리에 약간의 기대가 섞였다. “…피에 젖은 붉은 그리폰을 그리자.” 슥— 하지만 잠시 후, 바닥 위에 완성된 것은— 위엄 넘치는 전설의 생물이 아니라, 마치 오므라이스 위에 케첩으로 대충 그려놓은 것 같은 동그란 비만 병아리였다. “…….” 로테는 말없이 그것을 내려다봤다. 그리고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뭐.” 잠깐의 침묵 뒤, 그녀가 말했다. “내가 그리폰이라고 하면, 그리폰인 거지.” 절망적인 미술 실력을 가진 마녀는, 꽤나 당당하게 현실을 재정의했다. 그리고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마법진 위에 손을 얹었다. “자, 그럼—” 그녀의 눈이 아주 조금, 기대에 차서 빛났다. “이쁜 친구야… 나와라.” 로테의 엉성한 마법진에서, 이상하게도 빛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미약하게 그러나 곧, 눈을 뜨기 힘들 만큼 강렬하게 번쩍—!! 순간, 공간이 뒤틀리듯 흔들렸다. “어…?” 로테의 손끝에서 무언가가 빠져나갔다. 마력, 그것도 생각보다 훨씬 많은 양이. 스르륵— “으, 으헉… 히, 힘이 빠져나간다…!” 그녀의 무릎이 휘청였다. “이런 말은 없었는데…!!” 다음 순간— 펑!!!!!! “꺄아아악—!!” 굉음과 함께 마법진이 폭발하듯 터져 나갔다. 나무 바닥이 검게 그을리고, 사방으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마치 작은 재앙이라도 터진 것처럼. “콜록… 콜록…” 로테는 바닥을 짚고 겨우 몸을 일으켰다. 눈앞은 아직도 연기로 흐릿했다. 그러나 서서히, 그 연기 너머로 한 형체가 드러났다. 길게 흘러내리는 보랏빛 머리카락. 양옆으로 우아하게 휘어진 뿔. 그리고, 어둠 속에서도 선명하게 빛나는 금빛 눈동자. 그 여인은, 차갑게 굳은 표정으로 로테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잠시 숨이 멎을 듯한 침묵. 그리고 그 침묵을— “와!!!” 로테가 산산이 부숴버렸다. “성공이다!!! 소환에 성공했어!!!” 그녀는 벌떡 일어나더니, 상대의 손을 덥석 잡고 위아래로 흔들기 시작했다. “대박이야!! 진짜 나오네!!!” “….” 소환된 여인은 미간을 찌푸렸다. “……무슨 이유로 나를 소환한 거지.” 그녀의 목소리는 낮고, 서늘했다. “그보다—” “어떻게, 나를 소환한 거지?” “안녕! 나는 로테야!” 로테는 전혀 긴장한 기색 없이 환하게 웃었다. “친구가 없어서 외로워서 너를 소환했지!” “…뭐라고?” 여인의 표정이 미묘하게 일그러졌다. “고작… 그 이유로?” 그녀의 눈동자에 불쾌함이 스쳤다. “나를 부르는 조건은 결코 가볍지 않다. 고대 괴물의 피, 정제된 성수, 그리고—” 그때였다. 로테가 손을 휘휘 저으며 말을 끊었다. “아냐아냐, 그런 거 안 했어.” “…?” “토마토 하나랑 물 한 컵 준비했더니 그냥 되던데?” “…….” 공기가 멎었다. “토마토…?” “…응.” “…토마토?” “…응.” 짧은 침묵. 그리고— “……말도 안 돼.” 여인은 낮게 한숨을 쉬며 탄식했다. 세계의 법칙이, 어딘가 단단히 어긋난 것 같았다. 하지만 로테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다시 환하게 웃으며 물었다. “아무튼 잘 부탁해, 친구야! 넌 이름이 뭐야?” 잠시 후 여인은 아무 말 없이 로테를 힐끔 내려다봤다. 그 눈빛에는 여전히 경계와 의문이 남아 있었지만— 이내, 입을 열었다. “…에리스.” 짧고, 또렷한 이름. “에리스?” 에리스의 이름을 듣고 로테의 눈이 반짝였다. “좋은 이름이다! 잘 부탁해, 에리스!” 그녀는 아무 의심 없이 웃었다. 눈앞에 서 있는 존재가— 세계를 뒤흔들 불화의 여신이라는 사실도 모른 채. 그저, 처음으로 생긴 ‘친구’라고만 믿었다.엘쉬온으로 가던 도중,문득 궁금해진 애드가 아이테르에게 물었다. “근데 성에는 아무나 들어갈 수 있어?” 아이테르는 당당하게 대답했다. “아니? 몰래 들어갈 건데.” “……” 그의 대답에 애드는 경악했다. “몰래 들어가다 잡히면 죽는다고 들었는데?!” “합법적인 방법도 있긴 해.” “뭔데?” 아이테르가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나만 믿으셔.” 아이테르가 당당할수록 애드는 점점 더 불안해졌다.잠시 후. 세 사람은 엘쉬온 수도 루엘에 도착했다. 아이테르는 메티스를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메티스! 상자 하나 만들어 줘.” “무슨 상자?” “애드 들어갈 만한 크기.” “응! 해 볼게!” 메티스가 손을 모으자 푸른 마력이 모여들며 커다란 종이상자 하나가 나타났다. 애드는 식은땀을 흘리며 물었다. “…이게 왜 필요해?” 아이테르는 상자를 툭툭 두드렸다. “들어가.” “뭐?” “일단 들어가.” 애드는 불안한 얼굴로 상자 안에 쭈뼛쭈뼛 들어갔다. 아이테르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메티스, 상자에 글씨 적어.” 메티스는 펜을 꺼내 상자 겉면에 큼지막하게 글씨를 적었다. [키워 주세요.] “…………” 그 문구를 본 애드가 버럭 소리쳤다. “내가 고양이냐!!!!!” “쉿.” 아이테르가 손가락을 입에 갖다 댔다. “조용히 해.” 아이테르는 애드가 들어 있는 상자를 성문 근처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잘 들어, 애드.” “누가 지나가면 최대한 슬픈 눈으로 쳐다봐.” “…진짜 그걸로 되는 거야?” “된다니까.” 아이테르와 메티스는 멀찍이 숨어 애드를 지켜봤다. 잠시 후, 한 남자가 성문 앞으로 걸어왔다. “어? 뭐야. 버려진 건가?” 귀족 차림의 남자는 애드가 들어있는 상자를 조심스레 열었다. 애드는 아이테르의 말대로 최대한 처량한 눈빛으로 남자를 올려다봤다. 남자는 순간 표정이 굳었다. 그리고 홀린 듯 애드를 번쩍 안아 들었다. “아이고, 이런
"이제 슬슬 시작해볼까."수평선을 바라보던 아이테르가 천천히 손을 내밀었다. 서늘한 바람이 그의 손끝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휘이이잉- 기류가 소용돌이치며 회오리를 만들더니, 곧 그의 손안에 활과 화살 한 자루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광경을 본 애드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 “아빠랑 같은 무기 쓰네?” 애드의 말에 아이테르가 피식 웃었다. “아, 네 아버지가 헬리오스라고 했었지.” 아이테르는 활시위를 천천히 당겼다. 조금 전까지 세 시간이나 훌쩍이던 남자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눈빛이 날카롭게 가라앉았다. “잘 봐라! 나의 활 실력을.” 퉁-! 화살이 수평선 너머를 향해 쏘아졌다. 그리고. 촤르르르르륵-!!!! 거대한 굉음과 함께 바다가 양옆으로 갈라졌다. 바다의 물벽이 좌우로 밀려나며 한가운데 길이 열렸다.잠시후 첨벙-!! 갈라졌던 바다가 다시 하나로 합쳐졌다. “어…?” 애드는 넋이 나간 얼굴로 방금 전까지 갈라져 있던 바다를 바라봤다. 아이테르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헬리오스와 나는 신계 활 실력 1위, 2위를 다투던 라이벌이었거든.” “진짜…?!” “그래!” 아이테르는 애드의 머리를 툭 쓰다듬으며 웃었다. “그 자식, 내가 대회에서 1등 한 뒤 갑자기 사라졌길래.” “나한테 져서 도망간 줄 알았더니 인간계에서 아버지 노릇 하고 있었던 거였네?” 그 말에 애드의 가슴 한쪽이 먹먹해졌다. 아이테르는 잠시 애드의 표정을 바라보다 조용히 말했다. “깊게는 안 물을게.” “네가 나한테 수련을 부탁했다는 건…” 그의 목소리가 살짝 낮아졌다. “…헬리오스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거겠지.” 애드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침묵이 흐르며, 파도 소리만 주변에서 조용히 울려 퍼졌다. 그리고 아이테르가 다시 웃으며 말했다. “좋아.” “네가 기본적으로 싸울 수 있게 될 때까진 내가 도와줄게.” “정말?!” 애드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훈훈한 분위기가 흐르던 그 순간.
다음 날 아침.엘쉬온 근처 해변에는 잔잔한 파도 소리가 퍼지고 있었다.메티스는 아침부터 신난 얼굴로 편지를 팔랑팔랑 흔들며 애드에게 달려왔다.“애드! 아이테르한테 답장 왔어!”애드는 눈을 반짝이며 벌떡 몸을 일으켰다.“진짜? 언제 온대?”메티스는 해맑게 웃으며 대답했다.“안 온대.”“……왜?”생각지도 못한 대답에 애드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다.메티스는 그런 애드의 눈치를 슬쩍 보더니 머쓱한 얼굴로 말했다.“내가 전서에… ‘헬리오스님의 아들을 맡고 있으니 너도 와서 도와라.’ 라고 썼거든.”잠시 정적이 흐르고,애드는 허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거 거의 납치 협박문 공범 모집 아니야?”“에이~ 설마.”메티스는 아무 생각 없는 얼굴로 웃었다.애드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아니야 메티스.”“이번엔 내가 말하는 대로 그대로 써 줘.”“어? 알겠어~”메티스는 곧바로 물결처럼 푸른 마력을 피워 올리더니 허공에서 종이 한 장을 소환했다.애드는 진지한 얼굴로 천천히 내용을 불러 주기 시작했다.“아이테르. 나는 헬리오스의 아들을 돕고 싶어.”메티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열심히 받아 적었다.“아이테르… 내가 헬리오스 아들을 데리고 있어…”“……?”애드는 뭔가 미묘하게 이상했지만 일단 참고 계속 말했다.“나는 무력에 재능이 없으니, 네가 와서 도와주길 바란다.”메티스는 또 열심히 적었다.“…나는 못 싸워. 네가 와서 싸워.”애드는 결국 말을 잃고 시선을 아래에 두다 아주 천천히 메티스를 바라봤다.“메티스.”“응?”“마음대로 이상한 의역하지 마.”메티스는 억울하다는 듯 입술을 삐죽였다.“문학적 감각인데…”“그 감각 버려.”“응…”시무룩해진 메티스 옆에서 애드는 결국 직접 편지를 수정하기 시작했다.잠시 후.완성된 전서는 다시 푸른 빛에 휩싸인 채 하늘 저편으로 날아갔다.메티스는 애드에게 뿌듯한 표정으로 말했다.“이번 답장은 내일쯤 올
메티스는 애드에게 즐거운 표정으로 말했다.“혹시 헬리오스님도 같이 온 거야?”애드는 메티스의 말을 듣고 시선을 아래로 떨군 채 조용히 말했다.“…아빠는 돌아가셨어.”메티스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어…?”“정체 모를 남자에게 죽었다고 들었어.”“그리고 난… 에리스에게 공격받아 여기까지 떨어졌고.”“…에리스?”메티스는 조용히 그 이름을 되뇌었다.“혹시 알아?”“…에레보스의 장녀라는 것 정도만.”“에레보스는 누구야?”“어둠의 신.”애드는 그 이름을 듣는 순간 생각했다.정체 모를 그 남자의 이름이, 에레보스일지도 모른다는 것을.애드는 급히 메티스를 바라봤다.“혹시… 그들이 어디 있는지 알아?”하지만 메티스는 미안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미안.”“난 바다 밖으로는 잘 나가지 못해서 잘 몰라…”“다만 아이테르라는 친구가 있어.”“여기저기 떠돌아다녀서 소식에는 엄청 밝거든.”애드의 눈빛에 다시 희망이 스쳤다.“…그럼 소개해 줄 수 있어?”그의 목소리에는 절실함이 묻어 있었다.“제발… 나를 도와줘.”“에레보스와 에리스를 찾아서… 복수할 수 있게.”
상황 파악이 되지 않은 애드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지만, 억지로 숨을 삼키며 입을 열었다.“이모… 이게 무슨 상황이야?”“설마… 그놈이 또 습격한 거야?”애드는 비틀거리며 로테에게 다가가려 했다.그 순간.에리스가 검은 창끝으로 애드의 목을 겨눴다.“아니.” 에리스는 싸늘하게 말했다.“내가 죽였어.”“……뭐?”애드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거짓말하지 마!”“이모가 왜 엄마를 죽여?”“엄마 안 죽었잖아… 또 둘이서 장난치는 거지?”쉬이익-!!!!에리스의 창이 거칠게 궤적을 그리며 애드의 발밑을 후려쳤다.쾅-!!!!!엄청난 충격과 함께 주변 흙이 폭발하듯 터져 올랐고, 바닥이 갈라졌다.애드는 비명을 삼킨 채 뒤로 넘어졌다.“이… 이모…?”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목소리였다.하지만 에리스는 이를 악문 채 소리쳤다.“이모라고 부르지 마!!!”애드는 처음 듣는 에리스의 목소리에 몸을 떨었다.날카롭고.차갑고.그리고 낯설었다.에리스는 감정을 억지로 지워 낸 얼굴로 말을 이었다.“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어.”“너도.”“네 부모도.”“아… 어…?”애드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에리스는 검은 창을 다시 고쳐 쥐었다.“착각하지 마.”“나는 불화의 여신이다.”“잠시 인간 흉내를 내며 놀아 줬을 뿐.”“네 엄마의 친구도, 너의 이모도 아니야.”쾅-!!!!검은 창이 다시 애드를 향해 휘둘러졌다.애드는 본능적으로 몸을 굴려 가까스로 공격을 피했다.생각할 틈도 없었다.애드는 그대로 몸을 돌려 앞으로 달렸다.엄마의 죽음도.배신도.슬픔도.모든 감정이 뒤로 밀려났다.지금은 살아야 했다.“헉… 헉…!”애드의 바로 뒤에서 에리스의 발소리가 들려왔다.빠르고.정확하고.그리고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도망칠 수 없다는 공포가 애드의 목을 조여 왔다.
세상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아침을 맞았지만, 애드의 세계만은 여전히 멈춰 있었다.세 사람은 절벽 끝에 버려진 낡은 오두막을 거처 삼아 잠시 몸을 숨기고 있었다.애드는 헬리오스가 죽기 하루 전 자신에게 선물해 준 목걸이를 내려다보며 작게 중얼거렸다.“태양의 신이라더니… 신은 원래 강한 거 아니었어…?”애드의 입에서 작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그 순간.조용히 버섯을 손질하던 에리스가 애드의 뒤통수를 사정없이 후려쳤다.퍽-!“아야악!!!”“나이도 어린 게 무슨 늙은이처럼 한숨만 쉬고 있어.”에리스는 시큰둥한 얼굴로 버섯을 다시 다듬기 시작했다.“당장 나가서 좀 놀다 와.”애드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귀찮아… 여긴 아무것도 없잖아.”그때, 옆에서 버섯 하나를 슬쩍 집어 먹던 로테가 입을 열었다.“절벽 아래 돌아가는 길에 바닷가 있더라. 가서 모래놀이라도 하고 와.”버섯을 우물거리며 말하는 로테를 본 에리스의 눈썹이 꿈틀했다.“야. 손 치워.”에리스는 버섯을 집으려는 로테의 손을 냅다 후려쳤다.찰싹-!“아 왜!”“나는 다듬고 있는데 왜 넌 계속 주워 먹냐? 얄밉게.”로테는 에리스의 심술에 볼을 부풀렸다.“먹을 수도 있지. 가족끼리 치사하게.”“버섯 도둑이 말이 많아.”“말 너무 심하게 한다?”“너는 버섯 입장에서 학살자야.”“버섯계의 집착녀.”“오버 좀 하지 마.”“오버 아니다.”둘이 또 티격태격하기 시작하자, 애드는 질렸다는 얼굴로 몸을 일으켰다.“…그냥 놀러 갔다 올게.”끼익-문이 닫히고 애드가 오두막 밖으로 나가자, 로테는 조용히 다듬어진 버섯들을 바라보며 씁쓸하게 웃었다.“애드가 이제 복수니 뭐니 말 안 해서 다행이야…”그녀는 버섯 하나를 손끝으로 굴리며 작게 중얼거렸다.“루카… 아니, 헬리오스도 이 버섯 좋아했는데…”에리스는 코웃음을 쳤다.“그건 네 착각이야. 누가 버섯을 몇 년째 먹는 걸 좋아하냐.”“버섯이 뭐 어때서?”“너는 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