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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 내 아이

Author: Nayko Ayasame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15 20:14:14

밴스의 손이 네리사의 팔을 더욱 꽉 붙들었다. 그의 눈가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지만, 아직은 어떻게든 참아 내고 있었다. 아직은 무너지면 안 된다고 스스로를 다그치는 듯했다.

“내가 그 여자 때문에 너를 버렸을 거라고 생각해?”

밴스가 물었다.

“그럴 리 없어. 나는 너를 위해 싸웠을 거야. 그 아이를 위해서도 싸웠을 거고. 설령…… 그때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더라도. 아무리 큰 고통을 감수해야 했더라도 말이야.”

네리사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나도 알아요. 그래서 떠날 수밖에 없었던 거예요. 당신을 위해서도, 나 자신을 위해서도, 그 아이를 위해서도요. 그곳에 남아 있는 건 모든 걸 무너뜨리지 않고서는 불가능했어요.”

그녀는 떨리는 숨을 내쉬었다.

“당신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았어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존재도 되고 싶지 않았고요. 당신은 이미 결혼 생활과 부모님, 그리고 자신의 경력까지 지키느라 힘겨워하고 있었잖아요. 내가 곁에 남았다면 당신이 어떻게든 붙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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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수의 불장난 - 내 최고의 친구의 남편이 나에게 불륜을 제안했다   250. 학부모 위원회 회의

    지난주보다 학교 강당이 훨씬 시끄러웠다.정말이지,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입구 근처에는 아버지들이 커피잔을 든 채 몇 명씩 모여 있었다. 어딘가 어색하고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토요일이라 아이들은 사방을 뛰어다녔고, 평소 조용하던 학교는 순식간에 놀이터로 변해 있었다. 벽에는 커다란 게시판들이 기대어 있었고, 테이블 위에는 건물 배치도가 펼쳐져 있었다. 학교 곳곳의 지도도 빈틈없이 붙어 있었다.강당 안에는 커피와 마커 냄새, 그리고 온갖 소란이 뒤섞여 있었다.네리사는 한 손을 배에 가볍게 얹은 채 안으로 들어섰다. 여전히 피곤했지만 메스꺼움은 조금 가라앉았다. 이제는 몸 상태를 조절하는 법도 조금씩 익혀 가는 중이었다.그녀는 강당을 둘러보다가 먹거리 장터 준비 위원회가 모여 있는 테이블을 발견했다. 이미 몇몇 어머니가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조금 떨어진 곳에는 밴스도 보였다. 그는 여러 아버지와 함께 서서 학교 배치도를 살펴보고 있었다.그리고 조비도 눈에 들어왔다.그녀는 공연 준비 위원회 테이블 근처에 있었다. 여러 어머니가 그녀를 둘러싼 채 무언가를 듣고 있었고, 조비는 한바탕 웃음을 터뜨리며 손짓을 곁들여 설명하고 있었다. 마치 처음부터 그 자리에 속해 있었던 사람처럼 자연스러웠다.네리사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시선을 거뒀다.교사가 강당 앞에 서서 손뼉을 쳤다.“자, 여러분! 이제 시작하겠습니다!”시끌벅적하던 소리가 조금씩 잦아들었다.“오늘은 실제로 일을 진행하는 날이 아닙니다. 어떤 축제를 만들고 싶은지 함께 상상하고 구상하는 시간이에요.”교사는 커다란 학교 지도를 테이블 위에 펼쳤다. 부모들이 하나둘 그 주변으로 모여들었다.먹거리 장터 준비 위원회도 테이블에 둘러앉았다.몇몇 어머니가 곧바로 아이디어를 쏟아 내기 시작했다.“한국 음식을 준비하면 좋겠어요.”“아니요, 전통 음식이 더 좋지 않을까요?”“디저트도 꼭 있어야 해요.”“각 부스를 나라별로 꾸미는 건 어때요?”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말하면서 의견이

  • 복수의 불장난 - 내 최고의 친구의 남편이 나에게 불륜을 제안했다   249. 뭐든 세 배로

    저녁 식탁에는 따스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샹들리에에서 쏟아지는 황금빛 조명이 윤이 나는 원목 식탁 위로 반사되었고, 식기 부딪히는 소리와 부드러운 대화가 식당을 채웠다.밴스와 네리사는 저녁 내내 평소보다 말수가 적었다. 대신 식탁 너머로 서로를 바라보며 작은 눈짓을 주고받았다. 둘만 아는 비밀을 나누듯 미소 짓는 얼굴에는 이 자리에 모인 모두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싶은 설렘이 가득했다.마야는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신나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셀레네와 오스틴 이야기부터 놀이터에서 있었던 일까지 쉴 새 없이 재잘거렸다. 윌리엄은 조용히 이야기를 들어 주었고, 릴리는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평범하고 편안한 저녁이었다.네리사는 포크를 내려놓았다. 숨을 한번 고른 뒤 식탁 아래에서 밴스의 손을 잡았다. 밴스가 그녀의 손을 꼭 쥐어 주었다.“다들, 저 할 말이 있어요.”네리사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식탁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녀에게 향했다.“의사 선생님이 그러시는데……”그녀는 잠시 말을 멈췄다. 입가에 번지는 미소를 도저히 감출 수 없었다.“……저 임신했대요.”순간 정적이 흘렀다.밴스는 네리사를 바라봤다.불과 몇 시간 전 이미 들었던 소식이었다. 그런데도 그녀의 입으로 다시 듣는 순간, 가슴 한구석이 벅차오르며 아릿하게 조여 왔다.그는 그녀의 손을 더욱 세게 잡았다.마야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포크가 접시 위로 달그락 떨어졌다.“정말?!”마야는 의자에서 튀어 오를 듯 몸을 일으켰다. 의자 다리가 바닥을 긁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벌써부터 제자리에서 폴짝폴짝 뛰고 있었다.“드디어 나도 언니가 되는 거야?!”네리사는 웃음을 터뜨렸다.“사실은……”그녀는 밴스를 바라봤다. 미소가 한층 더 깊어졌다.“마야가 언니가 되는 것뿐만 아니라……”잠깐의 뜸.“세 배로 언니가 될 거야.”정적이 내려앉았다.“동생이 세 명이나 생긴다는 뜻이란다.”밴스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릴리는 숨을 들이켰고, 윌리엄은 숨을 죽였다.마야는 뛰던 동작

  • 복수의 불장난 - 내 최고의 친구의 남편이 나에게 불륜을 제안했다   248. 뜻밖의 선물

    밴스는 차를 세우자마자 곧바로 내렸다. 조수석 쪽으로 돌아가 네리사가 손잡이에 손을 대기도 전에 문을 열어 주었다.네리사는 그를 올려다봤다. 입술이 살짝 벌어지는 걸 보니 무언가 항의하려는 모양이었다.“잔소리는 사양할게.”밴스가 짧게 말했다.네리사는 눈을 굴렸다.“내가 무슨 중병이라도 걸린 사람처럼 대하네.”그는 손을 내밀었다.“어제부터 계속 안색이 안 좋았잖아.”네리사는 한숨을 내쉬고 그의 손을 잡았다. 차에서 내리면서 몸을 아주 조금 기댔다. 밴스는 곧바로 알아차렸다. 그는 아무 말 없이 팔을 네리사의 허리 뒤로 옮겨 그녀가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받쳐 주었다.밴스는 그녀가 자신에게 기대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척했다.네리사 역시 기대지 않은 척했다.대기실은 밝고 깔끔한 병원 특유의 분위기가 감돌았다. 소독약 냄새가 은은하게 퍼져 있었고, 플라스틱 의자에 앉은 몇몇 환자는 잡지를 넘기거나 휴대전화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네리사가 자리에 앉자 밴스도 바로 옆에 앉았다. 그의 무릎이 한 번, 두 번 들썩였다. 그는 그제야 움직임을 멈췄다.“뭔가 잘못 먹었나 봐.”네리사가 말했다.밴스가 미간을 찌푸렸다.“우린 같은 음식을 먹었잖아.”“아.”“스트레스 때문일 수도 있겠네.”네리사가 다른 가능성을 내놓았다.밴스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럴지도 모르지.”네리사는 그동안 일에 파묻혀 지냈고, 밴스 역시 합병을 마무리하느라 정신없이 지냈다. 두 사람 모두 몇 주째 제대로 쉬지 못한 상태였다.그때 간호사가 네리사의 이름을 불렀다.진료실은 작고 밝았다. 흰 종이가 깔린 진료 침대와 구석에 놓인 의자, 책상 위 컴퓨터, 벽 쪽에 자리한 초음파 기계가 눈에 들어왔다.네리사는 진료 침대에 앉아 한쪽 발을 가볍게 흔들었다. 밴스는 옆에 서서 팔짱을 꼈다가 풀었다. 그러더니 초음파 기계까지 살펴봤다.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잠시 후 의사가 들어왔다. 40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여성이었다. 다정한 눈매에 차분한 미소를 띤 그녀는 차트를 확

  • 복수의 불장난 - 내 최고의 친구의 남편이 나에게 불륜을 제안했다   247. 사랑을 전하는 방식

    네리사는 수도꼭지를 잠갔다.종이 타월을 한 장 더 뽑아 손끝의 물기를 천천히 닦았다. 젖은 종이를 한 번 접고, 다시 한 번 접은 뒤 휴지통에 버렸다. 그러고 나서야 조비를 바라봤다.“벌써 6년 가까이 됐네.”네리사는 조용히 말했다.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말을 이었다.“이쯤이면 뭔가 깨달았을 줄 알았는데.”조비의 미소는 사라지지 않았다.다만 조금 더 얇아졌을 뿐이었다.“내가 대체 뭘 깨달아야 하는데?”네리사는 세면대에 두 손을 가볍게 얹었다.“무슨 생각으로 이러는 거야?”화가 난 목소리는 아니었다. 오히려 진심으로 궁금하다는 듯 담담했다.“내가 밴스를 의심하게 만들려는 거야?”“그렇게까지 그를 믿어?”네리사가 작게 웃었다. 의기양양한 미소도, 승리를 자축하는 표정도 아니었다. 어쩌면 오래전 일을 떠올리는 듯한 아련한 미소에 가까웠다.“응. 믿어.”그녀는 조비가 아닌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바라봤다.“그건 예전에도 너한테 말했잖아.”이내 거울 속에서 조비와 눈을 마주쳤다.“밴스는 차가운 사람이 아니야.”잠시 침묵이 흘렀다.“애초에 그런 사람이었던 적도 없어.”조비의 턱에 힘이 들어갔다.“계속 그렇게 말하네.”“사실이니까.”네리사는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네가 알았던 건 너와 함께 있을 때의 밴스였어. 차갑고, 무심하고, 사소한 것도 잘 잊어버리던 그 모습 말이야.”그녀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그건 너와 함께 있을 때의 밴스였어.”조비의 손가락이 세면대 가장자리를 움켜쥐었다.“널 상처 주려고 하는 말은 아니야.” 네리사가 덧붙였다. “그냥 사실을 말하는 거야. 네가 지금껏 외면해 온 진실이기도 하고.”“무슨 진실?”조비가 이를 악문 채 물었다. 감정을 억누르려 애쓰는 기색이 역력했다.“두 사람이 서로에게서 전혀 다른 모습을 끌어낼 수도 있다는 거야.”네리사는 잠시 말을 멈췄다.“너와 함께 있을 때 밴스는 차갑고 무심하고 무언가를 자주 잊어버리는 사람이었겠지. 적어도 네 눈에는 그렇게 보였을 거야.

  • 복수의 불장난 - 내 최고의 친구의 남편이 나에게 불륜을 제안했다   246. 내 남편 얘기야, 네 남편 얘기야?

    교실 안은 따뜻했다. 창문으로 햇살이 쏟아져 들어왔고, 부모들은 작은 의자에 앉아 무릎을 책상에 바짝 붙이고 있었다.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교실이었지만, 오늘만큼은 어른들로 가득했다.네리사는 뒷줄 창가 자리에 앉았다. 햇빛이 잘 드는 자리라서 골랐다고 스스로에게 말했지만, 사실은 문과 가까운 곳에 있고 싶었다.속이 울렁거렸다. 그녀는 한 손으로 배를 누르며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조금만 버티자. 끝나면 집에 가서 쉬면 돼.다정한 눈매와 따뜻한 미소를 지닌 젊은 담임교사가 교실 앞에 서 있었다.“좋은 아침입니다, 학부모님들.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웅성거리던 소리가 잦아들었다.“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바쁘신 와중에도 자리를 함께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이렇게 와 주신 것만으로도 아이들의 교육에 얼마나 큰 관심을 갖고 계신지 알 수 있으니까요.”교사는 미소를 지었다.“아시다시피 우리 학교의 개교 기념 축제가 이제 4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몇몇 부모가 고개를 끄덕였고, 다른 이들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교사를 바라봤다.“우리 학교에서는 학부모님들을 단순한 손님으로 여기지 않습니다. 여러분 역시 아이들의 교육에 함께하는 구성원이니까요. 그래서 매년 개교 기념 축제도 학부모님들과 함께 준비하고 있습니다.”교사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전문 행사 기획업체에 맡기는 대신…”그녀가 또렷하게 말했다.“모든 학부모님이 직접 기획자가 되어 주시는 거죠.”교실 안에 침묵이 내려앉았다.잠시 후 한 어머니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잠깐만요. 저희 모두가요?”교사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모두요.”다른 어머니가 눈을 크게 떴다.“장식까지 전부 저희가 준비해야 하나요?”“전부 다요. 장식부터 먹거리 장터, 아이들의 공연, 각종 놀이와 체험, 접수처, 무대 설치, 안전 관리, 회계, 청소, 사진 촬영, 의료 지원, 홍보까지 모든 업무를 학부모님들과 함께 진행할 예정입니다.”앞줄에 앉은 어머니 한 명이

  • 복수의 불장난 - 내 최고의 친구의 남편이 나에게 불륜을 제안했다   245. 말하지 못한 마음

    밴스가 먼저 눈을 떴다.방 안은 아직 어두웠다. 커튼은 굳게 닫혀 있었지만, 바깥 블랙우드 저택의 정원에서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왔다.그는 고개를 돌렸다. 네리사는 여전히 옆에서 잠들어 있었다. 등을 보인 채 누운 그녀의 숨소리는 느리고 고르게 이어졌다.밴스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어깨의 부드러운 곡선, 베개 위로 흩어진 머리카락, 숨을 쉴 때마다 잔잔하게 오르내리는 가슴.어젯밤의 일이 떠올랐다.부드러운 거절. 나지막한 목소리.오늘은 안 돼요. 정말 졸려요.그는 거절당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오히려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내가 정말 조급했던 걸까?네리사는 지쳐 있었다. 몸이 좋지 않다고도 했다. 그런데도 자신은…그는 고개를 저었다.그저 그녀를 안고 싶었다. 성적인 의미가 아니라, 다시 가까워지고 싶었다. 그녀와 이어져 있다는 느낌을 되찾고 싶었다.그는 손을 뻗었다.무언가를 시작하려는 게 아니었다. 그저 그녀를 품에 끌어안고, 어깨에 턱을 기댄 채 온기를 느끼고 싶었다.그의 손이 네리사의 팔 위에서 잠시 맴돌았다.그 순간이었다.네리사가 움직였다.그녀는 갑자기 몸을 일으켰다. 손이 급히 입을 막았고, 눈은 크게 떠져 있었다. 속이 메스꺼운 듯했다.그녀는 밴스에게서 몸을 돌렸다. 어깨가 크게 들썩였다. 올라오는 구역질을 참으려 애쓰고 있었다.밴스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뻗었던 손은 허공에 멈춰 있었다. 두 사람 사이의 공간이 갑자기 아득하게 멀어진 것 같았다.그는 천천히 손을 내렸다. 그리고 침대 위에 다시 올려놓았다.네리사가 자신을 거부한 게 아니었다.그저 속이 좋지 않았을 뿐이었다.하지만 상처받은 마음은 이미 제멋대로 빈자리를 채우고 있었다.내가 만지는 것조차 싫은 걸까?이성적으로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추측이었다. 그녀가 몸이 좋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 생각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그는 손을 뻗을 뻔했다.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을 뻔했고, 괜찮으냐고 물을 뻔했다.하지만 결국 멈췄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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