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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출장

Author: Nayko Ayasame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19 14:21:37

“알겠어.”

그가 마침내 말했다.

가방을 집어 들며 말을 이었다.

“환승 비행기를 타야 해. 엄마한테 전화해. 그리고… 네 자신도 잘 챙겨. 알았지?”

“그럴게. 조심히 가.”

그는 다시 나를 안아 주었다.

이번에는 조금 더 꽉 끌어안았다.

“사랑해, 누나.”

“나도 사랑해.”

나는 그가 나간 뒤 문을 닫고 잠갔다.

그리고 천천히 바닥으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등을 나무 문에 기대고 앉아, 그의 방문이 남긴 침묵을 고스란히 들었다.

그는 알고 있었다.

내게 뭔가 잘못된 일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그의 얼굴을 똑바로 보면서 거짓말을 했다.

그가 떠난 뒤 찾아온 외로움은 이전과는 달랐다.

훨씬 더 깊고 차가웠다.

다음 날 아침, 출장 일정표가 내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

오슬로 외곽의 빈터하운 롯지.

개별 캐빈.

빽빽한 일정.

그리고 하나의 팀.

밴스가 나를 불렀다.

그의 모니터에는 일정표가 펼쳐져 있었다.

“봤겠지.”

“네.”

“그녀가 움직였어. 이제 우리 모두 한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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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수의 불장난 - 내 최고의 친구의 남편이 나에게 불륜을 제안했다   45 오직 너

    아침 식사는 조용했다.서로를 잘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느껴지는 편안한 침묵이 아니었다.더 이상 할 말이 남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 흐르는 무거운 침묵이었다.밴스는 테이블 가장 끝에 앉아 커피를 손에 든 채 휴대폰으로 무언가를 확인하고 있었다.네리사가 들어와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그녀에게 말을 걸지도 않았다.네리사는 맞은편에 앉은 제인을 바라보았다.그는 일주일 내내 그랬던 것보다 어딘가 가벼워 보였다.마감은 여전히 살인적이었다.일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하지만 그의 안에서 무언가가 달라져 있었다.움직임이 달랐고, 말투도 달랐다.마치 익사하던 사람이 이제야 물 위로 올라와 헤엄치기 시작한 것처럼.제인이 그녀의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다.그리고 작게 웃었다.진심이 담긴 미소였다.무언가를 요구하지도 않았다.“좋은 아침.”“좋은 아침.”그게 전부였다.하지만 조비엔은 그 짧은 대화를 놓치지 않았다.제인은 얼어붙은 호숫가에서 네리사를 발견했다.“방해하는 거 아니지?”질문이라기보다는 확인에 가까웠다.네리사는 그를 쫓아내지 않았다.제인은 그녀의 옆에 섰다.조심스러운 거리를 두고.손이 닿을 만큼 가까이 다가가지 않았다.“난 네가 나한테 그럴 자격이 없다는 거 알아.”제인이 말했다.“무언가를 부탁하려고 온 게 아니야. 그냥… 네가 여기 있다는 게 좋아서.”네리사가 그를 바라보았다.햇빛이 그의 얼굴 한쪽을 비추고 있었다.“그러지 마.”말은 부드럽게 흘러나왔다.“아무것도 안 하고 있어.”그가 어깨를 으쓱했다.“그냥 사실을 말하는 거야. 네가 존재한다는 게 좋아. 같은 세상에서 너와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게 좋아. 그게 전부야.”그는 네리사가 대답하기도 전에 돌아서서 걸어갔다.네리사는 호숫가에 그대로 서서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조비엔은 공용 공간에서 노트북을 챙기고 있는 제인을 찾아갔다.“산책할래?”그녀가 물었다.“저녁 먹기 전에. 예전처럼.”제인이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 복수의 불장난 - 내 최고의 친구의 남편이 나에게 불륜을 제안했다   44 무엇이 진짜였을까?

    “너에게는 네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 밴스가 말했다. “나에게도 이유가 있어. 네 이유가 좀 더… 감정적이라면, 내 이유는 현실적이야. 하지만 결과는 같아.”그가 잠시 말을 멈췄다.“끝났어야 할 결혼이 두 개 있고, 아직 그걸 끝내지 않은 사람이 네 명 있다는 거지.”네리사는 마침내 입을 열었다.“지금 당신 자신과 나를 비교하는 거야?”“네가 내가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걸 비난하면서, 너 역시 똑같은 일을 하고 있다는 걸 말하는 거야.”그의 목소리는 차분했다.“이유는 다를 수 있겠지. 하지만 결과는 같아.”네리사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밴스는 다시 창가로 돌아섰다.굳게 굳은 어깨가 보였다.“우리는 내일 돌아가. 돌아가면 예정대로 합병을 진행해. 프로답게 행동하고, 각자 맡은 일을 하면 돼.”잠시 침묵이 흘렀다.“이제 남은 건 그뿐이야.”네리사는 그의 등을 바라보았다.곧게 뻗은 등.미동도 없는 모습.마치 자신이 절대로 들여다볼 수 없는 벽 같았다.“당신 말이 맞아.”그녀가 조용히 말했다.“난 아직 이혼을 신청하지 않았어. 왜 그런지도 모르겠어.”네리사는 잠시 숨을 고르다가 고개를 저었다.“어쩌면 아직도 내 일부가 무언가를 바라고 있는지도 모르겠어…”말끝이 흐려졌다.“나도 내가 뭘 바라는지 모르겠어.”밴스는 대답하지 않았다.네리사는 문을 향해 걸어갔다.“설리번 씨.”그녀의 걸음이 멈췄다.네리사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우리가 함께했던 일들. 해링턴 계약. 첸 문제. 전부.”밴스는 돌아보지 않았다.“그건 진짜였어. 의미가 있었어. 그건 당신도 알아줬으면 해.”네리사는 기다렸다.조금 더 무언가를 말해 주기를.폭풍 속 대피소에서 함께했던 그 남자의 목소리를 들려주기를.하지만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네리사는 결국 방을 나섰다.네리사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제인을 구했다.그리고 밴스와 자신 사이에 있던 무언가를 잃어버렸다.게다가 이제 알게 되었다.병원에서 자신의 손을 잡아 주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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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리사는 대면 이후 몇 시간 동안 롯지 주변의 얼어붙은 길을 걸었다.밴스의 말이 머릿속에서 계속 울려 퍼지는 것을 떨쳐 내고 싶었다.과거형. 그런데 그게 맞지 않지?그리고 그건 어리석은 일이야.실패했다.아무리 멀리 걸어도 그 말들은 그녀를 따라왔다.캐빈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돌아왔을 때쯤에는 산 너머로 해가 저물고 있었다.이제 자신의 캐빈으로 돌아가야 했다.다음 이동을 위해 짐을 정리하고 쉬어야 했다.그런데 그녀의 발걸음은 정반대 방향으로 향했다.캐빈 1.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사과하고 싶은 건지, 따지고 싶은 건지, 아니면 그저… 같은 공간에 있고 싶은 건지도 알 수 없었다.캐빈 1에 가까워졌을 때였다.안에서 목소리가 들렸다.네리사는 걸음을 멈췄다.조비엔의 목소리였다.나무 벽 너머로 희미하게 들렸지만 알아들을 수 있었다.“……정말 이혼할 거야?”네리사는 자신이 이곳에 있어서는 안 된다는 걸 알았다.돌아서야 했다.그런데 그러지 않았다.잠시 후 밴스의 목소리가 들렸다.조용했다.“내가 이혼하고 싶다고 말한 적은 없어.”잠시 침묵이 흘렀다.그러고는 조비엔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이어졌다.“하지만 당신이 나한테……”“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그의 목소리는 평평했다.“그건 네가 만든 이야기야. 결혼은 계속돼. 서류상으로.”침묵.그리고 조비엔의 목소리가 떨렸다.“그럼 나는 그냥 사업상 계약인 거야?”“결혼할 때부터 알고 있었잖아.”따뜻함도 없었다.망설임도 없었다.“그저 네가 믿고 싶지 않았던 것뿐이지.”그 말이 네리사의 가슴을 세게 때렸다.그녀는 다른 말을 기다렸다.병원에서 보았던 그 남자의 흔적이라도 찾고 싶었다.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얼마 후 조비엔의 목소리가 작아졌다.“당신이 이렇게까지 잔인할 수 있는 사람인 줄 몰랐어.”“나도 네가 이렇게까지 배신할 수 있는 사람인 줄 몰랐어.”밴스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가웠다.“우리 둘 다 뭔가를 배운 셈이지.”발소리가 들렸다.그리고 문이

  • 복수의 불장난 - 내 최고의 친구의 남편이 나에게 불륜을 제안했다   42 동맹의 균열

    제인은 마침내 상황을 따라잡고 있었다.익명의 이메일은 세 번째를 끝으로 더 이상 오지 않았다.누가 보낸 것인지는 몰랐다.하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네리사.계약서를 속속들이 아는 사람은 그녀뿐이었다. 그리고 아무런 대가도, 공도 바라지 않은 채 뒤에서 조용히 자신을 도와줄 사람 역시 그녀뿐이었다.제인은 노트북 화면을 바라보았다.가장 최근에 제출한 서류가 승인되었다는 확인이 떴다.기한을 맞췄다.그녀가 나를 구해 줬어.내가 그녀에게 무슨 짓을 했는데도.제인은 휴대폰을 꺼냈다.그리고 메시지를 입력했다.네가 보낸 거라는 걸 알아. 고마워.잠시 바라보다가 삭제했다.그녀는 자신에게 들키기를 원하지 않았을 것이다.그게 핵심이었다.제인은 휴대폰을 내려놓았다.언젠가 방법을 찾을 거야.언젠가는.저녁 — 조비엔의 캐빈조비엔의 손이 제인의 팔 위에 놓여 있었다.“당신이라면 해낼 줄 알았어.”제인이 웃었다.하지만 그의 눈에는 웃음이 없었다.“도움을 받았어.”“누구한테?”“익명의 이메일이었어. 관련 법규를 아는 사람이 보낸 것 같아.”조비엔의 눈이 아주 잠깐 가늘어졌다.하지만 그녀는 곧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표정을 부드럽게 풀었다.“뭐, 누가 보냈든 건축가를 보는 안목 하나는 확실하네.”방 건너편에는 네리사가 리암과 함께 앉아 있었다.그녀는 제인을 보지 않았다.조비엔도 보지 않았다.밴스는 저녁 식사를 자신의 캐빈으로 가져갔다.조비엔은 원래 자신의 남편이 앉아 있어야 할 빈자리를 바라보았다.그리고 제인이 애써 네리사를 바라보지 않는 모습도 지켜보았다.네리사 역시 제인을 바라보지 않으려 애쓰고 있었다.무언가가 있었다.자신이 모르는 무언가가.조비엔의 손이 무의식적으로 배 위로 내려갔다.아이는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계속 자라고 있었다.나는 그를 잃지 않을 거야.7년이나 참고 있다가 그를 되찾으러 돌아왔어.제인은 내 사람이야.내 아이의 아빠야.그때 제인의 시선이 네리사 쪽으로 향했다.아주 잠깐.단 한 번.

  • 복수의 불장난 - 내 최고의 친구의 남편이 나에게 불륜을 제안했다   41 그는 옳았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범위는 좁아. 리암은 그 코드를 몰라. 조비엔은 관심도 없고. 시그리드는 내 밑에서 일하니 그를 도울 리 없어. 그렇다면…”그는 끝까지 말하지 않았다.침묵이 길게 이어졌다.“네가 그를 도왔군.”질문이 아니었다.네리사는 프린터에서 몸을 돌렸다. 그리고 그를 마주 보았다.“그래.”그의 눈빛에 무언가가 스쳤다.고통이었다.분명한 고통이었지만, 그는 곧 그것을 감춰 버렸다.“밧줄을 던졌군.”“그대로 두면 실패했을 테니까.”“그게 목적이었어.”그의 목소리에는 좌절감이 묻어났다.“그랬다면 그는 모든 걸 잃었을 거야. 회사도, 명성도, 미래도.”네리사의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그는 나쁜 건축가가 아니야. 그저 감당하기 벅찬 일에 휘말린 것뿐이야.”그의 턱이 굳었다.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그는 네 가장 친한 친구와 네 침대에서 잤어. 네 결혼을 망가뜨렸고. 네가 병원에서 혼자 아이를 잃는 동안, 그 아이가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지.”그의 목소리가 낮아졌다.“그런데도 넌 그를 보호하고 있어.”그 말 하나하나가 주먹처럼 가슴을 때렸다.하지만 네리사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난 나 자신을 보호하는 거야.”목소리가 아주 조금 갈라졌다.“그를 사랑했던 나를. 그를 믿었던 나를. 그가 논문을 끝낼 때까지 밤새 형편없는 커피를 만들어 주면서 곁을 지켰던 나를.”네리사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내가 그걸 네가 망가뜨리도록 내버려 둔다면, 내가 여기 서서 그가 물에 빠지는 걸 보고도 아무 감정도 느끼지 않는다면… 그럼 내게 남는 건 뭐야?”잠시 숨을 고른 그녀가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이기는 게 무슨 의미가 있어? 사랑했던 사람이 무너지는 걸 지켜보면서 그걸 전략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되어 버린다면.”그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넌 합병을 얻겠지.”그의 목소리가 조용했다.“승진도. 승리도.”“그걸로는 부족해.”네리사는 그의 시선을 받아냈다.“충분하지 않아.”그 말

  • 복수의 불장난 - 내 최고의 친구의 남편이 나에게 불륜을 제안했다   40 도움의 비밀

    사흘 후첫 번째 징후는 화요일 아침에 나타났다.밴스는 자신의 오두막에서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검토하고 있었다. 그때 현장 관리자인 시그리드에게서 이메일이 도착했다.제목은 예비 설계안 제출 — 제4조 승인 완료였다.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이메일을 열었다.제4조는 지속 가능성 지표에 관한 내용이었다. 계약 조건 중에서도 기술적으로 가장 복잡한 부분이었다. 제인이라면 이 부분만으로도 몇 주 동안 애를 먹어야 했다.밴스는 첨부된 자료를 열었다.제출 내용은…… 제법 괜찮았다.아니, 그 이상이었다.데이터는 깔끔했고, 방법론은 타당했다. 현지 기준 자료도 정확하게 인용되어 있었다.누군가 제대로 조사한 흔적이 분명했다.밴스는 의자에 등을 기대었다.흥미롭군.이틀 후롯지 식당에서 실무 점심 식사가 진행됐다.샌드위치와 커피를 앞에 두고, 시그리드가 다음 단계의 작업을 설명하고 있었다.제인은 테이블 가장 끝에 앉아 있었다.평소보다 말이 적었다.하지만 그의 모습에는 뭔가 달라진 점이 있었다.더 이상 완전히 무너져 있지 않았다.대신 집중하고 있었다.조비도 그것을 알아챘다.그녀는 제인을 몇 번이나 바라보며 입가에 작은 미소를 띠었다.“계속 일만 하고 있어.”그녀가 리암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할 수 있다고 했잖아.”리암은 예의상 고개를 끄덕였지만, 별다른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할아버지와 통화한 뒤로 그는 전보다 훨씬 말이 적어져 있었다.네리사는 샌드위치를 먹었지만 맛은 느껴지지 않았다.그녀는 제대로 잠들지 못했다.매일 밤 벽 너머에서 제인이 일하는 소리를 들으며 깨어 있었고, 매일 아침이면 익명 이메일 계정을 확인했다.혹시 자신의 흔적이 추적된 것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지금까지는 아무 일도 없었다.시그리드의 설명이 잠시 끊긴 순간, 제인이 손을 들었다.“제7조에 대해 질문이 있습니다. 지역사회 통합 연구 부분이요.”그가 인쇄한 문서를 꺼냈다.“요구 사항에는 ‘지역 이해관계자 참여 절차’라고 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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