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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Autor: 수산월
정원의 화초에는 여전히 오색등이 걸려 있었다. 하인들은 이리저리 오가며 상을 치우고 있었다.

육완아는 서재에서 나와 자신의 방으로 가지 않고, 다른 쪽으로 향했다.

희자가 물었다.

“아가씨, 날이 저물었는데, 방으로 돌아가 쉬지 않으시고 어디로 가십니까?”

육완아는 희자를 흘겨보았고, 희자는 황급히 고개를 숙이며 입을 다물었다.

두 사람은 안채로 향했다. 안채는 여전히 불이 밝았고, 몇몇 아낙네들이 어린 하인에게 물을 담은 대야를 들고 다니라고 지시하고 있었다.

그때, 휘장이 걷히고 안에서 나이 든 부인이 걸어 나왔다.

그녀는 육완아와 눈이 마주치자 계단 아래로 내려와 웃으며 물었다.

“아가씨, 이 시간에 어찌 오셨습니까?”

육완아는 부인의 어깨너머로 안을 살피며 물었다.

“노부인께서는 주무시느냐?”

주씨는 노부인의 몸종으로, 줄곧 곁에서 노부인을 모셨다.

“방금 염주를 다 돌리시고, 이제 막 주무시려던 참입니다.”

주씨는 말을 마친 후, 그녀가 여전히 서 있는 것을 보고 눈치껏 말했다.

“아가씨, 잠시 기다리십시오. 들어가서 여쭙겠습니다.”

주씨는 방으로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나왔다.

“들어오라고 하셨습니다.”

육완아는 방으로 들어가 휘장 뒤로 돌아서 들어 갔다.

안에 들어서자마자 평상 위에 단정하게 앉아 있는 비단옷을 입은 노부인이 보였다.

그녀는 노부인의 곁에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

“할머니.”

육 노부인은 손녀의 어깨를 토닥이며 놀리듯이 말했다.

“젊으니까 다르구나. 놀다가 심심하면 또 나를 괴롭히러 뛰어오고.”

육완아는 해맑게 웃었다. 노부인이 자신을 아끼는 것을 알았고, 젊은이들의 활기찬 모습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기에 더욱 영리하게 말했다.

“이제 한 살 더 먹어서, 다시는 할머니를 괴롭히지 않을 거예요. 그저 할머니 곁에서 더 오래 모시면서 즐겁게 해드리고 싶어요.”

육 노부인은 장난스럽게 주씨에게 말했다.

“어느덧 열다섯이구나. 얼른 네 혼처를 찾아줘야겠구나.”

주씨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육완아는 얼굴이 붉히며 부끄러워했다.

“할머니, 부끄럽습니다.”

“네 아비가 내게 네 혼사에 관해 꺼냈다. 내 마침 물색하는 중이었다.”

육 노부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육완아는 손가락을 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다른 집으로는 시집가고 싶지 않아요.”

육 노부인의 입가 미소가 옅어졌다.

그녀는 주씨에게 눈짓을 보냈고, 주씨는 방 안의 사람들을 모두 데리고 물러났다.

방 안에 단둘이 남게 되자, 육완아는 털썩 무릎을 꿇고 사씨 가문의 사준영을 마음에 두고 있다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사씨 가문의 도령은 이미 혼처가 있다. 네게 좋은 짝이 아니다.”

육 노부인은 사준영의 초상화를 본 적이 있었다. 확실히 인물은 준수했지만, 조사를 해보니 그의 집에 평곡에서 온 외숙모의 여식이 묵고 있었고, 어린 시절에 정혼한 사이였다.

육완아는 흐느끼며 말했다.

“틀림없이 오해가 있을 거예요.”

그녀는 무언가 생각났는지 다시 말했다.

“대하진이라는 그 여인이지요? 할머니, 그 여인은 사씨 가문에 잠시 머무는 친척일 뿐이고, 상인 집안 출신입니다. 사씨 가문은 관료 집안인데 어찌 상인의 여식과 혼인하겠습니까?”

육 노부인은 눈앞의 손녀를 바라보며 태도를 확신할 수 없었다.

사씨 가문의 관직은 비록 낮지만, 사씨 가문의 아들은 젊은 나이에 이미 국자감 승이니, 앞날이 창창했고, 상인 집안과 결혼하지는 않을 터였다.

육완아는 눈을 굴리더니 육 노부인의 무릎에 기대어 아양 섞인 말투로 말했다.

“오늘 저녁 잔치에서, 사씨 가문의 아가씨가 저에게 말했는데, 초여드레 날 자신들의 집안도 청산사에 기도하러 갈 것이라고 합니다. 마침 우리와 같은 날이니, 두 집안이 함께 가면 재미있을 거예요. 할머니께서 이 기회에 살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대하진이라는 그 아가씨도 간다고 하니, 그때 제가 직접 물어볼게요. 만약 정말 그렇다면, 마음을 접고, 더 이상 그 집안과 왕래하지 않을게요. 그리고 혼인 문제는 전적으로 할머니 뜻에 따를게요.”

육 노부인도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 주씨는 육완아를 안채에서 배웅하고, 하인 두 명을 지목했다.

“등불을 들고 아가씨를 방까지 모셔다 드려라.”

육완아가 떠나는 뒷모습을 보며, 주씨는 혼자 한숨을 쉬었다.

‘나리께서는 슬하에 오직 아가씨뿐인데, 심지어 친자식도 아니구나. 노부인께서는 몇 년 전만 해도 나리의 혼사를 위해 애쓰셨으나, 나리께서 모두 거절하셨지.'

결국 노부인도 마음을 접었고, 나이가 드셔서인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손녀를 유난히 아꼈다.

저 둘째, 셋째, 그리고 별채의 조씨는 육명장이 육씨 가문을 일으켜 세워, 명예를 더해준 것을 누리면서도, 한편으로는 은밀하게 다른 꿍꿍이를 품고 있었다.

또 먼 방계 친척들은 어떻게든 자기 자식을 그의 양자로 들이려고 혈안이 되어 있었다.

결론적으로, 육씨 집안은 겉으로는 번지르르해도 속으로는 한마음이 아니었다.

사씨 가문의 후원.

몸종이 사백산의 옷을 갈아입히는 동안, 대만여가 들어왔고, 손짓으로 몸종들을 물러나게 했다.

그녀는 사백산 뒤로 가 옷을 갈아입히면서 말했다.

“육씨 가문 아가씨가 하진을 보고 싶어 한다는데, 이걸 어찌해야 합니까?”

그녀는 원망하듯이 말했다.

“나이는 어리지만, 여우 같은 속내를 지녀, 계산된 행동인지도 모르겠어요.”

사백산은 느긋하게 말했다.

“대씨 가문 출신이니 그렇겠지.”

대만여 또한 대씨 가문 출신이었기에 이 말을 듣고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반박할 수는 없었다.

사백산이 벼슬을 얻은 후, 그녀는 그의 앞에서 늘 한 수 아래였다.

“육씨 가문이 어떤 집안인데, 그 댁 나리께서 어찌 그리 쉽게 속겠는가? 내 진작 부인에게 핑계를 대서 대씨 가문과의 혼약을 취소하라고 말하지 않았소? 부인은 그 좁은 소견으로 그깟 혼수품을 탐내서, 기어이 그 아이를 경성으로 데려왔지.”

“참 쉽게 말씀하십니다. 그간 생활이 빠듯하지 않았습니까. 나리는 물론이고, 준영이의 지금 국자감 자리를 두고 잘 보여야 할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닙니다. 집 안팎으로 어디 한 군데라도 체면을 차리지 않아도 되는 곳이 있습니까? 관료 집안이라는 명패를 달고 있지만, 들어오는 돈은 적고 나가는 돈만 가득합니다.”

대만여는 말할수록 기분이 상했다.

그녀가 사백산과 함께한 후, 초반에 몇 년은 대씨 가문에 얹혀살면서 많은 조롱을 들어야 했다. 하인들은 겉으로는 말하지 않았지만, 자기들끼리 시집간 여식이 아니라, 사위를 맞은 것이라고 수군거렸다.

나중에 사백산이 벼슬을 얻은 후에 겨우 고개를 들 수 있을 줄 알았으나, 경성에 와서 집을 차리고 보니, 사씨 가문의 형편은 대씨 가문보다 훨씬 가난했다. 명예라는 허울만 좋을 뿐, 예전에 대씨 가문에 있을 때보다 생활이 못했다.

사백산은 대만여의 눈가가 붉어진 것을 보고, 그동안 홀로 살림을 꾸려나가느라 힘들었을 것을 생각하며 목소리를 누그러뜨렸다.

“됐소, 됐어. 방금 준영이가 나를 찾아왔는데, 육씨 아가씨가 서신을 보냈다고 하오. 초여드레 날, 육씨 가문이 청산사에 간다니, 기회일 수 있소.”

대만여는 눈물을 닦으며 걱정했다.

“말은 그렇지만, 그 댁 아가씨가 하진을 지목해서 만나자고 했다는데, 둘이 마주치면 끝나는 것 아닙니까?”

사백산은 침상 옆으로 가서 앉았다.

“하진의 문제는 준영이가 알아서 처리할 것이니, 당신은 신경 쓰지 마시오.”

그녀는 더 물어보려 했지만, 사백산은 이미 이불을 덮고 눈을 감고 잠들었다.

다음 날, 날이 밝기 전에 가랑비가 내려, 작은 방의 돌바닥을 적셨다. 담장 아래의 꽃과 풀, 그리고 시렁에 기어오른 덩굴은 비를 맞아 시원한 소리를 냈다.

축축한 새벽 바람이 반쯤 열린 창문 틈으로 불어 들어왔다. 방 안의 빛은 어두웠고, 침상의 모기장은 바람에 살짝 부풀어 올랐다.

희미하게 모기장 아래의 옆으로 누운 형체가 보였다. 곡선이 아름답고, 부드럽게 이어진 허리는 긴 숨결에 바람에 흔들리는 버드나무처럼 보였다. 길고 가는 다리는 살짝 굽혀져 있었고, 편안하게 얇은 이불을 끼고 있었다. 헐렁한 바짓단은 무릎까지 걷혀 있어, 매끄럽고 하얀 종아리와 가느다란 발목이 드러났다.

몽롱한 가운데, 하진은 약간 서늘함을 느껴 몸을 돌려 이불 속으로 두 발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다시 몸을 돌려 눈을 떴다.

창문이 바람에 열려 비가 안으로 들어왔다. 창가 작은 탁자 위의 찻잔 받침이 빗방울을 받았다.

한 방울, 두 방울...

그녀는 눈을 감고, 감각에 의지해 뺨을 만져보았다. 따뜻했다.

다시 눈을 뜨고 창문을 통해 밖을 보았다.

방 안에서는 어렴풋이 알 수 없는 윤곽과 깊고 얕은 빗소리만 감지할 수 있었다.

하진은 침상에서 몸을 일으켜 옷을 걸치고 창문 앞으로 걸어가, 창가 평상에 무릎 꿇고 앉은 후, 창문을 더 활짝 열고 손을 빗속으로 내밀었다.

이틀 후면 초여드레다.

그날 육씨 가문 사람들은 청산사에 기도하러 갈 것이고, 사씨 가문 사람들도 갈 것이며 그녀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 날이다.

차가운 바람이 불어와 그녀는 한기를 느껴 몸을 떨었고, 그녀는 황급히 창문을 닫았다.

지금은 고뿔에 걸리면, 초여드레 날 계획대로 연극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아직 날이 어두웠기에, 그녀는 다시 침상으로 돌아가 이불을 덮고 잠들었다.

규안이 옆방에서 나왔을 때는 날이 이미 밝은 뒤였다.

규안은 방을 나와, 정원의 하인들에게 물을 준비하라고 시킨 후, 다시 방으로 돌아가 하진을 깨웠다.

“언제 비가 내렸는지 모르겠습니다. 바닥이 아직 젖어 있습니다. 오늘 외출하실 겁니까?”

규안은 하진을 부축하며 물었다.

“비가 멈췄느냐?”

“멈췄습니다. 하늘은 아직 흐립니다.”

규안은 밖을 내다보며 말했다.

“하지만 곧 다시 내릴 것 같습니다.”

“괜찮다. 하인에게 마차를 준비하라고 해라. 정말 비가 내린다 해도 우리에게는 닿지 않을 것이다.”

하진은 계획했던 일이 임의로 바뀌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녀는 돌아가신 어머니의 명복을 빌기 위해 절에 갈 생각이었다.

망자를 위해 기도할 때는 옷차림이 너무 화려해서는 안 되었다. 하지만 이번에 경성에 올 때 검소한 옷을 가져오지 않아, 새로 두 벌 정도 장만할 생각이다.

외출을 위해 규안은 옷장에서 향을 쬔 옷을 꺼내 하진에게 갈아입히고, 그녀를 화장대로 이끌어 머리를 땋아 주었다.

하진은 머리카락이 검고 숱이 많아, 머리를 땋으면 검은 구름이 쌓인 듯했다. 이는 머리카락 아래의 얼굴을 더욱 하얗고 맑게 돋보이게 했다. 그 맑고 아름다운 눈빛은 타고난 영리함과, 반짝이는 눈빛 속에 무심코 드러나는 사랑스러운 순진함을 담고 있었다.

바로 이 완벽하지 않은 천진함과, 충분히 영리하지 못한 모습은 사람의 시선을 끌었고, 흥미를 느끼게 했으며 한 번 더 보고 싶게 만들었다.

규안은 그녀가 얼굴에 분 바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향유를 손바닥에 펴서 뺨에 발라 주었고, 마지막으로 입술연지를 찍어 주었다.

막 옷을 다 입었을 때, 하인이 사준영이 왔다고 전하며, 그를 바깥방에 앉히고 차를 대접했다고 했다.

손에 든 차가 두 번 바뀌었을 때, 하진이 안방에서 나왔다.

“오라버니, 이 시간에 어찌 오셨습니까?”

사준영은 하진을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은 그녀의 몸 위에서 잠시 머물렀다가, 다른 곳으로 향했다.

“너와 상의할 일이 있다.”

하진은 치마를 정돈하고 미소를 지으며 앉았다.

“오라버니, 말씀하십시오.”

사준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초여드레 날, 청산사에는 가지 않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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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자영은 천천히 평상에서 몸을 일으켜 손씨 부인을 바라보며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았다.“무슨 방법이 있어요? 아버지께서 저를 그 집에 보내기로 마음먹으셨는데, 제아무리 소란을 피워도 아버지께서는 모르는 척하실 겁니다. 어머니께서도 전에 부탁하셨다가 면박만 당하지 않으셨습니까?”손씨 부인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어떻게 다릅니까?”“네 큰 언니가 돌아왔다.”대자영은 잠시 멍해 있다가 놀란 얼굴로 물었다. “큰 언니가 돌아왔다고요?”“그래, 방금 돌아왔다. 나도 막 알았다. 네 아버지 서재에 가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는 모르겠구나.”대자영이 말했다. “큰 언니는 사촌 오라버니와 정혼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왜 지금 돌아왔답니까?”“얼마 전에 네 아버지를 모시는 하인에게 들었는데, 고모님 댁에서 보낸 서신 때문에 크게 노하셨다고 하더구나.”손씨 부인이 계속해서 말했다. “짐작건대 잘되지 않은 것 같다.”“잘 안됐다니요? 어머니 말씀은 큰 언니와 사촌 오라버니의 혼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겁니까? 하지만 두 집안 사이에 혼약이 있지 않았나요?”자영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부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너는 대만여라는 사람을 잘 모른다. 네 고모는 어린 시절부터 교만하고 오만했고, 기세가 하늘보다 높았지. 이 집안의 것을 먹고 입으면서도 이 집안의 모든 것을 무시했단다. 관아 부인의 초대에 한 번 갔다 온 것으로, 늘 그 이야기를 입에 달고 살았지. 남의 똥까지 향기롭다고 여길 지경이었단다. 그 후로는 더욱 이 집안의 물건들을 깔봤다.”“그리고...”대자영은 어머니가 말을 머뭇거리는 것을 보고 숨기는 것이 있다고 여겨 다그쳤다. “빨리 말씀해 주세요, 또 뭔가요?”“이 일은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내가 하는 말을 마음에만 담아 두어라.”“네, 어서 말씀해 주세요.”부인은 눈을 굴려 문밖을 바라보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 고모부께서는 그분에게 다른 마음을 품고 있었단다.”손씨 부인은 예

  • 봄 옷을 벗다   제95화

    대만창은 분명 서신을 받았다. 하지만 반문하는 어조로 볼 때, 그녀가 제안했던 내용을 전혀 개의치 않으며, 애초에 답장을 해 줄 생각조차 없었던 것 같았다. “아버지 생각은 어떠세요?”하진의 질문에, 대만창은 질문으로 답했다. “혼인 단자를 파기했느냐?.”“알고 계셨군요?”아무래도 평곡으로 보내진 서신은 그녀가 보낸 것 외에, 대만여의 서신도 있는 것 같았다.“왜 파기했느냐?” 대만창의 목소리가 낮아졌다.“이미 고모님의 서신을 보시지 않으셨습니까?”대만창이 탁자를 내리치며 호통쳤다. “내가 너에게 묻고 있는데, 도리어 나에게 묻느냐?”“사씨 가문은 저희와 혼인을 맺을 생각이 없습니다.”하진이 성질을 누르고 말했다.“어찌 사씨 가문이 우리 가문과의 혼인을 원치 않는다고 생각하느냐? 네가 먼저 다른 사람 앞에서 혼약을 물리자고 해서, 네 고모도 어쩔 수 없이 동의한 것이다.”사실 대만창은 그녀가 보낸 서신을 처음 받았을 때, 화가 나서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할 정도였다. 하진도 화가 난 듯, 대만창을 바라보며 목소리를 높였다. “아버지께서는 어찌 일의 전말을 알아보지도 않고 저를 탓하십니까? 사촌 오라버니는 제가 경성에 가기 전부터 이미 육부의 아가씨와 교제하며 다른 마음을 품었습니다.”“그것은 모두 너의 추측일 수 있다. 누군가 헛소문을 퍼뜨려 오해하게 한 것이다.” 대만창이 말을 이었다. “이렇게 돌아왔으니 며칠 집에 머물다가 다시 경성으로 돌아가거라. 서신을 써줄 테니 그것을 가져가거라. 네 고모는 네가 어려서 따지지 않을 것이다.”하진이 대만창의 말을 끊었다. “사촌 오라버니와 육부 아가씨가 이미 정혼했다는 것을 아십니까?”대만창은 눈을 가늘게 뜨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참을 조용히 생각하는 동안, 하진은 마음속에 일말의 희망을 품고 있었다.대만창이 신의를 지키지 않는 사씨 가문에게 분노하며, 욕설을 퍼붓고 위로해주길 바랐다. 하지만 대만창이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해서, 실망하는 것은 아니었다. 본래 예상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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