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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Penulis: 유애

제1화

Penulis: 유애
전북망의 본가, 문희거(文熙居). 창호지 너머로 은은한 불빛이 아른거리며 그림자를 흔들어놓았다. 송석석(宋惜惜)은 수수한 옷차림으로 의자에 앉아 두 손을 포갠 채 눈앞의 남자를 바라봤다. 그는 결혼 후 곧바로 전장으로 떠나 일 년이나 보지 못했던 남편이었다. 전북망(战北望)은 전장에서 돌아온 복장 그대로 당당히 그녀를 마주보고 있었다.

“폐하의 교지(旨意)까지 내려진 이상, 되돌릴 수 없소. 이방(易昉)은 이 집에 들어오게 될 것이오."

송석석은 손깍지를 끼면서 어두운 눈빛으로 전북망에게 물었다.

"태후(太后)마마께서도 능력을 인정한, 그 이방 장군님이 첩이 되길 받아들이셨단 말씀입니까?"

그 말을 들은 전북망의 눈빛에 살짝 노기가 서렸다.

"아니, 이방은 첩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오. 평처(平妻: 본처와 같은 지위를 가진 여인)라, 그대와 다를 것이 없소."

송석석은 자세를 바꾸지 않고 말을 이었다.

"장군님도 아시다시피 평처라는 명칭은 듣기 좋을 뿐, 실제로는 첩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전북망이 눈살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첩이라니, 이방과 나는 전장에서 마음을 나누면서 서로 사랑하게 되었소. 그리고 이건 나와 이방이 군공(军功: 군사적 공로)으로 받은 교지이니, 사실상 그대의 동의는 필요 없소."

송석석은 억누를 수 없는 비웃음을 입가에 띄우며 말했다.

"서로를 사랑하게 되었다라, 그럼 출정 전에 저에게 했던 약속은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일 년 전, 출정 명령이 떨어진 혼례 첫날밤에 전북망은 약속했었다. 평생 그 하나만을 바라보며 절대로 첩을 들이지 않겠다고. 송석석이 언급하자 그제야 약속을 떠올린 전북망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 약속은 잊어버리시오. 그때 나는 진정한 사랑을 알지 못했소. 그저 그대를 아내로서 적합하다고 판단했을 뿐. 하지만 이방을 만나고 마음이 달라졌소."

이방을 떠올린 그의 표정이 서서히 부드러워졌다. 그가 숨길 수 없는 깊은 감정이 느껴지는 눈빛으로 말을 이어갔다.

"이방은 내가 만난 그 어떤 여인과도 비교할 수 없소. 나는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오. 부디 그대도 우리의 사이를 응원해 주길 바라오."

송석석은 체한 듯 속이 울렁거리는 불편함을 느꼈다.

"아버님과 어머님께서도 동의하신 일입니까?"

"동의하셨소. 이 혼사는 폐하의 교지요. 그리고 이방은 성격이 호탕하고 귀여운 점이 매력적이라, 어머니와도 금세 가까워졌소."

동의하셨다니, 송석석은 헛웃음이 나왔다. 정말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일 년 동안 해온 노력이 모두 허사였다. 그녀가 눈썹을 치켜 올리며 물었다.

"지금 그분이 이곳에 와 있단 말씀입니까?"

전북망은 이방을 언급할 때마다 목소리가 부드러워졌다.

"이방은 지금 어머니와 얘기 중이오. 이방 덕분에 어머니의 병세도 한층 호전된 것 같소.”

"누구 덕분이요?"

송석석은 복잡한 마음으로 되물었다.

"장군님께서 출정하셨을 때, 어머님의 병세는 매우 심각한 상태였습니다. 제가 단신의(丹神醫)를 초청해 치료하게끔 하지 않았더라면, 장군님은 지금 어머님을 뵙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어머님의 병은 낮이면 낮, 밤이면 밤, 그동안 정성을 다해 제가 병간호한 덕분에 호전되신 것입니다.”

그녀는 공을 자랑하기 위해 한 말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말한 것이었다. 그가 돌아오기까지 집안이 잘 돌아갈 수 있었던 건 모두 그녀의 노고 덕분이었다.

"그런데 이방 장군님을 만나고 어머님의 상태가 좋아졌다고 말씀하시다니요."

전북망이 진지한 눈빛으로 말했다.

"그대도 많이 억울할 거라는 건 알고 있소. 하지만 대국(大局)을 생각해 나와 이방의 결혼을 지지해줬으면 좋겠소."

송석석이 입가를 비틀며 미소를 지었다. 눈에는 살짝 눈물이 맺혀 있는 듯했으나, 자세히 보면 그보다 더 단호한 의지가 엿보였다.

"장군님, 이방 장군님을 불러와 주십시오. 직접 물어보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전북망은 단호히 거절했다.

"이방은 찾지 마시오. 이방은 그대가 알고 있는 다른 여인들과 다르오. 그녀는 여장군이라 내정(內政)으로 얽히는 걸 가장 싫어하오. 이방은 그대와 만나길 원하지 않을 것이오."

송석석이 반문했다.

"제가 아는 여인들이란 누굴 말씀입니까? 도대체 장군님 눈엔 제가 어떤 사람으로 보입니까? 저 또한 무장이던 아버지의 딸입니다. 잊으셨습니까? 제 아버지와 여섯 오라버니들도 삼 년 전에 남쪽 전쟁에 참전하셨다가 돌아가셨다는 걸."

"그건 그거고."

전북망이 그녀의 말을 끊으며 답했다.

"그대의 아비와 오라비들이 어떠했던, 그대는 전장에 한 번도 나가보지 못한 여인이 아니오. 이방은 그런 여자들을 좋게 보지 않소. 그녀는 매우 솔직하며 자잘한 일로 다투는 걸 싫어하오. 둘이 만난다면 불쾌한 일이 생길 게 뻔한데, 왜 굳이 스스로 곤란에 빠져들려 하오?"

송석석이 고개를 들며 온화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괜찮습니다. 그녀가 모진 말을 한다면, 그냥 못 들은 척할 것입니다. 대국을 생각하고 대의를 따르는 것은 모든 며느리의 기본적인 덕목아니겠습니까. 아니면, 장군님이 저를 믿지 못하시는 것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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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men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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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나영
와~ 첩들이는게 대의래 저를 믿지 못하는군요? 대사 원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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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j7607
작가님. 글씨 오타가 좀 자주 보여요. ㅠㅠ
goodnovel comment avatar
나숙영
보고싶네요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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