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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Author: 일설연우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대문 쪽으로 향한 가운데, 고장훈이 급한 걸음으로 안으로 들어섰다.

관복을 입은 모습은 꽤나 늠름하고 준수했지만, 얼굴에는 웃음기가 전혀 없었다.

고장훈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고 털썩 자리에 앉더니 찻잔을 들고 찻물을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살벌한 그의 표정에 고 부인은 미리 준비해 둔 축하의 말이 목구멍에서 맴돌 뿐이었다.

그녀는 의문의 눈초리로 임유정을 바라보았다.

임유정 역시 무슨 상황인지 몰라 조바심이 났다.

원래대로면 오늘은 작위를 하사받는 날이니, 고장훈은 기뻐해야 마땅했다.

방 안은 쥐 죽은 듯 고요하고 오직 그가 차를 들이키는 소리만이 선명하게 들릴 뿐이었다.

이때, 유소영이 걱정스러운 어투로 그에게 물었다.

“부군, 형님께서 말씀하시길, 오늘 작위를 하사받게 될 거라고 하시더군요.”

쾅!

고장훈은 들고 있던 찻잔을 탁자에 힘껏 내려놓았다.

그의 얼굴은 퍼렇게 질려 있었고 고개를 푹 숙인 채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누가 봐도 문제가 생긴 상황이었다.

고 부인은 속이 타들어가는 것 같았다.

“장훈아, 말을 해보거라. 대체 무슨 일이니?”

오랜 침묵 끝에, 고장훈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작위는… 무산되었습니다.”

“뭐라?”

고 부인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

임유정의 얼굴도 하얗게 질렸다.

“어떻게 이럴 수가! 아버지께서는 분명 조정의 대신들이 모두….”

“그 자식들이 중간에 다 말을 바꾸었습니다!”

고장훈의 성난 목소리가 그녀의 말을 끊어버렸다.

그는 고 부인을 바라보며 절규했다.

“그 인간들은 원래 바람 따라 움직이는 갈대와 같은 자들입니다! 갑자기 한 가문에 두 개의 작위는 있을 수 없다고 하더니, 폐하께서도 이를 동의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어머니! 제가 어머니의 기대를 저버렸어요!”

유소영이 놀란 눈으로 물었다.

“형님, 제가 관원들을 잘 구워삶으라고 혼수도 모두 드리지 않았습니까?”

임유정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녀라고 일이 이리 될 줄 어찌 알았겠는가!

고 부인은 분노에 이가 갈렸다.

너무 화가 나는데 화풀이할 곳이 없었다.

다시 임유정을 돌아보는 고 부인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확실하다고 하지 않았느냐?”

“어머니, 저는….”

임유정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애초에 그녀가 확실하다고, 절대 변수가 없을 거라고 장담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녀 역시 아버지를 통해 들은 정보였을 뿐이다.

시어머니의 책망에 임유정의 눈가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고장훈은 그 모습이 안쓰러워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머니, 이 일은 형수님과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결국엔 그 자식들이 앞뒤가 다른 인간들이었기 때문이죠! 특히 새로 과거에 급제한 몇몇 진사놈들 말입니다!”

고 부인은 속으로 다소 원망이 남았지만, 겉으로 드러낼 수는 없었다.

그녀는 치미는 감정을 억누르며 말했다.

“장훈아, 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고 먼저 방에 가서 푹 쉬도록 해.”

고장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어머니.”

그가 떠난 후, 유소영도 조용히 밖으로 나왔다.

잔뜩 실망한 다른 이들과는 다르게 아민은 매우 흥분한 상태였다.

그녀는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아씨, 그 사람들 표정 보셨나요? 정말 통쾌하네요! 아씨를 모욕한 대가를 톡톡히 치른 거죠!”

유소영은 시선을 먼 곳에 둔 채로 미소 지었다.

“형제가 서로 우애하는 것은 집안에 고기가 부족하지 않기 때문이지. 하지만 만약 고기가 단 한 조각뿐이라면 어떨까?”

그녀는 고장훈이 지금 이 순간 어떤 기분일지 무척 궁금해졌다.

고장훈은 난향원으로 돌아온 직후, 서재에 틀어박혔다.

오후가 되자, 그는 군영으로 나갔고, 그 이후로 유소영은 그를 다시 보지 못했다.

청우각.

임유정 역시 방에 틀어박혔다.

춘화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었고 무릎 아래는 깨진 자기 조각들이 가득했다. 춘화는 고통에 몸을 떨면서도 전혀 원망하는 티를 내지 않았다.

임유정의 눈빛 깊숙이 음산한 빛이 스쳤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아버지가 나를 속인 건가? 아니, 그럴 리 없어….”

아니면 누군가가 손을 써서 관원들을 매수한 걸까?

유소영일까?

그럴 리도 없었다.

유소영은 고장훈을 깊이 연모하여 그의 출세를 위하여 혼수까지 바친 사람인데 그런 짓을 했을 리 없었다. 게다가 그녀는 조정을 좌우지할 만한 그런 큰 능력을 갖고 있지도 않았다.

임유정은 자신의 배를 만져보았다.

지금 당장의 급선무는 빨리 회임을 하여 후작부의 작위를 이을 아들을 낳는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왠지 모르게 불안했다.

작위가 하나뿐인데 과연 고장훈이 작위를 양보하려 할까?

깊은 밤, 난향원.

“아씨, 장군께서 돌아오셨습니다.”

유소영은 장부를 덮고 일어나서 그를 맞이했다.

고장훈은 먼지투성이인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그녀를 보자마자 말했다.

“우리도 빨리 아이를 가져야겠소.”

유소영은 즉시 뒤로 두 걸음 물러섰다.

“장군, 정신이 혼미해지신 겁니까? 형님도 아직 회임 소식이 없지 않습니까?”

고장훈이 잠시 멈칫했다.

그도 자신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아마도 오늘 일에 자극받은 탓이리라.

하지만 그녀가 대놓고 자신을 거절하는 걸 보면 어쩐지 자신과의 잠자리를 전혀 원치 않는 것처럼 느껴져서 기분이 나빴다.

그는 날카로운 눈초리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그녀의 가녀린 팔목을 붙잡았다.

“언제부터 이리 관대해진 거지? 내가 밤마다 청우각에 머무는 것을 보고도 화도 나지 않는단 말이오?”

“아니면 부인은 정녕 나를 붙잡아 두고 싶지 않은 거요?”

유소영은 고개를 들고 그를 바라보며 부드러운 미소로 그의 손길을 밀쳐냈다.

“장군, 이건 후작부와 아주버님을 위한 일입니다. 제 서러움 따위는 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요.”

고장훈의 마음은 복잡하게 흔들렸다.

그는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마치 다짐하듯 말했다.

“그래. 후작부를 위해서, 형님을 위해서라도 그래야만 하겠지.”

말을 마친 그는 곧바로 뒤돌아서 방을 나갔다.

아민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드디어 가셨네요. 방금 강제로 아씨를 취하려는 건 아닐까 걱정했어요. 그런데 이유도 없이 왜 갑자기 아씨와의 아이를 원하는 걸까요?”

유소영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지어졌다.

“그건… 배고픈 늑대는 많은데 고기는 적으니까.”

그러나 고장훈은 자신의 마음이 이미 바뀌고 있는 것을 의식하지 못한 듯했다.

청우각.

임유정은 자신을 대하는 고장훈의 태도가 평소보다 냉랭해진 것을 알아차렸다.

한번의 정사가 끝난 후, 그는 주섬주섬 옷을 입었다.

임유정은 힘껏 그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형님과의 혼사는 제가 원한 것이 아니었어요! 제 마음속에는 줄곧 당신이 있었단 말입니다.”

고장훈은 순간 벼락에 맞은 듯, 온몸이 굳어버렸다.

임유정의 손길이 그의 가슴에 닿았다.

“하지만 닿을 수 없는 사이라는 것도 알아요. 그러니 당신의 아이만 낳게 해주세요. 제 그리움을 달랠 수 있게… 제발….”

고장훈은 잠깐 주저하는 듯했지만, 결국엔 임유정의 위로 쓰러졌다.

두 사람의 교성은 조용히 침대 밑의 전음통을 통해 저장고까지 전해졌다.

한옥관 내부.

사내가 천천히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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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군의 형님   제42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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