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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Author: 일설연우
영향원.

혼수품이 하도 많은 탓에 시종들은 하루 종일 왔다 갔다 하며 물건을 나르느라 분주했다.

고 부인은 안방에 앉아 염주를 만지작거렸지만 마음속은 거센 파도가 일렁이고 있었다.

그녀는 눈을 지그시 감으며 시녀에게 물었다.

“다 옮겼느냐?”

시녀가 답했다.

“예, 마님.”

곧이어 눈을 뜬 고 부인은 어두운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

“봉인은? 다 확인하였어?”

“예, 봉인은 모두 멀쩡합니다.”

고 부인은 그제야 살짝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유소영의 혼수품 중 이미 절반 이상은 고 부인이 친정에 보태느라 써버린지 오래였다.

그래서 들키지 않기 위해 봉인 딱지를 붙여둔 것이다.

고 부인은 임유정에게 절대 딱지를 뜯지 말 것을 경고했다.

다행히 순종적이고 착한 임유정은 순순히 시어머니의 뜻에 따라주었다. 며칠 후, 작위만 하사받은 후, 다시 돌려달라고 하면 될 것이다.

청우각.

임유정의 시녀 춘화는 정원에 들어서는 상자들을 보며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부인, 이 많은 것들이 모두 부인 것이 되는 건가요?”

그러나 임유정의 얼굴에는 기쁨이 전혀 없고 오히려 초조함만 가득했다.

‘유소영 이 간사한 년! 장훈이 곧 작위를 받을 것을 알고 내 공로를 가로채려고? 그렇게는 안 되지!’

“이것들은 모두 창고로 옮겨라. 절대 건들지 말고!”

그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불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게 다 뭐야?”

고장훈은 청우각에 도착하자마자 눈살을 찌푸리며 정원에 있는 상자들을 바라보았다.

임유정은 즉시 표정을 바꾸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설명을 들은 고장훈의 입가에 의기양양한 미소가 지어졌다.

‘역시 유소영은 나를 깊이 연모하고 있는 것이야. 내 작위를 위해 혼수를 모두 꺼내다니.’

임유정은 그의 표정을 관찰하며 말을 돌렸다.

“하지만… 도련님의 작위 문제는 이미 확정된 일인데 이런 것들을 쓸 필요가 어디 있겠습니까? 교지가 내려오면 돌려보내는 게 좋을 듯합니다. 사람들이 도련님께서 부인의 혼수로 작위를 바꾼다고 오해하여 평판이 안 좋아지지 않도록 말이죠.”

그 말을 들은 고장훈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역시 형수님은 생각이 깊으십니다.”

임유정은 살짝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고장훈이 작위를 성공적으로 하사받으면 공로는 모두 그녀의 것이 될 것이다! 이는 누구도 가로챌 수 없는 오직 그녀의 공로였다.

‘어리석은 것. 은화로 모든 게 해결될 거라 생각해? 쯪!’

달빛이 그녀의 말간 얼굴을 밝게 비추었다. 임유정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도련님, 이만 쉬지요.”

한창 혈기왕성한 나이에 또한 금기를 깬지 얼마 되지 않은 고장훈이었기에 약간의 유혹에도 마음이 간질거려 참을 수 없었다.

한번은 서투르겠지만 두 번 하면 능숙해지는 법, 그는 임유정을 안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임유정은 그의 목을 끌어안고 그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장막 안에서 사내의 거친 숨소리와 여인의 교성이 겹쳐졌다.

한편, 지하실 술 저장고.

아민은 침을 제거하고 있는 유소영을 보며 걱정스럽게 물었다.

“아씨, 나갔다가 다시 오는 게 어떨까요?”

친정에서 돌아온 후, 유소영은 또 친히 지하실을 방문했다.

전음통은 세자의 귀 옆에 놓여 있고 주변이 고요하니 위층에서 나는 소리가 지하실까지 전해졌다.

참으로 음란하고 난잡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유소영은 저 위에서 즐기고 있는 자가 자신의 부군이 아니라 전혀 상관없는 사람인 듯, 마음에 그 어떤 동요도 없었다.

반면 아직 어린 처녀인 아민은 낯부끄러워 얼굴이 화끈거렸다.

주의를 돌리기 위해 그녀는 관 속의 사내를 바라보았다.

“세자의 처지는 참으로 안타깝지만, 정말 준수하시네요!”

처음 세자를 보았을 때, 선인이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들었다.

이제는 여러 번 봤지만 여전히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유소영은 고개를 숙이며 마지막으로 은침을 점검했다.

그녀가 무심코 말했다.

“사내의 외모는 그리 중요하지 않아. 다방면으로 능력이 있어야 하지.”

아민이 놀란 눈으로 물었다.

“아씨의 말씀은… 세자께서… 능력이 부족하시다는 말씀인가요?”

유소영이 이어서 말했다.

“임유정은 건강한 여인이지만, 후작부로 시집온지 3년이 되도록 후사가 없었어. 아민아, 명심하거라. 병약한 사내에게는 관심을 주지 않는 게 좋아.”

그녀 자신은 선택의 여지가 없지만, 아민은 좋은 사내에게 시집가길 바랐다.

얘기를 들은 아민의 얼굴이 새빨갛게 붉어졌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세자의 귀가 약간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그러나 다시 자세히 살피자, 더 이상의 움직임은 없었다.

‘착각이겠지?’

결국 유소영의 말처럼 무공을 모르는 세자라면 적어도 침술을 세 번 진행해야 청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아민은 유소영이 세자의 허리띠로 손을 뻗자, 재빨리 물러났다.

예의상 보지 말아야 하는 것이 맞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밖에서 망을 봐야 했다.

다음 날.

유소영은 평소대로 고 부인에게 문안드리러 갔다.

임유정은 일찍부터 와 있었다.

고 부인의 시선이 그녀의 배를 응시했다.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기다려라. 듣기로 장훈이가 오늘 입궁했다고?”

전장이 끝난 직후, 고장훈은 군영에서 잠시 한직을 맡아 평소에는 군영을 돌보며 매일 조회에 참석할 필요는 없었다.

부인인 유소영이 아직 말도 하지 않았는데 임유정이 먼저 답했다.

“예. 도련님께서 말하길, 작위 문제 때문이라 합니다. 폐하께서 문무백관 앞에서 결과를 공표하신다네요.”

고 부인은 그 말을 들은 즉시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임유정의 손을 잡았다.

“드디어 일이 성사되려는구나!”

곧이어 그녀는 유소영을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멍하니 앉아서 뭐 하는 게냐? 당장 와서 네 형님께 감사 인사를 올리지 않고?”

유소영은 자리에 앉은 채로 찬란한 미소를 지었다.

“부군께서 궁에서 돌아오시면 우리 부부가 함께 형님께 감사인사를 해도 늦지 않습니다.”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문지기의 전갈이 들려왔다.

“장군께서 돌아오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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