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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군의 형님
부군의 형님
Author: 일설연우

제1화

Author: 일설연우
“형님이 아이를 낳을 수 있게 도와드린다고요? 어떻게 돕는단 말입니까?”

유소영은 파르르 떨리는 눈빛으로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부군인 고장훈을 바라보며 물었다.

전장에서 승리하고 오늘 막 돌아온 고장훈은 두터운 갑옷을 입은 채, 단호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밤부터 난 청우각에서 묵을 것이오. 형수가 회임할 때까지.”

유소영은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아주버님께서 돌아가신지 한달이 넘었는데 아버님, 어머님께서 지금까지 사실을 숨기고 상을 치르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었군요.”

말을 마친 그녀는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까 이미 상의가 끝난 일이고 제게는 통보하러 오신 겁니까?”

고장훈은 혼례식만 치르고 곧바로 변방으로 출정했기에 두 사람은 지금까지도 첫날밤을 보내지 않은 상태였다.

원래는 승리하고 돌아온 오늘 미뤘던 첫날밤을 치를 줄 알았건만, 그는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다른 여인을 품에 안겠다고 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 상대가 그의 형수라니!

이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고장훈은 비꼬는 듯한 그녀의 말투에 싸늘히 대꾸했다.

“부모님이 결정하신 일이고 당신에게 허락받을 필요도 없었소. 형수께서 굳이 나한테 당신 의견을 물어보라고 해서 온 것뿐이오.”

유소영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형님은 참으로 사려 깊으신 분이로군요. 이렇게 인륜을 저버린 일을 형님께서도 동의하셨나요?”

그 말을 들은 고장훈은 버럭 화를 냈다.

“형수는 고상하고 순결하신 분이오! 이 모든 것은 오로지 충용 후작부를 위한 일이란 말이오! 형님의 후대를 남기기 위해! 당신은 괜한 고집부리지 말고 고개만 끄덕이면 돼. 형수가 안심할 수 있게!”

유소영이 물었다.

“만약 제가 허락 못하겠다면요?”

고장훈이 말했다.

“그렇다면 휴처(休妻: 고대에 사내가 부인을 집안에서 내치는 경우) 절차를 밟고 새 부인을 들여야겠지!”

유소영의 동공이 흔들렸다.

휴처라니?

지난 2년간의 헌신과 기다림이 참으로 우스워진 순간이었다.

유소영은 더 이상 그에게 어떤 기대도 품지 않기로 했다.

“좋아요. 허락하죠.”

고장훈은 실망 가득한 그녀의 눈빛을 보니, 이유 모를 갑갑함을 느꼈다. 그는 잠시 마음을 가라앉히고는 경고하듯 말했다.

“이 일은 아무에게도 알려져선 안 될 것이오. 특히나 상인 출신에 계산적이기로 유명한 당신의 아버지에게는 더더욱 비밀에 부쳐야겠지.”

유소영은 냉소를 지으며 비꼬듯 말했다.

“애당초 충용 후작부가 십만 금의 빚을 떠안았을 때, 도움을 준 사람이 우리 가문입니다. 지난 2년동안 유씨 가문은 당신의 출세를 아낌없이 도왔지요. 정실 부인의 체면도 지켜주지 못하면서 이제 와서 제 아버지이자 당신의 장인이며, 후작부의 은인이나 되는 분을 그런 식으로 모욕하는 겁니까!”

고장훈은 단호한 표정으로 그녀의 말을 바로잡았다.

“다 지나간 일을 자꾸 입에 담아야 하겠소? 상인 출신에 불과한 당신의 아버지가 내 출세에 도움을 줬다니. 어이가 없군. 형수의 아버지는 이 나라의 재상이시오. 그분이야말로 내 출세의 은인이란 말이지.”

상인에 불과한 장인을 어찌 재상과 비교할 수 있느냐는 말이었다.

유소영의 눈가가 살짝 붉어졌다.

고장훈이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친정인 유씨 가문이 금은으로 쌓아올린 인맥과 사다리 덕분이었다. 경성에서 관원들과 인맥을 넓히고 군량과 군수물자까지, 친정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변방에 도착했을 때쯤에 보급물자는 반절도 남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그는 감사하기는커녕, 오히려 그들을 계산적인 상인이라고 욕하고 있었다.

그녀는 달려가서 귀뺨이라도 치고 싶은 충동을 억지로 참아냈다.

이때, 누군가가 급하게 안으로 뛰어들어왔다.

“도련님, 동서, 싸우지들 말게.”

형수인 임유정이었다.

그녀는 흰 소복을 입은 채로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

고장훈은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밤공기가 쌀쌀한데 어찌 이리 얇게 입고 나오셨습니까?”

유소영은 이렇게 다정한 표정을 지은 그의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그는 늘 냉랭한 태도로 모두를 대했다. 구혼하러 왔을 때도 그러했고 혼례식 당일에도 그랬다.

원래 그런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던 것이다.

임유정은 유소영의 손을 잡으며 슬픔에 가득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자식을 볼 수 없는 신세라, 혼인한지 3년이 되도록 후사를 보지 못하고… 이제 와서 동서까지 힘들게 하다니… 이 못난 형님을 용서해 주게. 나 때문에 부부간에 사이가 틀어지는 건 나도 원치 않아.”

눈물이 비 오듯 흐르는 그녀를 보자, 고장훈은 유소영을 잡아당기며 낮은 소리로 꾸짖었다.

“형님이 사고를 당한 이후, 형수는 본래 형님을 따라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 하는 것을, 나와 어머니가 간신히 말렸소. 쓸데없는 말은 삼가하시오.”

“물론이죠.”

유소영은 담담한 미소를 짓고는 고개를 돌려 임유정을 바라보았다.

“형님, 저는 부군과 형님께서 후사를 보는 것에 대해 이미 동의하였습니다.”

임유정은 그 말을 듣고 잠시 멈칫하다가 무릎을 꿇으려고 허리를 숙였다.

“부군을 대신해 동서에게 감사를 드리겠네….”

고장훈이 재빨리 그녀를 부축했다.

“형수가 어찌 동서에게 무릎을 꿇는단 말입니까! 예는 소영이 형수께 올려야지요! 하물며 형수는 후작부를 위해 한몸 희생하신 것 아닙니까!”

유소영은 그저 웃음이 나왔다.

한편으로는 죽은 부군에게 깊은 정을 보여주면서 또 한편으로는 고장훈의 품에 기대어 일어나려 하지 않는 모습이라니!

이런 사람이 바로 고장훈이 말한 고상하고 순결한 사람이란 말인가.

“쿨럭….”

임유정은 힘없이 기침하며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굴었다.

고장훈이 긴장하며 말했다.

“제가 처소까지 모시겠습니다, 형수님.”

말을 마친 그는 임유정을 안고 밖으로 나갔다.

촛불 아래 유소영의 아름다운 얼굴에 그림자가 반쯤 드리워졌다.

시녀 아민이 들어오더니 분개하며 말했다.

“아씨, 저도 다 들었습니다! 정말 파렴치한 집안이로군요!”

유소영의 눈가에 싸늘한 빛이 스쳤다.

“약은, 도착했니?”

“예!”

아민은 서둘러 품에서 봉지 하나를 꺼냈다.

“아씨, 왜 마님과 장군께 사실 세자께선 기이한 독에 중독되어 가사 상태에 빠진 거라고 말씀드리지 않았나요? 일찍 그분들께 말씀드렸더라면 이런 이상한 일을 꾸미지도 않았을 텐데요…”

“설 신의의 제자인 아씨가 침술을 시전하고 만금으로 서역에서 사온 약재까지 있으니 분명 세자를 살릴 수 있을 겁니다!”

유소영은 약병을 매만지며 생각에 잠겼다.

처음에 얘기하지 않은 건 그녀도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고, 지금도 말을 안 한 건 고장훈이 그녀에게 말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고개를 든 그녀의 입꼬리가 비스듬히 올라갔다.

후작부에서 이렇게 역겨운 짓을 벌였으니, 그녀는 세자를 되살려 형님을 존경하고 부군을 사랑한다는 시동생과 형수가 어떻게 사통하는지 직접 지켜보게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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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군의 형님   제30화

    고 부인은 화들짝 놀라며 소리쳤다.“내가 며느리의 혼수를 왜 훔치겠어!”임유정도 부인했다.“나도 아니야, 동서.”고 부인이 물었다.“유정아, 다시 잘 생각해 보거라. 혼수품이 청우각에 들어간 이후에 접촉한 사람은 없었느냐?”임유정은 확신에 찬 어투로 말했다.“제 목숨을 걸고 말씀드리건대, 혼수품은 줄곧 창고에 있었습니다!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어요!”유소영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면 형님 말씀은 형님께로 가기 전에 이미 도둑맞았다는 뜻인가요?”그녀는 고개를 돌려 고 부인을 바라보았다.고 부인의 안색이 급변했다.“당연히 불가능하지! 영향원 창고 주변은 정예 호위가 지키고 있으니 아무도 접근을 못해!”유소영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임유정에게 시선을 돌렸다.“어머니 말씀이 일리가 있네요. 그렇다면 형님이….”시녀 춘화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저희 부인이 그랬을 리 없습니다! 그 많은 물건이 사라지고 가품이 잔뜩 들어 있었는데 고작 한달 안에 무슨 수로 그 많은 물건을 바꿔치기 한단 말인가요!”고 부인도 태연히 말했다.“아무리 삼엄한 호위라도 집안에 있는 도둑은 대비하기 어려운 법이지. 물론 유정이가 했다는 게 아니라 다른 시종들이 했을 수도 있어.”임유정은 입술을 깨물며 고장훈을 바라보았다.“도련님, 믿어주세요. 저는 절대 그런 짓을 하지 않았어요.”하지만 고장훈은 그들의 대화를 듣지 않고 있었다. 그는 누가 한 짓인지 생각하고 있었다.어머니와 형수는 그런 일을 할 사람이 아니었다.“분명히 저택 안의 시종일 것입니다.”고장훈이 단언했다.“어머니는 검소한 분이고 형수님은 고결하고 착한 분인데 부인의 혼수를 훔칠 이유가 없지요. 그렇다면 하인들이 한 짓일 수밖에 없습니다!”유소영은 웃음이 나왔다.검소와 고결과는 전혀 거리가 먼 사람들이었다.유 대감은 충용 후작을 바라보았다.“나으리, 사부인과 세자 부인은 모두 귀족 출신이시니 집안살리메 능하시겠지요. 그런데 이런 일이 생겼으니… 이를 어찌 하면 좋단 말입니

  • 부군의 형님   제29화

    고 부인은 불쾌한 어투로 유소영을 책망했다.“소영아, 이런 사소한 일로 굳이 친정에 알려야겠어? 설마 후작부가 이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을 것 같아서 그랬니?”유소영은 괴롭힘을 당한 듯, 입술을 질끈 깨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유 대감이 다급히 말했다.“나으리, 저 유성천은 목숨을 걸고 보장드리건대 안에 든 것은 모두 진품입니다! 어떻게 된 겁니까? 후작부에 도둑이라도 든 겁니까?”“이건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닙니다. 관아에 고발해야지요!”충용 후작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관아까지 갈 필요 없이 이 일은 내가 직접 조사할 것입니다.”유 대감은 정색해서 말했다.“그것도 그러네요. 저는 나으리가 꼭 범인을 잡아낼 거라고 믿습니다!”“딸아이의 혼수가 별로 많지도 않고 사라져도 딱히 영향은 없지만 화풀이는 꼭 해야겠습니다!”“감히 후작부까지 침입해서 도둑질을 하다니! 가죽을 도려내고 뼈를 부러뜨려야지….”고 부인이 입을 열었다.“아직 결론난 게 아닙니다.”임유정도 거들었다.“유 대감, 저희가 추측하건대 동서의 혼수는 잃어버린 게 아니라 원래 가짜였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다면 도둑질은 성립하지 않는 것이지요.”유성천은 손바닥으로 머리를 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군요! 그럴 가능성도 있었군요! 나으리, 이렇게 합시다. 관아에 고발하지 말고 구진각과 서화각에 찾아가서….”그는 주절주절 말하며 품에서 전표를 꺼냈다.“소영이에게 사준 장신구는 모두 이곳에서 샀습니다. 젠장! 감히 내게 가짜를 팔다니!”충용 후작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구진각은 황실 상단이 운영하는 점포로 그들을 가품을 팔았다고 지목한다면 분명 소란이 크게 일 것이다.유성천은 일부러 혼수품에 가짜가 없다고 증명하려고 이러는 것일까?“사돈, 그럴 필요가 있겠습니까. 구진각 같은 곳에서 가품을 팔았을 리 없겠지요.”유 대감은 의자를 걷어차며 분노의 고함을 질렀다.“후작 나으리! 나으리가 정직한 분인 건 알지만 소인배를 경계해야 하는 법입니다!

  • 부군의 형님   제28화

    임유정은 어리둥절한 얼굴을 하고 영향원으로 왔다.고 부인은 평소의 온화한 표정 대신, 싸늘한 얼굴로 그녀에게 물었다.“소영의 혼수가 도둑맞았다. 너는 이 일을 알고 있었느냐?”임유정은 놀란 눈으로 유소영을 바라보았다.‘이년이 또 무슨 꿍꿍이지?’상자는 줄곧 봉인되어 있었는데 어찌 도둑맞을 수 있단 말인가!‘일부러 나를 모함하려고?’임유정은 즉시 반박했다.“저는 모르는 일입니다. 하물며 혼수는 청우각에 보내졌을 때 봉인딱지가 붙어 있었습니다. 뭔가 오해가 있었던 것 같네요.”말을 마친 그녀는 곧바로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유소영에게 물었다.“동서, 혼수가 도둑맞은 게 확실한가?”유소영은 고개를 끄덕였다.“부군과 함께 확인한 바, 많은 귀중품들이 가짜로 바뀌어 있었습니다.”임유정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이어서 물었다.“설마 처음부터 가짜였던 것은 아니고?”혼수에 가짜를 섞어서 보낸 게 알려진다면 유씨 가문의 명성에도 영향이 갈 것이다.고 부인은 속으로 역시 큰며느리가 똑똑하다며 감탄하고 있었다.곧이어 고 부인도 거들었다.“유정이 말이 맞다. 소영아, 그 많은 혼수를 네가 일일이 진품인지 확인할 수는 없었을 것 아니니? 안에 든 모든 것이 진품이라고 확신할 수 있겠어?”고 부인은 처음 유소영의 혼수를 확인할 때, 진품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 생각했다.물건이 너무 많아서 귀찮기도 하고 감별사를 따로 부르자니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갔다.믿음직한 감별사를 모시려면 적어도 천냥 이상이 필요하고 물건이 많을수록 더 많은 값을 지불해야 했다.아민이 참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저희 대감님이 아씨를 얼마나 총애하시는데 가짜를 넣었겠어요!”“천한 것이, 여기가 어디라고 끼어들어?”분노한 고 부인이 호통쳤다.임유정은 햇살 같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진정하세요, 어머니. 애당초 균형이 맞는 혼사가 아니었으니, 동서네 집안에서도 혼수를 많이 가져와서 격식을 맞추려고 했겠지요.”“혼수에 가짜가 섞였다고 해도 이는 유

  • 부군의 형님   제27화

    유소영은 아민에게 눈짓을 했다.아민은 즉시 알아차리고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임유정을 부축했다.“세자 부인, 이 시녀는 참으로 눈치가 없었네요. 분명 자기가 더 가까이에 있었는데 장군께서 부축하게 하다니.”옆에 있던 춘화의 안색이 새파래졌다.“무슨 소리를! 나는 그냥… 반응이 조금 느렸을 뿐이야!”아민은 임유정의 팔을 꽉 잡으며 웃었다.“하지만 걱정 마십시오. 저는 힘이 센 편이라 부인을 방까지 부축하는 것은 물론이고 안고 가도 문제없습니다.”말하는 동안 아민은 임유정을 부축하고 있던 고장훈의 손을 떼어냈다.“장군, 어서 아씨와 함께 그림을 가져오세요. 세자 부인은 저와 춘화가 모시겠습니다! 저희 둘이 장군보다 나을 테니까요!”고장훈은 그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여 유소영을 따라갔다.임유정은 뭔가를 말하려다가 결국 입을 다물었다.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던 얼굴에 음산한 빛이 스쳤다.‘빌어먹을 유소영, 두고 보자!’노부인이 교지를 받아오시면 장훈에게 전방될 테니 그때 가서 제대로 갚아줄 것이다.창고.유소영의 혼수품은 거의 창고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크고 작은 상자들로 인해 눈이 어지러울 지경이었다.고장훈이 물었다.“창해도는 어디에 있소?”유소영은 대충 가리켰다.“아마 저쪽에 있는 것 같네요.”“아마?”고장훈이 눈살을 찌푸리며 봉인지를 뜯었다.하지만 한참을 찾아도 창해도는 찾을 수 없었다.유소영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제가 잘못 기억한 걸까요? 모두 열어서 한번 확인하는 게 좋겠어요.”고장훈은 하는 수없이 체념한 얼굴로 모든 상자들을 열었다.영향원.성격 급한 충용 후작은 참을성이 바닥나고 말았다.“왜 아직도 안 오지?”고 부인이 그를 달랬다.“물건이 너무 많아서 시간이 좀 걸리는 듯합니다.”사실 고 부인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었다.만약 자신이 혼수를 건드렸다는 것을 유소영이 눈치챈다면 일이 곤란해질 것이다.하지만 이번에는 그림을 가져오는 것이 목적이니 다른 물건은 자세히 보지 않을 것 같았다.반 시진

  • 부군의 형님   제26화

    혼수품 얘기가 나오자 고 부인의 표정이 즉시 초조하게 변했다.유소영은 정중히 설명헀다.“이영정 대가의 창해도는 그분의 생전 마지막 작품이자, 유일한 수묵화 대작이지요.”“일전에 상서 부인께서 창해도를 거금을 들여 구매하신다 수소문하신 적이 있는데 저도 얼마 전에 우연히 알게 되었어요.”“그 그림으로 부군을 도울 수 있다면 기꺼이 내놓겠습니다!”충용 후작은 창해도에 대해 들은 적은 있지만 직접 본 적은 없었다.이 그림이 유씨 집안의 손에 들어갔을 줄이야!“그럼 어서 가져오지 않고 뭣들 하느냐?”“잠깐!”고 부인이 소리쳤다.갑작스러운 외침에 모두가 그녀를 바라보았다.고 부인의 손바닥에 식은땀이 맺히고 시야가 흐릿해졌다.“나으리, 며늘아기의 소중한 혼수인데 이렇게 하는 것이 과연 옳을까요?”유소영은 속으로 냉소를 지었다.옳고 그름을 떠나서 며느리의 혼수품을 훔쳐서 친정으로 나른 행위가 발각될까 두려운 것이리라.“어머님, 부군의 출세가 더 중요하죠. 게다가 제가 제 명의로 그림을 상서 부인께 드릴 것입니다. 이는 여인들 간의 정상적인 교류이지, 후작부가 제 혼수를 쓴 것은 아닙니다.”유소영의 말에는 전혀 빈틈이 없었기에 고 부인은 반박할 수 없었다.고장훈은 유소영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미약한 온기를 느꼈다.‘이 정도로 나를 위해 생각해 주다니.’그는 오늘 밤 반드시 그녀가 원하던 첫날밤을 치러야겠다고 작심했다.고 부인은 겉으로는 태연한 척, 고개를 빳빳이 들었다.“좋다. 내 사람을 보내 청우각에서 가져오도록 하지.”그녀는 비록 유소영의 혼수를 많이 가져다 썼지만, 서화류는 건들지 않았다.측근을 보내 그림을 가져오기만 하면 혼수품이 사라진 것을 아무도 모를 것이다.“어머님.”유소영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제가 직접 가는 게 낫겠네요.”고 부인은 숨이 콱 막혔다.“이런 사소한 일에 네가 직접 나설 필요는 없….”“어머님, 제가 가져온 혼수가 너무 많고 상자도 다 비슷하게 생겨서 어디에 넣었는지는 저만 알고 있습니다

  • 부군의 형님   제25화

    난향원.아침 수련을 하는 고장훈에게 시종이 다가와서 전갈을 전했다.“장군, 작은 마님께서 함께 영향원으로 가서 나으리와 마님께 문안드리자고 하십니다.”고장훈은 땀을 닦으며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그동안 유소영이 자신을 멀리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형수를 질투하는 것이지.’모든 건 그녀의 잘못이니 그는 굳이 달래줄 필요성을 못 느꼈다. 반성할 시간을 줘야 가문의 이익을 가장 중요시하는 아량 넓은 장군 부인이 될 것이다.오늘은 그녀가 먼저 초대를 보냈으니 아마 난향원으로 돌아올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고장훈은 수건을 시종에게 던지고는 옷을 갈아입으러 안방으로 들어갔다.영향원.부부가 함께 문안을 오자 고 부인은 자애로운 미소를 지었다.“다들 앉거라.”충용 후작은 표정이 별로 좋지 않았다.어젯밤 고장훈이 급히 찾아와 임유정을 전방시키겠다고 한 일이 생각났다.처음에는 절대 동의 못한다고 호통쳤다.결국 이는 후작부의 체면과 연관된 일이었다.씨를 빌리는 것은 몰래 할 수 있어도 전방은 아니었다.그러나 나중에 고장훈이 어머니 얘기를 꺼내자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과거 전장에서 희생한 후작의 형님을 기리기 위하여 선황은 노부인에게 무슨 소원이든 하나 들어주겠노라고 약조하셨다.만약 그 소원권을 이번 일에 써서 황제가 교지를 내린다면 사람들의 입을 틀어막을 수 있을 것이다.그렇다면 작위를 장훈에게 물려주고도 재상부와 사이가 틀어질까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어차피 둘이 부부가 된다면 임유정의 아이도 나중에 순리대로 작위를 물려받게 될 것이다.유일한 걸림돌이 유소영이었다.상인 출신은 계산이 빠르고 탐욕이 많은 자들이 분명 임유정의 전방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고 임유정이 자신보다 먼저 장손을 낳는 것을 두고 보지 않을 것이다.그러니 오늘 이 기회에 며느리를 잘 가르칠 생각이었다.충용 후작은 대놓고 유소영에게 물었다.“전방 일은 장훈이에게 이미 얘기 들었겠지?”유소영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예, 아버님. 저도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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