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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Author: 일설연우
고장훈은 임유정을 조심스럽게 침상에 눕혔다.

임유정이 그의 옷깃을 잡으며 말했다.

“도련님, 동서를 원망하지 마세요. 같은 여인으로서 그 마음이 얼마나 괴로울지 저는 알아요.”

고장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형수님은 역시 사려 깊으시네요.”

‘형수는 부군을 잃고도 남을 생각해 주는데, 유소영은 시기와 질투에 눈이 멀어 대국을 전혀 보지 않는구나.’

그는 사내가 첩을 두는 건 너무 흔한 일이고 하물며 그는 단지 형님의 혈통을 이어주려고 씨를 빌려주는 것일 뿐이니 크게 잘못된 일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임유정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다 제가 부덕하여 부군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탓이죠. 만약에… 부군께서 살아계셨더라면 우리가 이 지경까지….”

고장훈은 손을 뻗어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자책하지 마십시오, 형수님. 형님은 어릴 적부터 병약하셨으니, 이를 어찌 형수님 잘못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죽은 사람은 다시 살아날 수 없는 법, 미래를 생각하셔야지요.”

임유정은 고개를 들고 애처로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다가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

“맞아요. 사람은 죽으면 다시 살아날 수 없죠.”

세자가 죽으면 그녀는 이 집안에서 의지할 곳이 사라질 테니, 그녀는 반드시 고장훈을 붙잡고 그의 아들을 낳아야 했다.

고장훈은 그녀를 바라보며 목이 메었다.

형수는 그가 어린 시절부터 마음을 주었던 사람이었다.

그런 그녀가 형님과 혼례를 올리자, 그는 딴마음을 품지 않고 그 감정을 접어두기로 했다. 그래서 유소영과 혼인을 한 후, 그녀와 잘 살기 위하여 자신에게 마음을 추스를 2년의 시간을 주었다.

그런데 형님이 병으로 돌아가시고 형수에게 자식을 줄 중임을 떠안게 되자, 결국 사심이 동해 버렸다.

그는 하늘이 그의 오랜 순정을 측은히 여겨 숙원을 이뤄준 것이라 여기기로 했다.

그는 맹세코 이 일이 끝나면 완전히 마음을 접고 부인만 지킬 것이라 확신했다.

“형수님, 이만 취침하시지요.”

임유정은 수줍게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그녀의 목소리는 모기소리만큼이나 작고 가냘펐다.

사내의 숨결이 가까이 다가오자, 그녀는 눈을 감으며 그의 손길을 받아들였다.

난향원.

아민은 어두워진 바깥을 바라보며 측은한 눈길로 유소영을 바라보았다.

“아씨, 제가 청우각으로 가서 장군께 사실을 설명할게요! 비록 이 혼사가 어르신의 뜻이긴 했지만, 아씨도 장군께 마음이 있었다는 건 저도 압니다.”

유소영은 즉시 엄숙한 목소리로 꾸짖었다.

“안 돼! 가지 마!”

지금 사람을 보내면 고장훈을 이곳으로 불러들일 수 있을지 몰라도 그의 마음을 돌이킬 수는 없을 것이다.

게다가 그녀는 한 번도 그 사람 아니면 안 된다는 말을 한 적이 없었다.

그가 임유정을 안고 이 문을 나선 순간부터 고장훈은 더 이상 그녀의 부군이 아니었다.

다음 날 이른 아침.

유소영이 거울 앞에서 단장을 하고 있는데, 불청객이 찾아왔다.

연분홍색 얇은 비단 치마를 입고 분칠도 하지 않은 임유정은 곱고 긴 목선에 뻘건 자국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었다.

유소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예를 행했다.

“형님.”

임유정은 재빨리 다가와 그녀의 손을 잡으며 일으켰다.

“예의는 되었네. 동서가 걱정되어 와봤어. 어젯밤은 편히 쉬었는가?”

아민은 속으로 냉소를 지었다. 어떤 이가 부군을 다른 여인의 처소로 보내고 발편잠을 잘 수 있을까? 대체 왜 여기까지 찾아와 저런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유소영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해요, 형님. 오히려 저보다 형님께서 더 피로해 보이시네요. 어젯밤에 아주버님을 위해 고생 많으셨겠어요.”

임유정의 입가에 걸린 미소가 굳어졌다.

그녀는 일부러 대범한 척하며 말했다.

“어젯밤에 도련님에게 동서를 먼저 배려하라 하였는데 듣지 않더군.”

유소영은 고개를 들고 이해한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이 모든 일은 모두 아주버님을 위한 일인데, 조강지처로서 당연히 지지해 드려야지요.”

임유정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눈앞의 여인을 빤히 응시했다.

‘정말 개의치 않는 걸까? 아니면 분한데 참고 있는 것일까?’

“내 아버지는 나라의 재상이시고 동서의 아버지는 상인이시지. 난 도련님의 출세길을 도울 수 있지만 동서는 도련님을 위해 뭘 할 수 있는가? 이번에 도련님이 작위를 받을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우리 재상부에서 힘을 쓴 것이네.”

유소영은 침묵하며 차가운 눈빛으로 임유정을 응시했다.

작위 문제에서 가장 많은 재력과 인력을 쓴 쪽은 유씨 가문이거늘, 재상부가 뭘 도왔단 말인가? 그녀는 임유정이 정말 몰라서 저러는 것인지, 아니면 알면서도 모른 체하며 공을 가로채려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유소영이 말이 없자, 임유정은 그녀가 말문이 막혔다고 생각하여 대놓고 말했다.

“도련님이 그해 동서에게 구혼한 것은 부득이한 선택이었어. 지금 그는 전공을 세워 장군에 봉해졌으니, 상인 출신의 딸과는 어울리는 그릇이 아니지.”

유소영은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형님,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지, 저는 잘 모르겠군요.”

‘하! 모른 척 넘어가려고?’

임유정은 눈웃음을 지으며 단아하고 고고한 자태로 말했다.

“그럼 내 돌려 말하지 않겠네. 유소영, 자네 스스로 정실의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어떤가?”

유소영은 잠시 분노를 가라앉히고 태연하게 반문했다.

“이것은 형님의 뜻입니까, 아니면 장군과 후작부의 뜻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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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군의 형님   제421화

    고준형은 유소영을 놓아주었다. 그의 눈빛은 담담하고 서늘했다.“할 말은 다 했으니, 그만 나가 보시오.”유소영의 안광이 세차게 흔들렸다. 손에도 힘이 들어갔다.고준형의 오해를 풀기 위해서는 반드시 제대로 해명해야만 했다.“세자, 세자께선 말씀을 마치셨을지 몰라도 전 아직 다 못했습니다!”“전 세자를 속이지 않았습니다. 정말이에요.”“처음엔 높은 곳으로 시집가길 원했지만, 지금은 그저 평범한 삶을 원할 뿐입니다. 전 단순한 남편을 원해요. 세자께선 비밀이 너무 많으십니다. 그 비밀을 파헤칠 생각도 없고, 감히 그럴 엄두도 못 냅니다. 다만 거기에 휘말릴까 두려웠을 뿐입니다. 그래서 제가…….”고준형이 즉각 반문했다.“내가 비밀을 안고 있다는 걸 오늘 처음 안 것도 아니지 않소. 어찌하여 그때는 두려워하지 않더니, 이제 와서 두려운 척하는 거요?”유소영은 말문이 막혔다.“하지만 전…… 저는…….”어찌하여 스스로 말려 들어가 버린 거지?“아무튼, 세자께서 제게 약속하셨으니 번복하시면 안 됩니다! 백번 양보해서, 설령 제가 정말 세자를 속였다 한들 사과드리면 그만 아닙니까. 세자께선 큰일을 하시는 분이니, 저와 실랑이하실 리 없지 않습니까…….”고준형은 눈빛을 흐리며 미간을 찌푸리더니, 그녀의 말을 끊었다.“나가시오.”“이 일을 명확히 하기 전엔 못 나갑니다! 세자, 공과 사는 구분하셔야죠, 안 그렇습니까?”유소영은 고집스레 버텼다.설령 그녀에게 잘못이 있다 한들 인정할 수 있었고, 대가를 치를 수도 있었다.하물며 정말로 속인 적도 없고, 세자가 입은 손해 또한 없지 않은가.그러나 세자가 이 일로 약속을 어기는 건 도리에 맞지 않았다.고준형의 눈동자가 차갑게 가라앉았다.“안 가겠다는 거요?”유소영은 분하고 조급한 마음에 소리쳤다. “네, 못 갑니다! 반드시 이 일을 짚고 넘어가야…….”고준형의 시선이 그녀를 스쳐 지나가더니, 밖을 향해 석심에게 명했다.“오늘부터 부인은 다시 월하각에서 지낼 것이다.”“세자!” 유소영이

  • 부군의 형님   제420화

    탁자 뒤편에 앉은 사내의 눈빛이 묵직하게 가라앉아 있었다.“무슨 일이오?”“세자, 오늘 대리경 저택에 다녀왔습니다. 이씨 부인을 설득하여 그녀에게 접근하는 이들을 눈여겨봐 달라고 일러두었습니다.”고준형이 물었다.“그녀를 어떻게 설득했소?”유소영은 그가 정말로 자세한 내막을 알고 싶어 하는 줄 알고, 있었던 일을 차근차근 설명했다.말을 마친 뒤, 그녀가 물었다.“세자께서 보시기에 타당한지요?”고준형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로 다가왔다.유소영은 그가 왜 아무 말도 하지 않는지 의아했다.그가 걸음을 멈췄을 때, 둘 사이의 거리는 고작 두 걸음 정도였다.“부인은 연기에 아주 능하군.” 고준형이 그녀를 응시하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유소영은 영문을 알 수 없었다.그의 말투는 칭찬하는 것 같지 않았다.오히려 비꼬는 듯했다.고준형은 옅은 미소를 지었으나, 눈빛만은 서늘했다.“내 기억이 맞다면, 그날 부인이 고뿔에 걸렸을 때 내게 솔직히 털어놓았지. 임유정의 최후를 보고 나서야 후작부를 떠나 홀로 살아가겠다는 결심을 굳혔다고. 그렇지 않소?”유소영은 그가 왜 그런 것을 묻는지 알 수 없었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렇습니다.”고준형이 다시 물었다.“말인즉슨, 그 전에는 그런 결심을 하지 않았다는 뜻이요?”“예…….”“유씨, 언제까지 나를 속일 셈인가?” 고준형이 낮은 목소리로 그녀의 말을 끊었다. 그의 눈빛에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때마침 바람마저 그의 기분에 동조하듯, 갑작스러운 돌풍이 불어와 쾅 소리와 함께 창문을 열어젖히며 등불 몇 개를 꺼뜨렸다.서재 안이 순식간에 어두워졌고, 공기 또한 차갑게 식어갔다.유소영은 몸을 움츠리며 의아한 듯 물었다.“세자,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제가 무엇을 속였다는 말입니까?”고준형의 눈동자가 어둡게 가라앉았다. 한기를 머금은 눈빛은 점차 험악해지더니, 차갑게 유소영을 응시했다.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니 위압감이 더욱 거세게 느껴졌다.유소영은 저도 모르게 등골이 서늘해

  • 부군의 형님   제41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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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군의 형님   제418화

    식사를 마친 유소영은 노부인과 잠시 담소를 나누다 유경원으로 돌아왔다.그녀는 세자가 맡겼던 장부실 열쇠를 챙겨 월하각으로 향했다.서재.고준형은 공문서를 보고 있었다.그는 유소영이 돌려준 열쇠를 힐끗 보았다. 그 얼굴에는 기쁨도 화남도 드러나지 않았다.유소영은 그가 오해할까 싶어 서둘러 해명했다.“떠나기 전까지 세자 부인의 책무를 다하겠다고 세자께 약조했었지요. 허나 요 근래 유씨 가문의 사업을 돌보느라 도통 시간이 나질 않습니다. 그래서 부득이하게…….”고준형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짐짓 이해한다는 듯 입을 열었다.“유씨 가문의 사정은 알고 있소.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오.”“밤바람이 차니 하인을 시켜 보내면 될 것을 어찌 직접 왔소?”그는 그렇게 말하며 장부실 열쇠를 거두었다.유소영은 남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편안한 분위기에 저도 모르게 속내를 털어놓았다.“원래는 아민을 시켜 보낼까 했는데, 혹여 세자께서 제가 관계를 끊으려 서두른다고 오해하실까 봐 그랬습니다.”그 말에 고준형의 입술이 살짝 올라가며 웃음기가 서렸다.유소영은 이어서 약조했다. “유씨 가문의 사업이 안정되고 난 후, 그때도 세자께서 제 도움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돕겠습니다.”고준형은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눈가가 부드럽게 풀어진 것이, 기분이 꽤 좋아 보였다.“그 말을 들으니 마음이 놓이는군.”“그럼 방해하지 않고 이만 물러가겠습니다.”문이 열리자 바람이 들이닥쳐 촛불이 요란하게 흔들렸다.탁자 뒤, 유소영이 나가자 고준형의 얼굴에서 미소가 서서히 사라지고 차가운 냉기만 남았다.……유소영은 세자가 고 부인에게 뭐라 말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그날 이후로 고 부인은 더 이상 두 사람의 합방에 대해 묻지 않았다.중추절이 지나자 날씨가 급격히 서늘해졌다.유소영은 매일 유씨 가문의 사업을 인수하느라 바쁜 와중에도, 오라버니의 대리 시험 사건에 대한 단서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낮에는 거의 저택에 붙어 있지 않았다.최근 유씨 가문의 사업이 호

  • 부군의 형님   제417화

    유소영은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눈을 내리깔고 가볍게 예를 올렸다.“세자.”고준형은 방으로 들어서며 노부인께 공손히 예를 갖췄다.“할머님을 뵙습니다.”노부인은 손자를 한번 쳐다보고는 고개를 숙인 채 한쪽에 서 있는 손주며느리를 바라보았다.이 두 사람, 어째 예전보다 더 서먹해진 것 같은 건 기분 탓일까?방금 소영이가 한 말을 준형이도 들었겠지.에휴!이거 참 골치 아프게 되었네.노부인이 분위기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고준형이 온화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할머님, 저녁 진지는 드셨습니까?”노부인이 자상하게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아직이다. 너는? 형부에서 막 돌아왔으니 아직 식전이겠구나? 이왕 온 김에 할미랑 여기서…….”고준형의 시선이 유소영을 스치고 지나갔다.“급히 처리해야 할 공무가 남았습니다. 오가는 길에 잠시 할머님을 뵈러 들른 것이니, 이만 유경원으로 가봐야겠습니다.”노부인은 그의 시선을 포착하고는 즉시 고개를 돌려 유소영을 보았다.“소영아, 네가 배웅해 줘라.”유소영은 입술을 달싹이며 답했다. “예, 할머님.”서원은 그리 넓지 않았다.그녀는 세자를 서원 문밖까지 배웅했다.잠깐 사이였다.“세자, 저녁은…….”방금 할머님께서 식사하셨냐고 물으셨을 때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유소영은 자신이 그 자리에 있어 세자가 식사를 거절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웠다.방에 들어와 그녀를 보았을 때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 기색이었으니까.“공무가 급하지 않으시다면 저녁을 드시고 가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마침 저는 가려던 참이었는데, 할머님 곁에 아무도 안 계시니까요.”고준형이 차분하게 말했다.“이삭이 자결한 일로 대리시와 형부 모두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되었소. 어서 상소문을 작성해서 올려야 하오.”이삭의 이야기가 나오자 유소영은 걱정이 앞섰다.“세자, 이삭이 죽었으니 단서가 끊긴 것 아닙니까?”고준형은 인내심 있게 대답했다. “그렇지 않소. 이미 수면 위로 드러난 이상, 아주 조금이라도 꼬리가 잡혔다면

  • 부군의 형님   제416화

    고준형은 고 부인의 물음에 즉답하지 않았다.“어머니, 잠시 사람들을 물러나게 해 주십시오.”고 부인은 그가 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들어나 보자 싶어 즉시 국씨 어멈에게 물러가라는 눈짓을 했다.방 안에는 두 모자만 남게 되었다.고 부인은 아들이 차근차근 해명하려니 생각했다.그러나.고준형은 평소의 온화하고 공순하던 태도를 싹 바꾸더니, 서늘하리만치 무거운 음성으로 물었다.“어머니께서는 제 핏줄을 굳이 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고 부인의 안색이 순식간에 변했다.“너, 네가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게냐?”그녀는 제 귀를 의심했다.하지만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한 아들의 시선과 마주치자, 고 부인은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고준형은 공수 자세로 예를 표하며 다시 예전의 온화하고 평온한 모습으로 돌아왔다.“어머니께서 더 하실 말씀이 없으시다면, 소자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문이 열렸다가 닫혔다.고 부인은 의자에 주저앉은 채 한참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국씨 어멈이 들어왔을 때, 고 부인은 얼굴이 창백하게 질린 채 손을 떨고 있었다.“마님, 왜 그러십니까?”“아, 아무것도 아니다.” 고 부인은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그 노파는 보내게. 준형이와 유소영의 일에는 더 이상 우리가 관여하지 않는 게 좋겠어.”……서원.저녁상이 이미 차려져 있었다.하지만 노부인은 입맛이 없다며 밖으로 나오려 하지 않았다.유소영이 방 안으로 들어갔다.노부인은 그녀를 보자 눈가에 말로 다 할 수 없는 실망감이 스쳤다.“할머님, 저희가 할머님을 속여서는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유소영이 진심 어린 태도로 사죄했다. “저희에게 화를 내셔도 좋으니 제발 몸은 상하지 않게 해주세요.”노부인은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에휴! 너희들은 참으로!”“이 늙은이가 살면 얼마나 더 살겠느냐?”“너와 준형이를 맺어준 건 두 사람이 잘 어울려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서로 아끼며 살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네가 준형이에게 시집가는

  • 부군의 형님   제99화

    다음 순간, 고준형은 유 대감의 손에 들린 향낭을 받아들었다.“감사합니다.”그의 동작은 지극히 자연스러웠고 조금의 어색함도 없었다.유 대감은 얼굴 가득 웃음을 띠었다.이 사위, 정말이지 백 번 천 번 마음에 들었다. 다만 몸이 그리 강해 보이지 않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었다. 훗날 외손자를 볼 수 있을지 그게 조금 걱정이 되었다.유 대감은 눈치가 빠른 사람이었다.“나는 먼저 들어가 보겠네. 젊은 두 사람끼리 할 말 있으면 천천히 나누시게.”그는 웃으며 돌아서서는 세 걸음마다 한 번씩 뒤를 돌아보았다.그때 유소영이 문득

  • 부군의 형님   제95화

    “부인, 왜 그러시오?”고장훈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분명히 찰나의 순간에 그녀의 얼굴에 음침한 표정이 스치고 지나갔다.‘착각이겠지!’임유정은 어떻게 해명해야 할지 몰라 망설였다.고장훈이 화풀이를 해주러 나간 줄 알아서 자신은 선하고 아량이 넓은 사람임을 강조하고자 거짓말을 한 것인데 그걸 이대로 인정해 버릴 줄이야!화가 나서 미칠 것 같았다.유소영이 왜 무고하단 말인가! 고장훈은 한번 나갔다 오더니 무슨 약이라도 먹은 것처럼 반응이 이상했다.‘그냥 멍청한가? 아니면 유소영에게 아직도 정이….’임유정은 온갖 생각에

  • 부군의 형님   제100화

    유소영은 영문을 알 수 없었지만 결국 계약서를 그의 손에 건넸다. 고준형은 계약서를 받아 들며 담담히 말했다.“그런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다면 마음이 편해질 수 있도록 내가 서명하는 것도 괜찮소. 그대가 말한 그 계약서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여부는 내게 중요하지 않으니까.”그는 지금 그녀가 거짓으로 둘러대고 있다고 의심하는 걸까?유소영은 오해받고 싶지 않아 급히 변명하려 했다.“분명히 준비해 두었습니다. 지금 바로 가져올 수 있습…”“내 말은, 그대가 그런 계약서를 굳이 쓸 필요는 없다는 뜻이오.”고준형은 더 이상의 설명

  • 부군의 형님   제89화

    유소영은 전방을 바라보며 싸늘하게 말했다.“영 소저, 후작부에서 소저의 등을 떠밀어 모조품 일을 해결하게 한 것이, 임완희와 후작부의 명성을 지키기 위함이란 것을 정말 모르시나요?”영선화는 냉소를 지었다.“당연히 알지! 고모께서 그러셨어! 춘화가 독해하려던 사람은 너인데 형수가 운이 나빠서 걸렸다고.”“넌 이 일을 빌미로 후작부를 압박하여 내가 모조품 일을 해결하도록 했지!”“나와 고모 사이를 이간질하려고? 꿈 깨! 고모는 내게 뭐든 다 말해줬어!”유소영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되물었다.“설마 소저는 모조품과 불임약 사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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