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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Author: 일설연우
고 부인은 재삼 고민했지만 유소영의 말이 모두 일리가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럼 준형이를 청우각으로 옮기자꾸나. 시신의 부패를 늦추기 위해 얼음을 많이 두고….”

유소영이 제안했다.

“매일 처소로 얼음을 나른다면 필히 의심을 살 것입니다. 차라리 한옥관(寒玉棺: 차가운 옥으로 만든 관)을 하나 구해오시는 건 어떨까요?”

한편으로는 지하실에 사람이 드나들면 세자의 독을 해독하는 그녀의 치료를 방해할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세자가 당한 독은 열독이라 한옥관이 독소를 흩어지게 하는데 유리했다.

고 부인이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한옥관? 그건 만금을 주고도 구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

유소영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대국을 중시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는 전혀 아깝지 않습니다.”

고 부인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아이라 참으로 통이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임유정이 언제 회임할지 알 수 없으니, 시신 보존이 급선무였다.

“이리도 세심하게 생각해 주니 참 다행이구나. 그럼 네 뜻대로 하거라.”

“예.”

찻잔을 내려놓은 고 부인이 다시 입을 열었다.

“넌 네 형님에게 잘해야 한다. 그 아이는 우리 집안의 큰 은인이야. 장훈이가 이번에 관직과 작위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유정이 아버지인 임 재상 나으리 덕분이다. 재상께서 너를 좋게 기억하신다면 네 아버지도 출세하여 황상(皇商: 황실에 물자를 공급하는 상단)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지.”

고 부인의 거만한 태도에 아민은 이를 꽉 악물었다.

유소영은 태연히 미소 지으며 말했다.

“어머님은 부군께서 무조건 작위를 받으실 거라고 확신하시는군요.”

“물론이지. 유정이가 말하길, 이 일을 위해 임 재상께서 폐하께 입이 침이 마르도록 장훈이를 치하했다고 하더구나.”

유소영은 말없이 미소만 지었다.

고장훈은 앞으로 태어날 형수의 아이를 위해 후작부의 작위를 포기하고 자신은 새로운 작위를 받을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하는 모양이었다.

유씨 가문의 후원이 없이 오로지 임 재상의 세치혀로 고장훈이 작위를 받을 수 있을지, 그녀는 무척 궁금해졌다.

고 부인은 유소영의 무덤덤한 반응에 눈살을 찌푸렸다.

“이런 사소한 일까지 내가 가르쳐야 하느냐? 네 형님이 몸보신이라도 하게 보양품이라도 장만하거라.”

유소영은 난색을 표하며 말했다.

“그렇지만 어머님, 한옥관을 사고 나면 제 손에는 정말 돈이 없습니다. 형님께 보양품을 사드리려면… 혹 제가 전에 어머님께 맡겨둔 혼수를….”

혼례식이 끝난 다음 날, 시어머니는 그녀의 혼수품을 봉인해 두며 말하기를, 그녀가 과소비하여 재산을 탕진하는 것을 막기 위해 대신 보관해 주겠노라고 했었다.

고 부인의 눈빛이 미세하게 떨렸다.

“장훈이 녹봉이 있지 않느냐. 그 애가 네게 녹봉을 안 줬어? 장훈이를 불러오거라. 이 일은 내가 대신 해결해 주지. 부인의 혼수품으로 생계를 꾸리는 법이 어디 있다고.”

유소영은 쓴웃음을 지었다.

‘애초에 돌려줄 생각이 없구나.’

영향원을 나서자, 아민이 참지 못하고 불만을 토로했다.

“아씨, 아씨의 혼수는 줄곧 마님이 보관하셨는데 2년 동안 매번 이 얘기를 꺼내면 마님께서는 화제를 돌리시네요. 그냥 혼자 독차지하려는 속셈 아닌가요?”

사실 유소영은 이렇게 될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

천천히 걷고 있는데 시녀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들었어? 글쎄 어젯밤 청우각에서 목욕물을 세 번이나 불렀다지 뭐야!”

“병약해 보이는 세자께서 밤에는 이렇게 용맹하실 줄이야.”

고 부인이 세자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일을 꽁꽁 숨겨두었기에 진실을 아는 사람은 극히 적었다.

그러니 시녀들이 어젯밤 청우각에서 큰 마님과 동침한 사람이 세자라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유소영과 아민은 진실을 알고 있었다.

아민은 뒤에서 수다질하는 시녀들을 쫓아내고는 분개하며 말했다.

“아씨, 세자께서 이 얘기를 들었으면 분해서라도 다시 일어나실 거예요!”

말을 마친 그녀는 조심스러운 어투로 물었다.

“아씨는 화도 안 나세요?”

유소영은 화를 내기는커녕, 미소를 지었다.

“정말 분노하여 벌떡 일어나신다면, 오히려 내 수고를 더는 셈이지.”

“아씨는 지금 농담이 나오세요? 소인은 차라리 아씨께서 후작부의 일을 상관하지 말고 이 집을 당장 떠나시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정직한 성격의 아민은 아씨가 후작부를 떠나 이 역겨운 일들에서 멀어지기를 간절히 바랐다.

햇살이 스치자, 유소영의 미소가 순간 사라졌다.

“잘못한 것은 내가 아니야. 그러니 떠나야 할 사람도 내가 아니지.”

그 부덕한 남녀를 위해 자리를 비켜주는 건 그녀가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

하물며 상인의 딸이 고위 관원과 혼인하는 것은 하늘에 별 따기만큼 어려운 일이었다.

그녀의 아버지도 이 이치를 잘 알고 있기에 모든 힘을 동원하여 그녀를 후작부에 시집보냈다. 그는 단지 딸의 여생이 순탄하고 평안하기만을 바랐던 것이다.

그녀의 집안에는 오랜 아픔이 존재했다. 과거 그녀의 큰 오라버니와 큰 언니는 상인의 자녀라는 이유 때문에 모함과 핍박을 당해, 한 사람은 미치고 한 사람은 비참한 죽음을 맞이했다.

과거의 장면이 떠오르자 유소영의 눈빛은 더욱 깊어졌다.

그녀는 전방을 응시하며 단호히 말했다.

“해가 진 후에 세자의 시신을 청우각으로 옮기거라.”

앞으로 있을 일을 생각하니 아민도 온몸에 힘이 솟았다.

“예, 아씨!”

난향원으로 돌아온 유소영은 가계 장부를 훑어보고 있었다.

처소로 돌아온 고장훈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그녀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는 어릴 적부터 명문가의 규수를 부인으로 맞이하고 싶어 했다. 그랬기에 자연히 유소영에게서 풍기는 상인의 행세나 습관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또 부인할 수 없는 것은 그녀는 그저 책상 앞에 앉아있기만 해도 아름다운 풍경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었다.

“장군!”

놀란 아민이 급기야 예를 행했다.

유소영도 즉시 표정을 수습하고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오셨습니까, 장군.”

어딘가 소원한 호칭에 고장훈의 얼굴에 불쾌한 기색이 떠올랐다.

2년 전을 돌이켜보면 그가 출정하기 전, 그녀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부군이라 불렀었다.

그는 어젯밤 일로 그녀가 화가 난 모양이라고 추측했다. 결국 그를 너무 연모하고 잇속만 따지는 옹졸한 상인 출신이라 장원한 대국을 보지 못한 것이라 결론을 지었다.

고장훈은 조용히 그녀의 앞으로 다가가 자리에 앉았다.

“어젯밤은 잘 잤소?”

“예.”

유소영이 담담히 답했다.

“내 오늘 밤은 여기서 묵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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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군의 형님   제3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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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군의 형님   제2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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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군의 형님   제2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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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군의 형님   제26화

    혼수품 얘기가 나오자 고 부인의 표정이 즉시 초조하게 변했다.유소영은 정중히 설명헀다.“이영정 대가의 창해도는 그분의 생전 마지막 작품이자, 유일한 수묵화 대작이지요.”“일전에 상서 부인께서 창해도를 거금을 들여 구매하신다 수소문하신 적이 있는데 저도 얼마 전에 우연히 알게 되었어요.”“그 그림으로 부군을 도울 수 있다면 기꺼이 내놓겠습니다!”충용 후작은 창해도에 대해 들은 적은 있지만 직접 본 적은 없었다.이 그림이 유씨 집안의 손에 들어갔을 줄이야!“그럼 어서 가져오지 않고 뭣들 하느냐?”“잠깐!”고 부인이 소리쳤다.갑작스러운 외침에 모두가 그녀를 바라보았다.고 부인의 손바닥에 식은땀이 맺히고 시야가 흐릿해졌다.“나으리, 며늘아기의 소중한 혼수인데 이렇게 하는 것이 과연 옳을까요?”유소영은 속으로 냉소를 지었다.옳고 그름을 떠나서 며느리의 혼수품을 훔쳐서 친정으로 나른 행위가 발각될까 두려운 것이리라.“어머님, 부군의 출세가 더 중요하죠. 게다가 제가 제 명의로 그림을 상서 부인께 드릴 것입니다. 이는 여인들 간의 정상적인 교류이지, 후작부가 제 혼수를 쓴 것은 아닙니다.”유소영의 말에는 전혀 빈틈이 없었기에 고 부인은 반박할 수 없었다.고장훈은 유소영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미약한 온기를 느꼈다.‘이 정도로 나를 위해 생각해 주다니.’그는 오늘 밤 반드시 그녀가 원하던 첫날밤을 치러야겠다고 작심했다.고 부인은 겉으로는 태연한 척, 고개를 빳빳이 들었다.“좋다. 내 사람을 보내 청우각에서 가져오도록 하지.”그녀는 비록 유소영의 혼수를 많이 가져다 썼지만, 서화류는 건들지 않았다.측근을 보내 그림을 가져오기만 하면 혼수품이 사라진 것을 아무도 모를 것이다.“어머님.”유소영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제가 직접 가는 게 낫겠네요.”고 부인은 숨이 콱 막혔다.“이런 사소한 일에 네가 직접 나설 필요는 없….”“어머님, 제가 가져온 혼수가 너무 많고 상자도 다 비슷하게 생겨서 어디에 넣었는지는 저만 알고 있습니다

  • 부군의 형님   제25화

    난향원.아침 수련을 하는 고장훈에게 시종이 다가와서 전갈을 전했다.“장군, 작은 마님께서 함께 영향원으로 가서 나으리와 마님께 문안드리자고 하십니다.”고장훈은 땀을 닦으며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그동안 유소영이 자신을 멀리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형수를 질투하는 것이지.’모든 건 그녀의 잘못이니 그는 굳이 달래줄 필요성을 못 느꼈다. 반성할 시간을 줘야 가문의 이익을 가장 중요시하는 아량 넓은 장군 부인이 될 것이다.오늘은 그녀가 먼저 초대를 보냈으니 아마 난향원으로 돌아올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고장훈은 수건을 시종에게 던지고는 옷을 갈아입으러 안방으로 들어갔다.영향원.부부가 함께 문안을 오자 고 부인은 자애로운 미소를 지었다.“다들 앉거라.”충용 후작은 표정이 별로 좋지 않았다.어젯밤 고장훈이 급히 찾아와 임유정을 전방시키겠다고 한 일이 생각났다.처음에는 절대 동의 못한다고 호통쳤다.결국 이는 후작부의 체면과 연관된 일이었다.씨를 빌리는 것은 몰래 할 수 있어도 전방은 아니었다.그러나 나중에 고장훈이 어머니 얘기를 꺼내자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과거 전장에서 희생한 후작의 형님을 기리기 위하여 선황은 노부인에게 무슨 소원이든 하나 들어주겠노라고 약조하셨다.만약 그 소원권을 이번 일에 써서 황제가 교지를 내린다면 사람들의 입을 틀어막을 수 있을 것이다.그렇다면 작위를 장훈에게 물려주고도 재상부와 사이가 틀어질까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어차피 둘이 부부가 된다면 임유정의 아이도 나중에 순리대로 작위를 물려받게 될 것이다.유일한 걸림돌이 유소영이었다.상인 출신은 계산이 빠르고 탐욕이 많은 자들이 분명 임유정의 전방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고 임유정이 자신보다 먼저 장손을 낳는 것을 두고 보지 않을 것이다.그러니 오늘 이 기회에 며느리를 잘 가르칠 생각이었다.충용 후작은 대놓고 유소영에게 물었다.“전방 일은 장훈이에게 이미 얘기 들었겠지?”유소영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예, 아버님. 저도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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