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임유정도 뒤따라왔다가 유소영이 안에서 치료 중이라는 말을 듣고 마음이 조마조마해졌다.유소영은 바보인가?왜 민씨 부인의 아이를 구하려 드는 거지?그 아이가 태어나면 작위를 두고 다투게 될 텐데!방 안.유소영은 온 정신을 집중했다. 티끌만큼의 실수도 용납할 수 없었다.이미 진단은 끝났다.민심자는 충격을 받아 복부에 이상이 생겼고, 지속적인 수축이 일어나고 있었다. 이 상태라면 뱃속의 태아가 제대로 호흡할 수 없다.아이를 살리려면 우선 복부의 수축부터 억제해야 한다.그러려면 약을 써야 했다.유소영은 신속히 처방전을 써서 아민에게 약을 지어 오게 했다.동시에 그녀는 민심자의 복부에 두 손을 올리고 특수한 수법으로 증상을 완화시켰다.민심자는 공포에 질려 끊임없이 애원했다."내 아들을 살려 줘…… 잃을 수 없어…… 유소영, 원하는 건 뭐든 줄 테니…… 내 아들을 살려 줘……"유소영의 표정이 엄숙해졌다."소리 지르지 마세요! 그러시면 제가 집중할 수 없습니다."민심자는 즉시 입을 다물었다.고통 때문에 식은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배가 수축할 때마다 누군가의 손이 뱃속을 비틀고, 쥐어짜고, 꼬집는 것만 같았다.죽고 싶을 만큼 끔찍한 고통이었다.반 시진 가까이 지났을 무렵, 약이 도착했다.유소영은 아민에게 약을 먹이게 하고, 자신은 민심자의 상태를 살폈다.그녀가 민심자의 옷을 걷어 배를 드러내자, 복부에 멍 자국이 보였다.몽둥이 같은 단단한 물체에 가격당한 흔적 같았다.유소영은 미간을 찌푸렸다.보아하니 민심자가 물에 빠진 건 단순한 사고가 아니었다.지금은 이것저것 따질 겨를이 없었다. 우선 치료해서 민심자와 아이의 목숨부터 살려야 했다.이는 의원으로서 사람을 살리려는 본성이기도 했지만, 민심자가 약속한 증거 때문이기도 했다. 그녀는 민심자를 죽게 내버려 둘 수 없었다.약을 마시자 민심자의 상태가 서서히 호전되었다.유소영은 침을 놓아 뱃속의 아이가 더 원활하게 숨 쉴 수 있도록 도왔다.보기엔 쉬워 보여도 막상 하려면 어려운 일
민심자의 얼굴이 흉하게 일그러졌다."안 돼!! 아이를 살려주세요. 신의의 제자시잖아요! 제발 제 아들 좀 구해주세요!""아이만 살려주신다면 유씨 가문과의 원한은 전부 없던 일로 하겠습니다. 그 귀걸이도 드릴 테니, 제발 제 아들 좀 살려주세요!!!"지금 그녀의 모든 희망은 오직 유소영에게 달려 있었다.유소영은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최선을 다하겠지만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기껏해야 육할 정도예요."그 말을 들은 민심자는 절망감에 휩싸여 목 놓아 울부짖고 싶었다.……한편, 안방.영선화 역시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었다.그녀가 왕씨의 손을 부여잡았다. "너무 아파요…… 어머니, 아파 죽겠어요……."왕씨가 그녀를 다독였다. "괜찮다. 조금만 참으면 지나갈 게야. 낙태약을 복용하면 으레 그런 법이란다."고 부인은 지금까지도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어머니는 민씨 뱃속의 아이를 제거할 묘책이 있다고 했었다. 헌데 그 방법이라는 게 고작 선화의 아이를 희생양 삼아 둘 다 피해를 입게 하는 것이라니.미리 알았더라면 결단코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다!선화 뱃속에 있는 아이는 제 친손자가 아니던가!민씨 그 천한 것의 아이를 없애자고 제 손자의 목숨을 걸다니, 가당치도 않은 일이었다!"형님! 어찌 이리 경솔하셨습니까! 예?" 고 부인은 안절부절못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왕씨는 영선화의 식은땀을 닦아주며 매정하게 대꾸했다."동서, 선화가 이 꼴이 된 건 다 고모인 동서를 위해서였네. 나라고 가슴이 미어지지 않는 줄 아나? 내 딸이 생살을 찢는 고통을 겪고, 내 외손주까지 잃었는데……."고 부인은 기가 찰 노릇이었다."내가 언제 그런 희생을 치러달라 했습니까!""정말…… 에휴! 내 입으로 무슨 말을 더 하겠습니까!"왕씨의 눈매에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동서는 이것만 명심하면 되네. 결정적인 순간에 믿을 건 친정 식구뿐이라는 걸 말이네. 앞으로 우리 선화에게 잘해주게나. 그러면 오늘 선화가 겪은 이 고통도 다 값어치가 있는 게야."고 부인은 가
유소영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구공주에게 공손히 대답했다.“겉으로 보자면 세자께서는 제게 남편으로서의 도리를 다하고 계십니다. 저는 그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그러나 마음을 논하자면,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아니었다면 저와 세자는 부부의 연이 닿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그녀의 이 말은 고준형의 체면을 세워주는 것이었다.구공주 역시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그렇군요, 그게 바로 그분이죠.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 혼인했더라도 마땅한 예우는 갖추었을 테니까요. 하지만 그의 마음에 들어가지 못했으니, 유씨 당신도 괴롭겠군요.”유소영을 바라보는 구공주의 눈빛에 동정심이 서렸다.유소영은 사실대로 말할 수 없었다.마음이든 뭐든, 그녀는 애초에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았다.오라버니의 사건이 해결되면 후작부를 떠나기로 결심했으니까.진정으로 고통스러운 건 구공주 자신인 듯했다.황제의 총애를 한 몸에 받는 공주로서 원하는 건 뭐든 얻을 수 있었지만, 정작 원하는 정인은 얻지 못했으니 말이다.보아하니 공주든 평민이든 누구나 근심 걱정은 있는 모양이다.유소영이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구공주는 웃음 띤 얼굴에 눈물을 머금고 있었다.“할 수만 있다면 차라리 상인의 딸이 되고 싶어요. 하지만 하늘은 짓궂기도 하지요. 제가 원하지 않는 건 억지로 쥐여주고, 정작 제가 원하는 건 남에게 주어버리니 말이에요.”그 말을 들은 유소영은 속으로 동의할 수 없었다.그건 그저 배부르고 등 따뜻한 권력자의 투정일 뿐, 곧이곧대로 들을 말은 아니었다.상인의 딸이 겪는 불공평과 멸시를 공주인 그녀가 어찌 알겠는가?모든 부귀영화를 버리고 남자 하나를 얻겠다니, 바보나 할 선택이다.적어도 유소영, 자신이라면 절대 그런 선택은 하지 않을 것이다.“공주 전하, 신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더 있다가는 구공주가 점점 더 터무니없는 소리를 할 것 같았다.……후작부.유소영이 막 저택으로 돌아왔을 때, 한 몸종이 다가와 그녀 앞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세자 부인! 어서
유소영은 단지 이 일이 어딘가 석연치 않다고 느꼈다.영선화는 홑몸도 아니니, 이치대로라면 혹여 부딪치거나 다칠세라 함부로 돌아다녀서는 안 되었다.게다가 명절도 아니고 후작부에 별다른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니, 영선화가 굳이 올 이유가 없었다."아씨, 그럼 저희도 가나요?" 아민이 물었다.유소영이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위태로운 담장 아래에는 서지 않는 법이지. 네가 영향원에 가서 어머님께 전해. 구공주 전하와 선약이 있어 오늘 입궁해야 하니, 저녁 식사는 함께하지 못할 것 같다고."그녀는 화장함을 바라보았다. 그 안에는 구공주가 준 옥패가 들어 있었다.구공주라는 방패막이 있어 다행이었다.시어머니 쪽은 이걸로 둘러댈 수 있을 것이었다.아민은 즉시 분부대로 움직였다.잠시 후, 그녀가 돌아와 말했다."아씨, 마님께서 마음 놓고 다녀오시랍니다. 구공주 전하의 일이 중하니 어서 가보라고 하셨습니다."유소영은 손에 든 장부를 넘겼다. 그녀의 눈동자에 예리한 빛이 스쳤다."호오? 어머님께서 의외로 순순히 허락하시는구나."그렇다면 오늘 밤의 계략은 저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뜻이군.아민이 호기심 어린 얼굴로 물었다."아씨, 그들이 대체 뭘 하려는 걸까요?"유소영은 장부를 덮으며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말했다."아마 뱃속의 그 아이와 관련된 일이겠지. 하지만 구체적으로 무슨 짓을 꾸미는지는 나도 모르겠구나."피할 수 있다면 피하는 게 상책이다.형부.관서 안.석심이 고 부인의 말씀을 전했다.고준형은 지난 몇 년간의 과거 시험 답안지를 검토하느라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물었다."부인은.""세자 부인께서는 구공주 전하를 뵙기 위해 입궁하신답니다. 저녁에는 오지 않으신다고 합니다."그 말에 고준형의 손길이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낮은 웃음을 흘리며 혼잣말을 했다."제 살길은 용하게도 찾는군.""세자, 그럼 오늘 저녁에는 영향원으로 가시겠습니까?""이쪽도 바쁘니 기다리지 말라고 전해라."석심은 속으로 딴지를 걸었다. 이거, 두 분이 아
자시가 될 때까지 유소영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옆방 서재에 있는 고준형도 깨어 있기는 마찬가지였다.여인의 부드러운 허리선과 은은하게 풍기던 향기가 마치 가위에 눌린 것처럼 그를 옭아맸다.확―그는 차라리 일어나는 편을 택했다. 그러고는 안방 문을 벌컥 열어젖혔다.침상 휘장 안.유소영은 그가 한밤중에 건너올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그녀는 자는 척했다. 그래야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을 테니까.그러나 무예를 익힌 사람의 감각은 유달리 예리했다.고준형은 휘장을 걷어 올리며 꽤나 진지하고 정중하게 물었다."깨어 있는 거 다 아오. 서재의 침상이 너무 좁군. 침상에 올라가 자도 되겠소?"그가 이렇게까지 나오니 유소영도 더는 자는 척할 수 없었다."예. 편하실 대로 하십시오, 세자."내일 일찍 일어나셔야 할 텐데, 푹 주무셔야 기운을 차리시겠지. 유소영은 속깊은 생각을 했다.허락이 떨어지자 고준형은 그제야 침상에 올랐다.그러나 욕망의 소용돌이 중심에 가까워질수록 더 빠르게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들 뿐이었다.유소영이 막 눈을 감으려는데, 손 하나가 쑥 들어와 그녀의 손을 감싸 쥐었다.그녀의 몸이 순식간에 굳어졌다.이내 남자의 잠긴 목소리가 나직하게 들려왔다."이곳에 처음 왔을 때 내가 부인에게 했던 말들은, 부인이 이해한 그 뜻만이 전부가 아니었소."유소영은 영문을 알 수 없었다.곧이어 고준형이 말을 이었다."부인을 가두는 건 후작부나 유씨 저택 같은 죽은 사물이 아니라, 바로 부인 자신의 마음이오. 만약 부인이 남겠다고 한다면, 나 또한 부인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줄 수 있소."유소영은 여전히 어리둥절했다."세자, 저는…….""급하게 선택할 필요 없소. 그날 내가 강압적으로 남으라고 했던 건 한순간의 충동이었소. 이제 와 생각해보니, 부인은 본래 자유로운 사람이거늘. 내 은사님께 부인 집안을 보살피겠다고 약조했으니, 결코 상처 입히는 짓은 하지 않을 것이오.""부인의 오라버니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천천히 생각해보시오.""
아민도 무언가 떠올랐는지, 얼굴이 굳어졌다.이내 그녀가 위로하듯 말했다.“아씨, 세자는 군자시잖아요. 아씨를 건져 올리시자마자 옷으로 감싸 안으셔서 정말이지 눈길 한번 허투루 주지 않으셨어요. 지금 입고 계신 옷도 세자께서 제게 갈아입히라 명하신 거고요.”“세자께서 위급함을 틈타 허튼짓을 하실 분은 아니니, 너무 마음 쓰지 마세요.”그제야 유소영은 고개를 숙여 제 몸을 살폈다. 남자의 침의였다.설마 세자의 옷인가?머릿속이 순식간에 엉킨 실타래처럼 복잡해졌다.……방 밖.고준형은 잠시 찬 바람을 쐬고 있었다.그의 눈은 깊고 칠흑같이 어두웠다.죽을 다 먹인 아민이 밖으로 나와 공손히 예를 갖췄다.“세자.”“부인은 좀 괜찮아졌느냐.” 그는 평온한 어조로 물었다.“예.”고준형은 잠시 망설이다 방 안으로 들어섰다.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침상 휘장 안의 유소영은 이불을 머리까지 끌어올려 얼굴을 반쯤 가렸다.마치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듯한 기색이었다.고준형은 그런 그녀의 반응을 보고 사정을 대강 짐작했다.“사람을 구하는 게 급해 아무것도 보지 못했소.”빈말이 아니었다.그 당시엔 곁눈질할 겨를조차 없었으니까.그러나 그녀를 안고 방으로 돌아왔을 때, 옷으로 감싸긴 했으나 어쩔 수 없이 살결이 얼핏 비치는 것까지 막을 순 없었다.물론 고준형은 그 말은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설령 조금 보았다 한들 고의로 희롱하려던 것은 아니었으니.굳이 말해서 서로 어색해질 필요는 없었다.유소영이 슬그머니 이불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그를 바라보며 애써 태연한 척 입을 열었다.“제 불찰로 그리된 것이지, 결코…… 아무튼,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세자.”고준형은 그녀를 깊은 눈으로 응시하며 당부했다.“다음부턴 탕에 너무 오래 머물지 마시오. 또다시 위험한 일이 생길까 염려되니.”유소영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아민에게 물어보니, 부인이 오늘따라 이상하게 욕실에서 나오질 않았다고 하더군.”유소영이 눈을 들자 남자의 탐색하
고 부인은 여전히 억울하다는 듯 변명을 늘어놓았다. “상의 없이 혼수를 빌린 건 그렇다 치자. 하지만 진상을 알면서도 굳이 함을 보내는 당일에 그 사실을 터뜨려 우리 면목을 없앤 건 다른 문제다! 준형아, 넌 세자이니, 가문의 명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지 않느냐. 오늘 종친 어른들이 다 계신 자리에서 유소영 때문에 우리는 고개도 못 들었다. 이토록 편협하고 간사하며 대국을 살피지 못하는 여인이 어찌 네 처가 될 자격이 있단 말이냐. 잘못을 가르치는 게 잘못됐단 말이냐!”고준형의 눈빛은 맑고 정직했다. “제 부인이 우리 면목
황제는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크게 기뻐했다. “하하! 좋다! 드디어 장가를 갈 마음이 생겼구나!” 초왕은 황제의 친형제로, 조담은 그의 친조카였다. 조담의 혼사 때문에 황제와 태후는 내내 골머리를 앓아왔다. “네가 장가가겠다고 한 처자가 대체 누구냐?” 조담이 무거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강씨 가문의 강지영입니다.” 황제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고, 옆에서 먹을 갈던 윤 내관도 가슴이 철렁했다. ‘왕세자도 강 소저를 좋아했단 말인가? 하지만 폐하께선 이미 육황자에게 약속하셨는데!’황제는 위엄 있는 눈빛으로 조담을 주시
난향원. 임유정은 분노를 쏟아내고 있었다. “천한 것! 어디 근본도 없는 게 감히 나랑 맞서려 들어!” 임유정은 꽃병의 꽃을 낚아채 짓이겨버렸고, 손에 꽃즙이 흥건히 묻어났다. 진수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잠시 후 고장훈이 돌아오자, 임유정은 곧바로 평소처럼 온화한 모습으로 돌아갔다. “부군.”그녀는 아직 영씨 가문에 줬던 혼수 전부 유소영의 주머니로 들어간 것도, 자신이 보탰던 은자 천 냥마저 날아갔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지금 그녀의 머릿속에는 안살림 권한을 얻고 싶은 생각밖에 없었다. 영
“황자 전하를 뵙습니다.” 유소영이 몸을 굽혀 예를 갖추었다.육황자는 평소 난잡하던 모습은 어디 갔는지, 빠르게 다가와 그녀를 직접 부축하려 했다. “세자 부인, 어서 일어나시오!” 그의 손이 닿기도 전에 유소영은 재빨리 몸을 틀어 그를 피했다. “감사합니다, 황자 전하.”그녀는 눈을 내리깔고 온순하게 서 있었다. 그녀의 하얀 목덜미가 눈에 들어온 육황자는 음란한 상상을 하며 미인을 품에 안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혔다. “내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아시오?” 아민이 몸서리를 쳤다. ‘황자라는 사람이 어찌 시장 바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