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청하는 신수빈을 한 번 바라보더니, 속으로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마님, 오늘은 왕야께서 돌아오실 때까지 기다려 보시는 게 어떠세요? 오늘 밤만이라도… 왕야 마음에 마님 생각이 깊이 남게 해 두시면, 훗날에도 쉽게 잊지는 못하실 테니까요.”말을 마치자마자 청하의 얼굴이 금세 붉게 달아올랐다.신수빈은 옅게 웃으며 손가락으로 그녀의 이마를 톡 건드렸다.“그분이 원하는 건 내 얼굴뿐이다. 세상에 아름다운 여인은 얼마든지 많아. 그분이 정말 누군가를 마음에 두는 사람이었다면, 이십여 년 동안 후원을 비워 두었을 리가 없지.”신수빈은 이도현이 훗날 다른 여인을 들인다 해도 크게 마음 쓸 생각이 없었다. 그저 청하에게 윤연우를 잘 돌봐 달라고 당부한 뒤, 더 머물지 않고 돌아섰다.출발하기로 한 날은 정월 스무 날이었다.그날은 유난히 눈이 거세게 쏟아졌지만, 윤서원은 끝내 길을 나서겠다고 고집을 꺾지 않았다.하지만 막 관이 윤부를 나서려던 순간, 궁에서 내시가 칙명을 전하러 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윤서원과 신수빈을 입궁시키라는 전갈이었다.윤서원의 안색이 미묘하게 어두워졌다. 혹시라도 일이 틀어질까 싶었던 그는 곧장 앞으로 나섰다. “내관, 아버지의 영구를 고향으로 모셔 가야 하니 시간을 늦출 수 없습니다. 부디 사정을 헤아려 주십시오.”내시는 그를 힐끗 내려다보더니 차갑게 되물었다.“네 아버지의 시간이 중하냐, 폐하의 명이 중하냐?”윤서원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결국 그는 더는 토를 달지 못하고 칙명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입궁한 두 사람은 곧장 조회가 열리는 전각으로 이끌려 갔다. 아직 조회가 끝나지 않아, 백관들은 모두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윤서원은 대전 한가운데 무릎을 꿇었다.신수빈은 호국부인으로서 초품 고명에 오른 몸이었기에, 군주 앞에서도 절을 면하고 대전 안에 그대로 서 있었다.백관들의 시선이 두 사람에게 한꺼번에 쏠린 가운데, 윤서원이 먼저 입을 열었다.“폐하께서 신과 신의 부인을 이 자리에 부르신 연유를 여쭙고자 합니다.”
이도현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지며, 굳게 다문 입매에도 미세하게 힘이 들어간 듯 보였다.“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조직의 실체를 밝혀내거라. 문주가 누구인지도 반드시 알아내고! 그리고… 부인 쪽에 무비랑 암위를 몇 명 더 붙이거라.”“예.”지시를 마친 뒤에도 그는 한동안 손에 든 편지를 내려다보았다. 편지에는 윤서원이 집안을 이끌고 고향으로 돌아가려 한다는 신수빈의 말이 또렷이 적혀 있었다.그의 긴 눈매가 깊게 가라앉았다. 무언가를 조용히 곱씹는 듯한 눈빛이었다.*이튿날 아침, 윤서원은 자신이 말한 대로 곧장 움직였다. 평양후의 세습 작위를 사양하겠다는 상소를 올리고, 상여를 모시고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며 집안 사람들까지 모두 떠날 채비를 시켰다.이런 일은 조정이라 해도 함부로 막을 수 없었다.윤서원은 근정전 안에 서서, 상좌에 앉은 이도현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조용히 기다렸다.그가 바라는 것은 하나였다. 이도현이 권세를 앞세워 남의 부인을 빼앗으려 드는 것. 그리하여 세상 사람들의 입방아가 두 사람을 간통한 남녀로 몰아가고, 결국 그 소문이 그들을 짓누르는 것이었다.긴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도 이도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윤서원이 조심스레 고개를 들자, 깊고 어두운 눈빛으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이도현과 눈이 마주쳤다.한참 뒤에야, 이도현이 입을 열었다.“허한다.”윤서원의 입가에 차가운 웃음이 스쳐 지나갔다.신수빈이 그의 마음속에서 차지하는 자리는, 결국 그 정도에 불과했던 모양이다.아무리 아끼는 여자라 해도, 높은 권세 앞에서는 그저 버릴 수 있는 패에 지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신, 왕야께 감사드립니다. 폐하께도 감사드립니다. 신은 부인과 돌아가는 길에도 밤낮으로 왕야와 폐하의 안녕을 빌겠습니다.”윤서원은 겉으로는 공손히 고개를 숙였지만, 속으로는 비웃음을 감추지 못했다.‘그 사람’이 말한 대로였다.신수빈을 장안에서 데려가기만 하면, 이도현이 억지로 빼앗으려 들 경우 조정 안팎의 여론이 그를 무너뜨릴 것이라고 했다.
눈앞의 사내는 한 번 손을 쓴 것만으로도 금자와 은보를 밀어낼 수 있었다.윤 가에 저만한 실력을 지닌 호위는 없었다. 평양후에게 그런 힘이 있었을 리는 더더욱 없었다.그렇다면 대체 누구일까. 누가 윤서원을 살려 냈고, 저런 고수까지 붙여 그를 지키게 한 것일까.신수빈은 보이지 않는 거대한 그물이 자신을 중심으로 서서히 조여 오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그 그물의 끝이 어디에 닿아 있는지는 끝내 보이지 않았다.윤서원이 더 가까이 다가오자, 그녀는 어쩔 수 없이 한 걸음 물러섰다.그가 낮게 웃었다. 눈빛은 여전히 축축하고 음침하게 가라앉아 있었다.“지금 네 머릿속으로 어떻게 빠져나갈지 계산하고 있다는 것쯤은 안다. 그러니 나도 솔직히 말해 주지. 나는 너와 화이할 생각이 없다. 더더욱 너를 순순히 놓아줄 생각도 없고. 윤 가를 떠나 그 사내와 함께 도망쳐 살 생각이라면, 애초에 접어라. 정 데려가고 싶거든, 그자를 불러와 우리 집에서 직접 너를 빼앗아 가라 해. 설마 내가 너희 둘을 곱게 이어 주기라도 바란 건 아니겠지? 그런 꿈은 깨는 게 좋을 거야.”말을 마친 그는 더욱 즐거운 듯 웃음을 터뜨렸다.“내일이면 상소를 올려 평양후 세자의 작위를 내려놓을 것이다. 그리고 집안 식구들을 모두 데리고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이다. 너는 내 부인이니, 당연히 나를 따라야겠지. 어디 두고 보자. 저 높으신 섭정왕이 온 세상이 보는 앞에서 신하의 부인을 억지로 붙잡을 수 있을지.”그의 웃음소리는 점점 더 노골적으로 번져 갔다.한참을 웃던 윤서원은 신수빈의 얼굴에 당황이나 혼란이 떠오르길 기다리는 듯했다. 그러나 끝내 그런 기색을 찾아볼 수 없자, 그는 비틀린 냉소를 흘렸다.“부인, 고향에 돌아가면… 부군으로서 아주 잘 대해 주지. 앞으로 함께할 날이 길지 않겠나?”윤서원은 그대로 돌아섰다.그가 창란원을 완전히 떠난 뒤에도, 신수빈은 꽉 쥔 두 손을 풀지 못한 채 한참을 서 있었다.이윽고 몸을 돌려 안으로 들어간 그녀는 곧장 붓을 들어 편지를 썼다.“왕야
요 며칠 사이 장안성은 평양후의 죽음으로 떠들썩했다.청루에서 여인들과 어울리다 그 자리에서 죽었다는 소문만으로도 충분히 입방아에 오를 일이었는데, 반신불수로 누워 있던 세자 윤서원이 회복해 장례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소식까지 더해졌다.그 바람에 조문을 온 친지들과 옛 인연이 있던 이들까지 모두 윤서원의 모습을 두 눈으로 확인하게 되었다.윤서원이 회복된 일은 신수빈에게도 전혀 예상 밖이었다.그 며칠 동안 그녀는 단 한 번도 평양후의 빈소에 나가지 않았고, 윤서원 역시 그녀의 처소를 찾아오지 않았다.이도현은 이 일이 길어질수록 더 복잡해질 것을 염려했다.그래서 서 씨 때처럼 조칙을 내려, 신수빈을 윤 가와 갈라서게 하려 했다.훗날 그녀가 다른 사람에게 시집간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었다.하지만 그 상대가 이도현이라면 이야기는 전혀 달라졌다.그 일은 반드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터였다.윤 가에서 잇달아 벌어진 사건, 가문의 몰락, 신수빈이 거듭 받은 봉작, 신 가에 더해진 영광까지 한데 엮이면, 누군가는 반드시 그 안에서 다른 뜻을 찾아내려 할 것이다.예로부터 사람들의 상상력은 결코 부족한 적이 없었다.찻집과 주루의 이야기꾼들은 한가할 때마다 권세가의 기묘한 소문을 끌어와 입맛대로 살을 붙이곤 했다.이도현이 그런 식으로 일을 밀어붙인다면, 스스로 제 명성을 깎아내리는 꼴이 될 수 있었다.섭정왕이 신하의 부인을 억지로 빼앗았다는 말, 신 씨가 윤 가를 해쳤다는 말, 그 밖의 온갖 억측과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번질 것이 뻔했다.백성들의 마음속에서 더 이상 숭배와 경외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면, 그가 내리는 명령 역시 예전만 한 힘을 갖기 어려웠다.신수빈은 바로 그 점을 들어 그를 만류했다.이도현은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었다.오히려 누구보다 권세의 이치를 잘 아는 사람이었으니, 이 정도를 모를 리 없었다.술에 취해 있던 순간에는 미처 깊이 생각하지 못했을지라도, 술이 깨고 난 뒤에는 그 방법이 결코 옳지 않다는 것을 분명히 알았
이도현이 어떤 사람인지 알기에, 신수빈은 굳이 숨기려 하지 않았다.그녀의 얼굴은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고, 눈빛에는 억눌린 증오가 서늘하게 번뜩였다.잠시 입술을 굳게 다문 그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저께… 그 늙은 개가 윤서원이 깨어났다며 저를 불렀습니다. 제가 방심한 틈을 타 함정을 파 놓았더군요. 독한 미약을 써서 금자와 은보까지 모두 쓰러뜨리고… 저를 범해 윤 가의 아이를 낳게 하려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후작부의 대를 잇게 하려 한 것이지요. 다행히 그곳에 가기 전 미리 대비해 팔찌를 차고 있었고… 그자가 가까이 다가왔을 때 독을 써서 죽였습니다.”그자가 그녀를 탐하려 했다는 말을 듣는 순간, 이도현의 온몸이 그대로 굳어졌다.방 안의 공기마저 한순간에 얼어붙은 듯 숨 막히게 가라앉았다.신수빈은 처음으로 그의 몸에서 이토록 서늘하고 노골적인 살의를 느꼈다.이도현은 벌떡 몸을 일으키더니 그대로 밖으로 나가려 했다.신수빈이 급히 그의 손을 붙잡았다.“왕야, 어디로 가십니까?”“본왕이 그자를 뼛가루도 남기지 않고 짓이겨 놓겠다!”신수빈은 낮게 웃으며, 아직 술기운이 남아 있는 그를 다시 끌어당겼다.“이미 벌은 받았잖아요. 윤 가 사람들은 체면과 명예를 목숨처럼 여기고, 이익 앞에서는 눈이 멀어 버리는 자들입니다. 그런 사람이 죽어서 그런 꼴을 당하고, 그런 오명까지 뒤집어썼으니 저는 이미 충분히 속이 풀렸어요.”이도현은 돌아서서 그녀의 뺨을 부드럽게 감쌌다.그의 눈빛에는 짙은 안타까움이 배어 있었다.“그런 일을 당하고도, 왜 본왕에게 알리지 않았느냐.”“왕야께서 바쁘시기도 했고… 이미 끝난 일이었으니까요.”이도현은 한동안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깊게 가라앉아 있던 눈빛 끝에서, 결국 낮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그는 그녀를 품 안으로 끌어안았다.“빈아… 이제는 내게 시집오너라. 더는 너를 이런 늑대굴에 혼자 둘 수 없다.”이 깊은 내택 안에서는 곁에 붙어 있는 시녀들조차 언제든 계략에 휘말릴 수 있었다.암위는 사내라 그
청루 같은 곳에서 하룻밤 새 수많은 여인을 끼고 놀다가 제 명을 재촉한 일은, 개국 이래 처음이었다.둘째 대감과 셋째 대감 역시 낯뜨거운 기색을 감추지 못한 듯, 더는 그 일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집안에서는 곧바로 빈소를 차리기 시작했다. 얼마 전 윤씨 큰 마님의 장례를 치른 터라, 준비해야 할 것들 중 상당수는 이미 갖춰져 있었다.신수빈은 방 안에서 금자가 전해 주는 바깥 소란을 들으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그때 바깥에서 시녀 하나가 들어와 아뢰었다.“마님, 큰 도련님을 보좌하는 무혁이 와서 내원 대패를 가져가겠다고 합니다. 마님께서는 병환 중이시니 이번 후작의 장례에는 참석하지 않으셔도 되고, 이곳에서 몸을 추스르시면 된다고 하셨습니다. 장례는 큰 도련님께서 모두 맡으신답니다.”신수빈은 본래도 그 늙은 개의 장례에 나갈 생각이 없었다.삼베옷을 걸치고 곡을 해야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속이 뒤집힐 지경이었다.그녀는 은보에게 대패를 무혁에게 넘기게 하고, 장례 일은 윤수혁에게 맡겨 두었다.그러다 문득 한 가지 생각이 스쳤다.윤수혁이 평양후를 이런 방식으로 ‘죽게’ 만들었다는 것은, 그를 향한 원망이 얼마나 깊은지를 보여 주는 일이었다.하지만 이렇게 복수했다 한들, 앞으로 윤수혁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그는 분명 평양후의 아들이었다. 부친의 평판은 그의 앞날은 물론, 혼사와 출세에까지 영향을 미칠 터였다.그는 이미 적지 않은 나이였다.그동안 떠돌며 지내다가, 이제 겨우 조정에 발을 들여 관직도 얻었고, 총애 또한 받고 있어서 장래가 밝았다.그리고 이제는 혼사도 생각해야 할 텐데…윤 가의 이런 평판은 결코 그에게 이로울 것이 없었다.이도현이 윤 가의 일을 들은 것은 그다음 날이었다.요 며칠 동안 그는 이방 사신들을 접견하고, 각지의 관리들과 변경의 장수들을 맞이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섣달그믐 밤에 헤어진 뒤로는 아직 신수빈을 만나지 못한 상태였다.그런데 이날 밤 연회 자리에서 뜻밖에도 윤 가의 소문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다.
신수빈은 다소 난처한 기색을 띠며 답했다.“셋째 숙모의 호의는 감사히 받겠습니다만, 지금 서방님께서는 병상에 누워 움직이지도 못하고 계십니다. 셋째 숙모의 조카 따님이 들어와 서방님의 첩이 된다면 그분에게 너무 큰 희생을 강요하는 일이 되지 않겠습니까? 서방님께서 과연 회복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인데 어찌 그분의 평생을 걸 수 있겠습니까?”셋째 마님은 아무리 속내를 숨기는 데 능하다 해도 이 말에는 거의 숨이 넘어갈 뻔했다.내실에서 내내 울적한 마음으로 기다리던 이도현이었지만, 이 말을 듣는 순간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
이도현이 더는 윤서원 저택으로 드나들지 않도록 방법을 생각해야 했다. 설령 그녀를 찾고자 하더라도 가급적이면 밖에서 만나는 편이 좋았다. 그래야 들킬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을 테니 말이다.“다 방법이 있다.”신수빈은 그렇게 말하며 청하에게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했다. 그 개자식은 귀가 유난히 밝았기에 혹시라도 들었다가는 또다시 기를 살려주기 위해 애를 먹어야 할 터였기 때문이다.신수빈은 잠옷으로 갈아입고 방으로 돌아왔다. 이도현은 그녀가 나오자 책에서 시선을 떼고 위아래로 훑어보다가, 갑자기 눈썹을 치켜올렸다.“지난
잠시 후, 서가 너머에서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여기다.”소리를 따라가자 이도현은 한 줄로 늘어선 서가 앞에 서 있었다. 그가 몸을 돌려 그녀를 바라볼 때는, 늘 오만했던 얼굴에 희미한 부드러움이 덧입혀져 있었다.“이곳은 역대 왕조의 사관들이 기록한 문헌과 사료다. 민간 학자들이 모은 전기들도 있고 밖에서는 구할 수 없는 고본도 적지 않다. 와서 보거라.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본왕이 사람을 시켜 보내 주겠다.”신수빈은 잠시 멈칫했다.“왕야께서 저를 데리고 오신 이유가 책을 고르기 위함이었습니까?”“그럼 무엇이겠느냐?
이도현은 그렇게 몇 번이고 되뇌더니 가볍게 웃으며 읊조렸다.“아리따운 여인과 함께 걷고 있는데, 얼굴이 무궁화처럼 곱도다. 훨훨 날 듯 걷는 자태에 옥패 소리가 고요히 울리네. 아름다운 맹강이여 그 고운 수빈이 잊히지 않도다. 네 이름도 여기에서 따온 것이냐.”신수빈은 줄곧 그를 무인이라고 여겼다. 글 몇 편쯤 읽었을지는 몰라도 문인들만큼은 아닐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선진 시경의 구절까지 줄줄이 읊는 것을 보고는 자신이 그를 얕잡아보았다는 걸 깨달았다.“맞아요. 저와 오라버니의 이름은 모두 조부께서 지어주셨습니다.”“좋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