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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화

Author: 정대천
신수빈은 눈물에 젖은 눈으로 이도현을 올려다보았다.

“저는 왕야의 장난감이 아니란 말입니까?”

이도현의 얼굴에 금세 노기가 스쳤다.

“본왕은 분명 네게 남으라 했다. 그럼에도 네가 굳이 윤 가로 돌아가겠다 한 것 아니더냐!”

신수빈은 오히려 서글픈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눈물은 그렁그렁 매달려 속눈썹 끝에서 매혹적이게 흔들렸다.

"잠깐 동안의 장난감이든 아니면 영연한 장난감이든 결국은 같은 것이지요.”

이도현의 입술이 단단히 다물어졌다. 그의 각진 턱선에 힘줄이 도드라지며 노기가 점차 뚜렷해졌다. 그가 진노하기 전에, 신수빈은 두 팔을 뻗어 그의 허리를 감쌌다. 얼굴을 그의 가슴팍에 묻으며 흐느낀 듯 나직하게, 그러나 힘겹게 갈라진 목소리로 속삭였다.

“왕야께서 저를 조금은 아껴주시니 곁에 두려 하시는 거겠지요. 하지만 저는 부모와 오라비, 형수를 두고 차마 떠날 수 없습니다. 그분들이 훗날 저를 떠올릴 때, 마음 깊이 자랑스레 기억하기를 바랍니다. 다른 이의 입에 오르내리는 첩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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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통쫀냐미
너나해.측비~~~이짜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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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464화

    이도현은 사람을 시켜 의자를 가져오게 했다.자연스레 신수빈 곁에 앉게 하려고 했지만, 그녀가 눈으로 노골적인 경고를 보내자 어쩔 수 없이 그녀의 맞은편 오른쪽에 놓았다.신수빈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그가 아무 거리낌 없이 곁에 앉을까 봐, 은근히 마음을 졸이고 있었던 것이다.한편, 윤서원은 대청 위를 바라보았다.신수빈과 이도현이 좌우로 나뉘어 앉아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자신은 과거에 급제한 몸이고 집안에 공적 또한 있으나, 이 자리에서 앉을 자격은 없었다.서 있는 것만으로도 기세가 한층 눌리는 기분이었다.하지만 곧 생각을 고쳐먹었다. 이번 일은 분명 신씨 쪽이 불리했다.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다시 단단해졌다.부윤 대인은 이제야 속이 놓였다.섭정왕이 직접 나서서 호국부인이 그의 장자의 의모라고 밝히지 않았던가.이쯤 되면 어느 쪽을 살펴야 할지, 더 말할 필요도 없었다.그는 다시 판결을 이어갔다.“호국부인, 방금 윤 대인의 말이 사실입니까? 부인의 혼수를 옮긴 자들이 신 가 사람들입니까?”“맞습니다. 제가 신 가 전당포 사람들을 불러 제 혼수를 옮기게 했습니다.”부윤 대인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부인께서는 윤 대인과 이미 화이하신 상태입니까?”“아닙니다.”“그렇다면 아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본조에는 비록 명문화되진 않았으나, 여인의 혼수는 시가의 재물로 간주하는 관례가 있습니다. 화이하지 않은 이상, 친정에서 이를 회수할 권리는 없습니다. 부인께서는 이 점을…”윤서원의 입가에 미묘한 웃음이 번졌다. 시선은 신수빈과 이도현을 향해 날카롭게 꽂혔다.아무리 이도현이 와 있다 해도, 이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자리에서까지 노골적으로 편을 들어줄 수는 없을 터였다.하지만 신수빈은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그 규정, 저도 알고 있습니다.”부윤 대인이 물었다.“그렇다면 어찌하여 신 가에서 혼수를 가져가게 하신 것입니까?”신수빈은 고개를 기울이며 되물었다.“제가 언제 신 가 사람들에게 혼수를 가져가라 했습니까? 저기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463화

    신수빈은 이미 윤서원이 이렇게 나올 것이라 짐작하고 있었기에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담담히 말했다.“제가 끝까지 가져가겠다면요?”윤서원은 즉시 목소리를 높였다.“그럼 오늘 당장 관아로 가자! 너희 신 가가 체면이 있는 집안인지 아닌지, 거기서 분명히 드러날 것이다! 시집간 딸이 혼수까지 되찾아 가려 하다니, 이런 수치가 또 어디 있느냐!”신수빈은 그를 바라보다가, 오히려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사람이란 정말… 한가운데 서 있으면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법이었다.전생의 자신은 어쩌다 이런 사내에게 마음을 내어준 것일까.그녀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곧이어 실망이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부군께서 굳이 일을 여기까지 끌고 가시겠다면, 저도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럼 관아에 신고하세요. 오늘 저는 이 혼수를 반드시 가져갈 겁니다.”윤서원은 곧장 손을 들어 사람을 시켜 관아에 알리게 했다.신수빈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차라리 관차를 기다릴 것 없이, 저와 함께 부윤 대인께 가서 따져 보시죠. 제가 제 혼수를 처리할 권리가 있는지 없는지 말이에요.”윤서원의 눈빛이 더욱 싸늘해졌다.“이 나라 법에 따르면, 여인이 시집간 뒤에는 화이하거나, 쫓겨나지 않은 경우에 혼수는 시가의 재물로 본다. 설령 일부를 돌려준다 해도, 그건 시가에서 정하는 일이다. 지금 너와 나는 그런 상황이 아니다. 그러니 그 혼수는 당연히 윤 가의 것이다. 부윤 앞에 가도, 설령 금란전에 올라가도 결론은 같다!”신수빈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그럼 가서 보죠. 과연 이치가 누구 편에 서 있는지.”두 사람이 관아로 향하자, 구경꾼들 역시 하나둘 따라붙었다. 이런 구경거리는 절대 놓칠 수 없었다. 등불 축제나 주점 이야기꾼보다도 훨씬 흥미로운 일이었다.사람들 속에 숨은 호기심과 수군거림이 순식간에 들끓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신수빈의 마차가 관아 앞에 멈춰 섰다.금자가 그녀를 부축해 내렸다.관아 앞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녀보다 더 빠르게 달려온 구경꾼들이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462화

    신수빈은 사람을 시켜 짐을 꾸리게 했다. 호국사로 떠날 준비를 하기 위해서였다.그녀는 떠나기 전 창고 안을 한 번 둘러보았다.윤부로 시집올 때 가져온 혼수들은 하나같이 값비싼 것들이라, 다시 태어난 뒤로 그녀는 줄곧 윤 가 사람들을 경계해 왔다.그 덕분인지, 다행히 그 사이 잃은 것은 윤서령이 몰래 빼돌린 장신구 몇 점뿐, 나머지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이도현이라는 사람은 평소에는 좀처럼 움직이지 않지만, 한 번 손을 대면 반드시 그 뒤에 더 큰 수를 준비해 두는 사람이었다.그래서 자신이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조차 알 수 없었다.만약 돌아오지 못한다면, 이 물건들이 훗날 누군가의 손에 넘어갈지도 몰랐다. 호국사로 떠나기 전, 반드시 혼수를 빼내야 했다.하지만 십리홍장으로 들어온 혼수였다. 그 양이 너무도 방대해 남의 눈을 피해 몰래 옮긴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신수빈은 창고를 한 바퀴 둘러본 뒤, 마음에 드는 물건들을 골라 상자에 담았다.잠시 더 살펴보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이것들 따로 정리해서, 신 가 전당포 사람들을 불러 옮기게 하거라.”함께 시집온 유모는 그 말을 듣고 조심스럽게 말했다.“마님, 아직 마님은 윤 가의 며느리이십니다. 화이도 하지 않으셨고요. 이런 상황에서 신 가 사람들이 와서 혼수를 가져가려 하면 윤 가에서 막을 겁니다. 그러면 신 가 쪽도 할 말이 없어집니다. 관아에 가도 불리할 수밖에 없어요.”혼수는 분명 여인의 재산이었지만, 화이하거나 파혼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사실상 시가의 재물로 여겨지기도 했다.설령 화이하거나 쫓겨난 경우에도, 체면 없는 집안이라면 혼수를 붙잡고 놓지 않는 일도 드물지 않았다.하지만 신수빈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그냥 시키는 대로 하거라.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유모는 더 말하지 못하고 물러났다.정오가 되자 신 가 전당포 사람들과 인부들이 도착해 혼수를 옮기기 시작했다.창란원의 문을 나서자마자, 윤서원의 사람들은 곧장 그에게 소식을 전했다.신수빈은 조금도 숨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461화

    신수빈은 서 각로의 말을 들은 후, 한참동안 이도현을 바라보며 멍하니 서 있었다.입술이 가늘게 떨려오며 눈가에도 희미하게 눈물이 맺혔다. 무언가 말하고 싶었지만, 정작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도 몰랐다.이도현은 그런 그녀의 반응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지켜보고 있었다.속으로는 장난스럽게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녀를 놀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조정 대신들이 모두 지켜보는 자리라 끝까지 연기를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그는 난처하면서도 자책하는 기색으로 입을 열었다.“그래서 본왕이 감히 청하기 어려운 부탁이라 한 것이다. 부인은 복과 덕을 겸비한 사람이지 않느냐. 본왕에게 사사로운 마음이 있어, 어린아이를 부인께 맡겨 부인의 자식으로 삼고, 한 번 어머니라 부르게 하고 싶다. 부인의 복덕을 빌려 이 아이가 평안히 자라길 바라는 것이다. 허락해 주겠느냐?”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던 윤서원은 이 광경을 바라보며 속이 뒤틀려 피를 토할 것만 같았다.조산으로 아이를 잃었다느니, 의모를 들인다느니, 그건 모두 허울 좋은 말일 뿐이었다.이 두 사람이 짜고 신수빈이 낳은 아이를 다시 신수빈 곁으로 돌려보내려는 속셈이 분명했다.그 의도를 뻔히 알면서도 그는 막을 방법이 없었다.조정 대신들 역시 조용히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신수빈이 한참을 멍하니 서 있다가 이내 눈가가 붉어지고, 입술을 떨며 감정을 억누르는 모습을 보자 다들 마음이 무거워졌다.그녀의 외모를 떠나, 그저 한 사람의 여인으로서도 충분히 연민을 자아낼 만한 모습이었다. 더구나 그녀는 장안성을 위해 애쓰다 조산으로 아이를 잃은 몸이었다.그런 그녀가 이 말을 듣고 보이는 반응에 누구라도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이도현이 다시 입을 열었다.“훗날 이 아이가 자라면, 반드시 부인을 친어머니처럼 지극히 섬길 것이다. 부디 본왕의 이 난처함을 풀어 주거라.”신수빈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그의 시선을 마주하는 순간, 가슴 깊은 곳에서 복잡한 감정이 밀려 올라왔다.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온몸을 타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460화

    “신첩은… 왕야께서 이토록 큰 예를 올릴만한 사람이 아닙니다.”이내 이도현의 눈꼬리에 봄바람 같은 부드러운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그와 동시에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하고 있으니, 그 시선을 정면으로 받아낸 신수빈의 귓불이 살짝 붉어졌다.“부인이 감당하지 못한다면, 이 세상에 누가 감당할 수 있겠는가. 품행이 고결하고 덕과 용모를 모두 갖춘 이는 천하에 부인뿐이니, 본왕이 예를 갖추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신수빈은 속으로 외쳤다.‘그만 좀 하십시오! 눈에 웃음이 다 보이지 않습니까! 더 하다가는 정말 들키겠습니다!’다행히 이도현은 선을 넘을 줄 모르는 사람은 아니었다.이곳에는 눈 밝은 조신들이 가득했다. 이 자리에서 신하의 부인을 탐하는 기색을 조금이라도 드러냈다가는, 훗날 걷잡을 수 없는 말이 되어 돌아올 터였다.이도현은 눈가에 어리던 웃음기를 말끔히 거두었다.그리고 길게 한숨을 내쉬더니, 몇 걸음 천천히 걸었다. 얼굴에는 은근한 울적함이 어려 있었다.신수빈은 이 남자와 반년 가까이 얽혀 지냈다.그가 어떤 사람인지 모를 리 없었다.그래서 자연스럽게 물었다.“왕야께서는 어찌하여 한숨을 쉬십니까?”이도현은 고개를 저으며, 난처한 듯하면서도 은근히 기다렸다는 듯한 얼굴로 말했다.“본왕에게 염치없는 청이 하나 있는데, 말해도 될지 모르겠군.”신수빈은 그가 또 무슨 곤란한 말을 꺼낼지 몰라 살짝 긴장했다.하지만 수많은 시선이 지켜보는 앞에서 대답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왕야께서 말씀해 보십시오. 신첩이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기꺼이 힘을 보태겠습니다.”“본왕이 듣기로, 부인은 선항족 군이 성을 함락하던 날 큰 충격을 받아 조산했고, 끝내 아이를 잃었다고 하더군. 본왕은 그 소식을 듣고 몹시 마음이 아팠다. 부인처럼 어진 사람이 그런 일을 겪다니, 참으로 하늘도 무심하지.”신수빈은 잠시 말을 잃었다.‘이 개자식… 그 아이가 어떻게 된 건지, 당신이 제일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하지만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슬픈 기색을 지으며 낮게 말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459화

    윤서원은 이도현의 이 한 수에 허를 찔린 듯, 대전 한가운데 무릎을 꿇은 채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상좌에 앉은 사내의 눈동자는 끝을 알 수 없는 심연처럼 고요했고, 흐트러짐 없는 자세에는 조금의 빈틈도 없었다. 그의 목소리는 차갑게 식은 대전의 돌바닥처럼 서늘했다.“윤 경은 설마 내키지 않는 것인가? 폐하의 병세가 깊어지는 것을 그대로 두고 보겠다는 뜻이냐.”오만하고도 거침없는 말투였다. 그 한마디가 떨어지자마자, 대전 안의 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은 듯 가라앉았다.윤서원은 그제야 겨우 정신을 차렸다.수많은 조신들이 지켜보는 대전 위에서, 그것도 천자를 위한 기도를 어찌 감히 거절할 수 있겠는가.가슴속에서는 원망과 증오가 들끓었지만, 그는 결국 그 사내의 권세 앞에 짓눌려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폐하를 위해 기도 드리는 저희에게는 영광입니다. 신 또한 부인과 함께 가서 기도를 올리겠습니다.”부부는 한 몸이라 하지 않았던가.아무리 권세가 하늘을 찌른다 해도, 부부를 억지로 갈라놓을 수는 없는 법이었다.신수빈이 입을 열려던 바로 그때, 상좌의 사내가 가볍게 팔을 들어 올렸다. 다른 손으로는 소매 끝을 스치듯 털어 내는데, 그 태도는 한없이 느긋하고 나른했다.“부인만 가면 된다. 윤 경, 너는 갈 필요 없다.”이도현은 눈꺼풀을 들어 대전 한가운데 무릎 꿇은 윤서원을 한 번 훑어보더니, 대수롭지 않다는 듯 덧붙였다.“경은 덕이 모자라고 품성이 천하다. 네가 기도를 올리면, 도리어 신명께서 노하실 것이다.”윤서원은 그대로 말문이 막혔다.그 한마디는 그의 옷을 벗겨 거리 한복판에 내던진 것과 다름없었다. 온 조정의 문무백관이 지켜보는 앞에서, 이도현은 그의 마지막 체면마저 발밑에 짓밟고 있었다. 윤서원은 속에서 피가 거꾸로 솟는 듯했다.조정 대신들 역시 입술을 꾹 다문 채 웃음을 삼키고 있었다. 이런 자리에서 웃음을 터뜨렸다가는 체통을 잃는 일이었기 때문이다.신수빈은 얼른 고개를 숙였다.이도현과 눈이 마주치면 자칫 웃음이 새어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212화

    “왕야 혼자서 괜찮으시겠습니까? 아니면 시녀들을 불러서 시중을 들게 할까요?”“필요 없다.”신수빈은 큰 수건과 향비누를 욕조 곁에 두고 밖으로 나와 화장대 앞에 앉았다.시녀들은 이도현이 안에 있다는 것을 알고 감히 들어가지 못했다.신수빈은 혼자 천으로 천천히 머리칼을 닦았다. 그녀의 머릿결은 풍성하고 길었다. 어릴 적부터 곱게 길러 온 검은 머리라 씻고 나면 쉽게 마르지 않았다.그녀는 조심스레 닦으며 생각했다. 머지않아 백관들이 경성으로 돌아올 터이니 이제는 양회 염세의 일을 본격적으로 파고들 기회를 찾아야 했다.셋째 오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203화

    신수빈이 바깥 뜰로 나갔을 때 윤수혁과 신병문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그녀가 모습을 드러내자 두 사람은 저도 모르게 동시에 일어나 한 걸음 앞으로 다가섰다.윤수혁은 문득 자신의 처지를 떠올린 듯 내디뎠던 발을 조심스레 거두어들였다. 그리고 신병문이 그녀의 팔꿈치를 받쳐 화청 안으로 이끄는 모습을 말없이 바라보았다.“오라버니, 언제 오신 겁니까?”“막 도착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 네가 일을 보고 있다 해서 잠시 기다리고 있었지.”“다 대수롭지 않은 일들입니다. 다음에 오라버니께서 오시면 사람을 보내 저를 불러 주시기만 하면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202화

    이제 무슨 소식이든 손쉽게 들을 수 있었기에 예전처럼 소식이 더디게 돌아와 때를 놓치는 일은 없을 터였다.신수빈은 예전과 다름없이 눈을 떴을 때 이미 진시가 다 되어 가는 때였다.아이를 가진 뒤로는 유난히 잠이 많아졌지만 다행히 이제는 서 씨 부인께 아침 문안을 드리러 갈 필요도 없었고 큰 마님께 절을 올리러 갈 일도 면했으니 조금 더 늦잠을 자도 누구 하나 뭐라 할 사람이 없었다.일어나서는 곧장 평양 후부의 자잘한 일들을 정리하며 대패를 하나씩 내어 보냈다.그런데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둘째 마님과 셋째 마님까지 화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193화

    관사는 신병문을 모시며 동서남북을 따라다니는 잔뼈가 굵은 사람이었다.그런 그를 이렇게까지 허둥지둥하게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보통 일이 아님을 짐작할 수 있었다.신병문이 미간을 찌푸렸다.“무슨 일이기에 이토록 놀라 허둥대는 것이냐?”관사가 서찰을 내밀며 숨을 가쁘게 몰아쉬었다.“도련님 곁에 있던 측근이 사람을 보내, 말을 재촉해 올린 서찰입니다. 도련님께서 하천을 수축하는 데 쓰인 은전을 착복하고 수하 감리들과 나누어 가지려다, 그 감리에게 고변을 당했다 합니다. 그 감리는 도련님께서 따로 꾸며 둔 거짓 장부까지 내놓았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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