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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화

작가: 초향
잠시 고민하던 하지율은 이 일의 전말을 함우민에게 자세히 설명했다.

함우민은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봤다.

“지율 씨의 말도 일리가 있어요. 하지만 다른 일에 휘말렸는데 괜히 지율 씨가 걱정할까 봐 연락을 피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이런 생각은 해봤어요? 만약 유소린 씨가 지후에게 잡혀간 게 아니라면 아내로서 남편을 의심하는 격이 됐잖아요. 앞으로 지후를 어떻게 대할 거예요?”

하지율은 잠시 멈칫했다.

정말 아무런 증거도 없었고 모든 건 단지 추측에 불과했다.

그녀의 표정만 봐도 확신 없다는 걸 알아챈 함우민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 일은 제가 한번 알아볼게요. 지후가 저지른 짓이 아니더라도 최대한 유소린 씨의 행방을 찾아낼게요.”

“만약 지후가 저지른 게 맞다면 전 지율 씨의 친구를 구하는 데 최선을 다할게요.”

하지율은 함우민을 바라보며 조금 망설였다.

“그런데 왜 날 도와주는 거예요?”

함우민의 눈에 언뜻 알 수 없는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지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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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빌어먹을! 주씨 가문 사람들 중에 정상인 놈은 하나도 없다니까.’연재영은 알고 있었다. 주용화가 일부러 연상준을 상대해 주며 가지고 놀고 있다는 것을.‘우리는 상대가 안 돼.’그는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그만하시죠. 더 상대할 필요 없겠네요. 저희는 먼저 가보겠습니다.”주용화가 끝까지 빈틈을 보이지 않자, 연상준 역시 더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결국 아무 말도 덧붙이지 못한 채, 연재영과 함께 자리를 떴다.두 사람은 연재영의 사무실로 돌아가 연정미를 기다렸다.약 30분쯤 지나자, 연정미가 도착했다.연상준이 먼저 물었다.“어땠어? 아버지는 뭐라고 하셨어?”연정미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우리가 숨긴 일에 대해서는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으셨어. 그래도 초기 지분 문제는... 아버지한테도 쉽게 넘길 수 없는 부분이야. 쉽게 하지율 쪽으로 기울지는 않으실 거야.”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이었다.“그런데 말씀하시는 걸 들어보면 하지율의 능력이나 수완은 꽤 높이 평가하고 계셔. 그래서 나도... 좀 우려돼.”연재영이 고개를 들었다.“정미야, 무슨 뜻이야?”연정미는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하지율이 결심만 하면... 초기 지분을 협상 카드로 내세워 연경 그룹 후계자 자리를 요구할 수도 있어. 그러면... 아버지가 받아들일 가능성도 있어.”연정미는 시선을 들어 연재영을 바라봤다.“예전에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셨으니까 후계자로 고려하지 않으셨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어. 연경 그룹에 돌아온 지 1년 남짓한 시간 만에 자리 잡았고 성과도 확실하게 보여줬어. 게다가 지금은 하지율을 지지하는 주주들이 큰오빠를 지지하는 세력 못지않아.”그녀는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그러니까... 하지율이 요구를 꺼내면 아버지도 고민할 수밖에 없어.”연정미의 목소리가 낮아졌다.“그리고 만약 하지율이 후계자가 되면... 돌려놨던 초기 지분도 결국 하지율 손에 다시 들어가게 돼. 결국 아무것도 잃지 않고 후계자 자리까지 가져가게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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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상준은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하지율이 무슨 짓을 하든, 주용화는 결국 그럴듯한 이유를 붙여 무조건 편들 거라는 걸.연상준의 눈빛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그는 비웃듯 입꼬리를 비틀었다.“주용화 씨, 저희는 이미 당신 정체를 알고 있었습니다. 저도 알아챈 걸 하지율이 몰랐을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다 알면서 모른 척했을 뿐입니다.”그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그렇지 않고서야 왜 계속 곁에 두고, 그렇게까지 챙겼겠습니까. 전부 이용하려고 그런 겁니다. 주용화 씨를 이용해 우리와 맞서게 만들고, 또 우리를 이용해 당신 정체까지 드러나게 한 거죠.”말을 멈춘 연상준의 시선이 깊어졌다.“임채아가 왜 그렇게 절묘한 타이밍에 손형원에게 잡혔는지, 생각해 보신 적 있습니까?”잠시 뜸을 들인 뒤 말을 이었다.“고지후와 하지율이 미리 꾸며놓은 일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고지후는 하지율에게 빚진 게 있다면서 아직도 용서를 구하고 있지 않습니까. 하지율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할 사람입니다.”연상준의 입꼬리가 더 비틀렸다.“그리고 주용화 씨가 연경 그룹에서 자리를 잡게 도와주고 나니 더 이상 쓸모가 없다고 판단한 겁니다. 그래서 우리를 앞세워 당신을 쫓아내고 그 뒤에는 피해자인 척하면서 주변 사람들을 통해 계속 연락을 흘린 거죠.”연상준은 무언가 떠올린 듯 말을 이었다.“아직 모르셨습니까? 당신이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곧바로 경호원 두 명을 새로 들였습니다. 정기석과는 여러 차례 열애설이 났었고 고지후와 함우민도 자주 연경 그룹에 드나들고 있습니다.”잠시 말을 멈춘 뒤, 낮게 덧붙였다.“주용화 씨... 당신은 그저 하지율의 어장 속 물고기일 뿐입니다. 필요할 때만 꺼내 쓰는 도구일 뿐입니다. 하지율이 얼마나 냉정한 사람인지 몰랐죠? 누구에게도 진심 같은 건 없을 겁니다!”연상준은 알고 있었다. 주용화 같은 사람에게는 하지율의 실체가 중요하지 않다는 걸.하지만 하지율이 그에게 진심이었는지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문제라는 것도.주용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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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용화는 돌아오자마자 하지율에게 거대한 규모의 계약을 안겨주었다.그 규모는 과거 손형원 때보다도 훨씬 컸다.이런 공식적인 자리에 직접 모습을 드러낸 것 역시 하지율의 위상을 끌어올리려는 의도가 분명했다.동시에 연씨 가문 형제자매들을 노골적으로 짓밟으며 체면조차 남겨주지 않았다.그가 ‘화야’라는 이름의 경호원이든, 주씨 가문의 가주 주용화이든 본질은 달라진 것이 없었다.떠난 뒤 처음 모습을 드러낸 자리에서도 그는 여전히 하지율을 위해 최대의 이익과 가치를 만들어냈다.연정미는 고개를 숙인 채 말이 없었다. 흘러내린 머리카락이 얼굴을 가리고 있었지만, 꾹 다문 입술과 테이블 아래에서 꽉 쥔 두 손이 그녀가 불안에 떨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고 있었다.하지율은 이번 협력의 세부 내용을 사전에 전달받지 못한 상태였다.자료를 확인하면서 동시에 회의를 이끌어야 하는 상황이었음에도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었다.위기감조차 보이지 않은 채, 끝까지 안정적으로 회의를 이끌었다.주용화는 옆에 앉은 하지율을 바라봤다.차분하고 흔들림 없는 모습, 그 모습을 지켜보는 사이 설명하기 어려운 만족감이 마음 깊이 차올랐다.‘이제는 어떤 상황에서도 스스로 감당할 수 있게 성장했구나. 더 이상 내가 나설 필요도, 가르칠 것도 없을 것 같네...’그때 하지율의 속눈썹이 미세하게 떨렸다.곁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주용화의 아련한 시선을 느낀 탓이었다.하지만 그 반응은 찰나에 불과했다. 그녀는 곧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다시 평정을 되찾았다.두 시간이 지나고 회의는 마무리됐다.연재영, 연상준, 연정미 세 사람은 무표정한 얼굴로 회의실을 빠져나갔다.연태훈 측 주주들의 얼굴은 굳어 있었고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반면 하이현 측 주주들은 여유로운 미소를 띠고 있었다.민성휘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하지율을 한 번 바라본 뒤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이 이사를 비롯한 몇몇 인물들도 하지율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연정미가 그동안 쥐고 있던 유일한 우위마저 이번 일로 완전히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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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용화는 상대의 체면은 조금도 고려하지 않은 채 사실을 공개석상에서 그대로 짚어냈다.그 한마디에 연재영의 얼굴은 순식간에 굳어버렸다.연정미의 눈동자 깊은 곳에도 스치듯 굴욕이 번졌다.주용화는 여전히 누구도 안중에 두지 않는 태도였다.연태훈의 입가에 걸려 있던 미소마저 옅어졌다.처음 주씨 가문에서 협력 의향서를 보내왔을 때, 연태훈은 적잖이 놀랐다.그때까지만 해도 그는 주용화의 진짜 신분을 몰랐다.연재영이 주씨 가문에 사과하러 갔다가 겸사겸사 프로젝트까지 따온 줄로만 알았다.그때까지만 해도 주씨 가문이 먼저 손을 내밀었을 뿐만 아니라, 이처럼 규모가 큰 조건까지 내걸었다는 것이 놀라웠다.주씨 가문을 둘러싼 소문이 아무리 껄끄럽다 해도 연태훈의 입장에서는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 이익이 워낙 컸기 때문이었다.연태훈은 이 협상이 연재영의 성과라고 판단했고 자연스럽게 그에게 전권을 맡겼다.그러나 주씨 가문 측에서 가주가 직접 다음 회의에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연경 그룹 내부는 순식간에 긴장 상태에 들어갔고 주요 주주들은 미리 일정을 비워두기까지 했다.그러나 단 한 사람, 하지율만 제외된 채였다.연태훈을 따르는 주주들이 모여 논의하는 협력 건에 한해서 하지율은 참석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부 규정 때문이었다.연재영 역시 그 암묵적인 규정에 힘입어 이번 협력을 연정미에게 맡겼고 연정미가 회의를 주관하도록 지시했다.하지만 주용화가 모습을 드러낸 순간, 회의실 분위기는 완전히 뒤집혔다.몇몇 주주들은 그가 자리를 잘못 찾아온 줄 알았다. 주용화가 착석할 때까지 착각한 게 아닌가 싶었다.담당자의 설명이 이어진 뒤에야 그가 정말 주씨 가문의 가주라는 사실을 받아들였다.그야말로 대놓고 망신을 당한 셈이었다.연태훈을 지지하던 주주들이든, 하이현을 따르던 주주들이든, 모두의 체면이 산산이 부서졌다.하지율의 옆에서 주용화의 낮은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조금이라도 상황을 파악하고 계셨다면, 이런 자리가 이토록 민망한 자리가 되지는 않았을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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