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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Author: 초향
임연자는 제대로 본 게 맞는지 확인하려고 눈까지 비볐다.

옆에 있던 고윤택이 임연자의 이상한 행동을 보더니 바로 물었다.

“아주머니, 무슨 일 있어요?”

임연자가 조심스럽게 휴대폰을 고지후에게 건넸다.

“도련님, 어떡하면 되죠?”

고지후가 휴대폰을 들여다보니 하지율이 단톡방을 나갔다는 알림이 뜬 것이었다. 그의 표정이 확 굳어진 그때 고지후의 휴대폰이 울렸다.

휴대폰 너머로 임채아의 흐느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후야, 어떡해? 지율 씨가 많이 화났나 봐...”

고지후는 문득 하지율이 떠올랐다. 그녀가 우는 모습을 거의 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딱 한 번 있었는데 하지율이 임채아를 물에 빠뜨려 중환자실에 입원하게 했을 때였다. 그때 그녀는 끝까지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고지후는 그녀를 벌하기 위해 고윤택을 고씨 가문의 본가로 데려갔고 하지율에게 사과하지 않으면 고윤택을 영원히 보지 못할 거라고 했다.

당시 고윤택은 병이 발작하여 계속 고열에 시달렸다. 하지율이 본가까지 쫓아왔지만 그는 하지율을 들여보내지 않았다.

그날 저녁에 폭우가 쏟아졌다.

온 가족이 고윤택의 열을 내리는 데 정신이 팔린 바람에 밖에 있는 하지율을 잊고 말았다.

결국 더는 지켜만 볼 수 없었던 집사가 와서 알려주고 나서야 그 사실을 떠올리고는 온몸이 흠뻑 젖은 하지율을 안으로 들였다.

그때 처음으로 하지율이 우는 모습을 보았다...

임채아의 울음소리에 고지후는 하던 생각을 멈췄다.

“방금 보니까 지율 씨가 단톡방에서 나갔어. 지율 씨가 나한테 약선요리를 해주고 싶지 않다면 더는 해주지 않아도 돼. 괜히 폐만 끼친 것 같아...”

고지후는 왠지 모르게 짜증이 밀려와 이렇게 말했다.

“그래.”

고지후가 이런 반응을 보일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는지 임채아의 흐느낌 소리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곧이어 그의 덤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약선요리가 몸에 좋다면 전문가를 고용해서 네 일상생활을 돌보도록 해줄게.”

임채아는 본능적으로 거절했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는데...”

‘약선요리가 얼마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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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율은 단단한 품 안으로 쓰러져버렸다.주용화가 빠르게 반응하긴 했지만 서빙 직원이 들고 있던 술은 결국 하지율의 드레스 위로 쏟아졌다.서빙 직원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급히 허리를 숙이며 연신 사과했다.“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화내지 말아 주세요, 네?”하지율이 등장한 순간부터 이미 하지율에게로 시선이 몰려 있었는데, 이런 일이 터지자 주변의 관심이 더 크게 쏠렸다. 사람들이 우르르 이쪽으로 몰려왔다.“무슨 일이야? 왜 저기에 사람들이 저렇게 많이 모였어?”“별일 아니야. 서빙 직원이 실수로 하지율한테 술을 쏟았대.”“그 정도 일로 사람들이 저렇게 몰려? 설마 하지율이 서빙 직원 괴롭히는 거 아니야?”“쯧쯧, 재벌가 아가씨 흉내 내더니 이제는 갑질하려나 보네. 역시 못 배운 티는 못 숨기지.”“말 함부로 하지 마. 방금 일어난 일이고 하지율은 아직 아무 말도 안 했어.”정말 작은 해프닝인데도 너무 많은 시선이 붙었다.주용화는 눈살을 살짝 찌푸리고 어두운 눈동자로 직원을 바라보았다. 품에는 여전히 하지율을 감싸안고 있었다.그는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고지후가 보기엔 그 장면 자체가 거슬렸다.고지후가 성큼성큼 다가와 주용화의 품에서 하지율을 끌어냈다.“지율아, 괜찮아?”하지율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괜찮아.”옆에 있던 여자 직원은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눈물을 글썽이며 겁먹은 토끼처럼 하지율을 바라봤다.“하지율 씨, 정말 죄송해요. 드레스... 드레스는 제가 깨끗이 세탁해서 다시 가져다드릴게요.”직원은 배상하겠다는 말은 차마 하지 못했다. 이런 드레스는 그녀의 월급으로는 평생 벌어도 못 갚을 테니까 말이다.하지율은 옷 한 벌 때문에 사람을 괴롭히는 성격이 아니었기에 담담하게 말했다.“괜찮아요. 제가 알아서 할게요.”서빙 직원이 조심스럽게 말했다.“제가 탈의실까지 안내해 드릴까요? 다른 옷으로 갈아입으셔야죠.”오늘 연회의 주인공은 연정미지만 음료가 쏟아진 드레스를 계속 입고 있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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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율의 목소리는 잔잔한 호수처럼 고요했다.“연재영 씨와 연상진 씨가 박태규를 그렇게까지 생각한다면 차라리 저를 기절시켜서 그 남자의 침대에 던져 넣는 건 어때요? 사과의 의미로요, 그 치한의 소원까지 이루어 줄 수 있으니 좋지 않겠어요?”“하!”연상진이 냉소를 흘리며 중얼거렸다.“벌써 남의 침대에 기어오를 생각이나 하고... 박 대표가 그 정도로 마음에 드나 보지.”그러나 그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연재영이 차갑게 말을 끊어냈다.“연상진, 그만해.”동시에 컵 하나가 날아와 연상진의 머리를 정통으로 가격했다.“!”컵은 바닥에 떨어지며 산산조각 났고 충격에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던 연상진은 한참이 지나서야 겨우 정신을 차렸다.주용화가 싸늘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입조심하시죠, 하지율 씨는 당신의 여동생입니다. 그런 말을 들을 사람이 아니라는 말입니다.”그는 서늘하게 식은 눈으로 말을 이었다.“사건의 전후 사정은 묻지도 않고 서둘러 남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다니요, 남 잘되는 꼴은 못 보는 그 추악한 얼굴이 너무 역겹지 않습니까?”잠시 숨을 고른 그가 낮고 분명한 목소리로 덧붙였다.“앞으로도 그렇게 살 거라면 제가 다시 사람으로 만들어 드릴 수도 있습니다.”욱한 연상진이 반박하려 했지만 연재영이 다시 한번 그를 제지했다.그리고는 잠시 망설이다 물었다.“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사실 연재영은 이미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렴풋이 추측하고 있었다.그 또한 오래전부터 박태규가 색을 밝힌다는 소문을 들어왔으니까.하지율의 말로 사건의 윤곽을 대강 짐작할 수 있었다.하지율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계약을 맺으러 간 자리에서 박태규가 제 몸에 손을 댔어요. 그래서 약간의 교훈을 준 것뿐이에요.”그녀의 표정은 담담하기만 했다. 가족의 불신도, 타인의 불신도... 이미 너무 익숙해져 눈물조차 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심장이 불편하게 쿵, 쿵 진동하는 건... 어쩌면 실망이 극에 달해 뇌가 이상 신호를 보내는 건지도 몰랐다.“두 분은 설마

  •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제107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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