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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사인 받을 때까지만

Penulis: 6jay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8-27 19:04:08

강명숙은 갈비탕 두 팩을 들고 왔다.

“기념일인데 밥도 제대로 못 먹었을 것 같아서.”

“들어오세요, 어머니.”

서윤이 먼저 전화해 반찬을 부탁한 참이었다. 명숙은 아들이 없는 시간에 혼자 오는 걸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도진에게는 말하지 말라는 부탁에도 흔쾌히 알겠다고 했다.

“걔는 알면 내가 너 귀찮게 한다고 싫어해.”

명숙은 익숙하게 냄비를 꺼냈다. 서윤은 식탁 위 휴대전화의 녹음 버튼을 누르고 화면을 뒤집었다. 자신이 참여하는 대화였다.

“어머니, 회사에서 예전에 어머니한테 보낸 돈이 있더라고요.”

냄비 뚜껑을 열던 손이 멈췄다.

“나한테?”

“5년 전이요. 산후조리원 잔금.”

명숙은 국자를 내려놓았다. 금속이 냄비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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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리수거하고 올게   외전-8화. 다녀왔어(최종完)

    두 사람의 첫 결혼기념일은 재하가 돌아온 지 두 달 뒤였다.서윤은 아침부터 평소처럼 작업실 문을 닫았다. 재하는 출근하며 저녁 식당을 예약했다고만 말했다. 선물이 있는지, 몇 시에 끝날지는 묻지 않았다.오후 세 시가 조금 넘어 마지막 문장을 썼다.타자를 칠 때 거슬려 빼 두었던 얇은 반지가 키보드 옆에 놓여 있었다. 재하는 서윤이 작업할 때 반지를 빼는 이유를 한 번 들은 뒤 다시 묻지 않았다. 서윤은 저장 버튼을 누르고 반지를 집어 왼손에 끼웠다. 누가 끼워 주지 않아도 제자리를 찾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새 작품은 남편에게 배신당한 여자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오래 비워 둔 집으로 돌아온 여자가 현관의 잠금장치를 바꾸고, 누구에게도 열쇠를 맡기지 않은 채 첫날을 보내는 이야기였다.연애도 복수도 없었다. 담당 편집자는 결말에 누군가 찾아와야 하지 않느냐고 두 번 물었다. 서윤은 두 번 모두 아니라고 답했다.주인공은 혼자 저녁을 먹고 스스로 문을 잠갔다. 그것으로 충분한 결말이었다.서윤은 완성 파일을 회사 서버의 개인 원고 폴더에 올리고 김나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최종본입니다. 내일 오전에 확인해 주세요.]곧 답장이 왔다.[오늘 결혼기념일이시죠? 지금 읽으면 윤 이사님께 혼날 것 같아서 내일 보겠습니다.][왜 재하가 나리 씨 업무 시간을 정해요?][그럼 제가 쉬고 싶어서 내일 보겠습니다.][그건 승인합니다.]작업실에서 나오자 거실은 조용했다. 서윤은 노트북을 식탁에 올려놓고 한동안 완성된 파일의 첫 장만 보았다.재하에게 읽어 보라고 할 수도 있었다. 그는 누구보다 서해의 오래된 문장을 잘 아는 편집자였다. 그러나 이제 서윤의 원고를 가장 먼저 읽을 권리는 직업으로 정해진 사람에게 있었다.현관문이 열리고 재하가 들어왔다. 한 손에는 꽃 대신 장바구니가 들려 있었다.“예약했다며?”“취소했어.”“왜?”“너 오늘 원고 끝낸다고 했잖아. 옷 갈아입고 나가기 싫을 것 같아서.”서윤의 눈썹이 올라갔다.“또 대신 정했어?”재하가 신발

  • 분리수거하고 올게   외전-7화. 돌아올 곳을 정한 사람

    재하는 토요일 아침 첫 비행기로 돌아왔다.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에 서윤은 작업실에서 나왔다. 한 손에는 노트북을 들고 다른 손으로 여행 가방을 끄는 모습이 낯설 만큼 반가웠다.“왔어?”“응.”“밥은?”“먹었어.”“거짓말이면 냉장고 검사한다.”재하가 신발을 벗다 웃었다.“그건 싫다고 말해도 돼?”“말은 해 봐.”서윤은 가방 손잡이를 빼앗아 안으로 밀었다. 재하는 코트도 벗지 못한 채 그녀에게 끌려왔다.“먼저 안아도 돼?”“이미 가방 뺏었잖아.”서윤이 두 팔을 벌리자 재하가 품에 안았다. 익숙한 향이 닿는 순간, 석 달이라는 숫자가 갑자기 현실이 됐다. 서윤은 그의 등을 안은 손에 힘을 주었다.“이러면 얘기 못 하겠는데.”재하가 머리 위에서 말했다.“조금 있다 해.”“얼마나?”“오 분.”이번에는 서윤이 시계를 보지 않았다.늦은 아침을 먹은 뒤 두 사람은 식탁에 마주 앉았다. 재하가 연장 제안서를 펼쳤다. 석 달간 프로젝트를 마무리한 뒤 현지 법인의 원작 사업 총괄을 맡는 조건이었다. 임기는 최소 3년, 보수와 권한은 지금보다 훨씬 컸다.“좋은 자리네.”“응.”“하고 싶어?”재하는 서윤에게 되묻지 않았다.“연장 석 달은 고민돼. 총괄 자리는 안 하고 싶어.”“왜?”“편집보다 경영이 더 많아져. 이번 프로젝트까지는 내가 만들고 싶은 체계라서 시작한 거고, 그 뒤의 자리는 내가 잘할 수 있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이 달라.”서윤은 문장 사이에 자신이 숨어 있는지 찾았다. 재하는 피하지 않고 시선을 받았다.“나 때문은 아니고?”“네가 서울에 있는 것도 이유 중 하나야.”“그럼 결국 나 때문이잖아.”“이유 중 하나라고 했어. 너랑 사는 집으로 돌아오고 싶은 것도 내 선택에 넣으면 안 돼?”서윤은 바로 답하지 못했다.재하가 제안서의 업무 항목을 가리켰다.“네가 따라온다고 해도 총괄은 안 맡을 거야. 나는 원고를 읽고 사람과 작품을 연결하는 일이 좋아. 숫자와 조직만 보는 자리는 원하지 않아.”“석 달 연장은?”“

  • 분리수거하고 올게   외전-6화. 혼자 다녀올게

    서울로 돌아온 뒤 첫 수요일, 현관 앞에 택배 상자가 네 개 쌓였다.새 작품의 견본책과 해외판 샘플, 회사에서 보낸 계약서였다. 서윤은 거실에서 내용물을 꺼내고 비닐과 종이를 나눴다. 납작하게 접은 상자를 끈으로 묶자 시계가 밤 열 시를 가리켰다.손이 멈춘 것은 시간이 먼저였는지, 현관에 놓인 묶음 때문이었는지 알 수 없었다.재하는 아직 퇴근 전이었다. 현지 시각은 한 시간 느렸고, 조금 전 보낸 메시지는 읽히지 않았다.서윤은 상자를 그대로 두고 작업실로 들어갔다. 원고 파일을 열었지만 문장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십 분 뒤 다시 나왔을 때도 상자는 같은 자리에 있었다.버리는 일은 내일 해도 됐다. 그런데 미루는 이유가 귀찮아서가 아니라는 것을 서윤은 알고 있었다.수납장 아래에서 종이끈을 하나 더 찾다가 얇은 수첩이 떨어졌다. 오래전 마감 시간을 적던 수첩이었다. 사건 자료를 정리한 뒤 돌려받아 상자에 넣어 둔 것을 잊고 있었다.펼쳐진 장에는 짧은 기록이 남아 있었다.[도진 분리수거 11:20]같은 문장이 사흘 연달아 적혀 있었다. 당시의 서윤은 시간을 써 놓고도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몰랐다. 그 뒤에는 날짜와 계좌, 차량 번호를 빽빽하게 적었다. 믿지 못해서 모든 것을 기록하던 손의 흔적이었다.휴대전화가 울렸다.- 이제 끝났어. 전화해도 돼?서윤은 곧장 통화 버튼을 눌렀다.“재하야.”- 응. 무슨 일 있어?“오늘 수요일이야.”재하는 바로 알아들었다. 그렇다고 내려가지 말라는 말부터 하지 않았다.- 내가 뭘 해 주면 돼?서윤은 현관의 상자와 손에 든 수첩을 번갈아 봤다.“나 분리수거하고 올게.”전화기 너머가 잠깐 조용해졌다.- 통화하면서 갈래?“아니.”- 그럼 끊을까?“응. 다녀와서 전화할게.”- 알았어.재하는 몇 분이면 오느냐고 묻지 않았다. 휴대전화를 켜 두라고도 하지 않았다.서윤은 수첩을 식탁 위에 놓고 상자와 비닐 봉투를 들었다. 현관문을 열자 센서등이 켜졌다. 재하가 점등 시간을 늘려 둔 뒤 한 번

  • 분리수거하고 올게   외전-5화. 미뤄지더라도

    숙소까지 가는 차 안에서 서윤은 재하의 손을 놓지 않았다.한 달 동안 화면으로 얼굴을 봤고 목소리도 거의 매일 들었다. 그래도 손가락 사이로 전해지는 체온은 도착해서야 확인할 수 있었다.“기사 보고 바로 표 산 거 아니지?”재하가 물었다.“그 질문 세 번째야.”“두 번밖에 안 했어.”“공항에서 표정으로 한 번 했어.”“그것도 세는 거야?”“응. 기사 때문에 왔으면 어쩔 건데?”“네가 와서 좋기는 한데, 남들한테 보여 주려고 온 거면 속상할 것 같아.”서윤은 맞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내가 보여 주고 싶은 사람은 너 하나야.”재하는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귀가 붉어진 것이 유리창에 비쳤다.“왜 피해?”“안 피했어.”“웃었잖아.”“운전기사님 계시잖아.”숙소는 현지 법인이 구해 준 작은 서비스 아파트였다. 현관을 열자 호텔처럼 정돈된 거실과 쓰지 않은 식탁이 먼저 보였다. 싱크대에는 컵 하나, 욕실에는 칫솔 하나가 놓여 있었다.서윤은 여행 가방을 세운 채 집 안을 둘러봤다.“한 달이나 살았는데 왜 아무것도 없어?”“다 있어.”“뭐가?”“침대도 있고 냉장고도 있고.”냉장고 안에는 생수와 달걀, 소스 봉지만 있었다. 서윤이 문을 연 채 재하를 돌아봤다.“밥 먹었다며.”“회사에서 먹었어.”“주말에는?”“나가서.”“살 빠진 이유를 알겠네.”재하는 냉장고 문을 닫았다.“검사하러 온 거 아니잖아.”말이 예상보다 차갑게 떨어졌다.서윤의 손도 문에서 내려왔다.“걱정돼서 본 거야.”“알아. 그런데 도착하자마자 먹은 것부터 확인하면 내가 보고 싶어서 왔다는 말이 흐려져.”서윤은 바로 반박하지 않았다. 재하가 자신을 걱정한다는 이유로 약과 식사를 확인하려 했을 때 왜 숨이 막혔는지 떠올랐다. 걱정하는 마음이 같다고 방법까지 옳아지는 것은 아니었다.“미안해.”“나도 말이 세게 나왔어.”“그건 사과하지 마. 싫으면 말하기로 했잖아.”“그럼 다시 말할게. 밥 얘기는 내일 해.”“응. 오늘은?”재하가 한 걸음 가까이

  • 분리수거하고 올게   외전-4화. 보고 싶어서 왔어

    떨어져 지낸 첫 달 동안 두 사람은 생각보다 자주 통화했고, 생각보다 자주 전화를 놓쳤다.서윤이 새벽까지 원고를 쓰는 날이면 재하의 아침 전화가 무음으로 지나갔다. 재하가 현지 회의에 들어가면 서윤이 보낸 저녁 사진은 몇 시간 뒤에야 읽혔다.처음 일주일은 서로 이유를 길게 설명했다.[회의가 예상보다 늦게 끝났어. 휴대전화는 가방에 있었고 지금 숙소야.][나리 씨랑 저녁 먹고 회사에서 원고 보다가 잠들었어. 다른 일은 없었어.]두 번째 주가 되자 문장이 짧아졌다.[늦어. 먼저 자.][마감 중. 내일 전화할게.]짧아진 말이 무심함이 아니라는 것을 익히는 데는 며칠이면 충분했다.문제는 두 사람보다 바깥이 먼저 만들었다.오전 회의가 끝난 뒤 김나리가 휴대전화를 들고 왔다.“작가님, 이것도 대응 안 하실 거죠?”화면에는 공항에서 찍힌 재하의 뒷모습과 서윤의 결혼식 사진이 나란히 붙어 있었다.[재혼 한 달 만에 각집살이? 서해 작가 남편, 홀로 출국]내용은 대부분 물음표였다. 두 사람이 이미 별거 중이라는 추측부터 재하가 회사에서 밀려났다는 말까지 근거 없이 이어졌다.“파견 근무라는 건 확인해 줘도 되지 않을까요?”“우리 회사 직원도 아닌데 왜 해윤콘텐츠가 해명해요?”“그럼 작가님 계정은요?”“오늘 신작 표지 공개하는 날이에요.”홍보팀에서는 높아진 검색량을 신작 광고에 이용하자는 의견도 보냈다. ‘재혼 후 첫 작품’이라는 문구를 표지 공개문에 붙이면 반응이 클 거라는 설명이었다.서윤은 수정안을 한 줄로 돌려보냈다.[작품은 제 결혼의 후일담이 아닙니다. 기존 홍보문을 유지해 주세요.]나리가 회신을 확인하고 물었다.“검색량 아깝지 않으세요?”“아까워요.”“그런데도요?”“아깝다고 다 쓰면 또 내 이름이 어디에 붙는지 남이 정하게 되잖아요.”나리는 더 설득하지 않고 기존 표지 공개 일정을 확정했다.서윤은 예약해 둔 게시물을 그대로 올렸다. 댓글 첫 줄에는 신작보다 결혼 이야기가 먼저 달렸지만 창을 닫았다.재하에게서는 저녁에

  • 분리수거하고 올게   외전-3화. 칫솔은 두고 가

    다음 날 식탁 위에는 선택지가 세 개 놓였다.재하가 파견을 거절하는 것. 서윤이 여섯 달 동안 함께 가는 것. 두 사람이 각자의 일을 계속하며 떨어져 지내는 것.서윤은 종이 맨 위에 네 번째 줄을 더했다.[기간과 근무 방식을 다시 협의한다.]“회사에서 바꿔 줄까?”a“물어보기 전에는 모르지.”재하는 그 자리에서 담당 임원에게 메일을 썼다. 파견 기간을 줄일 수 있는지, 중간 귀국 일정과 원격 근무가 가능한지를 확인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보내기 전에 서윤에게 화면을 내밀지 않았다.“다 썼어?”“응. 보여 줄까?”“아니. 네 메일이잖아.”다음 날 돌아온 답은 절반만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전체 기간은 여섯 달이어야 했고, 넷째 달부터는 한 달에 일주일씩 서울에서 근무할 수 있었다. 앞의 석 달 동안에도 업무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한 차례 귀국할 수 있었다.서윤도 자기 일정을 펼쳤다. 신작 연재 준비와 해외 유통 검수가 겹쳐 두 달 이상 회사를 비우기는 어려웠다. 원고만 들고 따라갈 수는 있었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힘들게 되찾은 회사와 생활을 다시 누군가의 일정에 맞춰 접고 싶지 않았다.“나는 안 따라갈래.”재하는 이유부터 묻지 않았다.“알았어.”“서운하지 않아?”“조금.”솔직한 대답에 서윤이 그를 보았다.“그런데 네가 싫다고 했는데 따라오라고 할 생각은 없어.”“너는?”“가고 싶어. 여섯 달은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아.”서윤은 종이의 세 번째 줄에 동그라미를 쳤다.두 사람은 장거리 부부가 지킬 약속을 정했다. 매일 통화 시간을 고정하지 않았다. 회의 중이거나 글이 풀릴 때까지 전화를 받지 못해도 이유를 증명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밤을 넘겨 연락하기 어려울 때는 짧게 알려 주기로 했다.“영상 통화는?”재하가 물었다.“얼굴 보고 싶으면 하자고 말해.”“일주일에 몇 번?”“횟수 정하면 검사 같아.”“그럼 보고 싶은 사람이 먼저.”“못생긴 날에는 안 받을 수도 있어.”“그건 미리 알려 줘.”“왜?”“나도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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