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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겹침

ผู้เขียน: 데이지
last update วันที่เผยแพร่: 2026-06-10 12:35:43

서윤이 다시 장미 미용실을 찾은 건 약속된 시간이 아니었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도 조심스러웠고,

종이 울리지 않도록 손으로 받치듯 닫는 모습은 이미 이 공간의 성질을 알고 있는 사람 같았다.

이수는 그때 의자 아래를 쓸고 있었다.

먼지통을 비우려다 말고,

여자를 본 순간 동작이 느려졌다. 이유는 없었다.

그저, 두 번째 만남이 항상 그렇듯 첫 만남보다 더 많은 걸 가져오기 때문이다.

“갑자기 와서… 죄송해요.”

윤서윤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돌아갈 기색은 없었다.

미안하다는 말은 형식이었고, 여기까지 온 선택은 이미 끝나 있었다.

“괜찮아요.”

이수는 빗자루를 세워두며 말했다.

“앉으세요.”

서윤은 이번엔 망설이지 않고 의자에 앉았다.

몸이 처음보다 더 안쪽으로 말려 있었다.

그건 폭력이 진행 중이라는 신호였다.

이수는 묻지 않아도 알았다.

“어제는…”

서윤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아무 일 없었어요.”

이수는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아무 일 없었다는 말은 대개, 말하지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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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윤이 돌아간 뒤에도 장미 미용실 안의 공기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말이 오간 자리에는 늘 말보다 오래 남는 무언가가 있었다.이수는 그 잔여를 정리하듯 의자를 다시 밀어 넣고, 컵을 씻고, 가위를 제자리에 놓았다.평소보다 손이 빨랐다.속도를 내는 건 생각을 따라잡지 않기 위해서였다.이수는 알았다.지금 이 의뢰는 평소의 방식으로 다루면 안 된다는 걸. 하지만 동시에, 평소의 방식을 떠올리는 것 자체가 이미 위험하다는 것도. 서윤의 말들이 머릿속에서 반복됐다.‘숨 쉬는 것도 조심하게 돼요.’‘아무도 제 말을 안 믿어요.’그 문장들은 기억이라기보다이미 몸에 남아 있던 감각을 깨우는 소리였다.이수는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가 내려놓았다.하빈에게 연락할까, 말까.이런 망설임이 생기는 순간부터 판단은 흔들리기 시작한다.평소라면 이수는 먼저 구조를 짰을 것이다.남편의 동선, 생활 반경, 접촉 가능 지점.불륜은 감정이 아니라 환경에서 만들어진다.하지만 이번엔 그 순서를 건너뛰었다.“당분간,”이수는 스스로에게 말했다.“집에서 떨어뜨려 놓자.”그건 설계가 아니었다. 보호였다.서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오늘은 집에 가지 말아요.-친구나, 모텔이나… 어디든 괜찮아요.잠시 후 답장이 왔다.-그래도 될까요?그 질문에서 이수는 잠깐 눈을 감았다.이건 조언이 아니라 의존의 문장이었다.-괜찮아요. 제가 말할게요.그렇게 쓰고 나서야 이수는 깨달았다.-내가 왜 말하지?-누구에게?이미 한 발 들어가 있었다.그날 저녁,장미 미용실 문이 다시 열렸다.이번엔 종이 울렸다. 또렷하게.윤서윤의 남편이었다.이수는 고개를 들지 않아도 그를 알아봤다.공기의 밀도가 달라졌다.공간을 차지하는 방식이 이미 익숙했다.“아내가,”그가 먼저 말했다.“여기 왔었죠.”질문이 아니라 확인이었다.“네.”이수는 짧게 대답했다. 숨기지 않았다.숨길 이유가 없을 것처럼 말하는 사람이 가장 많이 숨긴다.“요즘,”그는 웃으며 말했다.“아내가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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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윤이 다시 장미 미용실을 찾은 건 약속된 시간이 아니었다.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도 조심스러웠고,종이 울리지 않도록 손으로 받치듯 닫는 모습은 이미 이 공간의 성질을 알고 있는 사람 같았다.이수는 그때 의자 아래를 쓸고 있었다.먼지통을 비우려다 말고, 여자를 본 순간 동작이 느려졌다. 이유는 없었다.그저, 두 번째 만남이 항상 그렇듯 첫 만남보다 더 많은 걸 가져오기 때문이다.“갑자기 와서… 죄송해요.”윤서윤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돌아갈 기색은 없었다.미안하다는 말은 형식이었고, 여기까지 온 선택은 이미 끝나 있었다.“괜찮아요.”이수는 빗자루를 세워두며 말했다.“앉으세요.”서윤은 이번엔 망설이지 않고 의자에 앉았다.몸이 처음보다 더 안쪽으로 말려 있었다.그건 폭력이 진행 중이라는 신호였다.이수는 묻지 않아도 알았다.“어제는…”서윤이 먼저 입을 열었다.“아무 일 없었어요.”이수는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아무 일 없었다는 말은 대개, 말하지 않은 일이 있다는 뜻이니까.“근데,”서윤은 잠시 말을 멈췄다.손이 무릎 위에서 서로를 문질렀다.“이상하게… 제가 더 조심하게 돼요.”조심한다는 말. 맞지 않게 큰 단어였다.폭력을 피하는 사람이 쓰는 말이 아니다.폭력을 예측하는 사람이 쓰는 말이다.“뭘 조심해요?”이수는 최대한 담담하게 물었다.“숨 쉬는 거요.”서윤은 웃지 않았다.“말 고르는 거, 눈 마주치는 거, 문 닫는 소리까지.”그 말에 이수의 귀 안쪽이 잠깐 울렸다.너무 정확해서였다.그건 민준과 살던 시절의 규칙이었다.숨을 크게 쉬지 말 것.문을 세게 닫지 말 것.눈을 너무 오래 마주치지 말 것.이수는 컵에 물을 따르며 손의 떨림을 감췄다.컵이 찰 때까지 기다리지 않았다.넘치면, 감정도 같이 넘칠 것 같아서였다.“그 사람,”이수가 물었다.“사과는 했어요?”윤서윤은 고개를 끄덕였다.“했어요.”“늘 해요.”늘 한다는 말은 다시는 안 한다는 말과 같은 줄에 있다.“어떻게요?”“울면서요

  • 불륜해드립니다.   36. 재현

    장미 미용실의 문이 열렸다.종은 울리지 않았고, 문풍지에 걸린 공기만이 아주 조금 흔들렸다.이수는 그 미세한 변화로 누군가 들어왔다는 걸 알았다.거울 앞에 서 있던 이수는 드라이기의 전원을 끄고, 아직 열기가 남아 있는 가위를 천천히 닦았다.쓸 일 없는 동작을 반복하는 건 마음을 정리할 때 나오는 오래된 습관이었다.“저기요…”뒤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작았고, 조심스러웠다.존재를 최대한 접어 넣으려는 사람의 말투였다.이수는 고개를 들었다.거울 너머로 여자가 보였다.의자에 앉지 않은 채 서 있었고, 손가방을 두 손으로 꼭 쥐고 있었다.아직 이름을 묻지도 않았는데, 이수는 그 여자를 낯설다고 느끼지 않았다.어디선가 본 얼굴 같았고, 정확히는, 이미 지나온 얼굴 같다는 감각에 가까웠다.말수가 적은 입술,어깨를 조금 안으로 말아 넣은 자세,시선을 한 번에 맞추지 않는 버릇.이수는 그 첫 자세만으로도이 여자가 어떤 방식으로 살아왔는지 절반쯤은 알 것 같았다.“어서 오세요.”이수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낮았다.의도한 건 아니었다. 그냥 그렇게 나왔다.여자는 의자에 앉지 않은 채 말했다.“머리… 자르러 온 건 아니에요.”이수는 놀라지 않았다.장미 미용실을 찾는 사람들 중절반은 애초에 머리 때문이 아니었다.“괜찮아요.”이수는 거울을 닦으며 말했다.“여긴 꼭 머리를 해야 앉는 곳은 아니니까요.”그 말에 여자의 어깨가 아주 조금 내려앉았다.긴장을 풀었다기보다는, 도망치지 않아도 된다는 확인에 가까웠다.여자는 그제야 의자에 앉았다.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한 번 바라봤다가, 곧 시선을 내렸다.“제가…”입을 열었다가 닫았다.숨을 한 번 고르는 시간이 있었다.“이런 데 와도 되는 건지 모르겠어요.”이수는 컵에 물을 따랐다.가득 채우지 않고, 중간쯤에서 멈췄다.“여기 오는 사람들, 다 그래요.”컵을 내밀며 덧붙였다.“들어오기 전에 다 한 번씩 망설여요.”여자는 두 손으로 컵을 받았다.한 손으로는 불안해서.“이혼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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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는 손목을 오래 씻었다.물은 차가웠고, 흐름은 일정했다.아픈 곳을 씻는다는 건 통증을 없애기보다 사실을 확인하는 행위에 가깝다.손목 안쪽, 얇은 피부 위로 옅은 자국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었다.눈에 띄지 않을 만큼, 그러나 분명하게.그는 흔적을 남기는 쪽이 아니라고 스스로 믿어온 사람이었다.그래서 자국은 늘 확신이 아니라 우연처럼 남았다.우연처럼 남긴 것들이 나중에 모이면 사실이 된다.여자는 거울 앞에 섰다.손목을 들어 올려 각도를 바꿔 보았다.빛이 닿는 위치에 따라 색이 달라졌다.연한 자국은 조금만 신경 쓰면 사라질 것처럼 보였다.그러나 이수는 말했다.사라질 것 같은 흔적이 가장 오래 남는다.여자는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카메라를 켰다.촬영 버튼을 누르기 전, 잠시 멈췄다.찍는 순간부터 이건 기억이 아니라 자료가 되기 때문이다.첫 장. 손목. 두 번째 장.손목과 얼굴이 함께 보이게.세 번째 장. 손목을 잡고 있던 손의 위치를 자기 손으로 재현한 사진.네 번째 장. 현관 쪽 바닥, 그가 서 있던 위치가 보이게.촬영은 짧았고, 숨은 길었다.여자는 파일을 확인한 뒤 메타데이터를 보았다.시간, 날짜. 이수는 늘 이 순서를 강조했다.감정보다 기록이 먼저여야 한다고.문득, 여자는 소파에 앉아 그날의 장면을 다시 떠올렸다.그가 들어오던 방식, 말을 줄이고 손이 먼저 나가던 순간.그의 눈빛은 분노가 아니라 불안에 가까웠다.그 불안이 손을 움직이게 했다.여자는 녹음 앱을 켰다.이미 늦었다는 걸 알면서도 집 안의 소리를 남겼다.냉장고의 낮은 진동, 벽시계의 초침,창밖의 먼 소음. 사람이 없는 집의 소리는사람이 있을 때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한다.잠시 뒤, 메시지가 왔다. 이수였다.-지금 상태를 그대로 두세요.-오늘은 더 만들지 않습니다.여자는 답장을 쓰지 않았다.답장은 확인을 늦춘다.지금은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해가 기울 무렵, 하빈이 도착했다.문을 두 번 두드렸다.한 번은 확인, 두 번째는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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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는 그날, 약속된 시간보다 더 늦게 들어왔다.이수가 말한 ‘한 시간’보다 십 분이 더 늦었다.의도한 지연이었다.계획된 어긋남은, 늘 사람의 감정을 먼저 건드린다.미용실에는 오지 않았다.오늘은 오지 말라고 했다.이수는 그 지시를 일부러 남겼다.집으로 바로 가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집이 아닌 곳을 떠올리게 하기 위해서였다.집 앞에 도착했을 때, 집 안의 불은 켜져 있었다.이 시간에 켜져 있을 이유가 없었다.여자는 문 손잡이를 잡고 잠시 멈췄다.숨을 한 번 고르고, 문을 열었다.“왜 이렇게 늦어.”그의 목소리는 낮았다.낮을수록 위험했다.분노는 보통, 높아지기 전에 정리된다.여자는 신발을 벗으며 대답했다.“일이 좀 있었어.”설명하지 말라고 했다.그 말은 ‘이유를 만들지 말라’는 뜻이었다.이유는 상대에게 선택지를 준다.지금은 선택지를 줄 단계가 아니었다.그는 여자를 한참 바라보다가 식탁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여자의 핸드폰이 식탁 위에 놓여 있었다.잠금 화면. 알림 없음.“핸드폰,”그가 말했다.“왜 거기 둬.”“그냥.”그녀는 가방을 내려놓았다.외투를 벗었다.평소와 다를 게 없는 동작.그래서 더 신경 쓰이는 태도.“요즘,”그가 말을 이었다.“너, 이상해.”여자는 고개를 들었다.눈을 피하지 않았다.“뭐가.”그는 잠시 말을 고르다 말했다.“집에 없는 것 같아.”여자는 그 말을 듣고, 잠깐 고개를 갸웃했다.“집에 있잖아.”그는 그제야 얼굴을 찡그렸다.이건 예상하지 못한 반응이었다.부정도, 인정도 아닌 대답.경계를 흐리는 대답.“몸만.”그가 말했다.“마음은 딴 데 있는 것 같다고.”여자는 그 말을 받아 적듯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그래?”“그럼,”조금 숨을 고르고 덧붙였다.“어디 있는데.”그는 바로 답하지 못했다.어디라는 질문은 자기가 확신하지 못한 영역을 찌른다.“미용실.”그가 결국 말했다.여자의 손이 잠깐 멈췄다.그러나 이내 다시 움직였다.물컵을 꺼내 물을

  • 불륜해드립니다.   33. 잔향

    미용실 문을 닫고 나서도 공기는 한동안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았다.방금 전까지 서 있던 사람의 온도가 의자와 거울에 얇게 남아 있었다.남자는 떠났지만, 시선은 아직 접히지 않았다.여자는 거울을 내려놓지 못한 채 앉아 있었다.손바닥에 남은 차가움이 현실보다 먼저 몸에 남아 있었다.“괜찮아요?”이수의 질문은 확인이 아니었다.지금은 괜찮지 않다는 대답을 기다리는 질문도 아니었다.그저, 다음 말을 꺼낼 수 있는 상태인지 가늠하는 말이었다.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조금 늦게, 그러나 분명하게.“아까요.”여자가 말했다.“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처음엔 저를 보지 않았어요.”이수는 의자를 끌어, 여자 맞은편에 앉았다.이번에는 같은 높이였다.“그건,”이수가 말했다.“이미 시선이 바깥으로 나갔다는 뜻이에요.”“바깥이요?”“집 밖.”“관계 밖.”여자는 그 말을 곱씹었다.밖이라는 단어는, 항상 자유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추방에 가깝다.“근데,”여자가 잠시 망설이다 말했다.“선생님을 보는 눈이… 이상했어요.”이수는 바로 반응하지 않았다.여자가 표현을 찾을 시간을 줬다.“경계하는 눈도 아니고,”“무시하는 눈도 아니고.”여자의 목소리가 낮아졌다.“마치… 계산하는 것 같았어요.”이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 표현은 정확했다.“그 사람은,”이수가 말했다.“지금 상황을 이해하려는 게 아니라, 통제할 수 있는지 따지는 중이에요.”여자는 손을 무릎 위에 올려두었다.아까보다 손이 덜 떨렸다.두려움이 사라진 게 아니라, 형태를 바꾼 탓이었다.“그럼 이제,”여자가 물었다.“저는 뭘 하게 되나요.”이수는 잠시 말을 멈췄다.‘하게 된다’는 말 속에는 이미 각오가 들어 있었다.“아직,”이수가 말했다.“아무것도 하지 마세요.”“아까는 다르게 움직이라고 하셨잖아요.”“그건,”이수는 고개를 저었다.“집 안에서요.”여자의 시선이 올라왔다.“밖에서는,”이수가 말을 이었다.“당분간 그대로예요.”“그대로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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