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병실 사진을 받은 뒤로 민준에게서 추가 메시지는 한동안 오지 않았다. 그 침묵은 단순한 공백이 아니라 의도적인 간격처럼 느껴졌다. 이미 사진 두 장이 전달된 상태였기 때문에 다음에 무엇이 올지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그 시간이 길어질수록 머릿속에서 장면이 더 또렷해진다는 것이었다.이수는 평소처럼 미용실 일을 이어갔다. 가위를 들고 손님의 머리를 다듬고, 드라이기를 돌리고, 계산을 하고, 다음 예약을 확인하는 일상적인 동작들이 계속 반복되었다. 그러나 집중이 완전히 이전과 같지는 않았다. 휴대폰이 조용히 놓여 있는 카운터 쪽으로 시선이 자꾸 향했다.하빈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오늘은 안 올 수도 있어.”그가 말했다.이수는 거울 속 손님의 머리를 정리하며 대답했다.“아니.”그녀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확신이 있었다.“올 거야.”민준의 방식은 늘 일정했다. 상대가 조금이라도 균형을 찾으려는 순간을 기다렸다가 다음 카드를 꺼낸다. 그래서 그 침묵은 오히려 다음 공격이 가까워졌다는 신호에 가까웠다.그날 저녁, 미용실 문을 닫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였다.집 안은 조용했다. 거실 창밖으로는 도시 불빛이 흐릿하게 보였고, 시계 초침 소리가 유난히 또렷하게 들렸다. 이수는 가방을 내려놓고 소파에 앉았다.휴대폰이 진동했다.그녀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예상했던 순간이었다.화면에는 같은 번호가 떠 있었다.메시지 하나와 사진 첨부. 이수는 천천히 메시지를 열었다.[이 장면은 빼놓을 수 없지.]문장은 짧았다.그녀는 잠시 화면을 바라보다가 사진을 열었다.병실 안이었다.사진 각도는 이전 사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천장 쪽에서 내려다보는 CCTV 시선이었다. 침대 옆에 서 있는 이수의 모습이 더 가까이 찍혀 있었고, 산소호흡기 장치와 연결된 튜브가 선명하게 보였다.그러나 이번 사진에서 눈에 들어온 것은 장치가 아니라 그녀의 손이었다.이수의 손이 산소호흡기 장치 근처에 있었다.마치 손을 올리려는 순간처
복도 CCTV 사진을 받은 뒤 하루가 지나도록민준에게서 추가 메시지는 오지 않았다.처음에는 일부러 시간을 두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하루가 넘어가자 그 침묵 자체가 또 다른 압박처럼 느껴졌다.이미 시작된 게임이라는 사실을 상대가 계속 상기시키는 방식이었다.이수는 그날 아침 평소와 같은 시간에 미용실 문을 열었다.손님 예약도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었고,동네 풍경 역시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그러나 그녀의 몸은 이전보다 조금 더 긴장한 상태였다.휴대폰이 진동할 때마다 시선이 먼저 그쪽으로 향했다.하빈도 그걸 알고 있었다.“오늘은 올 것 같아.”그가 말했다.
사진을 받은 이후로 몇 시간 동안은 추가 메시지가 오지 않았다.민준이 일부러 시간을 두고 있다는 사실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분명했다.그 사진 한 장은 사건의 핵심을 직접 보여주는 장면이 아니었지만,그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기억을 흔드는 것이었다.병원 복도.하얀 형광등.문을 나오는 이수의 모습.그 장면은 몇 년 전 이미 지나간 시간이었지만,사진 속에서는 여전히 현재처럼 선명했다.이수는 한동안 휴대폰을 내려다보다가 화면을 껐다.손끝이 약간 차가워져 있었지만 숨은 안정되어 있었다.“예상대로네.”그녀가 말했다.
며칠 동안 이어지던 기사 흐름은 어느 순간 잠깐 멈춘 것처럼 보였다.새로운 제목이 올라오지 않았고,같은 내용의 기사들이 반복되면서 관심이 조금 식어 가는 듯한분위기가 형성되었다.겉으로 보기에는 그렇다는 이야기였다.이수는 그 변화를 아침 뉴스 목록을 훑어보다가 느꼈다.전날과 크게 다르지 않은 기사 제목들이 위쪽에 남아 있었고,조회 수는 계속 올라가고 있었지만 새로운 정보가 추가된 흔적은 없었다.“잠깐 숨 고르는 느낌이네.”그녀가 말했다.하빈은 커피를 내려놓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보통은 이럴 때.”그가 말했다.
며칠 사이 기사 수는 조금 더 늘어났다.처음에는 한두 군데에서만 다루던 사건이었지만,비슷한 내용을 옮겨 적은 온라인 기사들이 하나둘 추가되면서 검색 결과도 서서히 두꺼워지고 있었다.이수는 그 흐름을 일부러 계속 확인하지는 않았다.다만 아침에 미용실 문을 열기 전에 휴대폰을 한 번훑어보는 습관이 생겼고, 그때마다 기사 제목이 하나쯤 더 늘어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그날 아침도 비슷했다.휴대폰 화면에는 전날 보지 못했던 기사가 하나 더 올라와 있었다.제목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문장 사이에 들어간표현들이 조금 더 직접적이었다.‘논란 확산’, ‘의혹 증폭’, ‘추가 제보 가능성’ 같
며칠 사이, 미용실 앞 골목의 풍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아침이면 빵집 문이 먼저 열렸고, 점심 무렵이면맞은편 카페가 조금 붐볐다. 저녁이 되면 근처 학원에서 나온 학생들이 삼삼오오 지나갔다.겉으로 보기에는 늘 그렇던 동네였다.그러나 이수는 요즘 들어 아주 작은 차이를 느끼고 있었다.누군가의 시선이 잠깐 더 오래 머문다거나,카페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미용실 간판을 한 번쯤 더바라본다거나 하는 종류의 변화였다.그것이 실제인지, 아니면 자신이 예민해진 탓인지정확히 구분할 수는 없었지만,몸은 분명히 그 미묘한 기류를 감지하고 있었다.
카페 문을 열고 들어오자, 익숙한 냄새가 먼저 닿았다.커피가 아니라, 커피가 오래 머문 자리의 냄새였다.하루 이틀 사이에 바뀔 수 없는 공기였다.이수는 가방을 내려놓고 앞치마를 집어 들었다.끈을 묶는 손길이 잠시 느려졌다가 다시 속도를 찾았는데, 매듭을 완전히 당긴 뒤에도 손이 한 번 더 머물렀다.단단히 묶어두는 습관은, 이미 설명할 필요가 없는 것이 되어 있었다.진상은 카운터 뒤에서 잔을 닦고 있었다.닦을 필요가 없는 잔이었다.투명했고, 얼룩도 없었다.그럼에도 그는 같은 자리를 몇 번이나 문질렀다.“오늘은 조
잔의 수위는 더 이상 눈에 띄게 줄지 않았다.마시지 않아도, 시간은 잔을 비워 갔다.술집 안의 시간은 사람의 선택과 상관없이 흘렀다.진상은 물컵을 들었다가 내려놓았다.물이 반쯤 남아 있었다.그는 그 반을 오래 바라봤다.채우지 않은 선택과, 비우지 않은 선택 사이에서 사람은 자주 멈춘다.“이상하죠.”그가 말했다.갑작스러운 말이었지만, 충동은 아니었다.“뭐가요.”이수는 잔을 내려놓은 채로 물었다.목소리는 낮았고, 끝이 흐리지 않았다.“이런 날은…”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말을 삼킨다기보다, 말을 고르는 얼굴이
잔의 수위가 조금 내려가 있었다.처음부터 그랬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이수는 잔을 다시 내려놓았다.테이블에 닿는 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이 공간에서는 충분히 또렷했다.진상은 잔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마시지도, 내려놓지도 않은 채로. 손가락이 유리 표면을 따라 미끄러졌다.의미 없는 동작처럼 보였지만, 의미 없는 동작은 대개 마음을 숨길 때 나온다.“원래…”그가 다시 말을 꺼냈다.이번엔 서두가 길었다.“이렇게 늦게까지 밖에 있는 거, 잘 안 해요.”설명 같았고, 변명 같았고, 고백 같았다.이수는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
문 앞에 불이 켜져 있었다.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불빛이었다.간판은 작았고, 글자는 오래돼서 몇 글자가 흐릿했다.진상은 문을 바로 열지 않았다.손이 손잡이 근처까지 갔다가 다시 내려왔다.“여기… 시끄럽진 않아요.”그가 말했다.설명처럼 들렸지만, 사실은 변명이었다.이수는 간판을 한 번 봤다.술집이라는 건 분명했지만, 어떤 술집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중요한 건 지금 이 앞에 서 있다는 사실이었다.“괜찮아요.”그녀는 그렇게 말했다.들어가겠다는 뜻도, 거절하겠다는 뜻도 아닌 말.문은 그대로 닫혀 있었다.안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