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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Author: 사월
제출 완료 안내문을 바라보며, 은별은 그 자리에 오래도록 그대로 앉아 있었다.

이렇게 자신의 디자인 작품에 대해 확신을 못 느껴 본 적은 없었다. 오히려 불안하기까지 했다.

‘직장 복귀'라는 네 글자는 입 밖으로 내뱉기는 쉽지만, 경제가 고도로 성장한 오늘날, 보석 디자인업계 역시 빠르게 세대교체를 거치고 있었다.

6년이라는 시간 동안, 남주가 가끔 디자인 도안을 부탁할 때를 제외하면, 그녀는 그 외의 시간에는 도화지조차 손에 대지 않았다.

심지어 최근 몇 번은 남주조차도 예전만 못하다고 지적하기 시작했다.

그제야 은별은 자신이 도대체 얼마나 추락해 버렸는지 깨달았다.

당시 그렇게 단호하게 떠났던 그녀가, 지금 와서 남에게 폐만 끼친다면 무슨 자격으로 돌아간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 은별은 깜짝 놀랐다.

화면에 떠오른 이름을 본 은별은 살짝 입술을 깨물었지만, 결국 통화 버튼을 눌렀다.

[30분 줄 테니까, 회사 앞 커피숍으로 와.]

핸드폰 너머로 들려오는 차분한 남자의 목소리. 간결하고 명료한 한 마디를 남기고 바로 전화가 끊겼다.

은별의 마음은 무거워졌다. 그녀는 가장 빠른 속도로 옷을 갈아입고 화장을 정리했다.

마지막 3분을 남겨두고 커피숍에 도착하여, 다소 어색하게 한 남자 앞에 자리를 잡았다.

“선배...”

부경수가 고개를 들었다. 세련된 금테 안경 너머로 시선은 은별의 얼굴에 정확히 꽂혔다. 마치 뭔가를 살피는 듯한 눈빛이었다.

“뭐 마실래?”

“과일...”

은별은 습관적으로 하서가 좋아하는 주스를 시키려다가 곧바로 생각을 바꾸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감사합니다.”

경수는 은별을 한 번 바라보았다.

커피가 나오고 웨이터가 떠날 때까지 말없이 기다리더니, 마침내 한 장의 디자인 도안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네 거지?”

‘역시, 알아본 건가.’

“응.”

은별은 숨기지 않았다.

“회사로 돌아올 생각이야?”

“응.”

다시금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한참 후에야 경수의 담담한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이제 남편이랑 아이 돌볼 필요는 없게 된 거야?”

은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경수의 말은 마치 날카로운 칼처럼 그녀의 마음속 가장 여리고, 가장 죄책감이 드는 곳을 정확히 찔렀다.

“이제 필요 없어. 이혼 준비하고 있어.”

경수는 잠시 멈칫하더니 얼굴에 놀란 기색이 잠시 스쳤다. 그러나 곧 다시 평소의 아무 일 없는 듯한 표정으로 돌아갔다.

깍지 낀 두 손을 테이블 위에 올려둔 경수는, 한때는 익숙했지만 지금은 낯설게만 느껴지는 은별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네가 그때 이준서 때문에 ‘스타레일의 눈물’ 프로젝트를 포기했을 때, 스승님께서 얼마나 실망하셨는지 생각해 본 적 있어?”

은별의 고개는 더욱 숙여졌다.

“미안해.”

“미안하다고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 스타레일의 눈물 프로젝트는 계속 보류 중이었어. 네가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었거든.”

“그런데 난...”

은별의 얼굴에는 온통 갈등이 가득했다.

“지금 내 실력으로 회사에 들어갈 수 있을지 몰라서, 일단 투고해서 회사 내부의 평가를 받아보려고 했어.”

경수의 눈썹이 심하게 찌푸렸다.

그와 은별이 같은 대학 출신이라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자신을 선배라 부르는 이유가, 바로 같은 스승님 밑에서 배웠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스승님은 말씀하셨다. 은별은 지금껏 자신이 만난 사람들 중에서 가장 디자인 재능이 뛰어나고, 가장 감각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대학 시절 은별은 말 그대로 자부심이 넘쳤다. 심지어 자신이 원하기만 하면 그릴 수 없는 디자인은 없다는 큰소리까지 쳤다.

그때의 은별은 얼마나 의기양양했던가!

그런데 지금, 은별은 디자인 도안을 그리고서는, 회사 후배들에게 보여주며 평가를 들어보려고 한다.

은별의 남편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 LX그룹의 대표, 수십조 원의 자산을 가진 재계의 선두 주자.

그런데 그런 남편이 자신의 아내를 이렇게까지 망가뜨려 놓다니.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이 어떠했을지는 불을 보듯 뻔했다.

“너, 왜 이렇게 자신이 없어? 아니면 우리 스승님을 못 믿는 거야?”

“아니야, 내가 어떻게 스승님을 못 믿겠어!”

은별이 갑자기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들의 스승님은 세계적으로 명성이 자자한, 전 세계에서 가장 인정받는 디자인 대가였다.

어떤 보석이라도 그분의 손을 거치면 예술 작품이 되는 법이었다. 그러니 은별이 어떻게 스승님을 의심할 수 있겠는가!

“그럼 됐지. 스승님께서 예전에 네가 스승님보다도 디자인 재능이 뛰어나다고 하셨어. 지금 좀 뒤처진 게 뭐 어때서? 네가 그때 사내놈을 위해서 쏟아부었던 그 끈기를 다시 꺼내면, 못 할 게 없어.”

은별이 씁쓸하게 웃었다.

“선배, 그 말은 칭찬이야, 욕이야?”

“뭐일 것 같아?”

경수가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스텔라에 돌아온 걸 환영해!”

은별은 재빨리 손을 내밀어 경수의 손을 맞잡았다. 한때 그렇게 익숙했던 그 감각이 되살아나면서 정말로 돌아온 것만 같았다.

“지금 당장 회사 들러볼래?”

“선배, 나 좀 더 공부를 하고 싶어. 뛰어나지는 못하더라도 너무 뒤처지기는 싫으니까.”

회사는 남에게 폐만 끼치는 디자이너를 원하지 않는다.

“알았어. 내가 회사의 최근 디자인들을 정리해서 보내줄게. 그리고 공모전 입상작들은 네가 직접 찾아봐.”

“응, 선배. 그렇게 할게.”

두 사람이 또 잠시 이야기를 나눈 후, 경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은별도 일어나려는 순간, 갑자기 옆에서 믿기 어렵다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심은별? 심은별 맞아?”

남주가 곧바로 은별을 향해 걸어왔다. 입을 열려다가 주변의 시선을 의식한 듯 목소리를 낮추었다.

“집에서 도안이나 그리고 있어야지, 여기서 뭐 하는 거야? 그리고 저 남자는 누구야? 오빠가 네가 밖에서 딴 남자랑 커피 마시는 거 알면 가만히 있을 것 같아?”

이어진 질문 공세에 은별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남주가 보기에는 은별이 밖에 나가서 이성과 커피 한 잔 마시는 것조차 준서에게 허락을 받아야 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준서는?

준서는 이미 리연과 공공연하게 다니고 있는데, 여동생 남주는 그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예전 같으면 이 결혼을 지키기 위해 타협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이혼할 준비를 하고 있는데, 어찌 한 번도 자신을 제대로 대우해 준 적 없는 사람에게 잘 보이려고 계속 구차하게 굴겠는가?

그렇게 생각하자 은별은 단호하게 입을 열었다.

“말했잖아. 더 이상 너를 위해 디자인 도안 그려줄 생각 없어. 그린다 해도, 그건 나 자신을 위해서 그릴 거야.”

이제부터는 디자인 도면은 물론이고, 자신이 그리다 버린 쓰레기 그림조차 남주에게 절대로 보여주지 않을 것이다.

“너...”

남주는 은별이 다시 자신을 거절할 줄은 몰랐다.

공모전 일정은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이번 공모전 결과는 자신의 작품이 무사히 전시될 수 있을지 여부를 가르는 중요한 문제였다.

이럴 때일수록 절대 실수해서는 안 됐다.

‘설마 심은별이 정말 오빠도, 이씨 가문도 신경 쓰지 않는 건가?’

‘아냐, 그럴 리 없어.’

그동안 은별이가 서준을 위해 얼마나 희생했는지, 남주는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은별은 절대 이대로 포기할 리가 없다.

그렇게 생각하자, 남주의 표정은 점점 다시 의기양양해졌다.

“심은별, 오빠 관심을 끌려는 건 알겠지만, 선은 넘지 말았어야지.”

“만약 내가 네가 오늘 카페에서 낯선 남자랑 데이트한 일을 오빠한테 말하면, 오빠가 널 더 싫어하게 될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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