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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مؤلف: 사월
준서는 딸의 작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차갑지만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이미 오후 내내 놀았잖아. 이제 됐어. 엄마가 교통사고를 당했으니까 우리가 돌봐 드려야지.”

“집에 있는 순영 아주머니가 돌보면 되잖아요. 그리고 아픈 사람을 돌보는 건 원래 의사들이 하는 일이잖아요.”

하서는 여전히 쉽사리 납득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은별의 숨을 멎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아빠, 깜빡했어요? 엄마는 슈퍼우먼이니까 아플 리가 없잖아요.”

하서의 말과 함께, 기억 속의 장면들이 파노라마처럼 은별의 머릿속을 스쳐갔다.

3년 전, 준서의 비즈니스 라이벌이 이씨 그룹의 사업을 방해하기 위해 우발적인 사고를 가장해서 옥상에서 거대한 유리를 떨어뜨린 적이 있었다.

하서를 지키기 위해 은별은 자신의 온몸으로 그 모든 충격을 막아냈다. 유리 조각들이 은별의 살점을 파고들면서 몸속 깊숙이 박혔다.

온몸이 피범벅이 된 엄마를 본 하서는 깜짝 놀라 울부짖었고, 무서워하는 딸을 달래기 위해 은별은 엄마는 슈퍼우먼이기에 아프지 않다고 말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그 슈퍼우먼 엄마가 교통사고를 당해서 온몸이 아파서 견딜 수 없을 정도인데도, 딸은 그저 놀이공원에서 보지 못한 불꽃놀이만을 신경 쓰고 있었다.

뭔가를 느꼈는지 준서가 고개를 들었다가 곧 시선이 멈추었다. 하서도 덩달아 작은 고개를 치켜들고는 마침 2층 복도에 서 있는 은별을 보았다.

하서는 뭔가 잘못한 듯 이내 고개를 숙였지만, 여전히 고집 센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거 봐요, 제가 말했잖아요. 엄마는 아무 일 없을 거라고요.”

‘엄마는 원래 늘 강한 사람이었어. 무슨 일이 닥쳐도 항상 잘 해결하셨는데, 무슨 큰일이 있기나 하겠어?’

‘지금 다시 불꽃놀이를 보러 돌아가도 늦지는 않을 거야.’

준서가 2층으로 올라가는 모습을 보면서, 하서는 입술을 내밀었지만 그래도 따라 올라갔다. 하지만 마음속 불만은 더욱 커져만 갔다.

‘엄마도 참, 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 분명 괜찮으면서도 순영 아줌마한테 심각하게 말하라고 한 거지.’

‘리연 이모가 분명히 실망하셨을 거야. 나도 불꽃놀이 보고 싶었는데.’

‘만약 리연 이모가 화가 나서 앞으로 다시는 나 데리고 놀지 않으면 어쩌지?’

“얼굴이 왜 그렇게 안 좋아? 가서 좀 누워 있어. 내가 아주머니한테 죽 끓이라고 했으니까 좀 먹고.”

‘죽?’

그 죽은 은별이 집에 돌아왔을 때 왕순영이 끓여 준 바로 그 죽을 말하는 것이었다. 남편이라는 사람이 전화를 한 지 무려 3시간이나 지난 뒤에야 관심을 표명한 것이다.

하지만 은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고개만 끄덕이고 몸을 돌렸다.

이제 와서는 아프다고 투정 부릴 마음조차 나지 않았다.

곧 왕순영이 죽을 들고 올라왔다. 은별이 죽만 먹을까 봐 대추를 몇 개 넣어주었다. 피를 너무 많이 흘렸으니 보양도 할 겸해서.

“하서야, 너도 좀 먹어. 안 그러면 저녁에 배고플 거야.”

흰죽을 보자 하서는 입술을 더욱 삐죽거렸다.

원래라면 지금쯤 리연과 함께 맛있는 저녁을 먹고 있을 시간이었다. 그런데 은별이 사고를 당했다는 전화 때문에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었다.

그러나 이런 말은 차마 꺼낼 수 없었다. 그러면 준서가 화를 낼 게 분명하니까.

은별은 전혀 식욕도 없었고, 온몸이 아파서 도무지 누워 있을 수조차 없었다.

왕순영이 뭔가 눈치를 챈 듯 얼른 황급히 말했다.

“대표님, 사모님 몸에 상처가 있는데 약을 새로 갈아드려야 합니다.”

준서의 싸늘한 시선이 은별의 몸 위를 훑었다. 그러다 옷 사이로 비친 핏자국을 발견하자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다쳐 놓고 왜 말 안 했어?”

“말해봤자 뭐 해.”

처음도 아니었다. 은별의 마음은 이미 차갑게 얼어붙어 버렸다.

왕순영이 약을 꺼내는 걸 본 준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약을 받았다.

“제가 할게요.”

준서는 약을 들고 천천히 포장을 뜯었다. 그리고 은별의 잠옷 단추를 풀려고 손을 뻗는 순간, 특별히 설정해 둔 핸드폰 벨소리가 갑자기 울렸다.

준서의 손길이 잠시 멈칫하더니 약을 내려놓고 핸드폰을 집었다. 동작 하나하나가 마치 사전에 짠 듯 매끄러웠다.

[준서야, 내가 발목을 접질려서 너무 아픈데, 임 비서님한테 좀 부탁해서 병원에 데려다 줄 수 있어?]

리연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흐느끼는 듯한 목소리도 섞여 있었다.

하서는 한참 동안 죽을 먹으면서도 겨우 반 그릇도 못 먹고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준서 곁으로 달려가 팔을 붙잡고 묻는 하서의 목소리는 조급하고 긴장되어 있었다.

“리연 이모가 다쳤다고요? 어쩌지, 리연 이모는 아픈 걸 제일 무서워하는데. 아빠, 빨리 가서 리연 이모 괜찮은지 좀 봐줘요.”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은별은 하서를 바라보면서 마음 한쪽이 답답하고 쓰라렸다.

엄마는 슈퍼우먼이고, 리연 이모는 아픈 걸 무서워한다니, 참 강렬한 대비였다.

준서는 은별을 바라보더니 곧바로 결단을 내렸다.

“일단 순영 아주머니한테 올라와서 약 좀 발라달라고 해. 최대한 빨리 돌아올게.”

그렇게 말하면서, 준서는 손에 쥐고 있던 약을 다시 탁자 위에 올려놓은 뒤 나갈 준비를 했다.

하서가 따라가려는 듯 움직였지만 준서가 막았다.

“너는 여기서 엄마 곁을 지키고 있어.”

하서에게 반박할 틈도 주지 않은 채, 준서는 곧바로 자리를 떴다.

하서는 침대 위에서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은별을 바라보며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랐다.

자기가 뭔가 잘못 말한 것 같았다.

“엄마, 다쳤으니까 쉬고 계세요. 저는 제 방으로 갈게요.”

하서는 그렇게 말하며 이미 뛰쳐나가고 있었다. 자기 방에 도착하기도 전에 스마트 워치로 전화를 거는 소리가 들려왔다.

“리연 이모, 많이 다치셨어요? 많이 아프시죠...”

은별은 그대로 누워 있었다. 가슴이 답답하고 숨 막히는 느낌이 계속될 줄 알았는데, 지금은 오히려 평온함만 느껴졌다.

약을 발랐지만 상처가 너무 많았기에 아파서 도무지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누우면 상처가 눌렸기에 차라리 서 있는 편이 나았다.

은별은 그냥 몸을 일으켜 집 안을 좀 걷기로 했다. 그런데 막 문가에 도착했을 때, 옆방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창가로 다가간 은별은 딸이 별무늬 담요를 둘러쓴 채 차고로 향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손목시계의 불빛이 간간이 반짝였다.

“기사 아저씨, 빨리요. 리연 이모가 서쪽 끝에 있는 그 죽 전문점의 죽이 먹고 싶으시대요...”

은별은 천천히 핸드폰을 꺼내서 오랫동안 누르지 않았던 그 번호를 눌렀다.

그런데 겨우 두 번 벨이 울리더니 전화가 끊겼다.

은별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번졌다. 역시 자신의 존재는 왕순영보다도 못했다.

비록 하서에게는 아무런 감정도 없었지만, 자신이 품고 낳은 자식이었기에 은별은 하서를 완전히 내버려 둘 수 없었다.

결국 준서에게 하서가 집을 나갔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로 했다.

이번에는 답장이 빨리 왔다. 단 세 글자였다.

[알았어.]

심심해진 은별은 핸드폰 속 정보들을 이것저것 뒤적거렸다. 각종 앱들, 준서와의 대화 내용은 광고 메시지보다도 적었다.

계속 넘기다가 SNS에 들어갔다가, 핸드폰 앨범을 보다가, 은별은 문득 어떤 사실을 깨달았다.

자신이 사용하는 모든 소프트웨어, 자신의 모든 생활 동선이 전부 준서와 하서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사진 갤러리에 자신의 사진은 한 장도 없었다. 전부 준서와 딸의 사진뿐이었다.

은별은 언제나 렌즈 뒤에서 기록하는 사람이었다. 마치 자신들의 결혼 생활처럼 언제나 한쪽이 비어 있었다.

반항심이라도 생긴 듯, 은별은 핸드폰 속 사진들을 한 장 한 장 삭제하기 시작했다. 마지막 한 장까지 완전히 비울 때까지, 자신과 관련된 사진은 단 한 장도 남기지 않았다.

은별은 포기했다.

이제 정신을 차려야 했다.

인적 없는 고요한 밤, 은별은 무감각하게 자신의 물건들을 정리했다. 그리고 인쇄된 이혼 서류를 바라보았다.

아이의 양육권 조항에 이르렀을 때, 은별은 오랫동안 망설였다. 결국 모든 것을 포기하겠다고 적어 넣었다. 마지막으로 결혼반지까지 함께 서류 봉투 안에 넣었다.

은별은 지쳤다. 더 이상 사랑하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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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브라보! 이혼 후 마이 라이프   제2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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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엄마는 그림 그릴 줄 모르실 텐데...”하서는 은별이가 디자인 원고를 그리는 모습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하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전문 주얼리 디자이너인 남주가 왜 은별한테 원고를 그려달라고 하는지, 게다가 들킨 뒤에는 엄마와 그림 그리기로 약속한 척까지 하고 말이다.“우리 엄마는 식탁 닦고 밥 하고 동화 읽어주는 것밖에 못 해요. 고모가 정말 도움이 급하면 리연 이모한테 부탁해 보는 게 어때요?”리연의 이름이 나오자 하서의 얼굴에는 존경심이 가득했다.“고모, 리연 이모 아세요? 이름은 강리연인데, 진짜 대단한 디자이너예요.” “지난번에 아빠랑 놀러 갔을 때 이모가 디자인한 목걸이 봤는데, 진짜 예뻤어요. 저도 커서 꼭 리연 이모처럼 될 거예요. 절대 엄마처럼 되진 않을...”하서는 자랑하느라 신이 난 나머지, 은별이 바로 눈앞에 있다는 사실을 깜빡하고 말았다. 그리고 허겁지겁 작은 손을 들어 입을 가렸다.천진난만하고 맑은 하서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고요한 복도 안에 또렷하게 울려 퍼졌다.남주는 은별을 날카롭게 쏘아보았다. 눈빛 속의 분노가 거의 넘쳐흐를 듯이 은별을 탓하고 있었다.“그래, 두고 봐. 내가 엄마한테 말할 테니까!”말을 마치자마자 준서에게 인사할 새도 없이 화가 난 채 계단으로 내려갔다. 급하고 무거운 발소리는 가슴속 불 같은 화를 고스란히 말해주는 듯했다.은별은 남주의 협박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누가 오든 간에, 돕지 않겠다고 한 그녀의 결정은 변하지 않을 테니까.이씨 가문 식구들이 자신에게 불만을 품은 것도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니, 이참에 더 밉보인들 잃을 것도 없었다.자신의 등장에 무심하게 등을 돌리고 가버리는 준서에게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 수년간 반복된 일과에 은별은 이미 무뎌져 있었다.은별은 볼을 툭 내민 하서를 내려다보며, 아이의 서운한 기색은 애써 외면한 채 덤덤하게 말했다. “하서야, 시간이 늦었어. 이제 자야 할 시간이야.”“근데 엄마가 동화 안 읽어줬잖아요

  • 브라보! 이혼 후 마이 라이프   제26화

    이준택은 오늘따라 유독 말이 많았다. 준서 어릴 적 에피소드를 끊임없이 이야기하더니, 은별과 준서의 성격이 얼마나 잘 맞는지를 거듭 강조했다. 은별은 끝까지 참을성 있게 들으며, 때때로 다정한 목소리로 맞장구를 쳐주고 조용히 위로했다. 하지만 그 태도는 내내 담담하기만 했다.이준택 역시 그 미묘한 거리감을 눈치챘는지,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그래, 이쯤 되면 하서도 엄마 찾겠다고 난리 피울 시간이겠지. 이만 가 보거라.”시계를 확인한 은별은 이준택도 쉬어야 할 시간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조용히 방을 나섰다.서재 문을 닫고 돌아서는 순간, 은별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몸을 돌리자, 마치 그림자처럼 복도에 서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남주와 마주쳤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남주의 눈빛에는 은별을 향한 알 수 없는 우월감과 적대감이 가득했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은별은 남주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계단으로 향했다.부부의 침실은 3층에 있었다. 복도에 들어서고 이준택의 귀에 닿지 않을 만큼 거리가 멀어지자, 남주가 갑자기 성큼성큼 다가와 은별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리고 거의 얼굴이 맞닿을 듯 가까이 다가섰다. 목소리는 낮췄지만, 오만한 말투는 여전했다.“심은별, 내가 한 말 다 까먹은 거야? 디자인 원고는 도대체 언제 완성되는 거지?”인내심이 바닥난 남주의 모습을 보며 은별은 미간을 찌푸렸다. 은별은 반 걸음 뒤로 물러나 거리를 두며, 물 흐르듯 잔잔한 목소리로 답했다.“이미 말했잖아. 시간 없어서 안 된다고. 다른 사람 찾아봐.”“아니, 너 제정신이야? 내가 대체 어디서 사람을 구해 와?” 남주가 화가 치밀어 발을 동동 굴렀다.그런 인맥이 없다는 것은 둘째 치고, 설령 사람을 구한다 해도 이 일이 무슨 자랑할 일이겠는가? 게다가 몇 년째 은별의 디자인 원고를 가로채 자신의 작품인 양 내놓아 온 터였다. 갑자기 작가를 바꾸면 디자인 스타일이 달라져 발각될 수도 있었다. 대리 작가를 썼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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